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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4일 일요일

美 '립서비스'에 '왕따' 자초한 MB정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3-02일자 기사 ' 美 '립서비스'에 '왕따' 자초한 MB정부'를 퍼왔습니다.
美 '남북관계' 언급에 '한미공조' 과시하더니..북미 합의 '남북관계' 빠져


ⓒ뉴시스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을 나눈 후 브리핑을 갖고 있다.

#1 "북한이 한반도에서 더 나은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23일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한국과의 관계 개선도 중요한 이슈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데 의미를 두시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 한미 간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공조의 결과다."(24일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2"김계관 부상과 대화 시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미북관계의 근본적이고 완전한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했다"(25일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별대표)"남북관계의 개선 없이 미북관계도 본격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 남북관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 간 완벽한 인식의 일치가 있다"(25일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3"한국은 이번 비핵화 사전조치 협상을 하는 접근방식을 만드는 데 '공동설계자(co-architecs)'였다"(29일 미국 국무부 고위관계자)"이번 발표는 그간 우리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긴밀한 한미공조를 통해 구체화시켜왔던 방안들이 충실히 반영된 것이다."(29일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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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북미 고위급 회담(2월 23~24일)이 진행중이던 지난달 24일 오전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갑자기 "한미 간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공조의 결과"라면서 전날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게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발언한 대목을 소개했다.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의미를 두시고 보시면 좋을 것"이라며 이 부분을 강조했다. 

회담을 마치고 방한한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26일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김계관 부상에게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미북관계의 근본적이고 완전한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임성남 본부장은 같은 자리에서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 미북관계도 본격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공동기자회견은 정작 최대 관심사인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관련된 북미회담 결과에 대한 내용보다는 "남북관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한미 양국 간 완벽한 인식의 일치"를 과시하는 자리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데이비스 특별대표의 남북관계 언급이 립서비스 차원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북한과 미국이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3차 북미 고위급회담 합의 결과를 지난달 29일 같은 시간에 발표했다. 그러나 양측의 합의 내용에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보면 북한의 UEP '유예'와 IAEA사찰단 복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24만톤이 주요 내용이었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 내용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내용이었다. 양측의 발표 내용에는 한국(ROK), 혹은 '남조선'이라는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이 '무시'와 미국의 '묵인'하에 왕따를 당하는 모양새였다.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북미회담에서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해 계속 강조했지만, 북한의 호응은 없었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25일 방한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계관 부상이 구체적으로 남북대화를 갖겠다거나 하는 대답이 있었다고는 말 못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조문문제가 터진 뒤 국방위원회 성명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대신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확실한 '립서비스'를 제공했다. 

미국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29일 합의 내용 발표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전화회견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는 북한으로 하여금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여지(wedge)를 박탈시켰다", "앞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남북간의 실질적인 접촉을 통해 화해.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에게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이번 협상의 접근방식을 만드는 데 '공동설계자(co-architecs)'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북미간 의제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 한국의 개입 여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미국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29일 전화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라는 점을 꾸준하고 명확하게 밝혀 왔다"고 말한 대목에 비추어 보면 한국 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요구를 내걸기 보다는 미국이 관심을 두는 비핵화 이슈에 협조하는 선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관련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1일 기자들이 '북미 대화 과정에서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25일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말한 대로) 6자회담 재개 과정에서 남북대화 재개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그대로다"라며 "지금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6자회담 재개 국면에서 '왕따'가 된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조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봤다. 

중립 성향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미 합의가 발표된 직후 외교협회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이번 합의를 접하고 즉각 떠오른 포인트는 미국이 그동안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관계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워싱턴과 평양의 합의 발표 어디에도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취하는 비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6자회담 재개 과정에서 반드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정부가 6자회담 재개가 쉽게 되는 쪽으로 의사표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가 희망적 사고에 입각해 남북대화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홍 연구실장은 "미국은 6자회담 재개로 가려는 분위기인데 정부는 남.북 기싸움에 올인하고 있다"며 "한국이 영향력 아닌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우려했다.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한반도 운명, 앞으로 열흘에 달렸다


이글은 시사인 2012-02-13일자 기사 '한반도 운명, 앞으로 열흘에 달렸다'를 퍼왔습니다.
도 한반도 운명, 앞으로 열흘에 달렸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의 강경책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만 키워주는 등 내용적으로 파탄 났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면 바로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 2월 이후에는 한·미 군사훈련과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해빙인가, 아니면 이대로 끝낼 것인가. 이명박 정부 4년간 밑바닥을 헤매온 남북관계 운명을 판가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임기 1년 역시 이 상태로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 다음 정부에 누를 끼치지 않을 정도라도 관계를 복원’할 것인지 늦어도 2월이 가기 전에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2월을 넘기면, 물리적으로 어렵다. 큰 산이 두 개나 버티고 있다. 그 하나가 2월27일~3월9일로 잡힌 키리졸브 훈련과 3월 말 예정된 한·미 양국 해병대의 쌍룡훈련이다. 연례행사처럼 열려온 키리졸브 훈련은 그렇다 쳐도, 1989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이후 23년 만에 부활한 한·미 해병대의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은 자칫 심각해질 수 있다. 북한은 벌써부터 북침전쟁 연습계획이라 맹비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uter=Newsis 1월12일 김정은 북한 최고사령관(맨 오른쪽)이 평양 민속공원을 방문했다. 북한은 4월부터 경제개발에 몰두할 계획이다.

4월로 넘어가면 총선이 기다린다. 올해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 사회의 세력관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그 이전에 남북관계의 디딤돌을 놓는 데 실패하면 모든 게 이 정권의 손을 떠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 내 약 70%에 이르는 강경파들이 총선 결과를 보며 전략적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북관계를 다음 정권으로 미룬다는 뜻이다.

남북의 강경파는 서로 닮았다. 한쪽의 강경정책이 다른 쪽의 강경 대응을 불러온다. 지난 4년의 ‘강(强) 대 강(强)’의 대립은 이제 내용이나 명분 측면에서 파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많다. 더 이상 이를 지속하는 것은 허세에 불과할 뿐,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정권 초부터 대북 정책을 주도해온 남쪽의 강경파들은 북한 비핵화를 명분으로 모든 대북 지원과 경협을 끊어왔다. 남북의 첫 충돌로 기록될 사건이 바로 2008년 3월20일로 예정됐던 안변조선단지 실사단 파견 문제였다. 지난 10·4 합의 당시 대표적인 남북경협 사업이기도 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안변 조선단지 건설 예정지를 실사하기 위해 분단 이후 최초로 50여 명의 실사단이 동해 직항로를 따라 북한을 방문해 안변 앞바다를 시추하고 기후·풍향·암반 등 입지 조건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통일부 해체를 거론하는 분위기에서 입도 뻥긋하기 어려웠다. 

경협 중단이 북한 경제 자생력 키워

그러자 북한은 3월14일경 실사단을 안 보내면 남북관계가 파탄에 처할 것임을 경고했고, 3월26일 새벽개성공단의 남측 관리요원을 모두 추방해버렸다.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기업인 출신에다 건설·토목 전문가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를 통 크게 할 것이라고 보고해온 북한 내 대화파 28명이 모두 숙청당해버려 초장부터 강 대 강 대결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뒤에도 대화의 실마리를 이어가고자 하는 남북 간 대화 시도는 있어왔다. 2009년 10월 임태희 장관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사이의 싱가포르 회동, 뒤이은 11월 개성에서 있었던 통일부·국정원과 북측의 비밀회동, 그리고 지난해 1월 김숙 국정원 차장의 평양 방문과 5월9일 중국에서의 남북 비밀 접촉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네 번의 비밀 접촉 모두 합의하고 돌아서면 강온파 다툼과 언론 플레이, 이명박 대통령의 일관성 없는 태도 등으로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현인택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류우익 장관이 유연한 자세로 북한과 채널을 열어가려 할 때도 정권 주변의 강경파들의 견제로 곤욕을 겪었고, 이 대통령에게 “전권을 주든지 아니면 그만두든지 하겠다”라고 최후통첩을 하고 난 뒤에야 겨우 남북관계는 통일부가 전담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한다. 그러나 여전히 견제의 손길은 만만치 않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김정은이 권좌에 오르면서 국내외 실질적인 사업은 장성택을 비롯한 7인 집단지도체제의 협의하에 처리되는 구조이나, 김정은을 보좌하는 군과 보위부의 견제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대남관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뉴시스 1월9일 류우익 통일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남북 경협기업 대표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4년간 지속돼온 양측의 강 대 강 대립이 이제 내용적으로 파탄 났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 내 강경파들은 ‘대북 지원을 끊으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해왔는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들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측에 호의적이었던 북한 민심이 적대적으로 돌아선 마당에 통일 운운하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말로는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이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는 것인지 정책적으로 전혀 입증된 바가 없다. 

북한에 대한 쌀·비료 지원이나 금강산 관광자금, 그리고 대북 경협을 중단했지만 약화된 것은 남쪽의 대북 영향력과 북한의 대남 의존성일 뿐이고, 오히려 중국의 대북 영향력만 키워주는 바보 같은 짓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이제 보편화돼 있다. 

또한 북한 체제의 자생성이 강화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요즘 강성국가 진입의 상징으로 연일 강조하는  ‘함남의 불길’ 핵심 사업이 흥남 비료공장의 현대화이다. 그 내용은 바로 남쪽에 그동안 의존해온 쌀, 비료를 대체하기 위해 흥남 비료공장의 비료 생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이 시작된 시점이 이명박 정부 들어 쌀 비료 지원이 중단되면서부터였다는 점에서 그 배경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앞으로 ‘더 이상 남쪽에 손을 벌리지 않을 정도로 식량 생산을 늘리는 것’이 결국 이 사업의 목표인 셈이다. 

30만kW에 이르는 희천 수력발전소 건설이나 평양의 화력발전소 개보수, 그리고 중국으로부터의 화력발전소 지원 등으로 이루어지는 전력 확충 사업과 평양의 10만 호 건설 계획 등도 우여곡절은 겪었으나 완공 단계에 진입하는 등 의식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상당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경파들 주장대로 압박을 통해 북한 경제가 악화되기는커녕, 자동차와 휴대전화 판매량 급증에서도 드러나듯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많다. 결국 이들의 대북 인식이 순 엉터리였을 뿐 아니라 우리의 손발만 자해한 수준의 정책에 불과했다는 점이 입증됐다.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 강경파들의 태도 역시 감정적으로 후련할지 모르나 무모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아무것도 안 해버리면 내년 새 정권 들어 장관 임명하고 청문회 거치는 기간 등을 합쳐 최소한 1년6개월에서 2년간은 공백이 계속 이어진다는 소리다. 올해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을 계기로 강성국가 진입을 선언한 직후부터 경제개발에 몰두하려는 북한의 내부 계획과 상충이 벌어진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부터 올해 4월을 계기로 경제개발을 위한 지역 특화전략에 돌입할 계획을 추진해왔다고 한다. 나진·선봉·신의주는 주로 중국과 손을 잡고 물류 및 원유 정제 사업, 그리고 경공업 단지 등에 치중하고, 김책의 제철사업과 원산·청진의 조선사업, 그리고 남포의 전자단지 육성 등 주로 중화학공업 분야 발전에 치중한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남한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에는 3년간 문을 닫아걸어도 괜찮았지만, 이제는 경제 규모가 커져서 불가능하다. 중화학공업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해외파들이나 경제 담당자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지금이라도 남북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당장에라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업은 얼마든지 있다. 자원 개발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으나 정권 끝날 때까지 사기만 당해왔지 제대로 된 실적은 하나도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북한대로 6·15 선언에서 북한 자원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해 이용한다고 명시해놓고 있어서 그 자체로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사업인 셈이다. 더구나 지금 판로가 중국으로만 좁혀져 있다보니 중국이 이를  헐값으로 후려쳐도 달리 방법이 없다. 앞으로 자원 수출을 다각화하려면 도로와 항만 등의 개발이 필수적인데, 남쪽 협력 없이는 어렵다.  

사실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한 5·24 조치는 이미 수명이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진실 규명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해도 천안함의 해법은 공론화만 안 되었지 그동안의 비밀 접촉에서 다 나왔다. 최소한 5·24 이전에 추진했던 경협 사업이라도 지금 당장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류우익 장관에 대한 북한의 의구심이 바로 인도적 지원만 하면서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경협 사업에 대한 해금 조치는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북한에 투자한 기업인들의 현지 실태 조사 방문은 하루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대화채널 구축 시급


ⓒ뉴시스 지난해 열린 키리졸브 훈련. 올해도 2월 말부터 두 차례 한·미 합동훈련이 예정돼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6·15 공동선언과 연관된 식량 및 비료 지원, 그리고 10·4 선언에서 언급된 대북 협력 사업에서도 일정한 성의 표시를 못할 이유가 없다. 북측은 쌀·비료 지원에 대해 당장 남측의 성의가 느껴지는 상징적 수준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4 합의에 대해서도 앞에서 언급된 안변 조선단지나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에 대한 실사단 파견 등의 조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함께 등장한 것이 조문 문제이다. 과거 북한이 현충원을 참배하고, 김대중 대통령 장례식에 조문했던 전례를 참고하면 어렵지 않은 문제이다. 

올해 안에 뭔가를 할 생각이라면 당장 서둘러야 한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2월호 기고문에서 지적한 대로 늦어도 키리졸브 훈련이 열리는 2월 말 전에 남북 간 대화 채널이 구축되어야 한다. 3월 한·미 군사훈련으로 불필요하게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고, 관계 복원의 징검다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시간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 생일인 2월16일에서 키리졸브가 시작되는 2월27일까지는 약 10일간이다. 그 기간에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명운이 달려 있다.

2012년 1월 3일 화요일

[사설] ‘희망’을 느낄 수 없는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02일자 시설 '[사설] ‘희망’을 느낄 수 없는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발표한 신년연설은 주로 임기말 국정의 ‘안정적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잇따른 실정으로 힘이 빠진 이 대통령의 처지를 반영한 듯 평소의 엉뚱한 자신감이나 독선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가슴에 와닿는 진정성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는 연설이었다. 사과는 두루뭉술했고, 성찰은 미흡했으며, 국정운영의 변화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과 친인척, 측근 비리 문제에 대한 사과의 표시였으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시늉뿐인 사과였다. 용어 선택부터 ‘사과’나 ‘사죄’라는 말 대신 ‘송구’라는 우회적 표현을 사용했다. 내곡동 사저 문제를 비롯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에 비춰보면 이 정도 표현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이 놀랍다.
사실 이 대통령이 지금 사과해야 할 대상은 측근비리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올해 신년연설에서는 지난 4년간의 실정에 대한 총체적인 사과가 있어야 마땅했다. 민주주의의 후퇴, 인권의 실종, 민생경제의 파탄, 남북관계의 후퇴 등 전방위에 걸친 국정실패를 통렬히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국정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각오 표명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헛된 바람일 뿐임을 신년연설은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 제목은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과연 국민 중 몇 사람이나 희망을 느꼈을지는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일자리, 청년실업 해결 등을 약속했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되풀이되는 화려한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 ‘물가 3% 초반 억제’ 약속만 해도 이미 기획재정부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2%로 내놓은 것을 재탕했다. 남북관계에서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언급하지 않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다. 하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새롭게 전개되는 한반도 상황에 대응해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려는 적극적인 의지나 전략은 엿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위기’만 있고 ‘희망’은 느껴지지 않는 신년연설이다.

대통령감


이글은 대자보 2012-01-03일 기사 '대통령감'을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역대 대통령의 실패를 거울로 삼는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해

새해는 4월 총선, 12월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의 해다. 하지만 정치권이 불신의 안개에 갇혀 시계가 0이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을 통한 불통정치-강압통치가 부메랑을 부르고 말았다. 권력누수를 가속화시켜 집권당 실종상태를 낳았다. 노무현 심판론이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지만 MB가 대권주자의 반면교사로 떠올랐다. 안철수 증후군이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찾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 낸 현상이다. 그는 창당, 강남 출마를 부인했지만 대권도전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고 있다. 그 까닭에 그는 대선가도에서 상수로 존재한다. 

차기 대통령은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북한이 경제난-식량난으로 붕괴되리라 믿는 모양인데 국가해체란 쉽지 않다. 1980년 미국을 향한 인간의 물결이 바다를 덮었을 때 쿠바가 곧 무너질 듯했다. 그 때 탈출이 무려 12만5,000명의 행렬로 이어졌다. 1994년 또 다시 뗏목에 목숨을 건 죽음의 항해가 일어났다. 그 쿠바가 아직도 건재하다. 1971~1973년 에티오피아에서는 기근으로 150만명이 아사했다. 1980년대 중반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에 가뭄이 들어 1억5,000만명이 기아선상에서 헤맸다. 그러나 국가해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1989년 독일의 통일은 동독주민이 선택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악화됐다. 적대관계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오히려 핵개발에 집착하도록 만든다. 남북간의 화해-공존이야말로 비핵화를 유도하는 길이다.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자원-인력을 결합하면 상호이익이다. 또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장차 통일비용을 줄인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것은 북한의 중국경제권 편입을 의미한다. 중국은 이미 나진-선봉 개발을 통해 동해로 진출할 채비를 서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사회 통합적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한국사회는 지역-계층-이념-세대간의 갈등과 반목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중산층이 급속하게 붕괴되면서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정리해고제 도입, 비정규직 양산으로 양극화가 더욱 벌어졌는데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침탈함으로써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다. 재벌의 약탈적 영역확장으로 중소기업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환율을 골간으로 하는 친재벌정책에 따라 부의 편재가 더욱 심화되었다. 새해 1,000조원을 돌파할 가계부채가 그것을 말한다. 

이명박 정권을 옹위하는 극우세력이 가치중립적 사안도 이념으로 재단한다. 정치적 반대자-비판자를 무조건 종북세력으로 공격함으로써 극단적 이념대립을 연출하고 있다. 수도권의 20~30대는 아버지 출신지역을 따지지 않을 만큼 지역감정이 많이 해소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대 투표성향이 그것을 확인했다. 디지털기술 발달에 따른 정보격차로 세대간의 대립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 세대는 인터넷, SNS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여 소통하고 있으나 아날로그 세대는 소외되어 그것이 갈등요인으로 작용한다. 

차기 대통령은 서민 삶의 아픔을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 전세난, 실업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정책적 접근이 가능하다. 조기퇴직으로 아버지가 실업자인데 대학 나온 아들, 딸도 실업자이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전세난으로 해마다 더 싼 셋방을 찾아 헤맨다. 그 고통을 알아야 한다는 소리다. 출산율 저하는 국가적 과제다. 근본원인은 사교육비의 과중한 부담이다. 보통 사람은 월급의 절반 이상을 교육비로 지출한다. 버거운 출산-육아비에 교육비마저 벅차니 누가 자식을 낳으려 하겠는가? 그런데 엉터리 교육정책이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보편적 교육을 골간으로 하는 교육혁명을 단행할 인물이 나와야 한다. 현재의 교육정책은 국민을 하층민으로 만드는 빈민화정책이다. 

공적영역의 가치를 지킬 인물이어야 한다. 노령화사회를 넘어 노령사회로 진입할 단계다. 이제 과중한 의료비 부담이 국민적 과제로 다가왔다. 그런데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통해 국민건강보험의 공영제를 해체하려는 불순한 시도가 그치지 않는다. 국민은 보편적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전력, 수도, 도로, 공항 등 공적영역을 민영화하려는 시도 또한 차단해야 한다. 민영화는 사영화(privatization)를 의미한다. 국민에게 무차별적 혜택을 제공해야 할 공적영역이 특정-독점자본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대통령의 실패를 거울로 삼는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

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MB, 지금이 남북관계 돌파구 만들 기회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MB, 지금이 남북관계 돌파구 만들 기회다"'를 퍼왔습니다'
[전문가 좌담] "김정일 만났던 박근혜가 조의 표명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후계자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북한과 주변국들의 관계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은 19일 북한 및 남북관계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김창수 전 청와대 행정관의 긴급 좌담회를 열고 김정일 사망 이후의 정세 전망과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짚어봐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한 이번 대담에서 패널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에서 급격한 변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적으며, 한국 정부는 오히려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이날 좌담회 전문.


▲ 김정일 사망을 특별방송으로 보도한 북한 <조선중앙TV> 방송화면

"52시간 조용했던 북한, 위기관리 체제 정상 작동 증명"

프레시안 :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는 하루 뒤 발표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틀이 지나 알려졌다. 52시간의 공백 동안 북한의 움직임은 어땠을까.

김창수 : 현재까지의 언론 보도를 보면 그 동안 북한은 내부 체제 단속을 위한 점검 시스템을 만들고 김정일의 사인을 밝히는 후속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52시간의 공백은 오히려 북한의 위기관리 체제가 잘 작동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정일 사망 이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고, 관련된 정보가 잘 통제되는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근식 : 그 사이에 당이나 국방위원회, 군의 엘리트들이 대책을 논의했을 텐데, 가장 큰이슈는 김정은 후계체제로의 순탄한 이행, 그를 중심으로한 권력 이양, 주민 동의나 대외 특이동향 점검 등이었을 것이다. 52시간 동안 의견 조율이 합의되고 끝난 상황에서 사망 소식이 발표됐기 때문에, 큰 사건이었지만 초동 대응은 잘 했다고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그동안 중국, 러시아와 조율에 들어가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암묵적으로 이끌어내는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대외적 지지를 얻고 대내으로 권력이양을 순탄한 진행했다는 자신감을 확보한 측면이 있다. 반대로 52시간 동안 남쪽은 몰랐다는 것은 굉장한 문제점으로 보여진다.

프레시안 :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 측에 사전 통보가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가?

김창수 : 단정하긴 힘들지만 현재 북중관계를 고려할 때 52시간 동안 북한의 위기관리 체계가 작동됐다면 중국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망 직후가 아니더라도 발표 전에 긴급조치를 발표하겠다 정도는 통지됐을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 94년 김일성 사망 시에는 남측에 사전 통보가 왔었나?

김근식 : 당시도 남북이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 핵문제로 긴박한 상황이었고 2000년 정상회담을 한 이후에나 화해협력이 돼 조문단이 오고갔다. 따라서 94년 당시 상황상 사전 통보는 무리였고, 다만 남측 정보당국은 알고 있었을 수 있다. 두 차례 정상회담 이후 많은 사람이 오고가고 북측에 개성공단까지 있는 현재 상황에서 눈치 못 챈 건 국정원 등 정보라인이 북한에 대해 장님이 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김창수 : 다른 시각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의 유고 동향은 우리 안보에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온갖 촉수를 세우고 있는 건 분명한데 정보를 세세히 얻을 수 있느냐는 달리 봐야 한다. 예전 관례를 보면 김정일이 80일 동안 안 나타난 적도 있었고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를 경우도 많았다. 며칠씩 안 나타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우리 측이 항상 즉각 파악한 건 아니었다.

이번에 특별방송을 하겠다고 발표할때까지도 몰랐는데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예를 들어 핵문제 관련 발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긴급방송을 사전 예고할 때도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 식이라고 예측했을 수 있다. 또 한미 정보당국이 그 동안 김정일의 건강상태에 대해 대체적으로 4~5년 생존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 못한데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망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 가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정보능력 부족이 대통령의 행보에까지 영향을 미친데 대해서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일부 보도에는 타살설, 테러설, 정변설까지 나오는데.

김창수 : 북한의 발표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볼 수는 있다. 개인적으로 북한의 발표는 사실이라 본다. 김정일이 건강 이상으로 사망했을 것이라 보는데, 그간 건강 이상설에 대해 많이 확인된 부분이 있었고, 김정일 사망 원인이 만약 건강 이상이 아닌 다른 요인이라면 52시간 동안 소식이 잘 관리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또 우리나 미국 정보당국이 그것을 모를 수 없었을 것이다.

"외국 조문 안 받기로 한 것, 94년 조문 논란 영향 미친 듯"

프레시안 : 북한은 외국의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김일성 사망 당시에도 같은 입장이었나?

김창수 : 당시에는 그런 언급이 없었고 통상적인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 안 받겠다는 것은 김일성 이후 발생했던 조문 파동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한다. 그때처럼 김정일 사망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사망 자체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확산되는 것을막기 위해서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도 한 시름 덜어주는 측면도 있다.

한편으로 중국에 사전에 알려줬다는 가정 하에 생각해보면, 중국 측의 조문단을 비공식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체제 안착 과정에서 북중이 서로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도 김정은 체제의 안착이 필요하고 북한도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북중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징표 측면에서라도 받을 확률이 있다. 당장은 공개하지 않겠지만 정치적 필요에 따라 추후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본다.

김근식 : 조문단 안 받겠다는 게 특이한 사안인 것은 맞다. 정상적이라면 조문단 왕래는 다양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외교의 장이다.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호상(好喪)이 아니기 때문인듯 하다. 김일성 사망도 급작스러웠지만 83세로 장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70세도 채우지 못했다. 두 번째로, 국가영도자의 죽음을 맞은 북한의 분위기가 94년과 비교했을 때 사뭇 차분한 분위기다. 당시처럼 애도의 물결이 넘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이들은 체제의 취약성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조문단의 방문을 거절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창수 : 조문단을 받으면 평양에 가서 북한의 통제를 벗어나 사회 곳곳를 뒤지는 게 아니다. 취약성이 노출되지 않는다. 조문단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제한된 사절단이라 그런 분석과는 큰 관련이 없다. 가령 북한이 아리랑 공연을 할 때 관광객들을 많이 받았고 관광객들은 조문단보다 훨씬 많은 곳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체제 취약성론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프레시안 :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9월 뇌졸중으로 한번 쓰러졌는데 그때야 말로 김정일이 곧 사망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고 현재는 회복됐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었는데.

김근식 : 잘못된 진단을 내린건 아니고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당시 대통령 주치의가 김정일을 장시간 관찰한 결과 직무수행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国) 국무위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방북했다. 현정은 회장도 4시간 동안 김정일을 만났다. 위키리크스가 김정일이 지난해 줄담배를 피웠다는 외교전문도 공개했다.

김정일의 최근 몇 년간 대외 활동과 올해 중국·러시아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가 회담을 한 것을 보면 업무 수행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갑자기 사망한 것은 기차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했고 응급처지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프레시안 : 김일성은 1945년부터 1994년까지 49년간, 김정일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을 통치했다.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로 치면 거의 40년이다. 84년 생인 김정은은 2010년 후계자로 지명됐는데 김정일이 없는 북한은 이제 어디로 갈까?


▲ 김근식 경남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근식 : 김정은 후계체제가 안착하기 전에 유고사태를 맞이해서 북한의 불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사망 초기 이틀 동안 큰 동요 없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권력 이양이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김정은의 위치와 리더십, 카리스마, 정치적 정당성의 정도는 1994년의 김정일보다 약하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은 20년 넘게 후계자 준비를 해 왔다. 전반적 영역에서 경험을 쌓아 당의 리더십을 장악했고 1991년 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하면서 군 통제권도 확보한 상황이었다.

김정은은 짧게 보면 작년 9월부터 채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그것도 김정일의 후광을 업고 현지지도를 다녔다. 내년에 강성국가를 만들어 가야하는데 김정일이 사라진 공백기에 김정은이 경제 차원에서 주민들을 독려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북핵 문제도 북미협상은 재개되겠지만 최고지도자가 결정을 내릴 시점이 있다.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UEP)을 어떻게 할 것이냐 평화협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백날 강석주, 김계관이 해봤자 결국엔 김정일이 결정해주는 건데 이제 구심점이 없어지면면서 결정은 미뤄지고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

프레시안 : 협상파과 강경파가 대결할 때 중재 역할로서 리더십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김근식 : 김정은의 후견 그룹이 당내 엘리트를 얼마나 장악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이끌고 선두에 서서 선전할 수 있으냐를 보면 취약하다. 둘째, 정치 엘리트 내부의 갈등이다. 작년 9.28 당대회 이후 뜨는 별이 있고 지는 별이 있었다. 뜨는 별로는 리용호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최룡해 당비서가 급부상했고, 지는 별로는 김영춘 정치국위원, 오극렬 정치국 후보위원 등이 있다. 장의위원회도 '지는 엘리트'의 순번은 뒤다. 이 엘리트 사이의 알력을 김정은이 잘 조절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갔을 때 내부적 불안정성은 취약하지 않을까 싶다.

김창수 : 첨언하자면 김정일 체제는 후계 체제에 대한 개념과 논리를 만들고 실제 시스템을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성립도 되지 않았던 후계체제 논리를 만들어 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 이후 후계자로 등극했다.

김정은 후계체제가 나오기 전에 북한 연구자 사이에 벌어진 논란은 과연 3대 세습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세습, 집단지도체제, 과도 체제에서 3대 세습으로 가는 이론이 각각 제기됐다. 이제 3대 세습으로 간 상황이라면 후계체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던 당시 분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후계체제를 정당화하는 개념과 논리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이를 바꾸고 집단지도체제로 가려면 또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해서 결국은 3대 세습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당시 주장이었는데 현재를 보면 맞아떨어진 셈이다. 또한 김정일이 후계체제에 대한 개념부터 시스템까지 만들었자면 김정은은 이미 만들어진 상태에서 올라타는 방식으로 가기 때문에 선대와 달리 압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미 최근 몇 년간 김정은 체제의 틀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틀 자체는 유지가 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의 이념 갈등처럼 정치 중심 노선과 경제개발·실용주의 사이의 갈등이 북한 내에도 있어왔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국가영도자의 역할을 김정은이 어느 정도로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프레시안 : 1994년 당시 김정일이 김일성의 3년상을 치르면서 대외관계를 동결시켰는데 앞으로도 북한이 수세적으로 갈 것인지 궁금하다.

김근식 :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이 확고한 역량과 리더십, 정책적 경륜을 100% 습득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상당 기간 테크노크라트에게 결정을 위임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강석주, 대남정책은 김양건, 경제는 최영림 등 각 영역에서 김정은보다 전문 역량이 있는 이들에게 위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김정일이 결심한 바에 따라 움직이던 이들이라 자신들이 결정한 적이 없어서 과거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이러한 배경 하에 테크노크라트와 김정은 모두 과감하게 결정을 못해 미뤄질 가능성이다. 실기(失機)하는 것이다. 앞으로 북미협상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렇게 흘러가면 북한도 대외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내적으로 통치의 정당성 강화에 집중하면서 대외정책은 김정일이 공언한 정도를 지켜내는 수준에서 상황을 보자는 정도로 갈 수 있다.

▲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프레시안(최형락) 김창수 : 현 시점에서 북한의 대외관계는 북미관계,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남북관계가 있다. 김일성 사망 당시 북한이 결과적으로 수세적이었지만 주목할 점은 대미 관계에 있어 그해 10월 제네바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협상 타결을 위한 실무접촉은 유지된 셈이다. 당시 대남 관계는 단절됐는데 이는 수세적 태도도 있었지만 조문 파동을 불러일으킨 남측 정부와 관계개선을 원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앞으로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유지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올해 1월 후진타오(胡錦濤 )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다. 당시 두 정상은 남북대화 유지 및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하기로 했는데 결실을 맺지 못했다. 최근 몇 차례 북미접촉 통해 UEP 동결 합의와 영양 지원까지 합의된 것은 그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는 내년이 국제사회에서 모든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 행사하는 국가들의 리더십 교체기라는 점인데, 그 시기에 북한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 것인가에 있다. 현재로서 그 가능성은 유동적이다. 북한이 현재의 수준은 유지해도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 어떤 것을 만들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프레시안 : 국내 언론들은 김정은의 리더십이 약하면 군부가 들고 일어날 수도 있고 탈북자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김근식 : 군부가 최고지도자에 저항하는 것은 북한의 수령제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군부가 따로 독립해 국방위원장이나 최고사령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방위원회의 정치국 상무위원 등은 사실 당 사람이면서 군에 가있기 때문에 군이 자기의 당과 분리된, 후보자와 분리된 이해관계 때문에 후계 체제에 저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김정일이 후게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형식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9년 헌법을 개정해 국방위의 권한을 강화하고 국방위원장을 영도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최고인민위원회에서 김정은, 리용호, 최룡해 등은 국방위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장의위원회 명단을 봐도 당, 정치국 인사들이 전면에 섰고 국방위 위원들은 뒤로 밀렸다. 국방위를 중심으로 통치하기엔 김정은이 아직 맡고 있는 직함이 없어서 배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 : 북한의 기본 권력구조상 군부가 최후까지 체제를 유지하는 수호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재 체제에서 이탈하리라는 발상은 북한 연구자 입장에선 타당성이 없다.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군이 모든 결정과정에서 우위에 있던게 오히려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봐야 한다. 최근에 이러한 경향이 정상화됐고 이는 김정일을 호칭할 때 당 명칭을 앞세우고 군 직함을 뒤로 빼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미국과 중국의 향후 움직임은?

프레시안 : 중국·미국의 향후 움직임은 어떻게 될까? 는 오늘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경고했는데.

김근식 : 중국은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명했고 94년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김일성 사망에 애도를 표명한 것처럼 미국도 유사하게 갈 것이다. 중요한 점은 지난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통제할 수 없는 군사적 긴장은 피하자고 합의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과의 협상을 진전시켜서 미국이 다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야 북한의 불안정성을 완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에 정치적 급변이나 소요사태는 중국과 미국 둘 다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 :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에 미국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내년에 미국도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북한과 적극적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이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때문에 적극적이지도, 악화되지도 않은 현상 유지 국면이 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정부의 반응도 호들갑보다는 냉철하게 관찰하는 편에 가깝다. 미국은 지금까지 유지해온 대화를 좀 더 시간을 두고 추진하지 않을까 한다. 중국 역시 변방에서의 불확실성을 원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미국의 대북 접근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라는 의견과 현상 유지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각각 나왔는데, 극소수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을 무너트리길 기대하기도 한다.

김근식 : 중국이 있어서 쉽지 않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북중관계가 전략적 협력관계로 격상된 상황에서는 어렵다. 미국이 그렇게 나오려면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최고조에 달해 방아쇠를 당기면 터진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다. 군사적 임계점이 와야 현실화될 것이다.

김창수 : 미국이 동북아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대중정책이다. 한국의 일부 세력은 미국이 압박하고 군사조치를 강화하는 게 희망상황일 수 있지만 대중정책 추구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 압박이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그런 압박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북중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만을 독립적 변수로 놓고 압박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한국 정부, 조문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 이날 좌담회를 진행한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결국은 한국의 대응이 미국, 중국이 나아갈 방향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인데, 일단 민주당에서는 조의를 표명했고 통합진보당도 애도를 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조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김근식 : 가장 중요한 건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다. 김정일이 사망한 오늘은 일단 통상적인 국가안전보장회의, 군 공무원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남북관계가 4년 동안 중단되고 교착되는 것을 반복해왔는데 김정일 사망으로 이를 돌파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삼을 창조적인 지혜가 이 대통령에게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당시 남북관계의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도 김양건이 조문단으로 왔다. 그래서 이 대통령을 만나고 나중에 정상회담 합의까지 갔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지도자가 사망했을 때 그 시점에서 돌파구가 마련되는 게 역사적 현실이었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관리할 독자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 오히려 이번이 기회다.

프레시안 : 적어도 차분하게라도 조의를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는 것인가.

김근식 : 조문단을 받지 않으니 조의나 유감 표명도 할 수 있고 조전을 보낼 수 도 있다. 통일부나 현대아산 명의 등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를 위해 북한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겠다는 신뢰의 시그널을 보내면 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내년 핵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했었고, 기자회견 때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전직 두 대통령이 각각 만나 합의를 도출했던 상대다. 94년 상황과는 다르다. 그 동안의 남북관계 개선 상황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표명으로 신뢰 개선이 가능하다.

김창수 : 정부는 우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지금은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평상시에 수습될 수 있는 남북 간의 사건도 수습되지 않는 상황으로 발전, 확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철저히 위기관리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북한 상황을 냉철하게 주시하고 북한의 상황이 남한으로 확산되는 걸 막아야 하는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둘째로 국민들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남북관계의 위험으로 번지는 것을 염려하는데, 오늘도 주가가 요동을 쳤다. 과거 남북관계에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주가가 하락했다 반등하면서 '큰손'들만 이익을 챙기곤 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데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의 장기화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상황을 잘 관리해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조문도 이 원칙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남북간의 상황도 악화되지 않고 내부적으로 국론이 요동쳐서도 안된다면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정부가 의젓한 태도로 조의를 표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프레시안 : 조의 표명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호기하고 했는데 국내 정치만 보면 상당히 답답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근식 :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사이에 대결 구도가 생기기 전에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정리해줘야 한다. 이를 미루면 진보 진영에서 조문 얘기가 자연스레 나올 것이고 보수 진영에서 반발하면서 김정일의 악행을 보수 언론들이 싣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남남갈등이 격화되면 여야 싸움이 되고 정쟁화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국내 정치권이 김정일 사망을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로 보는 게 아니라 김정일 사망이 국내 정치 파동의 근원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김정일과 만난 인연도 있고 하니 조의 표명을 하는 수준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하기 어렵다면, 박근혜로서는 이 대통령과 선을 그을 필요도 있고 비대위원장으로서 쇄신과 혁신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말 한마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정부 차원에서 힘들다면 박근혜로도 괜찮다는 것인가.

김근식 : 이명박 정부는 지난 4년간 북한에 해온 일이 있어서 그런 기조를 떠나기 힘들 수 있다. 그런 기조를 버리길 바라지만 박근혜가 정당 자격에서 평범하게 조의나 유감을 표명하고, 한반도가 이 일을 계기로 평화롭게 갔으면 한다는 원칙적인 말을 할 수 있다.

김창수 : 우리 사회가 다원주의 사회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놓고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건 다양하다. 하지만 양극단에서 충돌하는 상황으로 가서 그 극단이 중간의 여러 세력을 대표하는 방식으로 여론이 잘못 형성되면 문제다.

그렇기에 이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기준점을 잡을 필요가 있다. 북한이 외국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겐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조문단 문제가 논란의 화약고가 될 수 있었는데 안 받겠다고 하니 극단적 논쟁으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은 예방됐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수준에서 표명했으면 한다.

프레시안 : 김정일 사망이 일종의 '북풍'이고, 결국 박근혜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은연 중에 나오고 있다.

김근식 : 민주당도 비대위를 구성했는데 과거 김대중 대통령 서거시 조문단이 왔으니 우리도 가야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조의 표명 문제는 정부에 맡기고 당은 북한의 안정성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남한에서 화약고 될 수 있는 문제를 치고나갈 필요는 없다.

김창수 : 내년 선거 국면에서 한반도 통일 이슈가 최대 이슈로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전까지 복지 문제나 양극화 문제, 사회정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였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정책이 망가진 상황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상 의무를 할 수 있겠느냐 정도였다.

이제는 김정일 사망 이후 종합적인 큰 틀에서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불확실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의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이슈가 등장할 것이다. 또 최근 약화되어가던 흑색선전이 선거 국면에서 검증을 빌미로한 네거티브 선거로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각자가 김정일 사망을 보고 느끼는 소회는.

김근식 : 오늘 뉴스를 보고 여러 생각이 났다.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하고 김정일이 최고지도자가 됐는데 아버지로부터 부채만 떠안아 어려운 시기를 겪다 해결을 못하고 사망했다. 17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해보려고 했던 일도 부시 행정부나 남북관계 경색 등 국제환경이 맞지 않았다.

북한을 정상화하고 개혁·개방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와 좌절을 겪었고 2012년 김일성 100주년을 계기로 강성국가를 만들어보겠다고 했지만 새해를 한 달로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문턱도 못 넘은 셈이 됐다. 17년 동안 하루도 편한 잠을 못자던 시기였을 것이다. 죽고 나서도 후계자에게 더 큰 숙제와 부채를 넘겨주고 갔다. 한반도의 안타까운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창수 :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백낙청 선생이 말한 분단체제론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남한과 북한은 독립된 구조에 놓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든 경제든 북한과 남한은 체제 차원에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충격으로 작용하면서 경제, 안보 불안으로 작용하듯 앞으로도 북한의 안정이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한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북한의 체제가 현재 상황을 안정적으로 극복해 나야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현재 북한 상황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을 부추겨 원하는 상황으로 진단하고픈 마음을 접고 냉철하게 북한 상황을 분석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김봉규 기자(정리)

[권태선 칼럼] 비상한 시기, 한민족의 성숙함을 보여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19일자 기사 '[권태선 칼럼] 비상한 시기, 한민족의 성숙함을 보여야'를 퍼왔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돌연한 사망으로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한반도 남과 북의 위정자들과 주민들이 이 시기를 얼마나 지헤롭게 넘기느냐에 한민족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 가져올 한반도의 불안정성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 가져왔던 불안정성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당시 북한은 공산권 몰락의 여파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지만, 그래도 74년부터 후계수업을 해온 김정일이란 후계자가 존재했습니다. 물론 김정은도 후계수업을 받고 있었지만, 그 기간이 일천합니다. 더군다나 그의 나이는 김일성 주석을 승계할 당시 김정일 위원장 나이의 절반을 조금 넘는 29살에 불과합니다. 통상적으로 나라를 다스릴 만한 경험이나 경륜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이입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에는 94년에는 없었던 핵무기가 존재합니다. 자칫 잘못 대응했다간 한반도와 동북아를 격랑 속으로 빠뜨릴 위험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느냐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한 북한 방송은 말미에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따라 더욱 억세게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특별방송과 동시에 장의위원 명단과 장의절차 등이 질서정연하게 발표됐습니다. 이는 북한 권력 내부가 당장은 큰 동요 없이 김정은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을 김정은 체제가 이미 안착되었음을 알리는 징표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군부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의견도 없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대목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타이의 입헌군주제를 검토해왔다는 점입니다. 노태우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정책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여러 차례 만났던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북쪽 인사들이 타이의 입헌군주제를 높이 평가해 상당한 정도로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북한의 차기 지도자인 김정은에겐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과 같은 절대권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과 리영호 북한군 총참모장 등이 집단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의회와 내각 대신 당과 군이 권력을 행사하는 변형된 입헌군주제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김정일 사후 북한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급변사태를 초래하리란 분석은 북한을 자멸시켜 흡수통일하자고 해온 이들의 희망적 관측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합니다. 모험적인 흡수통일론자들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이 기회를 대북관계 개선의 전기로 삼아야 합니다. 조문파동을 일으켜 이후 남북관계를 크게 경색시켰던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상황이 재연돼서는 결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권은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북한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또 당장 이틀 전에 일어난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우리 정부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을 정도로 우리의 대북 정보력은 취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얄팍한단기적 이익을 위해 경거망동하다간 민족과 국가를 전대미문의 위난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최우선”이라고 말해 현 상황이 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이 대통령이 할 가장 시급한 일은 김 위원장의 역사적 공과에 대한 평가는 뒤로 미루고,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예의를 다함으로써 꽉 막혀 있던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새 지도부와 신뢰관계를 형성한다면 북한을 개방사회로 유도해 한반도를 안정화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정부의 진지한 대응을 기대합니다.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