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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8일 목요일

한국 정치권도 ‘탈핵’ 움직임 시작했다


이글은 시사인 2012-03-08일자 기사 '한국 정치권도 ‘탈핵’ 움직임 시작했다'를 퍼왔습니다.
진보 정당의 전유물이었던 ‘탈핵’ 구호를 이제 민주통합당도 외치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탈핵 선언을 하는가 하면, 국회에 ‘탈핵 의원모임’이 꾸려졌다. 통합진보당은 원전 폐쇄 공약을 발표했다.

‘탈핵’은 정치권의 금기어였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강력한 구호 앞에 여론은 원전을 필수이거나 최소한 필요악으로 여겼다. 이른바 ‘원자력 마피아’라고까지 불리는 원전 관련 이해관계 집단의 강한 로비력도 한몫했다. 정치권의 원전 관련 발언은 찬사 일색이었다.

후쿠시마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친원전’이라는 말은 ‘친토건’처럼 부담스러운 꼬리표가 됐다. 2011년 4월에 있었던 강원도지사 재선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엄기영 후보는 삼척 원전 유치를 강력히 주장하며 이에 미온적이던 최문순 민주당 후보를 맹공했다. 그러다가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터지자 ‘원전 재검토’로 급선회한다. 친원전 딱지가 정치인의 부담이 된 상징적인 사례로 기억할 만하다.

반핵 활동가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한다.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사무책임자를 맡은 하승수 변호사는 “녹색당이 제안해서 2월28일 국회에서 원전 토론회를 연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예상했는데, 민주통합당도 나오겠다는 답이 왔다. 민주통합당이 이런 데 나오는 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소수진보 정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탈핵’이라는 표현을 이제는 야권 전반에서도 들을 수 있다.


ⓒ뉴시스 2월13일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여 탈핵 도시선언을 했다.

지난 2월13일에는 전국 45개 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여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도시선언’(탈핵 도시선언)을 내놓았다. 단체장들은 선언문에서 ‘생각은 세계적으로, 실천은 지역적으로’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탈핵을 위한 에너지 조례 제정과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을 결의했다. 이 선언에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물론 김복규 경북 의성군수,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등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도 참여했다.

기초단체만의 움직임도 아니다. 서울시가 1월9일 발표한 ‘15대 시정운영계획’에는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도시에서 생산하는 도시로 전환하겠다”라는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 서울시는 에너지 절약과 시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생산 등을 통해 2014년까지 원전 1기를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절감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일본 출장을 다녀온 박원순 서울시장도 일본의 전력난 극복에 강한 인상을 받은 모습이었다. 박 시장은 2월13일 탈핵 도시선언 기념식에 참석해 “일본은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원전이 멈췄는데도 시민 참여를 통한 민주적인 에너지 절약으로 전력 대란을 막아내고 있다. 애초에 원전 50기가 필요했는지 근본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2014년까지 원전 1기 없애기’ 프로젝트 추진 의지도 거듭 밝혔다. 한국 정치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선출직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이 탈핵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국회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 33명은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탈핵 의원모임)을 2월16일 출범시켰다. 이미경 총선기획단장, 이인영 최고위원, 정동영 의원 등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도 참여한 묵직한 진용이다. 총선을 앞두고 예전 같으면 조심스러웠을 ‘탈핵’ 키워드를 뽑아들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반응도 호의적

탈핵 의원모임 간사를 맡은 우원식 전 의원은 지역구가 서울 노원을이다. 탈핵 도시선언을 주도했던 김성환 노원구청장과의 협력 속에 탄생한, 일종의 형제 모임인 셈이다. 우 전 의원 측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던 차에, 지자체장들이 탈핵 도시선언을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입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서를 냈다”라고 말했다.

탈핵 의원모임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및 기존 원전의 단계적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5대 과제를 민주당 총선 공약으로 내줄 것을 요구했다. 지도부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19대 총선은 원내 유력 정당이 탈핵 공약을 정식으로 제시하는 최초의 총선이 될 전망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원전과 관련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개별 의원들을 보면,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강경한 원전 추진론자가 많은 편이다(친원전파 국회의원, 부산·울산에 다수 기사 참조).

민주당이 탈핵 쪽으로 빠르게 기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진보 정당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통합진보당은 2월19일 19대 총선 탈핵·에너지 공약을 발표했다.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2012년 폐쇄하고, 204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이다.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이제는 민주당이라고 뽑아주지 않는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23일자 기사 '"이제는 민주당이라고 뽑아주지 않는다"'를 퍼왔습니다.
현역 물갈이 여론속, 4.11 총선 호남 민심 변화 변곡점 될 듯


 ⓒ민중의소리 장원섭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이 21일 광주 광산갑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와 무관하게 광주에서 자력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다는 기세다.

전라남도 광주 지역의 민주통합당 현역의원들은 요즘 신경이 곤두서 있다. 4.11 총선을 앞두고 '호남 물갈이'가 개혁공천의 상징으로 부상해 있기 때문이다. 광주를 제외한 전남북 지역에서는 총선에 아예 불출마하거나, 현재 지역구를 떠나 수도권에서 출마하는 의원들이 여럿 있지만, 광주는 8개 지역구 현역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어 '호남 물갈이'의 타겟이 돼 있는 상태다.

"민주당 간판만 달면 당선되던 시대는 끝났다"

광주 지역 여론도 물갈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광주전남언론포럼과 광주전남지역 11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0일부터 12일까지 선거구당 유권자 500명씩 전화면접 조사를 한 결과, 전체 8개 선거구 중 6곳에서 현역 의원이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서구갑(조영택)과 서구을(김영진), 북구을(김재균)에서 현역의원이 2위로 밀려났고, 동구(박주선)와 북구갑(강기정), 광산갑(김동철)에서는 현역의원과 도전자 간에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현역의원이 안정적 1위를 유지한 곳은 남구(장병완)와 광산을(이용섭) 두 곳 뿐이다. 

21일 광주 현지에서 확인한 민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선택 씨(44. 서구 상무지구)는 "예전에는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고 했지만 요새는 많이 달라졌다. 당을 보고 뽑기 보다는 인물을 보고 뽑는다"라고 말했다. 김모 씨(67. 북구 운암동)도 "전에는 평민당, 민주당 간판만 달면 당선됐지만 지금은 인물 위주다. 무소속이 (민주당) 현역의원 압박하는 거 봐라"라고 말했다.

위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역에 따라 부동층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60%까지 나왔다. 민주당의 텃밭 호남 바닥 민심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호남이 '민주당' 깃발만 세우면 당선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선거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보면, 전남에서는 군수 22곳 중 7 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 열풍이 불었다고 할 수 있다. 전북에서는 군수 14곳 중 1곳에서, 광주에서는 구청장 5곳 중 1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 후보가 대체로 민주당 계열인 점을 감안하면, 기초의회에서 진보정당의 약진은 상징하는 바가 더욱 크다. 호남에서 민주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정치세력, 민주당과 경쟁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광주지역만 살펴보면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광주 서구에서 처음으로 시의원 1명을 배출했다. 구의원은 동구 1명, 서구 3명, 남구 1명, 북구 1명, 광산구 4명 등 10명을 배출했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광주에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시의원이 2명, 구의원은 14명이나 된다. 

호남에서 무소속 바람이 일어나고, 진보정당이 기초·광역의회에서 약진하고 있긴 하지만, 민주당에 부정적인 민심이 다른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로 확실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통합진보당 광주시당 양경렬 총무기획실장은 "바닥에 '민주통합당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여론은 많지만, 이 여론이 다른 정당 지지로 이어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광주시당 선거대책본부 이미옥 상황실장도 "민주당에 부정적인 흐름은 있지만 이것이 확실하게 통합진보당이나 다른 정치세력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부동층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전했다. 

4.11 총선, 호남 민심 변화의 변곡점

올해 4.11 총선은 호남 민심 변화의 기류 속에서 변곡점이 되는 총선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2010년 7.28 광주 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비민주 단일후보로 나선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가 44.15%를 득표하며 민주당 후보 턱밑까지 추격해 달라진 민심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4.27 보궐선거 때는 전남 순천에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사상 최초로 호남 지역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됐다. 

통합진보당은 기초의회 성과와 순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광주에서 최초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간 중앙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야권연대의 변수가 남아있지만, 통합진보당 광주시당은 자력으로 광주 지역구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통합진보당은 광주 지역구 8곳 중 동구를 제외한 7군데에 국회의원 후보를 냈다. 과거 인물에서 좀 쳐진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인물면에서도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서구을(오병윤 전 사무총장)과 광산갑(장원섭 사무총장)에는 통합진보당 전현직 사무총장이 출격했다. 남구에는 참여정부 때 차관급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이민원 광주대 교수가, 북구갑에는 이채언 전남대 교수가 출마한다. 북구을(윤민호 전 광주시당 사무처장), 서구갑(정호 전 광주전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광산을(황차은 전 광주시당 정책위원장)에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운동을 해온 인사들이 표밭을 다질 계획이다.

이미옥 처장은 "과거에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선거에 나선다고 하면 친구들이나 부모님들이 '너는 민주당으로 나가면 될 것인데 왜 민노당으로 나가려고 하느냐'는 말을 했다. 최근에는 '너는 왜 안 나오냐? 언제 나오냐?'고 물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라며 "과거 우리후보들이 체급이 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올해는 어느해보다 후보군이 무게가 있고 인물경쟁력에서도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현역의원들의 프리미엄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민주당 내부에서의 인물교체론이 아니라, 호남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자체의 힘으로 지역 돌파가 가능하다는 기세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웅재 기자jmy94@vop.co.kr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대중조직 지도자, 보수정치 재수혈 비판


이글은 레디앙 2012-01-26일자 기사 '대중조직 지도자, 보수정치 재수혈 비판'을 퍼왔습니다.
[기고] 익숙한 정치 vs 새로운 정치…진보정당 취약, 핑계 안돼

얼마 전 민주통합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남윤인순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가 임명되었다. 그리고 오늘(26일) 청년유니온 김영경대표의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출마설'을 접했다.
소위 한국사회의 주류 운동조직들인 진보적 대중조직의 대표들이 민주통합당의 지도부 혹은 공직후보로 출마한다는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정치가 아무리 후진적이고 천민적이라 하더라도 진보적인 대중운동 영역에서 조직을 만들고 대중들과 함께 투쟁해왔던 그들의 지도자들, 대중조직의 지도부들이 속속 보수정당(민주통합당이 보수정당이 아니라고 주장할 사람 있으면 나와봐도 좋다)으로 수혈되는것을 보면서, 아니 그 뻔뻔스러운 수혈을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 진보운동의 미래는 과연 있는 건지 나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운동의 우경화, 어찌 여기까지 왔을까?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가? 한국사회 여성문제의 핵심인 여성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이 어느 정부인가? 청년 비정규직과 실업문제도 마찬가지... 이 질문에 대해 이용득, 남윤인순, 김영경은 먼저 답을 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과거 자신들의 정부가 한 정치행위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반성조차 없고 그것을 탈바꿈할 대안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 단지 보여지는 것은 높은 지지율, 국회의원 당선가능성일 뿐이다.
사회가 아무리 진보적으로 변화하더라도 진보적인 당사자운동, 대중운동은 중요하다. 우리가 10여년 전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을 만들면서 운동과 정치를 결합시키고자 했던 것은 운동세력이 정치세력화로 연결되지 못했을 때 운동의 성과는 결국 모두 보수정치인들에게 돌아가더라는 뼈아픈 체험 때문이었다. 싸움은 열나게 하고 목숨을 바쳐도 성과는 보수정치가 고스란히 가져가는 것을 더 이상은 할 수 없다는 뼈저린 각성으로 진보정치를 시작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제 운동과 정치는 강제로 분리되고 있다. 운동할 사람과 정치할 사람도 강제로 나뉘어지고 있다. 소위 전문성이라는 이름하에... 다시 10여년 전처럼 싸우는 사람과 성과를 가지는 사람은 더욱 심하게 심지어 진보진영 내에서조차도 분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당시 우리가 고민했던 것은 노동자 출신, 대중운동 출신의 정치인, 국회의원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통해 새로운 정치, 노동자정치, 또 진보적인 대중정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노동자정치, 대중정치를 통해 다시 대중을 조직하고 그들과 정치를 함께 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것이 대중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길이고 이 참을 수 없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회운동정치라고 불렀다.
진보정당 미약함이 보수 수혈 면죄부 안돼
물론 진보정당은 지난 10여년간 그 실험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과 좌절, 실패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진보정당의 미약함이 곧바로 그들이 보수정당으로 재수혈되는 것을 정당화시켜주는 이유로 둔갑될 수 는 없다.
진보정당이 한국사회에서 미약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의 이면에는 낙후적인 한국적 정치환경과 선거제도, 대중운동진영 대표자들의 끊임없는 보수정치권으로의 수혈이 진보정당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탓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말하건데 보수정당의 정치권으로 수혈된 대표자들을 보며 한국사회의 대중운동은 무엇보다 바닥정치를 다시 배워야 한다고 본다. 어느새 한국사회는 상층정치, 국회의원들만의 정치가 과잉대표되어 있다. 
정치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이 지방의원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행정을 배우고 지역정치를 배우는 것이 빠져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모든 삶의 문제를 정치로 만들어가고 실천적으로 해법을 찾아나가는 생활정치가 빠져있는 것이다.
이래가지곤 정치란 건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늘 남이 대신해주고 유명 정치인이 대리해주는 대리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지역에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정치, 그것이 빠진 정치는 관념의 정치, 머릿속의 정치요, 상층의 정치일 뿐이다.
여성정치는 남성들의 관념정치와 다르다며 생활정치를 그토록 강조했던 여성단체의 지도급 인사가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현실이 그래서 나는 더욱 씁쓸하다.
대중운동 바닥부터 다시 해야
오로지 국회의원이 하는 정치만 정치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 대중운동진영, 진보정당 내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의원이 되어 재력으로 능력있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많은 법률을 만들고 주요 정치적 현안에 발빠르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언론에 드러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보아온 익숙한 정치이다.
우리는 과연 이런 익숙한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인가? 무엇을 위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다른 정치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진보정치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왔다.
또하나, 한국사회의 운동진영은 바닥부터 기는 대중운동을 다시 해야 한다. 대중운동은 각 부문에서 대중들이 처한 현실에서 시작해서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으로 조직하고 투쟁하며 성장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본가들과 정부의 억압에 맞서 투쟁하고 여성들은 여성단체를 만들어 성차별에 저항하고 청년들은 유니온을 만들어 청년들을 비정규직 시장으로 내몬 정부와 개별사업주에 항의하는 투쟁을 해왔다.
그 투쟁 속에서 좀더 많은 노동자들과 여성들, 청년들이 조직되었고 그 힘을 모아 세력을 형성했으며 아직 조직되지 못한 그들의 이웃들, 동지들과 연대를 넓혀나가는 것이 대중운동 진영이 주되게 해야 할 일이다.
물론 모든 억압엔 정치가 있고 제도가 있다. 당연히 정치적 진출도 대중운동 진영의 과제이다. 그런데 어느새 대중운동 진영조차도 상층운동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모든 대중운동은 삶 속의 구체적 현실적 대중들의 요구를 조직하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밑으로부터 사람도, 과제도, 조직도 재생산되어야 한다.
대중운동은 바닥을 기는 조직운동을 수반해야만 건강해지고 진보적인 대중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민주노조 하나 만들기 위해 과거 선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였는지 되돌아보면 금세 비교될 것이다. 비정규직을 외면한 현재의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노동운동이 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느새 바닥부터 기는 대중운동을 외면하고 요령만 피우는 대중운동을 하게 된 건 아닌지, 대중운동 내에 노력과 정성은 없고 정치만 난무하지 않았는지, 우리 모두 함께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대중운동, 진보정당 관계 재정립
끝으로 대중운동과 진보정당과의 관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이다. 민중운동 진영, 진보진영의 해묵은 숙제이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동안 대중운동과 진보정치운동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 속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진보정치와 진보적 대중운동(진보정당과 진보적 대중조직)이라는 두 수레바퀴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 각각은 독립적인 자기 영역을 갖고 있으나 긴밀히 결합해야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운동 진영의 지도급 인사가 정치적으로 진출할 때는 그들의 개인적 정치적 선택, 정치행위가 향후 자신이 속한 대중운동진영과 진보정당 혹은 진보정치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냉정하게 평가해 보아야 한다.

2012년 01월 26일 (목) 18:12:07 최혜영 / 진보신당 경기도당 사무처장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돈봉투 사건을 뛰어넘을 정치의 대안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17일자 기사 '돈봉투 사건을 뛰어넘을 정치의 대안은?'을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의 돈봉투 사건이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이 바람은 박희태 의장의 당 대표 경선에 대한 검찰 수사로 비화되고 동시에 당 내의 친이계들이 당권을 잡기 위해 얼마나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을 남용하였는지에 대한 비난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친이계들은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친박계 의원들도 이런 돈봉투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고 쇄신파들은 이 사건 때문에 또 한나라당 간판으로 수도권에서 살아남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정두언, 원희룡 의원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 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가 자신도 이러한 일을 과거에 겪은 일이 있다는 언급을 하자 지역의 모 당협위원장이 지도부 경선에서도 돈이 오간다는 내용의 주장을 한 것이다. 당사자로 특정 후보가 지목되어 지도부 선거에서 상당한 피해를 봤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과 한명숙, 정연주 무죄 판결


▲ 한명숙 민주통합당 신임 당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참배한 뒤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은 한나라당의 돈봉투 사건을 수사하면서 민주통합당도 함께 수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기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이 한명숙 전 총리와 정연주 KBS 전 사장에 대한 무죄판결이다. 이 판결로 검찰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무리한 기소를 진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때문에 검찰로서는 더 이상 대중들에게 무리한, 또는 공정하지 않은 조사로 비추어질만한 일을 경계하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검찰로서는 최대한 공정한 수사를 한 것과 같은 모양새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되면 여야의 양대 거대정당이 모두 핀치에 몰리게 되는 상황을 생각해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면 아직 정당 정치의 외곽에 존재하는 안철수 교수와 같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런 정치적 상황은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뼈아픈 것이기도 하다. 과거부터 검은 돈에서 자유로운 정치를 가장 진지하게 주장한 세력이 바로 진보정당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수양당의 타락에 대한 대안으로 진보정당을 사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아쉬움을 대중에 호소하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우리가 진보정치의 미래를 밝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테면 대중에게 진보정치는 검은 돈으로 부터 반드시 자유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모바일 투표 전면 시행은 돈 문제를 사라지게 할까?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정치개혁론자들은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모바일 투표'의 전면적인 시행을 주장하기도 한다. 돈 문제는 결국 '조직동원'이 반드시 필요한 오프라인 투표의 맹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만큼 모바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러한 돈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의 전면적 시행에 있어서도 의지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를테면 정말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부정한 방법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는 마음을 먹었다 치자. 그래서 자신의 조직을 동원해 1인당 전화기를 10대씩 산 후 투표에 개입하게 하거나, 혹은 명의도용과 대포폰을 이용한 조직적 선거개입을 하도록 유도한다면 모바일 투표를 이용한 지도부 선출 절차도 검은 돈 문제로 얼룩지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 민주통합당 모바일 투표 화면 ⓒ연합뉴스
물론 제도가 '나쁜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 어떤 제도를 운용하더라도 악의를 품은 사람이 그 제도를 악용해서 체제를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은 늘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제도개선을 통해 이러한 악의가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을 계속해서 좁혀 나가려는 노력이 늘 필요하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진보정당에서 채택하고 있는 '진성당원제'를 보자. 진성당원제는 오랫동안 진보정당이 보수정치에 대한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의 근거로 자랑해왔던 것이다. 보수정치가 기업으로부터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후원받아 조직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과는 달리 진보정당은 당원의 당비로만 운영되므로 약자를 위해 더욱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 진성당원제라는 제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진보정당 내에서도 보수정당의 '돈 정치'에 비견할 수 있는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특정 당원협의회의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당비를 대납하고 특정 정파의 당원들이 집단으로 입당하는 사건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결국 진성당원제를 채택한 정당이라 하더라도 운용을 하는 방식에 따라서 보수정치와 차별성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보수정당이 다 그렇지 뭐!" 를 넘어서는 정치의 대안은?
물론 진보정당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보수정당의 '돈 정치'와 기계적으로 비교하고 이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비난을 하는 것은 위험한 사고일 수 있다. 보수정당이 전당대회를 치를 때 20억, 30억씩 돈을 써대는 것과 비교하면 진보정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야말로 '애교'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정당의 내부정치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 권력을 놓고 벌어지는 혈투에 가까운 것이라고 한다면 진보정당의 내부정치는 자신이 가진 신념의 실현에 방점이 찍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도 양비론적 태도를 경계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진보정당의 규모가 커지고 점점 권력의 핵심에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이러한 문제는 보수정당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동원해야 하는 조직원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결국에는 보수정당들이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을 실어 나르며 조직투표를 강요하는 것과 똑같은 행태를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때문에 진보정당은 언제나 이러한 사태를 경계하며 당 내의 올바른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할 만한 여러가지 고민을 멈추지 않고 되풀이 해야만 한다. 더 이상 '진성당원제'를 알리바이로 내세우며 내부의 권력투쟁에 골몰하는 것으로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보수정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진보정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보수정치의 '돈 봉투' 사건에 대해 그저 "보수정당이 다 그렇지 뭐!" 라며 쉽게 말하기 보다는 여기에 대한 진보정당의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