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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2일 일요일

낡은 정치 그대로 남겨두고, 사퇴가 끝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10일자 기사 '낡은 정치 그대로 남겨두고, 사퇴가 끝인가'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친일·5공 청산 막던 박희태, 돈봉투 실체 밝혀야 진짜 '폐막'

“9일 박희태 국회의장(74․ 6선)의 퇴장은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리던 구시대 정치의 ‘폐막’을 알리고 있다. ‘관행’으로까지 받아들여지던 일들이 이제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 수장’마저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일명 ‘돈봉투사건’으로 사퇴한 박희태 국회의장을 두고 중앙일보는 ‘구시대 정치의 퇴장’이라고 바라봤다.
박희태 의장은 마지막 남은 민주정의당(민정당) 출신 정치인이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총재이던 노태우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같은 해 민정당 후보로 정계에 진출했던 ‘상왕’ 이상득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도 불법 정치자금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돼 사실상 정치적 생명는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의 지적대로 이제 낡은 시대 정치인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다.
민정당이 어떤 정당인가. 민정당은 그 이름과는 달리 의롭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잔학하기까진 한 전두환 군사정권의 집권여당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항쟁을 학살로 막았던 '살인정권'이었다.
이후 민정당은 ‘3당야합’을 통해 민주자유당으로 변신, 김영삼 대통령을 배출한다. 비상식적인 야합에도 나름 자신을 민주화세력의 적자로 인식한 김 전 대통령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체하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유일한(?) 공적을 세웠다.
검찰은 1995년 당시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는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말로 전·노 전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한 것이다. 이후 여론에 밀려 다시 기소했지만 검찰의 행태는 상식에 기초해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야당은 대검찰청에 대한 법사위 감사에 김기수 당시 검찰총장를 불려내 크게 항의했다.
이때 김 총장을 감싸고 돈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던 박희태 의장이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이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 박희태 국회의장 ©CBS노컷뉴스

동아일보는 “10일 밤 대검찰청에 대한 법사위 감사에서는 박희태 법사위원장이 김기수 검찰총장의 답변이 막힐 때마다 ‘답변’을 대신하거나 ‘한 수’ 지도하는 묘한 광경이 벌어졌다”며 “박 위원장의 ‘훈수’는 5·18문제를 국제법적 시각에서 접근한 조순형 의원의 질문에 대한 김 총장의 답변과정에서 절정을 이뤘다”고 전했다.
김 총장이 ‘전쟁범죄 및 반인도죄에 대한 소멸시효배제에 관한 국제협약’의 법적 효력의 묻는 질문에 우물거리면 박 위원장이 나서서 '정답'을 알려주는 식이었다.
이렇게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박 의장은 앞서 1989년 민정당의 대변인 신분으로 광주 망월동 5·18묘역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길에 5·18 단체들의 계란세례를 받기도 했다.
법사위원장으로서의 박 의장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여야 의원 170명이 친일재산몰수를 명시한 ‘민족정통성회복특별법’을 발의했으나 박 위원장은 법사위에 법안을 상정하는 것조차 거부해버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0일 트위터에 “93년, 14대 국회는 ‘민족정통성회복특별법’을 제출해 친일파재산몰수를 시도했었습니다”며 “하지만 당시 국회 법사위 상임위원장이었던 당시 민자당 박희태 의원께서 상정을 거부해 논의조차 못하고 폐기됐지요… 돈봉투사건을 보며 잠시 옛 기억을 더듬어 봤네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대의 낡은 유물을 청산하려는 움직임마다 온 몸으로 거부했던 박 의장이 돈봉투 사건으로 끝내 불명예 퇴진을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중앙일보의 지적대로 구시대 정치의 폐막을 알리는 서막일까.
구시대 정치가 진정으로 끝나려면 박 의장의 사퇴가 아니라 관행이라 일컬어졌던 돈봉투 사건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사건을 주도한 박 의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제대로수사해야 한다. 친이계 의원들의 갹출설 혹은 대선잔금설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자금 출처도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 “소핑백 크기의 가방에는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있었다”고 했던 고승덕 의원의 폭로도 있었듯이 관련자들까지 모두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박 전 의장의 전 비서였던 고명진 씨의 ‘양심고백’으로 수사에 활력이 붙는 듯한 분위기가 잠시나마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상하다. 그 수상한 낌새는 벌써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이 벌써부터 이번 사건을 대충 마무리하려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주말에 고씨의 진술을 받아놓고도 박 의장 등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하지 못한 채 미적거리다 이제는 선처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수사팀 관계자가 “박 의장은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아서 고개 푹 숙이고 있다가 당 대표 시켜준다니까 나선 것인데 (돈 봉투 사건에) 실제로 자기가 관여했다고 하더라도 이거 가지고 기스(흠집) 나기는 억울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겨레는 “이런 분위기 탓에 고씨의 자백과 언론보도, 그에 따른 박 의장의 전격 사퇴가 검찰과의 사전 교감 또는 조율에 따라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까지 검찰이 보였던 정치적 행보를 가늠해볼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보수 신문들은 박 의장의 사퇴를 두고 '물러날 때를 놓쳤다'고 호통을 치고 있다. 조선일보는 10일 “박 의장은 옛 간판까지 내리면서 재출발을 하겠다는 친정집에 결정적 일격을 가하고 국회 역사에 현직 국회의장의 첫 불명예 사퇴라는 오명을 기록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장이 고승덕 의원의 폭로 이후 즉시 사퇴했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사퇴 시기는 이번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불법 자금을 건네는 관행의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구시대의 정치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14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비평]언론 환경 재정비 없이는 뒷날을 감당할 수 없다

정권재창출. 단임제 정부에 동승한 모든 권력자들이 꾸는 꿈이다. 달콤한 꿈이다. 아직 내리기엔 멀었다는 안도감이 공유될 때, 멀리 내다볼 수 있고 권력은 서로 부딪치지도 않는다. 권력이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권력 밖에 있는 사람들을 질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해질 때, 내려야 하는 순간이 머지않았음이 감지될 때, 권력과 그 주변은 급격히 소란스러워진다. 학술적 용어로는 ‘레임덕’이고, 사회적으로 관찰되기로는 ‘집권 말기 현상’이다. 선출된 권력의 교체시기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혼란이고,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할 땐 더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이 권력엔 이제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권력 전체가 소란스럽다. 딱 5년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몇몇 상징적 사건들은 필연적 정권 교체를 예고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임기 초부터 흔들린다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명박 정부지만, 이번엔 정말 심상치 않다. ‘만사형통, 상왕’ 이상득 의원이 퇴진한다는 것은 상징적 모습이다.
이 정부의 권력을 구성하던 위계가 내부로부터 깨지고 있다. 언론을 장악하고, 검찰을 장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없다. 이상득으로 대변되던 권력의 한 축이 무너지자, '공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각적인 연쇄 반응이 나오고 있다. 권력의 또 다른 축인 친이계는 사실상 ‘각자도생’을 선언했다. 공천권을 포함한 비대위의 전권을 박근혜 의원에게 넘긴다는 것은 생사여탈권을 포기해 최악을 피하겠단 서약의 다름 아니다. 이제 이 권력엔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지금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의 부인은 “비판은 그냥 패스한다“는 말로 호기를 부렸지만 비웃음만 샀다. 정말, 문제적 권력이고 그래서 더 문제인 권력이다. 별로 한 일이 없는 듯싶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 벌여놓고 수습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이 워낙 강고한 것이어서 가야할 길이 아직 한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장에 언론계 상황만 봐도 그렇다.

'특혜', '관리', '배제'로 이어진 언론정책의 유일한 전제, '정권재창출'


▲ 지난 12월 1일 종편 개국일에 맞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1면 백지광고를 실었다
잔가지는 다 쳐내고,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보면 임기 전반기엔 방송 장악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어느 정도 정리가 완료된 다음에는 ‘특혜’, ‘관리’, ‘배제’의 3가지 차원에서 언론을 다잡았다. 그리고 아직도 다잡고 있는 중이다.
종합편성채널은 특혜다. 대놓고 작심하고 우리 편만 챙긴 것이다. 구실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창출이었고, 명분은 지상파 독과점의 해소였지만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얘기였고 아시다시피 접근 자체가 그렇지 않았다. ‘관리’는 침묵으로 충성을 바친 공영방송에게 던져진 수신료 인상이었다. 말만 잘 들으면 먹을거리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재원을 키워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겠단 언질이었다. 마지막으로 ‘배제’는 나머지 미디어들을 향했다. 미디어렙법의 처리 지연은 ‘특혜’를 준 몇몇 언론과 자력갱생이 가능한 방송을 제외한 매체들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 3가지 추진 방향 모두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 우선, 종편의 경우 개국은 했으나 오히려 개국 이후 생존 여부에 강한 물음표가 달려있다. 애당초 4개의 종편을 허용하는 것이 무리였는데, 철저하게 정치 공학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다보니 당최 견적이 뽑히지 않는 이상한 우리 편 챙기기가 됐다. 종편 4사들 역시 이제는 ‘차라리 그때 끝까지 싸워 4개 신설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고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 종편을 방치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 청산의 'X맨‘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를 노릇이다.

▲ TV조선은 지난 1일 개국특집 방송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종편이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이유
중장기적으로 종편의 생존을 도모해주기 위해선 정권재창출이 필수적이다. 종편사들의 개별적 역량에 기대어 종편이 생존할 수 있단 건, 당분간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극히 낭만적일 뿐이다. 종편은 당분간 아니 꽤 오래도록 홀로 설 수 없는 매체다. 그래서 다소 감정의 격앙이 있더라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야만 한다. 그래야 종편에 대한 특혜를 이어갈 수 있고, 이러한 정치적 전망을 바탕으로 종편사들 역시 ‘약탈적 영업’이 가능하다. 이건 단순히 종편의 생존 여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수구 세력의 존속을 위해서도 매우 중차대한 과제다.
하지만 현재로선 모든 게 불투명하다. 당장에 내년 4월 총선을 기점으로 기업들이 광고를 거둬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종편을 설계할 땐, 분명히 차기 권력이 당연히 박근혜의 몫으로 흐르는 회로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틀어졌지만 궤도 수정을 하긴 너무 늦었다. 종편사들이 개국과 동시에 일제히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것은 일종의 생존 방책이었다.
수신료 인상은 좌절되고, 미디어렙은 어쩔 수 없고
수신료도 마찬가지다. 워낙에 찍어 눌러놓은 덕에 아직 저항이 실제화되진 않고 있긴 하지만 KBS 조직 내부에도 수신료 인상 좌절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수신료 문제의 경우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판을 다 깔았는데도 좌절된 것은 권력의 문제가 아닌 KBS 내부의 무능 때문이었다는 항변도 가능하겠지만, 엎어 치나 메치나 결과적으로 같은 얘기다. 결국, 이명박 정부 임기하에 수신료 인상은 물 건너갔고, 외려 KBS는 지금 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청문회’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그리고 차기 권력과 이렇게 등을 졌으니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해졌다.
미디어렙의 경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찌되었건 입법은 불가피하다. 종편을 유예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여전히 관건이겠지만 매체의 종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단 대전제를 파괴할 수 있는 권력은 대의제 체제에선 존립하기 힘들다. 지연시키고 누락하고, 최대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 역시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마저 의회 권력의 지형이 바뀌면 언제든 가능한 문제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그나마 설득력을 갖고자 했다면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동시에 지상파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 아래로부터 종합편성채널 신설을 추동해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보완, 견제하는 의미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마련하는 유기적 결합이 필요했지만 이 정부는 순서는 물론 우선순위에서 모든 것을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섞어 권력 내키는 대로 언론을 유린했다.


▲ 7월 11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KBS이사회는 즉시 도청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 기자회견 모습. ⓒ권순택

정권 이양을 고려한 '플랜B'가 필요한 시점
그 유린을 하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정권재창출’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들 저렇게 한들 다음 정권 역시 우리 편이 잡게 되면 뒤탈 없이 시간을 더 벌 수 있단 확고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소망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 됐다. 박근혜 체제의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꾸리고 행여 또 다시 천막을 친다고 해도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 권력이 사활을 걸었던 종편은 유의미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채, 아니 개국한 것만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사회적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지 모른단 얘기고, 공영방송은 대대적인 복수와 보복의 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미 돌아선 지역 언론은 총선에서 진가를 보여줄 것이다.
정권재창출이 멀어져 가고 있다. 청와대에도 이제 ‘플랜B’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1년여의 임기가 남았다. 진심으로 충고하건대, 벌려놓은 일을 그나마 마무리하지 않으면 퇴임 이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염려해야 할 시기다. 남은 시간동안 4대강의 보를 되돌릴 순 없다. 다시 747을 띄울 수도 없다. 그나마 유일한 방법은 언론을 되돌리는 것뿐이다. 근본적으로 이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꼼수’에서 보듯 저해된 언론 행위에 대한 범사회적 반발 때문이 아닌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설령 정권이 이양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언론환경을 재정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편 언론과 함께 몰락하지 말고, 상대편이라고 생각했던 언론에게 유의미를 남기라고 말하고 싶다. 더 장악해서 어찌해보겠단 흑심을 버리고, 장악을 풀어 안전을 보장받는 길을 택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혹시 모를 일 아닌가. 코피 난 김에 쓴 혈서 때문에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구정물'이 흘러들 판에 뭔 물갈이?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12일자 기사 ''구정물'이 흘러들 판에 뭔 물갈이?'를 퍼왔습니다.
[김종배의 it] 이상득 퇴진의 이면, 'MB아바타'들의 귀환

이런 걸 부조화라고 하나?

물갈이가 시작됐단다. 이상득·홍정욱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한나라당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사실상 시작됐단다. 이명박 정권의 '상왕'이자 영남권의 최다선 의원인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친박계를 포함한 영남권 중진의 물갈이 길이 터졌다고 한다. 홍정욱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수도권 소장파의 불출마도미노가 벌어질지 모른다고 한다.

한데 묘하다. 한쪽에서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특보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김덕룡 국민통합·박형준 사회·이동관 언론·유인촌 문화 특보 등이 줄줄이 그만뒀다. 그 뿐인가.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 곁을 떠나는 이유의 대부분은 출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현직을 내놨다는 것이다


 ▲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물러난 이동관 언론특보(왼쪽)와 박형준 사회특보. ⓒ뉴시스

이들은 '성골'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성골 중의 성골들이다. 이런 성골들이 한나라당에 들어가 '공천권 줍쇼' 할 판이다. MB색을 빼기 위해 탈색제를바가지로 퍼 넣어도 모자랄 판에 MB의 분신들이 떼로 들어갈 판이다. 물갈이 하겠다는 한나라당에 '구정물'이 흘러들 판이다.

이러면 말짱 공염불이 된다. 한나라당을 박근혜당으로 만들어봤자, 물갈이 한다고 나서봤자 말짱 공염불이 된다. 한나라당 위기의 근원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천하가 다 아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분신들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어볼 필요도 없다. 한나라당은 도루묵이 된다.

칼같이 잘라야 한다. 이들의 공천 신청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내쳐야 한다. 그래야 쥐꼬리만한 물갈이 효과라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어떤 식이든 계파 배제로 비치게 돼 있다. MB의 성골들을 쳐내는 순간 친이계 배척으로 묘사되게 돼 있다. 더구나 이런 작업을 주도하는 사람이 박근혜 의원이라면 보복으로 비치게 돼 있다.

그래도 괜찮다. MB의 성골들과 친이계가 대세에 순응하기만 한다면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친이계 핵심 이재오 의원이 자주 썼던 말처럼 백의종군을 넘어 토의종군할 각오로 순순히 칼을 맞는다면 큰 탈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감생심이다. 멀리 내다 볼 필요조차 없다. 돌아가는 사정을 뻔히 아는 특보들이, 그리고 대통령실장이 출마 준비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이들은 물러날 용의가 없다. 토의종군할 생각도 없다.

자칫하면 계파 분란이 심화된다. 공천을 둘러싸고 친이와 친박 또는 친박과 반박 간에 혈투가 벌어진다. 더불어 강화된다. 친이 또는 반박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그들의 결속력이 강화된다. 공동운명체로 묶인 그들의 단결력이 배가된다. 계파 구도가 재정립 된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싸우다 싸우다 딴살림 차리든지….



/김종배 시사평론가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1일자 사설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정권실세로 군림해온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당의 쇄신과 화합’을 명목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9일 자신을 15년 동안 보필했던 최측근 보좌관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이 의원이 드디어 그에 대한 비판 여론에 굴복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끊임없이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그가 지금에야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마저 준다. 

이 의원은 불출마의 변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올바른 몸가짐에도 최선을 다해왔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과 비리가 억울하다는 뜻이 불출마의 변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의 보좌관 비리는 그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수억원의 금품이 건네질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그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일본에서 SLS그룹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끝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사필귀정이다. 사실 그는 정권 출범 후 자신의 측근들을 청와대, 국정원, 내각 등에 배치하는 등 인사에 개입했다. 이들 측근은 ‘SD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또 국회 예산안 처리 때마다 이른바 ‘형님 예산’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 의원 55명이 불출마 요구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친이 직계인 정두언·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들이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그 배후로 이 의원을 지목한 바 있다. 이 의원은 2009년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면서 자원외교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위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으며, 의혹도 줄지 않았다. ‘만사형통(兄通)’ ‘상왕’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그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의원을 둘러싸고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수사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가 범접할 수 없는 수사의 성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친·인척 비리 척결 차원에서 즉각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야 한다. 국가의 기강과 권위가 걸린 문제다. 이 의원도 진정으로 여당의 쇄신과 통합을 원하고, 현 정부의 안정을 원한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