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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3일 화요일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


이글은 레프트21 2011-11-28일자 기사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를 퍼왔습니다. 다시 한번 상기해드리고 싶어서...
우석균·송기호의 쉬운 한미FTA 반대 해설

원제: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 - 우석균·송기호의 쉬운 한미FTA 반대 해설

이 글은 최근 우석균·송기호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이 대국민 홍보용으로 쓴 글이다.

한미FTA는 1퍼센트 부자와 재벌만을 위한 협정입니다. 약값과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제도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가 도입돼 기업의 탐욕을 막을 공공정책시행이 불가능해집니다. 또 공기업 민영화로 전기, 수도, 가스요금을 폭등시키는 협정입니다. 물가가  폭등해도 민영화된 기업을 다시는 공기업화할 수 없도록 만들고, 규제완화가 된 제도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협정입니다.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제도는 한미FTA 위반이 되며 한국의 농업은 도탄에 빠지게 됩니다. 미국의 대기업과 한국의 재벌만을 위한 1퍼센트만을 위한 협정인 것입니다.
1. 약값 폭등, 의료비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제도를 망칩니다.
한미FTA는 특허를 연장시켜 값싼 복제약품이 시판되는 것을 대폭 늦춥니다(허가-특허 연계). 또한 지금까지 한국의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결정하던 약값을 다국적 제약회사가 거부할 수 있게 됩니다(독립적 검토기구). 환자들의 약값이 폭등하고 건강보험재정이 문제가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미FTA가 비준되면 전국 20개 도시에 허용된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 허용 조처를 되돌릴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지금의 비영리병원보다 크게 올라갑니다. 의료비도 폭등합니다.
2. 공공정책과 복지정책이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의 대상이 되어 위태로워집니다. 
공공정책은 한미FTA의 예외라구요? 아닙니다. 한미FTA에서는 일단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기구에 회부하면 한국 정부는 꼼짝없이 끌려나가서 중재를 받아야 합니다. 자동동의 조항 때문에 그렇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지정해 환경폐기물을 못 버리게 하자 캐나다 정부가 회부당했습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나 협동조합육성제도도 한미FTA 위반으로 강제 중재에 회부됩니다. 한국의 건강보험당연지정제에 해당하는, 캐나다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이고 무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의무화 한 연방보건법도 영리병원에 손해가 된다고 중재에 회부됐습니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는 보편적 규범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협상(DDA)에서도 그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가 FTA에 포함되면 한국 정부는 중재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역 보복을 당합니다. 기업에 대해 공익을 목적으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기업들에게는 천국이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결정권은 크게 훼손됩니다. 
3. 민영화를 저지 못하고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물가가 오릅니다.
볼리비아에서는 1999년 코차밤바시의 상수도가 민영화된 후 최저임금이 60달러인 나라에서 한 달 수도요금이 20달러가 될 정도까지 폭등했습니다. 코차밤바 주민들은 혹시 아이들이 수도꼭지를 틀까 봐 수도를 새끼줄로 묶고 빗물을 받아먹었습니다. 민영화 당사자인 벡텔은 빗물도 자기 것이라며 이를 금지하고 단속까지 했습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 와중에도 상수도를 다시 국유화하려 하지 않았는데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에 회부 당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제 철도도 가스도 민영화한다고 합니다. 철도요금과 가스요금이 폭등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한미FTA가 되면 비준되면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 때문에 다시 이를 국유화하기 힘듭니다. 또 역진방지조항(래칫) 때문에 한번 민영화하면 요금이 아무리 올라도 이를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도 고물가로 서민생활은 파탄지경인데 수도, 전기, 철도, 가스요금이 오르게 됩니다.
4. 동네 통닭집, 피자집, 상점, 정육점, 채소가게가 어렵게 됩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서면 반경 1킬로미터 이내의 동네 일반상점은 물론이고 정육점, 채소가게까지 문을 닫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 ‘통큰 통닭’, ‘통큰 피자’니 뭐니 해서 일단 값싸게 팔기 시작하면 주변의 동네 통닭집, 피자집은 다 문을 닫게 됩니다. 그런데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는 한EU FTA 때문에 현재도 어려워졌지만 한미FTA가 되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한미FTA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잃거나 명퇴를 당하면 기댈 곳은 동네상점이나 통닭집인데 이제 서민들의 피난처까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를 합작 운영하는 다국적기업과 재벌은 떼돈을 벌겠지만 서민들은 죽어 나가야 합니다. 한미FTA가 말하는 ‘경쟁력 강화’라는 것이 이런 것입니다.
5. 외환 위기 닥쳐도 외환통제가 곤란합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한국에 들어왔던 외국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이럴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처는 일시적 외환 송금제한(금융세이프가드)입니다. 그런데 한미FTA에서는 이 금융세이프가드의 전제조건을 미국의 ‘상업적, 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손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한미FTA가 비준되면 금융 위기가 닥쳐도 외환 통제 조처를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또 한미FTA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개방했습니다(네가티브리스트). 금융상품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2008년 경제 위기를 불러온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권이 제약을 받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시기에 한국은 국제 투기자본의 농간에 대해 제대로 규제도 못 하고 가만히 당해야 한단 말입니까?  
6. 무역 흑자가 줄고 적자가 됩니다.
한EU FTA 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년도 대비 37억 불이나 무역흑자가 줄었습니다. 한미FTA를 하면 수출이 늘어난다구요? 미국은 지금 경제 위기 상황입니다. 집을 잃고 거리에 쫓겨난 사람이 수백만이 넘고 실업률이 10퍼센트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미국에 무슨 물건을 더 팔겠습니까? 미국이 지금 FTA를 하는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백 보를 양보해서 수출이 늘어난다고 서민생활이 얼마나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후 미국 무역흑자는 늘어났지만 미국의 일자리는 70만 개가 줄었습니다. 멕시코는 어땠습니까? 1993년 멕시코 정부는 NAFTA가 체결되면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을 했습니다 . NAFTA 체결 후 물론 멕시코의 수출액은 늘었습니다. 그러나 서민경제는 나빠지고 양극화가 심해져 멕시코 4천만 경제활동인구 중 정규직은 1천3백만 명에 불과하게 됐습니다. 재벌들은 돈을 벌지만 직장인들과 서민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 FTA입니다. 
7. 농업이 없는 한국을 물려주시겠습니까?
미국과 EU의 농산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값이 쌉니다.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미국 정부와 EU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업보조금을 주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거대 농업기업에 주는 농업보조금은 연간 2백20억 달러(약 24조 9천억 원)로 우리 나라와 비교가 안 되게 많습니다. 농업생산액에 비한 농업보조금 비율은 EU는 22.3퍼센트, 미국은 14.6퍼센트인데 우리 나라는 4.6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막대한 정부보조금으로 가격을 낮춘 미국과 유럽의 농산물은 쌀 수밖에 없고 경쟁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관세까지 낮추는 협정이 한미FTA입니다. 한국의 농업은 끝장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지금도 OECD 국가중 최하위로 28퍼센트밖에 안 되고 쌀을 빼면 5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세계 식량 위기가 닥치고 있고 농업이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각국이 자국 농업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농업 없는 한국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시겠습니까?
8. 환경을 파괴하는 협정입니다.
한미FTA 체결을 위해 미국이 내건 4대 선결조건 중 하나가 자동차 배기량이 많으면 세금을 더 부과하는 제도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과 배기가스가 많은 자동차에게 세금을 부과해 환경을 지키는 정책이 사라졌습니다. 기후온난화라는 지구적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 한미FTA 협정입니다.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습니다. 환경정책은 ISD 예외라지만 사실상 한미FTA가 비준되면 한국의 환경규제조처는 단지 무역장벽으로 취급될 뿐입니다. 
9. 불평등한 협정입니다.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 102조를 보면 협정과 미국 법령이 충돌할 경우 미국 법령이 우선한다고 돼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한미FTA 협정이 한국법에 우선하게 됩니다. 한미FTA는 미국에서는 국내법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국내법입니다. 미국의 이행법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FTA 위반을 이유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할 수 없게 했습니다.   
10.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편입돼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한미FTA 협정은 단지 경제협정만이 아닙니다. 한국이 정치적ㆍ군사적으로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는 협정입니다. 지금 동북아시아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맞닥뜨리고 있는 곳이고 앞으로 갈등은 더 커질 것입니다. 지금 한국이 정치적ㆍ군사적 한미동맹을 무조건 강화하는 것이 과연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무비판적 한미동맹의 강화는 위험하며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에 해가 됩니다. 
11. 1퍼센트만을 위한 협정입니다.
미국의 기업만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협회인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재벌들은 한미FTA 지지 광고로 언론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한국의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면 미국의 기업들과 합작해 한국 재벌들도 이익을 보기 때문입니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미국 보험회사만이 아니라 국내 보험회사도 민영 의료보험 장사로 큰돈을 벌 수있습니다. 그러나 서민과 직장인 들에게 무엇이 돌아옵니까? 가스, 전기, 철도요금 같은 공공요금이 오릅니다. 약값, 의료비가 올라 건강보험마저 위험합니다. 동네상점은 문을 닫게 생겼습니다. 비정규직은 더 늘어가게 됩니다. 친환경무상급식도 못 하게 됩니다. 한미FTA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1퍼센트는 이익을 보지만 99퍼센트에게는 재앙인 협정입니다.
12. 99퍼센트의 힘으로 한미FTA 협정 막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FTA를 밀어붙이면 다른 나라는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남미) 전 지역을 대상으로 FTA를 추진했었습니다(FTAA). 그러나 남미 민중이 반대해 이 FTA는 폐기됐습니다. 미국이 추진한 FTA,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모든 지역에서 폐기되고 단 한 나라 즉 한국만 FTA를 추진 중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도 국민들이 촛불항쟁을 통해 결국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아냈습니다. 온 국민이 반대한다면 미국과의 FTA 막을 수 있습니다. 99퍼센트의 힘으로 1퍼센트만을 위한 한미FTA 막아낼 수 있습니다. 또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2012년 3월 7일 수요일

우석균 칼럼 한미FTA와 총선, 그리고 진보정치


이글은 레프트21 2012-03-03일자 기사 '우석균 칼럼한미FTA와 총선, 그리고 진보정치'를 퍼왔습니다.
한미FTA 발효일자가 3월 15일로 확정됐다. 국회 날치기 통과 직후에는 발효일자를 1월 1일이라고 말하던 한국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발효일자가 보름 간격으로 계속 늦춰지더니 결국 미국이 말하던 발효일자에 가까워진 것이다. 
애초에 한미FTA 발효일이 총선과 가까워지면 총선 쟁점이 된다고 걱정하던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에게는 매우 안 좋은 소식이다. 미국이 한국 정치 일정보다는 미국의 FTA 이행법 101조에 따른 ‘한국의 이행과제 점검’이라는 마지막 숙제 검사를 더 중요하게 여긴 탓이다. 이 숙제 검사에는 날치기 처리한 14개 법안과 시행령 개정 등의 법안 개정 점검을 포함한다. 


△2월 25일 한미FTA폐기 집회 한미FTA 발효는 한미FTA 폐기 투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사진 이윤선

그러나 이것만일까? Inside US Trade를 보면, 미국이 기대했던 발효일자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오바마 방한시점인 3월 29일이었다. 한국 정부는 실무점검에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1월 발효를 말했다. 맞는 말이다. 
미국의 숙제 검사가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았던 것은 한국의 이행과제가 단순히 법개정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에 한미FTA 발효 후 1년 안에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약속했다. 또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 FTA, 즉 TPP에 한국이 어떻게 가입할 것인지도 미국의 관심사다. 
이 문제들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 한국 국민들이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법개정이라 할지라도 미국이 보기에는 마음에 안 드는 이행법 내용의 재개정 문제도 숙제 검사에 포함돼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그 내용을 알 수는 없다. 대한민국 정부는 발효과정 논의는 외교상의 비밀이라고 알려 줄 수 없다고 한다. 한미FTA는 그 협상 전체가 비밀이었고, 이제 협정문이 완료된 상태에서도 무엇이 이행점검인지 국민들은 전혀 알 수 없다. 한미FTA는 벌써부터 ‘헌법 위의 헌법’인 것이다.  
발효날짜를 앞당김으로서 한미FTA를 총선의 쟁점에서 가능한 제외해 보려던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작전을 바꿔야 했다. 이른바 정면돌파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가 포문을 열었다. 
박근혜 씨가 2월 13일 “한미FTA가 그토록 필요하다고 강조하고서는 이제 와서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자 조중동도 일제히 나섰다. 
2월 14일 1면 머리기사는 ‘한ㆍ미 FTA 총선 최대 쟁점으로’였고, 도 ‘박근혜, 야와 전면전 선언’을 1면에 내걸었다. 심지어 요즘 상당히 조용해지신 듯한 이명박 대통령조차 “과거 독재시대도 아니고 외국 대사관 앞에 찾아가서 문서를 전달하는 것은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한마디 보탰다. 트위터를 검열하려 하고 앱을 삭제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독재’와 ‘국격’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정부와 여당이 총동원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총동원
이번에도 문제는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이 됐어도 대응은 똑같았다. “노무현과 이명박의 한미FTA는 다르다”가 민주당의 답이었다. 안타깝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한미FTA 체결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명숙 씨가 지금 민주통합당의 대표다. 또 한미FTA 체결 당시 열린우리당의 정책위의장이자 한미FTA 평가위원장을 맡아 합격점을 준 인사가 지금 민주통합당의 원내대표인 김진표 씨다. 김진표 씨는 당시 한미FTA 서비스 분야의 개방수준이 낮아 “교육, 의료분야에서는 한미FTA를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고, 이번에도 “선 비준 후 재협상”안에 사인을 해 줘 지금 새누리당이 국회 날치기를 두고 ‘사실상 합의처리’라고 주장할 근거를 준 당사자다. 이들이 주장할 것이 달리 무엇일까? 
노무현과 이명박의 한미FTA는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징화돼 정치적 비판이 금기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상징이 사실관계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10개 독소조항 중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FTA와 다른 것은 자동차 관련조항 하나뿐이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나 역진방지,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조처, 의약품 가격인상, 중소상인 보호 불가 등등은 모두 노무현 때의 한미FTA와 전혀 다르지 않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도 일부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FTA 내용은 2008년 경제 위기로 더욱 문제가 커진 것뿐이지 2008년 이전에도 문제는 다르지 않았다. 바뀐 것은 노무현 정부 시기의 지금 민주당은 여당이었고 지금은 야당이라는 사실뿐이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다르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는 그만큼,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기세를 올릴 만도 하다. 어떻게 보아도 말이 안 되는 ‘야당 심판론’까지 들고 나온다. 보수원조를 자처하는 당답게 ‘왜 말을 바꾸었나’ 시리즈는 탈핵선언과는 거리가 먼 민주당의 ‘원전재검토’ 입장에 대해서조차 핵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고 비판하고 제주 해군기지 문제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민주당이 왜 시원스럽게 치고 나가지 못하는가를 묻지 말자. 민주당은 보수정당이다. 또 개혁주의적 야당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길들이기 과정을 거친다. 
길들이기
조중동이 그리고 전경련이 한미FTA를 국익에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고 지면을 기사와 광고로 도배하는 것이 단지 민주당 집권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하는 것은 너무 좁게 보는 것이다. 심지어 진보정당이라 하더라도 집권 과정이나 의회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자본가들은 이 정당을 길들인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러한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지금 민주당이 왜 인적 쇄신을 하지 못하는지, 왜 더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진보적인 입장으로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하는지를 묻는 것은 민주당이 보수정당이라는 한계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민주당은 왜’가 아니다. 진보정당은 어디에 있나가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다. 노무현의 한미FTA는 이명박의 한미FTA와 함께 모두 폐기시켜야 할 것이라는 점, 일본의 핵 사고 이후 나아갈 방향은 탈핵이고 대체에너지 체제라는 점, 그리고 제주해군기지는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야 할 주체는 민주당이 아니다. 고용이나 등록금, 교육, 의료 모든 문제가 그렇다. 문제는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이고 사회운동이다. 
민주당은 한미FTA 폐기를 주장한 적이 없다. 이것이 선거 시기라고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선거 시기에 선거를 무시하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이다. 야권연대가 불가피하면 야권연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거나 야권연대 모두가 대중의 고통을 실제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 문제지만 이제 평범한 사람들이 묻는 것은 ‘어떠한 정치인가’다. 여기에 대해 ‘닥치고 정치’를 이야기하고 ‘노무현과 전태일의 만남’이나 ‘야권연대’를 통한 반MB만를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이 나아갈 길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보정치의 차별성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정치’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넘어서는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의 전망이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지루한 정치공방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총선 시기 한미FTA 논쟁 과정에서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의 신선한 목소리다. 또 진보정치가 보여 줄 수 있는 미래의 전망과 선거과정의 열린 공간을 통해 터져 나오는 사회운동과 그에 헌신하는 진보정치가 보여 줄 희망이다.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한미FTA전초전, 건강보험 와해되나? "김종대 이사장 위헌소송 변론 막아"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4일자 기사 '한미FTA전초전, 건강보험 와해되나? "김종대 이사장 위헌소송 변론 막아"'를 퍼왔습니다.

ⓒ건보공단 홈페이지 김종대 신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위헌소송이 제기된 국민건강보험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을 위험에 처했다. 위헌판결이 나 국민건강보험이 와해되고,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한미FTA로 미국 보험사들이 진출할 경우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어 우려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09년 경만호 당시 대한의사협회장은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위헌소송에 대해 심리를 진행중이며 금명간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건강보험이 통합된 취지는 재정이 넉넉한 직장의보 가입자와 재정이 부족한 지역의보 가입자의 재정을 합쳐 전 국민이 골고루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 출범했다. 명실상부한 전국민의료보험 체계를 갖춰 모든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건보통합 반대 세력은 겉으로는 직장의보 가입자가 손해본다며 의보통합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본질은 건강보험이 통합돼 재정이 안정되고 보장성이 확대될 경우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위헌소송에서 이를 막아야 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관련 업무를 해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취임한 신임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취임사에서부터 "건보공단에서 공단 통합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이사장은 지난 20여년간 국민건강보험의 통합에 반대해 온 인물이다. 

1989년 국회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 통합법안을 통과시키자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던 김종대 이사장은 '국민의료보험법 시행시 예상되는 문제'라는 문건을 언론에 뿌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월 2~3배 인상된다고 과장했다. 결국 이 언론보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이를 등에 업고 건강보험 통합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 들어 건강보험 통합이 다시 추진되자 1999년 당시 보건복지부 정책기획실장이던 김종대 이사장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항명파동을 일으켜 2000년 면직됐다. 

건강보험이 통합된 이후에도 김종대 이사장은 '건강보험 자치권 회복 운동본부'를 만들어 건보 통합에 반대해 왔다. 건강보험 위헌소송이 제기된 지난 2009년 경만호 의사협회장의 출판기념회 강연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정신 나가지 않은 바에야 100%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건강보험이 쪼개져야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쪽에서는 경만호 의사협회장의 위헌소송 제기를 배후에서 총지휘한 인물이 김종대 이사장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뒤에도 김종대 이사장은 16일 보건복지부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존 (건강보험 통합 반대)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 하고 1999년 항명파동 당시 자신이 작성했던 건보통합 반대글을 건강보험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김종대 이사장은 위헌소송에서 건보공단의 적극적인 반론을 막고 있어 자칫하면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송상호 사회보험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열린 '한미FTA와 의료민영화' 토론회에서 김종대 이상이 위헌소송 재판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변론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고 밝혔다. 

송 실장은 "김종대 이사장이 '보험료를 부담시키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많이 노력해왔다는 식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며 "김 이사장이 헌법소원 대응 실무부서인 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이나 재정관리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실장은 "이의제기 당사자인 공단의 반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헌법소원은 위헌으로 판결날 가능성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위헌소송이 날 경우 한미FTA와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과 함께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자가 한국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에도 투자자국가중재제(ISD)에 따라 제소할 수 있는데, 건강보험통합으로 담보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자신들이 투자한 영리병원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경우 이를 국제투자분쟁센터에 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FTA 금융서비스 분야 개방에 따라 미국 보험사들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에도 건강보험은 위험에 처한다. 근본적으로는 건보통합 와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해 질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건보통합이 위헌판결 날 경우 분할된 지역의보 가입자들이 보험료 상승 부담으로 민간보험으로 갈아탈 수 있다. 

송상호 사회보험노조 정책실장은 "위헌 판결은 한미FTA의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건보공단의 분할을 통한 건강보험 약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 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김종대 이사장이 건보 위헌소송 변론을 방기한다면 변호인단을 국민변호인단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적으로 모금을 해서 이 위헌소송에 대해 방어를 해야 한다. 촛불로 헌재를 둘러싸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 안팎에서는 12월 중에 건보통합 위헌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종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보건.의료.안전 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나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4일 '민중의소리' 기사에 대해 김종대 이사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은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직장인과 지역가입자 모두에게 공정한 단일 보험료 부과 체계를 이른 시일 안에 마련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김 이사장이 "직장, 지역 조합으로 다시 분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조태근 기자taegun@vop.co.kr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한미FTA, 비준 후 재협상은 새빨간 거짓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0일자 기사 '"한미FTA, 비준 후 재협상은 새빨간 거짓말"'을 퍼왔습니다.
[인터뷰]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한미FTA 본질은 상위 1%를 위한 특혜"

“한국 정부가 계속 국익을 얘기하는데, 그 때의 국익은 누구의 이익인가. 우리의 이익, 미국의 이익을 얘기할 때 그 우리가 도대체 누구냐는 거다. 그건 1%를 말한다는 거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한미 FTA가 ‘1%를 위한 협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미 FTA가 미국과 한국 중 누구의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는지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우 실장은 “한미 FTA는 미국의 재벌과 한국의 재벌들을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활동가이자 의사이기도 한 그는 특히 '전공 분야'인 의료민영화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한미 FTA가 “미국제도의 이식”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만약 발효되면 의료민영화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앞 다퉈 내놓고 있는 ‘복지국가 공약’도 한미 FTA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보건서비스 분야는 ‘미래유보’로 빠져 있어 한미 FTA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다.
우 실장은 “끊임없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조금씩 후퇴하다 보면 결국은 (정부여당에게) 강행처리의 명분을 주게 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미 FTA 범국민저지운동본부에서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기도 한 그를 18일 성동구 성수의원에서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 국회를 방문해 “’선 비준’ 해주면 ISD 문제를 3개월 내에 재협상 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전체적으로 실효성이 없는 이야기다. 첫째로, 일단 비준을 해주고 재협상도 아니고 ‘재협의’를 한다는 건데, 그 내용은 한미 FTA 협정문 22조에 이미 들어가 있다. 협정문에 보면, 공동위원회를 두고 한 쪽이 협의를 요청하면 이를 들어줘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미국 측 통상관계자가 (ISD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원래 한미 FTA 협정문 내에 나온 거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한미 FTA 협정문대로 할 수 있다’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거다. 그야말로 립서비스다. 이명박 정부의 입지를 강화시킴으로써 비준안을 통과시키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준 것이다.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말일 뿐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ISD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재협상이 되겠나.
문제는 또 있다. 미국은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승인절차)’이 끝났다. 한미 FTA가 마지막이었고, ‘TPA(Trade Promotion Authority)’라고 무역촉진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하는 법안이 올 해 미국 상원에서 부결됐다. 이 때문에 예전처럼 협정문을 USTR(미국 무역대표부)이 다 결정하고 그걸 의회에 가져가서 90일 내에 비준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의회에서 하나하나 다 고치게 된다. 물론 지금도 USTR이 의회와 일부 상의를 하면서 협상을 하지만, 앞으로는 완전히 다른 코스로 간다는 거다. 의회에서 협정문 내용을 고치면 다시 협상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의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다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이 ‘(협정문의 ISD 부분을) 바꿔주겠다’고 하더라도 의회에서 안 된다고 할 수가 있다는 거다. 행정부에 일시 양도했던 권한이 의회로 넘어갔기 때문에. 재협상이 더욱더 어려워진 것이고, 따라서 (이 대통령의 말은) 실효성이 없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민주당이 이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양국 장관급 이상 명의의 문서로 담아 오라”고 당론을 정했다. 일각에선 기존 당론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후퇴한 거다. 일단 명확하지도 않다. 폐기를 전제로 협상을 하자는 건지, 폐기협상을 하자는 건 명확하지 않다. 또 방금 얘기한 것처럼, 양국 통상장관이 설사 폐기하겠다고 하더라도 의회에서 안하겠다고 하면 못하는 거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미국이 재협상에서 손해 보는 협상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페루나 콜롬비아 같은 경우에는 국회에서 비준을 했는데도 미국이 (협정문을) 바꿔서 또 비준을 해야 했다. 반대로 미국이 한 번 비준을 했는데 미국의 방침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비준을 다시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의 이번 당론은 ‘선(先) 폐기 후(後) 비준’이라는 기존 입장보다도 더 후퇴한 것이고, 사실은 ‘10+2재재협상’이라는 애초 당론 에서 ‘ISD폐기’로 정한 것도 후퇴다. 여기에서 ‘선 비준 후 폐기약속 협상’ 비슷하게 된 것이야말로 확실한 후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 후퇴가 정부의 강경 대응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 사실은 가장 큰 문제라고 보인다. 특히 협상파들이 나서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반 정도는 사실 (한미 FTA에) 찬성하는 것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의 선의를 믿는 것 아니냐’ 하는 인식을 심어준 거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황당한 이 대통령의 약속에 대해 민주당 의원의 반 정도가 ‘저 정도면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절충안으로 나오는 게 ‘선 비준 후 폐기약속 협상’인 거다. 이렇게 조금씩 후퇴하다 보면 결국은 정부여당에게 강행처리의 명분을 주게 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해 전술적으로 ISD 문제에 집중한 거라고 설명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실제로 민주당의 당론이 후퇴하는 과정들을 보면 (이와 같은 설명은) 사후 합리화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가만히 뒀으면 (협상파인) 김동철 의원이 하자는 대로 갔을 거다. 끝장토론도 거의 비준을 위한 요식행위로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협상파에 민주당이 끌려가겠다 싶어서 범국본에서 제대로 안 하면 나가버린다고 했고, 실제로도 정태인 원장과 송기호 변호사가 중간에 나온 적도 있다. 그 때 내가 옆에 있었다.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를 보면 ISD를 전술적으로 들고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일례로 김진표 원내대표가 (10월 31일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당론과 배치되는 합의문을 만들어서 오지 않았나. 명백히 당령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건데, 그 정도 잘못을 저질렀으면 원내대표를 그만두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냥 두고 있지 않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ISD만 빼면 되는 건지도 궁금해 하는 시민들이 많다.
“ISD는 한미 FTA 협정 자체를 강제하는 조항 중 하나일 뿐이다. 협정 전체가 독소조항이고, ISD는 그것을 강제하는 조항인 거다. 설사 ISD를 뺀다 하더라도 국가가 기업을 대신해서 제소하는 방법도 있다. 한EU FTA에는 ISD가 없는데 어떻게 강제되느냐. 국제중재기구로 정부가 대신해서 가져갈 수 있다. 국회에서 유통법·상생법을 만들 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이건 한EU FTA 위반이다’라고 얘기했다. 국내에 들어와있는 홈플러스의 상당수 지분을 영국의 테스코가 가지고 있다. 만약 ISD가 있다면 테스코가 직접 한국정부를 제소하겠지만, 없다면 영국 정부가 그 기업을 대신해 국제중재기구에 회부하게 된다. 결국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ISD를 뺀다고 해서 한미 FTA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당에서 노무현 정부의 ’착한 FTA’와 이명박 정부의 ’좋은 FTA’를 나누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민주당의 기본 당론이 10+2 아닌가. 거기에는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 내용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참여정부때 체결된 내용이다. ISD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건 노무현 정부가 체결했던 게 맞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반대하려면 한미 FTA를 체결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얘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좋은 FTA’와 ‘나쁜 FTA’라는 것은 FTA의 전체 역사를 봤을 때 맞지 않는 이야기다. 크게 보면 WTO 전체협상 과정에서 WTO 플러스, 즉 DDA(도하개발어젠다),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 등의 여러 가지 협정들을 WTO에서 통과를 시키려고 했던 게 2003년 2005년까지의 미국과 EU의 정책이었다. 그런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2003년에 미국이 정책을 바꿔서 FTA로 약한 나라부터 잡자고 했던 거다. WTO로 한꺼번에 하려다가 잘 안 되니까 전략을 바꾼 거다. 그래서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미국,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코스타리카)이 추진됐고, 칠레(미-칠레 FTA), 에콰도르 페루 콜롬비아(미-안데안 FTA)와도 FTA를 했다. 이른바 군사적·정치적으로 (미국에) 종속적인 나라부터 잡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WTO 구도 안에서) 당시 개발도상국들이 거부한, 그리고 세계적으로 거부된 협상인데 미국이 자신의 우월한 관계나 지위를 이용해서 관철해왔던 거다.
미국식 FTA는 하나의 판본이 있고, 거기에서 다 찍어낸다. 거기에서 나라마다 일부가 바뀔 뿐이다. 나프타(NATFA) 11장과 한미 FTA 11장이 유사한 것처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거의 비슷하다. 이런 협정을 스위스가 거부했고, 중동 FTA가 좌절됐고, 아프리카 관세동맹이 좌절됐고, 태국과도 좌절됐다. 결국 미국이 맺은 FTA는 싱가포르, 요르단, 이스라엘, 호주, 모로코, 중미, 북미(캐나다, 멕시코)와 남미의 미국에 종속된 몇 나라뿐인데 거기에 한국이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서 ‘좋은 FTA’를 거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 병원 사무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허완 기자

-정부에선 지금까지 충분히 토론을 했으니 이제 그만 비준하자고 하는데. 직접 끝장토론에도 나가셨고, 여러 차례 토론회에도 나가셨는데, 충분히 토론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나.
“일단 이전에도 충분히 토론된 바가 없다. 한미 FTA는 거의 헌법에 준할 정도의 협정이다. 여기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라면 얼마나 해야 하겠나. 단지 무역협정이나 관세협정이 아니다. 한국의 비관세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한미 FTA의 목적이라고 미국 정부가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비관세장벽은 한국의 사회제도를 말한다. 법과 제도를 전체적으로 다 바꿔야 되는 문제다. 캐나다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나프타를 ‘비밀헌법’이라고까지 부르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백보를 양보해서 처음부터 토론이 잘 됐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 않나. 미국의 파생금융상품 때문에 전 세계가 경제위기를 겪었다. 근데 한미 FTA는 그 이전에 금융서비스의 ‘네거티브리스트’에서 보듯, 서비스 개방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협정이다. 신자유주의적인 한계를 정확히 보여준 게 바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였고, 그 위기가 지금까지 유로존 위기까지 계속 온 거다. 지금 상황에서 한미 FTA가 뭘까. 이 부분에 대한 토론은 이뤄진 바 없다. ‘끝장토론’에서도 이 토론이 이뤄진 바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현재 경제위기 상황에 ‘자유무역 협정’이 과연 어떤 의미인가도 따져봐야 한다. 크루그먼조차도 지금의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세 번째 위기라고 말한다. 19세기 말, 1930년대, 그리고 지금. 현재의 위기가 작은 일과적인 위기가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과연 1930년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나. 일단 환율전쟁이 있었고, 폐쇄적 지역 블록화의 움직임 있었고, 근린궁핍화정책(beggar-my-neighbor policy)이 있었다. 이런 것들로 인해 경제적으로 충돌하다가 결국 2차대전까지 겪었다. 지금의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의 근린궁핍화정책, 이른바 한국에게 미국의 경제위기를 떠넘기는 협정이다. 그 부분이 더욱더 강화된 것이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재협상의 내용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격화되는 미중간 대립 갈등 속에서 한미 FTA가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니느냐에 대해서도 전혀 토론된 바 없다. 다시 말해 협정문의 각 내용에 대한 토론도 거의 안 됐고, 2008년 이후 새롭게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도, 경제위기 속에서 한미 FTA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미중간 대립 상황에 대해서도 토론된 바 없다. 토론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라다.”
-정부 주장 중 하나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건데.
“서비스산업이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얘기하는 것은 금융서비스다. 그런데 경제위기를 가장 심하게 겪은 나라들을 보면 미국식 금융서비스를 도입한 나라들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미국식 금융서비스를 가진 나라들이 위기를 당했다. 아일랜드와 영국이 대표적이다. 금융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게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저축은행사태에서도 보듯 제2금융권의 부실은 사실 정부가 메우고 있을 뿐이지 심각하다. 부동산 PF대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한다는 건 한국경제를 사실상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겠다는 거다. 금융서비스의 선진화라는 게 미국식 금융서비스를 따라간다는 건데, 지금 그게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닌가.
보다 더 중요하게는 서비스 선진화가 뭐냐는 게 중요하다. ‘선진화’라는 말속에 숨어있는 것들이 과연 무엇이냐는 거다. 예를 들어 기업형슈퍼가 하나 들어오면 그 동네 상점들이 다 망한다. 정육점, 야채가게, 치킨집 통닭집까지 다 망한다. 한국정부의 눈에는 SSM의 도입이 경쟁력 강화이고, 이걸 서비스 선진화라고 하는 거다. 그런데 영세상인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이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하나도 없도록 하는 게 선진화다. 서비스 선진화가 과연 누구한테 이득이 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06년 2월에 처음에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할 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는 지금까지의 제도를 버리고, 미국의 선진적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게 한미 FTA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영세상인 보호조치를 경쟁력 강화를 방해하는 규제장치로 보는 미국식 제도를 이식하는 거다. 그건 누구를 위한 거냐. 그야말로 1%를 위한 것이다. 결국 99%의 희생을 바탕으로 1%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거다.”
-정부는 한미 FTA로 공공정책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얘기한다. ISD에 대해서도, ISD는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 하는데.
“일단 ‘ISD가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그거야말로 거짓말이다. ISD 자체가 국가의 정책을 대상으로 기업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다. 국가가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게 공공정책 말고 뭐가 있나. ISD는 공공정책의 예외가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다.
실제로 보건정책 환경정책들은 다 ISD의 대상이 됐다. (정부는) 다 예외라고 하는데, 수용보상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미국의 에틸(Ethyl)이라는 회사가 망간이 섞인 휘발유 첨가제를 팔았다. 그런데 캐나다 정부가 이 물질이 아이들의 지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보고 판매를 금지 시켰다. 그랬더니 이건 영업이익 침해다, 왜 허가를 해주고 금지하느냐 해서 결국은 캐나다 정부가 허용하게 됐다. 캐나다 정부는 사전예방조치 때문에 금지한 거지 막상 정말로 증명하라고 하면 증명하기 어렵다. 입증 책임이 소송을 거는 쪽에 있는 게 아니라 당하는 쪽에 있다. 국가가 입증해야 한다. 보건정책, 환경정책. 대표적인 공공정책 아닌가. 다 ISD의 대상이 됐다. ISD야 말로 공공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 동아일보 11월 3일자 4면.

공공정책이 한미 FTA의 예외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모든 공공정책은 다 예외로 해 놨다, 미래유보로 해놨다고 말한다. 그런데 ‘수용 및 보상(수용보상)’과 ‘최소기준대우’에는 다 포함이 된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포함된다. 이 두 가지로 ISD로 제소되는 게 80%가 넘는다. 예를 들어 정부가 수도나 가스는 전체를 미래유보로 해 놨다. 한국 정부가 되돌릴 수 있다. 그렇지만 만약 되돌리려면 수용보상을 해줘야 한다. 수도를 민영화했다고 하자. 보통 30년 단위로 계약을 하게 되는데, 5년 정도 해보니 수도요금이 오른다. 그래서 정부가 다시 국유화하겠다고 할 수는 있다. 다만 남은 계약 기간에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용보상을 하는 게 나을지, 민영화를 그대로 두는 게 나을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법)에서는 적절한 보상을 하면 그만이지만, 한미 FTA에서는 간접수용의 원칙에 따라 앞으로의 이득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한다. 전기처럼 현재유보로 되어 있으면 ‘래칫(역진방지조항)’ 때문에 아예 되돌릴 수도 없다.”
-의료부분은 어떤가. 정부는 약값이 오르고 영리병원이 확산돼 병원비가 오른다는 등의 우려를 ‘괴담’이라고 치부하는데.
“미국은 약값이 가장 비싼 나라다. 유럽의 1.5배가량 된다. 1년에 약 하나를 1조원어치 팔면 ‘블록버스터’라고 부른다. 특허를 1년 연장하면 1조원을 버는 거다. (한국에 도입되는) 허가특허연계제도에 (제약회사들이) 목숨을 거는 거다. 여기에 따르면,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제약회사가 소송만 내면 복제약 제조가 자동 금지 된다. 특허가 침해 됐다고 판결이 난 뒤에 금지 되는 게 아니라, 침해당했다고 소송을 내는 즉시 복제약 제조가 금지되니까 사실상 특허가 연장되는 효과를 지닌다. 미국은 워낙 연장이 많아서 30개월로 제한해놨고, 한국은 1년으로 해놨다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약값이 오른다. 정확하게 말해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돈을 더 벌지만 환자들이 돈을 더 내거나 아니면 건강보험에서 더 내야 하는 거다. 이렇게 국민의 돈과 건강보험 재정을 털어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갖다 바치는 게 한미 FTA다.
게다가 미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거의 유일한 나라기 때문에 약값을 정부가 결정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민영보험회사하고 제약회사하고 약값을 정한다. 한국에선 약값을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정한다. 그런데 한국에 이번에 ‘독립적검토기구’라는 게 도입된다. 정부는 여기에 들어갈 수 없고,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못 들어간다. 미국은 제약회사가 여기에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제약회사가) 들어가게 될 거다. 한국이 처음이다. 호주가 가장 유사한 경우인데, 호주는 독립적검토‘절차’라고만 되어 있는데, 한국은 ‘인디펜던트 리뷰 바디(기구)’ 라고 돼 있다. 약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건강보험료는 올라가고, 건강보험 재정이 나가는 거고,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거다.
호주 정부가 미-호주FTA에 포함된 의약품 관련 조항의 효과가 완전히 발생하면 1년에 30%의 추가부담이 예상된다고 예상했었다. 말이 30%지, 약값의 30%가 뛴다고 생각해봐라. 물론 당장은 30%가 뛰진 않을 거다. 한미 FTA 집회에서 내건 슬로건 중에 ‘우리의 미래를 거래하지 말라’는 게 있던데, 맞는 애기다.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앞으로 그렇게 될 거다.


▲ "우리의 미래를 거래하지 마라" ⓒ허완 기자

영리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제도는 한미 FTA의 예외라고 했는데, 건강보험재정의 30%가 약값으로 나간다. 근데 어떻게 의료와 한미 FTA가 상관이 없나. 완전히 거짓말이다. 협정문 제5장이 의약품 얘기다.
미래유보 조항에 ‘한국의 보건의료서비스는 한국이 결정권을 갖는다. 단,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과 약국은 예외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미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과 약국은 래칫에 걸려서 취소할 수 없게 된다. 여기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지금 단순 맹장염이 170여만 원, 복잡 맹장염이 대학병원에서 210여만 원 한다. 시민들은 건강보험 적용해서 3-40만원을 (치료비로) 지불한다. 영리병원은 다 1인실 병실이고 건강보험 적용 안 된다. 이 병원들은 치료비를 네 배쯤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170-210만원에서 곱하기 4내지 7을 해야 한다. 최소 네 배로 친다고 하더라도 800만원 900만원 금방 나온다. 괴담이 아니다.
그럼 누가 거길 가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VIP 보험’이 생길 거다. 그 병원에 가기 위해서 평소에 얼마씩 돈을 내는 거다. 이 사람들은 나는 VIP 보험에 들었고, 그 영리병원에 가는데 왜 내가 가지도 않은 건강보험에 돈을 내야 하느냐 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원적 의료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문제는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이 이미 6개인데 또 늘어났다. 한미 FTA 체결할 땐 3개였는데, 지금은 제주도까지 해서 7개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거다. 충북하고 강원도가 빠져 있는데, 정부가 ‘3차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한다고 3곳을 늘린다고 이미 계획하고 있다. 계속 늘어나면 이 자체로 전국화가 되고, 더 안 늘어난다 하더라도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경제자유구역 바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의료와 교육의 특징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의 등록금이 올라가면 영월군 정선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고 전국의 모든 사립고에 다 영향을 미친다. 의료도 마찬가지로 한 군데서 올리면 뱀파이어 효과, 또는 파급효과라고 부르는 게 있어서 전국의 사립병원 의료비도 덩달아 올라간다. 이미 다 증명된 얘기다. 우린 왜 저렇게 못 받느냐, 역차별 아니냐라는 식으로 문제가 된다. 의료비가 당장 폭등하진 않겠지만 미래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중앙일보 11월 1일자 3면.

심지어는 어디까지 걸릴 수 있냐면 금융부문의 보험상품까지 수용보상에 걸릴 수가 있다. 민영보험회사에서 암보험도 팔고, 중대생명보험, 실손형보험도 판다. 그런데 최근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공약하는 게 복지공약 아닌가. 그 복지 공약에서 대표적인 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거다. 암 걸리거나 중병에 걸려도 1년에 백만 원만 내게 해주겠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사람들이 민간 암보험에 들겠나. 있는 것도 빼지 않겠나. 그러면 보험회사들이 왜 우리의 영업이익을 침해하느냐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조처 자체에 대해 수용보상으로 ISD를 걸 수 있다. 정부에서는 건강보험도 예외라고 하는데, 미래유보는 되어 있지만 수용보상에서는 빠져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민영보험 규제 못한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미국의 ‘센츄리온’이라는 영리병원 기업 하나가 캐나다의 연방보건법이 자신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ISD를 걸었다. 캐나다 연방보건법에 의하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이고 무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캐나다 정부가 정한 의료비 외에 환자한테 별도의 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센츄리온사이) 그게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2009년에 ISD를 이용해 소송을 걸었다. 문제는 이게 한국의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랑 똑같다는 거다. 한국의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는 전국의 의료행위에 대해서 똑같은 가격을 매기는 제도다. 그게 가장 큰 기능이다. 더 받을 수가 없다. 돈을 더 받으면 위반이다. 바로 그게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인데, ‘우리는 돈 더 받을래’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영리병원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ISD에 제소 당했다는 거다. ISD는 걸면 걸린다. 자동 동의조항이 있다. 94년 나프타 이전의 ISD에는 자동동의조항이 없었다. 지금의 ISD에 따르면, 국가는 무조건 (소송에) 응해야 한다.
근데 그렇게 되면 연금은 안 걸리겠나. 공적연금 강화하면 당장 민영 보험회사에서 하는 연금보험이 걸릴 텐데. 복지를 강화할 때마다 한미 FTA의 시각으로 보면 다 이게 공공보험하고 시장이 경쟁하는 분야가 된다. 복지의 시각으로 보면 복지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지만, 한미 FTA 시작으로 보면 이게 다 기업의 영업 이익을 침해하는 거다.
이게 문제가 되냐 안 되냐를 따져야 한다는 거다. 수용보상에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끊임없이 따져야 한다는 게 한국의 앞날에 드리운 미래다. 이렇게 되면 미국 보험회사만 이익이 아니라 한국 보험회사들도 이득이다. 한국 재벌 중에 보험회사를 안 가진 곳이 어디 있나. 이런 보험회사들 전체가 다 이득을 보기 때문에 전경련, 경총은 한미 FTA 찬성이다. 미국에 반도체 수출하는 건 이미 관세가 없다. 자동차 수출 늘어난다? 관세가 떨어지긴 하겠지만, 현지생산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말하자면, 그걸로 얻는 이득보다 한국의 규제완화로 한국에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재벌과 기업들이 한미 FTA에 찬성하는 거다. 이 때문에 99%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1%의 한미 FTA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미국의 대기업,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미국의 재벌과 한국의 재벌들을 위한 것이라는 거다. 한국 정부가 계속 국익을 얘기하는데, 그 때의 국익은 누구의 이익인가. 우리의 이익, 미국의 이익을 얘기할 때 그 우리가 도대체 누구냐는 거다. 그건 1%를 말한다는 거다. 서비스경쟁력 강화한다고 하면서 영세상인들 다 몰락하게 하고, 공공요금 오르고, 공기업은 민영화되고 의료비 오르고 약값 오르고 복지강화는 힘들어지고. 사회공공 정책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ISD로 문제가 되고. 한꺼번에 모든 것이 다 무력화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굉장히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이 들어온다는 건 확실하다. 이게 비준된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며칠 전에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바뀌었는데. 어떤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하나.
“김종대 씨가 (이사장으로) 들어오는 건 진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투쟁 때문에 노태우 대통령이 할 수 없이 전국민건강보험을 해줬다. 89년에 농민들이 건강보험증을 태우면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런 무수한 과정을 통해 건강보험이 통합된 거고, 그것도 그 이후에 10년이나 걸려서 된 거다. 그걸 막았던 사람이 김종대 씨다. 신임 이사장이 건보공단을 다시 조합화하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현 정부가 건보공단을 깨려고 하는 거다. 공단이 통합되기 전에는 조합 형식이었다. 지역별, 직장별로 나눠져 있었다. 이랬을 때 가난한 조합은 사람들한테 보험료를 못 걷으니까 보장성이 낮았다. 보장성을 다른 데도 높일 수 없으니까 다 하향평준화가 됐던 거다. 그래서 이 조합들을 하나로 통합 한 게 현재의 건강보험공단이다. 일종의 사회적 연대다. 신임 김종대 이사장이 ‘네덜란드형 (모델)’까지 언급을 했는데, 네덜란드는 공공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을 경쟁시키는 체제다. 우리나라도 보험을 쪼갠 다음에 민영보험도 경쟁에 참여시키겠다는 얘기다. 경쟁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돈을 누가 더 남기느냐를 두고 경쟁하는 거다. 그렇다면 돈을 어떤 조합이 돈을 더 남기느냐 경쟁이라면, 보험료를 더 걷든, 보장성을 낮추는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나머지는 없다. 그렇게 되면 이 자체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일단 민영보험에 이득이다.
이걸 다시 통합하려고 해도 누군가의 영업이익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 수도 있고, 나중에 정부가 다시 돌리려고 해도 못 돌린다. 12월에 대한의사협회가 건보통합은 위헌이라고 낸 소송 결과가 나온다. 건보공단 이사장이 건보통합에 대한 변호를 지원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건보공단에서 옹호를 하지 않는데 누가 옹호하겠나. 이라는 책이 있다. 언뜻 사회과학서적같은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다. 거기 보면 ‘한미 FTA는 한미 FTA 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 개방노력과 한미 FTA가 결합할 때 가장 큰 실질적 효과가 난다’고 나온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게 딱 그거다. 한미 FTA로 영리병원 허용하고 약값 올리고, 그 자체로 건강보험은 크게 약화될 텐데 거기에 더해 건보공단을 깬다. 이러면 완전히 민영보험 천국이 되는 거고 영리병원들은 앞으로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다. 이게 한미 FTA의 미래다.”
-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다. 언론이 검증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흔히 ‘경마식 보도’라고 하는 보도도 물론 필요하다. 민주당의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 한나라당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 뭐 이런 식의 정치기사들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그야말로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미 FTA가 뭔지를 알아야 왜 협상을 하고 왜 누구는 반대하는 건지 국민들이 알 텐데 그런 보도가 없다. 이른바 보수 언론들은 한미 FTA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완전히 괴담으로 치부를 하고 있다. 언론이라면 반대주장도 객관적으로는 보도해야 할 것 아닌가. 국민들이 이게 뭔지를 알아야 찬성하고 반대할 것 아닌가. 언론이라면 기본적으로 시민들에게 판단기준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워낙 광범위한 분야여서 그렇다고 판단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의료, 환경, ISD, 이런 중요분야조차도 사실상 다 다루지 않고 있다. 안타깝다.


▲ 조선일보 11월 4일자 5면.

한미 FTA 자체 내용에 대해서 좀 더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한미 FTA가 한국에 미칠 영향, 한국의 여러 제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원가 넓은 분야이긴 하지만 분야별로 심층적인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찬성 반대 의견에 대해서 심층적인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워낙 분야가 많아서 저런 것도 있었냐고 할 정도다. 예를 들어, 한국에 환경독성물질이 얼마나 도입되는지에 대해 법의학자들, 독성물질 연구자들, 화학자들, 의학자들, 생물학자들, 법학자들이 다 모여서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야 한다. 환경문제를 빼먹었는데, 자동차 배기가스가 한국의 환경기준에 안 맞아도 미국차를 수입하게 해 놨다. 이 배기가스가 한국인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해서 충분히 토론해야 하지 않나.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다 놓치고 있다. 그야말로 다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