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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4일 금요일

[사설]가계부채 900조원, 약발 안 듣는 억제대책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23일자 사설 '[사설]가계부채 900조원, 약발 안 듣는 억제대책'을 퍼왔습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가계부채가 912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어섰다. 4·4분기 중에만 늘어난 부채가 22조원으로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연간으로는 66조원이 늘어 전년 증가액(67조원)과 거의 같은 수준을 보였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까지 불리게 된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건만 부채 증가 속도가 여전히 가파르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가계부채 가운데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은 858조1000억원으로 4·4분기 중 19조원이 증가했는데 은행에서 나간 대출도 전분기(5조4000억원)보다 많은 6조2000억원이나 증가했지만 은행 이외의 대출이 두드러진 증가세를 나타냈다. 저축은행·신협 등 비은행 예금기관의 대출 증가액이 전분기보다 46% 많았고, 보험·증권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 증가액 역시 전분기 증가액의 2배에 이르렀다. 은행 대출창구가 조여지자 다른 금융기관들의 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규모가 1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들이 부채를 성공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것과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소득이 늘지 않아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이 점점 떨어짐에 따라 은행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2금융권에서 빚을 내는 악순환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실제로 얼마 전 발표된 한은의 가계금융조사 결과에서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돈을 빌린 대출자의 3분의 1가량이 만기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기 집을 갖고 있는 가구의 경우 지난해 소득보다 부채증가 속도가 빨라 가처분 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172.3%로 전년(166.9%)보다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가계부채의 적정 증가를 위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분할상환 대출을 활성화하는 등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로 보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의 근본적 해결책은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상환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에 이르기까지 일단 부채 증가속도를 제어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보고 사실상 손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정부는 과거 은행들의 대출 경쟁을 방치하고 저금리를 지나치게 오래 유지해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킨 전력이 있다. 대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2012년 1월 31일 화요일

배은망덕한 대기업들, 혼내줄 방법 없을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31일자 기사 '배은망덕한 대기업들, 혼내줄 방법 없을까'를 퍼왔습니다.
[홍헌호 칼럼] "상생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 사회적 책임 강제해야 할 때"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가 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대한민국 대기업들을 ‘가난한 집 맏아들’에 빗대어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이 책을 쓴 취지다. 

대기업들을 ‘가난한 집 맏아들’에 빗댄 것은 매우 적절한 비유라고 본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연구소도 2005년 1월 문을 연 이래로 유 교수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 왔다. 

1990년대 이후 동유럽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것이지만 자본주의로의 이행기나 경제발전 초기단계에 각국이 기업지원을 주로 하는 불균형성장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규모의 경제 효과(규모가 클수록 단위당 비용이 적게 들어가 경제적 효율성이 커지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또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이 매우 중요한 국가 과제로 떠오른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고 또 후세대가 갚아야 할 국채를 발행하여 확보한 재원으로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우고 SOC 관련 공기업을 키워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는 국민들도 직관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또 사회간접자본(SOC)의 경제발전 기여도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정부의 이런 불균형성장전략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불균형성장전략,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 아니다그러나 이런 불균형성장전략은 대기업과 공기업을 키우기 위해 근로자들과 농민들,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라 볼 수는 없다. 결국 각국은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불균형성장전략을 균형성장전략으로 전환하여 대기업들이 경제적 약자들과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며 ‘동반성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 강자가 된 대기업들은 자신들을 키우기 위해 희생된 약자들과의 과실 나누기에 소극적이거나 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과실 나누기를 체제전복세력의 준동으로 몰아가며 기득권 수호에 몰두하는 경향도 있다. 

경제권력이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성장의 과실 나누기를 거부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제적 약자들은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민주화투쟁’으로, 경제권력에 대해서는 ‘노동운동’으로 맞서게 된다. 정치학자들이 개발도상국이 일정정도 성장하면 대부분 민주화투쟁 시기를 거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재벌은 대박, 민생은 쪽박! 집회 참가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현수막.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정희도 불균형성장전략을 장기간 고집하다 몰락했다
   

1970년대 박정희의 몰락과정을 보면 ‘YH여공 신민당사 점거농성과 강제해산, 신민당 김영삼 총재의 일본에서의 박정희 비난, 김영삼 총재 의원직 박탈, 부마항쟁(부산,마산에서의 민주화투쟁), 차지철 등의 강경유혈진압론, 김재규의 박정희·차지철 사살’이라는 일련의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는데, 그 맨 앞자리에는 ‘가혹한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던 YH여공의 투쟁’이 있었다.    

당시 박정희가 15년간의 불균형성장전략에서 벗어나 균형성장전략으로 전환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최측근 총탄의 재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다른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약자들을 희생해서 성장했고, 경제적 약자들의 제몫찾기운동을 체제전복세력의 위험한 준동으로 간주하고 탄압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전두환도 박정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도 정말 운좋게 3저호황(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로또를 만났지만 1987년 민주화투쟁 앞에 항복선언을 해야만 했고, 또 노동자대투쟁 앞에 일부 임금 현실화를 해야만 했다. 대기업들이 누리는 성장의 과실에 비해 경제적 약자들의 몫은 지나칠 정도로 적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광범하게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 현실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기득권 세력들은 임금이 현실화될 경우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협박으로 드러났다. 성장률은 떨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임금 현실화가 내수를 자극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일이 일어났다. 

1990년대 이후에 더 극심해진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임금 일부 현실화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까. 일부 근로자에게 일부 보상은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약자의 주요 축인 농민들과 자영업자들, 그리고 중소기업들에게는 더 큰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1990년대 농민들은 UR(우루과이 라운드)이라는 개방압력에 노출되었고, 중소상인들은 유통업 급진개방에 노출되었으며, 중소기업들은 밀려드는 저가 중국산과의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정부 관료들은 경제적 강자를 위해서 경제적 약자들이 또 한번 희생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대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입개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민들은 UR이라는 개방압력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은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았다. 농민들은 과거 수급불균형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하여 농민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하곤 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었으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거품경제 때 잠복되어 있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의 재앙은 1997,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심각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1996년 김영삼 정부가 감행한 국내외 대자본에 대한 유통업 개방은 서민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 유통업 경제성장기여율은 7.6%(1990년대 전반기)에서 1.8%(2000년대 후반기)로 추락했고, 고용비중은 18.5%(1995)에서 15%(2010)로 추락했다. 전체 취업자가 2450만 명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그것의 3.5%인 86만 명이 유통업 부문에서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중소상인들의 불행은 그들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자리를 잃은 중소상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산업의 영세자영업 시장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통업 개방은 영세자영업 시장의 과잉사태를 더욱더 심각한 상태로 치닫게 했다.

국세청 통계는 1996년 이후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해졌는지 수치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세청에 따르면 매년 폐업하는 영세자영업자 수는 1995년 33만 명에서 2009년 75만 명으로 급증했다.

저가 중국산 공산품 유입도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통계를 보면 1990년대 이후 중소제조업 영세화가 급진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저가 중국산 유입으로 중소제조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과열경쟁 상태인 영세자영업 시장으로 탈출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그곳에 머물러 있는 영세제조업체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들의 영세화는 향후 제조업 발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영세화는 설비투자 여력, 연구개발 여력, 인력양성 여력을 소진시키고, 이것들이 소진될 경우 성장잠재력 확충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중FTA가 추진될 경우 중소제조업체들은 또 한번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한중 무역동향을 보면 부품,소재 등 중간재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만큼 중국산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과거에는 범용부품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부품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 강자들을 위해서 경제적 약자들은 희생됐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되물을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경제적 약자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경제적 강자들을 위해서 경제적 약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물어야 한다. 경제적 약자들을 희생시키려 하는 경제적 강자들은 이들에 대해 보상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어이없는 것은 이들이 경제적 약자들에게 보상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는 커녕 이들에 대한 보상규모를 줄이는데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부자감세는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보상규모를 줄이려는 경제적 강자들의 몰염치한 시도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유진수 교수의 책, 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그가 말하는 ‘가난한 집 맏아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 초기의 대기업들을 지칭한다. 당시에 가난한 집 맏아들들은 심각할 정도로 동생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동생들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더 많을 혜택을 누렸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심각할 정도로 소기업에 비해 경영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규모의 경제가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조세지원을 받았고 더 많은 재정지원을 받았다.

‘가난한 집 맏아들’에 대한 지원은 교육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혼인을 하고 집을 마련하고 상속을 받는 과정에서도 동생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았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로부터 조세지원, 재정지원 외에도 FTA 지원을 받았고, 환율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정부가 경제적 약자에 대한보상금을 마련하기보다는 그것을 줄여서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자신들의 금고를 채우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우겼다. 

경제적 강자에게 더 퍼 주어야 경제가 산다?  

대기업들과 보수진영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 약자에게 보상하는 것(복지)은 ‘낭비’지만, 대기업 금고를 더 채우는 것은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두 가지 명백한 오류에 빠져 있다. 복지(혹은 소비)는 낭비요 투자는 생산적이라는 주장이 그 중 하나고, 대기업 금고를 채우는 것이 곧 투자라는 주장이 나머지 하나다. 

경제분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복지 혹은 소비는 낭비적인 것이요 투자는 생산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소비와 투자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예를 들어 같은 승용차라도 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비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한다. 국민계정상 신축아파트를 구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한다. 양자 간에 큰 차이가 있을까. 비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그래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전문기관들이 투입-산출 분석을 할 때 소비,투자,수출의 단위당 효과가 같다고 가정하는 것이다.법인세 인하가 중장기적으로 효율적이다?

또 이들은 대기업 금고를 채우는 것이 곧 투자라는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의 일부 연구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2009년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라는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조세연구원의 보고서를 살펴 본 결과 "조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이 법인세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자신들은 "법인세 인하의 단기 투자 증진효과는 의문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에는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도 이제는 자신들이 인용한 조세연구원 보고서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문제의 조세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이 근로소득세보다 더 작게 나타나고, 2000년대에는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의 분석대로라면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담을 우선적으로 늘려야 하고, 2000년대에는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담을 우선적으로 늘려야 하고, 대기업들에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0년대에는 그것을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니. 

조세연구원이 이런 황당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그들이 CGE 모형(연산가능 일반균형모형 :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을 토대로 분석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CGE 모형은 수많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CGE 모형의 비현실성](경기대 신범철 교수, 2008년 보고서)

- 지극히 비현실적인 가정이 낳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모형- 상품과 생산요소 시장에서 완정경쟁시장과 완전정보를 가정- 생산에 있어서의 규모의 불변을 가정(내생적 성장론은 발붙일 여지가 없음)- 모든 시장에서 균형에 도달한다는 시장청산 조건 가정- 언제나 시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에 따른 경기변동이존재하기 어렵고, 노동시장에서 실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 생산요소의 완전이동 가정- 실업의 사회적 비용, 자본이동에 따른 사회적 비용 무시- 모든 소비자의 선호상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 모든 생산자간의 생상기술상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애로우(Arrow)가 사회후생함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불가능성 정리를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CGE 모형 사회후생함수는 존재한다고 가정- 수없이 많은 가정을 전제로 한 모형으로 계산 가능한 것만을 다룬 가상의 세계일 뿐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경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형


법인세 감세는 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인다  대기업 금고를 채우는 것이 곧 투자라고 말할 수 없다면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감세액 중에서 몇 %가 투자로 이어지고 있을까. 그 비율을 추정해 보는데 도움이 되는 지표가 바로 한계투자성향(marginal propensity to invest)이라는 지표다. 한계투자성향은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투자에 쓰는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낸다.


기업들의 시기별 한계투자성향. 한국은행 자료 가공. (한계투자성향 = 투자의 증가분/ 소득의 증가분)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을 산출해 보면, 1980년대에는 0.94, 1990년대에는 0.89로 나타난다. 한계투자성향이 0.89라는 것은 기업소득이 1억 원 늘어날 때, 설비투자가 8900만원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투자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십여 년간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00년대에 0.29로 급락한 것이다. 한계투자성향이 0.29라는 것은 기업소득이 1억 원 늘어날 때 설비투자가 2900만원 늘어났다는 뜻이다. 충격적인 수치다.

기업의 한계투자성향이 0.29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정부의 기업조세지원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복지지출정책의 경제적 효과보다 더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정부가 기업에 1억원을 지원하여 2900만원의 투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1억원을 저소득층에 지원하여 1억원에 가까운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과가 더 크다. 

따라서 향후 정부는 복지를 희생하여 기업지원을 늘렸던 7,80년대식 조세재정정책에서 벗어나, 복지를 성장의 주요 요소로 인식하는 ‘성장-복지 선순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부자와 빈자가 상생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일시적으로 불균형성장전략이 유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불균형성장전략을 추진할 경우 성장과 복지가 모두 죽게 되는 그런 단계에 와 있다. 

성장과 복지가 상충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선진국들 중에서 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는 북유럽 국가들과 불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는  미국을 비교해 보자. 이들 중 어느 쪽이 성장, 복지, 재정건전성을 이루는데 성공했을까.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이 3가지 모두에서 실패한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3가지 모두에서 성공했다.  

먼저 성장률을 보면 미국의 경제호황기라 불리우는 1993년과 2007년 사이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핀란드의 1인당 GDP 실질 성장률 순위는 6위였고, 스웨덴은 11위, 노르웨이가 13위, 덴마크가 20위였다. 반면 미국은 23위에 머물렀다. 

소득재분배에 있어서도 미국은 북유럽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유럽 4개국의 지니계수(소득불평등지수/수치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임)를 살펴보면 스웨덴과 덴마크가 0.23, 핀란드가 0.27, 노르웨이가 0.28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0.38이었다. 지니계수 0.38은 OECD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나쁜 쪽에 속한다. 

재정건전성에 있어서도 미국은 북유럽에 비해 매우 좋지 못하다. OECD에 따르면 2010년 북유럽 4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평균은 47.5%로 OECD 평균 66%보다 18.5% 포인트 낮았다. 반면 미국은 94.4%에 달했다. 

2012년. 우리는 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여 성장과 복지, 그리고 재정건전성을 모두 얻을 것인지, 아니면 불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여 이 모두를 잃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물론 북유럽의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식의 불균형성장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12년 1월 3일 화요일

집사면 패가망신, 주식투자는 쪽박…대체 어쩌라고?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2일자 기사 '집사면 패가망신, 주식투자는 쪽박…대체 어쩌라고?'를 퍼왔습니다.
[우석훈 칼럼]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은…

한국은행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물가안정이다.

"제1조(목적) ① 이 법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행법)

물론 토건파들이 가끔 이 법을 고쳐서 경기부양과 같은 부수적인 목적을 추가하려는 시도를 종종 하지만, 그래도 한국은행이 존재하는 이유는 물가안정이다. 한은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화폐행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정부는, 특히 노무현의 '2만불 정책' 이후로 경제성장률 자체를 정권의 경제정책 성과 여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나중에 어떻게 되든 우선 기계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은법은 한국은행의 존재 목적에 물가안정 이외의 다른 목표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물론 시대가 바뀌니까, 해외 자본 특히 투기성 자본에 대한 유출입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토빈세나 은행세 같은 형태로 도입하는 것을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다. 현 정부에서도 은행세는 실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행이 취했던 여러 가지 정책을 가장 일관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저금리를 통한 주택 경기부양, 즉 토건 기조를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거품과 한은의 기준금리, 이 고리는 토건경제 시절을 거치는 동안 한국 경제의 기조가 된 불행한 상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일반인들에게 더 많은 빚을 빌려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것이 2004년 이헌재의 '한국형 뉴딜' 이후 한국은행이 일관되게 시중에 보여준 신호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2011년에 가히 클라이막스로 치달았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시대에도 금융통화위원회는 너무 했지만, 이명박 시대를 맞아 중앙은행으로서의 최소한의 염치도 잃고, 일관되게 부동산 경기부양 외에는 도대체 지난 7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이렇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자, 아주 간단한 그래프 작업을 한 번 해보자.

자료는 한은이 제공하는 물가지표로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시중금리 지표로서 1~2년짜리 정기예금의 수신금리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두 가지 지수의 차이를 실질금리로 표시하였다. 만약 은행에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하였을 때, 실제로 예금주가 얼마의 실질이자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걸 보여주기 위한 지표이다.



현재 모피아의 수장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시절이던 2004년에는 실질금리가 0.27까지 내려갔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거의 '제로 금리'에 가깝게 금융경제가 노무현 초반기에 운영되었던 얘기이다. 그리고 2005~2006년의 부동산 대란이 벌어졌다. 화들짝 놀랐던 노무현 후반, 수신금리가 약간 올라갔고, 부동산 대란은 진정되었다.

2010~2011년은 해외 자원가격 상승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속성상, 물가를 포기하고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일시폐지' 등 주택경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사용하였고, 한은 역시 여기에 맞추어서 시장 상황보다 여러 발짝 떨어진 '게걸음'으로 금리정책에 임했다. 그 결과, 이제는 통제권을 벗어난 2011년의 물가상승 기조가 펼쳐진 것 아닌가?

이 와중에 한전 등 공공물가 상승기관과 라면업체, 우유업체, 이렇게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게 되는 곳들이 행정지도의 된서리를 맞고,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주범은 여전히 다주택 보유자들을 자신의 정치기반으로 하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만 거시 금융정책을 펼치는 한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011년은 아마 한국의 금융사에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OECD에 가입하면서 상식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이후, -0.05%로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을 기준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된 해이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금융당국의 의지는 너무 명확하다. 은행에 예금해봐야 금리가 마이너스이므로, 어지간하면 부채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집 없는 사람들이 집 사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미 주택시장은 '부동산 푸어'의 현실적 압박에 의해서, 대통령이 아무리 애달프게 복덕방을 쳐다봐도 더 이상 아파트 투기를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일시적으로 이 돈들이 주식 단기투기로 몰려들어서, 해외 시장의 불안정성과 결합되며 증시 '랠리 장세'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잠깐 눈을 들어 생각해보자. 1999년, IMF 경제 위기 한 가운데에서 실질 이자율은 7.14%로 오히려 높았고, 이 해에 기업을 제외한 순저축률이 19% 정도로 높아서, 일본과 저축률 1~2위를 달렸다. 나는 그런 저축의 힘이 IMF 경제위기를 한국 경제가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했던 주요 요소라고 생각한다. 기업 부문을 제외한 순저축률이 2010년에 3%였는데, 지금의 마이너스 금리 추세를 계속하면 앞으로는 더 내려갈 것이다.

국민 혹은 무주택자에게 이 눈을 돌려보자. 약간의 목돈이 있을 때, 은행에 가지고 가봐야 마이너스 금리이고, 무리해서 집샀다가는 패개망신의 길이 기다리고 있으니, 잠깐 주식시장으로 가지고 갔다가 완전히 망하는…. 한은이 조장한 지금의 화폐정책 기조에서는 이 길 외에는 없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은 높고, 임금상승률은 도저히 거기 맞지가 않으니, 한 마디로 살 수가 없는 거다.

여기에 비정규직으로 알바를 전전하는 20대의 삶을 투영해보자.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 어렵고, 집 사는 건 아예 포기했고, 그렇다고 억지로 얼마씩이라도 저축을 해봐야,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이 모든 아수라장을 간단히 정리해줄 수 있는 용어는 바로 '강부자 정권'이다. 일반 국민들은 은행이 아니라 부동산에 돈을 넣고, 그렇게 올라간 집값의 성과물을 강남 사는 부자들이 챙겨가는 것, 마이너스 금리가 지금 우리에게 해주는 얘기는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지금 국민들의 삶을 가장 빨리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물가안정이고, 한은은 바로 그것을 위한 기관이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국민들의 채무 부담이 높아져서 어렵지 않은가? 그건 핑계다. 시장 이자율을 따라 정부 정책이 움직일 것이라는 상식이 움직여야 국민들도 정리할 수 있는 부채는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부채 다이어트' 등 정부 프로그램이 같이 움직여나가면서 개개인의 경제적 삶을 재편할 수 있는 계기를 삼게 된다. 한은은 엉뚱한 핑계를 대면서, 결국 물가는 올리고 이자는 낮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OECD 가입 이후로 최초의 마이너스 금리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한국은행 총재가 최소한의 경제적 상식과 일말의 국민적 책임감이 있다면, 정책적 목표가 아닌, 정책의 실패에 의해서 발생한 이 마어너스 금리 사태를 맞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가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혹은 자신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위하여 지금의 화폐정책 기조를 몇 달만 더 끌고 간다면, 한국 경제의 체질은 이제 이 미증유의 마이너스 금리 속에서 급속히 피폐해질 것이다.

이미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만들어낸 총재로, 금융사에 김중수 총재는 기록될 위기이다. 소탐대실이라, 이 작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억지로 버티면, 우리가 '대실'하게 된다.

다음 정권을 위해서, 금융통화위원회는 어떤 식으로 개편해야할지, 잠시 생각해보자.

현재 금융통화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직, 총재와 부총재, 두 2표는 청와대표이다. 그리고 기재부 장관과 한은총재가 지명하는 1인씩, 이 2표도 청와대표이다. 지금 론스타 사건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임명하는 1인, 역시 청와대표이다. 7표 중 5표가 대통령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표가 된다. 과반수를 훌쩍 넘는다. 청와대의 경제수석 아니 그도 아닌 비서관 맘대로 5표를 이미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2표는? 상공회의소에서 한 명을 추천한다. 이건 한 때 '최강 라인'의 바로 그 최중경이 장관으로 있던 지식경제부에서 맘대로 할 수 있는 한 표이다. 역시 청와대표이다. 대망의 마지막 1표는? 사단법인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한 자리를 추천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래도 은행들이 한 표를 쓴다고 하지만, 어차피 강만수 산은지주 총재 등, 고대 출신 아니면 모피아들이 은행연합회를 장악하고 있다.

모아보면 금융통화위원회의 7표 중, 6표가 청와대 표이고, 한 표가 모피아 표, 이렇게 되어있다. 그리고 누가 어느 기관 추천인지, 그것은 비공개이다. 즉 은행연합회를 통해서 모피아를 대변하는 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것만 모르지, 나머지는 다 그냥 청와대에서 임명권을 행사한다고 보면 사실과 다르지 않다. 역대로 보면, 한은총재가 실제로 자기친구로 한 명을 더 추천할지, 아니면 그 자리도 대통령 친구로 할지, 정권에 따라서 그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게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이다.

이러니, 마이너스 금리 사태를 맞아, 진짜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면,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시작하는 청와대 경제팀이 이 사태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맞다. 그렇지만 도의적으로, 상황을 이렇게 끌고 나간 김중수 한은총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경제의 다른 분야에 비하면, 금융통화 부문은 너무 관료의 힘이 강하고, 청와대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게다가 민간 부문을 대변하는 게, 상공회의소와 은행연합회 밖에 없다는 게,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러니 이 양쪽을 다 장악하고 있는 모피아들 손아귀에서 한 국가의 금융정책이 놀아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역대로, 상공회의소 쪽에서는 실제로는 자기들은 아무 권한도 없었다, 이렇게 늘 항변했다. 무리도 아니다. 한국의 상공회의소는 말만 민간단체이지, 지식경제부가 상근부회장 자치를 통해서 직접 통제하는 대표적 정부 쪽 기관이다.

2011년에 드러나 이 황당한, 즉 의도하지 않았고, 자기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무식하게 금리를 붙잡고 있었는지 예측도 하지 못해서 벌어진 이 마이너스 금리 사태를 어떻게 하면 재발하지 않을 수 있게 하겠는가? 마이너스 금리 사태의 심각성은, 이게 정책적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1) 사태의 상징적 책임을 지고, 김중수 한은총재가 사퇴할 것.

2) 화폐정책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청와대의 리모콘 정책을 최소화할 것.

3) 야당 쪽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이건 어느 쪽이 야당이 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위원회 내에서 견제가 없다면, 어떤 위원회라도 금방 반쪽짜리로 전락한다.

4) 시민대표 2인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이때의 시민대표 1인은 소비자 입장을 대변, 또 다른 1인은 전월세 등 무주택 세입자 국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것.

모피아와 강부자 정권이 묘하게 결합하면서, 한 국가의 화폐 정책을 너무 자기들 손아귀에서 견제도 없이 주물딱 주물딱 했다. 일반인들이 발권정책과 이자율 정책 등, 기술적인 문제들을 멀게 생각한다고, 너무 한국은행이 국민을 보지 않고 청와대만 보고, 모피아들 입맛만 맞추면서 화폐 정책을 이끌어온 것 아닌가 하는 회한이 든다.

한 때 양희은도 불렀던 노래 중에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라는 노래가 있었다. 명박을 위해 피어난 6송이 수선화와 모피아를 위해 피어난 한 송이 수선화, 정말로 가련한 일곱 송이 금통 수선화가 아닌가?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상태는, 만약 이게 특수한 정책 목표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구축된 여건이 아니라면,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 상태로 몇 달만 더 방치되면, 거품은 거품대로 조정될 시간을 놓칠뿐더러, 길을 잃은 개인의 돈들도 은행으로 제대로 가지 못하고, 증권가 주변을 떠돌다가 개개인들이 패가망신하게 된다. 작년의 저축은행 사태의 한 일각에는, 안전한 줄 알면서도 마이너스 금리 상태인 은행에 가지 못했던 저소득층의 아픔이 배어있는 것 아닌가?



/우석훈 타이거 픽처스 자문·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