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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7일 수요일

임종석 이어 김진표까지…민주당 '민심 역주행'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6일자 기사 '임종석 이어 김진표까지…민주당 '민심 역주행''을 퍼왔습니다.
[분석] 김진표·신계륜 공천이 보여주는 민주통합당의 위기 원인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공천심사 통과로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공천'이 총체적인 위기에 놓이는 분위기다. 6일로 5차까지 나온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사 결과물은 매번 '뜨거운 감자'였지만, 김진표 원내대표에 대한 공천 여부는 제일 논쟁적인 관심사였다.

김진표 공천이 보여주는 민주통합당의 총선 목표는 '오직 1당'



▲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진표 원내대표는 정체성 기준에서 탈락 1순위로 주목 받아 왔다. 당장 이날 총선유권자네트워크(총선넷)가 발표한 '심판 대상' 정치권 인사 223명 안에 김진표 원내대표의이름이 들어 있다. 새누리당이 193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통합당도 13명이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얻었지만, 김진표 의원은 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3관왕에 올랐다. 한미 FTA, 종편 출범, 정교분리 위반의 3가지 항목에서 모두 심판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이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공천을 준 이유를 한 공천심사위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김진표가 아니면 누구를 공천하더라도 수원 영통은 새누리당에게 뺏긴다. 수원 영통만 뺏기는 것이 아니라 그 인근 지역구까지 최대 3~5석이 날아간다."

"의석수 하나가 중요한 상황 아니냐"는 말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 설명은 '물갈이' 된 호남 의원들의 "나는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격밖에 되지 못한다. 어차피 누구를 내리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은 가차없이 잘라내 '공천 쇄신'의 대표 사례로 만들고, 당선이 쉽지 않은 지역에 터를 잡고 있을 경우에는 정체성에 다소 부합하지 않더라도 공천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인 강봉균, 조영택, 신건, 최인기 의원은 떨어지고, 역시 관료 출신으로 그동안 원내정책을 총괄하며 여러 차례 '삑싸리'를 내 당 지지율 하락에 기여했던 김진표 의원은 단수로 공천장을 받았다. 두 집단의 차이는 지역구 위치 뿐이다. 김진표 공천은 현재 민주통합당의 목표가 어떤 가치도, 정치 변화도 아닌, 오직 제1당이 되는데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비리 연루자에 대한 잣대도 '고무줄'…'누구 라인'이 기준?

일관성이 없는 것은 또 있다. 같은 비리 연루자여도 누구는 공천을 받고 누구는 떨어졌다. '엇갈린 운명'의 대표 사례가 이부영·신계륜 전 의원과 한광옥 전 의원이다. 스스로'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최규식 의원과 임종석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최 의원은 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나는 무죄라고 믿지만 당을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했다"며 당이 임종석 등에게 공천장을 줬지만 여론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나온 '용퇴'였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법정이 아닌 공천심사에서 적용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미 유죄가 확정된 이들도 서로 다른 운명에 처해졌다. 같이 유죄를 확정받았지만 이부영, 신계륜, 이화영은 '되고', 한광옥은 '안 되는' 이유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설명은 코메디에 가깝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비리 연루자들에 대한 공천 결과를 놓고 보면 그 죄질이나 현재 관련 사건의 진행 상태보다 누구와 가까운가가 중요한 기준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임종석 사무총장의 공천장 자진 반납 얘기도 솔솔 나오고는 있지만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그 주변에서 적지 않게 들린다.

새누리 "경선제 도입한 지도부와 공심위원은 전원 단수 공천"

공천 탈락자들이 당의 공천을 공격하는 구호로 "공천심사위원회는 친노 세력의 꼭두각시"라는 말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탓이다.

"정작 모바일 경선 제도를 도입한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공천심사를 담당한 공천심사위원들은 한 명도 빠짐 없이 당내 경선을 치르지 않고 단수 공천을 받았다"는 새누리당의 비난이 '정치 공세'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실제로 당 지도부 가운데 공천장을 확정받지 못한 이는 한명숙 대표를 빼고는 없다. 486그룹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15 당 지도부 경선에 나서 본선에 오른 이들도 딱 한 명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천을 받았다. 유일하게 박용진 전 진보신당 부대표만이 최규식 의원의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경선을 치르게 됐다.

"재심 청구"는 벌써부터 넘쳐난다. 호남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 가운데 5명이 곧바로 재심 청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김영진 의원까지 6일 공천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재심에서도 탈락이 확정될 경우 일부 의원들은 '무소속 출마'까지 강행할 분위기다. 한광옥 전 대표는 이미 탈당했다. 수도권까지 이런 분위기가 옮겨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오직 '제1당'만을 목표로 달려가는 한명숙호(號)가 자초한 '제1당 달성의 최대 위기'다.

2012년 2월 1일 수요일

MB 친인척, ‘가족애’로 뭉친 그들


이글은 시사인 2012-02-01일자 기사 'MB 친인척, ‘가족애’로 뭉친 그들'을 퍼왔습니다.
대형 이슈에 묻혔지만,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은 정권의 도덕성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수사에 미온적이던 검찰도 정권 말기가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통령 주변 비리 사건을 총정리해보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발언은 각종 비리에 대한 언론과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의 적극적인 외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언론인(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협회)이 선정한 ‘가장 무시당한 뉴스’는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보도였다. 무려 77.3% (1258명)가 이를 꼽았다. 언론이 대통령 비리에 대해 입을 다물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한 언론사 사회부장은 “검찰과 경찰이 정권의 통제력 안에 있어서 친·인척 비리가 그나마 이 정도다. 그것도 언론이 축소 보도해 사태의 심각성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난 정권이었으면 언론에서 ‘탄핵’이라는 단어가 열 번은 나왔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선관위 디도스 공격,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 따위 초대형 비리가 친·인척 비리를 덮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인척 비리 사건은 정권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가장 크고도 중요한 사안이다. 놓쳐서는 안 될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정리해보았다.

■ 대통령의 아들, 사위, 사돈

먼저 이명박 대통령과 가족 스스로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있다. 내곡동 땅 문제로 이 대통령도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내곡동 부지를 둘러본 뒤 승인해서 부지를 매입했다”라고 증언했다. 내곡동 땅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씨(다스 경영기획팀장)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검찰 수사에서 시형씨가 매입한 땅 구입비용 중 6억원이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호처는 국민 세금으로 시가보다 비싸게 땅을 사들였고, 이 대통령은 아들 이름으로 시가보다 싸게 땅을 사들였으니 누가 보아도 국민 세금을 사저 구입에 썼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최고형이 징역 10년인 ‘업무상 배임죄’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내곡동 사건은 대통령이 관련된 사안이어서 이른 시일 내에 정리될 것 같다. ‘혐의 없음’으로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2009년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06년 초 조 부사장은 한국도자기 창업주 손자인 김영집씨가 엔디코프를 인수했다 되팔 때 지분을 투자했다. 또 김씨와 코디너스 유상증자에 참여한 건과 관련해 주가조작 의혹을 받았다. 김씨는 구속됐다. 당시 검찰 한 관계자는 “재벌 2·3세들이 돈을 모아주었고 그 돈으로 주가조작을 한 주범이 구속됐다. 검찰이 걸면(구속하면) 걸리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2010년 7월 조현범씨의 사촌이자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현준 효성 사장은 550만 달러(약 64억원)를 횡령하고, 회삿돈으로 수십억원대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조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대통령의 형제·조카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주변은 각종 의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곤 했다. 한나라당 정두언·정태근 의원은 ‘이상득-박영준 라인’이 이명박 정부의 인사 전횡과 불법 사찰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민간인 사찰, 각종 인사청탁, 카메룬 다이아몬드 게이트, 에스엘에스(SLS)그룹 접대 의혹 등에 관련되었다. 그러나 이들 의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의 정리되었다. 의혹이 불거졌으나 검찰이 박 전 차관을 부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상득 의원을 코오롱 시절부터 20년 넘게 보필한 박배수 보좌관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 1억5000만원,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상득 의원실 여직원 2명의 계좌에서 8억원 상당의 자금이 세탁된 것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이 이 의원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수사에 속도를 내지는 않고 있다.


ⓒ뉴시스 김윤옥 여사의 사촌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가운데)은 4억원대의 불법자금을 받아 구속됐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46)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그는 정부가 인천공항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함께 오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계 매쿼리 그룹이 인천공항 매입에 적극 나섰는데, 지형씨는 매쿼리 IMM자산운용 대표로 재직했다.

국고가 2조원 가까이 날아간 메릴린치 투자 사건에도 지형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 2008년 1월 공기업 한국투자공사(KIC)는 미국 메릴린치에 20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했다. 이 투자는 고작 1주일 만에 결정됐으며, 여러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 당시 한국투자공사 간부들은 이 투자를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메릴린치 주가가 폭락해 1조4000억~1조80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책임자는 말레이시아 출신 구안 옹(Guan Ong)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CIO)이었다. 는 사정기관 문건을 공개하며 “구안 옹 씨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2009년부터 싱가포르의 헤지펀드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지형씨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로 거주지로 옮기고, 투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는 다스의 최대 주주다. 하지만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와 함께 정치인 이상득·이명박 형제의 재산을 관리한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이상은씨는 공시지가 74억원대의 경기 이천시 땅 약 46만2800㎡(14만여 평)를 아들이 아니라 조카(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이상은씨의 사위 전종화씨는 씨모텍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2009년 전종화씨는 씨모텍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씨모텍 주가는 전기자동차와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나면서 5배 이상 치솟았다. 2010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기차를 시운전하는 장면을 언론에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씨모텍은 지난 9월 상장 폐지됐다. 1만2000명 소액 투자자들의 수백억원대 주식은 휴지가 됐다. 당시 씨모텍 대표이사가 자살했는데 실제로 회사 전권은 전씨가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까지 검찰은 씨모텍 수사에 별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다스 사장은 소망교회 출신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이다. 강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부정부패에 연루돼 처음으로 사법 처리된 최초의 고위 공직자였다.

■ 김윤옥 여사와 친·인척

김윤옥 여사 주변의 비리 사건도 적지 않다. 김윤옥 여사의 동생 김재정씨는 죽었지만 그가 대통령 재산을 차명 관리한다는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재정씨가 죽은 후 다스와 김경준씨의 소송 그리고 다스 주식의 이동 등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다스 주식을 상속세로 낸 것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김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퇴출 저지 로비 명목으로 4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김 여사의 둘째 언니 남편인 황태섭씨는 제일저축은행 고문으로 재직하며 3년여 동안 매달 1000만원씩 고문료를 받았다. 그가 금융업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은 없다. 사업가 출신 황씨는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사조직인 ‘일명회’ 사무국장을 지냈고,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 후원회 사무국에서 일했다. 검찰은 한 달 넘게 황씨의 구속 여부를 고심 중이다.

김 여사의 작은 형부인 신기옥씨는 2008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룸살롱 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최근 신씨가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되는 ‘BBK 가짜 편지’의 배후라는 증언이 나왔다. 신씨는 경북고 총동창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친·인척 1400여 명을 ABCD 네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A등급에 해당하는 친·인척 100여 명은 상시관리 대상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 시스템은 구멍이 나 있었다. 제일저축은행 사건으로 문제가 된 김재홍·황태섭의 경우 청와대는 저축은행 사건이 터지고도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재홍씨는 서일대학 이사 재직 시절 학내 분쟁이 발생하자, 청와대 민정수석실·경찰청 특수수사과·교육과학기술부 직원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까지 정권 실세에 관한 정보 보고를 하지 못했다. 정보가 나가면 역으로 당하는 수가 있어서 모두 보고서 내기를 두려워했다”라고 말했다. 감사원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가청렴위원회를 통합시키고 투명사회협약을 폐기하는 등 부패에 관해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특히 대통령이 주변 비리에 대해서는 관대한 면모를 보여왔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더 나올 것으로 본다. 1년6개월 전부터 친·인척 비리와 권력 비리를 대통령에게 직접 수차례 경고했지만 둔감했다”라고 말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친·인척이 인사를 주무른 실세들인데 어떻게 그들을 수사할 수 있는가. 정권 말기 검찰 수뇌부의 지시가 잘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어서 이제는 친·인척 수사에 대한 검찰 분위기가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사설]영세상인 갈취 ‘무법천지’ 남대문시장뿐이겠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12일자 사설 '[사설]영세상인 갈취 ‘무법천지’ 남대문시장뿐이겠나'를 퍼왔습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온 시장 관리회사 임직원과 경비원 등 9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6년 넘게 청소비·자릿세·화장실 사용료·통행세 등 온갖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챙겼고, 영세상인과 노점상들은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돈을 뜯겨왔다니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경찰은 (주)남대문시장 임직원들이 마치 ‘봉건제국의 제왕’ 같았다고 밝혔다. 상인 위에 군림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해 배를 채웠다는 뜻이다. 47명의 시장관리회사 임직원들이 시장 이면도로의 노점상들로부터 청소관리비 명목으로 챙긴 자릿세가 6억8000만원에 이른다. 이들의 급여가 직원 110만원, 상무 180만원에 불과했다니 상인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 생활하도록 사실상 방치한 꼴이다. 경비원들이 개별적으로 돈을 뜯어내기도 했고, 일부 상가 운영회의 임원들도 노점상들에게 화장실 사용료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 노점상연합회는 비가입 노점상들에게 손수레를 시가보다 비싸게 강매해 배를 불렸다. 반면 노점상연합회 소속 노점상은 시장관리회사에 어떤 명목으로도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하니 힘없는 영세 노점상들만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한 꼴이다.

이런 갈취 행위가 국내 최대 재래시장에서 수년간 버젓이 자행돼왔다는 사실은 관할 구청이나 경찰 등의 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재래시장 경비원 등이 상인이나 노점상에게 금품을 상납받았다가 적발된 사례는 드물지 않다. 그때마다 구조적 비리 의혹이 일었지만 제대로 파헤쳐지지 않았다. 이번처럼 시장관리회사나 상가운영회, 노점상연합회 등까지 개입된 먹이사슬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이 1년 가까이 상인 166명의 진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인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수사에 잘 협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무법천지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착취 구조가 깊게 뿌리내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힘없는 상인이나 노점상을 갈취하는 비리가 남대문시장 주변에만 있을 리 만무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재래시장은 속성상 지배구조나 경영의 투명성이 낮을 개연성이 크다. 불법행위나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경찰은 재래시장 주변이나 노점상 갈취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정부나 지자체도 이번 기회에 재래시장의 지배구조와 경영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구조적 비리를 뿌리뽑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1일자 사설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정권실세로 군림해온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당의 쇄신과 화합’을 명목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9일 자신을 15년 동안 보필했던 최측근 보좌관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이 의원이 드디어 그에 대한 비판 여론에 굴복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끊임없이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그가 지금에야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마저 준다. 

이 의원은 불출마의 변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올바른 몸가짐에도 최선을 다해왔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과 비리가 억울하다는 뜻이 불출마의 변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의 보좌관 비리는 그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수억원의 금품이 건네질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그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일본에서 SLS그룹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끝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사필귀정이다. 사실 그는 정권 출범 후 자신의 측근들을 청와대, 국정원, 내각 등에 배치하는 등 인사에 개입했다. 이들 측근은 ‘SD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또 국회 예산안 처리 때마다 이른바 ‘형님 예산’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 의원 55명이 불출마 요구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친이 직계인 정두언·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들이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그 배후로 이 의원을 지목한 바 있다. 이 의원은 2009년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면서 자원외교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위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으며, 의혹도 줄지 않았다. ‘만사형통(兄通)’ ‘상왕’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그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의원을 둘러싸고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수사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가 범접할 수 없는 수사의 성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친·인척 비리 척결 차원에서 즉각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야 한다. 국가의 기강과 권위가 걸린 문제다. 이 의원도 진정으로 여당의 쇄신과 통합을 원하고, 현 정부의 안정을 원한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사설]‘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다음은 무엇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7일자 사설 '[사설]‘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다음은 무엇인가'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지난해 이른바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로 실망시키더니, 이번에는 ‘벤츠 검사’로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도덕성과 정직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검사가 장기간 변호사로부터 고급 승용차인 벤츠와 법인카드, 휴대용 전화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벤츠 검사’ 외에 현직 검찰 고위간부 2명도 부장판사 출신인 이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시중에는 ‘그랜저 검사’에 이어 ‘벤츠 검사’ 사건이 터지자 앞으로 초고급 승용차의 이름을 붙여 ‘포르셰 검사’ ‘람보르기니 검사’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고 있다. 국민의 참담한 심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검찰은 자신들의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정과 쇄신을 다짐해왔다. 그럼에도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검찰이 대외적 발표와 달리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건 청탁 대가로 승용차를 받은 ‘그랜저 검사’ 사건 때 검찰은 처음 무혐의 처리했다가 나중에 비난 여론에 몰려 해당 검사를 법의 심판대에 회부했다. 그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10월 말 사표를 낸 ㅅ검사장 건도 비슷하다. 경찰은 비리 혐의로 내사하다 그가 사표를 내자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의 압력행사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는 특권의식과 집단이기주의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사들의 비리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뜻이다. 

대검은 지난 주말 열린 전국 감찰담당부장회의에서 감찰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감찰 전담 검사 대폭 증원, 감찰 업무 일원화, 청탁 등록센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유흥주점 내 품위 손상행위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등 대검 공무원 행동강령도 개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방안들은 검찰의 근본적 의식개혁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검찰 비리 의혹을 근절하기 위해 검찰의 자기 정화노력을 기다리기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검찰에 대한 높은 사법적·도덕적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일벌백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