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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9일 월요일

MB정부서 "철부지들의 국정농단"은 몇 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9일자 기사 'MB정부서 "철부지들의 국정농단"은 몇 건?'를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민간인 사찰 사건도 특검까지 가려나

"철부지 불한당 같은 자들이 소지역주의를 활용해 신임을 얻은 후 공권력을 사적으로 무단사용해 국정농단을 자행한 사건."

20대와 30대 초반의 여당 국회의원 비서들이 자신의 고향 친구를 동원해 저질렀다고 검찰이 결론 내린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이 내린 규정이다. 정두언 의원은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규정하며 이제까지 알려진 일들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사찰 사건과 선관위 공격 사건의 공통점

두 사건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무엇보다 두 사건은 검찰 조사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의혹투성이다. 뭐라 이름 붙이기도 애매하다. 사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다. 사찰의 피해자에는 "국정농단"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정두언 의원도 포함된다. 정 의원 만이 아니라 남경필, 정태근 등 현 정부 탄생에 역할을 했던 일부 여당 의원들과 그 가족들이 사찰 대상으로 보여지는 증거가 나오기도 했다. 또 '총리실' 불법사찰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윗선'이 어디인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했지만, 최근 재수사를 결정하면서 적어도 이 전 비서관이 법망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총리실의 사찰이 아니라 청와대의 사찰이 된다.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했고, 당시 '영포회'(영포목우회) 실세로 지목됐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연루 가능성도 재수사에서 따져볼 문제다. 또 최근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최종석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시켜 이 사건으로 구속된 이인규 지원관과 진경락 과장 가족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전 지원관과 진 전 과장은 그해 7월 말과 8월 말 각각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대통령실장이 돈까지 챙겨줬다면, 이건 정말이지 정권 차원의 일이다. 임 전 실장 측은 "고용노동부 출신으로 총리실에 파견됐던 두 사람이 구속까지 돼 가족들이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명절에 위로금 차원에서 전달한 돈"이라고 해명했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도 '디도스 테러냐, 아니냐'를 놓고 진실 공방이 계속 되고 있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윗선'이 어디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자신의 비서관이 주범이 최구식 의원조차 모르는 일로 결론 내려졌다. 그저 최 의원의 9급 비서관과 8급 국회의장 비서관이 엄청난 '애당심'에 1억 원의 사비를 들여 저지른 일이라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그래서 이 칼럼에서는 편의상 각각 확인된 사실만을 앞세워 '선관위 공격 사건'과 '불법사찰 사건'으로 부르고자 한다.)

둘째, 두 사건 모두 고향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저질렀다. 선관위 공격 사건은 경상남도진주 출신들이, 불법사찰 사건은 경상북도 영일과 포항 출신들이 주로 등장한다. 정 의원이 '소지역주의'라고 비판한 대목이다.특히 불법사찰 사건은 동향 출신들을 총리실, 청와대 등으로 영전시켜 사건을 도모했다. 권력의 사적 유용이라는 점에선 더 악질적이다.

셋째, 둘다 과거회귀형 사건이다. 선관위 공격 사건은 여권이 선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기 위해 조작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승만 정권에서 일어났던 '3.15 부정선거'를, 불법사찰 건은 정권을 보위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사찰하고 그 증거를 은폐, 익멸하려 했다는 점에서 과거 군사독재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넷째, 정권을 보위한다는 목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까지 감행해 결국 정권의 안정을 위헙하는 차원까지 치달았다. 선관위 공격 사건은 여권 관계자가 국가기관인 선관위를 해킹해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려 했다. 불법사찰 사건은 국가기관이 민주주의의기본인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했다. 뿐만 아니라 사찰에 대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한 사실은 법치를 강조하는 정권이 그 스스로 사법권을 무시한 행위다. 두 사건 모두 선관위와 검찰을 기망했다는 점에서 "국정농단"이라 비난해도 크게 과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공통점들이 있다보니 두 사건 모두 검찰 수사가 미진했다. 선관위 공격 사건은 그래서 여야 합의로 특검이 도입됐고, 불법사찰 사건은 지난 16일 검찰이 재수사를 결정했다. 재수사는 검찰 차원에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로 1심 유죄를 선거 받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녹취록'이 연일 언론과 민주통합당을 통해 공개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장 전 주무관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최종석 전 행정관이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해 "취직을 시켜주겠다"는 등 회유를 했다고 폭로했다. 또 이영호 전 비서관 측으로부터 현금 20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일, 총리실에 있을 당시 이영호 전 비서관 등 청와대 포항 출신 간부 3명에게 매달 28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일 등을 증언했다. 법조계에선 이 전 비서관이 줬다는 현금 2000만 원의 출처만 추적해도 충격적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행시 29회 출신으로 노동부 감사관(3급)으로 있다가 2008년 8월 공직윤리지원관(2급)으로 총리실에 입성한 이인규 지원관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등 정권 실세 라인으로 분류된다.ⓒ문화방송 PD수첩

벌써부터 불거지는 재수사 회의론

문제는 검찰 재수사가 본격화되기도 전부터 회의론이 나온다는 점이다. 검찰이 과연 진실을 밝혀낼 의지가 있냐는 지적이다. 검찰은 박윤해 형사3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고 형사1부와 형사 3부, 특수 3부에서 차출해 4명의 검사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이 사건을 배당한 것을 놓고 민주당 MB정권비리특위의 유재만 변호사는 "형사부장은 고소사건, 일반 형사사건들을 처리하기 때문에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맡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또 특별수사팀을 지휘하는 박윤해 부장검사가 경북 상주 출신이라는 점도 뒷말이 나온다. 이 사건이 경북 영일, 포항 출신 인사들 중심으로 저질러졌고, 2010년 당시 이 수사를 지휘한 노환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경북 상주 출신이었다. 또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인 최교일 검사장도 경북 영주 출신이며, 이 사건의 배후 인물 중 하나로 이름이 나오고 있는 권재진 법부장관은 대구 출신이다. 어렵사리 결정한 재수사 역시 핵심 지휘, 보고라인이 모두 TK 출신이다. 일을 저지른 이들과 이를 밝혀내는 이들이 모두 같은 고향 사람인 기막힌 '일치'가 또 일어난 셈이다.

때문에 벌써부터 "특검 불가피론"이 나온다. '대포폰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18일 "지금 검찰 재수사는 도둑한테 도둑을 잡으라는 격"이라면서 권재진 법무장관, 노환균 법무연수원장 등 당시 수사라인에 있었던 핵심 인사들을 먼저 해임한 뒤 재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두 사건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선관위 사건과 불법사찰 사건이 공통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철부지들"의 나이와 신분이 현격히 차이가 난다. 한쪽은 20-30대 초반의 말단 비서들이었고, 다른 쪽은 나이와 지위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 대통령 바로 밑의 인사까지도 실명이 나왔다. 

그래서일까?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두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선관위 공격 사건은 단호한 태도를 밝히며 특검까지 합의해줬지만,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 이외에 별다른 언급이 없다.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최근 공천을 통해 'MB와 거리두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의 폭로 내용의 수위와 야당이 특위까지 꾸려가며 연일 폭로전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이 사건이 여권의 기대만큼 조용히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홍기혜 편집부국장

2012년 2월 17일 금요일

MBC 사측, 이래도 배후 있는 불법 정치파업입니까?


이글은 미디어스 2012-02-16일자 기사 'MBC 사측, 이래도 배후 있는 불법 정치파업입니까?'를 퍼왔습니다.
정두언·남경필·김성식 의원, MBC파업 지지

MBC 사측이 전국언론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의 쇄신파 의원들이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나서 주목된다. 18일째 계속되고 있는 16일 MBC본부 파업 현장에서 새누리당 내에서 쇄신파로 분류되는 정두언, 남경필 의원과 무소속 김성식 의원의 영상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들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MBC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는 이번 파업을 특정 정파를 배후로 두고 있는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MBC 사측에 대한 반박이다.

▲ 남경필 의원의 영상 메시지 장면 ⓒ 미디어스

이들 세 의원은 현 정권이 언론의 정당한 기능과 역할인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막고 방송을 장악해 현재의 MBC 파업 사태가 발생했다며 방송을 국민의 것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파업이 정당한 파업이냐’라는 질문에 정두언 의원은 “비판을 피하고 누르고 회피하다보면 정권이 몰락하게 된다”는 발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남경필 의원은 “방송을 국민의 것으로 돌려줘야 하는 게 맞는데 오히려 공정성의 시비가 일고 있는 상황을 그냥 방치해선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그것을 극대화시킨 것이 MBC 파업 사태”라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은 “왜 노조원들이 노트북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내려놓았겠냐”며 “남들 다 보도하는 것, 같이 올렸는데 방송되지 않는 것을 보고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B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에 대해 정두원 의원은 “이동관 전 특보를 비롯한 정부의 홍보 수석들이 자기들 입맛에 안 맞는 보도를 빼고 왜곡시키며 신임을 받았다”며 “이런 사람이 출마한다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아무리 공영방송이라고 하지만 방송사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건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경필 의원은 새누리당과 정부가 국민에게 외면 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의원은 “나꼼수 같은 방송이 나오는 것처럼 누르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풍선효과처럼 다른 곳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MBC가 그동안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성식 의원은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가 생겼을 때 MBC에서 그 보도를 본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남경필 의원은 “정부에 불리한 보도들이 당시에 적게 나오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결코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 의원은 “국민은 있는 그대로 객관적인 균형 잡힌 보도를 원하는데, 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자꾸 빠지면 시장에서 떠난다”고 덧붙였다.  
MBC 파업 사태 해법으로 정두언 의원은 “지금 MBC 간부들이 청와대 홍보수석과 결탁해서 그런 일들(보도 누락, 왜곡)을 했다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경필 의원은 “(MBC 사장은)누가 보더라도 지금 현재 정권, 권력과 밀착돼 있지 않다는 것을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인물이 되도록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두언 의원은 역풍과 반작용이 나오면 결국 권력에 손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길게 보지 않고 자기 입맛에 편하게 인사에 개입하면 본인도 망하는 길이고 계속 되풀이 되면 이 나라가 잘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식 의원은 “(이번 파업은)기자들이나 PD들을 위한 일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송을 보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 우리 국민을 위한 가치 있는 일”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 박근혜의 전략은 ‘시간 끌기’(?)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3일자 기사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 박근혜의 전략은 ‘시간 끌기’(?)'를 퍼왔습니다.
‘돈봉투 추문’으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이 다시 재창당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출신 ‘쇄신파’ 들은 재창당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최근 정 의원은 여러 차례 트위터를 올렸다. 

“한나라당 정강정책을 고친다는데. 솔직히 얘기합시다. 정강정책 본 사람 있어요? 국회의원도 거의 없을 걸요. 지금도 더 고칠 것도 없이 충분히 진보적이죠. 양극화, 비정규직 대책, 유연한 대북정책 등 다 있어요. 문제는 사람이지요.”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 뭔지 모르겠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게 그거라면 정말 아니고. 그렇담 뭐가 있는지, 언제까지 보여줄 건지, 그러다 결국 안 되면 어떻게 할 건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등에 답이 있어야.”

정 의원의 발언은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주장해 온 박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박 위원장의 태도 역시 싸늘하다. 박 위원장은 12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이유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에 서 있었기 때문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재창당은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또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제동을 걸었고, 공천 기준과 관련해서는 “16일까지 작업을 마치라”고 지시했다. 박 위원장의 단호한 태도에 따라 비대위는 별다른 논란 없이 회의를 마쳤다. 

변수는 검찰과 시간...어느 쪽도 친이계에 불리

박 위원장이라고 해서 현재의 한나라당 그대로 총선에 임할 수 없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당명 개정이나 재창당 같은 형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은 비주류가 재창당을 요구하고, 주류가 ‘질서 있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비주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오너’였다. 

여기에는 총선을 앞둔 여권의 분열 문제가 놓여있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당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이것이 여권의 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친이계로서는 ‘박근혜당’은 싫지만 그렇다고 먼저 나서서 당을 ‘깼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친이계가 자폭 테러를 하면서 주장하는 것은 결국 박근혜가 나서서 당의 깃발을 내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들의 운신 폭이 늘어날 것이라 보는 거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적한 ‘자폭 테러’는 장제원 의원이 거론한 비대위원 비리 의혹, 홍준표 원희룡 의원 등 전 지도부가 거론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돈봉투 의혹 등이다. 이 의원은 “나가고 싶으면 나가면 된다”면서 “이들이 정리되고 나면 그 때야말로 본격적인 쇄신의 시기”라고 내다봤다. 

친이계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결국 박 위원장이 친이계를 모두 물갈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도 공천을 노린 ‘팀킬(같은 편 공격)’이 출발이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어차피 목표는 이재오 등 반대세력”이라며 “이들이 거세되고 나면 다시 천막당사를 치면서 용서를 비는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이계나 친박계나 모두 공천이 핵심이라는 데는 공감을 하는 셈이다. 

변수는 검찰과 시간 두 가지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매우 발 빠른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부터 박희태 캠프로 치고 들어간 검찰은 박 의장의 전 비서인 고명진 씨에 대한 조사와 압수수색에 이어, 원외 조직을 담당했고 이재오 계의 핵심 인사인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불러서 조사했다. 어떤 쪽에서든 수사 성과가 나오면 박희태 의장은 물론,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 이재오 이상득 등 친이계 실세들까지 연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간도 친이계에게 불리하다. 한나라당 해산 이후 헤쳐모여가 되건, 집단적 탈당 이후 신당 창당이 되건 친이계로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대로 설을 넘기고 2월 들어 여야의 공천이 본격화되면 공천을 못 받은 ‘루저(looser)’들의 반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대로 사태를 끌고 갈 경우 박 위원장으로서는 당을 완전히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큰 상처를 입은 이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당이 조기에 분열되어 보수 경쟁 국면으로 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 같다. 앞서 인용한 친박계의 재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3월 12일이었고, 그해 총선은 4월 15일이었다. 한 달이면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정웅재 기자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1일자 사설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정권실세로 군림해온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당의 쇄신과 화합’을 명목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9일 자신을 15년 동안 보필했던 최측근 보좌관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이 의원이 드디어 그에 대한 비판 여론에 굴복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끊임없이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그가 지금에야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마저 준다. 

이 의원은 불출마의 변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올바른 몸가짐에도 최선을 다해왔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과 비리가 억울하다는 뜻이 불출마의 변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의 보좌관 비리는 그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수억원의 금품이 건네질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그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일본에서 SLS그룹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끝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사필귀정이다. 사실 그는 정권 출범 후 자신의 측근들을 청와대, 국정원, 내각 등에 배치하는 등 인사에 개입했다. 이들 측근은 ‘SD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또 국회 예산안 처리 때마다 이른바 ‘형님 예산’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 의원 55명이 불출마 요구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친이 직계인 정두언·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들이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그 배후로 이 의원을 지목한 바 있다. 이 의원은 2009년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면서 자원외교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위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으며, 의혹도 줄지 않았다. ‘만사형통(兄通)’ ‘상왕’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그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의원을 둘러싸고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수사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가 범접할 수 없는 수사의 성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친·인척 비리 척결 차원에서 즉각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야 한다. 국가의 기강과 권위가 걸린 문제다. 이 의원도 진정으로 여당의 쇄신과 통합을 원하고, 현 정부의 안정을 원한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사설] 경기둔화 대비하기 위해서도 ‘부자 증세’ 필요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0일자 사설 '[사설] 경기둔화 대비하기 위해서도 ‘부자 증세’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취지로 한국판 ‘버핏세’(부자 증세)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최근 한나라당 일부 쇄신파 의원들까지 부자 증세론에 가세했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는 물론 정치적 동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증세는 필요하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어제 개인블로그에 부자 증세를 당론으로 정하자는 글을 올렸다. 취지는 최근 정두언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밝혔던 것과 같다. 김 의원은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표준 구간을 하나 더 만들자는 안이다. 가령 현재 8800만원 초과 소득에는 35%의 소득세를 부과하는데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는 38~40%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참여연대가 지난 14일 입법청원한 것이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이미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한나라당만 수용하면 부자 증세는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참여연대는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42%로 하면 전체근로소득자의 0.28%한테만 적용되고 세수는 2012년 기준으로 1조9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조세 저항이나 세수 증대 효과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부와 여당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안이다.
정치권에선 주로 복지 수요의 증가를 부자 증세의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부자 증세는 경기 둔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3%에서 3.8%로 하향조정했다. 2.5~3.6%로 점친 국내외 민간연구기관에 이어 국책연구기관까지 3%대 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로써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만큼 세수를 확보할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내년 4.5% 성장에다 세수는 올해보다 9.7%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예산을 짰다.
그러나 경기가 예상치보다 나빠지면 세수 감소로 재정의 경기조절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물가압박 때문에 좀더 적극적인 통화정책도 펴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가 경기 둔화에 적극 대응하려면, 부자 증세로 재정을 확충하는 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