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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1일 일요일

무한해고+로비 달인=파업유발자 4인방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10일자 기사 '무한해고+로비 달인=파업유발자 4인방'를 퍼왔습니다.

왼쪽부터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 이들 덕분에 지난 4년 동안 한국 언론은 청와대와 더 가까워졌다. (왼쪽부터) 한겨레 김태형·박종식·이종근·한겨레 자료 사진

‘친MB’ MBC 김재철, KBS 김인규, YTN 배석규,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
마치 들불 같다.
문화방송, 한국방송, YTN, (연합뉴스)…. 공정보도 문제로 파업을 하고 있거나 파업 논의가 진행되는 언론사들이다. 정권과 언론계 노동자들 사이에 ‘3월 대전’이 임박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모두 정권과 밀착한 경영진이 기자와 PD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이 화근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배후의 청와대이고, 그다음 문제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뉴스를 ‘요리’한 사장님들이다. 여기 화제의 사장님들을 소개한다. 말하자면, 언론계 친MB ‘빅4’다.
강자에겐 까이고 약자는 해고하는 김재철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은 언론사 사장들 가운데서도 단연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문화방송 파업이 진행되는 4주째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서 노동조합에서 급기야 ‘사람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노조의 파업이 진행된 이후 근무시간에 인천 송도의 고급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실 그는 ‘기행’으로 이름이 높다. 지난해 시사지 (신동아) 4월호에 실린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인터뷰에서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김 이사장은 그의 문화방송 사장 임명을 두고 “쉽게 말해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가 첫 번째 (사장 선임) 기준이었다”며 김 사장의 역할을 “(문화방송) 좌파 청소부”라고 규정했다. 당시 문화방송의 내부 인사에 대해서도 “큰집(청와대)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때리고 해서 인사안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문화방송 노조는 당시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요구하며 39일 동안 파업을 했지만, 경영진은 이근행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41명을 징계하는 강경 대응을 했다.
청와대에 가서 맞고 다니면서도 딱히 부끄럽지 않았나 보다. 김 사장은 이후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해 8월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김 이사장을 고소하면 “본인도 죽고 회사도 다 죽는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들며 법적 조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 (PD수첩) ‘4대강’ 편의 방송을 보류하고, ‘MB 무릎 기도’ 아이템의 방송을 막았다. 최근 한 달을 넘어선 문화방송 파업에 대해서도 ‘청소부’의 본분에 충실했다. 그는 2월29일 박성호 문화방송 기자회장을 해고 조처하고,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은 정직 3개월에 처했다.
변신의 귀재·로비의 달인, 김인규
김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오랜 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울산 문화방송 사장이던 2007년 9월 그의 모친상에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일부러 일정을 조정해서 조문을 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문화방송 노동조합은 파업의 유일한 요구 조건으로 ‘김 사장의 퇴진’을 제시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화려하게 사고를 치고 다닌다면,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은 권력을 따라 조용하게 ‘작업’하는 유형이다. 2010년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폭로한 김 사장의 행적을 들어보자.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인 2006년 11월, 김 사장은 당시 현직이던 양 비서관을 찾아 “(한국방송) 노조를 장악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 나밖에 없다. 나를 밀어달라”며 사장을 시켜달라고 로비를 했다.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도 2011년 1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인규 사장이 올 자리가 아닌데도 불쑥 찾아와 인사를 했다”고 김 사장의 로비 사실을 증언했다. 보도가 나간 직후, 한국방송의 막내인 35기 기자 10명은 연명으로 낸 성명에서 “KBS 사장이 되기 위해 ‘충성 맹세’까지 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김 사장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가 바뀐 2007년, 그는 ‘MB맨’으로 변신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방송전략실장 구실을 했다. 한국방송 새 노조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의 변신은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그는 10년차 기자 시절이던 1982년 3월 (특별 입체기획-5공화국 1년)을 직접 제작하며 “헌정사에서 이룩하지 못한 일들을 국민의 여망과 화합 속에 이룩한 획기적인 한 해였다”고 보도했다.
권력과의 곡예 끝에 그는 마침내 2009년 11월 한국방송에 사장으로 ‘착륙’했다. 그는 등을 손보는 등 방송 옥죄기에 나섰다. 그렇지만 ‘노조를 장악해서 문제가 없도록 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방송 새 노조는 지난 2월23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재적 1064명 중 963명(투표율 90.5%)이 참여해 88.6%의 찬성률로 3월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방송 기자들은 또 3월2일부터 무기한 전면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새 노조의 요구사항 역시 김인규 사장의 퇴진이다.
‘낙하산의 낙하산’ 배석규 YTN 사장
이명박 정권 들어 언론계의 첫 낙하산은 YTN 위에 내려앉았다.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 언론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내정됐다. 노조는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벌였다. 새 사장은 노종면 기자 등 6명을 해고하고 총 33명을 징계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구 전 사장의 후임으로 배석규 사장이 2009년 10월 취임했다. YTN 노조는 배 사장을 전임 사장이 내려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낙하산의 낙하산’이다. 배 사장은 구 전 사장의 경남고등학교 후배다. 연으로 이어진 끈은 질겼다. 배 사장은 공정 보도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보도국장 선임 방식을 임명제로 바꾸고, 공정방송위원회를 사실상 폐지했다. 또한 2009년 서울중앙지법의 해고자 전원 복직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를 항소해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그의 처신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은 배 사장이 평일 근무 시간에 광고대행사 대표한테서 골프 접대를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노조는 오래 참지는 못했다. 지난 3월1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벌인 투표에서 317명이 참여해 208명 찬성(찬성률 65.6%)으로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의 박정찬 사장도 논란을 낳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다. 그가 최근 연임 의사를 밝히자 (연합뉴스) 노조는 지난 2월27~29일 이에 반대하는 연가 투쟁을 벌였다. 그렇지만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 2월29일 박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연합뉴스) 노조 역시 파업 돌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언론자유 11등급 떨어뜨린 MB 정권
이 대통령의 2007년 대통령 공약집을 보면, 언론 분야 공약으로 ‘언론의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를 내걸었다. 내용을 보면 “노무현 정권의 지나친 언론 간섭과 통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추락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언론인 인권감시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eres)가 세계 179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 정권기(2003~2007년)에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40위였고,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39위였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4년 동안 언론자유지수는 평균 51위였다. 2011년에는 44위였다. 평균만 비교하면 이 정권 들어 11등급이나 아래로 떨어졌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사설] 다이아몬드 게이트 깃털 아닌 몸통 밝혀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912-01-26일자 사설 '[사설] 다이아몬드 게이트 깃털 아닌 몸통 밝혀야'를 퍼왔습니다.
감사원이 어제 이른바 ‘다이아몬드 게이트’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씨앤케이(CNK)의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의 해임을 요구하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검찰도 이에 발맞춰 씨앤케이 본사와 오덕균 대표 집,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집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미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견 정부의 엄벌 의지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해 초에 이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공허하기 짝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이 사건을 가장 집요하게 추궁해온 정태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총리실, 외교부,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그 이후 모든 사정기관이 쉬쉬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정 의원의 8월 국회 질의를 통해 사건을 감추기가 불가능해지면서부터였다. 이미 ‘사악한’ 무리가 시세차익을 챙기고 순진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뒤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 금융감독원 등은 왜 그때 사건의 내용을 포착하고도 우물쭈물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을 무마하려는 조직적인 압력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실제 국회 감사청구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맹렬하게 반대를 하고, 외교부도 조직적으로 반대 로비를 펼쳤다고 한다. 그 배후로 거론되는 인물이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당시 국무조정실 차장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유례없이 20여명의 대규모 ‘민관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현지를 방문해 카메룬 정부와 다이아몬드 협상을 했고, 씨앤케이의 오 대표는 사석에서 공공연히 ‘나의 뒷배경이 박영준’이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검찰은 뒤늦게나마 칼을 뽑은 만큼 배후를 둘러싼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길 바란다. 수사의 범위를 감사원이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이나 수사의뢰에만 한정해 몇몇 드러난 사람만 처벌하고 끝난다면 ‘꼬리 자르기’를 위한 설거지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이 제대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회가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꼭 밝혀야 한다.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입체 추적, 조희팔 미스테리


이글은 시사인 2012-01-16일자 기사 '입체 추적, 조희팔 미스테리'를 퍼왔습니다.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이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청 총경에게 9억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이 경찰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죄인을 체포해야 할 경찰 간부가  중범죄자를 만나 9억원대 돈을 받았다. 그 중범죄자는 해양경찰 순시선의 호위와 방조 아래 서해 공해상을 거쳐 유유히 중국으로 건너가 4년째 활보하고 있다. 그 뒤 경찰청은 중범죄자를 인터폴에 적색 수배해두고도 송환해오지 않고 있다. 범죄자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경찰 간부는 그 뒤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청 수사과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자기와 돈거래를 한 중범죄자를 잡아들이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확인한, 대한민국 경찰의 한편에서 벌어진 현실이다. 위에서 말한 중범죄자는 단군 이래 최대 사기 범죄로 불리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 조희팔이다. 문제의 해당 경찰 간부는 현재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을 맡고 있는 권혁우 총경이다. 권 총경이 조희팔을 만나 9억원대 수표를 받은 것은 2008년 10월30일,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 시절이었다. 



그가 조희팔씨에게 돈을 받은 시점은 충남 서산경찰서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조희팔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뒤였다. 또 10월30일은 권 총경이 근무하던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가 대구·경북 지역 조희팔 관련 다단계 계열 회사들에 대한 전산자료 등 일체의 범죄 증거를 압수수색하려던 하루 전날이기도 했다.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다음 날, 대구경찰청은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들을 급습했지만 허탕을 쳤다. 범죄 증거가 들어 있는 전산자료는 모조리 파기된 뒤였다.


당사자 권 총경은 승진 거듭

조희팔과 수상한 돈거래를 한 권 총경은 그 뒤 안동경찰서장으로 승진했다가 얼마 전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으로 영전해 돌아왔다.

경찰 안팎 관계자들과 중국에 도피 중인 조희팔의 핵심 측근 등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은 1월3일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실을 찾아 권혁우 총경을 만났다. 조희팔 일당이 중국으로 밀항한 뒤 밀항사건 수사를 담당한 곳이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다. 주범 조희팔이 운영하던 다단계 회사 본거지가 대구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조희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권 총경은 “진전된 게 없다. 수사2계에 가서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조희팔로부터 압수수색 전날 9억원을 받은 이유가 뭐냐”라고 묻자 그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했다. 9억원을 어디에 썼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라는 말만 했다. 경찰 조직과 본인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 9억원을 수수한 말 못할 사정이라도 해명하라고 요청했지만 끝내 “저도 사실상 피해를 본 입장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말을 끊었다.


ⓒ시사IN 정희상 권혁우 총경이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는 대구지방경찰청.

권 총경이 조희팔과 부적절한 돈거래를 한 뒤에도 아무 탈 없이 안동경찰서장과 대구지방경찰청 수사 책임자로 영전과 승진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그가 말하는 ‘피해’가 무엇을 뜻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에 기자는 인터뷰 내용이 기사화될 것임을 알리고, 기자가 건넨 명함 속 전화번호로 보도 전까지 해명을 보내오면 언제든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연락이 없었다. 권 총경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마감 시한이 임박한 1월6일 저녁 9시 무렵이었다(권총경 인터뷰 “나도 피해자다”  기사 참조).

은 도피 중인 조희팔과 중국에서 수차례 만나고 들어온 한 핵심 측근을 수소문해 만났다. 그는 “조희팔이 권혁우 총경에게는 직접 만나 9억원을 줬기 때문에 자기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가기 전에는 권 총경이 다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라고 말했다. 

조희팔 사기 사건은 서민을 상대로 저질러진 사상 최악의 생계형 사기 범죄로 꼽힌다. 전국에 걸쳐 피해자만 5만여 명에 그간 수사기관 기소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 액수만도 3조원대에 이른다. 

이 중 전 재산을 날린 채 자살하거나 화병으로 사망한 사람만도 10여 명에 이른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한다. 이들은 정부가 조희팔을 지금이라도 당장 체포·송환해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피해자는 죽어가는데, 사기범은 ‘희희낙락’  기사 참조). 하지만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은 경찰에 금품 로비를 벌이면서 수사망을 비웃듯 활보하고 다니다가 중국 밀항에 성공했다( 제78호 커버스토리 조희팔 밀항 해경은 진짜 몰랐나  참조).


ⓒ시사IN 백승기 2008년 12월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대구 사무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면 경찰청 본청은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이 이 사건에 관해 알 만한 위치에 있는 전·현직 경찰 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결과 이미 경찰청 안팎에는 관련 소문이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전직 경찰은 “문제가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권 총경이 도피 중인 조희팔로부터 받은 돈 9억원에 대해 차용금과 투자금조로 받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경찰청 본청은 권 총경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그를 승진시키고, 조희팔 사건 수사 총책임자 자리에 그대로 앉혀두었다.  

그러면 과연 다단계 사기 사건 중범죄자와 거액의 금품을 거래한 경찰이 권혁우 총경 한 사람뿐일까. 기자가 만난 조희팔의 핵심 측근 일부는 조희팔이 밀항한 뒤 중국에서 위조 공민증을 소지한 채 도피 생활하면서 “현 정권에서는 절대로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조희팔 사기 피해 사업자들도 “조희팔이 ‘전국의 자기 다단계 회사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에게는 손을 썼으니 경찰이 유사수신 행위를 조사한다고 찾아와도 겁먹을 필요 없다. 안심하고 회원을 모집하라’고 독려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박창희 제공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할 때 이용한 선박(위).

서산경찰서 상대로도 5억대 로비 시도

실제로 조희팔은 자기의 다단계 사기 사업 거점인 대구 지역은 물론 사건 피해에 대한 수사가 최초로 시작됐던 충남 서산경찰서를 상대로도 거액의 로비를 시도한 경력이 있다. 그는 수사 무마를 위해 5억원대의 돈을 심복인 김근호 고문(구속 수감 중)을 통해 서산경찰서에 뿌리도록 지시했다. 김씨는 조희팔로부터 받은 5억원을 서산경찰서 간부들과 선이 닿는다는 브로커 두 명에게 건네 로비하도록 했다. 

이후 조희팔은 바로 그 서산·태안 지역에서 공해상으로 유유히 밀항에 성공한 바 있다. 조씨가 도망친 뒤 서산경찰서를 상대로 한 로비 사건이 피해자들의 진정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로비스트로 지목된 두 사람이 일부 접대비만 지출했을 뿐 나머지 돈은 자신들이 모두 착복했다는 식으로 입을 닫으면서 수사는 유야무야 끝났다.

조희팔의 핵심 측근들에 따르면 밀항 직전 조희팔은 인천공항 담당 경찰 등을 상대로도 2억원대 밀항 로비를 벌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밀항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던 한 측근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보트를 이용한 서해 밀항 대신 인천공항을 거쳐 지명수배자 전원이 함께 빠져나가는 대담한 도피를 기획했다. 그 총책이 조희팔의 심복인 김근호 고문이었다. 김 고문이 로비 자금으로 2억원을 받아 공항 경찰과 기관원들을 구워삶은 뒤 전산 조작을 통해 감쪽같이 빠져나가는 방법을 시도했지만 돈만 들였지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 뒤 태안 앞바다를 통한 밀항을 결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희팔의 금품 로비 시도는 비단 지방경찰에 한정되지 않고 경찰청 본청까지 미쳤다. 경찰청 본청 소속 경찰관이던 박 아무개 경위(여)는 2008년 9월께 조희팔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을 받고 현금과 상품권 등 2000여 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조희팔 다단계 회사인 주식회사 ‘챌린’의 부사장이 경북 영주경찰서에서 특정 사기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희팔이 박 경위를 통해 수사 무마를 청탁했고, 박 경위는 금품을 수수했다. 이후 박 경위는 아무 일 없었던 듯 근무하다 조희팔이 밀항한 지 3년이 흐른 지난해 4월에서야 이 사실이 검찰에 적발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청은 그제서야 박 경위를 파면했다.

조희팔과 일부 경찰관의 구조적 유착은 비단 국내에서 돈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조희팔을 놓친 뒤 밀항을 방조했다는 거센 비난이 일자 2009년 봄 경찰청은 뒷북치듯 조희팔을 인터폴 적색 지명수배자로 올렸다. 하지만 조씨가 밀항해 중국 공민권을 가지고 활보한 지난 4년 동안 정부와 경찰이 그를 잡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 금액이 수십억원대인 보이스피싱 사기범도 중국에 도피하면 대부분 잡아들여오는 것이 현재의 한국·중국 공조수사 수준이다. 그런데 피해 금액 3조원대, 피해자 5만여 명에 이르는 거대 사기 사건 주범을 4년째 중국에 방치해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사기관의 직무유기라 할 만하다.


조희팔, 경찰과 수시로 연락

그렇다면 경찰은 밀항 후 중국에 도피한 조희팔의 소재지를 전혀 모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구 지역의 한 경찰은 “조희팔 사건 수사와 정보를 담당한 몇몇 경찰은 지금도 중국 은신처에 있는 조희팔과 수시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추적 취재 결과 대구지방경찰청의 일부 경찰관은 개인 휴가를 내 중국 은신처에 숨어 있는 조희팔 일당을 찾아가 융숭한 접대를 받고 돌아온 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밀항한 조희팔과 중국에서 만나고 돌아온 한 측근은 기자에게 “조희팔 밀항 사건 수사에 참여한 대구지방경찰청의 한 형사가 중국에 있는 조희팔의 은신처에 두 차례나 개인 휴가를 내고 찾아온 일이 있다더라. 함께 골프를 치고 향응을 받은 뒤 돌아갔다고 한다. 그 경찰관은 조희팔을 만나고 귀국하던 길에 명품 선물을 잔뜩 가지고 들어가다 공항 세관에 적발돼 압수당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해당 경찰관은 현재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시내 다른 지역 경찰서로 전보돼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사기 사건에 대해서만은 어쩐 일인지 대한민국 경찰이 온통 복마전에 얽혀 있는 형국이다. 그 속에서 대부분 생계형 투자를 했다가 조희팔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5만여 명의 한숨과 절망은 깊어만 간다. 대구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권 총경의 조희팔 금품 수수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청 본청 관계자는 1월6일 오후 과의 통화에서 “권혁우 총경이 경찰 본청에 연락해와 기자가 다녀간 사실을 보고했다. ‘1년6개월 전에 조사됐고 깨끗하게 끝난 사건인데 지금 왜 언론이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