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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30일 월요일

"'먹튀' 정부, 임기말에 수십조 무기구매라니!"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30일자 기사 '"'먹튀' 정부, 임기말에 수십조 무기구매라니!"'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김종대 편집장 "껍데기만 남은 한미동맹 재검토해야"

미국 국방예산은 2013년도에 전년 대비 9% 감소된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2013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6130억 달러로 책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병력 감축도 이뤄진다. 미 육군은 2017년까지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해병대는 20만2000명에서 18만2000명으로 줄어든다.

이 소식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며 다음 달부터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들이 자칫 긴장 고조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27일부터 '키 리졸브' 훈련이, 3월 1일부터 두 달 간 야외 전술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이, 또 3월 중 해병대 상륙 훈련인 '쌍룡훈련'이 계획돼 있다.

패네타 장관은 예산·병력 감축에도 한반도나 중동에 '상당한' 규모의 지상군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월러드 미 태평양사령관도 27일 "새로운 국방전략으로 인해 주한미군 운용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을 믿고 안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미국의 '립 서비스'만 믿고 가만히 손 놓고 있었다가는 2012년 각국의 정권 교체 이후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만 미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대 편집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도 튼튼해졌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서부터 이미 삐걱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맹 약화의 시발점은 미국의 국력 약화다.

김 편집장은 26일 진행된 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 며칠 후 한반도에 또 한차례의 전화(戰禍)를 불러올 뻔 했던 한국군 지도부의 무능과 보수세력의 한미동맹 맹신주의를 질타하며, 현실을 바로 인지해야 하며 한미동맹 전면 재검토 등 근원적 성찰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김 편집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프레시안(곽재훈)

"증원전력 69만? '옛날'에 유명무실화된 작전계획"

프레시안 : 지난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 개의 전쟁'을 포기한 새 국방전략을 발표한 이후 한반도 안보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불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군 증원전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언론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김종대 : 작전계획(작계) 5027에 따라 미군 69만 명이 한반도에 파견된다는 것이 전통적인 안보 공약이자 '강한 한미동맹'의 지표였다. 그러나 증원 전력 규모가 69만 명이라는 계획은 이미 지난 21세기 초에 현실성을 상실했고, 적은 병력을 가정한 새로운 '우발계획'(contingency plan)으로 전환돼 있다. 또 2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증원 규모나 주한미군 병력 수로만 동맹을 논한다면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고 의미도 없다.

69만 증원 계획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증원 규모가 한미동맹을 평가하는 지표가 됐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동맹에 대해 재검토를 하려고 하니, 국방부에서 전시지원 규모를 들이대면서 말리고 나섰는데 이 역시 잘못된 설명이었다.

사실 '69만 증원군'은 자기최면에 빠진 보수주의자들의 신화에 불과하다. 유사시에 미군이 해외에 69만 명의 증원군을 보내준다는 말은 '립서비스'였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른바 '시차별 부대 전개 목록'(TPFDD)이다. 이는 작계 5027에 따라 미군의 어떤 부대가 어떤 시기에 한국에 순차적으로 전개될지를 담은 목록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이 내용을 알아야 할게 아닌가. 하지만 한국군은 이 내용에 접근할 수 없게 돼있다.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의도대로 계획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69만이란 규모는 냉전의 최절정기였던 레이건 행정부 때 나온 수치다. 당시 미군 전체 규모가 240만일 때다. 지금은? 140만이다. 해외 파견 미군들도 본토로 많이 복귀시켰다. 이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의 안보전략이 본토 방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속화됐다. 이처럼 20여년 동안 미군은 체질과 속성을 다 바꿨다.

프레시안 : 오바마 대통령의 새 국방전략 발표 이전에 이미 이같은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인가?

김종대 : 그렇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때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화돼서 작계 5027을 평가절하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2002년 리언 라포트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남신 합참의장을 찾아와서, (5027이 아닌) 5026같은 별도의 작전계획을 통해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설득하려 했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우리 측에게 통보했다. 흔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주를 표방하니까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군사지원을 줄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사실과 다르다. 참여정부 출범 훨씬 이전에 미국이 전략개념을 바꾸고 변혁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노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표방한 것이다. 미군이 피를 흘리기 싫다는데 국방을 해도 우리가 하겠다는 것이 자주국방이고 전시작전권 전환이었다.

미국이 2차 대전 때 유럽에서 연합군사령군을 맡은 이유가 뭔가? 압도적으로 많은 물자와 병력을 미국이 담당했기 때문 아닌가? 지금까지는 미군이 유사시 압도적인 지원을 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연합사령관을 미군에게 위임했다. 그런데 미국이 그런 지원을 못 한다고 하면 우리가 국방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연기하고 동맹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과거에 끊어진 미국의 지원을 다시 복원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고강도 전력을 투입하는 대신 10~20만 정도의 소수 병력을 가지고도 한반도에서 공세적 작전을 할 수 있다는 개념계획 5029나 작계 5026, 5028, 5030과 같은 별도의 '우발계획'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미군의 한반도 전략 중심은 그리 옮겨갔다. 5027을 없애지 못한 건 한미 간의 전통적인 신뢰 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사령부를 유지하고 5027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수준에서 정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작계 5027도 여전히 유효한 계획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가?

김종대 : 매년 유지하면서 형식적으로 연습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2년 이후 우발계획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미국은 북한이 탱크를 몰고 부산까지 쳐들어와서 몇 달씩 끄는 그런 전쟁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미 2006년에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가 검토를 마친 사항이고 미 합참에도 보고된 내용이다. 지금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수정예로 이뤄진 신속대응군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장에 투사(projection)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세력은 한미동맹을 신성불가침하면서 과거의 '전통'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혹세무민해왔다. 그러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새 국방전략으로 미국의 변화 실체가 드러나니까 마치 감전된 듯한 반응을 보였는데 지금은 또 침묵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프레시안 : 하지만 한국군의 입장에 따르면 다음달 있을 '키 리졸브' 훈련은 작계 5027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대 : 과거 한국은 미국이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얘기하니 개념계획 5029를 중시한다는 계획을 덥석 받아갔다. 키 리졸브 훈련 같은 데서 오히려 5029를 연습하는 것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5029는 아직 작전계획으로까지는 구체화되지 않았고 개념계획과 작전계획의 중간 정도 상태다.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이게 한국에 족쇄가 됐다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5027보다 5029를 앞세우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 정치적으로 써먹었던 것인데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급변사태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5029를 연습한다면 현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이게 굳어지면 정권이 바뀐다 해도 훈련 내용 등을 바꾸기 어렵다. 미국에 말려들어 남북관계 조정이 어려워지게 된 부분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덥석 받아들인 게 또 있는데, 한미일 군사동맹이다. 미국-일본 간 외교안보 관련 회동이 있으면 마치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한미일 동맹을 꼭 언급하고 있고 미일 회담 후 발표에까지 넣었다. 한국이 없는 자리에서 저렇게 자신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일까. 매우 이상한 일이다.

한국 정부가 사전에 양해해 줬거나 공감해주지 않았다면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한국 정부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적 검토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는 심증이 가는 부분이다.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확장한 결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다.

"한미동맹, 껍데기만 남았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들어 겉으로는 강화된 것 같은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는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인가?

김종대 : 지원받던 것들이 다 끊어졌다. 가장 큰 것은 정보지원이다. 이라크·아프간 전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 국방부의 한반도 정보 분석가들이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겨 한반도 정보를 분석하는 인력 체계가 붕괴된데 따른 것이다. 그러니 첩보가 수집돼도 분석할 사람이 없다. 미국이 제공하던 정보 지원이 약화된 것은 중동에서의 전쟁이 한미동맹에 미친 가장 치명적 영향이다.

한반도 동향을 감시할 정보자산도 없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무인정찰기를 달라고 해도 지원이 없고 그나마 있던 U-2 고공정찰기도 철수시킨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미 군사 당국 간 정보 분야 공조에서 눈에 띄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부대도 이라크로 가 버렸다. 전 세계 미군 사령부 중에 4성 장군 휘하에 아파치 전력이 없는 군대는 주한미군밖에 없다. 포병도 단계적으로 철수해서 이미 북한과의 대(對)포병전은 미군이 아닌 한국군 임무가 돼있다. 쓸만한 전력이 없다.

운영도 빈사상태다. 미군들이 출장비가 없어서 출장을 못 다닌다. 미군부대에서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도 절반 수준으로 줄여서 지금 동두천에서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지 않나. 이런 문제 때문에 주한미군사령관이 긴급 회의를 개최한 적도 여러 번이다.

동맹의 기초체력이 약화되는 지표가 모두 나타난 것이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이 '범세계적 가치동맹'이라고 하면서 한미동맹의 힘이 지구로, 우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서 강화됐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이게 뭔지 모른다. 한미동맹이 한국 영토방위를 위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한반도 방위하기도 바쁜데 갑자기 아무 것도 아닌 말들만 나온다.

프레시안 : 그래도 기존에 없던 합의체나 안보 관련 협정들도 새로 맺어진 부분도 있는데.

김종대 :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지표라고 했던 것 중에 또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해 2010년 만든 '확장억제위원회'(EDPC)가 있다. 이게 국민들에게는 핵부터 재래식 전력까지 미국이 모든 전력 지원을 다 해줄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위원회는 지원 전력 목록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개념 연구'를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곽재훈)
원래 없는 '확장억제'라는 개념을 연구하려니까 내용도 없다. 확장억제라는 게 뭔가? 핵우산은 원래 있는 거다. '확장'됐다고 해서 배치된 핵탄두 수를 늘리거나, 유사시 핵무기를 쏘는 결심을 빨리 하는시스템을 만든다거나 이런 게 전혀 아니다.

그나마 한미 양국군 장교들 사이에 제일 많이 토론되고 있는 건 미사일방어체계(MD)인데 북한 미사일 방어를 주한·주일미군의 지휘체계 하에서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거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내딛는 순간 기초 비용만 11조 원을 빨아들이는 '돈 먹는 블랙홀'로 빠진다. 게다가 MD 참여는 중국을 자극하게 된다.

주한미군이 가족을 데려와 3년 정도 장기 주둔하게 한다는 계획도 한미동맹이 강화된 지표로 이명박 정부에서 선전한 것인데 패네타 장관이 취임하면서 관련 예산을 다 잘라버렸다. 아마 앞으로는 이 얘기가 다시 안 나올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 200년만에 돈 꿔서 전쟁할판"

프레시안 : 한반도를 포함해 미군의 해외 전략이 변화한 근본 원인은 어디 있을까?

김종대 : 현재 미국은 독립전쟁 이후 20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에서 돈을 꿔서 전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이 발행한 9조 달러의 채권 가운데 반을 외국이 샀고 가장 많이 산 나라가 중국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사실 중국을 겨냥한 것인데 중국에서 빚을 내서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미국 내에서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특별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향후 10년 간 60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런 규모의 감축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면 지상군을 대폭 줄여야 하며 한국과 독일 등 해외파병 미군의 규모를 재검토하고 무기획득 계획도 구입 시기나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육해공군 전력을 골고루 감축시키는 선에서 버텨왔지만 6000억 달러 감축이 일어나면 아예 어느 한 분야를 버리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 방산업체들이 고사 상태에 들어간다.

여기에 오바마 행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 방산기업인 보잉이나 록히드 등은 대규모 조립 라인을 통해 막대한 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민 기업'이다. 그러나 미 국방비가 줄어들어 (생산)물량이 감소하면 조립 라인을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보잉이나 록히드는 수천에서 수만 명의 직원 을 감원했다.

미국의 방산업체는 막대한 세수, 국채발행 능력과 함께 미국의 2차대전 승전 요인 세 가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모두 무너지고 있다. 한미동맹의 기초체력이 이렇게 약화된 적이 없다. 보수세력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자주·반미를 표방해 한미동맹이 약화됐다고 하는데 정작 동맹의 기초체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속도로 약해졌다.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승격시킨 MB, 코 꿰인 셈"

프레시안 : 한미동맹의 기초체력이란 결국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미국의 국력일 텐데, 이같은 미국 국력의 약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종대 : 미국 국력의 핵심 지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패네타 장관은 당시 SCM에서 전체 회의 2시간 반 중 1시간 반 동안 한국 국방비 증액 문제만 얘기했다. 미국이 국방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증액해 지역에서의 역할을 수행해달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범세계적 가치동맹'으로 격상시켰기 때문이다. (2009년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동맹 미래비전'의 내용 : 편집자) 지역적 차원의 동맹이 세계적 차원으로 된 것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달 초 김 편집장은 패네타 장관의 요구가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으로 잘못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핵심은 그게 아니라 국방비 증액이라는 것인가?

김종대 : 미국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6% 수준인 한국 국방비를 70% 가까이 늘려 GDP 대비 4%까지는 올리라는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이런 큰 흐름에 비한다면 오히려 작은 문제고 2013년에 재협상하게 돼있으니 아직 때도 안 됐다.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압박은 크게 3가지다. 첫째가 국방비 증액, 둘째가 평택 미군기지이전사업, 셋째가 방위비분담금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를 높이 평가할 부분도 있다. 동맹 원칙 등은 다 합의해 주면서도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드는 돈 같은 건 깐깐하게 안 쓰고 버티면서 약게 빠져나온 측면도 있다. 이런 부분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버틸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대통령마저도 정권 말기에 14조 원이 드는 미국산 무기 구매를 추진하고 있지 않나. 이는 미국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미국 방산업체의 조립라인을 유지하는데 한국의 무기 구매는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해 주는 나라가 한국밖에 더 있나.

"F-X 사업, 올해 안에 선정 완료하긴 힘들 것"

프레시안 : 얘기가 나온 김에 무기도입 사업 얘기를 좀 해 보자.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F-X)와 대형공격헬기(AH-X),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 모두 연내에 기종 선정을 마친다고 하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김종대 : 사실 그 부분은 작년 10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급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국방부는 제쳐 놓고 기획재정부 예산관리실장을 직접 불러 대통령이 충분한 예산을 갖고 미국에 갈 수 있도록 조정했다. 그리고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비서관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여름에 차례로 미국을 다녀왔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음 정권에 전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돈 지출되는 시기는 다음 정권이니 자기들은 올해 10월에 서명하고 나가겠다는 거다. 이 경제위기에, 그것도 복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반도 환경에 맞지도 않는 무기를 10조, 20조를 들여 사겠다니 이런 우매한 짓이 어디 있나.

프레시안 : 한반도 상황에 맞지 않는 무기라면?

김종대 : 지금 도입하려 하고 있는 것은 세계 최고 성능의 무기다.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는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한 한국군의 방위 범위를 완전히 넘어서서 중국의 상당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는 고성능 장비다. 이는 종심(從心)이 짧은 특성을 가진 한반도 전장에는 성능이 과한 무기다.

F-35 전투기도 5세대 전투기라고 하지만, 5세대라는 개념 자체가 무기 팔아먹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구다. 또 굳이 스텔스기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소수 전투기를 적진 깊숙이 은밀히 침투시켜서 주석궁을 폭파한다는 식의 작전은 성공 가능성도 낮고 허무맹랑하다. 그보다는 기존의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정도를 결합해서 잘 운영하면 4세대 전투 정도의 개념으로 싸울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말로 10월에 계약이 성사된다면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인데.

김종대 :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어 어려울 것이다. 전투기 시험평가를 어떻게 한 달 만에 하나. 수천 페이지짜리 제안서를 내면 그걸 읽어보고 평가하는 데만 몇 개월 걸린다. 거기에 기종 평가하는 데만도 몇 개월, 또 몇 달 걸려서 가격 협상해야지 기술이전 협상해야지 그러다 보면 통상 2~3년 정도는 소요된다.

그런데 작년에 예산 배정해서 아직 제안서도 안 나왔다. 10월 말에 계약서에 서명한다는 건 뭔가 변칙 또는 날림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먹튀', 즉 사인하고 튀겠다는 거다. 이렇게 몇 달 안에 무기도입 계약을 맺는 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이다. 기존 절차 무시하고 섣불리 서명했다가 나중에 청문회라도 열리면 어쩔 건가.

게다가 F-X 사업에서 유력한 기종으로 알려진 F-35는 아직 개발도 안 끝난 무기다. 개발 실패하면 계약금은 어찌 회수하나? 또 어찌 개발은 됐다 쳐도 2016년부터 도입한다는 계획도 말이 안 된다. 미 공군에도 아직 도입이 안 된 기종이다.

프레시안 : 선정 과정이나 진행 절차에서 시민사회나 언론의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김종대 : 그건 당연하지만 사실 그냥 놔둬도 10월 안에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정권자가) 워낙 밀어붙이는 걸 좋아하니 박박 우기고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는 전문위원 보고서가 나왔다. 육군에서 도입한다는 아파치 헬기도 미국이 대만에 900억 달러, UAE에 1000억 달러에 판 걸 우리는 400억에 들여온다는 얘긴데 어디 한 번 해 보라고 해라. (웃음)

이런 안 될 얘기를 하면서 10월까지 굳이 도장을 찍겠다는데 전후 사정을 알아보긴 한 건지 모르겠다. 공군 비행기들이 노후했으니 굳이 필요하다면 새 비행기를 사오자는 것은 개인적으로 찬성이지만, 군을 위해서라도 합리적 절차를 준수하는 게 필요하다. 다음 대통령이 충분히 검토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끌고 가겠다는 건 한미동맹을 정치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밖에 안 된다. 무리수를 둔다면 정권 최후의 패착이 될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쏴라' 지시에 전쟁 날 뻔"

프레시안 : 미국의 국력 쇠퇴로 한미동맹이 내용적으로는 약화된다는 지적인데, 한국에 대안이 있을까?

김종대 : 동맹을 고쳐서 써먹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한국 국민의 요구와 국익에 맞게 동맹 자체의 성격을 근원적으로 재검토하는 조정 및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 방위를 미국의 선의에 맡긴다는 사고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맞춰 안보에서의 당사자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북아 평화체제라는 장기적 전망까지 연결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미국의 국방비 감축이 군사력 약화로 이어지는데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을 보인다.

김종대 : 지난해 미국 군사예산 삭감이 결정됐을 때,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방·외교·경제·정보 합동으로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을 긴급 점검하는 대책반을 만들었어야 한다. 지난 1997년 한국에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그런데 미국의 재앙을 앞두고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대책을 고민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 없다.

15년 만에 한미가 뒤바뀐 입장인데 우리는 왜 이리 태평한가.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좋고 미국에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도 한미동맹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는 미국의 판에 박힌 공약을 맹신하고 있어 어떤 공무원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따뜻한 엄마 품처럼 여기고 동맹에 의존하려는 '공짜 심리'가 불치병처럼 박혀 있어 변화된 현실을 보지 않으려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신화는 구체적 실상이 드러나는 순간 사라질 것이다.

전략의 판을 다시 짜는 긴급한 대책과 모색, 성찰이 없다면 2012년 각국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난 이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졌을 때 한국은 낙오될 것이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혼자 망망대해에 떨어지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내적 역량을 강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미동맹 약화는 그 계기다.


ⓒ프레시안(곽재훈)

프레시안 : 그렇다면 오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앞두고 있는 현 단계에서 한국군의 내적 역량은 어떤 정도 수준일까? 지난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합참의장 회담에서 양 측은 북한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PD)에 서명했는데, 여기서도 주도적 역할은 한국군이 맡게 돼 있다.

김종대 :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은 2010년 연평도 사태 때 드러난 한국군의 낯뜨거운 무능력이 미국에도 골칫거리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F-15K 전투기로 도발 원점을 타격하네 마네 하다가 이걸 미국에 물어보고 쏴야 한다는 게 논란이 됐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교전수칙 문제도 나오면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한국이 헤매지 않게 계획을 정리해 준다는 차원에서 미국이 급히 제안해 이 계획이 나온 것이다. 물론 미군이 서해에 들어가 총 들고 싸워 준다는 얘기는 아니고 '정리'만 해준다는 것이다. 한국이 주도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한국에 부족한 정보자산 지원 같은 부분이나, '물어보고 쏠까 그냥 쏠까' 이런 논쟁이 안 나오도록 미리 정리하는 차원이다.

이 계획을 세우면서 미국이 자기들 입장에서 이용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그간 북방한계선(NLL)은 남북한 간의 문제라고 했지만 이 계획을 만들면서 최초로 'NLL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미군이 개입하고 도와주기 위해서는 주일미군의 지원을 받아야 할게 아니냐며 이 계획을 한미일 3각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활용했다.

또 그 이면에는 김관진 장관이 '도발 원점과 그 배후 지원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한데 대한 미국의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전쟁날 것 같으니 계획을 미리 세우고 그에 따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 직후에도 전쟁이 날 뻔했다. 사건 며칠 후 중국 어선과 같이 북한 경비정이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합참의장은 실탄사격을 하라고 했지만 해군 2함대사령관이 "중국 어선이 있기 때문에 쏘면 안 된다. 작전예규에도 못 쏘게 돼있다"고 저항했다. 합참의장은 화를 내며 재차 사격을 지시했지만 때마침 합참을 방문한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 크게 놀라며 쏘지 못하게 했다.

그 즈음에 동해에서도 긴장이 고조된 적이 있었는데 김성찬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합참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무리한 발포 명령이 있을 거라고 보고 '함포건 어뢰건 내 통제를 받고 발사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합참은 이에 대해 군정권(軍政權)만 있는 참모총장이 군령권(軍令權)을 침해했다고 반발해 합참의장과 해군참모총장 간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합참의장 명령대로 했다면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국군 지휘부가 상당한 내분을 겪었고 이런 가운데 몇차례 큰 분쟁 위기가 있었지만 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평도 사태 때 '교전수칙'이 문제가 된 것도 그렇다. 연평도 사태 다음 날 대통령의 첫 지시가 교전규칙 개정을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상황을 보면 연평도 사태 당시 대통령은 K-9 자주포 말고 전투기나 함포로 쏘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함포는 준비된 게 없었고 당시 떠 있던 전투기가 공대지 공격이 가능한 무장을 달고 출격했는지도 몰랐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 대통령에게 '미국에 물어보고 쏴야 한다'고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다음날 '교전규칙 개정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나왔을 것이고 합참에서는 당연히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합참은 실제로 북한 포격 도발시 전투기로 보복공격을 하는 것이 자위권 차원인지 교전규칙의 문제인지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전쟁 나면 국제변호사 불러서 법전 펴놓고 법률자문 받아가면서 하겠다는 건가?



/곽재훈 기자,황준호 기자

2012년 1월 22일 일요일

“미군 감축 국면 타당성 잃은 ‘키 리졸브’ 재검토를”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2-01-18일자 기사 '“미군 감축 국면 타당성 잃은 ‘키 리졸브’ 재검토를”'를 퍼왔습니다.

[싱크탱크 광장] ‘선택 2012’- ③ 한반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당면과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매년 전문가 심층조사를 모두 7번 했다. 그때마다 던졌던 질문이 북핵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것이었다. 올해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둘 다 매우 부정적이다. 2012년 한반도 정세는 불안함과 불확실성일 것이다. 바깥에서 보기에 북한의 후계 승계는 불안하다. 북한이 보기에 온통 선거 등 정권교체를 앞둔 바깥세계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그럴수록 남북이 무엇을 할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의 시점에서 대결과 불신을 넘어 화해와 협력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과제를 기고로 짚어봤다. 


북한 권력승계 상황서 불안 야기…핵안보정상회의와도 모순 

북한에 대한 강압적인 봉쇄정책을 추종하는 우리 정부 내의 보수주의자들은 고민이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기회로 그들은 외교적으로는 6자회담과 남북교류를 중단시키고, 군사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적극적 억제전략’, 북한 붕괴 시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개념계획 5029’라는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만들어서 북을 굴복시키려 했던 것이다. 북의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위협을 가하는 것이 북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벼랑 끝에 내몰린 북한이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쪽의 안보 불안 부담이 가중되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벼랑 끝으로 가는 북한을 그 옆의 완만한 언덕으로 안내하는 외교적 경로를 잃어버린 결과였다.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실시되는 키 리졸브 등 한-미 군사연습을 앞두고서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당혹감이 읽혀진다. 작년에 정부는 이 훈련을 앞두고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을 연습함은 물론이고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대비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핵·미사일 제거훈련도 실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지난 1월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은 “지상군 병력을 감축하면서 2개의 전쟁전략을 포기한다”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 규모는 10만~20만명 정도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69만명의 증원군을 전제로 한) 작전계획 5027이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미국의 전시증원군 전개 연습이라 할 수 있는 이 훈련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북한의 급변사태라는 상황 가정이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이 혼란과 위기로 가는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주변국들이 일제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주문하면서 상황은 안정되고 있다. 결국 군이 이제껏 이 훈련을 설명해온 논리적 명분과 타당성이 모두 반감된 채 오직 북한을 자극하는 형식적 훈련이 될 가능성이 커져버렸다. 

그러나 이 훈련이 그 직후부터 몰고 올 안보 부담의 크기는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 훈련이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인식한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게 되면 50개국 정상이 참여한다는 3월 말의 핵안보정상회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통상 6월께 개최되었던 이 정상회의가 3월 말로 시점이 결정된 것은 4월 총선을 의식한 현 정부가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상회의를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적 계산은 이 정부에 엉뚱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 불바다’와 같은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50개국 정상이 북한의 장사정포 코앞에 있는 영종도 공항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북한의 전자전 수준은 미국의 무인정찰기를 나포한 이란에 버금가는 제3세대를 넘어서고 있다. 언제든 영종도 공항은 그 사정거리 안에 있다. 그렇게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비핵화를 다루는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현 집권당에는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김종대 편집장남과 북은 모두 안보 불안이 최소화된 상황에서 각자 체제 안정과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3월에서 4월로 이어지는 한반도 정국은 정치적으로는 평온하지만 군사적으로는 수많은 암초가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는 아주 위험한 바다가 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겠다던 정부는 이 위험한 바다를 어떻게 항해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그저 계획된 훈련에 기계적으로 끌려가서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한의 볼모가 될 수도 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상호신뢰할 수 있는 조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김종대 편집장

2012년 1월 2일 월요일

인천공항 이어 이번에는 KTX 민영화?


이글은 시사인 2012-01-02일자 기사 '인천공항 이어 이번에는 KTX 민영화?'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KTX 사업권을 민간 업체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 공공성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총괄하는 인사가 인천공항 민영화를 밀어붙였던 인물이어서 문제가 더 크다.

공항 다음은 철도다. 기간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해온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민영화 대상으로 고속철도(KTX)가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완공되는 서울 수서-경기도 평택 구간 사업권을 민간 업체에 넘겨 KTX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신설되는 수서-평택 구간 사업권을 따낸 회사는, 평택 이후로는 기존 노선을 이용해 경부선·호남선 고속철도 사업을 할 수 있다. 즉, 민간 사업자가 KTX를 운영할 길이 열리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12월27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6월28일 열린 수도권고속철도(수서-평택 구간) 기공식.

정부 논리의 핵심 골격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KOTI) 이재훈 박사가 올해 9월 내놓은 라는 발표문에 집약되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발이 떨어진 ‘민영화’라는 단어 대신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눈에 띈다. 이 발표문에서 KOTI가 드는 여러 민영화 추진 근거 중에서도 핵심은 ‘운임 20% 감축’이다. 발표문은 서울-부산 구간 운임이 현재 5만1800원에서 4만14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표문은 또한 정부와 관련 산업의 이점도 나열했다. 정부는 선로 사용료 수입이 늘고 철도공사에 들어가는 지원 예산을 줄일 수 있다. 철도차량을 더 만들게 되고 관련 산업 일자리가 늘어난다. 산업 이름만 바꿔서 재활용해도 될 만한, 전형적인 민영화론이다.
사업성 좋은 KTX만 따로 떼서 민간에

민영화론의 최대 역설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겠다는 논리로 무장한 민간 자본이 실제로는 공기업 사업 분야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만 골라 노린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민영화 논란이 한창인 인천공항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론대로라면 민간 자본은 방만한 경영 때문에 저평가된 적자 공항을 싸게 사서 수익성을 올려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인천공항 말고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철도사업법은 2004년부터 이미 철도공사 외의 민간 법인이 철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돈 안 되는’ 중·단거리 노선(새마을·무궁화 노선)이나 화물 노선에 참여하겠다는 민간 법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정부가 알짜 사업인 KTX 노선을 민간에 넘기겠다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비로소 경쟁 도입 논의가 활발해졌다.


KTX 요금만 놓고 보면 인하할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철도공사 자료를 봐도, KTX의 원가보상률(원가 대비 수익)은 106.7%다. 원가보다 수익이 높다. 여기에 KOTI의 민간 자본 사업성 분석 자료를 보면,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인건비·운영경비를 75%만 적용(민간 사업자의 운영 효율화 등을 고려해 나온 수치라고 밝혔다)하는 등 원가를 절감한 결과, 신규 사업자의 수익률은 현 운임을 받을 때 11.7%, 현 운임의 80%를 받을 때 8.8%로 예상된다는 결과를 냈다.

문제는 KTX가 철도공사 사업 중 사실상 유일하게 돈 되는 사업이라는 사실이다. 철도공사는 철도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중·단거리 노선(새마을·무궁화 노선)과 화물 노선을 운행하는데, 일반철도의 원가보상률은 49.7%, 광역철도는 87.5%, 물류철도는 47.4%에 불과하다. ‘돈 먹는 하마’라 불릴 만하다. 

즉, KTX에서 올린 수익으로 전체 철도의 공공성을 부족하나마 지탱하는 것이 현 철도사업의 구조다. KTX 수익률이 높게 책정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교차보조’ 때문이다. 그러니 KTX만 따로 떼놓고 보면 요금이 과다 책정된 사업처럼 보이는 착시가 일어난다. 더욱이 교차보조를 전제로 형성된 KTX의 사업성을, 교차보조 의무가 없는 민간 자본이 가져간다는 것은 특혜인 동시에 철도 공공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단거리 노선이 더욱 축소되거나, 결국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

서울 수서역에 새로 들어서는 KTX 역사는 강남권 이용자들의 수요를 빨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공사는 철도의 공공성을 고려해서 ‘돈 안 되는’ 역도 어느 정도 정차해야 하지만, 민간 기업은 그런 부담을 질 필요도 없다. 

KTX 민영화 문제를 감시해온 경실련의 윤순철 기획실장은 민영화 반대 논리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교차보조를 전제로 운임이 책정된 KTX만 떼어 민간에 주는 것은 그 자체로 특혜다. 민간 자본의 위험 부담이 거의 없다. 둘째, 철도산업은 운영체계가 매우 복잡한데, 공사와 민간이 중복 운영하면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 셋째, 철도공사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사라진다. 철도 공공성이 위협받고 혈세가 들어가게 된다.” 

보고서를 낸 KOTI의 ‘전적’도 화려하다. KOTI는 1999년 인천공항철도 수요 예측 연구를 맡아, 개통 첫해 하루 평균 21만명으로 시작해 2021년에는 82만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제로 개통 후 2년간 하루 평균 이용자는 1만7000명 수준이었다. 더욱이 민간 투자자로 참여한 현대건설과 정부는 예측 수요를 밑돌 경우 손실분을 정부가 채워주는 MRG(최소 수입 보장) 협약까지 맺은 터였다.



ⓒ청와대제공 2004년 3월30일 서울역에서 열린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식에서 열차가 역사로 들어오고 있다.

KOTI의 수요 과다 예측은 고스란히 혈세 낭비로 돌아왔다. 공항철도 계약기간인 30년을 채울 경우 정부 추가 지출만 14조원이 발생하리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결국 2009년 철도공사가 현대건설로부터 공항철도를 인수하는 ‘공영화’가 이뤄졌다. 현대건설은 개발이익과 운영손실 보전액을 고스란히 챙겼다.

KOTI는 2003년 부산-김해 경전철 수요 예측 연구에서, 개통 첫해 하루 평균 17만명, 2030년 32만명으로 수요를 전망했다. 실제로는 개통 첫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3만명이 이용했다. 이 역시 MRG 협약사업이어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2009년 용인경전철 수요 예측 연구는 아예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고 관련 연구원이 출국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인천공항 민영화 사령탑, 철도정책 총괄

여러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KTX 민영화를 밀어붙일 태세다. 국토해양부는 12월19일 철도정책을 총괄하는 철도정책관에 구본환씨를 임명했다. 구 정책관은 김대중 정부 말기 철도구조개혁단 팀장으로 철도 민영화를 밀어붙였던 ‘민영화 전도사’다. 전임 최정호 철도정책관은 민간 참여 신중파에 속했는데, 현재는 대기발령 상태다.

사흘 후인 12월22일에는 철도정책관의 직속 상관인 교통정책실장 인사가 났다. 신임 김한영 실장은 국토부에서 인천공항 민영화를 추진한 사령탑이었다. 정부가 KTX 민영화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부에서 또 다른 ‘민영화 전도사’로 꼽히는 ㄱ씨도 철도 관련 부서 발령을 앞둔 것으로 알려져, 철도정책 라인이 강성 민영화론자 일색으로 물갈이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12월22일 퇴임했다. 후임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 중에 김희국 국토부 2차관이 있다. 김 차관은 철도 관련 근무 경험이 풍부한 데다가, 국토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장과 추진본부장을 지낸 손꼽히는 ‘MB맨’이다. 철도공사 사장이 KTX 민영화를 주장하는 묘한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 반대론자인 김종대씨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문제는 여론 동향이다.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인천공항 민영화도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답보 상태다. 하물며 지금은 레임덕이 시작된 임기 말이어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으면 시도조차 해보기 힘들다. ‘운임 20% 인하’를 가장 먼저 내세우고, ‘민영화’ 대신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정부도 초기 여론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다. 국토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나면 요금 인하에 초점을 맞춘 기사도 쏟아질 전망이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민영화를 추진한다. 돈 되는 사업만 민간이 가져가고, 돈 안 되는 공공 서비스는 더욱 쪼그라들게 될 것이다. 인천공항 민영화와 판박이다. 이런 속 보이는 주장을 요금 인하로 포장한다고 해서 속아 넘어가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4일자 기사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을 퍼왔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은 지난 달 16일 취임식에서 "재정을 통합했으면 보험료 부과 기준도 단일화해야 한다는 기본적이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한미FTA 법안의 여당 날치기 통과와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 우리나라의 경제, 보건, 의료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미국의 원칙과 기준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식되는 순간이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미FTA가 끼칠 악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유․시장적 논리가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국가다. 이는 건강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국민을 커버하는 공적 의료보험이 없는 국가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하며, 보험료는 가구당 월평균 150만원에 이른다. 그리고 값비싼 보험료 때문에 6천만명이 무보험자다. 또한 개인파산 신청의 첫 번째 이유가 의료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30조원 규모의 민간보험시장, 이미 기형적으로 비대화

민간의료보험의 천국인 미국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기형적으로 거대한 국가는 없다.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도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의료보험 규모를 30조원 정도로 파악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이다. 큰 병에 걸리면 본인 부담이 너무 높아 불안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본인부담은 전체 진료비 중 10% 안팎이다. 때문에 굳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고 민간의료보험 시장도 성형, 요가 등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는 한미FTA 협정에서 건강보험은 사회공공부 서비스로 유보했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은 금융분야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민간의료보험사가 정부의 정책 즉, 보장성 강화 등으로 상품판매에 장애가 생길 경우 투자자 국가 제소제도(ISD)를 통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건강보험에서 미국과 우리의 기준은 확연히 다르다. 암에 대한 보장성을 대폭강화하면 암보험 시장이, 중대상병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 이른바 중대상병 보험(CI 보험)의 시장이 대폭 축소된다. 이 경우 한미FTA 협정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시장 축소를 정부의 간접수용으로 간주하여 투자자-정부제소 제도에 호소하고 보장성 강화를 막으며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 2009년 미국의 영리병원 기업인 ‘센츄리온’(centurion health)기업을 대표해 멜빈 호워드(Melvin Howard)는 캐나다정부가 자신의 기업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캐나다 정부를 북미FTA(NAFTA)의 ISD를 통해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했다. 센츄리온 기업은 캐나다 연방법이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인 건강보험서비스를 시행하도록 규정해 센츄리온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정부가 결정한 의료비 외에 환자에게 별도의 의료비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와 동일한 것이다. 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일보조차 비판한 부적격자, ‘MB 낙하산’ 김종대 이사장

이러한 한미FTA 논란 속에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11월15일 전격 취임했다. MB가 아무리 막가는 보은인사를 해왔어도 그 조직을 끝까지 부정한 인물을 조직의 수장으로 앉힌 사례는 없었다. 대부분의 언론, 심지어 조선일보조차 사설에서도 부적격자라고 비판했지만 MB는 임명을 강행했다. 김종대 신임 이사장은 현재 공단에 대해 일관되게 의료시장주의 세력들과 동일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민영화와 분권화를 주장했으며, 현재의 공단이 위헌이니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어떤 언행에서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60%에 불과한 낮은 보장성은 영리병원 설립과 민간의료보험 확대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자양분이다. 정당․노동․시민단체가 한결같은 목소리로 김종대의 이사장 임명을 반대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 유일하게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 건강보험이 머지않은 미래에 어떻게 피폐해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사회보험지부 지난 2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김종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김종대 '건보 해체' 책동 보며 쿠바를 읽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5일자 기사 '김종대 '건보 해체' 책동 보며 쿠바를 읽다'를 퍼왔습니다.
[윤재석의 '쾌도난마']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이라는 자, 참 희한하다. 지구촌에서 가장 앞서 있는 대한민국의 선진 보건의료 시스템을 스스로 무너트리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집주인이 자기 집 담 허물려 흔드는 격.

김종대, 그는 지난 15일 건보공단 이사장 취임 일성으로 현행 통합 건강보험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대표적인 의보 시스템 파괴자다. 1989년 국회에서 통합 건보시스템이 통과되자,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이었던 그는, 노태우 대통령을 부추겨 거부권을 행사하게 한다. (☞관련기사 "김종대, 머리에 뿔난 거 맞거든?" 참조)

그 때문에 통합 건보시스템은 11년 뒤인 2000년 DJ 정권에서 시행된다. 그는 "헌재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 달로 예정된 헌재 판결에서 '위헌'으로 낙착될 경우, 대한민국 건강보험은 지역조합과 직장조합으로 다시 쪼개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비싼 돈을 지불하고 의보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뿐 아니다. MB 정권은 의료 민영화와 영리법인 도입도 도모하고 있다. 거기까지 가면, 우리는 의료 후진국 미국의 전철을 밟아야 한다. 서민 대부분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상위 10%만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호화판 의료 서비스를 향유하고 90%는 미국의 서민처럼 의료 혜택 사각(死角)에 놓이게 된다.

서가에 먼지 쓰고 있는 책 펼치다

문득 서가 한 귀퉁이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에 눈길이 간다. (요시다 다로 지음, 위정훈 옮김, 파피에 펴냄). 무려(?) 6개월 전에 나온 이 책은 출간 당시 미디어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지만, 요즘 우리의 건보 시스템을 망가트리려는 세력이 준동하면서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는 풍설이 있을 정도의 노작(勞作).


▲ 피델 카스트로

이 책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한 이래, 반세기 동안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 속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카리브 해 연안의 빈국, 쿠바에서 실시되고 있는 지상 최고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해부하고 있다.

우선 패밀리닥터(가정주치의 시스템)로 불리는 1차 진료 전문의 제도. 나라에서 하숙비까지 댈 정도로 100% 무료로 의과대학 수업을 받고 배출된 이들은, 도시 변두리부터 두메산골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98%에 달하는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쿠바 건강전선을 지킨다.

이들은 국민의 건강 파수꾼인 동시에 치료보다 예방을 위해 담당 환자들을 상시 돌보고 있다. 이들에겐 여권도 발급되지 않는다. 이들이 맡은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선 해외여행이 불가하다는 당국의 방침 때문이다.


▲ 다큐멘터리 <엘 메디꼬> 포스터

마을마다 상주하는 가정주치의

그런 상황은 지난 10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다큐멘터리, 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영화에서 가수를 꿈꾸는 가정주치의 엘 메디꼬는 스웨덴에서 온 제작자의 꾐에 빠져 해외공연을 시도하나, 예의 패밀리닥터 근무지 이탈불가 규정에 따라 여권발급을 받지 못한 채 좌절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쿠바의 환자 대 의사 비율은 165명당 1명, 세계 1위다.
"복지의료는 국가의 책무이며, 모든 사람이 건강할 권리를 갖는다"는 1960년의 선언을 실천·실현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7명이지만, 쿠바는 6.2명이다.

다음, 암 치료부터 심장이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료 행위가 전부가 무료로 이뤄진다. 참고로 미국에선 맹장수술에만 3000만 원이 들어간다. 미국 인구의 12%인 4300만 명에게 의료보험이 전무하다는 통계도 대비된다.

의료 시스템, 기술 모두 최상

뿐만 아니다.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쿠바 의료진은 세계 여러 나라의 환자들을 쿠바로 유인해 짭짤하게 외화벌이를 할 정도다. 그러나 미국의 극빈층에겐 무료 진료의 아량을 베풀고 있다.

바이오 공학의 연구에 박차를 가해 자체 개발한 항콜레스테롤제나 B형간염 백신은 세계적으로 그 성가를 인정받고 있고, 쿠바가 작성한 대체 의료 철학 기준은 유엔이 주요 5대프로젝트의 하나로 선택한 바 있다.
쿠바는 자체 개발 백신을 사용하는 빈국엔 로열티(기술특허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대형다국적 제약사들의 악랄한 돈 챙기기와 대비된다. 이 모든 건 카스트로가 극빈의 국가 재정 상황에서도 과학과 의료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총체적 의료 시스템은 서방국가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1년 영국 하원 건강특별위원회는 쿠바를 방문한 후 작성한 보고서 '예방중시와 커뮤니티 의료에 토대한 의료제도'에서 쿠바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극찬했다.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을 제창한 그로할렘 브룬틀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도 "쿠바의 의료 시스템은 체계적인 복지의료를 향한 노력이 있고, 그것이 전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구촌 전역이 쿠바의 인술 대상

쿠바의 인술은 국제적으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쿠바는 1500명의 의사로 국제 의료봉사단을 조직했다. 하지만 미국은 쿠바의 호의를 거절했다. 쿠바는 이 의료단을 해체하지 않고 오히려 인원을 더 늘렸다. 히말라야 산중으로부터 남미의 정글까지 2만5000여 명에 이르는 쿠바 의사들이 68개국을 누비며 인술을 베풀었다. 무슨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구촌의 색안경은 이내 쿠바 의료진의 진정성에 의해 벗겨졌다.

쿠바가 시행하고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의술'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바로 카스트로의동지인 아르헨티나 출신 의사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델 라 세르나.
그는 생전에 "단 한 명의 인간의 생명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 재산보다도100만 배나 더 가치가 있다.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은 높은 소득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축재(蓄財)할 수 있는 모든 황금보다도 훨씬 결정적으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인민들의 감사의 마음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 체 게바라

쿠바 의료 기저엔 체 게바라 철학

그의 마음은 오늘날 쿠바 의사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간직돼 있다. "(혁명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한 의대생의 말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공무원 시절 유기농 자급을 배우기 위해 쿠바 시찰을 나섰다가 의료 천국 쿠바의 진면목을 보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쿠바의 앞선 농업 정책과 교육 정책 등에 관한 책을 내놓기도 했다.

주로 인터뷰와 사례 중심으로 쿠바 의료복지의 생생한 모습을 기술해 현장감이 돋보인다. 1959년 쿠바혁명 직후 의사의 3분의 2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열악한 상황이었던 쿠바가 어떻게 의료 선진국이 될 수 있었는지 파헤치면서 저자는 무상교육과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측면을 취재해 책에 넣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한 권. (토머스 케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부키 펴냄).

*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blest01@daum.net 입니다. 기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은 주저말고 메일 보내주세요.



/윤재석 언론인

한미FTA전초전, 건강보험 와해되나? "김종대 이사장 위헌소송 변론 막아"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4일자 기사 '한미FTA전초전, 건강보험 와해되나? "김종대 이사장 위헌소송 변론 막아"'를 퍼왔습니다.

ⓒ건보공단 홈페이지 김종대 신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위헌소송이 제기된 국민건강보험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을 위험에 처했다. 위헌판결이 나 국민건강보험이 와해되고,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한미FTA로 미국 보험사들이 진출할 경우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어 우려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09년 경만호 당시 대한의사협회장은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위헌소송에 대해 심리를 진행중이며 금명간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건강보험이 통합된 취지는 재정이 넉넉한 직장의보 가입자와 재정이 부족한 지역의보 가입자의 재정을 합쳐 전 국민이 골고루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 출범했다. 명실상부한 전국민의료보험 체계를 갖춰 모든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건보통합 반대 세력은 겉으로는 직장의보 가입자가 손해본다며 의보통합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본질은 건강보험이 통합돼 재정이 안정되고 보장성이 확대될 경우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위헌소송에서 이를 막아야 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관련 업무를 해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취임한 신임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취임사에서부터 "건보공단에서 공단 통합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이사장은 지난 20여년간 국민건강보험의 통합에 반대해 온 인물이다. 

1989년 국회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 통합법안을 통과시키자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던 김종대 이사장은 '국민의료보험법 시행시 예상되는 문제'라는 문건을 언론에 뿌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월 2~3배 인상된다고 과장했다. 결국 이 언론보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이를 등에 업고 건강보험 통합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 들어 건강보험 통합이 다시 추진되자 1999년 당시 보건복지부 정책기획실장이던 김종대 이사장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항명파동을 일으켜 2000년 면직됐다. 

건강보험이 통합된 이후에도 김종대 이사장은 '건강보험 자치권 회복 운동본부'를 만들어 건보 통합에 반대해 왔다. 건강보험 위헌소송이 제기된 지난 2009년 경만호 의사협회장의 출판기념회 강연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정신 나가지 않은 바에야 100%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건강보험이 쪼개져야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쪽에서는 경만호 의사협회장의 위헌소송 제기를 배후에서 총지휘한 인물이 김종대 이사장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뒤에도 김종대 이사장은 16일 보건복지부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존 (건강보험 통합 반대)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 하고 1999년 항명파동 당시 자신이 작성했던 건보통합 반대글을 건강보험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김종대 이사장은 위헌소송에서 건보공단의 적극적인 반론을 막고 있어 자칫하면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송상호 사회보험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열린 '한미FTA와 의료민영화' 토론회에서 김종대 이상이 위헌소송 재판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변론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고 밝혔다. 

송 실장은 "김종대 이사장이 '보험료를 부담시키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많이 노력해왔다는 식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며 "김 이사장이 헌법소원 대응 실무부서인 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이나 재정관리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실장은 "이의제기 당사자인 공단의 반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헌법소원은 위헌으로 판결날 가능성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위헌소송이 날 경우 한미FTA와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과 함께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자가 한국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에도 투자자국가중재제(ISD)에 따라 제소할 수 있는데, 건강보험통합으로 담보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자신들이 투자한 영리병원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경우 이를 국제투자분쟁센터에 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FTA 금융서비스 분야 개방에 따라 미국 보험사들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에도 건강보험은 위험에 처한다. 근본적으로는 건보통합 와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해 질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건보통합이 위헌판결 날 경우 분할된 지역의보 가입자들이 보험료 상승 부담으로 민간보험으로 갈아탈 수 있다. 

송상호 사회보험노조 정책실장은 "위헌 판결은 한미FTA의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건보공단의 분할을 통한 건강보험 약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 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김종대 이사장이 건보 위헌소송 변론을 방기한다면 변호인단을 국민변호인단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적으로 모금을 해서 이 위헌소송에 대해 방어를 해야 한다. 촛불로 헌재를 둘러싸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 안팎에서는 12월 중에 건보통합 위헌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종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보건.의료.안전 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나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4일 '민중의소리' 기사에 대해 김종대 이사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은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직장인과 지역가입자 모두에게 공정한 단일 보험료 부과 체계를 이른 시일 안에 마련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김 이사장이 "직장, 지역 조합으로 다시 분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조태근 기자taegun@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