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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7일 토요일

북한, 실용위성 발사 계획…총선 변수되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6일자 기사 '북한, 실용위성 발사 계획…총선 변수되나'를 퍼왔습니다.
'김일성 100년 축포'…북미협상 영향 불가피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 15일)을 맞아 '광명성 3호' 실용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김일성 동지의 탄생 100돌을 맞으며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올리게 된다"며 "이번에 쏘아올리는 '광명성 3호'는 극궤도를 따라 도는 지구관측 위성으로, 운반 로켓 '은하 3호'는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4월 12일부터 16일 사이에 발사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위성발사 과정에서 산생되는 운반 로켓 잔해물들이 주변 국가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비행궤도를 안전하게 설정했다"며 "우리는 평화적인 과학기술 위성발사와 관련해 해당한 국제적 규정과 관례들을 원만히 지킬 것이며 투명성을 최대로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장면 ⓒ연합뉴스

장거리 로켓에 통신위성을 얹어서 쏘면 위성이 되고, 탄두를 얹으면 장거리 미사일이 된다. 북한이 이번 발표에서 '실용위성'을 부각시킨 것은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4.11 총선 전 북한에 의한 안보 위협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남측의 세력에 북한의 이날 발표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사 예정일이 총선 다음날인 12일부터 16일 사이라는 점에서 총선의 쟁점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2월 29일 발표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임시 중단하는 대가로 미국이 24만 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후 양국은 식량 지원을 위한 추가 협의를 했고, 북한은 미국에서 열리는 민관 공동 세미나에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보내 '2.29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해 왔다.

그같은 흐름으로 볼 때 이번 위성 발사는 대미 협상을 위한 '도발 카드'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남측 총선과 미국과의 핵 합의 이행 과정이라는 정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위성 발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내정치적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4월 예정된 조선노동당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를 마무리하고, '강성대국'으로 나아간다는 '축포'의 의미를 띤 발사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건 남측의 총선과 북미 핵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 1998년 8월 광명성 1호를, 2009년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했고, 두 차례 모두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4월 3호가 발사되는 '서해위성발사장'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 시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준호 기자

2012년 2월 16일 목요일

'제사보다 젯밥'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꼼수를 멈춰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16일자 기사 ''제사보다 젯밥'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꼼수를 멈춰라'를 퍼왔습니다.
[한반도 브리핑] 핵안보는 뒷전, 진짜 노림수는 '원자력 르네상스'

'핵안보정상회의', 시급한 사안인가?


오는 3월 26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55개 국가 정상들,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4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이다. 그러나 규모가 그런데도 국민들은 무관심하다. 서울에서 개최된 역대 다자간 정상회의 가운데 국민적 관심도가 가장 낮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핵안보'(nuclear security)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핵안보는 우리에게 절박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핵안보'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핵물질이 테러집단 등에게 탈취되는 것을 막는 개념이다. 9.11 이후 대테러 전쟁을 수행해온 미국으로서는 핵물질이나 방사능 물질이 테러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생겼다. 그러나 대테러전쟁 자체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발발을 불러왔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입각한 대테러전쟁이 오히려 안보의 위협을 증대시켜서 미국에게 '핵테러'라는 새로운 근심거리를 안겨주었다.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니 오히려 더 강력한 핵테러 위협이 발생하는 일종의 '대테러전쟁 딜레마'에 미국이 빠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집권한 오바마 정부는 예산부족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어왔다. 따라서 대테러전쟁을 중단하고, 대테러 전쟁이 파생시킨 핵테러의 위협을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대처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이것이 바로 핵안보정상회의이다.


▲ 작년 12월 열린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행사지원요원 발대식 및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을 비롯해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JYJ, 아역 왕석현, 진지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일방주의가 또 다른 일방주의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을 제시하고,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3개 축(핵군축, 핵비확산, 핵안보)의 하나로 '핵안보'를 제기했다. 그리고 핵안보를 위해 '4년 내 세계 모든 취약 핵물질의 안보 확보를 위한 새로운 국제적 노력' 을 선언하고, 이를 위해 2010년에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를 개최할 것은 제안했다. 2010년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핵안보'나 '핵안보정상회의'가 우리에게 낯선 것은 우리에게는 절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핵군축'이나 '핵비확산'은 핵무기를 없애거나 대외적으로 수출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한반도의 비핵화는 20년 가까이 우리의 안보 문제의 핫이슈였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3년이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6자회담이나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 핵을 폐기하면 도와주겠다는 공염불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무늬만 화려한 소문난 잔치에 그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적 관심사는?

작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와 관련된 '핵안전' 문제는 지구적으로 큰 관심사가 되어왔다. 핵안전이나 핵안보 모두 파멸적인 위협을 막자는 취지는 동일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안전은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가령 후쿠시마 원전 사고 5개월 후에 미국 동부를 뒤흔드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동부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대였기 때문에 동부 지역 4개의 원자력 발전소는 지진 규모 6.2에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미국 동부에서 최초로 5.8의 지진이 발생해서 제2의 후쿠시마는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중국은 2011년 현재 14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2030년까지는 75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난다면 편서풍 때문에 '핵안전'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현안이 되는 것이다. 또 고리, 월성의 노후한 원자력 발전소의 잦은 사고가 '잦은 방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진단해봐야 한다. 달리 말해, '핵안보'는 '핵안전'에 앞서는 시급한 현안이 아닌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 핵에너지가 더 이상 저탄소 에너지로서 각광받을 수 없는 위험한 것이라는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야당들도 핵안보가 아니가 원전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 주장에 대한 해결책 모색, 이것이 바로 국민적인 관심사이다. 원자력 발전의 유용성에 대한 검토, 원자력 발전의 안전 사고에 대한 대책 등이 핵안보에 우선하는 한국의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하는 당연한 이유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전 폐기를 주장하는데 정부는 원전 폐기는 핵안보정상회의의 범위 밖의 문제라고 답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대답이 핵안보정상회의가 얼마나 우리의 시급한 문제와 동떨어진 회의인지를 말해주는 간명한 설명이다.

오바마의 꿈, MB의 꿈

2010년 4월 12~13일 워싱턴에서 47개국 정상과 유엔, IAEA, 유럽연합(EU) 등 3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이 다음 회의 개최국가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핵안보정상회의를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한미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회의를 기회로 삼아 북한 핵에 대해서 실효성 없이 공허하기만 한 국제적인 압력 외교를 구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 아니다. 테러집단처럼 국가가 아닌 행위자에 의한 핵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핵안보'이다. 따라서 이에 집중하기 위해 당초 북핵 문제를 의제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 핵문제는 '국가라는 행위자에 의한 핵확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싱턴 회의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가 아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따른 문제로 파악했던 것이다.

또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북한 내부에 존재하는 핵물질은 핵안보를 우려하는 나라들보다 훨씬 잘 방호되어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체제 안전보장 차원에서 시도되는 것이므로 북한 핵무기가 테러리스트에게 유출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워싱턴 핵안보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은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북한에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 보낸 후 받을 것은?

그러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동안에는 북한 핵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격을 볼 때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북한에 핵폐기에 대한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공공연하게 '55개국 정상들에게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킨다', '북한 핵폐기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 전달'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정부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핵안보'가 우리에게 절박한 현안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안보의 초점을 흐리지 않기 위해서 북핵 문제 거론 자체를 피했다. 그만큼 핵안보는 미국에게는 절박한 이슈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받아들였다. 미국처럼 핵안보에 대해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핵안보'에 포함되지 도 않는 북핵 문제를 거론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런 의도가 북핵 폐기에 도움을 주지 않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북핵 폐기에 도움을 주는 실효성 있는 행위라기보다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오히려 6자회담을 지연시키고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시키는 구실과 시간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정권변환기에 있는 북한은 한국 정부가 보내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에 그에 못지않는 '강력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핵안보 정상회의의 노림수는 원자력 르네상스

핵안보정상회의 서울 개최의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이 회의를 후쿠시마의 재앙에 대한 망각제로 활용하려 한다는 데에 있다.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를 희석시키고 원자력 르네상스를 추구하려 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직전에 원자력 산업계 회의, 학계 회담 등에 대한 일정을 잡혀 있는 것이 증거이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는 원자력 산업계 회의는 원전업계 CEO들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행사라며 원자력 르네상스 추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이미 핵안보정상회의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원자력 및 원전산업에 대한 국내외적 신뢰 회복'이라고 설정한 바 있다. 그 신뢰 회복이 목표하고 있는 것은 산업적 이익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원자력 안전 문제에 관심이 많다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토론하는 기회를 만들었어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의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관료들이라는 원자력 삼각동맹의 거짓말이 빚어낸 참사이기도 하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자력 산업계 회의와 학계회의가 잇달아 열리는 것은 원자력 삼각동맹의 도원결의나 다름없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드러 내놓고 하는 결의다.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2012년 1월 22일 일요일

“미군 감축 국면 타당성 잃은 ‘키 리졸브’ 재검토를”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2-01-18일자 기사 '“미군 감축 국면 타당성 잃은 ‘키 리졸브’ 재검토를”'를 퍼왔습니다.

[싱크탱크 광장] ‘선택 2012’- ③ 한반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당면과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매년 전문가 심층조사를 모두 7번 했다. 그때마다 던졌던 질문이 북핵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것이었다. 올해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둘 다 매우 부정적이다. 2012년 한반도 정세는 불안함과 불확실성일 것이다. 바깥에서 보기에 북한의 후계 승계는 불안하다. 북한이 보기에 온통 선거 등 정권교체를 앞둔 바깥세계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그럴수록 남북이 무엇을 할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의 시점에서 대결과 불신을 넘어 화해와 협력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과제를 기고로 짚어봤다. 


북한 권력승계 상황서 불안 야기…핵안보정상회의와도 모순 

북한에 대한 강압적인 봉쇄정책을 추종하는 우리 정부 내의 보수주의자들은 고민이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기회로 그들은 외교적으로는 6자회담과 남북교류를 중단시키고, 군사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적극적 억제전략’, 북한 붕괴 시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개념계획 5029’라는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만들어서 북을 굴복시키려 했던 것이다. 북의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위협을 가하는 것이 북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벼랑 끝에 내몰린 북한이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쪽의 안보 불안 부담이 가중되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벼랑 끝으로 가는 북한을 그 옆의 완만한 언덕으로 안내하는 외교적 경로를 잃어버린 결과였다.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실시되는 키 리졸브 등 한-미 군사연습을 앞두고서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당혹감이 읽혀진다. 작년에 정부는 이 훈련을 앞두고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을 연습함은 물론이고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대비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핵·미사일 제거훈련도 실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지난 1월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은 “지상군 병력을 감축하면서 2개의 전쟁전략을 포기한다”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 규모는 10만~20만명 정도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69만명의 증원군을 전제로 한) 작전계획 5027이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미국의 전시증원군 전개 연습이라 할 수 있는 이 훈련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북한의 급변사태라는 상황 가정이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이 혼란과 위기로 가는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주변국들이 일제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주문하면서 상황은 안정되고 있다. 결국 군이 이제껏 이 훈련을 설명해온 논리적 명분과 타당성이 모두 반감된 채 오직 북한을 자극하는 형식적 훈련이 될 가능성이 커져버렸다. 

그러나 이 훈련이 그 직후부터 몰고 올 안보 부담의 크기는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 훈련이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인식한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게 되면 50개국 정상이 참여한다는 3월 말의 핵안보정상회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통상 6월께 개최되었던 이 정상회의가 3월 말로 시점이 결정된 것은 4월 총선을 의식한 현 정부가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상회의를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적 계산은 이 정부에 엉뚱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 불바다’와 같은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50개국 정상이 북한의 장사정포 코앞에 있는 영종도 공항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북한의 전자전 수준은 미국의 무인정찰기를 나포한 이란에 버금가는 제3세대를 넘어서고 있다. 언제든 영종도 공항은 그 사정거리 안에 있다. 그렇게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비핵화를 다루는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현 집권당에는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김종대 편집장남과 북은 모두 안보 불안이 최소화된 상황에서 각자 체제 안정과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3월에서 4월로 이어지는 한반도 정국은 정치적으로는 평온하지만 군사적으로는 수많은 암초가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는 아주 위험한 바다가 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겠다던 정부는 이 위험한 바다를 어떻게 항해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그저 계획된 훈련에 기계적으로 끌려가서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한의 볼모가 될 수도 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상호신뢰할 수 있는 조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김종대 편집장

2012년 1월 6일 금요일

"MB여, '종북(終北)주의'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6일자 기사 '"MB여, '종북(終北)주의'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라"'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한국의 선택

군비 삭감 시대에 접어든 미국의 새로운 군사 전략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군사비를 늘려온 미국은 최근 극심한 경제난과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최소 4500억 달러, 미 의회가 올해에 재정 적자 삭감안 합의에 실패하면 추가적으로 5000억 달러의 군사비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이는 대규모의 군비 지출을 전제로 했던 군사 전략의 수정이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과 군사동맹 관계에 있는 반면 북한과는 적대 관계에 있다.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한국에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미제 무기 수입,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 증액 등 주로 '돈'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다. 또한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이 더 많은 역할과 기여를 하고 지역적ㆍ세계적 역할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이명박 정부의 '한미 전략동맹'에 상당 부분 담겨 있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미동맹 사이에 대북 군사전략을 놓고 '엇박자'나 한국이 '독박'을 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신군사전략은 중국 견제와 봉쇄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한국에도 엄청난 전략적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우리가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예의주시하면서 현명한 대응책을 세워야 할 까닭들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신군사전략의 방향은?


작년 봄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에 의해 시작된 군사 전략 재검토는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챙길 정도로 중대 사안으로 부상했다. 오바마는 지난 9월 이후 6차례에 걸쳐 펜타곤 관리들과 전략 협의를 가진데 이어, 5일(현지시간)에는 펜타곤을 직접 방문해 '국방 전략 검토(Defense Strategy Review)'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과 나란히 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펜타곤 문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등장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새로운 군사전략의 방향은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과 야심을 줄이고 아시아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1월 4일자 는 새로운 군사 전략은 "중국과 같은 적대국들이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과 정밀 레이더를 사용하려는 시도를 극복할 수 있는 무기 체계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막대한 운영유지비가 소요되는 항공모함도 11척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의 신군사전략에서 주목할 것은 육군과 해병대 감축 방침이다. 펜타곤은 작년에 이미 2015년부터 2만7000명의 육군과 1만5000~2만 명의 해병대를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이 공식적으로 이라크 전쟁 종식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감축을 선언하면서 추가적인 감축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 국방부는 현재 57만명의 육군을 49만명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4일자 가 보도했다.

주목할 것은 감축 이유이다. 예산 절감은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사유는 군사 전략의 변화에 있다. 1990년대 이후 유지해온 '윈-윈 전략'을 사실상 폐기하고, 하나의 전쟁에서의 승리를 도모하는 한편, 다른 지역에서는 적대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와 봉쇄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엄청난 예산과 군대 투입이 불가피한 '대규모의 안정화 작전'을 더 이상 수행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는 "새로운 전략 문서는 육군과 해병대의 규모가 더 이상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대규모의 장기적인 안정화 작전을 수행할 필요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업무보고를 듣기 위해 통일부를 찾았다. ⓒ청와대

미국, '북한 안정화 작전' 꺼린다

바로 이 지점에 한국과 미국의 중대한 '엇박자'가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의 대북 군사전략의 핵심은 '북한 급변사태 대비'에 맞춰졌고, 그 핵심은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을 투입해 흡수통일을 달성한다는 데에 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개념계획'으로 있었던 '5029'를 작전계획 수준으로 격상한 것도 이러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대규모의 미군을 투입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보ㆍ탈취ㆍ파괴ㆍ유출 차단 등 제한적인 임무만 맡고 엄청난 인적ㆍ물적 피해가 불가피한 안정화 작전은 한국이 알아서 하라는 의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미국의 의도는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미국은 신속하게 대북감시태세(워치콘)와 대북방어태세(데프콘)를 격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권력 전환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하게 북한군을 자극해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급변사태'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흡수통일'이라는 몽상에 사로잡혀 '기다리기 전략'으로 일관해온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차기 정권을 꿈꾸는 정치인들도 이와 같은 변화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조차도 북한의 급변사태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대규모의 군사적 개입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를 이유로 외부 세력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분명해진다. 북한의 급변사태를 '통일의 호기'로 바라보면서 무력 흡수통일을 꿈꾸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위험천만한 것이라는 점이. 그래서 정신차려야 한다.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는 '종북(終北)주의'에서 깨어나,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맺어가야 하는가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비난은 김정일에게, 그러나 북한 주민들에겐 원조를"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비난은 김정일에게, 그러나 북한 주민들에겐 원조를"'을 퍼왔습니다.
[해외시각] '브래트 트래블' 북한편 저자 "북한은 '생존'의 귀재" 곽재훈 기자(번역)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 '브래트 트래블' 시리즈의 북한편 저자 로버트 월러비는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터넷판 기고에서 김정일의 사망은 역설적으로 북한과의 평화를 수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북한의 도발 등을 죽은 김정일의 탓으로 돌리고 새로운 북한 지도부와 원조‧무역을 통해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서방에 제언하면서 "지금은 김정일의 사망을 북한 역사상 가장 좋은 일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은 월러비의 글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19일 평양에서 북한 주민들이 고(故)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 앞에서 김 위원장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북한과의 평화를 수립할 때

북한의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의 죽음으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서방이 북한과의 평화를 수립함으로써 한반도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죽음은 북한과 (동북아) 역내에 많은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이 불바다가 되기보다는 평양이눈물바다가 되는 것만을 보게 될 것이다.

북한 내부의 분열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공개된 반정부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만 명이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탈출하고 있지만 북한에는 야당도 없고 '아랍의 봄' 같은 상황을 불러올 통신수단도 없다.

'경제 붕괴'에 대한 모든 논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사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된 한국‧미국과의 반(半) 전쟁상태, 외교적‧경제적 고립과 제재, 기근,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적 비난, 그리고 김일성 주석의 사망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북한이 가장 잘 하는 것은 '생존'이며 이는 20대인 김정은의 치하에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북한에 대한 어떤 분석에서도 간과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2400만 북한 주민이다. 서방에서 그들은 죽은 지도자를 숭배하며 노예 근성을 가진 세뇌된 기계로 자주묘사된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서방의 제재로 인해 더 심해진 기아나 연료 부족으로 사망한다 해도 우리(서방)는 별 불편함을 못 느낀다.

알려지기로 북한 정권은 미치광이의 영도 아래에서 정권의 생존을 첫 번째 목표로 놓고군대에 자원을 우선 배분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나 초강대국 미국과 평화 상태에 있지 않은 그들이 달리 뭘 하겠나?

따라서 서방은 (북한의) 목을 죄고 있는 제재와 위협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이 기회를 활용해 모든 과거에 대한 비난을 죽은 김정일과 그의 개인적인 기괴함(cult) 탓으로 돌리고 북한에 원조와 무역, 평화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정권 달래기'도 아니며 평화를 위해 위험한 무기나 핵에 대해 이미 존재하는 구조적 감시 협상을 포기해야 함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북한은 몇 년 동안 사실상 핵보유국이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큰일도 없었다. 그런 큰일은 특히 중국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북한의 원자로 폐쇄에 대해 경수로 기술과 중유를 제공하기로 한 북한과의 오래된 합의(제네바 기본합의)를 어겼을 때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재개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고 거짓말을 앞세워 중동을 침공하면서 북한의 핵폭탄 제조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공격적인 행동 앞에서 폭탄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미친 짓이다.

더 나쁜 것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 하면서 이뤘던 지난 수 년 간의 외교적‧경제적 진전이 이 핵 소동으로 인해 후퇴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한국의 김대중 정부는 미 클린턴 정부의 축복 하에 북한에 화해와 투자의 "햇볕정책"을 폈고 김정일은 이를 열성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때 평양의 핵 프로그램은 멈췄었다. 반미 선전선동도 중단됐고 북한과 유럽연합(EU), 영국 간에는 외교와 무역 관계가 맺어졌다. 가족을 넉넉히 먹이고 친구와 맥주잔을 기울이며 소풍을 가서 공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길 바랐던,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지만 어쩌다 변방의 이상한 나라에 태어났을 뿐인 (하지만 더 나이든 사람들은 김일성을 위해 울었을) 북한 주민들은 진정으로 평화의 새 시대가 싹터온다고 믿었다. 워싱턴의 네오콘들이 판을 깨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무력 대치와 위협 속에서도 한국 돈 수십억 원은 여전히 북한의 공단과관광시설에 투자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계가 엄중한 전선인 '비무장지대'의 일부는 지뢰가 제거됐고 탱크조차 지나가기 두려워했던 길을 관광버스가 가로질렀다. 또 하나의 희망은 평양을 거쳐가는 철도로 인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지난주, 북한과 미국의 당국자들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조건 없는 미국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논의하러 만났다. 이 협상에 '평화'를 더하고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가 이라크전을 끝냈듯 한국전을 끝내게 해야 한다.

앞선 전례들은 북한과 협력하는 것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원조와 무역은 적어도 고통받는 북한 민중들에게 구원이 될 것이다. 지금은 김정일의 죽음을 북한 역사상 가장 좋은 일로 만들어야 할 때다.



/곽재훈 기자(번역) 

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김정일 사망, MB는 김영삼 반면교사 삼아야


이글은 대자보 2011-12-19일자 기사 '김정일 사망, MB는 김영삼 반면교사 삼아야'를 퍼왔습니다.
[공희준의 일망타진]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과 북한 급변사태 대비해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내부적인 정치적 화두들에만 자폐적으로 몰두해왔음을 통렬하게 일깨워주었다. 특히 이른바 ‘생활정치 제일주의’에 광신적으로 매몰된 ‘축소지향형 정치집단’의 득세는 대한민국이 마치 북유럽 여러 나라들과 같은 안온하고 안전한 국제정치적 환경을 누리고 있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착시현상을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래로 남북관계는 심각한 퇴행을 거듭하였다. 김영삼 정권이 집권할 당시에 벌어졌던 상황과 놀라울 만큼 대단히 흡사하다. 더군다나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북한 핵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김영삼 정부 당시에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였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숨졌다. 김일성이 사망하자 한국 정부는 대책 없고 비이성적인 북한 붕괴론에만 매달리다가 한반도의 위기를 오히려 심화시켰다. 이명박 정권은 김영삼 정권의 전철을 답습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크다.

다행히도 그때는 김대중이라는 불세출의 거인이 한반도 정세가 전면적 파국으로 빠지지 않도록 튼튼한 안전판 역할을 훌륭하게 맡아주었다. 허나 현재는 무능하고 식견 짧은 김영삼의 후예들이 집권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들마저 장악하고 말았다. 문재인과 유시민의 대북관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그것에 가까울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그것에 가까울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정권 수뇌부가 가장 먼저 착수한 정책은 대북송금 특검 수용이었다. 역대 수구냉전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정권의 이익을 위해 남북관계를 거리낌 없이 희생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사상 최초의 남북정상 회담을 성사시키고, 남북관계의 발전에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한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정치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들마저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과 북한의 급변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하면서 당장의 인기와 지지율에 급급해 친노세력 식의 얄팍한 ‘내수용 정치’에만 몰입한다면 우리 민족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희망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외면하는 정치인과, 통일이 필요 없다고 믿는 무리가 진보진영의 미래와 개혁세력의 운명을 주도하는 엽기적인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민주당 재건의 길은 남북관계 정상화의 길에서 찾아야 한다. 민주당이 해체되었다고 평화롭고 정상적인 남북관계까지 덩달아 아예 완전히 해체당해야만 하겠는가? 
글쓴이는 정권탈환의 본진 누리집(http://soobok.or.kr/) 운영자입니다.

[사설]한반도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대응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9일자 사설 '[사설]한반도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대응해야'를 퍼왔습니다.
ㆍ김정일 사후 우리의 태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지난 17년간 절대권력으로 한반도의 반을 통치해온 최고 지도자가 수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영원히 떠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병을 앓고 있었지만 그의 사망 소식은 충격적이다. 갑작스러운 그의 사망으로 6자회담 재개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노력도 당분간 중단이 불가피해졌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반도에 커다란 격랑이 몰아칠 수도 있다. 우리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앞으로 발생할 상황들을 예측하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김 위원장의 공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핵 개발로 인해 북한이 세계적으로 더욱 고립되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이 피폐해지고 인권 상황이 나빠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여기에다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남북 대결 정책을 취했다. 반면 6·15 공동성명과 10·4 공동성명 등으로 남북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 전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김 위원장 사후 북한의 장래다. 현재 북한은 아버지 김 주석의 사망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 볼 때 김 주석의 사망 때는 후계자 문제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다. 김 위원장은 1970년대 초 후계자로 공식지명되어 김 주석의 생전에 사실상 북한을 다스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아들 김정은은 후계자로 지명된 지 불과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새 체제가 안정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또 북한의 경제 상황은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보다 훨씬 열악하다. 김 위원장이 경제개발을 독려해왔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북한의 외부 여건도 17년 전보다 녹록지 않다. 당시에는 북한 핵 문제가 북한과 미국의 회담으로 해법에 가닥이 잡힌 상태였다. 그리고 세계적 이슈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의 핵실험과 농축우라늄 개발로 북한 핵 문제는 세계적 문제가 됐으며, 북·미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해결의 접점을 찾기 힘들다. 북·미가 지난주 베이징 접촉에서 3차 양자대화에 합의했지만 북·미 관계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김 주석 사망 때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현재는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으로 남북이 극도로 대립하고 있다. 

북한이 어디로 갈지는 1차적으로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최대 관심사인 후계자 문제에 대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알리는 ‘보도전문’에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오늘의 난국을 이겨나가자고 밝혀 김정은이 후계자임을 분명히 했다. 권력 세습 과정이 짧았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권력 장악에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북한 체제가 당장 불안정한 국면에 빠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일 사후 북한의 가장 큰 변수는 경제난이다. 경제난이 지금보다 심각해질 경우 북한은 바람직하지 않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새로 북한을 이끌어 갈 김정은 체제가 정책의 초점을 경제난 극복에 맞출 개연성이 높다.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난으로 인한 내부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극단적인 세력이 군사적 모험을 자행할 개연성이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는 경제난에서 벗어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 조속히 체제를 안정시키고,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매진하길 기대한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는 또다시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우리의 대응방향에 따라 남북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도 있으며, 정반대로 화해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이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우리가 이 기회를 남북 화해의 계기로 삼으려면 기본방향을 ‘한반도 안정’에 두고 결단력 있게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반도 안정을 위해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정을 해칠 뿐이다. 김일성 사망 때 이미 경험한 바다. 설익은 대북 강경론에 정부가 끌려가면서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됐으며, 결국 그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가 짊어지고 말았다. 이미 국내에는 북한 체제 변화 운운하는 대북 강경론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이 점을 명심하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치권도 국내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삼가지 않으면 안된다.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이따금씩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접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북 억압정책과 전략 부재 탓이다. 정부는 북한의 안정이 바로 한반도의 안정이라고 인식하고 북한의 새로운 체제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 방법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남북관계 개선에 짐이 되고 있는 이른바 ‘5·24조치’ 등은 재검토 대상이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고 안정시키는 계기가 되려면 한반도 주변국가인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동참이 절대적이다. 북한은 김 주석 사망 이후에도 미국과의 접촉은 계속했다. 정부는 이들 국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지수가 높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끝으로 굳건한 안보태세가 한반도 안정에 필수적임은 새삼스럽게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말이나 행동을 앞세운 과도한 조치는 안보를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해칠 수 있다.

[사설] 한반도 안정이 최우선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19일자 사설 '[사설] 한반도 안정이 최우선이다'를 퍼왔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중병설이 나돌았지만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던 그의 급작스러운 사망은 충격적이다.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및 주변 정세 전반에도 심대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 발표와 동시에 후계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승계를 강조함으로써 체제 안정에 대한 의구심에 쐐기를 박았다. 북한이 이후 사태 전개를 제대로 통제하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순 없지만 권력 공백에 따른 급변사태가 바로 뒤따를 정도로 체제가 허약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럴수록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김 위원장의 사망과 그것이 불러일으킬 한반도 및 주변 정세 변동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에 비견될 만하다. 당시 북한은 현실 사회주의체제 붕괴 뒤 극도의 어려움에 봉착했고, 핵위기로 한반도는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었다. 이후 17년간 북을 통치해온 김 위원장은 경제위기와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 체제를 재건하고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건설도 받아들였다.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체제 존립을 위협한 미국 조지 부시 정권에 맞서 핵무기도 개발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해서 그가 약속한 강성대국은 인민을 먹여살리는 것조차 어려운 처지가 됐다.
정세변동의 정략적 이용 경계해야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상황은 어떤 면에선 김 주석 사망 때보다 더 열악하다. 지난해 공식화한 김정은 후계체제는 긴 세월 동안 권력승계 수업을 받은 김 위원장 때와는 달리 아직 굳어지지 못했고, 경제상황도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했으며, 대량 탈북 사태에서 보듯 체제 이완의 징후마저 뚜렷해졌다. 남북관계는 더 경색돼 있고, 주변 정세도 17년 전 못지않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북 체제의 불안정성은 그만큼 더 커졌다.
이런 긴박한 시기에 남북관계가 17년 전보다 더 경색돼 있다는 건 치명적이다. 현 정권 등장 이후 남북관계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거둔 성과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지난해의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엔 거의 전면적인 단절 속에서 긴장만 높아졌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까지 남쪽이 어떠한 이상징후도 포착하지 못한 현실이 이런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남쪽이 북의 정세 변동과 관련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이것이야말로 이런 긴박한 시기에 최대 위험요소일 수 있다. 북을 압박해서 굴복시키거나 체제 붕괴를 통한 흡수통합까지 염두에 둔 남쪽 강경론자들이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사실상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하며 위험한 것인지 다시 한번 보여준다.
우리는 당연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그들과 협의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극도로 제한돼 있는 이상, 상황을 우리가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가기 십상이다. 이 또한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내년의 총선과 대선까지 앞둔 우리의 유동적인 정치상황도 불안 재료다. 정권 차원에서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는 욕심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그랬다가는 자신들뿐 아니라 민족 전체에 치명적 손실을 가하는 심각한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 게다가 중국의 급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 속에 동아시아 정세가 근본적인 구조변동을 겪고 있고, 특히 내년은 이들 주요국의 정치 상황이 동시에 바뀔 수도 있는 권력교체기다. 이런 이행기에 안팎의 정치세력이 김 위원장 사망이 촉발할 정세 변동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장난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