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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8일 수요일

종편 100일, 그 기막힌 이야기


이글은 시사인 2012-03-27일자 기사 '종편 100일, 그 기막힌 이야기'를 퍼왔습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개국했던 종편은 케이블TV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로 100일을 맞았다. 대작이 실패하고 불공정 행위로 제작사들의 비판을 받았다.

흉흉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드라마가 망하자 오너가 회사 복도에 붙어 있는 드라마 포스터를 찢었다는 이야기, 어느 종편은 벌써부터 매각설이 증권가 정보지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어느 종편은 개국공신들을 전부 숙청할 것이라는 이야기…. 모두 종편과 관련해서 나오는 ‘괴담’들이다.

JTBC, 채널A, TV조선, MBN. 종편 4사가 3월9일로 개국 1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100일간 각 채널이 방송한 프로그램 중에서 이슈가 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화제가 되었던 것은 채널A 정규 뉴스가 방송사고 때문에 한참 방송되지 못했다는 사실, TV조선의 설 특집 드라마 (아버지가 미안하다)(극본 김수현)가 방송사고 때문에 불안정하게 방송되었다는 사실 따위였다. 이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이것들이 초대형 방송사고임에도 그리 이슈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제작비 100억원을 들인 (한반도)(TV조선)의 실패는 종편들을 더욱 낙담하게 만들었다. (한반도) 시청률은 2월6일 1.649%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2월27일에는 0.866%까지 떨어졌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가구 대상). 는 각개약진하던 종편 4사가 모래시계 효과를 노리며 이례적으로 공동 홍보를 해줄 정도로 기대를 건 작품이었다. 

언론 재벌 3세·4세 리더십 ‘상처’

이제 종편들은 감히 MBC·KBS·SBS와 같은 지상파가 자신들의 경쟁 상대라고 말하지 않는다. 삼성 등 대기업이 이들 종편의 광고단가를 지상파의 25% 선으로 결정했는데 이마저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개국 초기 이들은 종편 광고 단가를 지상파의 70% 수준으로 요구한 바 있다). 한 종편 관계자는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광고 단가가 더 떨어졌다. 요즘은 시청률만큼도 못 받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종편 평균 시청률은 0.3%대(JTBC 0.382%, 채널A 0.323%, MBN 0.321%, TV조선 0.29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가구)로 지상파 평균 시청률(5~7%)의 5% 수준이다. 4사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1.3~1.4%밖에 되지 않아 EBS 시청률을 조금 넘는다.

이마저도 시청률 집계기관이 종편에 편의를 봐준 결과라는 지적이다. 보통 다른 케이블TV 채널은 시청률을 환산할 때 24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종편은 06~25시(01시) 기준으로 시청률을 산출한다. 06시 이전과 25시(01시) 이후 저조한 시간대 시청률은 빼고 계산한 셈이다. 그러므로 이 시청률은 다른 케이블TV 채널 시청률에 비해 과다 계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국언론노조 (뉴스타파) 제작팀이 케이블TV를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종편들의 시청률은 케이블TV에서도 중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은 이들 종편을 운영하는 언론사 차세대 경영인들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남기고 있다. 현재 각 종편에는 방정오 (조선일보) 뉴미디어실 부실장 겸 전략기획마케팅팀장,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 홍정도 (중앙일보) 전무 등 언론 재벌 3세·4세가 직간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3세의 경영능력 가늠자가 될 종편이 죽을 쑤고 있는 것이다.

종편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시간을 종편 개국 직전인 지난해 11월 말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종편 4사 수뇌부가 모여서 격론을 벌였다. 요지는 준비가 덜 되었으니 종편 개국을 늦추자는 것이었다.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가 개국 연기를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JTBC가 고집을 부렸다. 1980년 11월30일 정파했던 TBC(동양방송)를 잇는다는 의미로 12월1일부터 개국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12월1일 개국이 결정됐다.

준비가 덜 된 개국의 결과는 참담했다. 가장 헤맨 곳은 TV조선이었다. 프로그램 준비가 덜 되어 급히 영화를 구매해 땜질 편성을 해야 했다. TV조선은 일단 개국 후 프로그램을 확대·편성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까지 무너지면서 초반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시청률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TV조선은 (시사IN)이 종편 개국 100일을 맞아 현직 PD와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60~61쪽 딸린 기사 참조).


ⓒTVb조선 제작비 100억원을 들인 TV조선 드라마 <한반도>(위)는 시청률이 1% 아래로 떨어졌다.

현재 TV조선은 (한반도)의 실패 이후 관련 간부들을 문책하고 이를 축소·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종편 관계자는 “대작 전략은 신생 채널인 종편에 유의미한 전략이다. 단 뚝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선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꼬리를 내려서 현업 제작자들의 의지를 꺾었다”라고 논평했다.

채널A는 다른 케이블TV 채널에서 보류했던 아이템들을 받아다 급히 편성했다. 그러나 설익은 기획을 덥석 물었다가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제작비에 비해 프로그램 반응이 좋지 않아 몇 회 방송하고서 프로그램을 조기 종영했던 것이다. 

MBN은 기존에 방송하던 뉴스·시사 프로그램에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더 제작해 확대 편성했는데, 세심한 전략 없이 이를 편성했다가 뉴스·시사 프로그램만 내보낼 때보다 시청률이 급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현재 MBN은 다시 보도채널로 회귀해 낮 시간에는 뉴스·시사 프로그램만 편성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개국 초기 다른 종편 시청률의 곱절이었던 JTBC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종합 시청률이 꾸준히 하락해 요즘은 다른 종편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일 시청률에서 종편 4사 중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른바 ‘조·중·동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JTBC 측은 자신들을 다른 채널과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다른 채널에 비해 나은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적자폭 500억~600억원대 예상

JTBC 한 관계자는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기존 케이블TV가 해내지 못한 것을 JTBC가 해냈다. 평일 9시 시간대에 드라마 편성을 자리 잡게 한 것과 주말 8시 시간대 연예·오락 프로그램 시간대를 개척한 것은 성과다. tvN이 간판 프로그램인 를 주말 8시에 편성한 것만 봐도 우리가 선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항변했다.

종편은 개국 시 특혜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방송 종사자들에게는 환영받기도 했다. 방송 채널이 늘면 일자리가 증가하고 프로그램 수요도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국 100일이 지난 지금 방송가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 3월12일 종편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제작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독립제작사협회 명의로 된 성명서에서 이들은 “종합편성채널이 불공정한 계약을 일삼고 있다. 계약 없이 제작을 먼저 하게 한 후 제작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 제작비의 일방적 삭감과 편성 수시 변경, 협찬금의 불공정한 분배, 외주사 프로그램 포맷의 무단 사용 등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폭로했다.

외주 제작사들에게 종편 편성 간부들은 ‘꼴갑’이라 불린다. 시청률도 낮고 제작비도 적어 제대로 ‘갑’ 축에도 들지 못하면서 깨알같이 ‘갑’ 대우를 받으려는 행태를 비아냥대는 것이다. 독립제작사협회 배대식기획팀장은 “종편이 개국하면 지상파 독점의 방송시장에 숨통이 트여 제작 환경이 개선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반대다. 개국 한 달 만에 막을 내린 프로그램이 25편이다. 손해는 고스란히 외주 제작사들이 떠안았다”라고 주장했다.

조만간 종편 4사는 봄 개편을 하리라 보인다. 하지만 말이 좋아 개편이지 사실상 ‘축소 편성’이 될 것으로 다들 예상한다. TV조선은 애초에 준비했던 계획 중 ‘플랜B’를 택해 뉴스·시사 채널로 가리라 예상된다. MBN 또한 뉴스·시사 채널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채널A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심의 채널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는 중이다.

JTBC는 ‘종합편성채널’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개국 전 채널 설명회 때 종편사들은 제작비를 1500억~2000억원 규모로 쓸 예정이라고 광고주들에게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종편사 대부분이 축소 편성을 한 결과 그 규모는 1000억원 이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종편사들이 감내해야 할 첫해 적자 폭은 500억~600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작비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JTBC는 적자 폭이 1000억~1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제주 강정 마을과 한국의 사회적 자본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2-03-13일자 기사 '제주 강정 마을과 한국의 사회적 자본'을 퍼왔습니다.

미국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유럽에서 잠시나마 일을 해본 유학생. 학업을 마친 후의 미래는 오리무중.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살며 일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사람. 세계에서 살고 싶지만, 아직 한국말도 잘 못하는 사람. 트위터: @TellYouMore


다시 한 번 한국 사회는 갈가리 찢기고 있다.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한국 사회의 처참한 수준이 강정 마을 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제주 해군 기지 건설 이외의 문제에서 국가의 방향과 정책에 연대할 수 있었던 시민들은 해군 기지라는 단일 주제로 서로 비난하고 냉소하며 평생을 보지 않을 원수처럼 돌아선다.
사실 매번 이랬다. 새만금, 부안 핵폐기장, 4대강, FTA 그리고 제주 해군 기지까지 한국 사회 내 주요 쟁점들은 사회 구성원 간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난 후에야 어물쩍 넘겨져 왔다. 사회의 규범과 네트워크, 그리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나타내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은 국내 정치 지도자들의 불필요한 추진력과 일방향적 리더쉽에 밀려 매번 찬밥 신세에 머물렀다.삼성경제연구소가 2009년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세계 7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회적 자본 수준에서 한국은 세계 25위, OECD 가입국에선 22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제주 해군 기지 건설. 표면적으론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고 연좌 농성을 벌이는 주민 및 활동가와 불법을 서슴지 않는 공권력, 이와 더불어 구럼비 바위로 대표되는 환경 보호와 경제 개발이라는 대립적 가치가 갈등의 핵심인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제주 해군 기지 건설엔 이 문제들과 함께 수많은 사회적, 국제적 갈등 요소들이 얽혀있다. 이 모두 사회 구성원 간 논의와 양보를 통해 합의로 풀어야 했던 점들이었다.
너무 늦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라도 강정 마을의 핵심 갈등 요소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지금 제주 해군 기지 갈등의 범위를 확장시켜 갈등의 강도를 낮추지 않는다면 타협과 합의는 요원할 뿐이다.
첫째로 중앙 정부의 일방향적 리더쉽이 문제였다.
강정 마을 해군 기지 건설은 총 예산 9,770억 원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이다. 하지만 부지 결정은 불과 한 달여 만에 내려졌다. 이제 강정 마을 주민의 대부분은 해군 기지 건설 정책에 전문가가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주민들은 6년 전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들며 “난 전혀 몰랐던 일”이라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만큼 당시 정부와 찬성파에게 가졌던 배신감과 불신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다면 양보와 타협은 있을 수 없다. 신뢰는 사회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필수요소. 세계은행은 1997년 보고서에서 사회적 신뢰가 10% 높아질 때 경제 성장은 0.8%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 정치 지도자들의 추진력은 종종 사회적 갈등 문제의 초기 갈등 비용을 회피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후 더 큰 갈등을 촉발해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여 사회적 자본을 갉아먹는다.
둘째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이는 한국 균형 외교의 축이 무너질 수 있다.
KBS 김용진 기자의 저서 에 드러난 위키리크스 미국 대사 비밀문서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문서에서 중국을 괴물로 표현하며 “중국 파워의 부상에 직면하여, 아시아 본토에 유일하게 주둔하고 있는 우리 군대를 철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는 미국의 입장을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버시바우 대사는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에도 주한 미군 기지 철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이런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볼 떄 제주 해군 기지는 미국이 중국 견제용으로 용이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제주 해군 기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도 역사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KBS 김용진 기자의 조사에 따르면 1947년 이승만이 제주를 미군기지로 1969년에는 박정희가 제주를 오키나와 대신 미군 핵 기지로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중국이 제주 해군 기지의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일.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미, 한일 무역 교역량의 합을 넘어선 한중 무역량이다. 한국의 중국 경제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제주 해군 기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이고 있는 한국 균형 외교의 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런 복잡하고 전략적인 문제를 단순히 반미주의자에 소행으로 밀어붙이는 일부 극우 신문의 행태는 사회적 갈등의 기폭제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은 국익을 언급하며 강정 해군 기지의 지속적인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겐 민주주의에 핵심 가치인 타협과 신뢰를 바탕으로 둔 사회적 자본에 축적보단 당장 눈앞에 있는 총선이 우선이다. 해군 기지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여 재벌 개혁, 정권 심판론, 측근 비리, 그리고 정수 장학회마저 모두 덮어버릴 심산이다. 지난 10일 “국민의 방송” KBS가 네이버 톱 1면으로 올린 “제주 해군 기지 총선 쟁점화” 기사는 이 두 정치인의 의도에 화답하는 듯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한국 사회는 갈등 그 자체에만 집중할 뿐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선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갈등의 해결 과정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축적된 사회적 자본에 기반을 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발간한 에서 “사회적 자본은 저성장 및 양극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해준다.”라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결과보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 수백 년 동안 주민의 노력과 믿음을 바탕으로 쌓아온 강정 마을의 공동체가 제주 해군 기지 건설 갈등으로 한순간에 파괴됐다. 이미 신뢰라는 본질이 무너진 상황.
도대체 우린 무엇을 위해 갈등하고 반목하는가?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오바마 정부의 '중국 견제' 핵심은 석유 수송로 장악'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7일자 기사 '"오바마 정부의 '중국 견제' 핵심은 석유 수송로 장악''을 퍼왔습니다.
[해외시각] "석유로 중국 목을 죄겠다는 미국의 위험한 불장난"

미국이 최근 외교안보적 차원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핵심 사안은 남중국해 문제다. 미국은 인도, 인도네시아,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과 외교적·군사적 유대를 강화하면서 해양으로 뻗어나오려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행보는 남중국해를 장악함으로써 중국의 목줄을 틀어쥐려는 시도라고 마이클 클레어 햄프셔대 교수는 주장했다. 에너지 안보 권위자인 클레어 교수는 6일(현지시간) 미국 웹사이트 '톰디스패치' 기고에서 과거에도 미래에도 국제정치의 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석유일 것이라며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의 석유 수송로 인근의 통제력을 강화하는데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레어 교수는 이같은 미국의 전략이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아시아 지역에서 신냉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환경 파괴 등의 이유를 들어 우려를 표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지난 1월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중국에 대한 정책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려 하는가? 중동 지역에서의 재앙과도 같았던 두 개 전쟁을 끝내며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에서 새로운 냉전을 촉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석유는 다시 한 번 지구적 패권의 열쇠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호주 의회 연설에서 대담하면서도 지극히 위험한 지정학적 견해를 드러낸 것은 미국의 새로운 정책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지난 수십 년간 중동에 집중돼 왔던 미국의 힘의 초점이 아태 지역으로 옮겨지리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나의 방침은 명확하다"면서 "우리는 미래에도 이 지역에서의 강력한 군사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관리들이 이 새로운 정책에 대해 특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바마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제부터 미국의 군사전략 우선순위는 대테러전략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봉쇄가 될 것이다. 어떤 위험이나 대가가 따르더라도 말이다.

지구의 새로운 중심

미 고위 당국자들은 현재 아태 지역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 집중하고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중국이 아태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기회를 가졌다고 말한다.

2차 대전 이후로 미국은 처음으로 아태 지역에서의 지배적인 경제 행위자가 아니게 됐고, 만약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려면 아태 지역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회복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이 향후 몇십 년 간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이 새로운 전략에 발맞춰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힘을 강화하고 중국을 수세에 처하게 한 일련의 움직임을 취했다. 호주 다윈기지에 미군 2500명을 파견하기로 한 것이나 지난달 18일 '마닐라 선언'을 통해 필리핀과 긴밀한 군사적 유대관계를 맺기로 한 것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 백악관은 인도네시아에 F-16 전투기 24대를 판매한다고 발표했고 클린턴 장관은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56년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오랜 동맹국이자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버마를 방문했다. 클린턴은 또한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의 외교‧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세 나라는 모두 중국을 둘러싸고 있거나 중국이 천연자원을 수입하고 자국 제품을 수출하는 해상 무역로상에 있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말처럼,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역내에서 경제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미국의 외교‧군사적 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다. 클린턴은 최근 기고에서 경제적으로 약화된 미국은 더 이상 다수의 지역에서 동시적인 우세를 유지할 수 없음을 암시했다. 미국은 반드시 전장(戰場)을 신중하게 골라야 하며 제한된 자원을 투입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권력질서에서 아시아가 갖는 중심성을 감안하면 이는 곧 자원을 아시아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클린턴은 "지난 10년 간 우리는 막대한 자원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쏟아부었다"며 "앞으로의 10년 동안 우리의 리더십과 안보, 이익을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 위치를 점하려면 어디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지 스마트하고 조직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 따라서 앞으로 10년 간 미국의 국가 운영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는 아태지역에 투자할 외교적 경제적 전략적 자원을 실질적으로 계속 증가시키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는 위험한 도발이다. 최근 발표된 조치들은 중국을 둘러싼 해상 군사력 증대와 중국 인접국들과의 군사 유대 강화 등을 수반한다. 이는 중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미국의 침입에 대한 더 적극적인 군사 대응을 선호하는 중국 지도자(특히 군사 지도자)들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의 시도가 어떤 형태를 띠든 한 가지는 명백하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국 주변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대해 중국이 약하고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이 2011년 아시아에서 신냉전의 씨앗을 뿌린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군사력 집중과 잠재적인 중국의 반격 가능성은 이미 미국과 아시아 등 언론에서 토론 주제가 됐다. 그러나 (미중 간) 초기 투쟁의 중대한 한 측면은 전혀 주목받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갑작스런 행보가 세계의 최신 에너지 질서에 미칠 영향의 정도가 바로 그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관측처럼 이는 미국에는 우위를, 중국에는 취약성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 질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대부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수입된 석유에 심하게 의존해 왔다. 반면 중국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2001년 미국은 매일 1960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했지만 자국 내 생산량은 일일 900만 배럴에 불과했다. 매일 1060만 배럴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 정책결정자들에게 큰 근심거리였다. 미국은 중동의 석유 생산국과 긴밀하고 군사화된 유대를 맺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미국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때때로 전쟁도 벌였다.

반면 중국은 2001년 석유 소비량이 하루에 500만 배럴에 불과했고 국내 생산량은 일일 330만 배럴이었다. 때문에 중국은 해외 석유 공급자들의 안정성에 크게 목을 매지 않았고 오랫동안 복잡한 외교정책을 통해 개입해 온 미국의 전철을 밟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오바마 행정부의 결론처럼 판이 바뀌었다.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중산층이 출현하면서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자동차를 샀다)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급등했다. 중국의 일일 석유 소비량은 2008년 780만 배럴이었으나 2020년에는 1360만 배럴로, 2035년에는 1690만 배럴로 늘 것으로 미 에너지부는 추산했다. 반면 중국 국내의 석유 생산량은 2008년 하루 400만 배럴에서 2035년 530만 배럴로밖에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2008년 하루에 380만 배럴이었던 중국의 일일 석유 수입량은 2035년 1160만 배럴까지 늘어 미국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한편 미국의 에너지 상황은 좀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알래스카나 멕시코만 인근 의 유전, 몬태나, 노스다코타, 텍사스의 '셰일 오일' 등 미국 국내에서 이뤄질 소위 '힘든 기름'(tough oil. 깊숙이 묻혀 있거나 지질학적으로 시추가 어렵다는 등의 사정으로 채취 비용이 많이 드는 원유 : 옮긴이)의 생산량 증대에 힘입어, 전체 소비량이 늘어나더라도 수입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동이나 아프리카보다 서반구의 석유 생산량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역시 캐나다, 브라질에서 더 많은 '힘든 기름' 탐사가 이뤄졌고 콜롬비아의 상황이 안정화되는데 따른 것이다. 에너지부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의 석유 생산량이 2035년이면 일일 106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석유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치한 해상 구조물. ⓒ로이터=뉴시스

해양 수송로는 누구의 것인가?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은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며 중국은 해양 수송로에서 일어나는 예상 밖의 변화에 더 취약하게 될 것이다. 즉 미국은 오랫동안 자국 외교정책을 지배해 왔으며 스스로를 황폐화시킨 비싼 전쟁으로 자신을 이끌었던 중동 산유국과의 정치적 군사적 유대를 점차 느슨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게 됐다.

오바마가 호주에서 말한 것처럼 미국은 진실로 스스로의 군사적 초점을 재조정해야 할 위치에 와 있다. 오바마는 "값비싼 전쟁을 치른 지난 10년이 지난 후, 미국은 아태 지역의 광대한 잠재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 모든 것은 중국에는 잠재적인 전략적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석유 수입량 중 일부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송유관을 거쳐 오지만 중동, 아프리카, 남미로부터 유조선에 실려 오는 양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이 유조선을 거쳐 오는 해양 수송로는 미국 해군이 경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으로 들어오는 거의 모든 유조선은 오바마 행정부가 해군력에 의한 효율적 통제 방안을 찾고 있는 수역, 즉 남중국해를 가로지른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중국해와 인접 해역의 지배권을 확보함으로써 21세기 에너지 질서의 주도권을 획득하려 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 이는 20세기에 핵무기가 수행했던 협박과 같은 역할이다. 즉 '우리를 압박한다면 에너지 공급로를 차단함으로써 너희의 경제를 마비시킬 것이다'라는 것이 이 정책의 함의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절대 공식 석상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이런 노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중국이 이같은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도 많다. 예를 들어 중국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카스피해에서부터 드넓은 아시아 전체를 가로지르는 송유관(또는 가스관)을 건설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오바마의 새로운 전략의 청사진이 명확해질수록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자신들의 에너지 생명줄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리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런 시도에는 경제적, 외교적 조치가 포함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같은 지역 국가들과 앙골라,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 석유 공급국들의 환심을 사려 할 것이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곤란한 것은, 군사적 속성을 띠는 조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함대에 비하면 여전히 작고 초보적인 수준이겠지만 중국이 해군력 강화에 나서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또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들과의 군사적 유대 강화도 이뤄질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현재 아시아에서 냉전 시기와 같은 군비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떤 국가든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긴장을 더 격화시키고 우발적인 사태가 벌어질 위험을 높일 수 있다. 2009년 3월 대(對)잠수함 작전 중이던 미 군함 임페커블호를 중국 해군 함대가 에워싸고 거의 교전 직전 상황까지 갔던 사태와 같이 미국, 중국과 동맹국 군함이 개입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군함들이 더 도발적인 태세로 이 해역을 돌아다니게 된다면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더 극단적인 결과가 일어날 위험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군사력 우선 정책이 가져올 잠재적 위험과 비용은 아시아 안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 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극지 탐사, 심해 탐사, 수리학적 파쇄 같은 환경 파괴 우려가 높은 기술들을 승인해 주고 있다. 지난해 4월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딥워터호라이즌호 폭발 같은 환경 재앙이 미 본토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가장 더러운 에너지'로 불리는 캐나다 '타르 샌드'(tar sand, 모래와 기름이 섞인 물질에서 추출한 석유 : 옮긴이)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온실 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등 환경 파괴 위험이 커질 것이다. 브라질 인근 등 대서양 심해에서의 석유 생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모든 상황은 명백히 우리가 환경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위험한 세계에 살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동에서 벌어진 재앙과도 같은 전쟁에서 몸을 빼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런 군사적 지배와 도발을 강조하는 전략을 재차 선택한 것은 분명 반작용을 불러올 것이다. 이는 신중한 태도도 아니며 장기적으로 보아 세계적 경제 협력이 중요한 이 시기에 미국의 국익을 증진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외부 에너지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환경을 희생한다는 것 또한 말이 안 된다.

아시아에서의 신냉전과 서반구에 걸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대립과 환경적 재앙을 불러올 독약과도 같은 정책들은 아직 되돌릴 수 있을 때에 재고돼야 한다. 이런 정책이 훌륭한 통치행위의 표본이 아니라 '바보들의 행진'에 불과하다는 것은 굳이 예언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 수 있다.



/곽재훈 기자(번역)

2011년 11월 29일 화요일

한·미 FTA가 미국에 중요한 진짜 이유


이글은 시사인 2011-11-29일자 기사 '한·미 FTA가 미국에 중요한 진짜 이유'를 퍼왔습니다.
“한·미 FTA 비준 여부는,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미국이 경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지난 8월11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는 미국 의회에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며 위와 같이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먼저 한국의 교역 상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가 지난 10년간 계속 떨어져왔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던 미국이 지금은 교역량 기준으로 3~4위에 머무른다는 것. 1위는 중국이고 그 다음은 일본이다. EU와 미국이 비슷한 교역량을 기록하고 있으나, 한·EU FTA 비준 이후 EU의 한국 수출량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AP Photo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연단에 선 이)이 10월13일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물론 한·미 FTA가 비준되면 한·미 간 교역량은 다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업적 이익보다 미국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을 물리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중 양국이 21세기 아·태 지역의 무역·투자 규범과 스탠더드를 둘러싸고 대결 중인 것으로 인식한다. ‘게임의 법칙’을 누가 결정하느냐의 문제다. 이 싸움에서 미국이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바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TPP를 주도하려면 한·미 FTA를 반드시 비준시켜야 한다. “만약 한·미 FTA 비준에 실패한다면 미국의 지도력이 의심받게 되고, 이는 TPP 협상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칫 미국이 아·태 지역의 무역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을 TPP로 끌어들이는 구실도 맡고 있다. “한·미 FTA가 통과되는 즉시 한국은 TPP 논의에 참여할 것이 확실하다. 이는 일본의 TPP 참여를 자극할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제프리 쇼트 또한 한·미 FTA가 빨리 비준되어야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중국 때문이다”라고 정리했다. 이 외에도 여러 민간 싱크탱크들이 ‘중국 견제’를 이유로 한·미 FTA 비준을 미국 의회에 촉구했다. 결국 한·미 FTA는, 미국이 TPP를 성사시켜 아·태 지역의 헤게모니를 다시 장악하려는 프로젝트에서 결정적인 교두보 구실을 맡고 있는 것이다.

2011년 11월 23일 수요일

"공공주택 vs 부채감축, 결과보다 과정 중시해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2일자 기사 '"공공주택 vs 부채감축, 결과보다 과정 중시해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조명래 단국대 교수 "박원순 시장, '시스템' 구축에 초점 맞춰야"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을 기치로 내걸고 닻을 올렸다. 박원순 시장은 당선되자 마자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고 지하철 출근을 하며 이른바 서민 행보를 시작했다. 첫 직무수행으로 무상급식을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확대하는 안에 결재하고 서울시립대 등록금은 '반값'으로 만들어 후보 시절 표방한 '사람 중심', '복지 중심'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취임식은 '온라인'으로 하는 등 연일 전임 시장들과는 다른 파격 행보를 보여 끊임없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식 자리에서 직접 설명한 '2012 희망 서울 살림살이' 예산안은 서민 생활 안정과 복지에 역점을 뒀다. 복지, 일자리, 시민안전 등 3대 분야의 예산이 파격적으로 늘었다는 점이 이번 예산안의 특징이다. 박 시장은 예산안에 대해 “전시성 토건 중심의 서울시정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 시민과 복지 중심으로 바꾸는 첫 단추”라고 설명했다. 

아직 '허니문'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 남은 2년 8개월 여의 임기 동안 박원순 호는 얼마나 많은 성과들을 남길 수 있을까. 특히 박원순 호는 복지와 함께 핵심 공약인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서울시 부채 7조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하나는 돈을 풀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돈을 묶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민중의소리'는 박원순 호가 안고 있는 딜레마에 대해서 답을 듣고자 조명래 단국대 교수를 20일 서울 정동에서 직접 만났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책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과정'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7조 부채감축'이라는 정책 목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래 교수는 먼저 공공임대주택 문제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3년 간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은 이전 서울시 실적을 봤을 때 쉽지 않은 목표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10년 간 연평균 5천4백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오세훈 전 시장 임기 때는 연평균 1만 호의 임대주택이 공급됐다. 반면 박원순 시장 공약 대로면 연간 2만5천 호를 확보해야 한다. 더욱이 핵심 주체인 SH공사는 17조 규모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박원순 캠프에서 말한 것처럼 공급방식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물론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SH공사를 통한 기본방식 말고도 매입임대, 전세임대, 원룸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관리·이용 대책이 따라가야 한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조 교수는 서울시에 지역 별 주택 이용체계, 관리 방법들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지속적인 통합 관리 시스템으로 '임대주택관리단'이나 'SH공사 활용'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특히 SH공사 개발 사업 역할을 최소화시키고 관리 역할로 전환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면서 동서남북 권역 별로 지역 공사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재정건전화는 재정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부채 7조를 줄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줄이는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줄여나가는 프로세스를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함께 참여, 협력하고 결의해서 줄여나갈 때 7조가 5조가 됐다 해도 충분히 지지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즉, 공공주택과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시스템'과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거기서 핵심은 '시민'이다. 조명래 교수는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주의 코드를 제도정치권 내 작동원리로" 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에는 이미 '녹색서울시민위원회'라는 시민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모델이 있었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서울시 대표, 시민사회 대표, 기업 대표, 이렇게 삼자 대표 선수들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협의·운영했다. 이명박 시장 시절에 무력화됐지만 조순 시장 시절에 이미 그 원리를 가지고 시정 전반을 운영하려고 했다. 지금 정책 자문위원회 참여하는 일부 젊은 위원들 중 그 때 일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그들의 경험을 잘 살려서 일해 주었으면 한다."

여기서 기자는 조명래 교수가 만약 박원순 시장과 함께 공직에 있다면 가장 중점에 두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 질문을 했다. 

조 교수는 "시민 참여 시스템을 분야별 실·국 단위로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 토건주의 의제를 청산하고 사람 중심, 복지 중심 의제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인프라부터 만들자는 것이다"라고 답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시민들이 힘을 갖고 조례 제정, 예산 확보, 사업 기획 등의 시정에 참여를 하면 박원순 시장이 혼자 서울시를 연출하지 않아도 된다. 박 시장은 전략 회의, 사업 조정, 중앙정부 상대하는 일에 집중하면 되고 나머지 일상적인 과제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조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의 '혁신자치제' 운동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자치제 운동이란 관 주도가 아닌 시민 참여 행정을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정을 펼치고자 했던 운동으로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동경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가나가와 지역의 '가나넷' 같은 생협을 구성하고 시정에도 참여, 예산 배분도 했으며 지방의회 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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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민주의 코드는 '박원순 리더십'으로 귀결된다. 

"박원순 시장은 역사적 의식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것이다. 지난 20년 간 보여준 중앙정부의 하청 정치가 아닌 시민 참여 리더십을 구현하는 시장이 되는 게 중요하다" 

조명래 교수는 마지막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

"파격적인 행보도 좋지만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면 안된다. 

차기도 생각하고 있는 만큼 뼈대 있으면서 개혁적인 일을 중심으로 다른 쪽 사람들도 만나야 한다. 

또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려 하지 말고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도 언제나 함께 해야 한다."

최명규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