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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7일 수요일

우석균 칼럼 한미FTA와 총선, 그리고 진보정치


이글은 레프트21 2012-03-03일자 기사 '우석균 칼럼한미FTA와 총선, 그리고 진보정치'를 퍼왔습니다.
한미FTA 발효일자가 3월 15일로 확정됐다. 국회 날치기 통과 직후에는 발효일자를 1월 1일이라고 말하던 한국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발효일자가 보름 간격으로 계속 늦춰지더니 결국 미국이 말하던 발효일자에 가까워진 것이다. 
애초에 한미FTA 발효일이 총선과 가까워지면 총선 쟁점이 된다고 걱정하던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에게는 매우 안 좋은 소식이다. 미국이 한국 정치 일정보다는 미국의 FTA 이행법 101조에 따른 ‘한국의 이행과제 점검’이라는 마지막 숙제 검사를 더 중요하게 여긴 탓이다. 이 숙제 검사에는 날치기 처리한 14개 법안과 시행령 개정 등의 법안 개정 점검을 포함한다. 


△2월 25일 한미FTA폐기 집회 한미FTA 발효는 한미FTA 폐기 투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사진 이윤선

그러나 이것만일까? Inside US Trade를 보면, 미국이 기대했던 발효일자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오바마 방한시점인 3월 29일이었다. 한국 정부는 실무점검에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1월 발효를 말했다. 맞는 말이다. 
미국의 숙제 검사가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았던 것은 한국의 이행과제가 단순히 법개정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에 한미FTA 발효 후 1년 안에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약속했다. 또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 FTA, 즉 TPP에 한국이 어떻게 가입할 것인지도 미국의 관심사다. 
이 문제들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 한국 국민들이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법개정이라 할지라도 미국이 보기에는 마음에 안 드는 이행법 내용의 재개정 문제도 숙제 검사에 포함돼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그 내용을 알 수는 없다. 대한민국 정부는 발효과정 논의는 외교상의 비밀이라고 알려 줄 수 없다고 한다. 한미FTA는 그 협상 전체가 비밀이었고, 이제 협정문이 완료된 상태에서도 무엇이 이행점검인지 국민들은 전혀 알 수 없다. 한미FTA는 벌써부터 ‘헌법 위의 헌법’인 것이다.  
발효날짜를 앞당김으로서 한미FTA를 총선의 쟁점에서 가능한 제외해 보려던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작전을 바꿔야 했다. 이른바 정면돌파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가 포문을 열었다. 
박근혜 씨가 2월 13일 “한미FTA가 그토록 필요하다고 강조하고서는 이제 와서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자 조중동도 일제히 나섰다. 
2월 14일 1면 머리기사는 ‘한ㆍ미 FTA 총선 최대 쟁점으로’였고, 도 ‘박근혜, 야와 전면전 선언’을 1면에 내걸었다. 심지어 요즘 상당히 조용해지신 듯한 이명박 대통령조차 “과거 독재시대도 아니고 외국 대사관 앞에 찾아가서 문서를 전달하는 것은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한마디 보탰다. 트위터를 검열하려 하고 앱을 삭제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독재’와 ‘국격’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정부와 여당이 총동원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총동원
이번에도 문제는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이 됐어도 대응은 똑같았다. “노무현과 이명박의 한미FTA는 다르다”가 민주당의 답이었다. 안타깝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한미FTA 체결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명숙 씨가 지금 민주통합당의 대표다. 또 한미FTA 체결 당시 열린우리당의 정책위의장이자 한미FTA 평가위원장을 맡아 합격점을 준 인사가 지금 민주통합당의 원내대표인 김진표 씨다. 김진표 씨는 당시 한미FTA 서비스 분야의 개방수준이 낮아 “교육, 의료분야에서는 한미FTA를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고, 이번에도 “선 비준 후 재협상”안에 사인을 해 줘 지금 새누리당이 국회 날치기를 두고 ‘사실상 합의처리’라고 주장할 근거를 준 당사자다. 이들이 주장할 것이 달리 무엇일까? 
노무현과 이명박의 한미FTA는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징화돼 정치적 비판이 금기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상징이 사실관계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10개 독소조항 중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FTA와 다른 것은 자동차 관련조항 하나뿐이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나 역진방지,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조처, 의약품 가격인상, 중소상인 보호 불가 등등은 모두 노무현 때의 한미FTA와 전혀 다르지 않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도 일부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FTA 내용은 2008년 경제 위기로 더욱 문제가 커진 것뿐이지 2008년 이전에도 문제는 다르지 않았다. 바뀐 것은 노무현 정부 시기의 지금 민주당은 여당이었고 지금은 야당이라는 사실뿐이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다르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는 그만큼,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기세를 올릴 만도 하다. 어떻게 보아도 말이 안 되는 ‘야당 심판론’까지 들고 나온다. 보수원조를 자처하는 당답게 ‘왜 말을 바꾸었나’ 시리즈는 탈핵선언과는 거리가 먼 민주당의 ‘원전재검토’ 입장에 대해서조차 핵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고 비판하고 제주 해군기지 문제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민주당이 왜 시원스럽게 치고 나가지 못하는가를 묻지 말자. 민주당은 보수정당이다. 또 개혁주의적 야당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길들이기 과정을 거친다. 
길들이기
조중동이 그리고 전경련이 한미FTA를 국익에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고 지면을 기사와 광고로 도배하는 것이 단지 민주당 집권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하는 것은 너무 좁게 보는 것이다. 심지어 진보정당이라 하더라도 집권 과정이나 의회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자본가들은 이 정당을 길들인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러한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지금 민주당이 왜 인적 쇄신을 하지 못하는지, 왜 더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진보적인 입장으로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하는지를 묻는 것은 민주당이 보수정당이라는 한계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민주당은 왜’가 아니다. 진보정당은 어디에 있나가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다. 노무현의 한미FTA는 이명박의 한미FTA와 함께 모두 폐기시켜야 할 것이라는 점, 일본의 핵 사고 이후 나아갈 방향은 탈핵이고 대체에너지 체제라는 점, 그리고 제주해군기지는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야 할 주체는 민주당이 아니다. 고용이나 등록금, 교육, 의료 모든 문제가 그렇다. 문제는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이고 사회운동이다. 
민주당은 한미FTA 폐기를 주장한 적이 없다. 이것이 선거 시기라고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선거 시기에 선거를 무시하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이다. 야권연대가 불가피하면 야권연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거나 야권연대 모두가 대중의 고통을 실제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 문제지만 이제 평범한 사람들이 묻는 것은 ‘어떠한 정치인가’다. 여기에 대해 ‘닥치고 정치’를 이야기하고 ‘노무현과 전태일의 만남’이나 ‘야권연대’를 통한 반MB만를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이 나아갈 길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보정치의 차별성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정치’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넘어서는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의 전망이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지루한 정치공방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총선 시기 한미FTA 논쟁 과정에서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의 신선한 목소리다. 또 진보정치가 보여 줄 수 있는 미래의 전망과 선거과정의 열린 공간을 통해 터져 나오는 사회운동과 그에 헌신하는 진보정치가 보여 줄 희망이다. 

2012년 3월 1일 목요일

미국이 F-35 한국에 떠넘기려는 이유는?


이글은 시사인 2012-02-28일자 기사 '미국이 F-35 한국에 떠넘기려는 이유는?'를 퍼왔습니다.
F35는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갔지만 아직 제대로 된 폭탄 투하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국방비 감축으로 인해 록히드마틴에서 벌어질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이를 떠넘긴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2월4일 미국 지역 일간지 중 하나인 (www.nwfdailynews.com)에 게재된 기사 하나가 한국 정부를 놀라게 했다. 기사는 미국 록히드마틴 스테핀 오브라이언 부사장의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일본, 한국은 F35 개발에 자금을 대지 않았지만 이를구매하기로 동의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한 대당 6500만 달러인 가격에 더해 그 나라들이 개발비 일부를 보충하는 걸 도와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일본, 한국은 7대 개발 프로그램 협력국보다 더 많은 F35를 주문할 예정이다”라고도 했다. 요지인즉 한국 정부가 이미 록히드마틴 사와 F35를 구매하기로 사전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록히드마틴은 해당 기사가 오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또한 해당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음을 한국 언론에까지 알리는 성의를 보였다. 록히드마틴이 이렇게 진땀을 흘리며 해명을 하는 이유는 아직 한국 정부가 F35 구매를 공식화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배경에는 F35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놓여 있다.


ⓒLockheed-Martin 제공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록히드마틴 사의 F35 생산 공장 모습. 총 6000여 명이 근무한다.

F35는 록히드마틴 사가 개발한 미국의 제5세대 전투기로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최첨단 전투기다. 하지만 F35가 태어나기 전 더 불행했던 F22가 있었다. F22는 냉전 시대 소련에 대적하기 위한 최첨단 전투기로 탄생했다. 이 ‘꿈의 전투기’는 현존하는 지구상의 전투기 중 최강자로 불릴 만큼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알래스카 상공에서 벌어진 두 차례 가상 공중전에서 F22가 가세한 ‘블루포스’가 ‘레드포스’에 144대0, 241대2로 압승하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일명 ‘알래스카 전설’이라 불리는 이 가상전에 F22는 겨우 12대가 출격했을 뿐이지만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는 이 놀라운 결과에 흥분해 F22 750대를 도입하려 했다.

문제는 F22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 한 대당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원)라는 천문학적 액수가 드는 것은 물론이고 한 번 뜨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소련 해체 이후 전쟁 양상도 바뀌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양대 전쟁에서 산악을 뛰어다니는 탈레반이나 사막에서 전투를 하는 저항 세력들이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을 사용했던 탓이다. 이들을 상대하고자 막대한 비용이 드는 F22를 도입해 출동시킨다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F22는 187대로 생산이 중단되는 불운의 전투기가 되었다. 대신 록히드마틴은 F22에 비해 성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을 대폭 낮춘 보급형 F22인 F35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존 매케인 “F35는 스캔들이자 비극”하지만 F35의 운명도 순탄치 않았다. 덩치 큰 F22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싼 가격의 F35를 만든다는 발상부터가 무리였다. 개발비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들어갔다. 미국 정부는 ‘돈 먹는 하마’인 F35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국방위원인 존 매케인은 “간단히 말해서 JSF(F35) 프로그램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10년여 세월 동안 국민 세금이 560억 달러(약 63조원) 가까이 투입됐지만 F35가 미국 국방부가 요구하는 폭탄 투하 능력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성능 시험 일정이 지연되자, 가장 중요한 비행 테스트 또한 아무리 빨라도 2015년 이전에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월 초 게이츠 국방장관은 “(해병대용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B 전투기 개발사인 록히드마틴에 2년간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이 기간에 F35 개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개발 프로그램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F35 도입과 관련해 미국 국방부가 상원에 요청한 예산 조정안은 반대에 부딪혔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칼 레빈 위원장과 존 매케인은 F35 전투기 도입에 필요한 예산을 다른 곳에 전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방부의 요청을 거부하고, 2017년까지 생산을 요청한 F35 전투기 423대 중 120대의 생산을 늦추도록 했다. 이로써 국방부는 향후 약 151억 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경제위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F35 예산 삭감은 군수업체의 대량 해고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록히드마틴은 6500여 명을 해고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 일간지 <노스웨스트 플로리다 데일리 뉴스> 홈페이지에 F35 구매 관련 기사가 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둔 3조8000억 달러(약 4271조원) 규모의 2013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2012년 재정적자는 1조3000억 달러인데 이를 2013년 9010억 달러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 한 해 F35 전투기 관련 예산이 16억 달러 삭감되는 등 국방비가 크게 감축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오바마는 고용 확대를 위한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군비 감축과 고용 확대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인데, 록히드마틴의 경우 F35 예산 삭감으로 인해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질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가 꺼내든 카드가 해외 판매 확대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대치 중이고 전투기가 노후된 한국 같은 나라에 이를 판매하면 군비를 감축하더라도 제조사의 대량 해고를 피할 수 있다. 

록히드마틴의 F35 생산 공장이 있는 텍사스 포트워스는 나날이 들려오는 F35 관련 뉴스에 울고 웃는다. 록히드마틴 F35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는 “작년 한 해 F35에 관한 뉴스를 들으면서 얼마나불안했는지 모른다. 일자리를 찾기 힘든 지금 해고되면 가족의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 동료들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에서 우리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뉴스를 들으면 하루가 신나다가도 캐나다, 인도 등이 F35 인도를 보류할 것이라는 뉴스를 들으면 온종일 침울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정부가 F35를 60대나 구매할 것이라는 소문은 록히드마틴 공장뿐만 아니라 하청업체에도 파다하게 퍼져 있다고 전했다. 

에서 관련 기사가 나온 뒤 록히드마틴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이 회사 주가는 F35의 예산 삭감 뉴스가 들린 지난해 12월15일 곤두박질친 바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일본, 한국이 7대 개발 프로그램 협력국보다 더 많은 F35를 주문할 예정이다”라는 뉴스가 나오자 다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뉴스가 오보이든 아니든 록히드마틴 사로서는 나쁠 것 없는 기회다. 미국의 한 일간지 기자는 “의도된 보도 릴리스(배포)일 수도 있다. 록히드마틴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알릴 리 없다. 기자가 착각해서 기사를 그렇게 썼다는 것도 난센스다”라고 말했다.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예사롭지 않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2일자 기사 '예사롭지 않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정부의 자주적 주도력 회복 시급

미국과 중국 관계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두 나라가 전략적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미국 방문(13~17일)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 부주석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한 점이다. 중국의 핵심이익인 주권과 영토, 안보를 침해하지 말라는 뜻을 미국에게 전달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 부주석에게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대응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중 갈등의 결정적 계기는 2010년 천안함 사태였다. 중국이 사상 최초로 한·중 간 경계수역인 서해를 핵심이익 영역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을 보인 게 이 사태 때였다.
당시 한·미 양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벌이자 중국도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맞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 해 7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서해 군사훈련은 중국의 핵심이익 침해라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한반도와 관련된 구체적인 현안을 놓고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한 최초의 사례였다.
중국 군부의 입김이 강해진 것도 이때였다. 중국-대만 긴장관계 완화와 미·중 전략적 협력 관계의 증진으로 입지가 약화됐던 군부가 강경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시진핑 부주석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한 것은 그 의미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핵심이익이 침해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관계는 미국의 해양패권과 중국의 해양대국화 추진의 충돌과정에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2010년 8월 10일부터 남중국해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미국·베트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이 훈련을 중국 포위 전략이라고 규탄했다. 미·중 간 갈등이 패권다툼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양국의 각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냉전종식 후에도 일본과의 군사동맹에 집착하는 것은 동아시아 해양패권체제의 핵심인 대만을 사수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게도 대만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잉주 대만 총통이 등장한 이후 중국과 대만은 ‘차이완’시대라고 할 만큼 밀월관계다. 최근 마잉주 총통 재선 이후 궈진룽 베이징 시장이 베이징 시장으로선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함으로써 양안의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차이완’시대에 들어선 양안관계는 동북아 세력 판도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미·중의 충돌지역이 대만이 아닌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미·중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동북아 신냉전 대립구도를 경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추진이나 한·일 군사교류 강화 따위로 한·중 간의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한반도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 주한미군의 역할이 지역방어로 확대되는 것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대국들의 분쟁에 자동적으로 휘말려 한반도를 국제 전쟁터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위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고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 부주석이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한반도 문제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반도 문제가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타협의 희생양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대화가 시작된 것은 2005년 9월부터다. 2009년 9월부터는 이 대화가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로 확대됐다.
문제의 핵심은 미·중 간 전략대화에서 한반도 문제가 중요한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자주적 주도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역대 정부는 나름대로의 자주적인 주도력을 보였다. 김영삼 정부는 4자회담을 주도적으로 성사시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에만 올인하듯 매달려 중국, 북한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주적 주도력도 잃어버린 결과를 빚었다. 한국 정부의 자주적 주도력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오바마 정부의 '중국 견제' 핵심은 석유 수송로 장악'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7일자 기사 '"오바마 정부의 '중국 견제' 핵심은 석유 수송로 장악''을 퍼왔습니다.
[해외시각] "석유로 중국 목을 죄겠다는 미국의 위험한 불장난"

미국이 최근 외교안보적 차원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핵심 사안은 남중국해 문제다. 미국은 인도, 인도네시아,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과 외교적·군사적 유대를 강화하면서 해양으로 뻗어나오려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행보는 남중국해를 장악함으로써 중국의 목줄을 틀어쥐려는 시도라고 마이클 클레어 햄프셔대 교수는 주장했다. 에너지 안보 권위자인 클레어 교수는 6일(현지시간) 미국 웹사이트 '톰디스패치' 기고에서 과거에도 미래에도 국제정치의 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석유일 것이라며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의 석유 수송로 인근의 통제력을 강화하는데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레어 교수는 이같은 미국의 전략이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아시아 지역에서 신냉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환경 파괴 등의 이유를 들어 우려를 표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지난 1월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중국에 대한 정책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려 하는가? 중동 지역에서의 재앙과도 같았던 두 개 전쟁을 끝내며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에서 새로운 냉전을 촉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석유는 다시 한 번 지구적 패권의 열쇠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호주 의회 연설에서 대담하면서도 지극히 위험한 지정학적 견해를 드러낸 것은 미국의 새로운 정책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지난 수십 년간 중동에 집중돼 왔던 미국의 힘의 초점이 아태 지역으로 옮겨지리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나의 방침은 명확하다"면서 "우리는 미래에도 이 지역에서의 강력한 군사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관리들이 이 새로운 정책에 대해 특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바마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제부터 미국의 군사전략 우선순위는 대테러전략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봉쇄가 될 것이다. 어떤 위험이나 대가가 따르더라도 말이다.

지구의 새로운 중심

미 고위 당국자들은 현재 아태 지역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 집중하고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중국이 아태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기회를 가졌다고 말한다.

2차 대전 이후로 미국은 처음으로 아태 지역에서의 지배적인 경제 행위자가 아니게 됐고, 만약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려면 아태 지역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회복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이 향후 몇십 년 간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이 새로운 전략에 발맞춰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힘을 강화하고 중국을 수세에 처하게 한 일련의 움직임을 취했다. 호주 다윈기지에 미군 2500명을 파견하기로 한 것이나 지난달 18일 '마닐라 선언'을 통해 필리핀과 긴밀한 군사적 유대관계를 맺기로 한 것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 백악관은 인도네시아에 F-16 전투기 24대를 판매한다고 발표했고 클린턴 장관은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56년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오랜 동맹국이자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버마를 방문했다. 클린턴은 또한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의 외교‧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세 나라는 모두 중국을 둘러싸고 있거나 중국이 천연자원을 수입하고 자국 제품을 수출하는 해상 무역로상에 있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말처럼,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역내에서 경제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미국의 외교‧군사적 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다. 클린턴은 최근 기고에서 경제적으로 약화된 미국은 더 이상 다수의 지역에서 동시적인 우세를 유지할 수 없음을 암시했다. 미국은 반드시 전장(戰場)을 신중하게 골라야 하며 제한된 자원을 투입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권력질서에서 아시아가 갖는 중심성을 감안하면 이는 곧 자원을 아시아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클린턴은 "지난 10년 간 우리는 막대한 자원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쏟아부었다"며 "앞으로의 10년 동안 우리의 리더십과 안보, 이익을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 위치를 점하려면 어디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지 스마트하고 조직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 따라서 앞으로 10년 간 미국의 국가 운영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는 아태지역에 투자할 외교적 경제적 전략적 자원을 실질적으로 계속 증가시키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는 위험한 도발이다. 최근 발표된 조치들은 중국을 둘러싼 해상 군사력 증대와 중국 인접국들과의 군사 유대 강화 등을 수반한다. 이는 중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미국의 침입에 대한 더 적극적인 군사 대응을 선호하는 중국 지도자(특히 군사 지도자)들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의 시도가 어떤 형태를 띠든 한 가지는 명백하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국 주변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대해 중국이 약하고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이 2011년 아시아에서 신냉전의 씨앗을 뿌린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군사력 집중과 잠재적인 중국의 반격 가능성은 이미 미국과 아시아 등 언론에서 토론 주제가 됐다. 그러나 (미중 간) 초기 투쟁의 중대한 한 측면은 전혀 주목받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갑작스런 행보가 세계의 최신 에너지 질서에 미칠 영향의 정도가 바로 그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관측처럼 이는 미국에는 우위를, 중국에는 취약성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 질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대부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수입된 석유에 심하게 의존해 왔다. 반면 중국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2001년 미국은 매일 1960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했지만 자국 내 생산량은 일일 900만 배럴에 불과했다. 매일 1060만 배럴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 정책결정자들에게 큰 근심거리였다. 미국은 중동의 석유 생산국과 긴밀하고 군사화된 유대를 맺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미국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때때로 전쟁도 벌였다.

반면 중국은 2001년 석유 소비량이 하루에 500만 배럴에 불과했고 국내 생산량은 일일 330만 배럴이었다. 때문에 중국은 해외 석유 공급자들의 안정성에 크게 목을 매지 않았고 오랫동안 복잡한 외교정책을 통해 개입해 온 미국의 전철을 밟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오바마 행정부의 결론처럼 판이 바뀌었다.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중산층이 출현하면서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자동차를 샀다)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급등했다. 중국의 일일 석유 소비량은 2008년 780만 배럴이었으나 2020년에는 1360만 배럴로, 2035년에는 1690만 배럴로 늘 것으로 미 에너지부는 추산했다. 반면 중국 국내의 석유 생산량은 2008년 하루 400만 배럴에서 2035년 530만 배럴로밖에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2008년 하루에 380만 배럴이었던 중국의 일일 석유 수입량은 2035년 1160만 배럴까지 늘어 미국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한편 미국의 에너지 상황은 좀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알래스카나 멕시코만 인근 의 유전, 몬태나, 노스다코타, 텍사스의 '셰일 오일' 등 미국 국내에서 이뤄질 소위 '힘든 기름'(tough oil. 깊숙이 묻혀 있거나 지질학적으로 시추가 어렵다는 등의 사정으로 채취 비용이 많이 드는 원유 : 옮긴이)의 생산량 증대에 힘입어, 전체 소비량이 늘어나더라도 수입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동이나 아프리카보다 서반구의 석유 생산량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역시 캐나다, 브라질에서 더 많은 '힘든 기름' 탐사가 이뤄졌고 콜롬비아의 상황이 안정화되는데 따른 것이다. 에너지부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의 석유 생산량이 2035년이면 일일 106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석유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치한 해상 구조물. ⓒ로이터=뉴시스

해양 수송로는 누구의 것인가?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은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며 중국은 해양 수송로에서 일어나는 예상 밖의 변화에 더 취약하게 될 것이다. 즉 미국은 오랫동안 자국 외교정책을 지배해 왔으며 스스로를 황폐화시킨 비싼 전쟁으로 자신을 이끌었던 중동 산유국과의 정치적 군사적 유대를 점차 느슨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게 됐다.

오바마가 호주에서 말한 것처럼 미국은 진실로 스스로의 군사적 초점을 재조정해야 할 위치에 와 있다. 오바마는 "값비싼 전쟁을 치른 지난 10년이 지난 후, 미국은 아태 지역의 광대한 잠재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 모든 것은 중국에는 잠재적인 전략적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석유 수입량 중 일부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송유관을 거쳐 오지만 중동, 아프리카, 남미로부터 유조선에 실려 오는 양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이 유조선을 거쳐 오는 해양 수송로는 미국 해군이 경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으로 들어오는 거의 모든 유조선은 오바마 행정부가 해군력에 의한 효율적 통제 방안을 찾고 있는 수역, 즉 남중국해를 가로지른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중국해와 인접 해역의 지배권을 확보함으로써 21세기 에너지 질서의 주도권을 획득하려 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 이는 20세기에 핵무기가 수행했던 협박과 같은 역할이다. 즉 '우리를 압박한다면 에너지 공급로를 차단함으로써 너희의 경제를 마비시킬 것이다'라는 것이 이 정책의 함의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절대 공식 석상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이런 노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중국이 이같은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도 많다. 예를 들어 중국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카스피해에서부터 드넓은 아시아 전체를 가로지르는 송유관(또는 가스관)을 건설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오바마의 새로운 전략의 청사진이 명확해질수록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자신들의 에너지 생명줄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리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런 시도에는 경제적, 외교적 조치가 포함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같은 지역 국가들과 앙골라,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 석유 공급국들의 환심을 사려 할 것이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곤란한 것은, 군사적 속성을 띠는 조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함대에 비하면 여전히 작고 초보적인 수준이겠지만 중국이 해군력 강화에 나서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또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들과의 군사적 유대 강화도 이뤄질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현재 아시아에서 냉전 시기와 같은 군비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떤 국가든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긴장을 더 격화시키고 우발적인 사태가 벌어질 위험을 높일 수 있다. 2009년 3월 대(對)잠수함 작전 중이던 미 군함 임페커블호를 중국 해군 함대가 에워싸고 거의 교전 직전 상황까지 갔던 사태와 같이 미국, 중국과 동맹국 군함이 개입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군함들이 더 도발적인 태세로 이 해역을 돌아다니게 된다면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더 극단적인 결과가 일어날 위험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군사력 우선 정책이 가져올 잠재적 위험과 비용은 아시아 안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 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극지 탐사, 심해 탐사, 수리학적 파쇄 같은 환경 파괴 우려가 높은 기술들을 승인해 주고 있다. 지난해 4월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딥워터호라이즌호 폭발 같은 환경 재앙이 미 본토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가장 더러운 에너지'로 불리는 캐나다 '타르 샌드'(tar sand, 모래와 기름이 섞인 물질에서 추출한 석유 : 옮긴이)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온실 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등 환경 파괴 위험이 커질 것이다. 브라질 인근 등 대서양 심해에서의 석유 생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모든 상황은 명백히 우리가 환경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위험한 세계에 살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동에서 벌어진 재앙과도 같은 전쟁에서 몸을 빼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런 군사적 지배와 도발을 강조하는 전략을 재차 선택한 것은 분명 반작용을 불러올 것이다. 이는 신중한 태도도 아니며 장기적으로 보아 세계적 경제 협력이 중요한 이 시기에 미국의 국익을 증진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외부 에너지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환경을 희생한다는 것 또한 말이 안 된다.

아시아에서의 신냉전과 서반구에 걸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대립과 환경적 재앙을 불러올 독약과도 같은 정책들은 아직 되돌릴 수 있을 때에 재고돼야 한다. 이런 정책이 훌륭한 통치행위의 표본이 아니라 '바보들의 행진'에 불과하다는 것은 굳이 예언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 수 있다.



/곽재훈 기자(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