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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7일 수요일

종편에 출연한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07일자 기사 '종편에 출연한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를 퍼왔습니다.
[김진혁PD의 e야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과거에도 조중동으로 대표되어지는 수구언론에 칼럼을 쓴다는 이유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진보 인사의 수는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도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었으며 그 때 그 지식인의 편을 들어주는 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적은 경우도 있었다. 내가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는 예가 조선일보 창립 기념 행사에 노회찬이 참석했던 건데 그 때 노회찬은 그야말로 융단폭격 수준으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 때 지금의 종편 출연 연예인이나 김연아처럼 노회찬을 옹호해 주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 조선일보 12월1일치 1면

물론 정치인 혹은 지식인과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를 동일한 잣대 위에 놓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를 무조건적인 ‘예외’로 삼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러한 시선이야말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정치 사회적으로 입장을 갖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갖지 ‘못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라서다. 즉, 얼핏 보면 단순한 직업적 예외인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들을 별 생각 없는 ‘광대’로 취급하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어차피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무슨 생각이 있겠나? 그냥 기획사나 매니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라는 인식 말이다. 이러한 인식은 과연 타당한 걸까?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이러한 인식에 동의할까?
백번 양보해서 그것을 직업적 예외라고 인정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최근 들어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사회적 발언을 하는 ‘소셜테이너’들의 존재 때문이다. 같은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소셜테이너들의 경우엔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사회적인 목소리를 낸다. 만약 종편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직업적 예외라고 인정을 해 버리면 이들이 감수하는 수많은 불이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저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해 버리면 될까? 어차피 나중에 정치를 하려고 하는 쇼라고 생각하면 되나? 그걸 통해 오히려 인지도를 쌓고 돈을 벌었다고 생각을 해 버릴까?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한 시선일까? 그저 종편 출연 연예인은 비판 말고 이들을 ‘칭찬’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 허지웅은 자신의 종편 출연이 논란이 되자 '채널A 영화프로그램 <무비홀릭> 출연에 대한 입장'이란 글을 올리며, "요 며칠 동안 그런 과정들이 고달파서, 하차하고 싶다는 의향을 제작진에 전해두기는 했다"고 밝혔다.

답은 어렵지 않다. 종편에 출연했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 자체가 옳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여기면 된다. 충분히 ‘논쟁’해 볼만한 사안인 것이고 그 논쟁의 결과가 꼭 ‘옳음’과 ‘그름’ 둘 중 하나로 결론이 날 필요도 없다. 아니 어째서 둘 중에 하나가 정답이어야 하는가? 토론이라는 건 바로 이처럼 그 답이 명확하게 갈리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 하는 것이 아닌가?
최근 가장 논란이 된 허지웅씨에 대한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종편에 출연 한다는 것에 대해서 얼마든지 비판을 할 수 있고 비판에 대한 비판 역시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아주 좋은 논쟁 사안이며 반드시 한번쯤은 해야 할 사안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 있어 ‘직업윤리’라고 하는 것만큼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사안도 별로 없지 않은가? ‘밥벌이’라는 말 하나면 아무리 치열한 논쟁이라도 바로 멈추고 다들 함구하는 사회 분위기야 말로 우리 사회를 현재와 같은 물질만능주의로 이끈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처럼 공론의 장으로 떠올랐을 때 실컷 논쟁 해 보는 것이 여러모로 효과적이다.
그리고 하나 더.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매우 중요한데, 만약 유명 연예인들이 ‘직업인’으로서 혹은 ‘밥벌이’로써 종편 러시를 이뤄 종편 시청률이 뛰어 오르면 그 땐 현재의 논쟁이 어떤 의미가 될까? 종편 초기에 기를 죽여 놓자는 식의 ‘전략적 비판’을 말하는 게 아니다. 현실적 문제는 가치적 문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고려되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가치 논쟁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가치 논쟁 자체만을 가지고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없기도 하다. 따라서 종편을 환영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종편 참여 출연자들에 대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반대 ‘의사 표시’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출연자들에 대한 인격적 모독을 하지 않으면서도 반대의 뜻을 충분히 전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EBS <지식채널e> 전 담당 프로듀서.

2011년 12월 4일 일요일

[사설] ‘보수·선정’ 본색 드러낸 종편 첫 방송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 ‘보수·선정’ 본색 드러낸 종편 첫 방송'을 퍼왔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그제 방송을 시작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네 곳의 프로그램은 종편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다시 갖게 한다. 종편과 정부가 입이 닳도록 떠들던 방송의 다양성이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명색이 개국일 프로그램인데 지상파 베끼기에도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그렇게 요란한 홍보를 하고도 시청률이 1%(에이지비닐슨 기준)를 넘는 프로그램이 네 곳을 통틀어 하나뿐인 것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차가웠다는 방증이다.
반면 ‘조·중·동 방송’에 걸맞게 보수적·선정적 성향은 유감없이 드러냈다. 네 곳 모두 내보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그가 유력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상 인터뷰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상식을 갖춘 언론이라면 공정성과 공공성의 원칙을 잃어선 안 된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에 대한 공세적 질문은 볼 수 없었고, 그의 정치적 포부를 전달하거나 신변잡기성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 박 전 대표 화면에 내보낸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은 낯뜨거운 ‘박비어천가’로 한국 언론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도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 당신의 미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게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노골적인 칭송 자막을 내보냈다.
가 특종이라며 보도한 강호동씨의 칠성파-야쿠자 회합 참석 동영상은 선정주의의 전형이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강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씨름대회 단장을 따라간 식사 자리가 조폭 결연식 참석으로 부풀려진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선 잠정 은퇴한 강씨가 종편에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표적기사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돈다. 또 는 그제치 1면에 “티브이조선 9시 뉴스에서 김연아가 앵커로 뉴스를 진행한다”고 선전했다가 과장홍보라는 망신을 샀다. 오죽하면 김씨의 소속사가 ‘김연아 종편채널 뉴스 앵커 기용설 어이없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을까.
종편은 첫 방송에서부터 언론으로서의 공적 책임 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화면이 잘리는 등 방송사고가 속출하고, 그나마 재방송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 정부와 족벌언론이 그렇게 무리를 해가며 졸속으로 출범시켰으니 이처럼 질 낮고 부실한 방송이 연출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