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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8일 수요일

종편 100일, 그 기막힌 이야기


이글은 시사인 2012-03-27일자 기사 '종편 100일, 그 기막힌 이야기'를 퍼왔습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개국했던 종편은 케이블TV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로 100일을 맞았다. 대작이 실패하고 불공정 행위로 제작사들의 비판을 받았다.

흉흉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드라마가 망하자 오너가 회사 복도에 붙어 있는 드라마 포스터를 찢었다는 이야기, 어느 종편은 벌써부터 매각설이 증권가 정보지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어느 종편은 개국공신들을 전부 숙청할 것이라는 이야기…. 모두 종편과 관련해서 나오는 ‘괴담’들이다.

JTBC, 채널A, TV조선, MBN. 종편 4사가 3월9일로 개국 1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100일간 각 채널이 방송한 프로그램 중에서 이슈가 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화제가 되었던 것은 채널A 정규 뉴스가 방송사고 때문에 한참 방송되지 못했다는 사실, TV조선의 설 특집 드라마 (아버지가 미안하다)(극본 김수현)가 방송사고 때문에 불안정하게 방송되었다는 사실 따위였다. 이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이것들이 초대형 방송사고임에도 그리 이슈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제작비 100억원을 들인 (한반도)(TV조선)의 실패는 종편들을 더욱 낙담하게 만들었다. (한반도) 시청률은 2월6일 1.649%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2월27일에는 0.866%까지 떨어졌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가구 대상). 는 각개약진하던 종편 4사가 모래시계 효과를 노리며 이례적으로 공동 홍보를 해줄 정도로 기대를 건 작품이었다. 

언론 재벌 3세·4세 리더십 ‘상처’

이제 종편들은 감히 MBC·KBS·SBS와 같은 지상파가 자신들의 경쟁 상대라고 말하지 않는다. 삼성 등 대기업이 이들 종편의 광고단가를 지상파의 25% 선으로 결정했는데 이마저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개국 초기 이들은 종편 광고 단가를 지상파의 70% 수준으로 요구한 바 있다). 한 종편 관계자는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광고 단가가 더 떨어졌다. 요즘은 시청률만큼도 못 받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종편 평균 시청률은 0.3%대(JTBC 0.382%, 채널A 0.323%, MBN 0.321%, TV조선 0.29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가구)로 지상파 평균 시청률(5~7%)의 5% 수준이다. 4사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1.3~1.4%밖에 되지 않아 EBS 시청률을 조금 넘는다.

이마저도 시청률 집계기관이 종편에 편의를 봐준 결과라는 지적이다. 보통 다른 케이블TV 채널은 시청률을 환산할 때 24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종편은 06~25시(01시) 기준으로 시청률을 산출한다. 06시 이전과 25시(01시) 이후 저조한 시간대 시청률은 빼고 계산한 셈이다. 그러므로 이 시청률은 다른 케이블TV 채널 시청률에 비해 과다 계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국언론노조 (뉴스타파) 제작팀이 케이블TV를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종편들의 시청률은 케이블TV에서도 중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은 이들 종편을 운영하는 언론사 차세대 경영인들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남기고 있다. 현재 각 종편에는 방정오 (조선일보) 뉴미디어실 부실장 겸 전략기획마케팅팀장,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 홍정도 (중앙일보) 전무 등 언론 재벌 3세·4세가 직간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3세의 경영능력 가늠자가 될 종편이 죽을 쑤고 있는 것이다.

종편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시간을 종편 개국 직전인 지난해 11월 말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종편 4사 수뇌부가 모여서 격론을 벌였다. 요지는 준비가 덜 되었으니 종편 개국을 늦추자는 것이었다.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가 개국 연기를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JTBC가 고집을 부렸다. 1980년 11월30일 정파했던 TBC(동양방송)를 잇는다는 의미로 12월1일부터 개국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12월1일 개국이 결정됐다.

준비가 덜 된 개국의 결과는 참담했다. 가장 헤맨 곳은 TV조선이었다. 프로그램 준비가 덜 되어 급히 영화를 구매해 땜질 편성을 해야 했다. TV조선은 일단 개국 후 프로그램을 확대·편성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까지 무너지면서 초반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시청률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TV조선은 (시사IN)이 종편 개국 100일을 맞아 현직 PD와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60~61쪽 딸린 기사 참조).


ⓒTVb조선 제작비 100억원을 들인 TV조선 드라마 <한반도>(위)는 시청률이 1% 아래로 떨어졌다.

현재 TV조선은 (한반도)의 실패 이후 관련 간부들을 문책하고 이를 축소·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종편 관계자는 “대작 전략은 신생 채널인 종편에 유의미한 전략이다. 단 뚝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선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꼬리를 내려서 현업 제작자들의 의지를 꺾었다”라고 논평했다.

채널A는 다른 케이블TV 채널에서 보류했던 아이템들을 받아다 급히 편성했다. 그러나 설익은 기획을 덥석 물었다가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제작비에 비해 프로그램 반응이 좋지 않아 몇 회 방송하고서 프로그램을 조기 종영했던 것이다. 

MBN은 기존에 방송하던 뉴스·시사 프로그램에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더 제작해 확대 편성했는데, 세심한 전략 없이 이를 편성했다가 뉴스·시사 프로그램만 내보낼 때보다 시청률이 급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현재 MBN은 다시 보도채널로 회귀해 낮 시간에는 뉴스·시사 프로그램만 편성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개국 초기 다른 종편 시청률의 곱절이었던 JTBC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종합 시청률이 꾸준히 하락해 요즘은 다른 종편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일 시청률에서 종편 4사 중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른바 ‘조·중·동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JTBC 측은 자신들을 다른 채널과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다른 채널에 비해 나은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적자폭 500억~600억원대 예상

JTBC 한 관계자는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기존 케이블TV가 해내지 못한 것을 JTBC가 해냈다. 평일 9시 시간대에 드라마 편성을 자리 잡게 한 것과 주말 8시 시간대 연예·오락 프로그램 시간대를 개척한 것은 성과다. tvN이 간판 프로그램인 를 주말 8시에 편성한 것만 봐도 우리가 선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항변했다.

종편은 개국 시 특혜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방송 종사자들에게는 환영받기도 했다. 방송 채널이 늘면 일자리가 증가하고 프로그램 수요도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국 100일이 지난 지금 방송가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 3월12일 종편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제작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독립제작사협회 명의로 된 성명서에서 이들은 “종합편성채널이 불공정한 계약을 일삼고 있다. 계약 없이 제작을 먼저 하게 한 후 제작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 제작비의 일방적 삭감과 편성 수시 변경, 협찬금의 불공정한 분배, 외주사 프로그램 포맷의 무단 사용 등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폭로했다.

외주 제작사들에게 종편 편성 간부들은 ‘꼴갑’이라 불린다. 시청률도 낮고 제작비도 적어 제대로 ‘갑’ 축에도 들지 못하면서 깨알같이 ‘갑’ 대우를 받으려는 행태를 비아냥대는 것이다. 독립제작사협회 배대식기획팀장은 “종편이 개국하면 지상파 독점의 방송시장에 숨통이 트여 제작 환경이 개선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반대다. 개국 한 달 만에 막을 내린 프로그램이 25편이다. 손해는 고스란히 외주 제작사들이 떠안았다”라고 주장했다.

조만간 종편 4사는 봄 개편을 하리라 보인다. 하지만 말이 좋아 개편이지 사실상 ‘축소 편성’이 될 것으로 다들 예상한다. TV조선은 애초에 준비했던 계획 중 ‘플랜B’를 택해 뉴스·시사 채널로 가리라 예상된다. MBN 또한 뉴스·시사 채널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채널A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심의 채널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는 중이다.

JTBC는 ‘종합편성채널’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개국 전 채널 설명회 때 종편사들은 제작비를 1500억~2000억원 규모로 쓸 예정이라고 광고주들에게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종편사 대부분이 축소 편성을 한 결과 그 규모는 1000억원 이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종편사들이 감내해야 할 첫해 적자 폭은 500억~600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작비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JTBC는 적자 폭이 1000억~1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월 31일 화요일

KBS 2TV 중단, 지상파 종언을 고해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30일자 기사 'KBS 2TV 중단, 지상파 종언을 고해'를 퍼왔습니다.
케이블TV의 KBS2TV 송출 중단 사태에 따른 시청자 피해는 끝난 게 아니다. 케이블TV가 KBS2TV SD(표준)방송까지 송출 중단한 것은 지상파와의 재송신 대가 협상 때문이다. 당장은 봉합돼 케이블에서 지상파방송이 나오고 있지만 다음 협상에서 또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시청자들은 언제 TV가 끊길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은 “디지털방송 전환을 기점으로 실내 안테나 기준, 직접수신 도달률이 일정 기준 보장되지 않는다면 KBS 2TV는 물론 MBC와 SBS까지 유료 플랫폼에 의무재송신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송신 논란의 결과로 시청자는 지상파방송 시청이 불가능했다. 시청자에게 중요한 것은 지상파 직접수신환경 구축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월 1일, 재송신 분쟁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 의결을 앞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1월 30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공동주최로 '시청자 입장에서 본 지상파재전송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권순택

“디지털지상파 비용 검토할 수 있다”…다만 직접수신 환경 구축한다면!
30일 여성민우회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공동주최한 ‘시청자 입장에서 본 지상파재전송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강혜란 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은 “KBS 2TV가 끊겼을 때 시청자들은 대체수단이 없었다. KBS 측에 물어보면 IPTV나 위성으로 옮겨 타거나 직접수신을 해보라고 했다”고 지상파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지상파 직접수신 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공영방송 KBS 1,2TV와 EBS 의무재송신 △일정 가구 점유율 미만 유료 플랫폼 공영방송 의무재송신, △기타 채널의 자율계약(단, MBC는 사회적 논의에 따라) 등이 가능하다며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대한 저작권료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가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게 틀렸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디지털지상파 방송에 대한 비용을 주고 전송하겠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무료방송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고 직접 수신율을 높이든가, 아니면 유료방송을 통한 무료재전송을 구현해 시청자의 접근권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접수신 비율을 높이지 않을 거라면 지상파에 전파를 줄 이유가 없다”며 “PP로 전환해 종편과 경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혜란 정책위원은 “직접수신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주파수를 지상파에 주는 것은 반대, MMS도 반대한다”, “수신료 인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인숙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의 재송신 정책 부재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정인숙 교수는 “KBS1TV와 EBS로 한정된 의무재전송 채널에 종편을 넣는 순간부터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없어졌다”며 “규제기관으로서의 면도 안서고 사업자들 역시 각각 자사이기주의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방통위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난시청이 개선된다면 저작권료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난시청 지역에 대한 점검의 미비하다”며 난시청지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에게는 보편적 시청권이 있고 KBS는 전송할 의무가 있고, 방통위는 주무부처”라면서 “송출중단의 책임은 누가 지느냐. 결국 송출중단 사태가 장기화됐다면 국민들은 지상파에 소송을 걸고 방통위를 직무유기로 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묵 교수는 “이번에는 예컨대 280원으로 합의를 했는데 내년에 지상파가 300원을 달라고 하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지상파 전체를 의무전송채널로 규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가 직접수신 환경을 제대로 구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번 재송신 중단 사태는 지상파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를 의무전송채널로 묶으면 지상파플랫폼은 고사”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직접수신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지상파멀티모드서비스(MMS)”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상파 직접수신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MMS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상파를 의무전송채널로 묶는 순간 지상파 플랫폼은 고사당한다”며 “그러면 더 이상 직접수신비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의무전송채널은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입장을 달리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지상파 플랫폼을 유지, 보수하느냐 아니면 해소하느냐의 문제’를 논의할 시점에 다다랐다고 제기했다.
방통위의 책임론에 대해 양문석 상임위원은 “중재할 권한이 없다”면서 ‘방송 재개 및 방송 유지명령권’ 및 ‘제재권한(분쟁당시)’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실질적인 법적 권한을 갖는다면 사업자간 자율협상에 맡긴다고 하더라도 방송 자체를 끊는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일반 시민들이 KBS2TV가 끊긴 것에 대해 크게 어필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도 “KBS2TV 재송신 중단 사태야 말로 최시중 위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났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안현우 대표는 “재송시 논란은 디지털 전환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그런데 디지털 전환이 안 된다고 대한민국이 문을 닫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목적이 없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사설]지상파·케이블의 밥그릇 싸움과 방통위의 무능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17일자 사설 '[사설]지상파·케이블의 밥그릇 싸움과 방통위의 무능'을 퍼왔습니다.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사 사이의 재송신료 분쟁으로 벌어진 KBS 2TV의 송출 중단 사태가 만 하루 만에 끝났다. 어제 협상에서 양측이 가입자당 요금 수준과 부과 범위 등에 대해 합의함에 따라 중단됐던 KBS 2TV 재송신이 저녁부터 재개됐다. 이로써 송출 중단 사태 및 시청권 침해의 장기화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케이블TV가 그제 오후부터 KBS 2TV 송출을 중단한 것은 케이블TV 전국 가입자 1500만가구 중 1200여만가구가 이 채널을 볼 수 없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그러나 양측의 합의는 근본적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봉합의 성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두 방송 사업자들 사이의 갈등과 유사한 사태 진전이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살펴야 한다. 문제가 된 재송신료는 지상파 채널을 케이블TV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케이블TV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에 지불하는 돈이다. 지상파와 케이블은 이 재송신료 문제로 5년 동안 공방과 소송까지 벌여왔다. 법원이 지난해 10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지상파가 낸 간접강제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CJ헬로비전이 지상파 방송 3사에 지불해야 할 이행강제금이 100억원 넘게 누적됐다. 케이블 측이 지상파 재송신 중단이란 강수를 둔 것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렇게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기대할 것은 제도 개선안 제시 등 방통위의 중재력 발휘였다. 그러나 재송신료 분쟁 초기부터 방통위가 보인 것은 중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블랙아웃 사태에서도 케이블 측이 지난주부터 방송 중단을 경고했음에도 방통위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사태가 터지자 부랴부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을 출범시키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과 대비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주 국회 법사위를 찾아가 미디어렙법 지분 관련 조항에 대한 의견을 냈다. 그러나 그가 업계의 첨예한 재송신 분쟁을 타결하기 위해 나섰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케이블 측이 재송신 중단을 예고한 그제 그는 강원도의 군부대를 방문했다. 그의 신경이 온통 ‘조·중·동 종편 살리기’란 정치적 사안에 쏠려 있을 뿐 시청자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방통위가 지난해 정부 업무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MBN 종편, 시청률 반토막난 사연


이글은 시사인 2011-12-19일자 기사 'MBN 종편, 시청률 반토막난 사연'을 퍼왔습니다.
종편 4사의 초반 판세를 분석했더니 중앙일보 계열사인 JTBC가 가장 앞섰다. 예능·드라마 분야에서 채널A를 멀리 따돌렸다. 시사·경제 분야에선 TV조선이 예상 외로 MBN을 추월했다.

종편 생존 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종편 개국 전 마지막까지 개국 시점을 놓고 샅바싸움이 벌어졌다. JTBC가 12월1일 개국을 밀어붙이자 TV조선 측과 채널A 측에서 필사적으로 말렸다. 개국 준비가 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JTBC 측이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1980년 11월30일 정파된 TBC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12월1일 개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속내도 있었다. 다른 종편사 채널과 출발 단계에서부터 차별화해서 종편과 경쟁하는 채널이 아닌 지상파와 경쟁하는 채널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종편 4사 중 JTBC가 가장 앞서기는 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JTBC는 다른 종편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드라마를 중심으로 프라임타임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압도적인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등의 드라마를 선보였지만 시청률은 1%를 넘는 정도였다. 지상파 드라마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앞부분을 보지 않으면 중간에 시청자가 유입되지 않는 드라마 특성상 특별한 이슈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JTBC가 반등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으리라 보인다. 


ⓒ뉴시스 종편 4사의 초반 판세는 JTBC과 TV조선이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종편사 중에서 가장 빨리 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동아일보의 채널A에 대해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프로그램이 잘 나왔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시청률이다. 채널A는 JTBC 수준의 편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절반밖에 나오지 않았다. 타 종편사의 한 간부는 “채널A는 애매한 방송이다. 구색도 갖췄고 프로그램도 괜찮은 편인데 시청률이 안 나온다. 편성 전략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헤맬 것 같다”라고 평했다. 

종편 관계자들은 JTBC와 채널A가 각축하고 TV조선과 MBN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능과 드라마에 기반한 종편 모형이라는 점에서 JTBC와 채널A가 비슷하고 뉴스와 시사·경제 프로그램에 기반한 종편 모형이라는 점에서 TV조선과 MBN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채널끼리 준결승전을 치르면서 종편 최종 승자가 결정되리라 보인다. 

준결승전의 초반 판세는 예능·드라마 모형에서는 JTBC가 채널A에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채널A는 JTBC와 비슷한 편성을 하고도 시청률은 절반밖에 나오지 않았다. 

뉴스와 시사·경제 모형에서는 TV조선이 MBN을 빨리 따라잡았다고 평가된다. 10년 이상 케이블 채널을 운영했던 MBN을 TV조선이 단숨에 추격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충성도 높은 신문 독자가 꼽힌다. 사실 TV조선은 가장 준비되지 않은 종편이었다. 이는 시청률 상위 10위 프로그램 중 2편이 영화( )였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급한 대체 편성이 많았다. JTBC의 한 관계자는 TV조선에 대해 “이건 종편이 아니다. 그냥 프로그램 중간 유통업자일 뿐이다”라고 폄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JTBC와 채널A가 90% 정도 패를 보여준 상황인 데 비해 TV조선은 70% 정도밖에 패를 꺼내지 않은 상황이라는 반론도 있다. 더욱이 TV조선은 처음부터 2등 전략이었다. 1등(JTBC)의 행보를 보고 단계적으로 추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단 2등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로 인해 내분이 일기도 했다. ‘중앙 종편에 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내부 보고서가 작성되기도 했다. TV조선 윤석암 편성실장은 “단계적인 편성 전략을 쓸 예정이다. 시청률이 저조할 때 카드를 함부로 쓰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기반을 다지고 서서히 추격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JTBC 측에서는 TV조선이 드라마를 정규 편성하면 만만치 않은 적수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MBN, 기존 시청자를 버렸다

지난 17년 동안 케이블TV 채널을 운영했기 때문에 종편사 중에서 가장 알찬 장사를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MBN은 현재 종편사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손해를 보았다. 11월까지 평균 시청률이 0.5% 정도로 케이블 채널 중에서 상위권이었던 MBN은 종편 개국 후 시청률이 0.3%대로 떨어져 반토막났다. 

MBN의 실패는 특화된 시청자 층을 겨냥하는 케이블TV 편성 전략을 버리고 무리하게 전체 시청자를 겨냥하는 편성을 했다가 기존 시청자도 잃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8월 수해 보도 이후 경쟁사인 YTN을 제치기까지 했던 MBN의 시청률이 하락한 것에 대해 한 MBN 기자는 “MBN은 경제뉴스라는 특화된 강점이 있었다. 돈 때문에 이 채널을 보던 사람들이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을 정신이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1991년 SBS는 6개월 이상의 시험 방송을 거쳐 개국했다. 당시에는 케이블TV가 없어서 대안도 없었다. SBS가 를 통해 KBS, MB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상파 방송사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종편사 채널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종편 일주일 성적표 들여다보니


이글은 시사인 2011-12-19일자 기사 '종편 일주일 성적표 들여다보니'를 퍼왔습니다.
지상파의 독점 구도를 깨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종편이 첫 주 시청률0.3%, 군소 케이블TV로 전락했다. 유리하게 산정된 수치가 그 정도다. 지상파를 따라한 편성도 발목을 잡았다. 광고비 하락이 불가피하다.

부모가 과목별로 족집게 과외도 시켜주고 공부 잘하는 친구 옆에 앉아서 커닝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시험지도 유출해 주었는데 성적은 밑바닥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지진아? 12월1일 개국한 조·중·동 종편이 이런 의심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KBS1, EBS에나 적용돼 왔던 의무 재송신 채널에 포함되면서 황금채널(15~19번)을 배정받는 등 온갖 혜택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종편 시청률은 선동렬 방어율보다 낮게 나왔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12월1~7일 개국 1주일 동안의 종편 평균 시청률은 0.3%(JTBC 0.573%, MBN 0.336%, 채널A 0.329%, TV조선 0.315%(전국가구, 지상파 집계 기준)) 내외로, 지상파 평균 시청률인 5~7%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tvN이나 OCN과 같은 기존 케이블TV 채널(0.5% 내외)보다도 낮았고 YTN이나 EBS(1% 내외)에는 훨씬 못 미쳤다. 그나마 전반적인 시청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개국발’이 떨어지면서 시청률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종편 4사가 12월1일 개국했지만 시청률은 일반 케이블TV 시청률 정도다. 지상파 수준의 제작비를 쓰는 것을 감안하면 시청률이 미미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가 조사한 지난 12월1∼6일 시청률 역시 모두 0.5%를 밑돌았다. JTBC 0.43%, TV조선 0.39%, MBN 0.35%, 채널A 0.3%였다. 심지어 시청률 0%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전국 가구, 06시~25시). 12월5일 MBN이 새벽 1시59분에 방송한 (교통안전 리얼여행 드라이빙노트)는 시청률 0.000%(AGB닐슨)였다. 

케이블TV에서 일하다 종편사로 옮긴 한 편성 관계자는 “종편으로 옮긴 지상파 출신 간부나 일선 PD 중 몇몇은 시청률에 쇼크사할지도 모른다.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까지 표시된 시청률을 들여다보면서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시청률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자 종편사들은 태도를 바꾸었다. 종편사들은 개국 전까지 자신들의 경쟁자는 기존 케이블TV가 아니라 지상파 채널이라고 공헌했다. 지상파 수준의 제작비, 혹은 그 이상을 들여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며 광고주들에게 지상파 70% 수준의 광고비를 요구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즉 시청률이 형편없이 나오면서 이제 모든 기준은 다른 케이블TV 채널이 되었다. ‘케이블TV치고는’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기 시작했다. 12월5일 (중앙일보)는 “평균 시청률이 0.3∼0.4%인 케이블 방송에서 시청률 1%를 넘으면 ‘성공’, 2%를 넘기면 ‘대박’으로 인정받는다”라고 보도했다. 지상파의 독점을 깨겠다는 ‘대망’에서 물러나 케이블TV ‘골목대장’을 자처한 것이다. 



3~4가구에 시청률 판도 바뀌어

도토리 키재기 식 경쟁을 하고 있는 종편사들은 시청률 0.1%를 놓고도 다투는 중이다. 그런데 시청률 조사를 하는 AGB닐슨과 TNmS의 시청률 조사 표본은 각각 3130가구와 3000가구이다. 시청률 0.3%라면 3000여 가구 중 평균 10가구 정도가 종편 중 한 곳을 시청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TV조선의 한 편성 관계자는 “사실상 무의미한 시청률이다. 3~4가구가 종편사 채널을 틀어놓고 잠이라도 자면 시청률 판도가 바뀐다”라고 말했다.  

시청률이 형편없게 나오자 종편사들은 희한한 분석 방법을 동원해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12월3일자 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개국 첫 뉴스 시청률이 유료 방송 가입가구 기준 1.06%라는 것은 의미 있는 수치’라며 ‘지상파 시청률로 환산하면 13∼14%로 추산된다’라고 보도했다. 기사에 언급된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케이블TV와 지상파는 환경과 시청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기자가 오버했다”라고 일축했다. 

여기서 종편사 시청률과 관련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AGB닐슨과 TNmS 등 시청률 집계기관이 시청률이 실제보다 ‘과다 계상’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케이블TV 시청률은 24시간 기준으로 산정된다. 그런데 지상파 시청률은 06~11시, 17~24시(휴일 06~25시)의 시청률만 산정된다. AGB닐슨의 경우, 종편사들도 지상파 시청률 기준을 적용받음으로써 0~06시, 11~17시 사이의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는 시청률 집계에서 빠진다. 이렇게 되면 시청률이 다른 케이블TV 채널보다 높게 계산되는데, 이 차이는 대략 25%에 이른다. 그러므로 종편사 채널 시청률과 기존 케이블TV 시청률을 비교하려면 종편사 시청률에서 20~30% 정도를 빼는 것이 합리적이다(TNmS는 06시~25시로 적용). 

이렇게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이에서 ‘박쥐 행각’을 벌이는 종편사를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것은 종편사에게 중요한 지점이다. 종편 채널을 지상파에 준하는 방송사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신생 케이블TV로 받아들이느냐는 종편사 성공의 열쇠다. 전자일 경우 광고영업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종편사는 자신들이 지상파를 대체할 글로벌 미디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후자였다. 이것은 시청자들의 시청행태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GB닐슨의 시청률 자료를 보면 시청자들의 시청 총량에서 지상파 채널은 11월 한 달 평균 19.253%를 기록하던 것이 종편 개국 후 1주일 평균 19.024%로 약 0.230% 감소했다. 반면 케이블TV 채널은 11월 한 달 평균 13.404%를 기록하던 것이 종편 개국 후 1주일 평균 12.857%를 기록해 약 0.550% 감소했다. 이 기간에 종편은 1.3%를 기록했다. 

이 자료를 통해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종편사들의 전체 시청량은 지상파 전체 시청량의 7%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과 지상파 시청률 감소보다 케이블 채널 시청률 감소가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편 채널이 지상파 대비 7% 정도의 광고 효과밖에 내지 못한다는 것과 시청자들의 지상파 우선 시청 패턴을 바꾸지 못하고 기존 케이블TV 시청자를 끌고 온 것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종편을 보는 시청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AGB닐슨의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면 종편의 시청자는 연령대가 높았다. 남자는 60대 이상이 주로 시청했고 여성 역시 40~60대로 중장년 연령층이었다. 연령층은 특히 TV조선이 높아서 남녀 모두 60대 이상이 주로 시청했다. 이렇게 특정 계층 중심으로 시청자 층이 형성된 것을 보면 종편은 지상파 채널처럼 종합 채널이 아니라 다른 케이블TV 채널처럼 타깃 시청자 층을 가지고 있는 채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편사 채널의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면 또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특별히 황금 시간대가 형성되지 않고 시간대별 시청률 패턴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종편 시청률은 오전에는 조금 낮은 편이고 오후부터 증가하는데, 이때부터 늦은 밤까지 시청률 차이가 나지 않고 거의 일정하다. 단, 종편 중에는 유일하게 JTBC가 시트콤 방영 시간과 드라마 방영 시간대를 중심으로 프라임타임을 형성하고 있었다.  


망하지 않으려면 편성 줄일 수밖에

종편사 채널이 황금 시간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종편사들이 지상파와의 프라임타임 시청률 싸움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종편사들의 광고 영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종편사들의 광고 단가는 프라임타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 단가가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라임타임을 형성하지 못한 것은 편성 전략의 실패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종편사들은 기존 케이블TV 채널의 편성보다는 지상파에 준하는 혹은 맞서는 편성을 했다. 지상파 편성을 거의 그대로 도입하거나 약간 시간대를 바꾼 ‘변형 맞배 편성’을 한 것이다. 이는 지상파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흔들어 종편 채널로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JTBC 주철환 편성본부장은 이에 대해 “현재 적용된 지상파의 편성은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감안한 가장 과학적인 편성이라고 보고 이에 준하는 편성을 했다”라고 종편 개국 전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종편사들의 이런 편성 전략은 지상파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함으로써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개국발’이 사라지고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편성 기조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케이블TV가 쓰는 전가의 보도인 ‘재방’ ‘삼방’ 카드를 벌써부터 꺼내든 것이다. TV조선의 한 관계자는 “JTBC 편성이 1주일 만에 흔들렸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재방·삼방을 남발하고 있다. 급한 불을 끄는 게 먼저라고 이해는 하지만 저렇게 하면 편성이 흔들린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종편 시청률이 현재의 시청률인 0.3%(지상파 집계 기준) 내외로 고착되면 어떻게 될까? 혹은 JTBC처럼 0.6%(지상파 집계 기준) 내외를 기록하면 어떻게 될까? 한 종편사 경영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제작비 규모로 0.3%대밖에 기록하지 못하면 1년 안에 망하고, 0.6%대밖에 기록하지 못하면 3년 안에 망한다. 계산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종편 시작 전 한 언론사주가 “신문만 하면 천천히 망하고 방송을 하면 빨리 망한다”라고 한 예언이 들어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현재 종편사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tvN이다. tvN의 평균 시청률은 0.5% 정도인데, 광고로 연간 7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시청률이 비슷한 JTBC도 이 정도의 광고 매출액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제작비다. 보도국이 없고 조직이 슬림한 tvN은 이 정도의 광고 매출액으로도 수지를 맞출 수 있지만 대규모 보도국 인력을 보유하고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제작비율이 높은 JTBC는 1년에 1800억~2000억원 정도를 제작비로 쓴다(채널 설명회 때 이렇게 발표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도 1000억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JTBC가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1.5~2% 정도의 평균 시청률이 필요하다. 그래서 JTBC는 이 수치를 시청률 목표로 삼고 있다.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종편의 미래에 대해서 일주일간의 시청률만 보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시청률로는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다. 한 종편사 간부는 “현재와 같은 시청률이 계속 나온다면 종편은 다 망한다. 망하지 않으려면 편성을 줄인 ‘중편’이 되는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했다.

ⓒ매일경제 제공 12월1일 종편 4사 공동 개국식에 정부 요인들이 두루 참석했다.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MBC·SBS까지 밥그릇 들고 튄다


이글은 시사인 2011-11-24일자 기사 'MBC·SBS까지 밥그릇 들고 튄다'를 퍼왔습니다.
코바코의 광고 독점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뒤 종편은 직접 광고 영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MBC와 SBS도 자사 렙을 만든다고 밝혔다. 미디어렙 법은 교착상태, 중소 방송은 벼랑 끝이다.

11월10일 목요일 오후 1시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앞. CBS·불교방송·원음방송·평화방송 관계자들이 모였다. 천주교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에서 주최한 ‘미디어렙’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잠시 후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한 종교방송사 대표는 “종교방송 4사 대표가 모일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라”라고 지시했다. 다른 종교방송사 관계자가 받은 전화도 같은 내용이었다. 이날 오전 SBS 측이광고대행사 대표들을 초청해 조찬을 가지면서 ‘내년 1월부터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 영업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연락해온 것이다. 이 자리에 있던 다른 종교방송사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SBS가 자사 렙으로 직접 영업을 시작하면 MBC도 따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역방송사와 종교방송은 다 죽는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먼저 일반인에게는 낯선 미디어렙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은 방송사를 대신해 기업에 광고 시간을 팔고 수수료를 받는다. 방송사가 신문사처럼 직접 영업을 할 경우 공영성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보도·제작과 광고를 분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1981년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를 설립해 지상파 방송의 모든 방송광고를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했다. 또 코바코는 연계 판매를 통해 방송광고 재원을 광고 취약 매체인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에 분배해왔다.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팀을 나누고, 각 팀에 중소 방송사를 매칭시켜 방송광고를 연계해 판매해온 것이다.


ⓒ뉴시스 1월20일 ‘한국방송광고공사 창사 3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코바코는 군사독재 정권이 방송 장악 수단으로 도입한 측면이 있다. 광고주들로부터는 ‘연계 판매로 기업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 기능을 해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코바코 체제의 순기능을 평가했다. 방송사와 광고주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결탁을 차단했고, 방송광고 요금 인상을 억제해 물가 수준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한 점 등이 그것이다.


종편 특혜 위해 법안 미룬다는 의혹도

조 소장에 따르면, 코바코는 광고 연계 판매를 통해 지역방송·종교방송 등을 지원함으로써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했다(연계 판매가 전체 지상파 방송광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1%로 2010년 기준 2400여 억원). 또 코바코가 조성한 공익자금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을 건립하고 수많은 예술단체를 진흥하는 데 활용되었다. EBS와 아리랑TV를 지원하고, 공익 프로그램 제작을 돕는 데도 쓰였다.

그런데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코바코의 지상파 광고 독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이 묘해졌다. 당시 방송광고 영업을 하려던 한 회사가 헌법 소원을 제기하자, 헌재는 코바코 독점 체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판결 취지에는 “코바코가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에 안정적 운영 재원을 지원한 것에 대해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김민기 숭실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 같은 헌재 판결 이후 미디어렙 법안이 마련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만 3년이 되도록 미디어렙 법안 도입은 지연되었다(그간 MBC와 SBS는 방통위 권고로 코바코 대행 체제를 유지해왔다). 정당·방송사·신문사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최영묵 교수(성공회대·신문방송학)는 판결 이후 미디어렙 논란을 3라운드로 정리했다. 처음에는 코바코 독점 체제를 해소하는 게 문제였다. 공영과 민영으로 가를 때 MBC가 어디로 갈 것인가가 논점이었다. 최 교수는 “MBC는 기존 코바코보다는 민영 미디어렙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다”라고 말했다. 기존 코바코의 판매 방식 말고 다른 방식을 선택할 경우 더 나은 광고 실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영 미디어렙과 민영 미디어렙 가운데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라(서울 MBC)’는 요구로 표현되었다.



그러다가 ‘조선·중앙·동아·매경(조중동매)’ 종합편성채널(종편)이 허가되면서 미디어렙 논란은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되었다. 종편의 직접 광고 영업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논란이 옮아간 것이다. 일반 PP(방송채널 사용사업자)는 직접 광고 영업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종편은 외형상 자신들이 PP이므로 직접 광고 영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종편은 PP이지만 전 국민의 85%가 가입되어 있는 유료 방송이 의무적으로 전송하는 ‘특혜’를 누리는 데다 지상파와 똑같은 편성을 하기 때문에 ‘조중동매’ 종편의 광고 영업이 의무적으로 미디어렙에 위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일반 PP처럼 종편에 직접 광고 영업을 허용하자는 방침이었다. 이 부분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법안 처리가 미루어졌다. 이런 ‘무방비 상태’가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종편들이 직접 광고 영업에 돌입하는 데 제약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여당이 법안 처리를 유야무야 미루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일었다.

이러던 차에 지난 10월27일 SBS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가 이사회를 열어 미디어크리에이트(자본금 150여 억원 규모)를 자회사로 편입해 방송광고 판매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미디어렙 논란은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SBS 측은 ‘종편 채널이 등장하고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회 입법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MBC가 독자 미디어렙 설립에 나섰다. ‘종편과 SBS가 나선 이상, 서울 MBC도 자사 렙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MBC는 일단 한 발 뒤로 물러난 상태다. 김재철 MBC 사장은 11월7일 임원회의에서 ‘미디어렙 설립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MBC는 언제든지 자사 미디어렙 설립에 나설 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 교수는 “지상파들이 자사 렙을 설치해 광고 영업을 하겠다고 나서면 종편의 독자 영업을 막을 논리가 없어진다. SBS가 논점을 흐리며 나선 것이다”라고 말했다.

11월10일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렙 관련 토론회’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발제를 맡은 김민기 교수는 종편의 등장과 미디어렙 경쟁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신문이 광고를 내면 모든 신문에 광고를 내는 원턴(One-Turn) 현상이 방송광고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광고주가 돈을 내지 않아도 광고가 나오는, 일본말로 ‘뎃뽀(鐵砲)’ 광고 또한 방송시장에 등장할 것이다. 결국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업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광고 영업이 나오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치명타를 입게 되는 곳이 그동안 지상파 프로그램과 연계 판매 방식으로 광고 수익을 배정받아온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사들이다. 한 종교방송사 경영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방송광고료가 35%, 협찬 광고료 등이 25%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전체 매출액의 60%를 광고와 협찬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는 것. 그런데 만일 연계 판매가 안 되는 상황이 온다면 방송광고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나아가 12월에 출범하는 종편들이 기업 협찬을 끌어들이려 할 것이기 때문에 협찬 광고료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안에 미디어렙 법을 만들어 연계 판매를 강제하지 않으면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도 없다. “직접 영업을 하는 게 만만치 않다. 광고대행사가 100개는 되는데, 그럴 인력이 없다. 협찬을 받으려면 대행사와 별개로 기업 홍보실을 다녀야 한다. 비용이 엄청나게 들게 된다.”


ⓒ뉴시스 8월25일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미디어렙 입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역 민방도 타격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9개 지역 민방의 노조 지부장들이 상경해 목동 SBS 사옥 앞에서 삭발 투쟁을 벌인 바 있다. 김대환 언론노조 지역민방노조협의회 의장(강원민방 지부장)은 “지역 민방 매출의 40%가 연계 판매다. 자체 광고 판매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SBS 측이 ‘지역 민방에 최근 3년치 평균 광고 배분율을 5년 동안 보장하겠다’고 얘기했다지만, 여기에는 ‘광고시장에 급격한 환경 변화가 없는 한’이라는 전제가 달려 있었다. 결국 연계 판매를 언제까지 할지는 SBS 뜻에 달렸다는 얘기다.


“종편 광고는 케이블TV에서 빠져나갈 것”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지역방송의 광고 수입은 자체 광고 판매, 연계 판매, 전파료 수입 등으로 구분된다. 전파료 수입은 중앙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지역사들이 릴레이 송출함으로써 시청자가 늘어나고 광고 수익도 늘어나는 대가로 프로그램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다. “이 전파료는 SBS 프로그램 광고료에 비례해 내려오기 때문에 SBS 계열 PP 광고가 늘고 SBS 광고가 줄어든다면 전파료까지 줄어들 수 있다. 또 전파료 배분 비율 자체도 홀딩스 렙이 줄일 수 있다. 결국 지역 민방으로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조준상 소장은 “종편을 빌미로 지상파 두 회사가 또 다른 야욕을 부리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SBS와 MBC의 경우 종편이 등장하면서 광고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이유를 대지만 그 근거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기 코바코 연구위원은 최근 종편 PP 및 보도 전문 PP가 시장에 진입할 때 일어날 파급 효과를 측정한 보고서를 펴냈다. 광고매체 예산을 배분하는 기업 담당자 200여 명 등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종편 등장이 광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산한 결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5년 종편 PP 및 보도 전문 PP로 광고가 이동하는 비율은 케이블TV가 연평균 14.1%, 위성방송·DMB 등 기타 부문이 13.2%였다. 곧 이들 부문에서 광고비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다고 분석된 것이다. 그 다음 옥외 광고(9.1%), 인터넷(7.0%), 지상파TV(5.6%), 라디오(3.7%), 신문 광고(2.0%) 순서였다. 요컨대 매체력이 약하고 광고를 옮겼을 때 부담이 적은 ‘만만한 매체’에서 광고를 줄여 종편 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한나라당과 6인 소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11월 안에 매듭을 짓지 않으면 어렵다는 판단이다. 연말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격돌할 가능성이 크고, 내년 2월에 임시국회를 연다고 하더라도 총선 직전이어서 ‘별무소용 회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 이후 19대 국회가 구성돼 상임위가 구성되면 바로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 미디어렙을 논의할 여유가 없기도 하다. 

현재 민주당 당론은 ‘1공영-1민영-종편 유예 불가’로, 한나라당 당론은 ‘1공영-1민영-종편 3년 유예 뒤 재검토’로 정해져 있다. 여야 모두 ‘1공영-1민영’에 동의한다. 반면 종편과 관련해서는 ‘유예 불가’와 ‘3년 유예 뒤 재검토’가 맞서며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최근 한나라당이 이전에 민주당이 비공식 제안한 ‘종편 승인일로부터 3년 유예’에 동의했다는 말도 나온다. 

거대 방송사나 종편이 직접 광고 영업을 하게 되면 그 피해는 종교 방송이나 지역방송만 입는 것이 아니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무너진 데 따른 최대 피해자는 시청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자사 렙을 만들겠다는 거대 방송사의 웅직임에 시민사회가 극력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