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김정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김정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아무도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9일자 기사 '아무도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를 퍼왔습니다.
[고승우 칼럼] 주변 4개국의 무관심, 지금이 '뼛속까지 친미'하고 있을 땐가

북한이 김정은 부위원장 체제로 출범하면서 주변 4개 국가의 한반도 정책이 관심을 모은다. 우선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비춰 한반도에서의 급격한 변화, 통일을 원치 않는다. 현재와 같은 분단 상태가 최선으로 여기면서 분단 고착 정책을 펴는데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꼴이다. 

중국은 북한의 안정이 군사적으로 동북 3성의 안보에 긴요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체제 유지에 적극적이다. 이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후 주변 국가에게 북한을 자극하지 말 것을 통보하기도 했다. 중국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합 될 경우 불가피한 주한미군과 중국군이 대치하는 상황을 절대 원치 않는다. 

중국은 동북 3성의 지하자원이 고갈 상태여서 북한의 천연자원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북한의 지하자원은 약 7천 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양으로 남한의 24배에 달한다. 중국은 미국, 유럽의 금융위기와 경제난으로 자국의 경제가 향후 심각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주산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미국과 러시아를 제친 우주 강국을 꿈꾸고 있다. 이래저래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강력히 희망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데 주한미군이 안성맞춤으로 여긴다. 주한미군은 중국의 목을 겨눈 비수로 비유된다. 여차 하면 주한미군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적 위치다. 주한미군을 절대 철수시키지 않는 이유다.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명분의 하나는 남북간의 군사적 갈등에 대한 ‘관리’다. 국제 사회에 주한미군이 남북간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남북이 천안함, 연평도 문제로 갈등하는 것은 미국에게는 최상의 호재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9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전한 가운데 20일 서울역 대기실에서 시민들이 김정일 사망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주한미군 주둔비도 한국이 대부분을 부담하니 미국에게 경제적으로 큰 득이 된다. 주한미군을 세계 분쟁지역에 투입할 수 있게 한국과 합의했으니 이 또한 미국에게는 엄청난 전략적 이득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도 지연시킨다. 정전협정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도 절대 불가다. 

일본은 한반도 통일을 내심 원치 않는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 강력한 국가가 등장할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현재 남한이 일본을 경제적으로 추월하는 것이 못마땅한데 통일 한반도가 풍부한 지하자원과 첨단 과학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일본을 앞설 강대국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수십 년 간을 ‘투쟁’하는 것을 보고 그런 노하우가 통일 한반도에 계승될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한반도 통일을 최대한 저지하려 한다. 

일본은 납치문제에서, 북한이 보내온 일본인 유골의 DNA 검사를 소홀히 한 채 문제의 유골을 폐기 처분해 영구 미제 사건으로 만든 뒤 ‘북이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속내도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속셈의 결과로 읽힌다. 

러시아는 옛 소련의 전통 탓인지 대소 국제 문제에 미국에 대한 반감이 대단하다. 아직은 세계의 2대 강국이라는 향수에 젖어 매사에 미국과 각을 세운다. 한반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반도가 통일돼 러시아와 미군이 총부리를 맞겨눈다는 것도 피하고 싶은 항목 가운데 맨 앞에 속한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뒤 북한에 대한 지원을 크게 줄이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쇠퇴했지만 최근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북한을 경유한 가스관 건설을 수단으로 남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한다. 남북을 분단 상태에서 관리하겠다는 속셈으로 읽힌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한반도 주변 4개국은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최선으로 여긴다. 통일에 대해서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역행하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런 점을 살핀다면 한반도 통일이나 평화, 안전 등은 결국 당사국인 남북이 챙길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처럼 ‘뼈 속까지 친미’와 같은 방식은 미국 등 4개국이 한 통속이 된 남북 분단 고착화 정책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 

2011년 12월 25일 일요일

“교류단절로 인한 대북정보 부재, 현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4일자 기사 '“교류단절로 인한 대북정보 부재, 현 정부의 자업자득이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정일용 615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

연합뉴스에서 오랫동안 북한 및 한반도 관련 보도를 하며 기자협회장을 역임한 정일용 기자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로서 남북교류 사업도 수차례 관여한 바 있다. 

정일용 대표는 23일 오후 와의 전화인터뷰에서 ‘94년에 비해 언론보도가 차분하고 냉정해졌다’는 평가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북에 대해 잘 모르면서 추정에 추정을 거듭해서 쓰고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정일용 대표는 일부 언론의 김정은 후계체제가 준비가 부족하고 불안하다는 보도와 관련,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가 될 때보다 북 사회가 내부적으로 안정돼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새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일용 대표는 일선에서 북한 관련 보도를 하는 후배들에게 “북한에서 나오는 원전에 근거해 최소한 북의 주장이 이렇다 라고 보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사실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언론이 남북관계를 파탄내자는 것이 아니라면 관계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정일용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

다음은 정일용 대표와의 일문일답 요지다.

-언론보도가 94년에 비해 차분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언론은 서거냐 사망이냐 하는 지엽적인 논란을 부채질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보도를 하고 있다.

=94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좀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북과 교류접촉 많아지면서 북쪽에 대해 전보다 좀 많이 알게 돼서 그렇지 않겠나?
그러나 남쪽이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는지도 모르는 것이 정부와 언론의 수준이다. 북과 김정은 후계자에 대해 잘 모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추정해서 쓰는 것은 쓰는 기자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일 것이다. 국민들도 94년과 비교하자면 (북에 대한 선정적인) 그런 기사가 나온다 해도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후계 승계 당시보다 현재의 북이 훨씬 안정돼 있어

-김정은 후계자가 갓 서른도 안 된 인물로 사실상 허수아비라거나 북이 극도의 혼돈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는 가설이 쏟아지고 있다.

=나이만 갖고 따질 것은 아닌 것 같고 후계자 수업을 오래 못 받았다, 후계자로서 활동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 결정 과정에 삼촌이나 경쟁세력이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한창 자랄 때는 북이 유일사상을 정립한다 면서 내부 정리가 필요한 분위기였다. 김정은 후계자 지명은 김정일 위원장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안정적이다.
경제로 보더라도 (김일성 주석이 서거한) 1994년에도 힘들었고 이후 계속 가뭄이다, 홍수다 해서 얼마나 힘들었나? 그때와 비교하면 북쪽에서도 경제적으로는 좋아졌다고 말하고 외신에 따르면 북의 올해 식량 작황이 괜찮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 면을 종합해보면 김정은 후계자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분위기에 권력을 승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대 세습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언론과 일부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생각을 어떻게 가지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부인할 수도 없고,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북의 현실이다. 김정은 후계체제가 들어선 것을 부인할 수 있겠나?

-김일성 주석도 생전에는 남쪽으로부터 극심한 비판에 시달리다 사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비교되며 언론의 평가가 후해졌다. 지금도 김정은 후계자와 비교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나름대로 지도력이 있었다는 식으로 상대적으로 후하게 평가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것이 보인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해서 좋게 평가하고 새로 등장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깎아내리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김정은 후계자에 대해서는 당분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북을 봉쇄고립시키니 정보도 얻을 수 없어

-북의 서거 발표 이후 남측이 북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가 대단히 부족하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드러났다. 정부여당 쪽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의 정보력이 약화됐다고 하고, 반대로 남북교류 차단이 정보력 부재의 주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본래 서로 만나고 해야 주워듣기라도 하지. 이 정부 들어와서 언론본부만 해도 만남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첩보위성이 지름 몇 센티미터짜리 물체를 구분한다 해도 건물 내부 상황이나 사람 생각을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나. 이명박 정부와 미국 등 서방의 자업자득이다. 만나지도 못하게 하고 고립시켜서 폐쇄적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정보가 있을 수 없다. 

ⓒ6.15남측위 언론본부 2006년 남북언론인토론회 합의서에 서명(수표)한 남측 언론본부 정일용 상임대표와 북측위원회 양철식 사무국장이 기쁜 표정으로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이전 정부처럼 남북 교류가 활성화 됐다면 지금과 달랐을까?

=교류가 진전되고 만나고 있었다면 갑자기 17일 뭔가 변화가 있다면 알 수 있지 않았겠나. 관계가 진전됐다면 북쪽에서도 숨기지 않았을 것이다. 개연성으로 보자면 보다 빨리 알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부는 조의 대신 위로를 표명하고, 이희호 현정은 여사 외 민간 조문은 불허하되, 민간단체의 조의 표명이나 조전 발송은 허용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어떻게 보나?

=남북 간의 특수관계를 떠나나 조문을 가는데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스운 이야기다. 사람들이 잘 기억을 못하는데 북쪽에서 조문을 오거나 조전을 보낸 것은 상당히 여러 차례다. 정주영·정몽헌 회장과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 그리고 통일 관련 인사 등에 여러 차례 조의를 전했다. 그렇다면 북쪽이 더 유연한 것이 아닌가. 
남에서 정부 차원 조의 표시 대신 동포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달한다고 하는데 굳이 김정일 위원장 등 지도체제를 인민과 구분할 필요가 있는가. 그런 식이라면 막말로 잘 됐으니까 축하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쪽에서 이렇게 유연하게 하리라고는 북에서 생각도 못했을 거라는데 말 하다보니 유치하고 웃음이 난다. 꼼수로 보인다.
북쪽에서 와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이쪽에서 남북관계 개선 생각해서 조문 가겠다고 하는데 누구는 가지 말라고 무슨 잣대로 하는가? 

북 관련 보도에서 북의 ‘원전’ 중시해야

-북 관련 보도는 사실 관계 확인도 어렵고 명예훼손 같은 위험도 없어 ‘소설 쓰기’의 유혹이 많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1차적으로 원전, 즉 북쪽 신문이나 방송, 출판물에 기초해서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최소한 북이 그렇게 주장했다는 것은 사실 아니냐. 사실이든 선전이든, 북의 말은 알 수 있다. 또 깊이 오랜 시간 보다보면 어떤 건져낼 것이 있다.
지금 남북관계의 향방은 남에 많이 달려 있다. 북도 남이 하기 따라서 상당히 좋아질 수도 있고 끝장날 수도 있다고 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언론이 남북관계를 파탄내자는 것이 아니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앞으로의 남북관계 어떻게 전망하나

=김정일 위원장 부고를 보면 상당히 장문이다. 김 위원장 치적이 나오고, 뒷부분에 남북관계에 대해 조국통일 3대헌장과 남북 간의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자주적인 통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 시대와 변함이 없다. 김정은 시대를 보면 큰 틀이 바뀐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핵문제는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문부터 20년 넘게 계속되는 문제다. 김정은 시대라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외부 압박으로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자기 편의주의적인 생각일 뿐이다.

고희철 기자khc@vop.co.kr

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평화를 관리하려면 다가가야 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평화를 관리하려면 다가가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김종배의 it] 김정일 조의, 싫어도 필요하니까 해야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코미디다. 28살 밖에 안 된 김정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이어 최고 권력자가 되는 현실은 난센스다. 우리가 아는 한 김정은은 한 일이 없다. 북한에서 말하는대로 하면 '백두의 혈통', 우리의 일상용어로 하면 '유전자'를 이어받았다는 것 외에는 그가 북한 최고 권력자가 돼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엄밀히 말해 사기업에 불과한 재벌의 2·3세 상속조차 곱게 보지 않는 우리 아닌가. 하물며 2400만 북한 주민의 삶을 짊어져야 하는 북한 최고 권력자 자리를 단지 부모 잘 만나 거머쥐는 모습이 어찌 좋게 보이겠는가. 그건 부조리에 가깝다.

그런데도 원치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의 북한이 급속히 붕괴되는 일은 원치 않는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성에 휘말리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연합

이유는 하나다. 한반도 평화 관리가 절대명제요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관리만이 국민의 안녕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점증되는 수준을 넘어 붕괴상태로 이어지면 악몽 같은 상황이 도래한다. 김정은 체제의 붕괴가 한반도 전체를 아수라장 같은 혼미 상태로 내몬다.

솔직하게 묻고 답하자. 북한 체제가 붕괴해 수십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월남을 했을 때 우리는 그들을 감당할 여력과 의지가 있는가. 군사적 위기가 고조돼 하루하루를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을 감내할 수 있는가. 금전적·정서적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의 현실이 이렇다. 북한을 앞에 두고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못하면서도 최고 권력자의 정치기반이 안정되기를 기대하는 게,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감정적·도덕적 접근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감정의 배설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생산성은 없다. 이성적·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발 불안요인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조문 논쟁이 한창이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줄기가 아니라 가지다. 본질적인 문제는 남북간 교류다. 민간을 넘어 당국간 교류까지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 4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점증될 경우 주변 4강, 특히 미국과 중국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다. 만에 하나의 상황에까지 대비한다면 남북간 핫라인을 구축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미중의 선택에 따라 갈리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남북간 교류를 통해 완충제 겸 방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조문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다. 남북간 교류를 트기 위한 시작이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발이다. 이희호 씨나 권양숙 씨의 조문을 막을 이유가 없다. 그건 사적 조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북한이 조문단과 조전을 보낸 데 대한 답례 차원이다. 이런 사적 조문을 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조의를 표하는 것까지 모색해야 한다.

좋아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말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북 체제 안정 역량, 생각 이상으로 높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북 체제 안정 역량, 생각 이상으로 높다'를 퍼왔습니다.
[김민웅 칼럼] 조문 정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틀간의 시간 동안 북이 보여준 것

북한의 체제 생존력은 일단 생각 이상으로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정보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알 수 없게 완벽하게 관리한 점은 북의 체제 방어 수준이 만만치 않음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북의 내부를 향한 외부의 개입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과시한 셈이기도 하다.

북으로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가 주는 충격과 위기를 관리하고 차기 체제를 조속하게 안정시키는 일 외의 중대사는 지금 없다. 여차하면 북한 붕괴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대응은 체제적 필연성을 가진다.

더군다나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에 대한 애도 못지않게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입증해 보이지 못하면, 북한 주민들이 겪을 혼란과 위기감은 통제 불가능의 상태가 된다. 그런 점에서 북의 체제 방어 시스템이 이틀에 걸쳐 이를 해결했다고 판단하고 사망 정보를 공개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보 파악 역량에 대한 질타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 이명박 정권만이 아니라 미국도 북의 체제 방어력과 정보관리의 벽을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대목은 김정일 이후의 북이 자신을 철저하게 방어하고 정권 교체 동요기에 외부의 개입 가능성을 치밀하게 차단하는 작업을 완료했다는 점이다. 이걸 제대로 보지 못할 경우, 북의 김정일 이후 체제에 대한 전망은 오판에 기초할 수 있다.

순직한 지도자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김일성 주석의 경우 남북관계를 재정비하는 작업에 몰두하다가 유명을 달리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에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현지 지도에 골몰하다가 세상을 떴다는 대목은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체제로 넘어가는 3대 세습의 정서적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는 대를 이어 계승되고, 그에 따라 김정은 체제는 북한 주민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얻은 것이다.

이 두 가지 면모, 즉 (1) 위기의 조건에서 작동한 체제 방어력의 수준과 (2) 지도자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결집도는 북한의 장래에 대한 섣부른 부정적 예상이나 평가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북은 김일성 주석 사후 체제 위기를 관리한 경험과 경제적 곤경을 헤쳐 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번의 경우 그 학습효과가 가동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 악화와 김정은 후계 지목이 겹쳐서 진행되었다는 점은 만일의 유고사태에 대비하는 내부의 시스템 작동 준비가 상당 정도 정비되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쪽에서 생각하듯이 핵심적 지도자의 사망으로 인한 어떤 정치적 혼란이나 군사적 동요란 적어도 체제적 차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예기치 않은 사망은 북 내부에 엄청난 충격과 위기감을 조성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때를 위해 그토록 주변 열강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다져놓고 후계구도를 확정했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존경심이 더더욱 우러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비상관리체제와 계승 시스템을 김정일 위원장이 정치적 유산으로 남겨놓았다고 본다면, 북의 생존력은 결코 불안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노동절 행사 당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P=연합

준비된 후계체제와 유리한 주변 환경

또한 김정일 이후의 북은 김정은 하나의 주도 아래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체제의 방어와 생존을 위해 그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안정될 수 있다. 주변 환경도 좋은 편이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북의 체제 생존력에 기본 조건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를 교차 방문하면서 후계체제의 안정화 전략을 구사하고, 사망 직전 미국과의 관계개선의 의지도 진전시켜나간 것은 모두 자신의 부재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북의 지배 엘리트 들 역시 김정일 위원장이 마련해놓은 기반을 다지는 것 외의 생존전략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에 진력을 다할 것이며 "선군정치"의 최대 수혜자인 군 역시 이런 방향으로 힘을 쏟을 것이다.

김정은이 너무 어린 나이라고 하지만, 3대에 걸친 혁명 가계의 적통이라는 자의식과 짧은 시간의 훈련이지만 최고 지도자 과정을 밟았고 젊은 시절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와 혼재되어 있는 면모는 그의 지도력에 일정한 카리스마를 부여하게 되어 있다. 할아버지가 항일 독립투쟁의 경륜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는 대미 관계와 경제위기를 관리하고 돌파하기 위한 역량을 보였다면, 김정은의 경우는 세기적 격변기에 강성대국 내지 강성국가의 진로를 구체화하는 과제를 받은 셈이다.

그가 성공할지 아니면 실패하고 말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을 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그로서는 생각보다 신중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것이 그의 나이와 경력의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모를 수 없고, 또 권력의 핵심 주체 세력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체제는 견고하게 다져진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상속받을 뿐만 아니라, 내부의 강력한 지지와 외부의 지원을 받는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북에게 있어서 이것 외의 대안은 없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일본도 이미 예상대로 북에 대한 조의표시를 했고 대북 접근의 밀도를 높이려 들고 있다.

조문 정국으로의 전환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 이후 대북 정책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김정일 사망에 대한 기본적인 조의의 예를 갖추지 않는다거나 북의 체제 생존력을 가볍게 본다든지 김정은 체제를 우습게 보는 일 따위다. 만일 그렇게 해버린다면, 그것은 북 체제 내부에 긴장을 불러일으켜 한반도의 평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향후 대북관계 개선의 통로를 스스로 차단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조의 내지 조문 정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의 문제가 이로써 덮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미 FTA문제가 망각된다고 여기는 것 역시 착각이다. 잠시 우선순위가 바뀌어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북은 외국의 조문사절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 같은 민족의 조문까지 거부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중국의 후진타오가 영결식 참석을 하겠다고 했으니 조문사절 논란은 동양적 예로 볼 때 일단 "굳이 오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한 정도이다. 그게 조의 표시마저 거부하거나 조문의지를 밝히는 것까지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충격에 빠져 있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우리가 진정 위로하고 한반도 평화의 내일을 위해 필요한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북에 분명하게 표시하는 일이다. '문상정치'라는 말도 있고 '조문외교'라는 말도 있다. 통 크게 그런 각도로 북의 상황을 대하는 노력과 모습을 보인다면, 이제까지의 여러 복잡한 감정과 정책의 모순이 일거에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정도로 풀려나갈 수 있다.

동양의 역사에서 조문이란...

김일성 주석의 죽음을 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 세대가 바뀌어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을 또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매우 현명하게 처신할 일이다. 상대는 의외로 강력한 체제 생존력을 가지고 있으며, 불안정한 요소가 있다 해도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북의 현실을 장악하면서 한반도의 장래를 결정해나가는 주체의 하나다. 그런 상대를 외면하고 무시해버린다면, 그건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에 역행하는 처사가 된다.

이제 곧 오바마 행정부도 북에 대해 조의를 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국면에 처한 북한과의 대화통로를 복구하는 일에 지체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대 중국 전략에 있어서도 유리한 선택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잇달아 이명박 정부의 공식적인 조의 표시를 요구하고 있다. 북은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동양의 역사에서는 적장이 죽어도 조문은 가는 법이다. 아니면 조의 정도라도 표한다. 이명박 정권은 그 의미를 혹여 부정하고 싶어도 하물며,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손을 잡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룩하자고 했던 북의 지도자다. 노벨 평화상의 사실상 한 쪽 당사자다.

그렇다면 북의 핵은 뭐냐고 할지 모르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대한 대응과정의 산물 아니던가? 대북압박 내지 적대시 정책의 포기와 북한의 핵전략 포기는 서로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되는 법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더 길게 말하지 않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MB, 지금이 남북관계 돌파구 만들 기회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MB, 지금이 남북관계 돌파구 만들 기회다"'를 퍼왔습니다'
[전문가 좌담] "김정일 만났던 박근혜가 조의 표명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후계자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북한과 주변국들의 관계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은 19일 북한 및 남북관계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김창수 전 청와대 행정관의 긴급 좌담회를 열고 김정일 사망 이후의 정세 전망과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짚어봐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한 이번 대담에서 패널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에서 급격한 변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적으며, 한국 정부는 오히려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이날 좌담회 전문.


▲ 김정일 사망을 특별방송으로 보도한 북한 <조선중앙TV> 방송화면

"52시간 조용했던 북한, 위기관리 체제 정상 작동 증명"

프레시안 :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는 하루 뒤 발표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틀이 지나 알려졌다. 52시간의 공백 동안 북한의 움직임은 어땠을까.

김창수 : 현재까지의 언론 보도를 보면 그 동안 북한은 내부 체제 단속을 위한 점검 시스템을 만들고 김정일의 사인을 밝히는 후속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52시간의 공백은 오히려 북한의 위기관리 체제가 잘 작동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정일 사망 이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고, 관련된 정보가 잘 통제되는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근식 : 그 사이에 당이나 국방위원회, 군의 엘리트들이 대책을 논의했을 텐데, 가장 큰이슈는 김정은 후계체제로의 순탄한 이행, 그를 중심으로한 권력 이양, 주민 동의나 대외 특이동향 점검 등이었을 것이다. 52시간 동안 의견 조율이 합의되고 끝난 상황에서 사망 소식이 발표됐기 때문에, 큰 사건이었지만 초동 대응은 잘 했다고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그동안 중국, 러시아와 조율에 들어가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암묵적으로 이끌어내는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대외적 지지를 얻고 대내으로 권력이양을 순탄한 진행했다는 자신감을 확보한 측면이 있다. 반대로 52시간 동안 남쪽은 몰랐다는 것은 굉장한 문제점으로 보여진다.

프레시안 :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 측에 사전 통보가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가?

김창수 : 단정하긴 힘들지만 현재 북중관계를 고려할 때 52시간 동안 북한의 위기관리 체계가 작동됐다면 중국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망 직후가 아니더라도 발표 전에 긴급조치를 발표하겠다 정도는 통지됐을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 94년 김일성 사망 시에는 남측에 사전 통보가 왔었나?

김근식 : 당시도 남북이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 핵문제로 긴박한 상황이었고 2000년 정상회담을 한 이후에나 화해협력이 돼 조문단이 오고갔다. 따라서 94년 당시 상황상 사전 통보는 무리였고, 다만 남측 정보당국은 알고 있었을 수 있다. 두 차례 정상회담 이후 많은 사람이 오고가고 북측에 개성공단까지 있는 현재 상황에서 눈치 못 챈 건 국정원 등 정보라인이 북한에 대해 장님이 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김창수 : 다른 시각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의 유고 동향은 우리 안보에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온갖 촉수를 세우고 있는 건 분명한데 정보를 세세히 얻을 수 있느냐는 달리 봐야 한다. 예전 관례를 보면 김정일이 80일 동안 안 나타난 적도 있었고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를 경우도 많았다. 며칠씩 안 나타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우리 측이 항상 즉각 파악한 건 아니었다.

이번에 특별방송을 하겠다고 발표할때까지도 몰랐는데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예를 들어 핵문제 관련 발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긴급방송을 사전 예고할 때도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 식이라고 예측했을 수 있다. 또 한미 정보당국이 그 동안 김정일의 건강상태에 대해 대체적으로 4~5년 생존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 못한데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망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 가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정보능력 부족이 대통령의 행보에까지 영향을 미친데 대해서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일부 보도에는 타살설, 테러설, 정변설까지 나오는데.

김창수 : 북한의 발표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볼 수는 있다. 개인적으로 북한의 발표는 사실이라 본다. 김정일이 건강 이상으로 사망했을 것이라 보는데, 그간 건강 이상설에 대해 많이 확인된 부분이 있었고, 김정일 사망 원인이 만약 건강 이상이 아닌 다른 요인이라면 52시간 동안 소식이 잘 관리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또 우리나 미국 정보당국이 그것을 모를 수 없었을 것이다.

"외국 조문 안 받기로 한 것, 94년 조문 논란 영향 미친 듯"

프레시안 : 북한은 외국의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김일성 사망 당시에도 같은 입장이었나?

김창수 : 당시에는 그런 언급이 없었고 통상적인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 안 받겠다는 것은 김일성 이후 발생했던 조문 파동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한다. 그때처럼 김정일 사망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사망 자체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확산되는 것을막기 위해서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도 한 시름 덜어주는 측면도 있다.

한편으로 중국에 사전에 알려줬다는 가정 하에 생각해보면, 중국 측의 조문단을 비공식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체제 안착 과정에서 북중이 서로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도 김정은 체제의 안착이 필요하고 북한도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북중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징표 측면에서라도 받을 확률이 있다. 당장은 공개하지 않겠지만 정치적 필요에 따라 추후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본다.

김근식 : 조문단 안 받겠다는 게 특이한 사안인 것은 맞다. 정상적이라면 조문단 왕래는 다양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외교의 장이다.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호상(好喪)이 아니기 때문인듯 하다. 김일성 사망도 급작스러웠지만 83세로 장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70세도 채우지 못했다. 두 번째로, 국가영도자의 죽음을 맞은 북한의 분위기가 94년과 비교했을 때 사뭇 차분한 분위기다. 당시처럼 애도의 물결이 넘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이들은 체제의 취약성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조문단의 방문을 거절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창수 : 조문단을 받으면 평양에 가서 북한의 통제를 벗어나 사회 곳곳를 뒤지는 게 아니다. 취약성이 노출되지 않는다. 조문단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제한된 사절단이라 그런 분석과는 큰 관련이 없다. 가령 북한이 아리랑 공연을 할 때 관광객들을 많이 받았고 관광객들은 조문단보다 훨씬 많은 곳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체제 취약성론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프레시안 :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9월 뇌졸중으로 한번 쓰러졌는데 그때야 말로 김정일이 곧 사망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고 현재는 회복됐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었는데.

김근식 : 잘못된 진단을 내린건 아니고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당시 대통령 주치의가 김정일을 장시간 관찰한 결과 직무수행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国) 국무위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방북했다. 현정은 회장도 4시간 동안 김정일을 만났다. 위키리크스가 김정일이 지난해 줄담배를 피웠다는 외교전문도 공개했다.

김정일의 최근 몇 년간 대외 활동과 올해 중국·러시아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가 회담을 한 것을 보면 업무 수행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갑자기 사망한 것은 기차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했고 응급처지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갈 것인가?

프레시안 : 김일성은 1945년부터 1994년까지 49년간, 김정일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을 통치했다.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로 치면 거의 40년이다. 84년 생인 김정은은 2010년 후계자로 지명됐는데 김정일이 없는 북한은 이제 어디로 갈까?


▲ 김근식 경남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근식 : 김정은 후계체제가 안착하기 전에 유고사태를 맞이해서 북한의 불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사망 초기 이틀 동안 큰 동요 없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권력 이양이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김정은의 위치와 리더십, 카리스마, 정치적 정당성의 정도는 1994년의 김정일보다 약하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은 20년 넘게 후계자 준비를 해 왔다. 전반적 영역에서 경험을 쌓아 당의 리더십을 장악했고 1991년 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하면서 군 통제권도 확보한 상황이었다.

김정은은 짧게 보면 작년 9월부터 채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그것도 김정일의 후광을 업고 현지지도를 다녔다. 내년에 강성국가를 만들어 가야하는데 김정일이 사라진 공백기에 김정은이 경제 차원에서 주민들을 독려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북핵 문제도 북미협상은 재개되겠지만 최고지도자가 결정을 내릴 시점이 있다.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UEP)을 어떻게 할 것이냐 평화협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백날 강석주, 김계관이 해봤자 결국엔 김정일이 결정해주는 건데 이제 구심점이 없어지면면서 결정은 미뤄지고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

프레시안 : 협상파과 강경파가 대결할 때 중재 역할로서 리더십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김근식 : 김정은의 후견 그룹이 당내 엘리트를 얼마나 장악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이끌고 선두에 서서 선전할 수 있으냐를 보면 취약하다. 둘째, 정치 엘리트 내부의 갈등이다. 작년 9.28 당대회 이후 뜨는 별이 있고 지는 별이 있었다. 뜨는 별로는 리용호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최룡해 당비서가 급부상했고, 지는 별로는 김영춘 정치국위원, 오극렬 정치국 후보위원 등이 있다. 장의위원회도 '지는 엘리트'의 순번은 뒤다. 이 엘리트 사이의 알력을 김정은이 잘 조절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갔을 때 내부적 불안정성은 취약하지 않을까 싶다.

김창수 : 첨언하자면 김정일 체제는 후계 체제에 대한 개념과 논리를 만들고 실제 시스템을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성립도 되지 않았던 후계체제 논리를 만들어 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 이후 후계자로 등극했다.

김정은 후계체제가 나오기 전에 북한 연구자 사이에 벌어진 논란은 과연 3대 세습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세습, 집단지도체제, 과도 체제에서 3대 세습으로 가는 이론이 각각 제기됐다. 이제 3대 세습으로 간 상황이라면 후계체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던 당시 분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후계체제를 정당화하는 개념과 논리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이를 바꾸고 집단지도체제로 가려면 또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해서 결국은 3대 세습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당시 주장이었는데 현재를 보면 맞아떨어진 셈이다. 또한 김정일이 후계체제에 대한 개념부터 시스템까지 만들었자면 김정은은 이미 만들어진 상태에서 올라타는 방식으로 가기 때문에 선대와 달리 압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미 최근 몇 년간 김정은 체제의 틀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틀 자체는 유지가 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의 이념 갈등처럼 정치 중심 노선과 경제개발·실용주의 사이의 갈등이 북한 내에도 있어왔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국가영도자의 역할을 김정은이 어느 정도로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프레시안 : 1994년 당시 김정일이 김일성의 3년상을 치르면서 대외관계를 동결시켰는데 앞으로도 북한이 수세적으로 갈 것인지 궁금하다.

김근식 :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이 확고한 역량과 리더십, 정책적 경륜을 100% 습득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상당 기간 테크노크라트에게 결정을 위임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강석주, 대남정책은 김양건, 경제는 최영림 등 각 영역에서 김정은보다 전문 역량이 있는 이들에게 위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김정일이 결심한 바에 따라 움직이던 이들이라 자신들이 결정한 적이 없어서 과거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이러한 배경 하에 테크노크라트와 김정은 모두 과감하게 결정을 못해 미뤄질 가능성이다. 실기(失機)하는 것이다. 앞으로 북미협상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렇게 흘러가면 북한도 대외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내적으로 통치의 정당성 강화에 집중하면서 대외정책은 김정일이 공언한 정도를 지켜내는 수준에서 상황을 보자는 정도로 갈 수 있다.

▲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프레시안(최형락) 김창수 : 현 시점에서 북한의 대외관계는 북미관계,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남북관계가 있다. 김일성 사망 당시 북한이 결과적으로 수세적이었지만 주목할 점은 대미 관계에 있어 그해 10월 제네바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협상 타결을 위한 실무접촉은 유지된 셈이다. 당시 대남 관계는 단절됐는데 이는 수세적 태도도 있었지만 조문 파동을 불러일으킨 남측 정부와 관계개선을 원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앞으로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유지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올해 1월 후진타오(胡錦濤 )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다. 당시 두 정상은 남북대화 유지 및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하기로 했는데 결실을 맺지 못했다. 최근 몇 차례 북미접촉 통해 UEP 동결 합의와 영양 지원까지 합의된 것은 그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는 내년이 국제사회에서 모든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 행사하는 국가들의 리더십 교체기라는 점인데, 그 시기에 북한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 것인가에 있다. 현재로서 그 가능성은 유동적이다. 북한이 현재의 수준은 유지해도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 어떤 것을 만들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프레시안 : 국내 언론들은 김정은의 리더십이 약하면 군부가 들고 일어날 수도 있고 탈북자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김근식 : 군부가 최고지도자에 저항하는 것은 북한의 수령제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군부가 따로 독립해 국방위원장이나 최고사령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방위원회의 정치국 상무위원 등은 사실 당 사람이면서 군에 가있기 때문에 군이 자기의 당과 분리된, 후보자와 분리된 이해관계 때문에 후계 체제에 저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김정일이 후게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형식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9년 헌법을 개정해 국방위의 권한을 강화하고 국방위원장을 영도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최고인민위원회에서 김정은, 리용호, 최룡해 등은 국방위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장의위원회 명단을 봐도 당, 정치국 인사들이 전면에 섰고 국방위 위원들은 뒤로 밀렸다. 국방위를 중심으로 통치하기엔 김정은이 아직 맡고 있는 직함이 없어서 배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 : 북한의 기본 권력구조상 군부가 최후까지 체제를 유지하는 수호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재 체제에서 이탈하리라는 발상은 북한 연구자 입장에선 타당성이 없다.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군이 모든 결정과정에서 우위에 있던게 오히려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봐야 한다. 최근에 이러한 경향이 정상화됐고 이는 김정일을 호칭할 때 당 명칭을 앞세우고 군 직함을 뒤로 빼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미국과 중국의 향후 움직임은?

프레시안 : 중국·미국의 향후 움직임은 어떻게 될까? 는 오늘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경고했는데.

김근식 : 중국은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명했고 94년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김일성 사망에 애도를 표명한 것처럼 미국도 유사하게 갈 것이다. 중요한 점은 지난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통제할 수 없는 군사적 긴장은 피하자고 합의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과의 협상을 진전시켜서 미국이 다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야 북한의 불안정성을 완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에 정치적 급변이나 소요사태는 중국과 미국 둘 다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 :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에 미국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내년에 미국도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북한과 적극적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이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때문에 적극적이지도, 악화되지도 않은 현상 유지 국면이 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정부의 반응도 호들갑보다는 냉철하게 관찰하는 편에 가깝다. 미국은 지금까지 유지해온 대화를 좀 더 시간을 두고 추진하지 않을까 한다. 중국 역시 변방에서의 불확실성을 원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미국의 대북 접근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라는 의견과 현상 유지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각각 나왔는데, 극소수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을 무너트리길 기대하기도 한다.

김근식 : 중국이 있어서 쉽지 않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북중관계가 전략적 협력관계로 격상된 상황에서는 어렵다. 미국이 그렇게 나오려면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최고조에 달해 방아쇠를 당기면 터진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다. 군사적 임계점이 와야 현실화될 것이다.

김창수 : 미국이 동북아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대중정책이다. 한국의 일부 세력은 미국이 압박하고 군사조치를 강화하는 게 희망상황일 수 있지만 대중정책 추구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 압박이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그런 압박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북중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만을 독립적 변수로 놓고 압박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한국 정부, 조문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 이날 좌담회를 진행한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결국은 한국의 대응이 미국, 중국이 나아갈 방향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인데, 일단 민주당에서는 조의를 표명했고 통합진보당도 애도를 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조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김근식 : 가장 중요한 건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다. 김정일이 사망한 오늘은 일단 통상적인 국가안전보장회의, 군 공무원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남북관계가 4년 동안 중단되고 교착되는 것을 반복해왔는데 김정일 사망으로 이를 돌파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삼을 창조적인 지혜가 이 대통령에게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당시 남북관계의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도 김양건이 조문단으로 왔다. 그래서 이 대통령을 만나고 나중에 정상회담 합의까지 갔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지도자가 사망했을 때 그 시점에서 돌파구가 마련되는 게 역사적 현실이었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관리할 독자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 오히려 이번이 기회다.

프레시안 : 적어도 차분하게라도 조의를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는 것인가.

김근식 : 조문단을 받지 않으니 조의나 유감 표명도 할 수 있고 조전을 보낼 수 도 있다. 통일부나 현대아산 명의 등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를 위해 북한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겠다는 신뢰의 시그널을 보내면 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내년 핵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했었고, 기자회견 때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전직 두 대통령이 각각 만나 합의를 도출했던 상대다. 94년 상황과는 다르다. 그 동안의 남북관계 개선 상황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표명으로 신뢰 개선이 가능하다.

김창수 : 정부는 우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지금은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평상시에 수습될 수 있는 남북 간의 사건도 수습되지 않는 상황으로 발전, 확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철저히 위기관리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북한 상황을 냉철하게 주시하고 북한의 상황이 남한으로 확산되는 걸 막아야 하는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둘째로 국민들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남북관계의 위험으로 번지는 것을 염려하는데, 오늘도 주가가 요동을 쳤다. 과거 남북관계에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주가가 하락했다 반등하면서 '큰손'들만 이익을 챙기곤 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데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의 장기화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상황을 잘 관리해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조문도 이 원칙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남북간의 상황도 악화되지 않고 내부적으로 국론이 요동쳐서도 안된다면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정부가 의젓한 태도로 조의를 표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프레시안 : 조의 표명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호기하고 했는데 국내 정치만 보면 상당히 답답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근식 :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사이에 대결 구도가 생기기 전에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정리해줘야 한다. 이를 미루면 진보 진영에서 조문 얘기가 자연스레 나올 것이고 보수 진영에서 반발하면서 김정일의 악행을 보수 언론들이 싣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남남갈등이 격화되면 여야 싸움이 되고 정쟁화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국내 정치권이 김정일 사망을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로 보는 게 아니라 김정일 사망이 국내 정치 파동의 근원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김정일과 만난 인연도 있고 하니 조의 표명을 하는 수준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하기 어렵다면, 박근혜로서는 이 대통령과 선을 그을 필요도 있고 비대위원장으로서 쇄신과 혁신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말 한마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정부 차원에서 힘들다면 박근혜로도 괜찮다는 것인가.

김근식 : 이명박 정부는 지난 4년간 북한에 해온 일이 있어서 그런 기조를 떠나기 힘들 수 있다. 그런 기조를 버리길 바라지만 박근혜가 정당 자격에서 평범하게 조의나 유감을 표명하고, 한반도가 이 일을 계기로 평화롭게 갔으면 한다는 원칙적인 말을 할 수 있다.

김창수 : 우리 사회가 다원주의 사회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놓고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건 다양하다. 하지만 양극단에서 충돌하는 상황으로 가서 그 극단이 중간의 여러 세력을 대표하는 방식으로 여론이 잘못 형성되면 문제다.

그렇기에 이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기준점을 잡을 필요가 있다. 북한이 외국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겐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조문단 문제가 논란의 화약고가 될 수 있었는데 안 받겠다고 하니 극단적 논쟁으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은 예방됐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수준에서 표명했으면 한다.

프레시안 : 김정일 사망이 일종의 '북풍'이고, 결국 박근혜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은연 중에 나오고 있다.

김근식 : 민주당도 비대위를 구성했는데 과거 김대중 대통령 서거시 조문단이 왔으니 우리도 가야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조의 표명 문제는 정부에 맡기고 당은 북한의 안정성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남한에서 화약고 될 수 있는 문제를 치고나갈 필요는 없다.

김창수 : 내년 선거 국면에서 한반도 통일 이슈가 최대 이슈로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전까지 복지 문제나 양극화 문제, 사회정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였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정책이 망가진 상황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상 의무를 할 수 있겠느냐 정도였다.

이제는 김정일 사망 이후 종합적인 큰 틀에서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불확실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의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이슈가 등장할 것이다. 또 최근 약화되어가던 흑색선전이 선거 국면에서 검증을 빌미로한 네거티브 선거로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각자가 김정일 사망을 보고 느끼는 소회는.

김근식 : 오늘 뉴스를 보고 여러 생각이 났다.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하고 김정일이 최고지도자가 됐는데 아버지로부터 부채만 떠안아 어려운 시기를 겪다 해결을 못하고 사망했다. 17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해보려고 했던 일도 부시 행정부나 남북관계 경색 등 국제환경이 맞지 않았다.

북한을 정상화하고 개혁·개방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와 좌절을 겪었고 2012년 김일성 100주년을 계기로 강성국가를 만들어보겠다고 했지만 새해를 한 달로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문턱도 못 넘은 셈이 됐다. 17년 동안 하루도 편한 잠을 못자던 시기였을 것이다. 죽고 나서도 후계자에게 더 큰 숙제와 부채를 넘겨주고 갔다. 한반도의 안타까운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창수 :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백낙청 선생이 말한 분단체제론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남한과 북한은 독립된 구조에 놓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든 경제든 북한과 남한은 체제 차원에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충격으로 작용하면서 경제, 안보 불안으로 작용하듯 앞으로도 북한의 안정이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한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북한의 체제가 현재 상황을 안정적으로 극복해 나야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현재 북한 상황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을 부추겨 원하는 상황으로 진단하고픈 마음을 접고 냉철하게 북한 상황을 분석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김봉규 기자(정리)

[권태선 칼럼] 비상한 시기, 한민족의 성숙함을 보여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19일자 기사 '[권태선 칼럼] 비상한 시기, 한민족의 성숙함을 보여야'를 퍼왔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돌연한 사망으로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한반도 남과 북의 위정자들과 주민들이 이 시기를 얼마나 지헤롭게 넘기느냐에 한민족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 가져올 한반도의 불안정성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 가져왔던 불안정성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당시 북한은 공산권 몰락의 여파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지만, 그래도 74년부터 후계수업을 해온 김정일이란 후계자가 존재했습니다. 물론 김정은도 후계수업을 받고 있었지만, 그 기간이 일천합니다. 더군다나 그의 나이는 김일성 주석을 승계할 당시 김정일 위원장 나이의 절반을 조금 넘는 29살에 불과합니다. 통상적으로 나라를 다스릴 만한 경험이나 경륜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이입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에는 94년에는 없었던 핵무기가 존재합니다. 자칫 잘못 대응했다간 한반도와 동북아를 격랑 속으로 빠뜨릴 위험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느냐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한 북한 방송은 말미에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따라 더욱 억세게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특별방송과 동시에 장의위원 명단과 장의절차 등이 질서정연하게 발표됐습니다. 이는 북한 권력 내부가 당장은 큰 동요 없이 김정은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을 김정은 체제가 이미 안착되었음을 알리는 징표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군부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의견도 없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대목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타이의 입헌군주제를 검토해왔다는 점입니다. 노태우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정책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여러 차례 만났던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북쪽 인사들이 타이의 입헌군주제를 높이 평가해 상당한 정도로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북한의 차기 지도자인 김정은에겐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과 같은 절대권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과 리영호 북한군 총참모장 등이 집단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의회와 내각 대신 당과 군이 권력을 행사하는 변형된 입헌군주제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김정일 사후 북한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급변사태를 초래하리란 분석은 북한을 자멸시켜 흡수통일하자고 해온 이들의 희망적 관측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합니다. 모험적인 흡수통일론자들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이 기회를 대북관계 개선의 전기로 삼아야 합니다. 조문파동을 일으켜 이후 남북관계를 크게 경색시켰던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상황이 재연돼서는 결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권은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북한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또 당장 이틀 전에 일어난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우리 정부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을 정도로 우리의 대북 정보력은 취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얄팍한단기적 이익을 위해 경거망동하다간 민족과 국가를 전대미문의 위난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최우선”이라고 말해 현 상황이 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이 대통령이 할 가장 시급한 일은 김 위원장의 역사적 공과에 대한 평가는 뒤로 미루고,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예의를 다함으로써 꽉 막혀 있던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새 지도부와 신뢰관계를 형성한다면 북한을 개방사회로 유도해 한반도를 안정화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정부의 진지한 대응을 기대합니다.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