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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5일 일요일

"'원전 장사'에 골몰하는 그들, 1년전 재앙 잊었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3일자 기사 '"'원전 장사'에 골몰하는 그들, 1년전 재앙 잊었나"'를 퍼왔습니다.
"말로는 '안전' 외치면서 실제로는 '수출' 논의"

세계 원자력 산업계 인사들이 모이는 서울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2012 핵안보정상회의의 공식 부대 행사로 2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후쿠시마 사고 1주년과 비슷한 시기에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원자력 안전 강화'라는 모토와 함께 '원자력 재부흥'을 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자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탈핵' 여론에 원자력 산업 관계자들 역시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세계 원자력협회(WNA), 국제원자력기구(IAEA),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NEA) 등 원자력 관련 기구 관계자들과 마빈 퍼텔 미국 원자력협회(NEI) 회장, 쑨친 중국 국영핵공업집단공사 원자력 산업계 최고경영자(CEO)도 대거 참여했다.

로랑 스트리커 세계원자력사업자협회(WANO)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교훈을 얻어 우리는 사고 예방과 위기관리에 가장 신경을 쓰게 됐다" 며 "세계 각국이 함께 연구하고 저마다 갖고 있는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원자력 산업을 좀 더 안전하고 강하게 만들자"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강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원자력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김황식 총리는 축사에서 "9.11테러 이후 핵 테러 우려가 증가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나 증가하는 에너지수요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원자력 사용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40~50년까지는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번 회의에서 국제적 핵안보 체계 강화와 안전에 대한 산업계의 의지를 보여줌으로 실추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원자력 산업계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날 "연구용 고농축 우라늄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새로 원전을 도입하는 나라의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안보 문화의 향상 △연구용 고농축 우라늄 사용 최소화 △IAEA의 권고사항 지원 △사이버테러 대응 강화 △핵안보 관련 우수사례 교류 △신규 원전 도입국에 대한 인프라 지원 등의 세부 실천 사항도 내놨다.

이중 '신규 원전 도입국에 대한 인프라 지원'은 '핵 수출 확대'라는 이날 회의의 본질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공동합의문은 "신규 원자력시설 도입국의 요청이 있는 경우, 원자력 인프라 구축에 관한 IAEA의 권고사항에 따라 원자력에너지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IAEA는 그간 개발도상국이 원전을 도입하면 송전망을 깔아 전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원자력법을 제정하는 등의 유무형 인프라 구축을 해왔다"면서 "이 합의문에서 '에너지의 안정적인 사용'을 지적하며 이러한 사업을 지원한는 것은 말 그대로 핵발전소를 수출하겠다는 이날 회의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사고난 지 1년만에 '원자력 수출' 회의 여나"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열린 행사자 부근에서는 이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은 이날 오전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등의 반핵 운동가와 함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당초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열리는 그랜드인더콘티넨탈 호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지하철역에서 이들의 출입을 통제함에 따라 삼성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측은 "당초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경찰과 합의했으나 경찰이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측과 경찰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등은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를 지켜보던 아시아 반핵 활동가들도 영어로 "남한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외치는가 하면 한 활동가는 기자들에게 "(경찰이 막아서는) 이런 일이 한국에서는 자주 일어나느냐?"고 묻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온 반핵 활동가 에밀리 델라 크루즈 씨는 "현재 도시바, GE와 같은 초국적 에너지 기업이 어떻게 핵 산업을 더 많이 수출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과 같은 에너지 강국도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악몽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태국에서 온 산티 촉차이참난킷 씨는 "다음달이면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지 27주년이 되지만 아직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부나 기업은 없다"면서 "핵산업계는 다른 일을 더 벌이기전에 핵으로 인한 피해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핵산업계는 오로지 '수출'만 생각하지 자신들로 인해 피해받은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핵은 안전하다, 좋다'는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국장은 "한국 정부가 원자력을 확대하고 수출하려는 이들이 모이는 회의 자리를 만들었다.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사과하면서 "어떻게 사람의 얼굴을 하고 후쿠시마에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 지 1년 만에 원자력을 수출하겠다는 회의를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뉴시스

/채은하 기자

2012년 3월 13일 화요일

"시민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늘린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2일자 기사 '"시민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늘린다"'를 퍼왔습니다.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⑥]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해야

지난 1월 경남 밀양에서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한 이치우 어르신은 원자력발전소의 숨겨진 문제, 에너지 부정의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주로 해안에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는 서울과 경기도 등 에너지 소비 지역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홍보된 것과 달리 원전은 경제적이거나 효율적인 발전 방식도 아닌데다, 원전과 송전탑이 건설되는 주민들의 고통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이 '대용량 발전'을 고집하는 이상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만약 같은 전기를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굳이 동시대의 시민들과 미래 세대에 피해를 주는 원자력 발전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원전의 대안은 있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은 어느덧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언제 대안을 선택할까.

-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체르노빌·후쿠시마, 그리고 MB의 '악연'☞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 '에너지 된장 국가' 한국, 대기업만 배불려
"한국에서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 충분히 가능"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의 의장을 맡고 있는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8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독일은 프랑스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수입해다 쓰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바이거 교수는 "독일의 경우 최근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많은 전력이 창출되어 오히려 프랑스로 에너지를 수출했다"면서 "프랑스처럼 전력을 주로 원전을 통해 충당하다보면 날이 갑자기 추워지는 등 전력 수요가 올라갔을 때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대략 원전 3개 분량의 에너지를 수출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2011년 100만 개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소가 있는 독일은 전체 전력의 19.9%를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성과를 냈다. 바이거 교수가 말한 독일과 프랑스의 상황은 원자력 발전보다 재생에너지가 더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효율적인 발전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2010년 전체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2.61%에 그친다. 독일 뿐 아니라 OECD 국가의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이 15.3%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비중이다. 특히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 가운데서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중은 미미하고 74.9%가 폐기물에서 얻는 전력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2009년 재생가능 에너자 잠재량 자료에서 국내 기술 잠재량이 석유로 환산했을 때 17억5000만톤이나 보존되어 있다고 밝혔다. 반면 2008년 이후 현재 생산량은 잠재량의 0.09%에 불과한 154만여 톤이다.

또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최근 부지와 건축물 현황, 기술과 경제 조건 등을 보수적으로 고려하더라도 태양광 발전 보급 잠재량은 2030년까지 한국 전력 소비량의 10% 이상인 39GW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에 더해 영광, 부안지역에는 2019년까지 영광, 부안지역2500MW급 해상 풍력 단지도 건설된다.

이에 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망은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다. 정부는 '제3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에서 최종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15년 4.3%, 2020년 5.9%, 2030년 11.3%로 정했다. 반면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2024년까지 48.5%로 잡는 등 크게 높여놨다.

시민들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성공적'이라고 꼽히는 이유는 특히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태양광 발전소가 100만 개에 달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독일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출자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많다. 가령 독일 남서부의 징엔시 프라드리이뷜러 고등학교 옥상에 설치한 18kW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는 시민 94명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여기사 나오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발전하고 그 수익을 94명의 시민이 20년간 나누는 방식이다.

현재 독일의 4대 생태 전기 공급회사 중 하나인 쇠나우전기회사도 1986년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거부하는 시민들이 주도해 창립한 곳으로, 현재 10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연간 매출액 3800만 유로(570억 원)의 기업이 됐다. 이 기업은 600명의 회원이 참여한 협동조합 소유다.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로 40년 간에 걸친 꾸준한 반핵 저항운동과 다양성과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 언론의 역할을 꼽았다. 그는 "적극적인 시민운동의 결과로 수십 년에 걸쳐 원자력 반대운동이 이어져 왔고, 이에 더해 체르노빌 사건이 터지면서 원전 반대 여론이 더 확산됐다"며 "이에 더해 언론이 원자력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끊임없이 보도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독일 빌트폴드스리드 에너지 마을, 주민수 2500명의 이 마을은 작은 수력발전소와 태양열 시스템, 태양광 발전시설, 5개의 풍력발전기 등으로 마을 수요의 25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도 독일 국민의 1인당 평균 배출량의 절반 정도만 배출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확산은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 2월 에너지대안포럼이 연 토론회에서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한국사무소 소장은 "현재 독일에는 200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환경 분야에 있으며 앞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관련 산업은 경기 하향 추세에도 성장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4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증가율은 35%에 달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 업체인 마이어 솔라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안 폰 그로퍼 사장은 "약 13만 개의 일자리가 태양광 부문에서 창출됐고, 특히 설치와 사전 서비스에는 외부 인력이 아니라 현지 인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 지역에서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모토를 내걸고 들어오지만, 실제로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원자력 발전과는 대조적인 효과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때 비슷한 효과가 기대된다. '2030 에너지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시나리오대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비용은 원전을 확대하는 정부 안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이 가져올 고용 확대 효과는 정부 안보다 1.26~1.47배 높을 것"고 전망했다.

"시민들의 자체 생산 전기가 더 저렴하도록"

독일에서 재생에너지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2000년 시행된 재생에너지법의 역할이 컸다.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독일은 정부가 법과 제도에서 소규모 재생에너지 업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하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재생에너지법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공급을 의무화해, 만약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통한 전력이 충분히 생산됐다면 원전 공급은 잠시 차단하고 보류하는 것"이라며 "이에 더해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가 공공의 전력보다 더 저렴하도록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바이거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며 "재생에너지의 발전차액 지원에 필요한 비용은 키로와트당 3.5센트 식으로 전력을 사용하는 모든사용자가 나누어 부담하도록 해 국가 재정 상황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독일의 발전차액 지원제도의 뼈대는 크게 두가지다. 일단 전기를 송전하는 배전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전기는 20년 간 같은 가격에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했다. 또 송배전망에연결하는 비용을 배전업자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발전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업자들이 망에 연결하는 비용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굳이 의무할당제로 전환한 까닭은? "통제하기 쉬워서"

한국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정부가 재생에너지으로 생산된 전기를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2002년 도입됐으나 올해 폐지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의무할당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의무할당제는 발전업자들이 생산하는 전기의 일정 부문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들도록 의무하는 정책이다.

박진희 교수는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문제였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금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할당해왔는데, 정부 예상보다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늘어나자 '재원 고갈'을 이유로 폐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운영되는 동안 한국에서도 태양광발전소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06년 태양광발전소의 총용량은 31MWp에서 2008년 10배 이상인 352MWp로 늘어났다. 이 사이에 시민발전소, 마을 에너지 사업, 시민출자형 태양광 협동조합 등의 자발적인 에너지 전환 운동도 일어났지만, 전라도 신안의 동양태양광발전단지처럼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도 건설됐다.

한국에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을 주장해온 이필렬 방통대 교수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법이 가져온 주요 성과 중 하나는 경제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향상인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태양광발전소가 지붕이 아닌 산과 들이 대형으로 건설되면서 환경파괴적이고, 대형 자본 중심의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환경파괴적 조력 발전이 재생에너지?

문제는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도입한 의무할당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박진희 교수는 "의무할당제도는 발전회사에 재생에너지 할당량을 주고 '달성하라'고 하는 식"이라며 "관료 입장에서는 목표량이 정해져 있으니 관리가 쉽지만 발전업자들은 정해진 양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대용량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현재 각 발전소의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을 보면 대부분 조력 발전"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현재 한국서부발전은 서산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환경단체 등은 "세계 5대 갯벌로 알려진 서해안 갯벌에 가로림만을 건설하는 것은 생태계 훼손과 주민 생존권 파괴 등 문제점이 많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천만, 강화도, 천수만, 새만금 등에서 조력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적 가치를 살린다는 재생에너지 활성화법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박진희 교수는 "정부에서 의무할당제를 추진하려면 적어도 환경파괴적인 조력발전에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의 3분의 1, 5분의 1의 가치만 인정하는 등의 가중치 조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의무할당제는 대용량 발전으로 몰려갈 수 밖에 없는 제도이고, 사업자들 역시 환경파괴적인 대규모 발전에만 투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발전차액지원제도의 재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정부는 '반시장적'이라며 발전차액지원제도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의 몇몇 주의 경우 의무할당제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소형 발전업자들에게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식으로 두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무할당제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발전차액지원 역시 전기요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서울의 경우 전력 자급률이 3%도 채 안되는데 만약 각 아파트마다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식의 자급률이 늘어나면 한전이나 원자력 발전의 독과점에서 탈피하게 되고, 한 지역이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부정의(不正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은하 기자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잃어버린 MB의 5년'을 되돌리려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13일자 기사 ''잃어버린 MB의 5년'을 되돌리려면…'을 퍼왔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야바위 정치판의 꼼수 공약들

복지 이야기는 미처 논쟁의 단계에 이르기 전부터 뭇매를 맞았다. MB정권 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OECD국가 중 꼴찌 수준에 도달한 이 나라 복지의 이야기다. 말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대통령에서부터 당정은 물론 조중동과 TV등 '관변매체'들에게도 총 동원령이 내려진 듯 했다.

"퍼주기 복지는 나라 망쳐먹는 행위"라 했다.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면서, "공짜 시리즈하자는 것이냐"고 준열하게 꾸짖었다. 2011년, 이 땅의 민초들은 "무상복지 포퓰리즘은 국가부도의 지름길"이라는 '듣기 좋은 노래'를, 거의 일년내내 넌덜머리나게 들었다. 특히 서울시에서 불거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문제는, 나라의 명운이 걸리기라도 한 듯 난리를 쳐댔다.

"도움이 필요 없는 부유층 아이들에게까지 공짜 밥을 줘서는 안 된다"와 "가난한 아이로 낙인찍히는 '눈치 밥'을 먹게 해서는 안 된다"는 둘 중 하나였다. 급식현장을 상정(想定)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MB정권은 봇물 터지듯 이어질지도 모르는 복지수요를 초장(初場)부터 틀어막고자 한 듯하다. 총대를 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급기야 기꺼이 묘혈(墓穴)까지 파기 시작했다.

"어느 쪽 지지하는지 주민투표 해 보자"했다. "주민투표에 지더라도 6·25때 낙동강 전선사수하듯이 전면 무상급식 막겠다"했다. 그리고는 필경 자신이 판 묘혈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스스로 죽었다. 오세훈 씨의 비극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하청 받은 성격이 짙다. MB대신 악을 쓰다가 최후를 맞이한 느낌이 강하다.

지난해 MB정권이 4대강에 예산 쏟아 붓느라고, 돈과 관련해 운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는 다 기억한다. 중앙이고 지방이고 다른 사업한다며 돈 달라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부자복지'였던 감세정책 하느라고 돈은 더욱 달렸다. 2010년 연말, 2011년의 예산이 한나라당 지배의 국회를 통과하면서, 방학 중 결식아동 25만 명의 급식예산까지 깎여 나가던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서민복지 수요를 틀어막는 게 MB정권으로서는 '사수해야할 낙동강 전선'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온갖 거짓 다 동원해 '복지'에 결사 항전했다. 사회주의적 발상이니 좌파의 공약이니 하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주민투표에 180억 원, 서울시장 보궐선거 비용 300억 원 등 모두 480억 원을 아낌없이 버리면서까지, 서울의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필요한 추가비용 695억 원을 내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게 한나라당 정권이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그 한나라당 정권이 당의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요즈음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복지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거짓말 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의 초중고교생 가운데 아침식사를 거르는 학생 250만 명에게 무료로 밥을 주는 공약을 검토하고 있다 했다. 그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연간예산이, 한나라당 정권이 내놓지 않으려고 서울에서 발버둥 치던 '추가예산(695억 원)'의 열배도 넘는 7500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두 얼굴의 정권'이라 해도 할 말 없게 되어 있다. 참으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무슨 야바위판의 한 복판에 끌려 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무기 도입 예산을 깎아 사병의 월급을 지금의 4배 이상인 40만 원으로 올리는 공약이 제시됐다는 기막힌 보도도 있었다.

한나라당의 이름이 새누리당으로 바뀐 사실을 보도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정당들은 인기를 잃으면 당의 이름을 바꾼다"고 했다. 맞는 보도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젊은 층의 인기가 절실하다 해도, 남북대치 상황에서 전투력까지 깎아내리며 월급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인기를 잃은' 원인을 잘 못 짚은 것이다. 물론 사병월급 인상 자체를 반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겠지만, 수많은 그런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약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먼저 느끼는 것은 한없는 아쉬움이다. 집권당으로서 그 동안 당연히 했어야 하고 할 수 있었던 내용들이 적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성격상 야당의 공약과는 차원이 다르다. 새누리당은 따라서 먼저, 집권하고 있을 동안 손 놓고 있던 태만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유연한 대북정책 추진'이란 새누리당의 공약이 눈에 띈다. 안타깝다. 아쉽다. 결국은 그렇게 가게 될 것을, 그동안 허송세월 하면서 너무 손해만 보아왔다. 질 낮은 방식의 이 정권 외교 때문에 남북관계나 4강외교 모두 꼬이기만 했던 것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경제정의나 복지와 관련된 많은 선심성 공약들도 제시되고 있으나, 적어도 벌써 손을 댔어야 할 '뒷북'처럼 느껴지는 아쉬움과 함께, 진정성·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 칠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공약들만으로도 "새누리당이 좌빨당 된 느낌"이란 말이 나올 정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 급작스런 '좌클릭'때문에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는 회의적 시각들이 만만치 않은 데 주목하게 된다.

더구나 엊그제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야당 추천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부결시켰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당명도 바꾸면서, 대북정책까지 유연하게 가겠다 한 그들이, 언필칭 '사상문제'를 트집 잡았다. 그 후보자 '사상문제'의 빌미가 된 '천안함 사태에 대한 견해'는 국내외 학자들의 '이의제기'에 대해, 정부도 과학적으로 완벽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 한 채 입을 닫고 있는 상태다.

요컨대 새누리당은 '꼴통보수'의 수준에서 아직 한걸음도 더 나가지 못 했음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일시적이나마 진취적인 모습의 시늉을 해보였던 것도, 실은 잃어버린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꼼수 공약들을 급조해, 야바위 정치용도로 뿌려댄 게 아니냐는 오해를 피해가기 어렵게 되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진실이 담기고, 실현될 수 있는 공약을 생산해 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내건 공약은 또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여야의 공약들을 보면서 특별히 아쉬움을 느끼는 대목이 있다. 무엇보다 이 나라가 지금 절실히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시대적 요구 사항들이 공약에서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MB정권 들어서면서 폐해가 가장 두드러졌던언론과 검찰에 대한 대 수술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군사통치 시대도 아닌, 명색이 선거절차를 거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의 국가에서, 일찍이 이토록 본령(本領)을 일탈한 언론과 검찰이 있었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별로 없다. 특히 언론은 편집권이 기자들의 손에 들어가면 사회의 공기(公器)가 될 수 있으나,양식 없는 사주의 손에 가면 흉기(凶器)가 되기 십상이라는 점을 정치 세력들은 유념해야 한다.

언론과 검찰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제 모습을 찾는다. 진실로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정당이라면, 이제는 이들 분야에 대해서도 당당히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문자로 된 공약이 필요하다. 곁들여 최시중 청문회 공약도 나와야 한다.

4대강에 대한 공약도 절실하다. 법원에서도 엊그제 위법성을 지적했지만, MB 한 사람의 탐욕에 이끌려, 꼼수와 탈법과 특혜가 난무했던 게 4대강 사업이다. 4대강은 지금 이른바 보의 안전문제와 함께 수질악화, 주변지역 침수, 지천지류지역 홍수피해 증가, 끝도 없는 유지비용 퍼붓기등 백해무익한 '재앙의 씨앗'으로 자리 잡았음이 입증되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게 이익이다. 국익을 위해 당장 그러겠다고 공약해야 한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게 보이는 데도 도중에 수사를 끝내버린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나, 민주당 대표실 도청사건 등도 공약으로 되살아나, 번듯하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게 정의다. '잃어버린 MB의 5년'은 그렇게 차곡차곡 정리를 해 나가야 한다.



/오홍근 칼럼니스트

2012년 1월 31일 화요일

배은망덕한 대기업들, 혼내줄 방법 없을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31일자 기사 '배은망덕한 대기업들, 혼내줄 방법 없을까'를 퍼왔습니다.
[홍헌호 칼럼] "상생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 사회적 책임 강제해야 할 때"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가 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대한민국 대기업들을 ‘가난한 집 맏아들’에 빗대어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이 책을 쓴 취지다. 

대기업들을 ‘가난한 집 맏아들’에 빗댄 것은 매우 적절한 비유라고 본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연구소도 2005년 1월 문을 연 이래로 유 교수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 왔다. 

1990년대 이후 동유럽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것이지만 자본주의로의 이행기나 경제발전 초기단계에 각국이 기업지원을 주로 하는 불균형성장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규모의 경제 효과(규모가 클수록 단위당 비용이 적게 들어가 경제적 효율성이 커지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또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이 매우 중요한 국가 과제로 떠오른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고 또 후세대가 갚아야 할 국채를 발행하여 확보한 재원으로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우고 SOC 관련 공기업을 키워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는 국민들도 직관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또 사회간접자본(SOC)의 경제발전 기여도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정부의 이런 불균형성장전략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불균형성장전략,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 아니다그러나 이런 불균형성장전략은 대기업과 공기업을 키우기 위해 근로자들과 농민들,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라 볼 수는 없다. 결국 각국은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불균형성장전략을 균형성장전략으로 전환하여 대기업들이 경제적 약자들과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며 ‘동반성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 강자가 된 대기업들은 자신들을 키우기 위해 희생된 약자들과의 과실 나누기에 소극적이거나 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과실 나누기를 체제전복세력의 준동으로 몰아가며 기득권 수호에 몰두하는 경향도 있다. 

경제권력이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성장의 과실 나누기를 거부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제적 약자들은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민주화투쟁’으로, 경제권력에 대해서는 ‘노동운동’으로 맞서게 된다. 정치학자들이 개발도상국이 일정정도 성장하면 대부분 민주화투쟁 시기를 거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재벌은 대박, 민생은 쪽박! 집회 참가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현수막.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정희도 불균형성장전략을 장기간 고집하다 몰락했다
   

1970년대 박정희의 몰락과정을 보면 ‘YH여공 신민당사 점거농성과 강제해산, 신민당 김영삼 총재의 일본에서의 박정희 비난, 김영삼 총재 의원직 박탈, 부마항쟁(부산,마산에서의 민주화투쟁), 차지철 등의 강경유혈진압론, 김재규의 박정희·차지철 사살’이라는 일련의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는데, 그 맨 앞자리에는 ‘가혹한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던 YH여공의 투쟁’이 있었다.    

당시 박정희가 15년간의 불균형성장전략에서 벗어나 균형성장전략으로 전환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최측근 총탄의 재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다른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약자들을 희생해서 성장했고, 경제적 약자들의 제몫찾기운동을 체제전복세력의 위험한 준동으로 간주하고 탄압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전두환도 박정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도 정말 운좋게 3저호황(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로또를 만났지만 1987년 민주화투쟁 앞에 항복선언을 해야만 했고, 또 노동자대투쟁 앞에 일부 임금 현실화를 해야만 했다. 대기업들이 누리는 성장의 과실에 비해 경제적 약자들의 몫은 지나칠 정도로 적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광범하게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 현실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기득권 세력들은 임금이 현실화될 경우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협박으로 드러났다. 성장률은 떨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임금 현실화가 내수를 자극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일이 일어났다. 

1990년대 이후에 더 극심해진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임금 일부 현실화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까. 일부 근로자에게 일부 보상은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약자의 주요 축인 농민들과 자영업자들, 그리고 중소기업들에게는 더 큰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1990년대 농민들은 UR(우루과이 라운드)이라는 개방압력에 노출되었고, 중소상인들은 유통업 급진개방에 노출되었으며, 중소기업들은 밀려드는 저가 중국산과의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정부 관료들은 경제적 강자를 위해서 경제적 약자들이 또 한번 희생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대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입개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민들은 UR이라는 개방압력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은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았다. 농민들은 과거 수급불균형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하여 농민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하곤 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었으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거품경제 때 잠복되어 있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의 재앙은 1997,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심각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1996년 김영삼 정부가 감행한 국내외 대자본에 대한 유통업 개방은 서민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 유통업 경제성장기여율은 7.6%(1990년대 전반기)에서 1.8%(2000년대 후반기)로 추락했고, 고용비중은 18.5%(1995)에서 15%(2010)로 추락했다. 전체 취업자가 2450만 명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그것의 3.5%인 86만 명이 유통업 부문에서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중소상인들의 불행은 그들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자리를 잃은 중소상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산업의 영세자영업 시장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통업 개방은 영세자영업 시장의 과잉사태를 더욱더 심각한 상태로 치닫게 했다.

국세청 통계는 1996년 이후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해졌는지 수치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세청에 따르면 매년 폐업하는 영세자영업자 수는 1995년 33만 명에서 2009년 75만 명으로 급증했다.

저가 중국산 공산품 유입도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통계를 보면 1990년대 이후 중소제조업 영세화가 급진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저가 중국산 유입으로 중소제조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과열경쟁 상태인 영세자영업 시장으로 탈출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그곳에 머물러 있는 영세제조업체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들의 영세화는 향후 제조업 발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영세화는 설비투자 여력, 연구개발 여력, 인력양성 여력을 소진시키고, 이것들이 소진될 경우 성장잠재력 확충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중FTA가 추진될 경우 중소제조업체들은 또 한번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한중 무역동향을 보면 부품,소재 등 중간재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만큼 중국산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과거에는 범용부품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부품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 강자들을 위해서 경제적 약자들은 희생됐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되물을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경제적 약자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경제적 강자들을 위해서 경제적 약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물어야 한다. 경제적 약자들을 희생시키려 하는 경제적 강자들은 이들에 대해 보상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어이없는 것은 이들이 경제적 약자들에게 보상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는 커녕 이들에 대한 보상규모를 줄이는데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부자감세는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보상규모를 줄이려는 경제적 강자들의 몰염치한 시도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유진수 교수의 책, 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그가 말하는 ‘가난한 집 맏아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 초기의 대기업들을 지칭한다. 당시에 가난한 집 맏아들들은 심각할 정도로 동생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동생들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더 많을 혜택을 누렸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심각할 정도로 소기업에 비해 경영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규모의 경제가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조세지원을 받았고 더 많은 재정지원을 받았다.

‘가난한 집 맏아들’에 대한 지원은 교육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혼인을 하고 집을 마련하고 상속을 받는 과정에서도 동생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았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로부터 조세지원, 재정지원 외에도 FTA 지원을 받았고, 환율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정부가 경제적 약자에 대한보상금을 마련하기보다는 그것을 줄여서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자신들의 금고를 채우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우겼다. 

경제적 강자에게 더 퍼 주어야 경제가 산다?  

대기업들과 보수진영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 약자에게 보상하는 것(복지)은 ‘낭비’지만, 대기업 금고를 더 채우는 것은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두 가지 명백한 오류에 빠져 있다. 복지(혹은 소비)는 낭비요 투자는 생산적이라는 주장이 그 중 하나고, 대기업 금고를 채우는 것이 곧 투자라는 주장이 나머지 하나다. 

경제분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복지 혹은 소비는 낭비적인 것이요 투자는 생산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소비와 투자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예를 들어 같은 승용차라도 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비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한다. 국민계정상 신축아파트를 구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한다. 양자 간에 큰 차이가 있을까. 비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그래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전문기관들이 투입-산출 분석을 할 때 소비,투자,수출의 단위당 효과가 같다고 가정하는 것이다.법인세 인하가 중장기적으로 효율적이다?

또 이들은 대기업 금고를 채우는 것이 곧 투자라는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의 일부 연구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2009년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라는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조세연구원의 보고서를 살펴 본 결과 "조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이 법인세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자신들은 "법인세 인하의 단기 투자 증진효과는 의문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에는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도 이제는 자신들이 인용한 조세연구원 보고서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문제의 조세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이 근로소득세보다 더 작게 나타나고, 2000년대에는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의 분석대로라면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담을 우선적으로 늘려야 하고, 2000년대에는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담을 우선적으로 늘려야 하고, 대기업들에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0년대에는 그것을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니. 

조세연구원이 이런 황당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그들이 CGE 모형(연산가능 일반균형모형 :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을 토대로 분석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CGE 모형은 수많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CGE 모형의 비현실성](경기대 신범철 교수, 2008년 보고서)

- 지극히 비현실적인 가정이 낳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모형- 상품과 생산요소 시장에서 완정경쟁시장과 완전정보를 가정- 생산에 있어서의 규모의 불변을 가정(내생적 성장론은 발붙일 여지가 없음)- 모든 시장에서 균형에 도달한다는 시장청산 조건 가정- 언제나 시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에 따른 경기변동이존재하기 어렵고, 노동시장에서 실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 생산요소의 완전이동 가정- 실업의 사회적 비용, 자본이동에 따른 사회적 비용 무시- 모든 소비자의 선호상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 모든 생산자간의 생상기술상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애로우(Arrow)가 사회후생함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불가능성 정리를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CGE 모형 사회후생함수는 존재한다고 가정- 수없이 많은 가정을 전제로 한 모형으로 계산 가능한 것만을 다룬 가상의 세계일 뿐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경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형


법인세 감세는 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인다  대기업 금고를 채우는 것이 곧 투자라고 말할 수 없다면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감세액 중에서 몇 %가 투자로 이어지고 있을까. 그 비율을 추정해 보는데 도움이 되는 지표가 바로 한계투자성향(marginal propensity to invest)이라는 지표다. 한계투자성향은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투자에 쓰는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낸다.


기업들의 시기별 한계투자성향. 한국은행 자료 가공. (한계투자성향 = 투자의 증가분/ 소득의 증가분)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을 산출해 보면, 1980년대에는 0.94, 1990년대에는 0.89로 나타난다. 한계투자성향이 0.89라는 것은 기업소득이 1억 원 늘어날 때, 설비투자가 8900만원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투자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십여 년간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00년대에 0.29로 급락한 것이다. 한계투자성향이 0.29라는 것은 기업소득이 1억 원 늘어날 때 설비투자가 2900만원 늘어났다는 뜻이다. 충격적인 수치다.

기업의 한계투자성향이 0.29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정부의 기업조세지원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복지지출정책의 경제적 효과보다 더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정부가 기업에 1억원을 지원하여 2900만원의 투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1억원을 저소득층에 지원하여 1억원에 가까운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과가 더 크다. 

따라서 향후 정부는 복지를 희생하여 기업지원을 늘렸던 7,80년대식 조세재정정책에서 벗어나, 복지를 성장의 주요 요소로 인식하는 ‘성장-복지 선순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부자와 빈자가 상생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일시적으로 불균형성장전략이 유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불균형성장전략을 추진할 경우 성장과 복지가 모두 죽게 되는 그런 단계에 와 있다. 

성장과 복지가 상충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선진국들 중에서 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는 북유럽 국가들과 불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는  미국을 비교해 보자. 이들 중 어느 쪽이 성장, 복지, 재정건전성을 이루는데 성공했을까.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이 3가지 모두에서 실패한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3가지 모두에서 성공했다.  

먼저 성장률을 보면 미국의 경제호황기라 불리우는 1993년과 2007년 사이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핀란드의 1인당 GDP 실질 성장률 순위는 6위였고, 스웨덴은 11위, 노르웨이가 13위, 덴마크가 20위였다. 반면 미국은 23위에 머물렀다. 

소득재분배에 있어서도 미국은 북유럽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유럽 4개국의 지니계수(소득불평등지수/수치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임)를 살펴보면 스웨덴과 덴마크가 0.23, 핀란드가 0.27, 노르웨이가 0.28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0.38이었다. 지니계수 0.38은 OECD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나쁜 쪽에 속한다. 

재정건전성에 있어서도 미국은 북유럽에 비해 매우 좋지 못하다. OECD에 따르면 2010년 북유럽 4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평균은 47.5%로 OECD 평균 66%보다 18.5% 포인트 낮았다. 반면 미국은 94.4%에 달했다. 

2012년. 우리는 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여 성장과 복지, 그리고 재정건전성을 모두 얻을 것인지, 아니면 불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여 이 모두를 잃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물론 북유럽의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식의 불균형성장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반값통신비를 실현하려면, 통신회사 국유화부터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6일자 기사 '반값통신비를 실현하려면, 통신회사 국유화부터'를 퍼왔습니다.
[이젠 국유화다①] 2012년 통신국유화 공약 제안

2008년 가을 이후, 우리는 더이상 생산과 분배는 시장에 맡기라는 고전적인 주장을 듣기 어렵게 됐다. 시장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을 비롯한 세계 3대 경제권의 위기를 목도하고 나서야 새삼 '보이지 않는 손'이란 원래부터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세계 각국은 케인즈주의라는 낡은 위기 관리 체제로 돌아가려는 듯한 모습이다. 이 낡은 체제가 이미 반세기도 전에 경험한 것처럼 '상위 1%'를 위한 위기 관리 체제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의 대안은 무엇인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정권교체'를 말하고 있지만, 막상 정치권력을 획득한 이후에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은 이미 새로운 길이 놓이게 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달 초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일보가 공동실시한 '국민의식 조사'에선 기간산업을 정부가 운영해야 한다는 답변이 대중교통 7.9% 전력 80.3%, 금융55.9%, 병원 49% 등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또 다른 연구결과에 의하면 20~40대의 절반 가량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이외의 새로운 정치대안 세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는 진보적 정권교체 이후 낡은 체제를 뛰어넘기 위한 첫번째 과제로서 기간산업의 국유화 혹은 사회화를 제기한다. 이를 위해 민영화의 폐해가 뚜렷하고 대중의 불만이 높은 이동통신과 기름값의 문제에 먼저 주목하였다. 또한 '21C 사회주의'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사례와 함께,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국유화 담론이 갖는 의미와 방법론에 대한 논의를 다룬다./편집자주

우리사회에 핸드폰이나 인터넷은 이제 생활필수품이 된지 오래 되었다. 그런데 생활필수품임에도 주식인 쌀값으로 지출되는 것보다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통신비 비중은 3배 이상 더 높다. OECD국가 평균보다 통신비가 2배나 더 높다라는 사실도 이제 많이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때만 되면 통신비 인하 公約이 쏟아져 나오지만 요란하게 떠들다가 용두사미로 항상 空約이 되고 만다. 공염불이 된 MB정권의 선거공약인 통신비 20% 인하 약속이 대표적 사례이다. 기업이 알아서 요금인하 해주기를 기대하는 수준을 매번 되풀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우리사회의 수구정당부터 진보정당까지 제대로 된 통신정책을 내놓고 관철시키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하는 정치세력을 본 기억이 없다.



ⓒ자료사진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통신비 비중은 쌀값으로 지출되는 것보다 3배 이상 높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대책은 없을까?
우선 뭐가 문제인지부터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 보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해결책도 나올 것이라 본다. 우리사회 지배적 통신사업자(KT와 SKT)의 의결권과 배당권이 절반 이상 해외투기자본에게 넘어간지는 오래되었다. 경쟁을 통한 질높고 값싼 통신서비스 제공이 20여년 전부터 추진된 민영화를 부추긴 주된 논리였으나 현실은 재벌특혜로 시작되어 IMF를 거치면서 해외투기자본이 의결권과 배당권의 최대지분을 보유하게 하는 매각으로 2002년 완결되었다. 당시 해외매각의 주된 이유는 외환조달이었다.

그러나 해외민영화 10년간의 폐해는 만악의 근원이 되어 버렸다. 그 소유구조와 엄청난 이익에 대한 분배구조가 어떠한지부터 살펴보자. 현재 우리사회에 기간통신사업자는 2011년12월말기준 127개에 달하지만 유선부문 지배적사업자인 KT와 무선부문 지배적 사업자인 SKT를 합한 2011년말 시장 점유율을 보면 시내전화는 97.5%, 이동통신은 82.1%, 초고속인터넷은 66.8%를 차지하기에 두 기업이 우리사회의 통신시장 지형을 좌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선 소유구조를 보면 외국인이 49%를 차지하고 있으나 상법상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겨 버린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2010.12월말 기준) 표1-KT, SKT 의 주주 구성

전기통신법 제8조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제8조 (외국정부 또는 외국인의 주식소유 제한) 
① 기간통신사업자의 주식은 외국정부 또는 외국인 모두가 합하여 그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49를 초과하여 소유하지 못한다.

누구나 겉으로 보기에는 외국인이 과반수를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국가의 신경망인 통신부문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착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법인 상법 제369조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전기통신사업법에 명시된 안전장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제369조(의결권) ②회사가 가진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즉 자사주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49% 보유지분은 실제 의결권과 배당권에 있어서는 과반수를 넘게 되어 있다. 실제로 2006년부터 현재까지 KT의 이사회 의장은 미국인이 맡고 있으며, 이사회는 KT기업지배구조에 있어 핵심적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시장의 법칙대로 소유지분에 따른 의사결정구조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통신요금은 물론 연구개발과 투자 그리고 배당액과 배당성향까지를 모두 결정한다. 합병 등 주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CEO가 미국의 투자자들에게 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전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반드시 밟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결국 정부의 통신정책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통신부문의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국적성을 확보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은 외국인 소유지분을 20%로 제한하고 있으며, 일본은 외국인 이사, 감사 등을 불허하고 있고 프랑스는 정부지분을 5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통신부문은 장치산업이며 철저하게 내수기업이다. 상품을 제조해서 외국에 수출하여 벌어들이는 구조가 아니라 매출의 거의 전부가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기업이라는 의미이다. 때문에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주주와 고객 그리고 내부 노동자들에게 균형감 있게 이익도 배분이 되어야 함에도 소유구조에 따른 KT와 SKT의 지난 10년간 배당현황을 살펴보면 상식이 무참히 깨지게 된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 및 한국거래소 보도자료 표2- KT와 SKT의 매출 및 배당 현황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두 기업의 매출총액은 248조6천억원, 영업이익은 총 42조9천억원이 넘고 있으며 당기순이익도 27조4천억원을 넘고 있다. 해외민영화 이후 2003년부터 배당성향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2010년까지 평균배당성향은 50%가 넘고 있으며 최대 수혜자는 물론 해외투기자본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누구로부터 수익을 얻어 누구에게 분배되고 있는지가 명료해진 것이다.

한마디로 KT와 SKT는 현재 대표적인 국부유출 기업이다. 이 사실을 외면하면 어떠한 해결책도 공염불이 되고 만다. 해외투기자본의 초과이윤이 철저히 보장되고 그 반대급부로 경영진의 고연봉이 담합구조를 이룬 가운데 정치권은 순진하게 기업에게 통신비 인하 요구와 주장을 해온 것이다.

담합구조는 더욱 중층적으로 형성이 되어 있다. 해외투기자본과 경영진 간의 담합구조, 통신사업자 간의 담합구조, 통신사업자와 방송통신위원회 간의 담합구조, 경영진과 어용노조 간의 담합구조 등으로 얽혀 있는 가운데 고객(국민)들은 철저히 외면돼 온 것이다.

이것이 헛바퀴가 돌고 있는 통신비 인하 요구 상황의 본질이다. 통신비 인하요구에 대한 KT와 SKT의 대응 논리는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을 위해서 대폭적인 요금인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2011년 4월26일 KT이석채 회장은 통신비 인하 논란과 관련, “(네트워크) 투자를 업그레이드 하는 돈을 주지 않는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나. 그게 싫어서 (통신비를) 내리라고만 하면 국가가 대신하거나, 아니면 그걸 포기하거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센티브가 없으면 누가 투자하나"라고 하며 통신비 인하요구를 일축하였다.

바로 이 부분에 문제점과 대안이 동시에 녹아 있다고 본다. 우선 문제점은 투자를 위해서 요금인하가 어렵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해외투기자본으로의 초과이윤(고배당) 보장을 위해 요금인하가 어렵다는 것이 팩트이다.

구체적으로 KT이석채 회장은 2010년 3월 정기주총에서 2009년도 당기순이익 5,165억원 중 94.2%에 해당하는 4,864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한다. 또한 2011년 3월에 개최된 정기주총에서는 2010년도 당기순이익 1조1,718억원 중 50%에 해당하는 5,862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하고 집행한 바 있다. 참고적으로 2010년 12월말 한국거래소 상장법인의 평균 배당성향은 16.3% 이었고, 2009년도 평균 배당성향은 18.5% 이었다. 그러나 를 보면 KT와 SKT는 무려 3배 이상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다.

투자비와 연구개발비 비중은 2002년 민영화 이후 급격하게 하강곡선을 그리게 된다. 즉 민영화 이전에 매출액 대비 30%에 육박하던 투자비 비중은 현재 15% 이내로 감소되었으며 연구개발비 비중도 기존 5%대에서 현재 2%대로 하락하였다. 오직 CEO의 재임기간 단기적인 경영실적과 배당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현재 이동통신은 엄청난 속도로 기술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기술발전이 요금인하가 아니라 요금폭등으로 귀착되고 있는 현상은 우려할 만하다. 구체적으로 요즘 LTE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데이터 이용부문에 있어 무한정액제는 폐지되었고 종량제로 전환되어 요금폭등이 현실화되었다. KT가 2002년 민영화된 이후 초고속인터넷 이용료를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저항으로 수면 아래로 들어간 바 있었다. 종량제는 사용량에 따라 요금부과에 차등을 두는 합리적인 제도라고 사업자는 강변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요금인상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며 보편적서비스를 부정하기 때문에 절대로 도입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LTE서비스의 종량제 도입을 용인하는 것은 일반 초고속인터넷 부문에 있어서도 속도를 약간 업그레이드 하면서 역시 정액제를 폐지하고 종량제를 전면도입하는 전례로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통신비를 내리려면 국가가 대신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엄살떨며 대응하고 있는데 역으로 바로 이부분이 필자가 주장하는 대안이다. 한발 더 나가서 그냥 국가가 투자만 할 것이 아니라 이참에 KT와 SKT에 대해 국유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래 통신은 국가신경망으로서 국민들의 혈세로 기반시설이 구축이 된 것이며 초국적 자본과 재벌들의 민영화 압박에 정부가 굴복하여 사유화된 것이다. IMF때 외환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매각을 하였으나 외환상황이 회복되었고, 경쟁을 통한 저렴한 요금과 질높은 통신서비스라는 민영화 논리가 허구적이었음이 밝혀진 마당에 해외민영화 10년의 폐해로 결국 국부유출과 높은 통신요금으로 귀착되었다면 통신정책은 근본적으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소유구조와 이익분배구조의 근본적 변혁없이 半영구적 국부유출 구조와 높은 통신요금 체계의 해소는 요원하다. 국유화, 공기업화, 국민기업화 등 명칭이야 어떻튼간에 KT와 SKT를 공적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은 회피할 수 없는 정책전환의 기본방향이라 본다. 이것은 좌와 우 또는 진보와 보수 등으로 분류되는 이데올로기적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으로 구분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향이 아니겠는가?

SKT가 1994년 1월 공기업 한국통신의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였는데 당시 인수가 총액이 4,271억원이었다. 누구나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이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당시 이동통신 시장을 규정하는 상황이었다. 전형적인 재벌특혜였다. 현재까지 인수가 대비 약 100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내수기업으로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폭리를 취하고 국부유출까지 하는 것이 여론의 부담이 되었는지 수출중심의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한다.


ⓒ양지웅 기자 SKT는 94년 1월 한국이동통신 인수 후 현재까지 인수가 대비 약 100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KT역시 2002년 해외민영화 이후 앞서 언급한대로 해외투기자본으로 국부유출이 고착화되었으며 노동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정리해고(강제명퇴)도 국내 단일기업으로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이다. 높은 통신요금과 국부유출구조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와도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혁명정부가 아니라 할지라도 KT와 SKT에 대한 무상몰수는 법리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 되었다. 10년전에 20 대 80 사회를 걱정했었는데 현재는 1 대 99 사회가 되어 버렸다.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아마도 수년 내에 0.1 대 99.9 사회가 될 것이다. 세심한 관찰과 변혁의지가 없다면 높은 통신비 문제의 해결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통신은 매일 마시고 있는 수도물과 같이 생활필수품이기에 더 이상 투기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에 반값으로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반값통신비는 가능하고 당연히 해야한다.

그러면 어떻게 통신국유화와 반값통신비는 가능한가?
우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고 선거를 앞두고 이 부분을 추진하기 위한 진보 민주진영의 공동정책협약이 필요하다고 본다. 말로만 진보와 민주를 외치지 말라는 의미이다.

첫째, 한미FTA 협정부터 폐기해야 한다. 
한미FTA를 그대로 두고 통신의 공공성 회복은 불가능하다. 만약 통신부문에 대한 공적 통제를 시도한다면 곧바로 미국의 투기자본에 의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휘말리게 되어 있다. 이미 KT와 SKT에 대해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과 배당권을 행사하고 있는 해외투기자본이 역진불가(불가역성) 규정을 이유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는다며 곧바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KT와 SKT에 대해 외국인 지분소유제한을 49%로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을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20% 이내로 제한하는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통신주권을 회복하고 국부유출 구조속에 높은 통신비를 인하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세째, 통신부문 공공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국가독점개발시대에 자본과 권력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며 국가기반시설을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서 자본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된 측면이 있다. 이후 공기업을 자본에게 매각할 때 해당공기업 민영화 특별법까지 제정하며 합법성을 인위적으로 부여했다. 이제 역으로 민중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민영화의 역순으로 하면 된다. 민영화된 공기업(사기업)을 다시 공공화 특별법 제정을 통해 공적통제를 관철하면 된다. 물론 일각에서 주장하는대로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활용 할 수도 있겠으나 국민들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책임져야 할 연기금을 활용하여 공적통제를 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가능할지는 몰라도 영구적인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 헌법 제119조②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어 특별법 제정에 문제가 없으며 이것은 헌법 제126조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와도 충돌하지 않는다.

이렇게 통신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제도적 조치들이 정비된다면 반값통신비도 가능하다. 현재 통신부문의 비대칭규제에 근거하고 있는 유효경쟁정책은 명백하게 실패하였다. 후발사업자를 위한 특혜와 선발사업자인 SKT와 KT의 높은 통신요금 유지는 역으로 통신사업자와 해외투기자본의 이득으로 귀결되었고 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고객들과 노동자들은 높은 통신비와 정리해고로 수탈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KT와 SKT가 공적통제를 받게 된다면 구체적으로 반값통신비는 다음과 같이 가능하게 된다.

첫째, 고배당을 줄일 수 있다.
2010년도 KT와 SKT의 배당총액은 1조2,557억원이며 이 가운데 외국인에 대한 배당액은 6,802억이었다. 배당부문에서 1조원 이상 줄여 요금인하에 반영할 수 있다.

둘째, 출혈적인 마케팅비를 절감할 수 있다. 
현재 통신사업자들은 깨진독 물붓기식의 출혈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10년도 KT와 SKT의 마케팅비용 합계액은 5조8,301억원에 달하고, 단일한 공공기업으로 되면 천문학적으로 지출되는 마케팅비용 대부분을 절감 할 수 있다. 이것은 수돗물을 공급하는 수자원공사와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을 참고하면 된다.

세째, 망관리을 통일적으로 구축하게 되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비용을 최소화하여 절감 할 수 있다.
과거 90년대 말 PCS사업자(KTF, LGT, 한솔)와 제2이동통신사(신세기)가 난립하면서 한 지역에 5개의 기지국이 중복적으로 세워졌던 경험이 있으며 인수합병을 거쳤음에도 아직 한 지역에 3개의 기지국(SKT, KT, LGU+)이 중복되어 있는 상황이다. 통신사간에 기지국 공동이용이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것은 기지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통신망 전체에 관련된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절반에 가까운 투자비와 망관리에 필요한 유지보수비를 절감할 수 있다.

"통신망을 공동 구축하면 연간 5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이통사들의 망 투자비에서 1조~1조5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고 이는 월 5~8%의 통신요금 인하를 가져오는 것“이라는 주장을 참고하자.(LG경제연구소 서기만 연구위원 연구보고서-한겨례2011.5.29기사 참조)

네째, 이동통신 가입비는 폐지하고 기본료는 3,000원으로 인하 할 수 있다. 
이동통신의 가입비와 기본료 그리고 통화료 등이 높게 책정된 이유는 초기설비투자비 부담 해소 차원에서 결정된 특혜였다. 하지만 매년 엄청난 순이익(2000년~2010까지 SKT와 KT의 당기순이익 합계액 27조4,515억원)을 통해 기본적인 시설투자비에 대한 회수는 이미 수십배 초과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가입비는 불필요하며 기본료에 대해서도 대폭적인 인하가 가능하다. 이동통신 3사는 비등하는 기본료 인하 여론에 떠밀려 2011년 말경부터 기본료 1,000원을 할인하는데 그쳐 현재 기본료는 11,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도에 통신3사가 가입비로 챙긴 수익은 총 5,358억원이며 기본료로 챙긴 수익은 8조 7,128억원(스마트폰 기본료 포함)이다. 만일 서비스 유지를 위한 필수 비용을 월 3,500원으로 가정한다면 1인당 7,500원씩 모두 5조4,441여억원의 기본료가 과다하게 부과된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이통사들의 무선부문 영업이익 4조7000억원을 초과하는 규모다.

일반전화 가입비형의 기본료가 5,200원이고 설비비형의 기본료가 3,700원으로 책정되어 있고, 인터넷과 결합시 일반전화 가입비형 및 설비비형의 기본료가 각각 4,000원과 2,500임을 고려한다면 이동통신의 기본료는 3,500원이면 족하다. 왜냐하면 이동통신의 경우 일반유선전화에 비해 망유지보수비가 훨씬 적게 소요되며 또한 유학, 해외근무 등으로 장기이용정지할 경우 월 3,500원의 기본료를 징수하고 있는데 이는 언제든지 다시 통화할 수 있는 기본준비태세에 소요되는 비용에 적정 이윤까지 포함된 기본요금에 해당된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 미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금이 미납되면 이통사는 한달 동안 수신 통화만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통사들은 이들에게 월 3,500원을 물리면서 이유를 ‘이동통신망 사용 대가’로 제시한다. 이 모두는 이동통신의 월 기본료가 3,500원이면 적절하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전파사용료 540원을 제외하면 휴대폰 기본료는 3,000원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다섯째, 초고속인터넷 이용료도 대폭 인하할 수 있다. 
현재 무약정으로 사용시 3만원(부가세 별도)이지만 휴대폰 등과 결합시키고 장기이용약정 할 경우 (해지방어 할인혜택까지 포함하면) 인터넷 1대당 월 15,000원이면 가능하다. 그야말로 반값통신비 이다.

통신의 공공성 회복은 민중의 요구에 기초하여 정유, 금융부문 등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문제는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향한 공동의 철학과 비젼 그리고 국민들의 여론을 어떻게 모아내어 정치세력화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유쾌한 상상력을 현실화시킬 2012년으로! 힘과 지혜를 함께 모아 나가자!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