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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8일 수요일

분노의 시작은 아파트였다 김병재의 문화칼럼


이글은 이데일리 2012-02-08일자 기사 '분노의 시작은 아파트였다 김병재의 문화칼럼'를 퍼왔습니다.
살판났다. 자고나면 연일 달콤한 말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들이 정권만 잡으면 괜찮은 직장도 다닐 수 있고, 공짜 아니면 적어도 반값이란다. 심지어 돈도 준다. 용돈정도가 아니다. 1000만원이 넘는다. 백수가 끝날 때까지 준다. 커피도 아닌데 무한 리필이다. 이제 백수도 직업이 될 수 도 있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어느 당이 집권을 하든 대한민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공짜될 것이다. 

공짜정책 대부분은 2040세대에 맞춰져 있다. 5060대이상은 안중에도 없다. 2040세대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때 시쳇말로 뭔가를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 실망한 2040세대가 퇴근후 투표장으로 달려가 야당 대표주자인 박원순시장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2040세대가 분노한 이유는 경제다. MB가 경제 하나만은 살려 잘 먹고 잘 살줄 알았는데 그게 안됐다. 20대는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폼나게 살고 싶었는데 오히려 양극화로 박탈감만 커졌다. 3040세대는 아파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오를 줄 알고 사놓은 아파트 값이 안 올랐다는 거다. 

사실 대부분의 50대이상 베이비부머세대는 하루가 다르게 뛰는 아파트 가격으로 재미를 봤다. 불과 5, 6년전인 노무현 정부때, 최고로 오른 ‘부동산 광풍’시절엔 은행에서 2,3억원씩 대출을 받아 월 150만원 안팍의 이자를 내고도 수억원씩 남는 장사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주택경기가 주저앉았다. 대다수 국민과 정부가 바라는 바대로 아파트 상승세가 주춤, 안정세로 바뀐 것이다. 

그럼 모두가 환영할 일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불패신화를 믿고 은행에서 수억원씩을 융자받아 산 아파트가 재앙이 된 것이다. 아파트는 안 팔리고 이자만 내고 있으니 복장 터질 일이다. 이른바 ‘하우스 푸어’들이다. 아파트의 거품이 꺼지면서 꿈이 깨진 거다. 아이러니다. 

박원갑 부동산분석가는 “부동산 잔치는 5060세대에서 끝난 것 같다”며 “이제 누군가는 부풀려진 아파트의 버블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3040세대가 된 것이다. 현 정부를 포함해 지난 정부부터 발표한 이런 저런 부동산정책에 유탄을 맞은 거다. 

정치권의 공짜 시리즈가 난무하고 있는 요즘, 아직은 반값이나 공짜로 아파트를 준다는 말은 없다. 예전같은 부동산 폭등을 몰고온 정책도 나올것 같지 않다. 5년전 허경영후보의 공짜메뉴에도 없었다. 설사 나온다고 해도 꼼수일 확률이 거의 100%다. X

2012년 1월 3일 화요일

집사면 패가망신, 주식투자는 쪽박…대체 어쩌라고?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2일자 기사 '집사면 패가망신, 주식투자는 쪽박…대체 어쩌라고?'를 퍼왔습니다.
[우석훈 칼럼]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은…

한국은행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물가안정이다.

"제1조(목적) ① 이 법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행법)

물론 토건파들이 가끔 이 법을 고쳐서 경기부양과 같은 부수적인 목적을 추가하려는 시도를 종종 하지만, 그래도 한국은행이 존재하는 이유는 물가안정이다. 한은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화폐행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정부는, 특히 노무현의 '2만불 정책' 이후로 경제성장률 자체를 정권의 경제정책 성과 여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나중에 어떻게 되든 우선 기계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은법은 한국은행의 존재 목적에 물가안정 이외의 다른 목표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물론 시대가 바뀌니까, 해외 자본 특히 투기성 자본에 대한 유출입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토빈세나 은행세 같은 형태로 도입하는 것을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다. 현 정부에서도 은행세는 실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행이 취했던 여러 가지 정책을 가장 일관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저금리를 통한 주택 경기부양, 즉 토건 기조를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거품과 한은의 기준금리, 이 고리는 토건경제 시절을 거치는 동안 한국 경제의 기조가 된 불행한 상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일반인들에게 더 많은 빚을 빌려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것이 2004년 이헌재의 '한국형 뉴딜' 이후 한국은행이 일관되게 시중에 보여준 신호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2011년에 가히 클라이막스로 치달았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시대에도 금융통화위원회는 너무 했지만, 이명박 시대를 맞아 중앙은행으로서의 최소한의 염치도 잃고, 일관되게 부동산 경기부양 외에는 도대체 지난 7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이렇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자, 아주 간단한 그래프 작업을 한 번 해보자.

자료는 한은이 제공하는 물가지표로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시중금리 지표로서 1~2년짜리 정기예금의 수신금리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두 가지 지수의 차이를 실질금리로 표시하였다. 만약 은행에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하였을 때, 실제로 예금주가 얼마의 실질이자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걸 보여주기 위한 지표이다.



현재 모피아의 수장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시절이던 2004년에는 실질금리가 0.27까지 내려갔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거의 '제로 금리'에 가깝게 금융경제가 노무현 초반기에 운영되었던 얘기이다. 그리고 2005~2006년의 부동산 대란이 벌어졌다. 화들짝 놀랐던 노무현 후반, 수신금리가 약간 올라갔고, 부동산 대란은 진정되었다.

2010~2011년은 해외 자원가격 상승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속성상, 물가를 포기하고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일시폐지' 등 주택경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사용하였고, 한은 역시 여기에 맞추어서 시장 상황보다 여러 발짝 떨어진 '게걸음'으로 금리정책에 임했다. 그 결과, 이제는 통제권을 벗어난 2011년의 물가상승 기조가 펼쳐진 것 아닌가?

이 와중에 한전 등 공공물가 상승기관과 라면업체, 우유업체, 이렇게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게 되는 곳들이 행정지도의 된서리를 맞고,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주범은 여전히 다주택 보유자들을 자신의 정치기반으로 하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만 거시 금융정책을 펼치는 한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011년은 아마 한국의 금융사에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OECD에 가입하면서 상식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이후, -0.05%로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을 기준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된 해이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금융당국의 의지는 너무 명확하다. 은행에 예금해봐야 금리가 마이너스이므로, 어지간하면 부채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집 없는 사람들이 집 사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미 주택시장은 '부동산 푸어'의 현실적 압박에 의해서, 대통령이 아무리 애달프게 복덕방을 쳐다봐도 더 이상 아파트 투기를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일시적으로 이 돈들이 주식 단기투기로 몰려들어서, 해외 시장의 불안정성과 결합되며 증시 '랠리 장세'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잠깐 눈을 들어 생각해보자. 1999년, IMF 경제 위기 한 가운데에서 실질 이자율은 7.14%로 오히려 높았고, 이 해에 기업을 제외한 순저축률이 19% 정도로 높아서, 일본과 저축률 1~2위를 달렸다. 나는 그런 저축의 힘이 IMF 경제위기를 한국 경제가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했던 주요 요소라고 생각한다. 기업 부문을 제외한 순저축률이 2010년에 3%였는데, 지금의 마이너스 금리 추세를 계속하면 앞으로는 더 내려갈 것이다.

국민 혹은 무주택자에게 이 눈을 돌려보자. 약간의 목돈이 있을 때, 은행에 가지고 가봐야 마이너스 금리이고, 무리해서 집샀다가는 패개망신의 길이 기다리고 있으니, 잠깐 주식시장으로 가지고 갔다가 완전히 망하는…. 한은이 조장한 지금의 화폐정책 기조에서는 이 길 외에는 없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은 높고, 임금상승률은 도저히 거기 맞지가 않으니, 한 마디로 살 수가 없는 거다.

여기에 비정규직으로 알바를 전전하는 20대의 삶을 투영해보자.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 어렵고, 집 사는 건 아예 포기했고, 그렇다고 억지로 얼마씩이라도 저축을 해봐야,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이 모든 아수라장을 간단히 정리해줄 수 있는 용어는 바로 '강부자 정권'이다. 일반 국민들은 은행이 아니라 부동산에 돈을 넣고, 그렇게 올라간 집값의 성과물을 강남 사는 부자들이 챙겨가는 것, 마이너스 금리가 지금 우리에게 해주는 얘기는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지금 국민들의 삶을 가장 빨리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물가안정이고, 한은은 바로 그것을 위한 기관이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국민들의 채무 부담이 높아져서 어렵지 않은가? 그건 핑계다. 시장 이자율을 따라 정부 정책이 움직일 것이라는 상식이 움직여야 국민들도 정리할 수 있는 부채는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부채 다이어트' 등 정부 프로그램이 같이 움직여나가면서 개개인의 경제적 삶을 재편할 수 있는 계기를 삼게 된다. 한은은 엉뚱한 핑계를 대면서, 결국 물가는 올리고 이자는 낮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OECD 가입 이후로 최초의 마이너스 금리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한국은행 총재가 최소한의 경제적 상식과 일말의 국민적 책임감이 있다면, 정책적 목표가 아닌, 정책의 실패에 의해서 발생한 이 마어너스 금리 사태를 맞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가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혹은 자신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위하여 지금의 화폐정책 기조를 몇 달만 더 끌고 간다면, 한국 경제의 체질은 이제 이 미증유의 마이너스 금리 속에서 급속히 피폐해질 것이다.

이미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만들어낸 총재로, 금융사에 김중수 총재는 기록될 위기이다. 소탐대실이라, 이 작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억지로 버티면, 우리가 '대실'하게 된다.

다음 정권을 위해서, 금융통화위원회는 어떤 식으로 개편해야할지, 잠시 생각해보자.

현재 금융통화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직, 총재와 부총재, 두 2표는 청와대표이다. 그리고 기재부 장관과 한은총재가 지명하는 1인씩, 이 2표도 청와대표이다. 지금 론스타 사건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임명하는 1인, 역시 청와대표이다. 7표 중 5표가 대통령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표가 된다. 과반수를 훌쩍 넘는다. 청와대의 경제수석 아니 그도 아닌 비서관 맘대로 5표를 이미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2표는? 상공회의소에서 한 명을 추천한다. 이건 한 때 '최강 라인'의 바로 그 최중경이 장관으로 있던 지식경제부에서 맘대로 할 수 있는 한 표이다. 역시 청와대표이다. 대망의 마지막 1표는? 사단법인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한 자리를 추천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래도 은행들이 한 표를 쓴다고 하지만, 어차피 강만수 산은지주 총재 등, 고대 출신 아니면 모피아들이 은행연합회를 장악하고 있다.

모아보면 금융통화위원회의 7표 중, 6표가 청와대 표이고, 한 표가 모피아 표, 이렇게 되어있다. 그리고 누가 어느 기관 추천인지, 그것은 비공개이다. 즉 은행연합회를 통해서 모피아를 대변하는 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것만 모르지, 나머지는 다 그냥 청와대에서 임명권을 행사한다고 보면 사실과 다르지 않다. 역대로 보면, 한은총재가 실제로 자기친구로 한 명을 더 추천할지, 아니면 그 자리도 대통령 친구로 할지, 정권에 따라서 그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게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이다.

이러니, 마이너스 금리 사태를 맞아, 진짜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면,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시작하는 청와대 경제팀이 이 사태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맞다. 그렇지만 도의적으로, 상황을 이렇게 끌고 나간 김중수 한은총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경제의 다른 분야에 비하면, 금융통화 부문은 너무 관료의 힘이 강하고, 청와대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게다가 민간 부문을 대변하는 게, 상공회의소와 은행연합회 밖에 없다는 게,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러니 이 양쪽을 다 장악하고 있는 모피아들 손아귀에서 한 국가의 금융정책이 놀아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역대로, 상공회의소 쪽에서는 실제로는 자기들은 아무 권한도 없었다, 이렇게 늘 항변했다. 무리도 아니다. 한국의 상공회의소는 말만 민간단체이지, 지식경제부가 상근부회장 자치를 통해서 직접 통제하는 대표적 정부 쪽 기관이다.

2011년에 드러나 이 황당한, 즉 의도하지 않았고, 자기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무식하게 금리를 붙잡고 있었는지 예측도 하지 못해서 벌어진 이 마이너스 금리 사태를 어떻게 하면 재발하지 않을 수 있게 하겠는가? 마이너스 금리 사태의 심각성은, 이게 정책적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1) 사태의 상징적 책임을 지고, 김중수 한은총재가 사퇴할 것.

2) 화폐정책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청와대의 리모콘 정책을 최소화할 것.

3) 야당 쪽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이건 어느 쪽이 야당이 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위원회 내에서 견제가 없다면, 어떤 위원회라도 금방 반쪽짜리로 전락한다.

4) 시민대표 2인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이때의 시민대표 1인은 소비자 입장을 대변, 또 다른 1인은 전월세 등 무주택 세입자 국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것.

모피아와 강부자 정권이 묘하게 결합하면서, 한 국가의 화폐 정책을 너무 자기들 손아귀에서 견제도 없이 주물딱 주물딱 했다. 일반인들이 발권정책과 이자율 정책 등, 기술적인 문제들을 멀게 생각한다고, 너무 한국은행이 국민을 보지 않고 청와대만 보고, 모피아들 입맛만 맞추면서 화폐 정책을 이끌어온 것 아닌가 하는 회한이 든다.

한 때 양희은도 불렀던 노래 중에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라는 노래가 있었다. 명박을 위해 피어난 6송이 수선화와 모피아를 위해 피어난 한 송이 수선화, 정말로 가련한 일곱 송이 금통 수선화가 아닌가?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상태는, 만약 이게 특수한 정책 목표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구축된 여건이 아니라면,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 상태로 몇 달만 더 방치되면, 거품은 거품대로 조정될 시간을 놓칠뿐더러, 길을 잃은 개인의 돈들도 은행으로 제대로 가지 못하고, 증권가 주변을 떠돌다가 개개인들이 패가망신하게 된다. 작년의 저축은행 사태의 한 일각에는, 안전한 줄 알면서도 마이너스 금리 상태인 은행에 가지 못했던 저소득층의 아픔이 배어있는 것 아닌가?



/우석훈 타이거 픽처스 자문·경제학 박사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황금알 낳는 거위라던 뉴타운, 이제는 재앙"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1일자 기사 '"황금알 낳는 거위라던 뉴타운, 이제는 재앙"'을 퍼왔습니다.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②] 뉴타운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 뉴타운 사업은 기존 주거지를 정비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시절, 처음 시작됐다. 뉴타운 사업, 즉 도시재정비사업이 도입되기 전에는 재개발 문제 갈등은 주로 철거세입자와 재개발 조합 간 임대주택 및 보상금과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 이후 분쟁 양상은 달라졌다. 건실한 주택이 재정비촉진 지구로 지정되면서 지가가 올랐고, 투기 세력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은 더욱 악화됐다. 이 때문에 원주민들은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높은 추가 부담금을 내야 했다.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3억 원을 내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조합원들은 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며 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여전히 뉴타운의 사업성을 믿는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 간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는 1월, 뉴타운 해법을 발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타운 진행상황에 따라 맞춤형 해법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타운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사안이다. 뉴타운 문제가 무엇인지, 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본다.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

① "뉴타운이 로또? 지붕에서 비 새도 수리도 못하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뉴타운사업(재정비 촉진사업)이다. 각종 소송과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사업시행인가까지 난 지역에서조차 여러 문제로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2002년부터 지정된 뉴타운지구는 총 35개, 245구역으로 면적은 27㎢이다. 서울시 면적의 4.46%를 차지하는 방대한 크기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된 뉴타운사업은 강북 지역의 주거 환경이 강남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강북에 고품격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을 조성해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게 주목적이었다.

공공의 기반시설투자를 전제로 공공에서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민간 주도로 개별 구역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기존 재개발 사업과의 차이점이다. 하지만 개발이익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된다는 점에서는 기존 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군소단위로 진행되던 재개발을 하나의 대규모 재개발사업으로 진행하는 게 뉴타운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하나의 뉴타운지구 안에 여러 정비 구역이 존재한다. 뉴타운지구라는 것은 여러 정비 구역을 묶은 일종의 정비 구역 조합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뉴타운사업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2011년 3월 기준으로 총 35개 지구 241개 사업 구역 중 착공에 들어갔거나 준공된 구역은 단 32개에 불과하다. 전체 사업 구역의 87%는 아직 삽질 한 번 하지 못한 상황이다.

소송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7년~2010년 3월까지 서울시에서 발생한 재정비사업 관련 소송건수는 212건으로 이중 절반가량이 2009년에 발생했다. 자치구별로는 동대문, 성동, 성북, 서대문구 등 재정비사업이 많은 자치구에서 43.3%로 가장 많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단계별로는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과 관련한 소송이 134건으로 63%를 차지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 신길뉴타운지구. ⓒ프레시안(허환주)

주민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는 뉴타운

재정비사업의 갈등은 상당부분 정보부족과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뉴타운사업 동의서를 작성한다. 뉴타운 계획수립 후 주민공람과 공청회가 개최되지만 주민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설명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겉치레로 공청회 등을 진행하는 이유는 주민이 정보를 알지 못하면 못 할수록 사업 진행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뉴타운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토지 등을 담보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수익형 사업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분양수익이다. 이것이 많이 남아야 지역 주민의 부담금이 줄어든다.

일반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분양수익이 감소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아파트로 들어갈 때 부담해야 하는 부담금액이 증가하는 것.

문제는 이런 부담금을 정비업체에서는 지역 주민, 즉 조합원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데 있다. 부담금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막연한 개발이익에 대한 왜곡된 정보만을 제공하며 사업을 추진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09년 발표한 '묻지마식 재개발사업의 실태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모든 구역의 재개발조합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분담내역 제시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명 '부실동의서'로 조합이 설립됐다. 또한 백지동의서에 주민의 인감이 찍혀 있는 것도 확인됐다. 백지동의서에 주민이 동의했다는 건 사업내역을 주민이 알지 못한 채 동의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조합원들은 나중에야 막대한 추가부담금을 내야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개별감정평가액은 관리처분단계에나 가서 알게 된다. 이는 이후 소송과 주민 간 반목의 원인이 된다.

조합설립동의서 징구시 개관적인 비용분담의 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시행인가 후 감정평가를 통해 관리처분계획 총회 전에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집 평가액과 추가부담금 금액을 통보해줘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재개발조합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 사업성이 낮은 주택재개발 사업구역일수록 개별감정가가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부담금이 클수록 뉴타운사업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재개발 조합은 이를 최대한 숨기고 있다가 관리처분 총회 자리에서 통지 후 일사천리로 총회를 진행, 결의한다.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되면 사실상 뉴타운사업 절차는 마무리되는 셈이다. 물론 총회를 열 때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한다.



▲ 신길9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붙어 있는 포스터. ⓒ프레시안(허환주)

고작 17%만 재정착하는 원주민들

과도한 추가부담금도 문제다. 왕십리, 아현동 등 상대적으로 도심과 역세권에 가까운 지역의 뉴타운지구도 주민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2억 원의 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 특히 지리적 여건으로 고분양가를 확보할 수 없는 신림, 신길, 상계 등과 같은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는 감당할 수 없는 추가부담금으로 아예 뉴타운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실련이 재개발사업을 분석한 결과, 23개 지구 평균 아파트 분양가인 평당 954만 원을 적용할 때 30평형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최소 비용은 1억5000만 원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땅을 내주고도 이만큼의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담금을 조합원들이 이렇게 내야 하는 이유에는 뉴타운지구 선정 뒤 집값이 상승하는 게 하나의 원인이다. 시행사는 오른 집값 보상금만큼 그 비용을 아파트분양권 인상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주민의 추가부담금이 오르는 이유다.

신길2구역 주민 박정금(가명ㆍ68)씨는 "뉴타운 지구 선정 발표 전에는 한 평에 400~500만 원 하던 반지하 집이 지금은 한 평에 2000만 원을 넘어 간다"며 "결국 외부에서 들어온 투기꾼들만 여기서 시세차익을 얻어가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과도한 부담금은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떨어뜨리는 주요원인이기도 하다.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 주를 이루는 뉴타운지역의 영세집주인들의 경우, 전세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이들은 부담금을 낼 수 없어 분양권을 매매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돌려줘야 할 전세금이 있기에 그걸 제외하면 서울 외곽에 집을 구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불경기면 분양권은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지도 못한다. 그나마융자를 받지 않고 집을 구하면 다행이다.

이에 뉴타운지구 내 원주민들의 재정착율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2007년 자료를 보면 뉴타운 재정착률은 17.1%에 머물렀다.

부동산 시장에 좌우되는 뉴타운?

그렇다면 뉴타운사업은 원래 주민들이 많은 비용을 내야 하는 사업이었을까.

뉴타운사업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 자연히 그 지역 집값은 오르게 되고 그 오른 집값, 즉 개발이익으로 큰 비용부담 없이 신축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며 주민들을 '현혹'시켜 진행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정체되면서 이러한 유혹은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집값은 떨어지고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조차 미분양 사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로또라고 추앙받던 뉴타운사업은 한 순간에 미운오리새끼가 되어버렸다. 뉴타운사업에 찬성했던 주민들도 엄청난 부담금을 내야 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역마다 뉴타운사업 취소 소송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을 단순히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분석하기는 어렵다. 이주원 나눔과미래 사무국장은 "뉴타운의 문제는 부동산 경기의 호ㆍ불황 때문이 아니라 애초 민간의 수익성 위주 프로그램으로 사업성이 없는 지역들을 개발하려 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국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욕망했던 사람들이 평범한 거위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착각했던 것"이라며 "이명박과 오세훈 전 시장은 되지도 않는 사업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켰고 사람들도 그런 움직임에 동조했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이제야 많은 사람이 뉴타운사업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제는 시급히 뉴타운사업 탈출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환주 기자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MB가 집값을 절대 끌어올릴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09일자 기사 'MB가 집값을 절대 끌어올릴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를 퍼왔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끝났다… 집값 폭락 과도기, 전세 기근 계속될 듯

공급을 늘려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택 보급률과 자가 점유율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 서울시 주택 보급률은 2000년 77.4%에서 지난해 96.7%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왜 집 없는 사람이 이리도 많을까. 자가 점유율은 2000년 40.8%에서 지난해 41.1%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집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내 집 마련을 한 경우 보다는 기존에 집이 있던 사람들이 추가로 산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집값도 뛰어오를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전세 수요와 구매 수요는 분명히 다르다. 전셋값이 오르는 건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기도 하고 전세를 끌어안고 집을 사는 투기적 가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실 수요와 투기적 가수요가 동시에 줄어드는 상황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저축률이 하락하고 노동자 가구 가처분 소득도 줄고 있다. 대출 받아 집 사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지역 주택 보급률과 자가 점유율 추이. 핵심은 무작정 공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살 수 있는 싼 집을 늘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대우증권.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면서도 DTI(총부채상환비율)이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쉽게 풀지 못하는 건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스러울 정도로 불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1998년 184조원에서 지난해 795조원,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892조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명목 국민총생산은 연 평균 7.3% 늘어났는데 가계부채는 13.0% 늘어난 셈이다. 

대우증권 송홍익 연구원은 “결국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경제 성장률을 상회했는데 이는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핵심 원동력이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동자 가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94년 49.5%에서 2000년 73.3%, 지난해에는 122.5%까지 급증했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이야기다. 

송 연구원은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부채를 늘릴 수 없다면 소득이라도 늘어나야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수 있을 텐데 가계소득 증가율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면서 “소득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주요도시 PIR. 소득 대비 집값의 비율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13년 동안 소득을 모두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 ⓒ대우증권.

2000년 기준으로 노동자 가구 가처분 소득은 364조원,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700조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각각 641조원과 2580조원으로 늘어났다. 비율로 보면 1.9배 수준에서 4.0배까지 늘어난 셈이다. 소득 대비 집값을 나타내는 PIR은 서울이 13.0배, 경기도가 7.0배에 이른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13년 동안 소득을 모두 저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득의 3분의 1을 저축한다고 해도 40년 가까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생아 수와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 송홍익 연구원은 "집값이 비싸니 결혼이 늦어지고 신생아 수가 급감, 경제의 동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우증권.

인구 고령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순자산은 2억4560만원이지만 30대만 놓고 보면 1억6124만원 밖에 안 된다. 대우증권은 수도권의 경우 가구당 순자산이 3억708만원, 30대 가구는 2억155만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 평균 아파트 가격이 105.6㎡ 기준으로 5억6736만원, 경기도는 3억464만원 정도니까 서울에서는 3억6518만원, 경기도에서도 1억309만원을 대출 받아야 한다. 

결국 대출 기준을 크게 완화하지 않는 이상 30대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는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40대 가구의 경우도 전국 기준으로 순자산이 2억4419만원, 수도권 지역은 2억6213만원 정도다. 역시 상당한 대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PIR이 5배 안팎이었던 10여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집값은 너무 비싸고 소득 수준은 그때보다 더 열악하다. 특히 30대와 40대의 구매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선거철마다 나왔던 부동산 대책도 내년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송 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20~40대의 지지를 끌어모아야 할 텐데 과거와 같은 부동산 부양 정책은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2040세대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전·월세 가격을 제어하기 위한 주택 공급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집값 하락이 계속될 거라는 근거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빚 내서 집 사는 사람이 늘어날 수가 없고 둘째, 물가 상승과 저축률 하락,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있어 소득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셋째, 2040세대의 불만이 거센 상황이라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 보다는 공급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책과 가격 추이. 정부 정책의 약발이 갈수록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증권.

부동산 불패 신화가 끝나간다는 신호가 여러 경로로 감지되고 있지만 전셋값 상승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전세와 매매 비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과거 고점이 서울은 58.7%, 경기도는 63.9%인데 현재는 각각 47.2%와 52.4%로 낮은 편이다. 결국 한동안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거나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지 않는 이상 전세 기근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거라는 이야기다. 

대우증권은 이례적으로 “최소 향후 5년 동안은 아파트 가격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우증권은 “집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집값이 계속 오르길 원하겠지만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 장기적으로 생산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면서 “2040세대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단기적인 경제 성장에 만족하는 수준을 넘어 2030년을 바라보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저녁 방송된 KBS <뉴스9>

12·7 대책은 집권 말기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보수 기득권 세력을 달래려 내놓은 고육지책이지만 별반 새로울 게 없고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이미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데 있다. 이제 대출을 늘려주고 세금을 깎아주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시대가 지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동산 대세 하락이 시작됐고 이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나온 상황이다. 

동양증권 정상협 연구원도 “센티멘트(심리) 개선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거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되는 주택 가격과 실제 소비자들이 사고자 하는 가격의 괴리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서 양도차익 기대감이 클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조치들이지만 시장이 계속 횡보할 것으로 보이는 지금 상황서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