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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1일 수요일

박영선 "보이지 않는 손이 한명숙 대표 흔들어"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3-21일자 기사 '박영선 "보이지 않는 손이 한명숙 대표 흔들어"'를 퍼왔습니다.
"원칙없는 공천으로 국민들 실망시켜 죄송"...최고위원 사퇴 의사


ⓒ뉴시스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21일 당 공천과정이 공명정대하지 못했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21일 지역구 및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시켜드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고위원으로서 내부에서 봐도 공명정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최고위원직과 MB비리특위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한명숙 대표를 흔들고 있다고도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한명숙 대표는 취임 후 당 운영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당내 486 인사들에게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 바 있다. 박 최고위원은 486 외에 다른 보이지 않는 세력이 있다고 밝히면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박 최고위원이 결정적으로 사퇴 결심을 한 것은 20일 비례대표 공천 결과 발표 직후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는 "밤새 고민을 했다. 누군가 국민에게 죄송스럽다고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유종일 KDI 교수와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한 유재만 변호사를 언급했다. 두 사람은 각각 경제민주화와 검찰개혁을 위해 박 최고위원이 공천을 주장했던 인물들이다.

박 최고위원은 "앞으로 민주통합당이 해 나가야 할 주요한 과제가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이다. 제가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하고 검찰개혁을 위해서 유재만 변호사와 이재화 변호사를, 경제민주화 관련해서는 119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종일 교수를 모셔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종일 교수는 지역구 공천을 줘야 한다고 수차례 이야기하고, 검찰개혁 관련해서는 후배들이 따르는 양심적 검사 출신 한 분을 모셔와 진지하게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유재만 변호사를 영입했다. 그런데 이 분도 비례대표 공천에서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최고위원은 "MB비리 특위 위원으로 모셔왔던 백혜련, 박성수, 서혜석 변호사 등이 오비이락인지 모르지만 경선에 나가서 억울하게 탈락하게 됐고, 민간인불법사찰 문제, 디도스특검, 신명 가짜 편지 등 할 일이 많은데 이런 것들이 어그러지게 됐다"라며 "책임감을 느껴서 오늘 최고위원직과 MB비리 특위 위원장직을 사퇴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공천이 어떤 기준이나 원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공명정대하지 못하게 진행된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라며 "한명숙 대표가 참 안 쓰럽다. 원칙을 가지고 해보시려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흔들리신다"라고도 밝혔다. 

사회자가 '그동안 제기됐던 486세대와 (이대)동창회 외에 다른 세력이 있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박 최고위원은 "공천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계파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지만 바로잡기 위해서 애쓴 최고위원도 있다"라며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저는 비례대표 심사위원도 최고위원들이 추천할 수 있도록 돼 있었는데 저는 단 한 분도 추천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도 (최고위원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가슴아프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제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그런 것들이 시정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웅재 기자jmy94@vop.co.kr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대중조직 지도자, 보수정치 재수혈 비판


이글은 레디앙 2012-01-26일자 기사 '대중조직 지도자, 보수정치 재수혈 비판'을 퍼왔습니다.
[기고] 익숙한 정치 vs 새로운 정치…진보정당 취약, 핑계 안돼

얼마 전 민주통합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남윤인순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가 임명되었다. 그리고 오늘(26일) 청년유니온 김영경대표의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출마설'을 접했다.
소위 한국사회의 주류 운동조직들인 진보적 대중조직의 대표들이 민주통합당의 지도부 혹은 공직후보로 출마한다는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정치가 아무리 후진적이고 천민적이라 하더라도 진보적인 대중운동 영역에서 조직을 만들고 대중들과 함께 투쟁해왔던 그들의 지도자들, 대중조직의 지도부들이 속속 보수정당(민주통합당이 보수정당이 아니라고 주장할 사람 있으면 나와봐도 좋다)으로 수혈되는것을 보면서, 아니 그 뻔뻔스러운 수혈을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 진보운동의 미래는 과연 있는 건지 나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운동의 우경화, 어찌 여기까지 왔을까?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가? 한국사회 여성문제의 핵심인 여성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이 어느 정부인가? 청년 비정규직과 실업문제도 마찬가지... 이 질문에 대해 이용득, 남윤인순, 김영경은 먼저 답을 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과거 자신들의 정부가 한 정치행위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반성조차 없고 그것을 탈바꿈할 대안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 단지 보여지는 것은 높은 지지율, 국회의원 당선가능성일 뿐이다.
사회가 아무리 진보적으로 변화하더라도 진보적인 당사자운동, 대중운동은 중요하다. 우리가 10여년 전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을 만들면서 운동과 정치를 결합시키고자 했던 것은 운동세력이 정치세력화로 연결되지 못했을 때 운동의 성과는 결국 모두 보수정치인들에게 돌아가더라는 뼈아픈 체험 때문이었다. 싸움은 열나게 하고 목숨을 바쳐도 성과는 보수정치가 고스란히 가져가는 것을 더 이상은 할 수 없다는 뼈저린 각성으로 진보정치를 시작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제 운동과 정치는 강제로 분리되고 있다. 운동할 사람과 정치할 사람도 강제로 나뉘어지고 있다. 소위 전문성이라는 이름하에... 다시 10여년 전처럼 싸우는 사람과 성과를 가지는 사람은 더욱 심하게 심지어 진보진영 내에서조차도 분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당시 우리가 고민했던 것은 노동자 출신, 대중운동 출신의 정치인, 국회의원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통해 새로운 정치, 노동자정치, 또 진보적인 대중정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노동자정치, 대중정치를 통해 다시 대중을 조직하고 그들과 정치를 함께 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것이 대중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길이고 이 참을 수 없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회운동정치라고 불렀다.
진보정당 미약함이 보수 수혈 면죄부 안돼
물론 진보정당은 지난 10여년간 그 실험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과 좌절, 실패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진보정당의 미약함이 곧바로 그들이 보수정당으로 재수혈되는 것을 정당화시켜주는 이유로 둔갑될 수 는 없다.
진보정당이 한국사회에서 미약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의 이면에는 낙후적인 한국적 정치환경과 선거제도, 대중운동진영 대표자들의 끊임없는 보수정치권으로의 수혈이 진보정당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탓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말하건데 보수정당의 정치권으로 수혈된 대표자들을 보며 한국사회의 대중운동은 무엇보다 바닥정치를 다시 배워야 한다고 본다. 어느새 한국사회는 상층정치, 국회의원들만의 정치가 과잉대표되어 있다. 
정치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이 지방의원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행정을 배우고 지역정치를 배우는 것이 빠져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모든 삶의 문제를 정치로 만들어가고 실천적으로 해법을 찾아나가는 생활정치가 빠져있는 것이다.
이래가지곤 정치란 건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늘 남이 대신해주고 유명 정치인이 대리해주는 대리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지역에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정치, 그것이 빠진 정치는 관념의 정치, 머릿속의 정치요, 상층의 정치일 뿐이다.
여성정치는 남성들의 관념정치와 다르다며 생활정치를 그토록 강조했던 여성단체의 지도급 인사가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현실이 그래서 나는 더욱 씁쓸하다.
대중운동 바닥부터 다시 해야
오로지 국회의원이 하는 정치만 정치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 대중운동진영, 진보정당 내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의원이 되어 재력으로 능력있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많은 법률을 만들고 주요 정치적 현안에 발빠르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언론에 드러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보아온 익숙한 정치이다.
우리는 과연 이런 익숙한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인가? 무엇을 위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다른 정치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진보정치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왔다.
또하나, 한국사회의 운동진영은 바닥부터 기는 대중운동을 다시 해야 한다. 대중운동은 각 부문에서 대중들이 처한 현실에서 시작해서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으로 조직하고 투쟁하며 성장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본가들과 정부의 억압에 맞서 투쟁하고 여성들은 여성단체를 만들어 성차별에 저항하고 청년들은 유니온을 만들어 청년들을 비정규직 시장으로 내몬 정부와 개별사업주에 항의하는 투쟁을 해왔다.
그 투쟁 속에서 좀더 많은 노동자들과 여성들, 청년들이 조직되었고 그 힘을 모아 세력을 형성했으며 아직 조직되지 못한 그들의 이웃들, 동지들과 연대를 넓혀나가는 것이 대중운동 진영이 주되게 해야 할 일이다.
물론 모든 억압엔 정치가 있고 제도가 있다. 당연히 정치적 진출도 대중운동 진영의 과제이다. 그런데 어느새 대중운동 진영조차도 상층운동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모든 대중운동은 삶 속의 구체적 현실적 대중들의 요구를 조직하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밑으로부터 사람도, 과제도, 조직도 재생산되어야 한다.
대중운동은 바닥을 기는 조직운동을 수반해야만 건강해지고 진보적인 대중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민주노조 하나 만들기 위해 과거 선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였는지 되돌아보면 금세 비교될 것이다. 비정규직을 외면한 현재의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노동운동이 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느새 바닥부터 기는 대중운동을 외면하고 요령만 피우는 대중운동을 하게 된 건 아닌지, 대중운동 내에 노력과 정성은 없고 정치만 난무하지 않았는지, 우리 모두 함께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대중운동, 진보정당 관계 재정립
끝으로 대중운동과 진보정당과의 관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이다. 민중운동 진영, 진보진영의 해묵은 숙제이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동안 대중운동과 진보정치운동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 속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진보정치와 진보적 대중운동(진보정당과 진보적 대중조직)이라는 두 수레바퀴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 각각은 독립적인 자기 영역을 갖고 있으나 긴밀히 결합해야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운동 진영의 지도급 인사가 정치적으로 진출할 때는 그들의 개인적 정치적 선택, 정치행위가 향후 자신이 속한 대중운동진영과 진보정당 혹은 진보정치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냉정하게 평가해 보아야 한다.

2012년 01월 26일 (목) 18:12:07 최혜영 / 진보신당 경기도당 사무처장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5년 뒤엔 '친박 비대위' 대신 '친삼성 비대위' 뜰 수도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25일자 기사 '5년 뒤엔 '친박 비대위' 대신 '친삼성 비대위' 뜰 수도'를 퍼왔습니다.
미국식 금권정치 직행하는 한나라 '당쇄신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돈봉투 파문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미국식 원내정당화를 당 쇄신 해법으로 내놨다.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인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국위 체제로 당을 바꾸면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직을 없애고 의회는 원내대표 중심으로 하는 방안을 이번주 비대위에서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쇄신안이 "미국식 정당체제로 가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비대위의 당 쇄신안이 이상돈 비대위원의 말처럼 '획기적인' 내용이라 볼 수는 없다. 지난해 11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도 부자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비용 미국식 정당시스템'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식 정당모델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의 집권당이던 민자당(한나라당의 전신)에서도 검토된 바 있다. 당시 민자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3천3백억의 비자금을 '정당운영비'로 사용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한국의 집권세력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출시했던 단골 메뉴가 '미국식 정당모델'인 셈이다. 때문에 미국식 모델의 도입이 '돈봉투' 같은 구태정치 청산을 위한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이상돈 비대위원의 경우 2006년 9월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정당이 선거 후보를 정하는 예비선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당원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것) 추진을 비난하며, 오픈 프라이머리가 "헌법에 보장하는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선거법 개정과 '한사람이 여러 정당의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수 없도록 검증하는 장치'가 없는 과도한 오픈 프라이머리는 "사기극"이고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픈 프라이머리 없는 미국식 정당모델은 가능하지 않은데다(미국식 정당모델이 아니라도 오픈 프라이머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미 한나라당은 다가오는 총선 공천에서 지역구의 80%를 개방형 경선으로 치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식 정당체제? '1%'의 잔치로 전락한 미국 선거


ⓒ자료사진 미국에만 독특한 이 정당모델은 또한 미국에만 독특한 '금권정치'와 밀접히 연관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재탕삼탕' 방송이라는 점을 논외로 하면, 미국식 정당모델 자체는 '돈봉투'에 대한 해법이 될 수는 있다. 미국엔 한국이나 유럽국가들과 같은 개념의 당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당원들을 동원하기 위한 '돈봉투'도 당연히 필요가 없다. 

그러나 미국에만 독특한 이 정당모델은 또한 미국에만 독특한 '금권정치'과 밀접히 연관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이상돈 비대위원이 '획기적인' 모델이라 일컫는 미국식 정당의 내용은 무엇일까? 

미국은 상·하원 의원들로 이뤄지는 의회정당과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선거정당, 즉 '전국위원회'가 분리돼있다. 전국위원회는 말 그대로 선거 정당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당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선거시기에만 일시적으로 모여드는 지지자들, 즉 임시 당원이 있을 뿐이다. 또한 전국위원회의 목적은 상대진영보다 많은 기부금을 모아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므로, 일상적으로 자신의 비용과 노력을 들여 정치에 참여하는 당원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꾸준히 당비를 내는 실체적인 당원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식 원내정당화는 기부금에 의존한 선거를 전제하는 것으로, 유럽식의 선거공영제와는 반대방향에 놓여있다. 남경필, 임해규 등 소위 '쇄신파'의원들이, 선거공영제의 주요 기둥인 국고보조금 폐지 주장을 시작한 것은 현재 한나라당이 구상중인 '정당 개혁'의 미래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정치 현실을 보면, 미국식 정당체제 도입의 결과도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 상·하원의원 선거는 철저하게 '1%'의 잔치이며 금권정치 그 자체다. 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동안 월가의 금융가에서 상·하원의원 등에게 후원된 돈은 50억 달러(약 5조 7000억원)였다. 2008년 한 해에만 월가의 전체 후원금은 2억2500만달러(약 2560억원)에 달했고 그 74%는 상·하원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에서는 칼라일, 골드만삭스, JP모건, 화이자 같은 거대 기업들과 정치인들이 합법적으로 유착한다. 선거제도조차 '자유방임'인 미국에선 후보자들의 재력 만큼 TV광고를 비롯한 유료매체(Paid Media) 이용이 가능하므로, 모금 규모로 당락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한국에서도 정치인과 재벌기업의 유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삼성이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 1000여개를 만들고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것처럼, 한국의 재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치권을 포획하고 요구사항을 관철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유착'이 은밀하고 불법적인 것이었다면, 미국식 정당제도의 도입은 이를 제도로서 공식화하고 처벌조차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구상에서, '친이계·친박계' 대신 '친삼성계·친현대계'라는 계파가 등장할 미래를 보는 것은 지나친 우려일까? 

문형구 기자munhyungu@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