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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7일 화요일

"G20 다큐, 과장된 문구 읽자니 짜증이 확 밀려왔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3-26일자 기사 '"G20 다큐, 과장된 문구 읽자니 짜증이 확 밀려왔죠"'를 퍼왔습니다.
MBC김경화, KBS이광용 아나운서의 유쾌한 '파업'수다

MBC와 KBS 구성원들이 '공정방송 쟁취'와 '사장 퇴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파업을 진행한 지 27일로 벌써 58일(MBC), 22일(KBS)째다. 퇴로없는 '끝장투쟁'에는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아나운서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했다. 김정근 MBC 아나운서가 정직 2개월, 3000만원 재산가압류에 이어 (제대로 뉴스데스크) 내레이션을 이유로 고소까지 당하고, KBS에서는 이상호 아나운서가 파업 도중 (세상은 넓다) 진행자 교체 방침을 통보받는 등 여타 직군에 비해 두드러지는 '보복'을 당한 것이다.최원정 KBS 아나운서 역시 파업 초기 KBS 1FM (새아침의 클래식) 진행자 교체 방침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향후 파업 참여 아나운서들에 대한 보복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 김경화 MBC 아나운서와 이광용 KBS 아나운서.

26일, (미디어스)는 김경화 MBC 아나운서와 이광용 KBS 아나운서가 '파업'을 주제로 '공적 수다'를 떠는 공간을 마련했다. 엄중한 상황, 그러나 '즐거운 투쟁'이라는 모토에 걸맞게 파업에 참여한 이들 아나운서들은 이번 싸움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정방송'이라는 대의에 충실한 투쟁인 만큼, 반드시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섹션TV 연예통신) (뽀뽀뽀) 등에 출연했던 김경화 MBC 아나운서(2000년 입사)는 파업 전까지 (파워매거진)(금요일 오후 5시)과 (그린실버 고향이 좋다)(일요일 오전 7시) 진행을 맡았으나 현재 프로그램에서 빠진 상태다. 2003년에 입사한 이광용 KBS 아나운서 역시 인터넷 방송인 (이광용의 옐로우카드)를 잠시 멈추고 파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1. 치졸한 보복
작년, 한 모임에서 만났던 이 둘은 오랜만의 재회에 서로를 반가워했다. '파업'이 단연 화제다.
김경화: 김정근 아나운서가 (제대로뉴스데스크) 내레이션 때문에 고소당했잖아요. 내레이션 때문에 고소당하는 거 본 적 있어요?
그래서, 저도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나도 고소당할지 모른다'고 말하고 왔어요.(웃음) 김정근 아나운서가 노조 교육문화국장이긴 하지만, (상징적 효과가 큰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표적으로 당한 측면이 있죠. 처음에는 김정근 아나운서 목소리인줄도 몰랐다가 색출해서 알아냈다고 하더군요.


▲ 김경화 MBC 아나운서

회사측에서는 김정근 아나운서를 통해 (제대로뉴스데스크)를 제작한 사람, 촬영한 사람 모두 알아내고 싶었는데 못 알아낸 거죠. 일제시대에 앞잡이 한 명 붙잡아서 '다 불어라!' 이런 분위기예요. 말도 안 되죠.  
이광용: 그래요?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고 있었어요.  
김경화: (아나운서들을) 겁주려고 하는 게 있어요. 사실, 타격 주기가 너무 쉽죠. 
이광용: 저희도 2010년 새 노조 파업 직후에 김윤지 아나운서, 이재후 아나운서가 프로그램에서 강제하차당했어요. 새 노조에 아나운서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큰 그림'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너희, 새 노조 들어가면 가만 안 둔다'는 건데, 실제로 2010년 파업 이후로 아나운서 조합원들의 추가 가입이 전혀 없었답니다.
김경화: 그렇군요. 사실 저도 파업 초기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파업이 끝난 이후 돌아갔을 때, 어떻게 될지 생각 안하려고 해요. 두려움이 커지면, 결국 김재철 사장이 원하는 대로 될 테니까….  
이광용: 제 프로그램(이광용의 옐로우카드)은 완전히 멈춘 상태예요. KBS 홈페이지, 네이버, 다음에서 서비스되는 건데 파업 직전에 200회 특집을 한 이후로 완전히 멈췄어요.
김경화: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많은 것 같네요. 상진이(오상진 아나운서)만 해도, (위대한 탄생2) 실제 경연 들어갈 때 딱 그만두게 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상진이 마음도 안 좋을거고…. 방송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건 정말…가슴 아픈 일이죠.
이광용: 제 프로그램도 소수 마니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2008년 5월 첫 방송한 이후로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한테는 가장 소중한 프로그램인데, 그만큼 이 싸움이 중요하니까.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많이들 응원해 주시더라구요.
김경화: 제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제가 빠져있는 상황인데도 방송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어요. 남자MC 혼자 진행하는 구조로. 그런데, 밖에서 싸우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저 혼자만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 고생은 함께 하는 거니까.
이광용: 방송이 정말 좋아서 아나운서가 된 건데, '산소'와도 같은 프로그램을 빼앗아 버리면 회사에 다니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방송을 쉬게 하는 것, 아나운서들에겐 정말 엄청난 징벌이죠.
#2. 똘똘 뭉친 MBC 아나가 부러운 KBS 아나들
동일한 목표를 위한 싸움이지만, 아나운서들의 경우만 놓고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김경화: 근데, KBS는 노조가 둘로 나뉘어 있죠?
이광용: 예. KBS 본사 아나운서가 100명이고 그중 노조 가입 가능한 사람이 80여 명인데 14명만 참여하고 있어요. 20%도 안 되는 수치예요.
김경화: 그럼, 파업해도 프로그램은 정상 운영되고 있겠네요?
이광용: 그럼요. 아주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죠….
김경화: 새 노조에 가입하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이광용: 그렇죠. 현재 KBS 권력구조상 새 노조 활동은 '주홍글씨'나 마찬가지니까.
어떤 것까지 있었냐면, 7월 런던올림픽 AD카드 제출해야 하는데 새 노조 소속인 김현태, 이재후, 최승돈 아나운서의 경우 담당 팀장을 통해서 '파업 풀지 않으면 런던 못 간다'고 직접적으로 협박까지 했어요. 유능한 스포츠 캐스터들인데.
김경화: 진짜 그럼 안되는 건데….
이광용: 그니까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죠. 근데 이게 기사화되니까 이틀만에 아나운서실 간부들이 성명 내서 '(협박이 아니라) 설명하려고 한 것일 뿐이다'라고 하더군요. 이분들, 큰코 다칠 겁니다. 분명한 증거가 있으니까.
김경화: 저희는 아나운서 조합원 35명 전원이 참여하고 있어요. 전부 다 나와서…. 오히려 사장이 동력을 키워주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이광용: 똘똘 뭉치는 게 부럽네요. 저희도 새 노조 조합원 14명끼리는 끈끈해요. '카톡방' 만들어서 수다도 떨고. 열흘에 하루 정도는 '투쟁휴식일'이 있는데 아나운서 조합원들끼리 기분전환하러 갈까 하기도 하고.
김경화: 새 노조 아나운서들은 용감한 것 같아요.
이광용: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지금 구 노조는 지배구조 개선 투쟁 한답시고 '낙하산 사장, 더는 안 된다'고 하는데 정작 현재의 낙하산 사장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해요. '다음 생에서 잘 하고, 이번 생은 가만히 있자'는 건데 말이 되나요?
새 노조에 가입안한 아나운서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KBS 내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새 노조 아나운서들을 상대로) 어떻게 할지 잘 알기 때문에….
김경화: (끄덕끄덕)
이광용: 근데, 점점 건너기 힘든 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간부들을 제외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과 저희들 사이에. 사실 2010년 파업 때도 밖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채감 때문인지 오히려 안에 있는 분들이 저희를 가까이 하지 못하는 게 좀 있었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간극이 커질까봐, 염려돼요.
#3. G20 경제효과를 읊어야 했던 참담한 기억
지난 4년, 불공정보도를 강요당했던 것은 기자나 PD 뿐만이 아니었다.


▲ 이광용 KBS 아나운서

이광용: 작년에 G20 특집으로 KBS가 도배했던 거 기억하세요? 그때 저도 친한 기자에게 부탁받아서 G20 특집다큐 내레이션을 했었지요.
G20 회의는 특별한 게 아니라 20개 나라가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정기적 회의인 거잖아요? 그런데 '경제효과 수십조 원'이라는 과장된 문구를 읽자니, 짜증이 확 몰려왔죠. 최대한 문구를 바꿔보기도 했는데, 정말 두고두고 참담…하더라구요.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죠.
김경화: 저도 G20 홍보 프로그램 내레이션 많이 했었어야 했어요. 회사 내 행사 사회도 보고….
이광용: 2003년에 입사했는데 지난 4년만큼 KBS 내에서 참담한 일이 끝도 없이 벌어진 적이 없었어요.
김경화: 영혼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정말 지난 몇 년 동안은 위에서 시키는 딱 그부분까지만 하는 사람으로 전락한 것 같아요. 방송인, 언론인이 아니라 기능인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이광용: (끄덕끄덕)
#4. 이번은 다르다
장기화되고 있는 '끝장 투쟁' 파업, 그러나 낙관적 상황이라는 것이 둘의 공통된 판단이다.
김경화: 지난 4번의 파업과는 분명히 분위기가 달라요. 결과도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파업을 해도 보직부장들과 스스럼없이 지냈었는데, 이번에는 '파업 도중에 위(사무실)에 올라가지 말자'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서로 얼굴 안보겠다는 거죠.
예전에는 파업 도중에도 서로 '힘들지?'라고 이야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분위기 자체가 달라요. 저는 이번 파업이 끝나면, 정말 새로운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지평선부터 새로 그어야 하는 시기가 곧 올 거예요.
이광용: 부럽네요.(웃음) 저희는 아나운서실 내부만 놓고 보면 파업 이후에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이 매우 커요. 나서서 싸우는 사람은 겨우 14명이고….
김경화: (끄덕끄덕)
이광용: 명분이 확실한 싸움이고, 반드시 이길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아나운서실 조직만 놓고 보면 걱정이 많이 되는 거죠….
김경화: 저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왜 파업하냐'고 말씀들 많이 하세요. 조중동 보시고, KBS 뉴스 보시고, 인터넷을 따로 검색해서 보진 않으니까 조근조근 설명해 드려야 하죠. 부모님 세대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네요. 바보 만드는 방송은 더 이상 하고싶지 않으니까.
이광용: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공감하실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겁니다.

2012년 2월 19일 일요일

외국기자에 망신당한 ‘후진 한국’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1-01-01일자 기사 '외국기자에 망신당한 ‘후진 한국’'을 퍼왔습니다.
‘여성 휴가 제한’ 비판하자 지경부 “문제 없다”

마르크 자바드스키 Mark Zavadskiy 홍콩특파원한국은 선진국형 라이프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개도국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장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한국이 개도국형 발전 모델을 벗어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한국의 노동이 너무 지쳐 있기 때문이다.수요일 새벽 1시 번화한 홍익대 근처 교차로는 서울 밤 생활의 중심지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람이 도로 위에 팔을 벌린 채 누워 있다. 겨우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사람이 차도에 누운 사람을 끌어내고 있다. 한 쌍의 커플이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해 지나간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짧은 치마에 머리핀을 꽂은 젊은 여성이 구토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평일, 휴일 할 거 없이 매일 밤 늦게까지 한국식 보드카인 소주(러시아 보드카보다 2배 정도 약함)를 마십니다. 사실 이곳뿐 아니라 서울 전 지역이 그렇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 사업가가 내게 말했다. 내일이면 이 사람들은 컨디션에 상관없이 회사에 어떻게든지 출근할 것이고, 계속 한국 경제의 기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오전 9시, 사무실에 들어서면 불만에 가득 찬, 까칠한 상사(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상사 이미지)가 앉아 있다. 공기관에 근무한다는 사람은 “한국 사람들은 승진과 동시에 크게 변한다. 상사는 내게 계속 멍청하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사이가 좋았는데”라고 푸념한다. 한국 관리들은 해외 언론인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발표에서 한국의 주요 자산이 ‘인적자본’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적자본 덕택에 한국은 낙후된 농업경제를 30여 년 만에 선진 첨단기술 경제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사실상 1960년대 말 북한은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서 한국을 앞서 있었다. 그 뒤 한국 경제는 긴 노동주간, 엄격한 노동과 교육 기강, 절대적인 명령 복종, 노동과 학습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발판으로 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 계속 간다면 한국의 ‘주요 자본’을 오랫동안 지탱시키기 힘들 것이다.

‘휴가보상 불필요’ 투자 브로슈어 논란 

경제자유구역 브로슈어 근로기준법 예외 조항. △장애인 또는 고령 노동자, 참전용사 의무 고용량 적용 안 됨 △여성을 위한 유급 특별 휴가(출산휴가 등) 및 일반 휴가 의무 조항 면제 △ 자유로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허가(박스 부분).한국 정부는 ‘선진 8개국’(G8) 미가입 국가 중 최초로 G20(2010년 11월11~12일 개최) 의장국이 됐다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이 기회가 지난 수년간 한국이 염원했던 ‘선진국 클럽 가입’이라는 목표 달성의 통행증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홍철 인베스트 코리아단장은 “나폴레옹이 말했듯, 한국에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고 한국의 야심을 정의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한국 관료들도 아직까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서울에서 개최된 투자포럼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자 안홍철 단장은 “한국은 재정운용 모범국이며, 이미 선진경제 국가 대열에 포함됐다”고 즉석에서 되받았다.한국은 사실상 중간 수준에 정체돼 있다. 서울에서 개최된 언론인과 관료 간의 만남은 이런 한국의 정체 상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였다. 경제자유구역(FEZ)의 장점이 소개된 브로슈어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한해 여성 출산휴가보상을 안 해도 된다’고 나와 있다. 이탈리아 기자는 “선진국이 이런 식의 외국인에 대한 혜택을 이득이라고 여길 것 같은가? 유럽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흥분하며 질문했다.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의 경험을 앞으로 한국 전체로 확대해나갈 것이며,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답변했다.한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시위가 발생하는 등 노조가 전통적으로 강성이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한국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공무원은 “많은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특별혜택을 제공하는 데 반대했지만, 우리는 외국인 투자를 필요로 했다”고 설명했다.현재 한국에는 6개 경제자유구역이 운용되고 있으며, 이 중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방 관료들은 머잖아 송도가 ‘제2의 푸둥’(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15년 만에 상하이의 비즈니스 지대로 조성됨)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한국의 가장 높은 마천루인 (미완공된) 송도타워 꼭대기층에서 견학을 진행한 관계자는 “여기에는 외국인 학교가, 저쪽에는 국제병원(최초로 한국인 진료 허용)이 들어설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의료서비스 부문을 외국자본에 완전히 개방하지 않았다”고 사업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현재 송도에는 6만여 명이 거주하며, 다른 외국인학교는 법적으로 내국인 입학을 금지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이곳으로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자유구역 인천 송도국제도시.현재 송도에서는 ‘토지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프로젝트 총투자 규모는 약 2300억원인데 주로 지자체 예산과 대출로 충당되고 있다. 관계자는 “자금의 절반은 중앙정부에서 지원돼야 하지만 정부가 자금 지급을 계속 지체해왔고 프로젝트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인은 그 어떤 다른 나라 국민보다 세계무역 자유화에 반대했었다.한국 농민들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의가 개최될 때마다 집회와 시위를 벌인다. 2004년 홍콩에서 개최된 각료회의에서는 회의장에 진입하려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WTO 도하라운드 협상 결렬이 확실해졌는데, 이는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이기도 하다. 2010년 10월 한국과 유럽연합(EU)은 99%가 넘는 상품 목록이 포함된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장석산 현대차 동유럽본부장은 “이것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37만 대의 자동차 중 불과 2만 대가 한국에서 수출되며, 나머지는 유럽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차의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윤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정책국 심의관은 “모두가 말했듯 미국과의 FTA 체결 같은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주요 일원이 되기 위해 한국은 중요한 행보에 나섰다. 1년 전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회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녹색화’를 위해 한층 더 강화된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권고하는 최대 감축량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녹색성장과 관련한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유사한 위원회가 없는 중국에서도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관련 부처의 모든 수장이 위원회에 속해 있어서 실천 가능한 결정이 채택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늘날 한국은 ‘녹색’ 성장의 세계적인 주도국이 되고 싶어하는데, G20에서 녹색성장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 또한 이같은 맥락이다.무엇보다 한국은 에너지 수요의 97%를 해외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에너지 소비의 83%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로 ‘녹색경쟁’을 주도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전력에너지 소비대국으로서 연간 14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데, 이는 반도체·자동차·선박 수출 총액인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석유와 가스 소비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은 국내 대기업의 이익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 향후 자동차 수를 줄이기 위해 전차와 그 밖의 공공 교통수단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녹색성장위 관계자는 “이것이 현대 같은 한국의 주요 생산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수출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문수 지사, MB 지시에 불만한국인 모두가 이런 전망에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녹생성장위 관계자는 산업부문의 이익을 고집하는 지식경제부와 협의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지자체 또한 대통령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한 리셉션 만찬장에서 차기 주요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약속이며, 사실 한국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은 못하겠다. 이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고, 기술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대통령의 발표로 인해 경기도 발전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했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차기 대통령도 이 노선을 계속 진행할 것 같으냐?’라고 묻자 “약속을 했으면 어떤 경우에도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답해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25∼34살인 56%의 한국인들은 고등전문교육을 받았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경제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성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현재 젊은 층의 실업률은 8% 수준이다. 시장에서 공급하는 일자리가 젊은 층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제는 젊고 값싼 노동력의 지속적인 유입이 필요한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산업부문의 요구와 잠재적인 근로자의 기대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젊은 층은 그저 그런 일자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은 노동자뿐 아니라 회사원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엄격한 계급제도는 하급자의 제안을 억누른다. 한국 사람들은 상사 또는 연장자의 의견에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랍 에버렛 킴벌리클라크 연구센터장은 “우리는 직원들의 자주적인 생각과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업무 경험이 있거나 해외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뽑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교육 시스템의 개혁이 심각하게 필요하며, 전문가와 정부 관료 등 다수의 여론조사 응답자가 이에 동의했다. 유학생 수를 살펴보면 한국인 유학생은 미국에서 3위, 중국에서 1위를 차지한다. 이미 15년 전 한국의 교육은 매력을 상실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우리는 시험 준비를 하는 데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의 ‘주요 자본’은 변화를 필요로 하며, 변화 없이는 국가의 야심찬 계획인 ‘녹색 현대화’도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 EXPERT·번역 이혜경 위원

2011년 12월 18일 일요일

은행 영향력 줄어야 ‘안전 경제’ 가능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 2011-12-01일자 기사 '은행 영향력 줄어야 ‘안전 경제’ 가능'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새로운 금융 규칙을 위한 질문 6가지

페터 다우젠트 Peter Dausend 정치부 기자
마르크 시어리츠 Mark Schieritz 경제부 기자, 금융시장 전문

1. 은행은 왜 규제돼야 하나? 
은행을 규제할 새로운 법규정을 모두가 요구하고 있다. 은행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1월17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위치한 한 은행 건물 앞에서 학생들이 은행 개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가경제에서 은행은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새로운 돈을 시중에 유통시키고, 금융거래를 통해 돈을 곳곳으로 퍼뜨리면서 기업·가계·국가에 자금을 제공한다. 이상적인 경우는 가장 큰 혜택을 창출하는 곳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은행이 시중에 자금을 많이 유통시킬수록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더 많은 부가 창출될 것이다. 이런 이론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금융부문이 선진화될수록 성장동력을 얻는다. 
1970년대 이후 은행부문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는 단순히 조직적 로비활동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정치인들의 확신과 주류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해 은행 규제가 완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빌 클린턴, 영국의 토니 블레어, 그리고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의 사회민주주의 정부가 집권한 1990년대에 은행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사회민주주의 정부는 은행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성장이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 구성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전세계는 금융산업의 힘이 막강해지면 국가경제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금융위기에서 지켜봤다. 영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영국 은행의 자산총액이 1964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34%인 데 비해, 2007년에는 무려 500배에 달했다. 현재 영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영국 은행의 대출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 아닌,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터지기 일보 직전의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사업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재화의 재분배 과정에서 재분배 당사자, 즉 은행가들만 배를 불렸다. 은행가들은 은행 거래를 통해 돈을 번다. 은행은 고객의 거래로 상당한 수수료를 챙기고, 또한 수백만달러의 연봉까지 받는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새로운 은행 규제 법규가 제정된다면 이런 관행은 뿌리 뽑힐 것이다. 

2. 실행되고 있는 은행 규제 제도들은?
정계 역시 은행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은행 규제와 관련해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것은 무엇이 있는가?
은행 규제를 위해 시작된 것이 몇 가지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2008년 11월 정상회담에서 금융부문 재편을 위한 47개 조항 계획을 결의했다. 비공식 국제위원회에서 결의된 사항이 각국의 법규정으로 제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소요되겠지만, 그래도 47개 조항 중에 적잖은 조항이 처리됐다.
은행은 과거보다 더 많은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즉, 은행은 과거보다 동일한 자본금으로 좀더 적은 신규 대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은행이 과거보다 자기자본을 넉넉히 가지고 있으므로 손실을 입더라도 그럭저럭 메울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은행이 손실을 입어도 국민의 혈세에서 나온 구제금융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게 됐다. 또한 감독기관은 금융기관 감독을 강화했으며, 전세계적으로 조율과 협력을 통해 금융기관 감독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외에 독일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파산 은행과 관련해 좀더 간소한 청산 절차 법규정을 마련했다.
신규 법규정으로 은행 거래의 판도가 달라졌다. 직접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금융상품 거래를 줄이는 은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투자 부문에서 가장 큰 수입원은 기업, 일반고객 및 투자회사 등 고객의 위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와 고객용 금융솔루션 개발이 되었다. 고객용 금융솔루션에는 환율 변동에 대비한 금융상품이나 기업에 지속적으로 현금 수입을 보장하는 채권 발행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거래들조차 최근 도입된 규제책으로 인해 과거처럼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서 은행 직원 수천 명이 해고됐다. 2011년 2분기에는 골드만삭스의 투자의 귀재들조차 손실을 내고 말았다. 
하지만 금융 분야에서는 끊임없이 부실 스캔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다른 분야에 비해 여전히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금융 분야가 그만큼 높은 가치 창출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금융 분야를 진정으로 규제할 법적 조치를 제정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 11월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은행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은행을 해체하라, 부를 재분배하라”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든 채 행진하고 있다.

3. 감독기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감독기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감독기관의 향후 조치가 가져올 결과는 무엇인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비율을 크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러면 은행도 금융위기 전처럼 더 이상 무분별하게 대출해줄 수 없다. 특히 감독기관이 호경기에는 대출을 제한하고, 불경기에는 대출을 늘리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법규에 의거해 대출량의 제한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화폐 재분배에 대한 은행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은행의 유가증권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거나 투명성과 경쟁을 강화해 특정 금융상품의 거래 금지, 혹은 과도한 은행 서비스 비용 부과를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이 도입하는 법규정은 은행뿐만 아니라 헤지펀드와 주택저축은행, 보험회사 혹은 투자펀드 등 금융기관 전반에 적용돼야 한다.
이 법규정이 도입되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적잖은 은행가들이 주장한다.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금융부문은 서슬 퍼런 감독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사회의 부는 늘어났다. 국가가 금융부문의 영토를 확장할수록 국가는 더 많은 책임을 졌다. 환율을 예로 들어보자. 제2차 세계대전 뒤처럼 국가 간 화폐가 연동된다면, 금융산업의 놀이터나 마찬가지인 외환거래의 숨통이 끊길 것이다. 유럽화폐동맹의 위기가 보여주는 것처럼, 참여국들이 조율된 경제정책을 운용할 때 고정환율 시스템은 가동될 수 있다.

4. 업무에 따른 은행 분리는 가능한가?
독일의 사회민주당 당수 지그마어 가브리엘이 요구하는 것처럼 은행을 분리할 필요가 있는가?
은행을 분리하자는 주장에는 분명 장점이 있다. 사민당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가 말하는 은행 분리는, 일반고객 업무와 투자 업무를 분리하자는 것이다. 일반예금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반면, 자본시장에서 투자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고객 예금과 투자는 완전히 분리된 영역이므로, 국가는 투자은행이 파산하도록 내버려둘 여유가 있다. 영국에서 이 모델이 완화된 형태로 실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공항 이후 도입된 이른바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1933년 미국에서 은행 개혁과 투기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서, 핵심 내용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이다)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결국 폐지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실제 도움이 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은행도 투자를 잘못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수많은 독일 은행이 독일 통일 이후 옛 동독의 부동산에 투자한 뒤 실제로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상업은행과 거래하는 투자은행이라면 비교적 소규모라도 파산할 경우 전세계 금융 시스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파산과 동시에 전세계의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리먼브러더스는 규모가 크지 않았고 고객 예금도 없었다. 즉, 앞으로도 국가가 어쩔 수 없이 순수 투자은행에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동시에 전세계 다양한 시장 간의 변동에 좀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겸하는 은행만의 고유한 장점이 사라질 것이다.


지난 11월16일 한 시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지사를 점거한 뒤 자신의 요구사항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5. 은행가들이 세계를 지배하는가?
은행 비판론자들은 ‘은행가들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지적한다. 은행가들은 실제로 그렇게 막강한가?
은행들은 조직을 잘 갖추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최고경영자(CEO)가 협회장으로 있는 국제금융협회(IIF)는 국제적으로 금융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이외에 유럽금융협회를 비롯해 국가별 금융협회도 별도로 있다. 채권 발행, 기업 민영화, 혹은 지금처럼 구제금융을 할 때마다 정부는 은행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 자본시장이 운용하는 연금기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는 금융산업은 이런 영향력을 도입하려는 법규정 완화에도 예외 없이 끼고 있다. 하지만 은행조차 규제 강화는 막을 수 없다. 로비스트의 힘도 로비 상대인 정치인이 허용하는 정도에서 발휘될 뿐이다. 현 시점에서는 ‘친(親)금융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정치인의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하튼 현재로서는 정치가 은행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정치에 끌려다닌다는 데 대다수 은행가들이 공감할 것이다.
2008년과는 달리 2011년의 재정위기는 은행의 무분별한 거래 관행이 직접적 원인은 아니기 때문에, 정계는 2008년만큼 금융산업에 분노하지 않는다. 현재 은행은 투기성 투자 때문이 아니라, 국채를 과도하게 보유하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시위에 편승해 정치는 최대한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정계가 금융자본주의 반대 진영에 서 있는 것이 설정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계가 틀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의 규제 법안 논의는 정계뿐 아니라 시민 사이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 뉴욕·프랑크푸르트 등 전세계 각지의 점령시위는 그동안 달라진 사회적 의식을 여실히 표출하고 있다. 시민들은 금융자본주의 반대시위를 통해 은행의 저항 따위는 무시하라고 정계를 압박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8년만 해도 금융상품이 세금을 피해 다른 국가로 옮겨갈 위험이 있으므로 금융거래세를 전세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년 뒤인 현재 메르켈 총리는 유럽과 유로존에서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의 은행 분리 계획이 기독교사회당에서도 두루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은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독일 국민의 분노가 커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독일 정계는 금융산업 규제를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슈화할 생각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은행 분리를 차근차근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6. 각국 정치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은행 규제는 각국의 법률과 국제적 공조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를 실행하는 이들이 바로 각국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은행의 안정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유럽의 정치권은 현재 여유가 없다. 국제적으로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유럽 내부에서는 화폐동맹 핵심 국가들의 안정성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은행은 해결책의 일부분이다. 은행들이 피치 못하게 보유하고 있는 남유럽 국가 국채의 지속적인 감가상각을 감내하려면, 은행들은 더 많은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반면 금융기관은 그리스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합의된 그리스 부채의 21%를 포기하는 대신 30~50%를 포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그리스 부채 상환 포기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반면, 프랑스인들은 이에 격렬하게 반대한다. 그리스 부채의 상환을 더 많이 포기할 경우, 재정위기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남유럽에 대거 투자한 프랑스 은행들에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가 은행에 구제금융을 수혈해야 할 경우, 이미 경고를 받은 것처럼 프랑스의 최고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 프랑스 정부에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정치적 대재앙이 될 것이다. 신용등급이 높고 자금 지원 여력이 있는 국가들을 버팀목으로 하는 유럽의 구제금융 지원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Die Zeit·번역 김태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