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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6일 화요일

"KBS를 '김비서'로 만든 정치부 기자들, 어디에 있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3-05일자 기사 '"KBS를 '김비서'로 만든 정치부 기자들, 어디에 있나?"'를 퍼왔습니다.
[거리로 나선 기자들에게 묻는다] ① 정연욱 KBS 기자

2012년 3월 양대 공영방송 KBSㆍMBC, 공기업 지분의 YTN,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동시에 '총파업'을 진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칠 수밖에 없는 소유구조를 가진 이들 언론사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MB정부 이후 자사 보도의 급격한 퇴행을 지적하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펜, 마이크, 카메라를 놓고 거리로 뛰쳐나온 이들은 가슴 속에 어떤 고민과 울분을 품고 있을까? (미디어스)는 KBS, MBC, YTN, 연합뉴스 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2009년 2월 입사한 정연욱 KBS 기자(35기)는 '관제사장'이라 불렸던 이병순 KBS 사장이 뽑은 유일한 기수다.


▲ 정연욱 KBS 기자 ⓒ곽상아
35기는 보도국 막내 기자 시절인 2010년 12월, 4대강편 2주불방 등의 사태가 불거지자 '김인규 퇴진 촉구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35기 중에는 '눈사람 리포팅'으로 유명한 박대기 기자 외에 지난해 민주당 비공개 회의를 불법도청했다는 의혹을 받은 장 아무개 기자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2008년 8월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 이후 KBS의 보도가 급격하게 친정부 편향으로 기울어져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에 휩싸이던 무렵 입사한 탓에 사회부 수습기자로서 정연욱 기자가 현장에서 처음 맞닥뜨린 것은 "시민들의 충격적 야유와 욕설"이었다고 한다. 노무현 서거 당시 시민들의 거센 분노로 인해 '인분'을 맞은 동기가 있었을 정도.
입사 4년차인 정연욱 기자는 5일 오후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기자가 안 됐더라면, KBS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민의 입장에 서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KBS 사회부 기자가 되어 최전선에서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하게 되어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사회부 소속으로 영등포경찰서 등을 출입하고 있는 정 기자는 "지난해 경찰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경찰 수사 내용을 짚어보는 리포트를 발제했지만 편집회의에서 전부 '킬' 됐다"며 "사회부 기자라기 보다는 그냥 회사원 같았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 KBS 새 노조 총파업 등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누적돼온 분노, 절망, 슬픔의 표출"이라고 표현한 정 기자는, 다만 "KBS가 비판받게 된 현 상황의 70~80%가 정치보도로 인한 것인데 막상 제작거부, 총파업에는 정치부 기자들이 남일처럼 발 빼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부장, 팀장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KBS 본사 평기자가 '부끄럽다'며 거리로 나선 상황임에도, 정부 여당에 치우친 정치 보도로 인해 '김비서' 라는 오명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이들은 정작 보이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불법도청 의혹의 당사자인 장 아무개 기자 역시 현재 '여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정연욱 기자와의 일문일답.
"KBS 수습기자로서 맞닥뜨린 것은 시민들의 야유"
- KBS기자협회가 제작거부 첫 날인 2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KBS를 김비서라고 부르는 현실이 비참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던데.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한창 수습 기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 KBS 수습 기자로서 처음 맞닥뜨린 것이 바로 시민들의 충격적 야유, 그리고 욕설이었다. 동기들 중에는 인분을 맞은 이도 있었다. 언론고시 준비생 시절 KBS는 들어오고 싶은 회사였는데, 막상 들어오고 나니 바깥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너무나 싸늘하더라. 사회부 기자다 보니 최전선에서 시민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매우 당혹스러웠다.
만약 기자가 안됐더라면, 집회에 참석하고 KBS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민의 입장에 서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KBS 기자가 되어 시민들의 부정적 시선을 마주하게 되니까 기자생활 초반부터 자괴감, 조직에 대한 회의, 불신 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서거 당시 KBS보도에 대해 안팎의 비판이 쏟아질 때) 기자협회 총회도 개최됐었고…보통 10년차가 될 때까지 한두 번 겪을까 말까한 일들을 초반부터 겪어서 그런지 회사 상황에 대해 짧은 시간내에 체득하게 됐고, 기자로서의 역할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 정권홍보성 아이템을 발주받아 어쩔 수 없이 제작했어야 했던 경우도 있었나?
"눈이 많이 오거나 한파가 몰아치는 날에는 날씨와 관련된 꼭지가 3,4개씩 나간다. 늘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그리고 취재도 별로 필요없는 '방송 기능인'으로서의 역할을 주로 했다. 사회부 기자라기 보다는 그냥 회사원 같았다.
예를 들어, 경찰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당시 내부에서 경찰 수사 내용을 짚어보는 리포트를 발제했었는데 편집회의에서 전부 '킬' 됐다. 3~4개씩 제안했던 것들은 1개로 합쳐지거나…. 이런 일이 늘 벌어지니까 취재 의욕이 안생기는 측면이 있다."
- 새노조 집행부 13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일종의 선전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징계가 없었다면, 제작거부나 파업 국면까지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인규 사장은 KBS 사장으로서, 기자들의 선배로서 회사를 긍정적으로 끌고가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 이화섭 보도본부장에 대해 평가하자면?
"정권에 따라 처신이 바뀌는 기회주의자다. 그런 사람이 보도를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다는 것부터가 KBS 기자들에게 수치다. 전임 고대영 본부장의 경우도 퇴진 요구를 받았지만, 최소한의 일관성은 있었다. 비록 젊은 기자들과 소신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 제작거부 4일째를 맞이한 5일 오전, KBS 기자 100여명이 서울 여의도 KBS신관 앞 광장에서 '말로는 저널리즘, 대놓고 관제방송, 이제는 끝장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곽상아

- 회사쪽에서는 제작거부에 대해 '기자 중 10%만 참여한 불법행동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깎아내리고 있는데.
"참여한 평기자가 200여명에 달한다. 부장, 팀장, 정치부 기자를 제외한 KBS보도본부 본사에 소속된 거의 모든 평기자가 참여한 건데, 10%라니 말도 안 된다.
KBS가 비판받게 된 현 상황의 70~80%가 (정부 여당 편향적인) 정치보도로 인한 것인데 막상 제작거부, 총파업에는 정치부 기자들이 남 일처럼 발 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원인 제공자들인데,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것 같아 답답하다."
"KBS '뉴스9'에서 나갈 수 없었던 민감 아이템, 'Reset 뉴스9'으로!"
- 2010년 7월 새 노조 파업이 단협체결로 마무리됐고, 공정방송위원회가 설치됐지만 KBS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동안 KBS 보도를 놓고 나오는 안팎의 지적들이 공방위 안건으로 고스란히 올라가고, 노측 공방위원들이 이를 아주 매섭게 추궁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 역시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기여했다고 본다. 아무리 공방위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더라도 편집권을 가진 사람들이 제작자들의 지적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현실이 바뀌기는 굉장히 힘든 것 같다."
- KBS 기자들의 반성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동안 침묵했던 아이템들을 이제라도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래서 'Reset 뉴스9'을 준비하고 있다. 주로 10년차 미만인 젊은 기자들 15명이 준비 중이다. 내곡동 사저, BBK, 4대강 등을 다루게 될 텐데 다음주 수요일 정도에 첫 방송이 공개될 것이다. 그동안 KBS가 보도해야 했으나 보도할 수 없었던 이슈들을 제약없이 해보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 총선이라는 대형 이슈를 앞두고 공영 언론사들이 일대 봉기에 나선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됐는데.
"언론사 입장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총선'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기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갖고 있던 문제들을 그대로 안고서 아주 민감한 총선 이슈를 왜곡없이 보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있었다. 언론사 기자들이 울타리를 뛰쳐나와서, 내부에서는 할 수 없었던 취재를 공동으로 진행한다든지 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분노, 절망, 슬픔의 표출…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 '왜 정권이 힘빠지는 말기에서야 나섰나' 'MBC 파업 보고 따라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상당히 부끄럽다. 개인적으로는 KBS내의 제작거부 움직임이 좀 더 일찍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 기수가 2010년 12월에 김인규 사장 퇴진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다른 기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MBC파업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이해한다. 그렇게 비치는 것에 대해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
- 검찰이 KBS 도청 의혹에 대해 최종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KBS가 도청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국민들의 의구심은 여전한 상황이다.
"(도청의혹을 받은 장 아무개 기자가) 동료이자 동기이기도 해서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 그런데 실체적 진실을 잘 모르겠다. 저로서는 당사자가 (도청을) 했는지 안했는지 알 방법도 없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회사가 보여준 태도가 상당히 비겁했다. 만약 정말 도청을 안했다면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당 기자를 보호해주고 법정 소송도 불사해야 했던 것 아닌가. 도청 논란이 불거진 것 자체가 언론사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실체적 진실을 떠나서 회사의 대응이 상당히 부적절하고 추악했다. 만약 떳떳한 해명이나 적극적 대응이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자 본연의 역할을 해나갈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최후의 수단인 '제작거부'를 선택하게 됐다. 제작거부가 이미 시작됐고, 곧 파업이 이어지겠지만 시민들이 보기에는 당장 뉴스에서 큰 표시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일선에 남아있는 일부 동료들, 간부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TV를 통해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누적돼온 분노와 절망, 슬픔이 제작거부와 파업으로써 표출된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회사를 상대로 진행하는 파업이지만, 동시에 시민들을 향해 용서를 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청자들께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셔서, 거리로 나선 기자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메아리가 되었으면 한다."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KBS기자, '제작거부' 투표 15~16일 진행


이글은 미디어스 2012-02-12일자 기사 'KBS기자, '제작거부' 투표 15~16일 진행'을 퍼왔습니다.
'부당징계' '이화섭 임명' 철회 요구…17일 0시 결과 공개


▲ 이화섭 KBS 신임 보도본부장
KBS 사측이 2010년 7월 진행된 합법파업을 이유로 KBS 새 노조 집행부 13명을 대거 중징계하고, (추적60분)4대강편 등을 불방시켜 논란을 일으킨 이화섭씨를 신임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하자 KBS 구성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집단행동' 돌입을 준비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15~16일 이틀간 '부당징계 철회'와 '이화섭 신임 보도본부장 임명철회'를 위한 제작거부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7일 총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KBS 기자협회는 10일 저녁 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황동진 KBS 기자협회장은 1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자협회 회원 555명 가운데 육아휴직, 해외연수 등을 제외한 545명이 투표인단에 해당한다. 재적 인원 과반수에 과반수가 찬성하면 제작거부가 가결되며, 만약 부결된다고 해도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며 "결과는 17일 0시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KBS기자협회는 2008년 8월 정연주 KBS 사장이 불법적으로 해임될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투쟁의 전면에 나섰던 KBS 사원행동 관계자 3명이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당하자 2009년 1월 29일 '중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KBS PD협회와 함께 제작거부에 돌입한 바 있다.
KBS 기자ㆍPD협회는 제작거부에 돌입한 2009년 1월 29일 당일 KBS 사측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위를 '파면' '해임'에서 '정직'으로 크게 낮추자 제작거부 돌입 18시간 만에 업무에 복귀했었다.

▲ 지난 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KBS본부 조합원들이 중징계를 받은 집행부 13명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곽상아
KBS 새 노조 역시 오는 14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 돌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KBS 중견기자 73명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중징계 철회'와 '이화섭 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KBS 보도본부 19~25기 기자들은 "우리 기자들의 대선배(김인규 사장)가 KBS를 파산 상태로 몰아가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기 힘들다"며 10일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내려진 가혹한 징계의 칼을 거두시라. 이미 합법파업으로 판결난 사안에 대한 무리한 징계는 경영진의 무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결과로 끝날 것"이라며 "이화섭 보도본부장의 임명도 철회돼야 한다. 이화섭 기자는 공정한 보도를 이끌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가 이미 내려졌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후배들은 특보 출신 사장 임명을 강하게 반대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우리도 같은 입장이지만 마음 한편에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가 넓은 김 선배가 KBS의 조직 역량을 키울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어 "직원들 사이에서 'KBS 사장은 내부에서 하면 안 되겠어!' '차라리 외부 낙하산 사장 때가 좋았어!'라는 말이 오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KBS를 잘 안다는 김 선배의 장점이 내부 세력의 갈등을 담보로 조직을 장악하고, 방송의 영향력을 정권에 헌납하는 능력으로 쓰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사장을 향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인가? 30년 후배들의 성명서를 정말 '정연주 키즈'의 정치적 공략이라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물으며 "중고참인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사장께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 때나마 우리 기자들의 얼굴이었던 김인규 선배가 KBS의 현재이자 미래인 후배들에게 경멸의 대상이 된 불편한 진실 때문에 우리도 후배들 앞에서 얼굴을 들기 힘들다"며 "KBS에서 태어나 KBS 속에서 승승장구 해 오신 선배의 인생과 KBS의 역사에 더 이상 오점을 남기지 말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성명에 참여한 19~25기 KBS 기자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고성준 곽우신 김휴동 손관수 오세균 유석조 이병권 이창룡 이흥철 (19기) 김웅규 김태선 김철민 박재용 박태서 성인현 이중우 임장원 장세권 조현관 진만용 하준수 (20기) 김인수 김태형 김현석 김희철 나신하 선재희 윤양균 이승환 이영진 이호 황상길 (21기) 김원장 김봉진 김정환 박유한 심수련 이경호 이동환 이은정 이주형 정재용 조일수 최경영 최문호 (22기) 유승영 최정근 함 철 (23기) 구영희 박성래 오범석 오승근 원종진 유원중 윤희진 이수연 이영현 정인성 정제혁 조현진 한성윤 한승복 (24기) 김용모 박종훈 송현정 신동곤 심병일 안현기 이해연 임동수 정충희 홍병국 홍성철 (25기)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7대경관 재단은 사무실 없는 21세기형 조직?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7일자 기사 '7대경관 재단은 사무실 없는 21세기형 조직?'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강윤기 KBS (추적60분) PD “국제사기극, 언론 직무유기가 낳은 결과”

“취재과정에서 만난 스위스 방송사의 기자도 ‘왜 한국같은 나라가 그(뉴세븐원더스의 세계 7대경관 선정) 캠페인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도만이 선정된 과정과 경위에 각종 모순과 거짓 사례를 폭로한 강윤기 KBS (추적60분) PD는 27일 ‘7대경관 의혹’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KBS 추적60분은 지난 25일 밤 7대경관 의혹과 관련해 △취리히 있다는 뉴세븐원더스재단(7대경관 선정 주관단체)의 사무실이 없었으며 △선정후보지였던 몰디브와 인도네시아(코모도섬) 아일랜드 정부가 선정사업 동참을 철회했고 △이 과정에서 몰디브 정부는 재단으로부터 거액을 요구받았다는 사실 등을 폭로했다.
이 방송이 나간 직후인 26일 버나드 웨버 뉴세븐원더스 재단 이사장과 일행이 방한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추적60분에 대해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 “한쪽으로 편향된 방송”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전화투표수, 계약내용, 우리 정부의 비용 내역 등 핵심 의혹 사항은 하나도 공개하지 않아 되레 기자회견을 계기로 더욱 의혹이 증폭됐다.


지난 25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제주 세계 7대 경관 의혹의 실체는' 편

추적60분 ‘7대경관’ 편을 제작한 강윤기 KBS (추적60분)PD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재단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면서도 그동안 언론이 제 기능을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며, 추적60분팀 스스로도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강 PD는 ‘약속없이 스위스에 취재하러온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재단의 주장에 대해 “약속을 깬 것은 그 쪽”이라며 “지난해 12월 30일 재단 관계자는 ‘오늘 안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아 연락주겠다’고 해놓고 연락이 두절됐고, 그래서 현지를 찾아간 것이다. 이는 약속 이행 여부와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강 PD는 또 ‘자신들의 반박 의견을 방송하지 않은 이유로 비전문적’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재단의 주장을 상세히 반영했고, 서면답변도 대부분 소개했다”면서 재단이 제작직전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재단측에서 25일 방송 당일에 생방송으로 출연하겠다고 했다는 것. 추적60분은 녹화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그래서 방송 전날이라도 영상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계속 생방 출연을 요구했다고 강 PD는 설명했다. 그는 “녹화프로그램에 생방송 출연하겠다는 것”이라며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있는 것만 찍었다’는 재단 주장에 강 PD는 “이 프로그램은 7대 경관 선정 사업이 왜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기획한 것”이라며 “재단은 우리 나라에서 이 문제가 왜 논란이 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재단에 대해 “중복 투표해놓고 투표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7개 경관을 선정한다면서 한군데만 선정했다”며 “과연 누가 더 비과학적이고 비전문적인가”라고 되물었다.


지난 25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제주 세계 7대 경관 의혹의 실체는' 편

7대 경관 선정 및 검증 과정, 전화 수익금 배분 구조 등 핵심 의혹사항을 공개거부한 데 대해 강 PD는 ‘철학과 비즈니스 기밀’이라는 주장에 앞서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7대 경관을 선정하면 모두 같은 날 뽑아야지 왜 제주도만 먼저 확정했는지, ‘사무실도 없는’ 21세기 조직이라면서 왜 투표수도 검증을 못하는지, 전 세계 문화유산을 선정하겠다면서 왜 그 과정을 투명하게 내놓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사무실이 없다는 사실을 21세기형 조직이라고 설명한 재단에 대해 강 PD는 “그렇다면 재단이 처음부터 그렇게 밝혔어야 했다”며 “다른 언론사가 취재했을 때나 지난해 4월 웨버 이사장이 방한했을 때, 심지어 우리가 취재할 때도 재단 대변인은 ‘취리히에 사무실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주소지로 가보니 그 사무실은 박물관이었고, 박물관 근무자는 ‘재단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 대변인은 또 뮌헨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강 PD는 “재단이 거짓말을 한 것이고, (그들의 설명은) 모순 투성이”라며 “무엇보다 이런 사실에 대해 혈세 수백억을 쏟아붓게된 제주도는 충분히 확인했어야 했다”며 “간판도 없는 재단이라는 건데, 재단과 제주도측은 ‘문화의 차이’라고만 되풀이했다. 서구의 관광청 관계자 역시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강 PD는 “캠페인이 비영리(non-profit) 프로젝트라고 말한 적이 결코 없다”는 재단 설명을 두고는 “논박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문제는 수백억의 혈세가 들어갈 판에 우리 국민들은 여지껏 그것을 몰랐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런 얘기를 이제와서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재단이 돈을 요구했다는 추적60분 방송이 거짓말이라면서도 스폰서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한 재단의 주장에 대해 강 PD는 “모든 의혹을 스스로 다 인정했음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만 7대경관에 우선 확정된 이유가 “한국이 검증에 굉장히 효율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웨버 재단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강 PD는 모순이라고 강하게 논박했다.
그는 “웨버 이사장 말과 달리 양원찬 범국민추진위 사무총장은 우리 방송에서 ‘이사장과 전화에서 제주도가 자꾸 논란이 있으니 한국이라도 선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었다”며 “무엇보다 7대 경관 투표가 공정하려면 동시에 선정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다 검증이 안됐는데 한국만 검증됐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을 낳는다. 다른 6개국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점수가 더 높게 나오게 되면 순위변동이 생길 수 있고 제주도도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강 PD는 이번 ‘제주 7대 경관’ 의혹을 취재하면서 “제주도측은 추적 60분을 두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방송하는 것이 ‘더 국익에 도움이’ 된다. 신뢰성에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저 여론몰이식으로 7개 경관 선정을 홍보하는 것이 더 국익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윤기 KBS <추적 60분> PD 이치열 기자 truth710@
강 PD는 ‘엄청난 규모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에 대해 “선정예정지를 보면, 유럽이나 북미, 호주 지역은 한 곳도 없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국가 위주”라며 “그런데 우리는 맹목적으로 따랐을 뿐 검증하지 않은채 문제제기나 검증하려는 곳에 대해 ‘비애국적’, ‘비애향적’이라고 몰아붙이며, 신문엔 광고도 안주고 탄압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강 PD는 “재단이 불법을 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우리 정부가 여기에 개입했다는 데에 있다”며 “스위스 방송사의 기자도 ‘왜 한국같은 나라가 그 캠페인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강 PD는 언론의 책임방기가 가져온 사례라면서도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으니 이렇게 문제가 커졌다. 지난해 7월 우리도 취재를 하다가 중단한 적이 있다. 당시 회의에서 ‘전 국민적 사업이고, 관광을 중심으로 사는 제주도에서 할 뿐 아니라 자치단체가 하는 사업을 두고 중앙정부 시각으로 재단하지 말자’는 논의에 따라 며칠 취재하다 중단했다. 나 역시 방송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온 것처럼 언론이 제 기능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돼버렸다. 우리 추적 60분부터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