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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1일 토요일

한국 언론 신뢰도 4년째 추락… 44%에 그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10일자 기사 '한국 언론 신뢰도 4년째 추락… 44%에 그쳐'를 퍼왔습니다.
한국의 미디어 신뢰도가 2008년 이후 4년째 떨어져 ‘믿지 못하는 지역’(distrust)으로 분류됐다. 또한 기업,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NGO 신뢰도만 72%로 상승해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9일 초국적 PR기업 에델만의 한국법인 에델만 코리아는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Edelman Trust Barometer)의 한국판 보고서를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디어 신뢰도는 2008년 60%에서 55%, 50%, 50%, 44%로 꾸준히 하향세를 나타냈다.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여론주도층(25~64세)의 미디어 신뢰도는 지난해 49%에서 52%로 조금 올랐지만 한국의 경우 53%에서 45%로 크게 하락했다. 에델만측은 한국을 일본, 말레이시아와 더불어 ‘믿지 못하는 지역’(distrust)으로 분류했다.

특히 여론주도층의 미디어산업 신뢰도는 42%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16%나 떨어진 수치다. 신문 신뢰도 또한 크게 추락해 ‘아주 많이 신뢰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20%에 그쳤다. 지난해에 31%에 비해 11%나 떨어졌다. 미디어의 메시지를 비롯해 미디어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크게 늘고 있는 걸로 풀이된다.

정부 신뢰도 또한 하락폭이 컸다. 여론주도층의 정부 신뢰도는 지난해 50%에서 올해 33%에 불과했다. 18세 이상 일반대중은 31%만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나라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여론주도층 70%, 일반 대중 64%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심각한 붕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주도층의 기업 신뢰도는 31%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 62%, 전 세계평균 53%에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일반 대중의 기업 신뢰도도 30%에 그쳐 전 세계 평균 47%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기업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크게 는 것이다.

‘2012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 반가량 전 세계 25개국 일반 대중 2만5천명, 여론주도층 5600명을 대상으로 20분간의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자세한 결과는 홈페이지(www.edelman.com/trust)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미디어와 정부 그리고 기업에 대해 믿지 못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자료: 에델만 코리아 제공)

박장준 기자

2012년 1월 19일 목요일

"KBS, 중국 공산당 기관지 같아…1년 내 끝장"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18일자 기사 '"KBS, 중국 공산당 기관지 같아…1년 내 끝장"'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최경영 신임 KBS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


▲ 최경영 KBS 기자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발했던 저자 최경영 KBS 기자가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로 돌아왔다.
최경영 기자는 KBS탐사보도팀 소속으로서 여러 차례 기자상을 받는 등 크게 활약했으나 정연주 KBS 사장이 불법적으로 해임됐던 2008년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에서 활동하다 갑자기 '스포츠 중계팀'으로 발령나는 '보복인사'를 당한 바 있다.
2009년 여름, KBS를 휴직하고 미국 미주리대학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다 최근 복귀한 최경영 기자는 현재의 KBS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와 똑같은 모습"이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최경영 기자는 17일 오후 와의 인터뷰에서 "왜 자꾸 우리나라 언론을 미국 언론과 비교하는지 모르겠다. 미국 언론들이 들으면 매우 화낼 일"이라며 "우리나라 언론이 마치 미국이나 언론자유선진국을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생각들을 하는데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비판적인 내용은 (정부 부처가 아닌) 다른 출입처 담당 기자들이 조금씩 보도하고 △정부정책으로 인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조금씩 중심부로 진입하는 행태 등 모든 것이 중국 기관지의 모습과 똑같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상업주의에 물들어서 그렇지 정부 비판 보도는 정말 칼 같이 합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미국판 중국 기관지인 '차이나데일리USA'도 꾸준히 읽었는데, 정말 KBS랑 똑같아요. 물론 차이나데일리USA도 경찰의 전횡, 지방 탐관오리들을 고발하기는 하죠.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앙 정부와 관련 깊은 내용은 전혀 비판하지 못합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 토씨 하나 쉽게 건드리지 못해요. 시민단체나 야권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그제서야 보도하는데, 그것도 (정부 부처가 아닌) 다른 출입처 담당 기자가 야권 발로 조금씩 보도하는 정도죠.
여당이나 대기업처럼 한국의 힘센 권력 집단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회사에서 가장 똑똑한 이들인데, 과연 이들이 잘 몰라서 비판하지 않는 걸까요? 이런 식으로 '기자질'을 하는 나라가 어딨을까요? 중국, 버마, 베트남 언론과 똑같은 모습이에요. 한계가 너무나 명백합니다"
"불법도청,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
최경영 기자는 미국 언론의 실제 사례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미국의 공영방송 NPR은 전체 예산 가운데 20%를 연방정부로부터 받는데, 2011년 초 NPR을 '민주당 성향'이라고 비판하는 공화당이 20%의 예산마저 삭감하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민주당이 방어해 줘서 기존의 예산을 그대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됐죠.
그즈음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지출 대폭 삭감과 관련해 '미국 역사상 최대의 예산 삭감이다' '이러면 정부 일 못한다'고 말했었는데, 그때 NPR의 보도는 어땠을까요? NPR 앵커가 백악관 출입 기자와 연결해서 처음 한 질문이 뭐였는지 아세요? '오바마 대통령은 역사상 최대 삭감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가?' 였어요. 이에 대한 백악관 출입기자의 대답은 '아니다. 요율로 따지면 이런 일이 역사상 3번 정도 있었다' 였구요. '검증'이 우선인 거죠.
이건 미국에서 이례적인 일도 아니에요. 만약 우리 같았으면 앵커가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대통령이 뭐라고 했느냐?' '대통령 발언의 의의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을 겁니다."
최 기자는 이 사례를 설명하며, "미국 언론의 제1기능이 '검증'인데 비해 우리 언론의 제1기능은 '정부정책 선전'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위의 사례는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민주당이 KBS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 경선 중계방송을 갑자기 취소해 버린 KBS의 행태와 매우 대조돼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사회비판 프로그램 폐지, 탐사보도팀 해체, 블랙리스트 논란, 대통령 주례연설, G20 정상회의 등 관제 홍보, 내곡동 사저 침묵 등 각종 편파 논란, 추적60분 4대강편 2주 불방, 백선엽 이승만 다큐, 그리고 불법도청 의혹까지….
최경영 기자가 자리를 비웠던 사이 KBS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불명예스러운 일들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최경영 기자는 "2008년 8월 정연주 사장을 강제로 몰아낼 당시부터 다 예상됐던 일들"이라며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중요한 아이템, 윗선이 막으면 전면전 벌일 것"
특히, 공영방송사 기자가 자사 이익을 위해 제1야당 회의를 불법도청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던 것에 대해서는 "경영, 편집이 분리되지 않은 현재의 KBS 구조에서는 언젠가 벌어질 문제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치부 기자들이 대외 협력국으로 발령 나고, 대외협력부장이 다시 정치부장으로 돌아오는 현재의 인사 구조에서는 언젠가 터질 문제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불법 도청 의혹이 제기될 때 KBS 정치부장을 맡았던 이강덕 부장은 정치부장 직전 대외협력부장으로 활동했었다. 대외협력부장으로서 KBS의 최대 현안인 수신료 인상을 위해 발 벗고 뛰었을 이가 어느날 갑자기 정치부장이 되면, KBS의 정치보도가 어느 곳을 향할지는 상식적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정치부장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대외협력부장으로 가고, 대외협력부장이 다시 정치부장을 하는 게 말이 되나요? 왜 사장 비서실에 기자가 가있는 것일까요? 왜 기자들이 수신료 인상 걱정을 해야 할까요?
국회에서 술상무를 하는 기자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제대로 보도할 수 있을까요? 말 그대로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는 거죠. 미국처럼 상업방송이 판치는 곳에서도 이런 식의 인사 발령은 내지 않아요."
최경영 기자는 "만약 어떤 은행에서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서로 아무런 장벽도 없이 수시로 통화하면서 주가 폭락시키고 이득을 취한 사실을 KBS 경제부가 알게 된다면 당연히 '부도덕한 모습'이라고 보도하지 않겠느냐. 그런데 정작 KBS는 어떤가"고 물으며 "금융기관의 부서 사이에 쳐놓은 방화벽보다 언론사의 경영 편집 방화벽이 더 못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추위 간사 활동을 시작할 최경영 기자는 "매일 시민들에게 '미안하다' '부끄럽다'고만 하는 것도 좀 아니지 않느냐. 일이 다 벌어진 다음에 '사후 규탄'만 하고 싶지는 않다"며 "만약 중요한 아이템을 윗선에서 막아서 보도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전면전을 벌여서라도 보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복귀 직후 트위터(@kyung0)를 통해 KBS를 비롯한 한국 언론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최 기자는 "앞으로 1년 안에 끝장을 볼 것"이라고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현실의 좌절과 의지적 희망 사이의 공영방송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18일자 기사 '현실의 좌절과 의지적 희망 사이의 공영방송'을 퍼왔습니다.
[원용진의 미디어 이야기]NHK와 한국의 공영방송

▲ 쇼리키 마츠타로(大力松太郞)쇼리키 마츠타로(大力松太郞). ‘국민타자’ 이승엽이 열심히 활동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구단주였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일찍이 일본 경찰에서 일했던 그는 관동지진 때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킨다고 소문을 냈던 사람이기도 하다. 요미우리 신문을 사들였고, 일본 최초로 민영방송 사업권을 따내 니혼테레비(닛테레)을 만들기도 했다. 유도광이기도 한 그는 세계 최고라는 의미로 유도 10단의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일본에 원자력 발전을 들이는 선전을 펴 일본에선 원자력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이래 저래 그는 일본의 ‘아버지’ 였던 셈이다.


NHK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책을 적던 차에 그를 만나게 되었다. 경찰을 그만두고 요미우리 신문을 사들였을 때 그는 라디오 방송사업도 시도를 한다. 일본의 방송이 주식회사 형식이었던 민영방송으로 출발할 여지도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일본 군국주의 정부는 방송을 선전에 활용할 요량으로 라디오 방송 성격을 사단법인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당시까지 존재하던 동경, 오사카, 나고야 방송을 합쳐 일본방송협회를 만든다. 그게 바로 NHK의 시작이다.


쇼리키는 사업수단이 대단했다. 군소신문에 지나지 않던 요미우리를 일본 최대 일간지로 만들었고, 그에 힘을 보태 닛테레 방송사로 일본의 여론을 주도해간다. 그리고 그는 늘 일본이 세계 최고이고 최대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닛테레 방송 퀴즈 프로그램에서 세계 최대의 신문사는 어딘가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당시로선 다른 신문사였고, 정답을 맞춘 출연자는 계속 문제를 풀어갔다. 그 때 쇼리키가 방송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정답은 ‘요미우리신문’이라며 항의했고, 프로그램에서 정답이 취소되고 그가 정답이 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유도 10단도 그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별스런 일은 아닌 듯 하다. 그의 이름에 이미 클 ‘대’가 들어있음도 그렇다.


일본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이뤄져 있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다. 일본은 이를 계열화라고 부른다. 신문과 방송은 계열화되어 있는 것이 일본 언론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독점화다. 사실상 계열화되어 있는 언론사 외에는 신문, 방송 시장에서 발을 붙이기가 힘들다.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티, 산케이가 신문시장 뿐 아니라 방송시장까지 다 먹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언론사가 갖는 힘이란 얼마만큼 될까? 1955년부터 1993년까지 38년간의 자민당 일당 독재를 55년 체제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이른바 포스트-55년체제다. 일본 언론은 그 기간 동안 일본 정치시스템의 안정화에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정치체제를 이끄는 역할을 했다. 일본 내부에서야 아사히가 진보적이고, 마이니치가 중립적이며 요미우리가 보수적이며 산케이가 극우적이라 말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패전 후 잠깐 NHK에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진보의 바람이 불었지만 미군정과 일본 정치 세력에 의해 좌절되고 만다. 그 이후에는 자민당 일당 독재에 맞춘 - 55년체제에 순응하는 -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일본 보수 정치 세력이 NHK를 순치했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일본 정치계와 공생을 거듭해온 여론 형성자인 일본의 신문 언론의 견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민영방송을 가진 일본의 신문들은 엄격한 의미에서 NHK를 사업적 목적으로 감시했다. 민방의 이익에 침해되는 일이라면 NHK는 어떤 일도 하지 못하도록 견제를 받는다. 일본의 55년 체제 동안 누렸던 경제성장 덕에 일본의 시민사회도 정치와 신문 언론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시민사회와 함께 일본의 노동운동도 깨져 있었다. NHK가 영국의 BBC를 늘 입에 올리지만 어느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NHK의 보수화는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쇼리키 마츠타로가 늘 일등을 하길 원했던 것처럼 NHK도 세계 최대 공영방송의 규모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쇼리키의 신화가 일본 원자력 발전처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부진처럼, 일본 경제의 하락처럼, 일본 유도의 하락처럼 무너지고 있다. 그 틈새를 비집고 전에 없던 진보의 목소리가 살아나고, 시민사회가 활성화될지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NHK의 새로운 모습, 정치계와 맞짱 뜨고, 신문언론을 견제하고 새로운 일본을 내걸고 변신할 지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너무 오랫동안 동면을 해왔기에 그런 기운 조차 남아 있는 지도 알 길이 없다.


공영방송은 모습은 방송계 내부 사정만으로는 갖춰지지 않는다. 그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일본처럼 지나치게 오랫동안 일당 독재 안에서 안주하다 보니 새로운 변신이 잘 점쳐지지 않는 것이 그 적확한 예 아닐까? 한국의 공영방송이 죽을 쑤고 있지만 그래도 곧 그들이 제대로 정신을 차릴 것이며 새로운 모습을 갖출 거라 기대하고 희망하는 이유는 시민사회가 살아 있고, 노동운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공영방송 이 구석 저 구석을 들여다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고 희망을 걸 실마리 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론적이고 데이터 적으로 좌절하면서도 의지적으로는 희망도 가지려 한다. 아직 공영방송을 바라보며 씩씩대며 ‘혼 좀 나야겠어’를 외치는 시민들이 많고, 구석방에 앉아서나마 손톱을 물어 뜯으며 자신을 탄식하는 방송인들이 일본 보다는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아직도 여러 분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쇼리키의 그림자가 일본의 NHK에는 아른거리고 있지만 우리 공영방송은 아직 거기까지 발을 담그지 않지 않았나. 혹 나의 섣부른 착각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착각까지 없다면 방송을 학교에서 가르치면서 희망을 전하지 못하는 서푼짜리 이론가로만 머물지 않을까. 오늘 트윗터 상에서 떠도는 공영방송에 대한 이러저러한 사건들 - 삼보일퍽, 언론노조 기자회견, 김용진 기자의 출간 소식, MBC의 기자 결의, KBS 새노조 출범 소식 -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2년 1월 15일 일요일

'우리민족끼리' 팔로워 1만명 다 처벌할 수 있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3일자 기사 ''우리민족끼리' 팔로워 1만명 다 처벌할 수 있나'를 퍼왔습니다.
리트윗만 해도 구속? 유죄 입증 어려운 거 알면서 위축효과 노렸을 수도

스트라이샌드 효과라는 것이 있다. 2003년 미국의 사진 사이트인 픽토피아닷컴이 캘리포니아 해안의 사진 1만2000점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미국의 인기가수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이 찍히면서 사생활 침해라며 해당 회사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소송에 대해 미디어와 대중이 관심을 보이면서 오히려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이 찍힌 사진를 보기 위한 접속이 폭주해 검색 결과 순위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란 어떤 사실을 밝히기 싫은 쪽이 대응할 때 발생하는 딜레마를 가리킨다.

박정근씨 구속 사건도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수사 당국은 박씨가 지속적으로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에 리트윗했다는 이유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을 시켰다. 그런데 오히려 박씨의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정근씨 구속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 높아져
트윗에서는 '박정근'으로 검색을 하면 이번 박씨의 구속이 비상식적인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임을 들어 수사당국에 대한 조롱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박씨 석방운동을 펼치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글도 숱하게 올라오고 있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는 "리준희 조선중앙통신 아나운서 뉴스 그대로 국민에게 전파한 방송3사 보도국장도 곧 잡혀가겠네요"라고 꼬집었고, 아이디 '로맨스울프'는 "오늘은 박정근의 구속이지만 내일은 트윗을 쓰는 전국민의 구속이다. 박정근을 석방하라"고 썼다. 이송희일씨는 "SNS 역사가 시작된 이래 리트윗 때문에 구속된 이는 아마 박정근씨가 세계 최초일 거예요. 한국이란 사회는 말이죠 리트윗을 하면 잡아가는 곳이죠"라고 비꼬았다.
이미 사문화된 줄 알았고, 일부 운동권 사람들에게 적용이 됐던 국가보안법이었는데 옆에서 트윗글을 잘못하면 잡혀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씨도 이번 법정싸움을 국가보안법 폐지 쪽에 무게를 두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현재 검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멘션글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박씨는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리트윗하고 멘션을 보낼 때 장난식으로 북한을 조롱하는 내용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박씨의 트윗글 중 하나를 보면 자주민보를 인용해 "최고 영도자에 오른 후 첫 현지지도를 105 땅크 부대로 정한 김정은 대장, 북에서는 이 부대를 통일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소위 인터넷 용어로 '포스 작렬'이다"라고 쓰는 식이다.
검찰의 논리를 깨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상 북을 찬양하거나 국가를 위태롭게 할 '목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박씨는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박씨가 이번 사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보안법 자체의 폐지를 위한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에 리트윗했다고 구속된 박정근씨.

박씨는 지난해 12월 미디어오늘과 만난 자리에서도 "SNS를 검열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법에 따라 음란물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글을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이 잘못됐다면 그 부분을 고치고 검열을 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이 제대로된 순서"라면서 자신의 사건을 활용해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알리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SNS상 표현물이 선거법 위반으로 법적 처벌이 이뤄진 경우도 있었지만 첫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도 박씨의 사건은 간단치 않다.

법적 처벌 가능하나?
수사 당국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시킨 것은 향후 정치적 표현이 활발한 SNS의 입을 묶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지혜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국보법이 적용돼 박씨가 최종 법적 처벌을 받게되면 새로운 매체인 SNS상의 표현물에 대해 규제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판례가 만들어지면 규제할 수 있는 단초가 생기는 것이다. 박씨 사건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본보기 효과가 있어 누리꾼들이 위축되거나 반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사당국이 스스로 최종 법적 처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충분히 위축효과를 누렸다는 분석도 있다. 워낙 비상식적인 법 적용이어서 법리 공방에 들어가면 법적 처벌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기도 하다.
검찰은 박씨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법정에서 어느정도의 리트윗과 멘션을 보내는 행위가 법 위반인지, 표현의 수위는 어느 정도 선에서 법 위반인지 등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이적 표현물을 가지고 있거나 인터넷상이라도 북한 원전이 실릴 경우 증거 형태로 보전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처벌이 가능하지만 트윗의 글은 140자 단문에 쪽지의 행태로 주의 주장을 담기 힘들고, 자신의 트윗을 삭제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도 힘들다.
수사당국의 범죄 사실 요지에서도 이번 박씨 사건과 관련한 국가보안법 위반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지가 드러난다. 경찰은 "북한 조평통에서 체제 선전,선동을 위하여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사이트, 트위터, 유튜브 등에 접속이적표현물 384건을 취득,반포하고, 북한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글 200건을 작성 팔로워들에게 반포"했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의 논리라면 이적표현물인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의 트윗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고, 13일 기준으로 우리민족끼리를 팔로워하고 있는 1만1312명은 이적표현물을 취득한 범법자가 된다. 
윤지혜 국장은 "우리민족끼리 계정에 팔로워한 사람은 잠정적인 위법 행위로 국가보안법 위반자일 수 있다"면서 "이번 박씨의 국가보안법 적용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박씨를 본보기 삼아서 훈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교련 시간에 떠드는 학생을 불러서 본보기로 혼내면 조용하는 것처럼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우니 실정법으로 한 사람을 처벌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MBN 종편, 시청률 반토막난 사연


이글은 시사인 2011-12-19일자 기사 'MBN 종편, 시청률 반토막난 사연'을 퍼왔습니다.
종편 4사의 초반 판세를 분석했더니 중앙일보 계열사인 JTBC가 가장 앞섰다. 예능·드라마 분야에서 채널A를 멀리 따돌렸다. 시사·경제 분야에선 TV조선이 예상 외로 MBN을 추월했다.

종편 생존 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종편 개국 전 마지막까지 개국 시점을 놓고 샅바싸움이 벌어졌다. JTBC가 12월1일 개국을 밀어붙이자 TV조선 측과 채널A 측에서 필사적으로 말렸다. 개국 준비가 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JTBC 측이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1980년 11월30일 정파된 TBC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12월1일 개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속내도 있었다. 다른 종편사 채널과 출발 단계에서부터 차별화해서 종편과 경쟁하는 채널이 아닌 지상파와 경쟁하는 채널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종편 4사 중 JTBC가 가장 앞서기는 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JTBC는 다른 종편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드라마를 중심으로 프라임타임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압도적인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등의 드라마를 선보였지만 시청률은 1%를 넘는 정도였다. 지상파 드라마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앞부분을 보지 않으면 중간에 시청자가 유입되지 않는 드라마 특성상 특별한 이슈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JTBC가 반등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으리라 보인다. 


ⓒ뉴시스 종편 4사의 초반 판세는 JTBC과 TV조선이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종편사 중에서 가장 빨리 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동아일보의 채널A에 대해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프로그램이 잘 나왔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시청률이다. 채널A는 JTBC 수준의 편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절반밖에 나오지 않았다. 타 종편사의 한 간부는 “채널A는 애매한 방송이다. 구색도 갖췄고 프로그램도 괜찮은 편인데 시청률이 안 나온다. 편성 전략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헤맬 것 같다”라고 평했다. 

종편 관계자들은 JTBC와 채널A가 각축하고 TV조선과 MBN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능과 드라마에 기반한 종편 모형이라는 점에서 JTBC와 채널A가 비슷하고 뉴스와 시사·경제 프로그램에 기반한 종편 모형이라는 점에서 TV조선과 MBN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채널끼리 준결승전을 치르면서 종편 최종 승자가 결정되리라 보인다. 

준결승전의 초반 판세는 예능·드라마 모형에서는 JTBC가 채널A에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채널A는 JTBC와 비슷한 편성을 하고도 시청률은 절반밖에 나오지 않았다. 

뉴스와 시사·경제 모형에서는 TV조선이 MBN을 빨리 따라잡았다고 평가된다. 10년 이상 케이블 채널을 운영했던 MBN을 TV조선이 단숨에 추격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충성도 높은 신문 독자가 꼽힌다. 사실 TV조선은 가장 준비되지 않은 종편이었다. 이는 시청률 상위 10위 프로그램 중 2편이 영화( )였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급한 대체 편성이 많았다. JTBC의 한 관계자는 TV조선에 대해 “이건 종편이 아니다. 그냥 프로그램 중간 유통업자일 뿐이다”라고 폄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JTBC와 채널A가 90% 정도 패를 보여준 상황인 데 비해 TV조선은 70% 정도밖에 패를 꺼내지 않은 상황이라는 반론도 있다. 더욱이 TV조선은 처음부터 2등 전략이었다. 1등(JTBC)의 행보를 보고 단계적으로 추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단 2등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로 인해 내분이 일기도 했다. ‘중앙 종편에 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내부 보고서가 작성되기도 했다. TV조선 윤석암 편성실장은 “단계적인 편성 전략을 쓸 예정이다. 시청률이 저조할 때 카드를 함부로 쓰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기반을 다지고 서서히 추격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JTBC 측에서는 TV조선이 드라마를 정규 편성하면 만만치 않은 적수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MBN, 기존 시청자를 버렸다

지난 17년 동안 케이블TV 채널을 운영했기 때문에 종편사 중에서 가장 알찬 장사를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MBN은 현재 종편사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손해를 보았다. 11월까지 평균 시청률이 0.5% 정도로 케이블 채널 중에서 상위권이었던 MBN은 종편 개국 후 시청률이 0.3%대로 떨어져 반토막났다. 

MBN의 실패는 특화된 시청자 층을 겨냥하는 케이블TV 편성 전략을 버리고 무리하게 전체 시청자를 겨냥하는 편성을 했다가 기존 시청자도 잃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8월 수해 보도 이후 경쟁사인 YTN을 제치기까지 했던 MBN의 시청률이 하락한 것에 대해 한 MBN 기자는 “MBN은 경제뉴스라는 특화된 강점이 있었다. 돈 때문에 이 채널을 보던 사람들이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을 정신이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1991년 SBS는 6개월 이상의 시험 방송을 거쳐 개국했다. 당시에는 케이블TV가 없어서 대안도 없었다. SBS가 를 통해 KBS, MB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상파 방송사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종편사 채널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종편 일주일 성적표 들여다보니


이글은 시사인 2011-12-19일자 기사 '종편 일주일 성적표 들여다보니'를 퍼왔습니다.
지상파의 독점 구도를 깨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종편이 첫 주 시청률0.3%, 군소 케이블TV로 전락했다. 유리하게 산정된 수치가 그 정도다. 지상파를 따라한 편성도 발목을 잡았다. 광고비 하락이 불가피하다.

부모가 과목별로 족집게 과외도 시켜주고 공부 잘하는 친구 옆에 앉아서 커닝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시험지도 유출해 주었는데 성적은 밑바닥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지진아? 12월1일 개국한 조·중·동 종편이 이런 의심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KBS1, EBS에나 적용돼 왔던 의무 재송신 채널에 포함되면서 황금채널(15~19번)을 배정받는 등 온갖 혜택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종편 시청률은 선동렬 방어율보다 낮게 나왔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12월1~7일 개국 1주일 동안의 종편 평균 시청률은 0.3%(JTBC 0.573%, MBN 0.336%, 채널A 0.329%, TV조선 0.315%(전국가구, 지상파 집계 기준)) 내외로, 지상파 평균 시청률인 5~7%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tvN이나 OCN과 같은 기존 케이블TV 채널(0.5% 내외)보다도 낮았고 YTN이나 EBS(1% 내외)에는 훨씬 못 미쳤다. 그나마 전반적인 시청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개국발’이 떨어지면서 시청률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종편 4사가 12월1일 개국했지만 시청률은 일반 케이블TV 시청률 정도다. 지상파 수준의 제작비를 쓰는 것을 감안하면 시청률이 미미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가 조사한 지난 12월1∼6일 시청률 역시 모두 0.5%를 밑돌았다. JTBC 0.43%, TV조선 0.39%, MBN 0.35%, 채널A 0.3%였다. 심지어 시청률 0%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전국 가구, 06시~25시). 12월5일 MBN이 새벽 1시59분에 방송한 (교통안전 리얼여행 드라이빙노트)는 시청률 0.000%(AGB닐슨)였다. 

케이블TV에서 일하다 종편사로 옮긴 한 편성 관계자는 “종편으로 옮긴 지상파 출신 간부나 일선 PD 중 몇몇은 시청률에 쇼크사할지도 모른다.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까지 표시된 시청률을 들여다보면서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시청률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자 종편사들은 태도를 바꾸었다. 종편사들은 개국 전까지 자신들의 경쟁자는 기존 케이블TV가 아니라 지상파 채널이라고 공헌했다. 지상파 수준의 제작비, 혹은 그 이상을 들여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며 광고주들에게 지상파 70% 수준의 광고비를 요구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즉 시청률이 형편없이 나오면서 이제 모든 기준은 다른 케이블TV 채널이 되었다. ‘케이블TV치고는’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기 시작했다. 12월5일 (중앙일보)는 “평균 시청률이 0.3∼0.4%인 케이블 방송에서 시청률 1%를 넘으면 ‘성공’, 2%를 넘기면 ‘대박’으로 인정받는다”라고 보도했다. 지상파의 독점을 깨겠다는 ‘대망’에서 물러나 케이블TV ‘골목대장’을 자처한 것이다. 



3~4가구에 시청률 판도 바뀌어

도토리 키재기 식 경쟁을 하고 있는 종편사들은 시청률 0.1%를 놓고도 다투는 중이다. 그런데 시청률 조사를 하는 AGB닐슨과 TNmS의 시청률 조사 표본은 각각 3130가구와 3000가구이다. 시청률 0.3%라면 3000여 가구 중 평균 10가구 정도가 종편 중 한 곳을 시청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TV조선의 한 편성 관계자는 “사실상 무의미한 시청률이다. 3~4가구가 종편사 채널을 틀어놓고 잠이라도 자면 시청률 판도가 바뀐다”라고 말했다.  

시청률이 형편없게 나오자 종편사들은 희한한 분석 방법을 동원해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12월3일자 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개국 첫 뉴스 시청률이 유료 방송 가입가구 기준 1.06%라는 것은 의미 있는 수치’라며 ‘지상파 시청률로 환산하면 13∼14%로 추산된다’라고 보도했다. 기사에 언급된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케이블TV와 지상파는 환경과 시청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기자가 오버했다”라고 일축했다. 

여기서 종편사 시청률과 관련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AGB닐슨과 TNmS 등 시청률 집계기관이 시청률이 실제보다 ‘과다 계상’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케이블TV 시청률은 24시간 기준으로 산정된다. 그런데 지상파 시청률은 06~11시, 17~24시(휴일 06~25시)의 시청률만 산정된다. AGB닐슨의 경우, 종편사들도 지상파 시청률 기준을 적용받음으로써 0~06시, 11~17시 사이의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는 시청률 집계에서 빠진다. 이렇게 되면 시청률이 다른 케이블TV 채널보다 높게 계산되는데, 이 차이는 대략 25%에 이른다. 그러므로 종편사 채널 시청률과 기존 케이블TV 시청률을 비교하려면 종편사 시청률에서 20~30% 정도를 빼는 것이 합리적이다(TNmS는 06시~25시로 적용). 

이렇게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이에서 ‘박쥐 행각’을 벌이는 종편사를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것은 종편사에게 중요한 지점이다. 종편 채널을 지상파에 준하는 방송사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신생 케이블TV로 받아들이느냐는 종편사 성공의 열쇠다. 전자일 경우 광고영업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종편사는 자신들이 지상파를 대체할 글로벌 미디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후자였다. 이것은 시청자들의 시청행태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GB닐슨의 시청률 자료를 보면 시청자들의 시청 총량에서 지상파 채널은 11월 한 달 평균 19.253%를 기록하던 것이 종편 개국 후 1주일 평균 19.024%로 약 0.230% 감소했다. 반면 케이블TV 채널은 11월 한 달 평균 13.404%를 기록하던 것이 종편 개국 후 1주일 평균 12.857%를 기록해 약 0.550% 감소했다. 이 기간에 종편은 1.3%를 기록했다. 

이 자료를 통해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종편사들의 전체 시청량은 지상파 전체 시청량의 7%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과 지상파 시청률 감소보다 케이블 채널 시청률 감소가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편 채널이 지상파 대비 7% 정도의 광고 효과밖에 내지 못한다는 것과 시청자들의 지상파 우선 시청 패턴을 바꾸지 못하고 기존 케이블TV 시청자를 끌고 온 것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종편을 보는 시청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AGB닐슨의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면 종편의 시청자는 연령대가 높았다. 남자는 60대 이상이 주로 시청했고 여성 역시 40~60대로 중장년 연령층이었다. 연령층은 특히 TV조선이 높아서 남녀 모두 60대 이상이 주로 시청했다. 이렇게 특정 계층 중심으로 시청자 층이 형성된 것을 보면 종편은 지상파 채널처럼 종합 채널이 아니라 다른 케이블TV 채널처럼 타깃 시청자 층을 가지고 있는 채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편사 채널의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면 또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특별히 황금 시간대가 형성되지 않고 시간대별 시청률 패턴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종편 시청률은 오전에는 조금 낮은 편이고 오후부터 증가하는데, 이때부터 늦은 밤까지 시청률 차이가 나지 않고 거의 일정하다. 단, 종편 중에는 유일하게 JTBC가 시트콤 방영 시간과 드라마 방영 시간대를 중심으로 프라임타임을 형성하고 있었다.  


망하지 않으려면 편성 줄일 수밖에

종편사 채널이 황금 시간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종편사들이 지상파와의 프라임타임 시청률 싸움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종편사들의 광고 영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종편사들의 광고 단가는 프라임타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 단가가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라임타임을 형성하지 못한 것은 편성 전략의 실패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종편사들은 기존 케이블TV 채널의 편성보다는 지상파에 준하는 혹은 맞서는 편성을 했다. 지상파 편성을 거의 그대로 도입하거나 약간 시간대를 바꾼 ‘변형 맞배 편성’을 한 것이다. 이는 지상파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흔들어 종편 채널로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JTBC 주철환 편성본부장은 이에 대해 “현재 적용된 지상파의 편성은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감안한 가장 과학적인 편성이라고 보고 이에 준하는 편성을 했다”라고 종편 개국 전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종편사들의 이런 편성 전략은 지상파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함으로써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개국발’이 사라지고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편성 기조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케이블TV가 쓰는 전가의 보도인 ‘재방’ ‘삼방’ 카드를 벌써부터 꺼내든 것이다. TV조선의 한 관계자는 “JTBC 편성이 1주일 만에 흔들렸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재방·삼방을 남발하고 있다. 급한 불을 끄는 게 먼저라고 이해는 하지만 저렇게 하면 편성이 흔들린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종편 시청률이 현재의 시청률인 0.3%(지상파 집계 기준) 내외로 고착되면 어떻게 될까? 혹은 JTBC처럼 0.6%(지상파 집계 기준) 내외를 기록하면 어떻게 될까? 한 종편사 경영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제작비 규모로 0.3%대밖에 기록하지 못하면 1년 안에 망하고, 0.6%대밖에 기록하지 못하면 3년 안에 망한다. 계산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종편 시작 전 한 언론사주가 “신문만 하면 천천히 망하고 방송을 하면 빨리 망한다”라고 한 예언이 들어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현재 종편사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tvN이다. tvN의 평균 시청률은 0.5% 정도인데, 광고로 연간 7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시청률이 비슷한 JTBC도 이 정도의 광고 매출액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제작비다. 보도국이 없고 조직이 슬림한 tvN은 이 정도의 광고 매출액으로도 수지를 맞출 수 있지만 대규모 보도국 인력을 보유하고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제작비율이 높은 JTBC는 1년에 1800억~2000억원 정도를 제작비로 쓴다(채널 설명회 때 이렇게 발표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도 1000억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JTBC가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1.5~2% 정도의 평균 시청률이 필요하다. 그래서 JTBC는 이 수치를 시청률 목표로 삼고 있다.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종편의 미래에 대해서 일주일간의 시청률만 보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시청률로는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다. 한 종편사 간부는 “현재와 같은 시청률이 계속 나온다면 종편은 다 망한다. 망하지 않으려면 편성을 줄인 ‘중편’이 되는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했다.

ⓒ매일경제 제공 12월1일 종편 4사 공동 개국식에 정부 요인들이 두루 참석했다.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인순이 딸 뉴스를 모든 국민이 다 봐야 할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12일자 기사 '인순이 딸 뉴스를 모든 국민이 다 봐야 할까'를 퍼왔습니다.
[미디어창] 반저널리즘적 행위… 최시중 광고 압박 기사는 왜 찾아볼 수 없나

국내 대부분 주요 매체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인순이 딸미국 명문 스탠포드 입학’ 기사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최시중 방통위원장 대기업 광고 책임자에게 광고 증액 요구‘ 기사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미디어 소비자들은 보편적으로 ‘인순이...’ 뉴스를 검색해도 ‘최시중...’ 뉴스는 쳐다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조중동에는 ‘최시중’ 뉴스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한두 신문만 편식하는 미디어 소비자들은 그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인터넷을 뒤져서 제목을 보더라도 어느 쪽이 더 흥미로울까를 생각하면 역시 ‘최시중...’뉴스가 밀립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뉴스소비는 현명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특정 매체들이 입맛대로 골라주는 것만 보게 되면 판단력도 흐려지고 균형잡힌 정보획득에 실패하게 됩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뉴스는 정보적 가치의 유무를 판단해야 합니다. ‘인순이  딸...’ 뉴스는 보지않아도 됩니다. 정보적으로 별 가치가 없기때문입니다. 요즘 미국 명문대학교 한국학생들 많이 가는 편이고 많이 중도탈락하기도 합니다. 합격을 축하해줄 정도이지 뉴스감이 될만한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동아일보 12월12일자 31면.

중앙일보 12월12일자 32면.

'최시중...’ 뉴스는 정보적 가치가 높습니다. 우선 종편에 대해 대기업이 광고 지출을 높이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 즉 우리들에게 전가됩니다. 인순이 아들의 유학비는 인순이가 걱정하면 되지만, 최시중의 종편 광고 걱정은 바로 시청자들의 주머니를 털게 되기때문입니다.

두 번째, 뉴스의 접근성입니다. 한마디로 ‘인순이...’ 기사는 남의 이야기입니다. 남의 이야기는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입니다. 그냥 재미로 봤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됩니다. 그러나 최시중의 이야기는 절대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내 주머니 사정’과 직결되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런가요.

최 위원장은 정치적 판단으로 한국의 방송시장 및 방송광고 시장의 여건을 무시하고, 한꺼번에 4 개의 종합편성 채널을 선물 주 듯 안겨줬습니다. 언론학자들 가운데는 종편을 신문사에 줘서는 안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줘도 된다는 일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4개에 대해서는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것 자체가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산업논리, 미디어 업계의 논리가 정치논리에 압도되면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었습니다. 최 위원장이 지난주에 출범한 종편에 대해 황급하게 대기업 광고 임원들을 불러 ‘종편이라 언급하지 않고’ 광고 증액을 요구하며, 광고를 산업의 관점에서 보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지막으로 뉴스의 교육적 영향력입니다.

미디어가 앞장 서서 일류를 조장하는 것은 한국사회를 실력보다는 일류대 졸업장 문화를 고착화시키는 결과가 됩니다. 그가 어느 대학 들어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특정 대학 법대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했다고 대문짝만하게 보도한 당사자가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로 전락하여 우리사회 짐이 되는 시대입니다. 미디어가 능력보다껍데기를 중시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입니다.

저는 국가의 정책이 잘 정착되도록 돕고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대안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또한 과정, 과정을 거치면서 보여준 정치적 집념과 정치적 판단의 결과물, 종편은 결국 미디어 소비자들, 국민 개개인의 주머니를 털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한국의 세계적 미디어 그룹의 탄생을 설혹 가져온다하더라도 다수의 희생으로 일부 언론재벌 배불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국가의 방송통신정책 최고 책임자가 특정 기업 광고 책임자들을 불러 광고비 지출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업계에 대한 압력이나 부당한 개입,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런 사항을 알면서도 굳이 이런 모임을 갖는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는 신호가 아닐까요.

다시 KBS 수신료 인상이나 의약품 등 방송광고금지품목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특정 언론사, 특정 권력집단의 이익을 위해서인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는 언론사들이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보도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입니다. ‘국민이 몰라도 될 정보’를 보도하는 것은 친절이 아니라 국민의 시간과 관심을 뺏는 반저널리즘적 행위입니다.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사설]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30일자 사설 '[사설]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되다'를 퍼왔습니다.
조선·중앙·동아·매경의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오늘 합동 축하쇼를 열고 일제히 개국한다. 온갖 특혜와 반칙을 통해 태어난 보수언론의 종편사들이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키는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이는 언론의 위기이자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음을 의미한다.
종편 4사의 개국은 단순히 방송채널이 몇 개 늘어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언론시장에서 보수 정치권력과 족벌언론이 동맹을 구축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공세에 나섰음을 뜻한다. 그 동맹의 지향점이 여론 장악을 통한 1% 수구 기득권층의 자기이익 보호와 보수정권 재창출에 있음은 여권과 종편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서 명료하게 드러난다.
유례를 찾기 힘든 특혜 ‘괴물방송’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2009년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한 데 이어, 시청자 수요와 광고시장의 여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지난해 말 종편 4개사를 허가했다. 그리고 최시중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총대를 메고 온갖 꼼수를 동원해 특혜를 제공했다. 종편 콘텐츠의 의무 재전송을 비롯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스오)에 대한 황금채널 배정 압박, 광고 직거래 허용, 중간광고 허용, 제작·편성 비율 완화 등 특혜를 다 열거하기조차 어렵다.이를 통해 케이블로 방영되면서도 지상파 이상의 특혜를 누리는,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괴물방송’이 등장했다.
종편시대를 열어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2007년 대선에서 권력 창출의 사실상 파트너였던 보수 족벌언론과의 유착을 강화하고 보수 일색의 여론시장을 형성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보수권력을 창출해내려는 것이다. 미디어시장의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방송 진출을 추진해온 조·중·동 등 족벌언론들은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신문·방송 겸영 금지 해제를 내건 이명박 정부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그 대가로 종편을 허가받은 뒤엔 국회의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입법 논의를 무시하고 직접 영업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시청률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많게는 지상파 광고의 70%를 요구하는 조폭적 영업을 자행하고 있다.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기획 프로그램의 제작을 약속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방송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미디어로서의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뒷전으로 내팽개친 지 오래다.
종편이 활개치는 시대의 우리 사회 모습은 암울한 잿빛일 수밖에 없다. 종편은 이미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조·중·동과 함께 광고시장의 포식자로 군림할 것이고,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중소 신문사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다.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은 광고를 무기로 한 대기업의 대언론 영향력을 키울 위험이 크다. 그 결과 언론시장은 기득권의 이해에 충실한 의제로 도배되고, 상대적으로 노동자와 농민, 서민 등 우리 사회 99%의 목소리가 전달될 통로는 축소될 게 뻔하다. 한마디로 미디어 생태계가 붕괴돼 여론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보수여론의 독과점 시대가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사들 사이의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넘쳐날 게 분명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여론 다양성은 민주주의가 존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한 사회의 여론이 일방통행식으로 흐를 때 민주주의는 절대 꽃필 수 없다. 더욱이 종편이 누리고 있는 온갖 특혜와 거리낌없는 조폭적 영업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인 공정성과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다.
보수여론의 독과점과 민주주의의 상실
이 땅의 건전한 양심세력이 종편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편에 부여된 온갖 특혜를 없애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절체절명의 싸움이다. 그런 점에서 종편 4사의 합동 축하쇼에 민주당 등 야당이 불참하기로 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종편 4사와 개국 축하 인터뷰를 한 것과 대비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종편 특혜 철회와 미디어렙법 입법을 요구하며 오늘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종편 개국과 함께 이 땅의 양심·진보세력의 투쟁도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이 싸움에 온 국민이 함께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