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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30일 금요일

[특파원 칼럼] 원전사고는 ‘인재’가 아니다 / 정남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29일자 기사 '[특파원 칼럼] 원전사고는 ‘인재’가 아니다 / 정남구'을 퍼왔습니다.
몇몇 사람에게책임을 덮어씌우고원전 자체의 위험감추려는 ‘인재’론

정남구 도쿄 특파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닷새째 되던 지난해 3월15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그레고리 야스코 위원장이 하원 청문회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난)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물이 모두 말랐다”며, 큰 우려를 표시했다. 수조엔 대량의 핵연료가 들어 있었다. 거기서 나는 열로 물이 끓어올라 수조가 이미 말랐다면, 핵연료가 손상돼 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었다. 그런데 이틀 뒤 공중에서 물을 뿌리기 위해 날아오른 헬기에서 살펴보니, 4호기 수조엔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 어찌된 일일까?
이 지난 8일 보도한 것을 보면 그것은 ‘천운’이었다. 2010년 11월 정기점검에 들어간 4호기는 운전 개시 33년 만에 큰 공사를 하느라 원자로 압력용기와 그 위의 원자로 웰이란 곳에 물을 가득 채웠다. 평소엔 물을 넣지 않는 곳인데, 공사 과정에서 작업원의 피폭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대지진과 해일로 원전이 전원을 모두 잃고 냉각기능이 마비되자, 핵연료 저장 수조는 핵연료에서 나오는 열로 물이 말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원자로 웰과 핵연료 수조 사이 벽에 균열이 생겨, 원자로 웰에 채워진 물이 수조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애초 이 물은 3월7일 빼낼 예정이었는데, 작업 공구에 약간 문제가 있어 늦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천운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3월14일 노심 용융을 일으킨 2호기의 압력이 설계치의 2배에 이르는데도 발전소장은 손쓸 길이 없었다. 그는 원자로가 파손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해, 필수인력만 남긴 채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킬 준비를 했다. 실제 2호기는 그 뒤 격납용기 어딘가가 파손돼, 후쿠시마 사고에서 새나온 방사능의 90%를 내뿜었다. 하지만 격납용기가 안에서부터 대폭발하는 가장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그나마 지금의 수준에서 그친 데는 자비로운 신의 손길이 미쳤다고 나는 믿는다. 같은 이유로 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인재’라는 지적에도 반대한다.
물론 사람들의 잘못된 행위가 몇 가지나 겹쳐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거대한 지진해일이 밀려올 가능성을 무시하고 해안의 낮은 곳에 원전을 지었고, 비상용 발전기를 지하실에 설치하는 잘못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많은 경고를 정부와 전력회사가 외면한 것도 용서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실수를 되짚어 대책을 마련하면, 원전 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원전은 수많은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핵연료 피복관과 압력용기, 격납용기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5중의 벽’이 방사능 유출을 막고 있고, 모든 전원이 끊겨도 작동하는 비상용 냉각장치가 몇 겹으로 설치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리마일에서, 체르노빌에서, 그리고 후쿠시마에서 대사고는 실제 일어났다.
신이 아닌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다루는 기계는 반드시 사고를 낸다. 사고 규모를 키웠든 줄였든, 거기에 작용한 ‘우연’적인 요인들에 견주면 원전 사고와 연결된 인간의 행동은 사소하다. 몇몇 사람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원전 자체가 갖고 있는 치명적 위험을 감추려는 ‘인재’론이 거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원전 사고가 인재라는 주장은 원전을 짓는 그 행위 자체에 대해 책임을 물을 때만 합리성을 갖는다.
얼마 전 고리 1호기가 12분간 모든 전원이 끊기는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켰다. 책임지울 사람을 찾기 전에, 인간의 한계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 jeje@hani.co.kr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한국이 사는 길…'원전 수출' 아닌 '폐로 사업'!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3일자 기사 '한국이 사는 길…'원전 수출' 아닌 '폐로 사업'!'을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③]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교 교수

, , 평화네트워크는 지난 6일부터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 연속 강연을 진행 중이다. 6일 김종철  발행인, 13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에 이어 20일에는 서울 중구 장충동  강의실에서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 대학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장정욱 교수는 '후쿠시마,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았을 뿐'이란 주제로 사고 1년이 지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현 상태와 그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핵 안보 정상 회의 개최로 들떠 있는 한국의 안전 불감증에 경고를 던졌다.

장정욱 교수는 일본이 언제든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무시하고 '경제적 이유'로 미국 방식을 도입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애초에 위험한 곳에 세우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과거에 도호쿠 지방에서 일어났던 지진의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거대 쓰나미로 인한 핵발전소 침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2008년에 갖고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대처는커녕 보고조차 제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쿄전력이 주장하듯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인재에 가까운 사고였다는 것이다.

장정욱 교수는 사고 1년이 지난 현재 핵발전소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로 사망한 사람은 많지 않지만, 참극은 두고두고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비단 공기 중으로, 해수 속으로 유입된 거대한 양의 방사능 물질 때문만이 아니다. 피난과 귀향의 불가능함으로 인해 수십 만 명 이상의 삶이 파괴되었고, 배상과 복구 비용 또한 막대해 전 국민이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장정욱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 넘나드는 것은 물론이요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고 위험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 안보 정상 회의'와 '핵발전소 수출'에 환호하는 한국에 대해서도 고언을 던졌다. 핵발전소 수출이 아니라 '폐로 사업'에 주력하는 것이 한국이 살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 내용.



▲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온도를 내릴 수 없었던 후쿠시마 핵발전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부터 다시 복기해 보겠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쓰나미가 왔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의 경우 두 번째 쓰나미가 문제가 되어 일어났다. 이날 15시 35분에 높이 13.1미터의 두 번째 쓰나미가 왔는데, 이 높이는 어디까지나 도쿄전력의 추정치이다. 핵발전소가 세워져 있는 지면은 해수면에서 10미터 높았고, 따라서 그것보다 파도가 더 높았기에 물이 들어왔다. 이로 인해 ①냉각용의 바닷물을 퍼 올리는 취수 펌프, ②전원을 공급할 터빈 건물 지하에 있던 비상용 디젤 발전기와 배전판 등이 바닷물에 잠겨 누전되어 작동 불능이 되었다.

자주 하는 표현이지만 핵발전소는 '바닷물을 데우는 기계'다. 핵분열로 발생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1초당 70톤의 냉각수가 필요한데, 그만큼을 데워서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뜨거운 증기를 냉각시킬 때도, 사용 후 핵연료가 담긴 수조를 냉각시키는 데도 해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해수를 뽑아내는 펌프가 침수되어 기능을 상실했던 것이다. 또 터빈 건물 지하실이 침수되었다. 이러면 물이 들어와도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는 동력 자체가 없어진다. 또 내·외부에서 들어온 전선을 배전시키는 배전판도 다 꺼졌다. 이 중 하나라도 차단되면 안 되는데 이번 사고에선 세 개가 다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원자로 6기엔 가동 중의 핵분열을 이용한 전기(교류)인 내부 전원 외에 비상시의 전원 확보를 위해 ①13대의 비상용 디젤발전기(교류), ②이동식 전원차(직류) ③용량 8시간의 배터리(직류), ④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전원을 공급받는 외부 전원(교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사고로 내부 전원을 잃었고, ④의 경우 지진의 영향으로 송전탑과 변전소가 파손되어 즉시 사용할 수 없었다.

①의 경우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던 6호기의 공냉식 비상용 디젤 발전기 한 대만이 정상으로 가동하여 5, 6호기는 간신히 전원 상실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동식 전원차(②)의 경우 사고 직후 인근의 그것들을 끌어 모았지만, 지진에 의한 도로 파손 등으로 11일 늦은 밤에야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도착했다. 최종적으로 69대가 모였지만, 전원 접속 장치의 규격이 맞지 않아 전선을 벗겨 직접 연결했음에도 전원판 침수, 전선 길이 부족 등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③)는 냉각재를 공급할 정도의 용량이 없다. 단지 냉각용 배관의 밸브 개폐와 중앙 제어실의 조명 같은 데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이로써 냉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원조차도 없어진 원자로 1~4호기는 그 연료가 융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는 바닷가에 터빈 건물을, 내륙 쪽에 원자로 건물을 배치하는 구조이다. 이는 미국에서 핵발전소를 처음 개발할 때 만들어진 미국식 구조다. 미국 핵발전소는 지진이 거의 없는 지역, 쓰나미의 침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에 입지하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는 어떠한가? 이는 도쿄전력이 초기에 핵발전소를 수입할 때, 일본 특유의 지형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 방식을 답습한 결과이다. 일본이 쓰나미를 고려했다면 핵발전소를 좀 더 내륙 쪽에 세우거나 방수성을 높였을 것이다. 게다가 당초 해면 30미터 높이의 지면을 20미터나 깎아 10미터 높이의 위치에 핵발전소를건설했다. 이유는 해수 펌프가 기능하는 거리를 짧게 하고 핵연료가 드나드는 항만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즉, 경제성을 위해서다. 한국도 마찬가지 이유로 미국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에는 지진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

사고는 인재였나


ⓒ프레시안(최형락)
도쿄전력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예상(5.7미터)보다 높은 쓰나미라는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해가 원인인 '천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판자들은 '인재'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쿄전력이 이미 몇 년 전에 높은 쓰나미가 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책 비용의 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도쿄 전력이 이미 예상 높이 5.7미터를 넘는 거대 쓰나미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역에 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계산 결과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2006년에는 5.7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이 50년 안에 약 10퍼센트이며, 노심 융용을 일으킬 수 있는 10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은 1퍼센트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원칙이 '10만 년에 1회 가능성'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엄청난 차이다.

한편, 도쿄 전력은 2008년 ①1896년에 발생한 산리쿠(三陸) 지진(M8.3 규모), ②869년 발생한 죠칸(貞觀) 지진(M8.4 규모)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쓰나미 높이를 예상하는 계산을 해 보았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①의 경우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역에 최대 15.7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올 수 있으며 ②의 경우 최대 9.2미터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도쿄전력은 이를 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보고하긴 했지만, 낮은 수치의 결과는 2009년 9월에 보고한 반면 높은 수치의 결과는 핵발전소 사고 발생 불과 4일 전인 2011년 3월 7일에 보고했다. 2008년부터 이 결과를 존중해 즉시 추가 대책이 실시되었다면 지금과 같았을까? 작년 10월에야 공개된 도쿄전력의 계산 결과 자료에는, 2012년 10월까지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을 뿐이다.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이 사고가 정말 '쓰나미' 때문이었냐는 것을 둘러싸고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격납 용기의 설계에 관여했던 다나카 마쓰히코 씨는, 가동 41년째의 노후 핵발전소 1호기의 경우 쓰나미가 오기 전에 이미 원자로계의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의 대량 상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원자로 밑 부분에 붙어 있는 50톤 무게의 재순환 배관이 지진을 만나 깨어졌으며, 그로 인해 뜨거운 증기가 대량 유출되었고 압력도 올라갔다고 말한다. 실제로 쓰나미가 오기 전에 1호기의 압력이 올라갔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도쿄전력은 아직도 이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라서 누구 말이 맞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수상이 말한 '냉온 정지 상태'는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현재 상태를 점검해 보자. 지난해 12월 16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수상은 사고 핵발전소 3기 원자로의 밑부분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내려갔고 방사성 물질 배출량이 감소되었다며 핵발전소가 "냉온 정지 상태에 도달했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원래 없는 개념으로, 정치적 판단에 의해 급조된 것이다. 원자력 전문 용어로서 "정상 상태의 핵발전소 원자로의 내부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낮아진 상태"를 이르는 '냉온 정지'란 말이 있긴 하지만, 원자로 및 격납 용기에서 냉각수가 줄줄 새고 있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중환자에 대한 수술을 하기도 전에 간단한 응급 조치로 완치되었다는 식으로, 실태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킨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발표 이후 도쿄 전력이 사고의 수습에 관한 중장기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①2013년까지 1~4호기 수조 내의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 ②핵발전소 건물 내의 제염(오염 지역의 제거) 작업을 하고 파손 부분을 수리하며 오염수를 처리하고, 격납 용기 전체를 물로 채워 냉각하는 것, ③2036년까지 격납 용기 및 원자로의 녹은 핵연료를 추출하는 것, ④2051년까지 핵발전소를 완전 해체하는 것이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아도 완전 수습까지 최소 40년 이상이 걸린다. 또한 이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으로, 수습 계획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노력 목표에 가깝다. 현재 녹은 핵연료의 무게, 형태 및 위치도 알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원자로 및 격납 용기도 크게 파손되어 있다. 일단은 약 35미터 위의 격납 용기의 윗부분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그 속에 떨어져 있는 최소 100톤 이상의 녹은 핵연료를 끄집어 낼 계획이지만, 경제적·기술적으로 이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체르노빌 핵발전소처럼 시멘트로 핵발전소 건물 전체를 덮는 석관(石棺)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피해 원자로에서는 사고 직후만큼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방사능 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물론 2012년 3월 6일 현재 방사능 물질의 시간당 대기 방출량은 1000만 베크렐로, 1년 전인 2011년 3월 15일의 약 8000만분의 1로 감소한 수치다. 1호기의 파괴된 건물 외벽을 완전히 덮는 차폐 시설을 설치했고, 2호기엔 필터가 있는 환기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현재 방사능 물질의 배출은 거의 3호기가 그 원인이다.

또한 해양으로의 오염수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도쿄 전력은 핵발전소 건물 밑에 고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하여 약 4킬로미터의 배관을 통해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고 있다. 2011년 4월의 계획으로는 그해 말까지 핵발전소 건물 밑에 있는 것을 포함한 25만 톤의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대부분을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의 콘크리트에 금이 나서 현재도 오염수가 흘러나가고 있는데, 사람 접근이 불가능하니 어디로, 어느 정도로 나가는지 알 수도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건물 지하로 매일 200~500톤의 지하수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지하수가 격납 용기로부터 새어나오는 원자로의 냉각수와 섞여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유입되는 지하수의 양만큼 처리해야 할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도 늘고 있는 셈이 된다.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수의 주입량을 늘리면 새어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증가하고, 건물 지하의 방사성 오염수를 많이 처리하면 수위 변화로 지하수의 유입이 늘어나는 진퇴양난의 상태다. 지하수를 어떻게 막겠는가. 격납 용기를 완전히 막지 않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될 거다. 이건 체르노빌하고 비교가 안 되는 사태다.

한편, 정화 과정을 거친 후에 늘어나는 저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저장 문제도 있다. 현재 고준위 오염수에서 기름과 세슘, 염분을 제거하여 저준위 오염수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원자로에 투입하고 남는 것을 탱크에 저장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저장할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3월 6일 기준으로 저장 용량의 72퍼센트에 달하는 약 12만 톤이 차 있으니 오래 못 가 가득 찰 것이고, 따라서 탱크의 증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염수를 정화할 때 쓰는 특수 약품, 필터, 폐기물은 또 어떻게 버릴 것인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타개하려면 오염수의 증가 자체를 막아야 하는데, 격납 용기의 파손 부분을 수리하여 한정된 수량에 의한 순환 냉각 시스템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오염의 완전한 제거, 불가능하다

이제 핵발전소 부지 바깥의 상황, 피해 지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말 핵발전소으로부터 반경 2~30킬로미터 내의 일부 구역(긴급시 피난 준비 구역)의 해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오는 4월에 시작될 본격적인 제염 작업을 앞두고 기준을 '피폭선량'으로 하여 오염 구역을 재편할 방침이다. 구역은 ①피난 지시 해제 준비 구역(연간 피폭선량 20밀리시버트 이하), ②거주 제한 구역(21~50밀리시버트), ③귀환 곤란 구역(50밀리시버트 이상, 최소 5년 이상)으로 나뉜다.

'귀환 곤란 지역'이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그 지역의 삶은 제대로 이어질 수 없다. 지난 1월 31일 가와우치무라(川内村)가 해제된 '긴급시 피난 준비 구역'만을 대상으로 자발적 귀촌 선언을 발표했는데, 돌아온 주민은 원래의 1할에도 못 미쳤다. 인근의 히로노쵸(広野町)는 3월 1일에 군청 사무실만 원래의 건물로 복귀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점차 귀환 선언을 하겠지만 인프라나 관공서, 병원이나 학교 등의 생활 환경이 복구되지 않는 한, 공동체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본격적인 제염 실시를 앞두고 문부과학성이 방사성 세슘(134와 137)을 조사했는데, 이에 따르면 제염 대상 지역은 1만 1600평방킬로미터로 일본 국토의 3퍼센트에 달한다. 한국 경기도와 서울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총 115개 시군읍이 제염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농업 및 관광업 등의 지역 산업에의 악영향을 회피할 목적으로 지역 지정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제염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피난 구역 내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한 제염 작업의 결과를 보면, 토양 및 낙엽 제거에서는 일정 정도 감소 효과가 나타났으나,아스팔트 도로 및 일반 주택의 지붕에서 실시한 고압수 세척의 제염 작업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피폭선량이 높은 귀환 곤란 구역에서는 제염 작업원들의 피폭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우선 50밀리시버트 이하의 두 구역을 2년간에 걸쳐 선량의 50퍼센트 정도로 감소시키는 목표를 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염 작업의 효과는 10퍼센트 정도로 나머지 40퍼센트는 자연적인 분산에 기대할 뿐이다.

또 산림 지역의 제염은 거의 불가능하며, 따라서 포기 상태다. 강이나 바다, 갯벌이나 해저도 마찬가지다. 바다의 경우 한국 쪽에도 1년 후에는 오염된 물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염된 수산물의 먹이사슬을 통한 내부 피폭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데, 해저 토양 방사능은 법적인 규제치조차 없는 상황이다. 체르노빌의 경우 먹이사슬 피폭의 피크는 사고 2년 뒤였다고 한다. 여러분도 앞으로 생선을 조심하고, 먹을 때는 꼭 뼈를 확실히 발라 먹는 게 좋겠다.

피해 배상은 가능한가?

핵발전소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 측면을 살펴보자. 도쿄 전력은 일단 지난해 4월 말에 일본 정부의 지시에 따라 반경 2~30킬로미터 내 지역 주민에 한해, 세대 당 100만 엔의 임시 배상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다. 이후 8월부터 원자력 손해 배상지원 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분쟁 심사회를 설립해 거기서 중간 지침을 만들어 본격적인 배상을 시작했다. 당사자 간에 배상 문제의 대립이 있을 경우 변호사 150여 명으로 구성된 분쟁 센터가 화해를 조정한다. 그래도 안 될 땐 소송 방법이 있다. 그러나 피난민이 총 16만 명에나 이름에도, 2012년 3월 2일 현재까지 배상 신청은 1181건뿐이며 화해가 성립된 경우는 16건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정부의 피난 지시 지역에서는 일시불·일률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임산부와 18세 이하의 어린이·청소년에 대해선 특별히 위자료를 더 지급해야 한다는 반발이 있다. 도쿄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줄어들 거라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반대로 늘어날 거라고 주장한다. 한편, 지난 12월 초 분쟁 심의회가 배상 지침을 확대하면서, 후쿠시마 현내 23 시군읍의 정부가 피난을 지시하지 않았으나 자주적으로 피난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배상을 적용함에 따라, 대상자가 종래 15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게다가 간접적인 피해가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배상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교토 지역에 해외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든지,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나라의 물건이란 이유만으로 특정 품목의 해외 수출이 금지된다든지 하는 '소문'에 의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또 앞으로 해양 오염수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제소가 생길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대체 돈이 얼마나 들까. 일단 실질 피해 주민 보상만 봤을 때 정부는 2013년 3월까지 2년간 4.5조 엔(약 60조 원)의 보상액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도쿄 전력에 지원한 금액이 약 1.6조 엔이다. 그리고 도쿄전력이 3월 19일 기준으로 실제 지불한 금액이 여기의 4분의 1인 4500억 엔 정도다.

그런데 이뿐만 아니라 제염 작업 비용과 폐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큰 문제가 제염 비용이다. 대체 어디까지 제염할 건가가 문제다. 일부 학자들은 포기할 지역을 확실히 포기해 쓸데없는 돈을 계속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농업이 중심인 지역의 경우, 2~3년만 방치해도 회복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제염 비용을 약 60조 엔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엔 산림 지역의 제염이나 처분장 건설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것까지 포함시키면 제염 작업만으로 100조 엔을 넘을 수도 있다. 이 비용은 사고 이전 일본 정부의 1년 예산에 버금간다. 그러나 배상 책임자인 도쿄전력은, 사고 수습비와 핵발전소 가동 중지에 따른 연료비 조달만으로 실질적 파산 상태다.

배상의 어려움은 이 엄청난 금액 규모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건강의 변화,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어렵다. 보통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직접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그리 많지 않아서 그 부분은 괜찮다는 식으로 얘기된다. 실제로 사망한 사람은 쓰나미가 오기 전, 점검 차 지하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핵발전소 종업원 2명과 사고 후 수습 작업 중 과로사로 인정받은 종업원 1명 등 3명이 전부다.

그러나 사고 당시 피난 과정에서 중환자 14명이 사망했고, 유기농 농민과 무덤으로 피난 간다며 자살한 93세의 노인 등 4명이 자살했다. 또한 핵발전소 30킬로미터 내 13개소의 양로 시설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사망자는 2009년 89명, 2010년 107명에서 2011년엔 206명으로, 2배나 크게 늘었다. 사망 원인이 뭔가. 환경이 바뀐 데 대한 정신적 쇼크와 스트레스다. 사고 이후 이 환경 변화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후쿠시마에서 621명이다. 이는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 현의 환경 변화로 인한 사망자 554명보다 많은 숫자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후쿠시마 사고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으로 4~5년 후부터 어린이의 갑상선암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일본 핵발전소, 이제 어디로 가나

사고 이후 일본 핵발전소는 어떻게 되었나. 일본 전체 핵발전소 54기 가운데 현재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핵발전소 6호기, 홋카이도 전력의 도마루 3호기 등 2기만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6일 간 나오토 당시 수상은 핵발전소 재가동의 전제 조건으로 모든 핵발전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핵발전소가 지진, 쓰나미, 홍수 등과 같은 재해, 그리고 테러 및 항공기의 충돌 등의 사고에 직면했을 때,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할 때까지 핵발전소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안전 여유도 검사다. 3월 초 현재 이 테스트에서 일단 1차만 통과한 것이 후쿠이 현의 오오이 핵발전소 3, 4호기와 시코쿠의 이카타 핵발전소 3호기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여름의 전력 부족을 들먹이면서 오오이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워낙 반대하고 있어 불투명하다.

또 일본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별도의 청, '원자력규제청'으로 독립시켰다. 다만 일본의 야당, 주로 자민당은 이를 행정부에서 완전 독립된 제3자 위원회로 구성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신뢰를 잃은 규제 기관의 재편을 통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려는 정치적인 판단의 결과이지만,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력규제청에 필요한 500여 명의 직원이 대부분 원자력안전·보안원에서 그대로 평행 이동할 것이며, 일부의 간부 이외는 여전히 경제산업성 및 문부과학성과의 인사 교류가 허용될 방침이다. 형식적인 조직 개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핵발전소 사고에 대비해 주민들이 행정 기관과 함께 일종의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방재 구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행의 원자력 방재 구역은 핵발전소 반경 8~10킬로미터의 지역인데, 이것을 개정하여 약 3배인 30킬로미터로 확대한다. 30킬로미터는 IAEA에서 정한 긴급 방호조치 구역의 기준으로서, 이제야 국제 표준에 따르게 된 것이다. 개정 방재 지침은 또한 특정 사태 발생 시 즉시 피난하는 5킬로미터 내의 예방 방지 조치 구역도 도입한다. 그리고 50킬로미터 이내의 구역까지 요오드제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국제 표준을 좋아하는 한국은, 이 방재 구역만은 IAEA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여전히 8~10킬로미터에 머무르고 있다. 방재 구역의 개정엔 엄청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돈 쓰기 싫다는 거다.

또 핵발전소의 수명을 법적으로 정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정책 변화다. 아직 법 통과는 안 되었지만, 수명 40년을 원칙으로 하면서 매우 예외적으로 최장 20년의 연장을 1회만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에 40년을 넘긴 핵발전소는 3기가 있고, 37년 이상 된 게 4기가 있다. 다만 연장에 대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기준은 없다. 한국의 경우 핵발전소의 수명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고리 핵발전소처럼 1970년대에 만들어진 핵발전소는 금속 재질도 안 좋아서 30년 이상 쓰면 안 된다. 일본 정부는 또 백 피트(back-fit)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노후 핵발전소라도 최신의 안전 기준을 반영하도록 지시하고, 반영하지 않은 핵발전소의 경우에는 가동 정지를 명령하는 제도다. 이 제도들은 한국 정부도 시급히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핵연료 주기 정책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사용 후 핵연료를 100퍼센트 재처리하여 고속증식로의 핵연료로서 플루토늄을 증식시켜 왔는데, 이 노선을 수정하여 직접 처분과 혼합 산화물 연료를 이용하는 플루서멀(Plu-thermal)을 실용적인 노선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 내용은 오는 여름 제출을 목표로 작성 중인 '에너지 기본 계획 및 원자력 정책 대강'이라는 중장기 계획에서 드러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무모하다고 비판 받아 온 고속증식로 '몬쥬'는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또 현재 3기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인데, 이 3기 이상으로 또 새로 짓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다 위에서 언급했듯 핵발전소 수명을 40년으로 못 박아 놨기 때문에, 일본은 장기적으로 핵발전소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MB가 꾸는 '핵의 꿈'을 묻다

3월 26·27일에 서울에서 핵 안보 정상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논의될 여러 국가 공동의 핵 안보 가운데 테러 방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핵발전소 안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내부의 사정과 정보는 점점 더 바깥으로 공표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안전 시설의 강화는 곧 정보 미공개의 강화라는 얘기다. 한편 IAEA, 즉 핵 확산의 감시의 강화가 핵발전소 안전의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주목하자. 결국 조약이 만들어져도 국가가 거기에 따르는가 아닌가의 문제인데, 중국 등 신흥 발전국들의 경우 안전 대책이 강화되면 크게 반발한다. 또한 핵 사찰의 강화는 기존의 핵 처리 기술 보유국 간의 연계 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연료 산업계의 득세와 이에 따른 미국의 세계 전략이란 측면이다. 우리가 핵발전소 수출한다고 하면 두산중공업이 돈을 많이 벌겠구나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기계만 만들어 파는 거다. 새로 핵발전소 지을 때 딱 한 번 거래하는 거다. 그런데 핵연료는, 핵발전소 한 번 지어놓으면 40년 동안 팔 수 있다. 핵연료 산업도 석유처럼 메이저가 있는데, 바로 미국이다. 가령 일본은 1970년대까지 핵연료 가운데 3할 이상을 미국에서 사야 하는 규정을 지켰다. 미국의 핵연료 농축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핵발전소는 확산되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의 세계 전략이다.

한편, 핵연료 공급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공동 추진 역시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맨 처음엔 오스트레일리아에 처분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무산되었고, 지난해엔 몽고에서 또 무산되었다. 핵발전소를 돌리는 한 계속 발생하는 폐기물의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큰 이슈가 될 텐데, 제발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한국방송(KBS)에서 핵 안보 정상 회의와 관련해 이란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송했는데 그걸 보고 화가 많이 났다. 핵연료를 사용 후 재처리 하면 96퍼센트까지 재활용 할 수 있다고 프랑스의 아레바(AREVA)의 입을 빌려 보도한 것이다. 완전히 거짓말이다. 내가 보기에 재활용 할 수 있는 비율은 간단히 계산하면 1퍼센트, 정확히 계산하면 0.1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국내 신문사들은 이 과학적 이야기를 제대로 써 주지 않는다. 뒤에 대체 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완전히 호도하는 짓이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핵발전소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시장은 터키,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인데, 터키나 베트남은 조건이 너무나 좋지 않다. 우리가 건설을 위한 자금을 전부 조달하고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면 수주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도 한국 정부가 수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나라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타이도 연기했고, 필리핀은 화산 때문에 IAEA에서도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나라다.

핵발전소 수출 시장에 중국도 더 깊이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시장은 줄어들고 있는 한편 중국은 한국보다 돈도 자원도 많고, 파는 가격도 싸다. 땅 넓은 중국엔 사용 후 핵연료 보관 장소도 있다. 그것까지 받아주는 조건으로 했을 때 한국이 경쟁할 수 있을까? 승패가 빤히 보인다. 이건 결국 우리가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핵발전소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핵발전소의 폐로 사업에 집중하면 어떨까. 앞으로 문 닫는 핵발전소가 늘어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살 길이다.



/안은별 기자(정리)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후쿠시마 핵재앙, 4~5년 후에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15일자 기사 '"후쿠시마 핵재앙, 4~5년 후에는…"'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쿠마토리 6인' 원자력 전문가 이마나카 데츠지

내년 3월이면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는 수습되지 않았을 뿐더러 방사능오염의 정도와 건강에 미친 영향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식품에서 방사능 물질이 발견되는 등의 단편적인 소식만 전해질 뿐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은 14일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가 주최한 '미래 세대를 위한 한일 원전정책의 길' 강연자로 한국을 방문한 이마나카 데츠지 씨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 일본의 상황을 들었다.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소의 조교로 방사능 오염 사고를 연구해온전문가다. 그는 원폭이 있었던 히로시마, 나가사키와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핵무기 실험 장소로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있었던 세미 팔라틴스크 지역 등에서 방사능 영향 조사 등을 벌여왔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일본의 피해 지역 역시 예정에 없던 연구대상으로 추가됐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지난 3월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인근의 이이다테무라 지역의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하고 실태를 알려 일본 정부가 '피난 지역'으로 지정하도록 이끌기도 했다.

교토대학 원자로 실험소에는 이마나카 데츠지 씨 외에도 고이데 히로아키 등 원자력 이용의 위험성을 연구해온 연구자가 6명이 있다. 원자로 실험소가 있는 지역 명칭인 쿠마토리(熊取)를 따 '쿠마토리 6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일본의 원전 정책을 비판하는데 앞장서 왔다.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이번 사고 역시 "인재"라고 비판하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사고 직후 정보를 공개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당장 방사선 노출로 인한 급성 방사성 장애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향후 4~5년 후에는 만발성 장애를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미 위험을 완전히 피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시민들이 방사능에 대한 상식을 갖추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 지역의 오염에 대해서는 "스트론튬과 플로토늄이 유출됐던 체르노빌과 달리 반감기가 짧은 세슘이 주로 유출됐기 때문에 향후 10년 후에는 안정적인 수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력 전공자 가운데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이마나카 데츠지 씨를 비롯한 '쿠마토리 6인'은 특이한 존재다. 그는 "원자력 학회는 과학을 목적으로 한 학회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의 원자력촌(村, 원자력 마피아를 지칭)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든 핵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핵 옵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위기는 기회'라며 원자력 산업 확대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내가 한국에 대해 뭐라 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여전히 원자력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이고, 이는 역시 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다음은 이마나카 데츠지 씨와의 인터뷰 전문. (편집자)


▲ 이마나카 데츠지 씨 ⓒ프레시안(최형락)

"후쿠시마도 사고도 '인재'다"

프레시안 :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직후인 3월 말 이이다테무라에서 직접 방사능 오염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고 들었다. 현장을 가보니 당시 상황이 어땠나?

이마나카 데츠지 :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반경 20km 이내의 7~8만 명 정도가 피난을 갔는데. 오염 상황이 어떤지에 관한 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조사했던 이이다테무라는 후쿠시마에서 30~40km 떨어진 곳으로 오염이 심한 곳이었다. 실제로 깜짝 놀랄 정도로 높은 수치가 나왔다. 내가 일하는 원자로 실험소에서도 시간당 20마이크로시버트 이상 나오는 곳은 '고선량 지역'이라고 해서 특별한 표시가 있고 우리도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이다테무라에서는 높은 곳은 한 시간당 30마이크로시버트까지 나왔다. 이런 곳을 어린이나 노인들까지 평상시와 똑같이 활동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프레시안 : 사고 직후에 일본 정부가 오염도를 조사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마나카 데츠지 : 당시 우리 조사팀은 이이다테무라의 전체적인 오염도를 바로 발표했다. 이곳은 일본의 허술한 방제 대책 지침에 비추어도 바로 피난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정부 쪽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서 4월 22일에 계획적 피난 지역으로 지정됐다. 그 이후 6000명의 마을 사람들이 피난했다. 정부의 오염에 대한 대응이 이토록 늦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놀랐다. 분명 대책 본부는 오염이 이렇게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정보 공개도 하지 않았고, 피난을 가라거나 외출을 삼가라, 식품을 조심하라는 등의 주의도 하지 않았다. 그 책임 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보통 원자력 추진파에서는 '체르노빌은 인재에 의한 것이고 후쿠시마는 천재다'라고 한다. 체르노빌 사고등 원자력 발전소 사고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마나카 데츠지 : 후쿠시마 사고도 분명 인재다. 물론 지진과 쓰나미가 계기가 됐지만, 원전 운영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상상력을 더 갖고 있었다면 그런 사태는 쉽게 예측을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 지방 사람들은 50년이나 100년 한번씩 쓰나미가 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후쿠시마에 원전을 설계하는 사람이 쓰나미에 대한 대책을 아무것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마땅히 세웠어야 할 대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피해의 정도로 비교하면 어떤가? 후쿠시마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를 넘어서는 피해를 미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프레시안(최형락)
이마나카 데츠지 :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고 간의 중요한 차이는 스트론튬과 플로토늄의 오염 간의 차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방출된 주된 방사선 물질이 세슘이고 스트론튬이나 플로토늄은 적다. 세슘134와 세슘137은 각각 반감기가 2년과 30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 10년이 지나면 안정적인 수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체르노빌의 경우는 반감기가 2만 4000년인 플로토늄이 확산됐기 때문에 차이가 크다.

원자로 자체가 폭발한 체르노빌과 멜트다운 이후 주로 휘발성 방사성 물질이 나온 후쿠시마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트론튬과 플로토늄은 비등점이 높아 날아가지 않고 많이 원자로 내에 남았다. 그래서 체르노빌에 비해 후쿠시마는 비교적 처리하기 쉬운 오염이라고 본다.

"앞으로 만발성 방사성 장애를 걱정해야 한다"

프레시안 : 많은 수의 주민들이 이이다테무라처럼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된 곳에서 일상 생활을 했고, 일부는 지금도 하고 있다. 사고가 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주민들의 건강에 방사능 관련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이마나카 데츠지 : 사고 직후에 에다노 관방장관이 계속 말했듯이 지금의 방사능 오염은 즉각 몸에 영향이 나타나는 수준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후에 나타날 백혈병이나 암에 대한 대책을 빨리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피폭에 대한 건강 영향을 생각할 때는 두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일단 한꺼번에 많은 양을 피폭당했을 때 나타나는 급성 방사성 장애가 있다. 이것은 한꺼번에 500미리시버트 정도를 맞아야 나타나는 증상이다. 나도 주민들이 그렇게까지 심한 피폭을 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중에 증상이 나타나는 만발성 방사선 장애는 우려할만하다.

체르노빌의 경우 요오드131에 피폭되서 사건 4년 후부터 갑상선암이 많이 발생했다. 요오드131 같은 경우 반감기가 8일이라, 일찍 줄어드는 만큼 빨리 대응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나중에 암에 걸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안 했고, 우려스럽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소장이 식도암에 걸린 것으로 드러나고, 후쿠시마 채소를 시식한 방송 캐스터가 급성 백혈병에 걸리는 등의 사건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이마나카 데츠지 : 전문가로서 의견은 말씀드리자면 후쿠시마 사고와 발병 간에 관계는 없다고 본다. 체르노빌의 경우 방사선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아이들이 암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 4년 후다. 사고 영향을 보려면 5년, 10년 단위로 시간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두 사람은 관계가 없다고 본다. 다만 요시다 제1원전 현장소장 같은 경우는 9개월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일을 했고, 그 스트레스가 암을 키웠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급성 백혈병이 걸린 캐스터는 원인을 잘 모르겠다.

"이제, 완전히 오염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프레시안 : 최근 일본 최대 식품회사인 메이지에서 만든 분유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아무래도 식품 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을 텐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마나카 데츠지 : 이것은 너무 민감하고 심각한 문제라 쉽게 답하기 어렵다. 일본 전국의 어린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걱정이 많고, 전국으로 강연을 다닐 때마다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그 때마다 '이미 오염되버렸기 때문에 완전히 오염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도쿄에서 후쿠시마에 걸친 동북 지방, 태평양 쪽에는 무시할 수 없는 오염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제 하는 수 없으니 베크럴, 시버트 라는 말에 익숙해지세요. 그리고 만발성 암이나 나중에 나타날 위험에 대비하도록 합시다'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기준치다. 일본 정부는 1kg에 500베크렐을 잠정 기준치로 정하고 그 이상의 식품에 유통을 금지시키고 '1kg당 500베크렐 이하는 안전하니 안심하고 먹으라'고 한다. 일본 시민들이 다들 '이건 아닌거 같다'고 느끼고 있다.. 501베크렐이면 위험하고 499베크렐은 안전한가. 그럴 수는 없다. 방사능은 노출양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지는 비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501베크렐이면 501베크렐의 위험성이 있고, 10베크렐이면 그만큼의 위험이 있다. 즉 안전하다, 위험하다는 기준으로 선을 긋는 것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만큼의 오염을 참을 것인가, 인내를 강요당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다. 나와 같은 전문가들은 그간 연구해왔던 것에서 이 판단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의 판단은 각각 개인이 해야한다.

물론 일반인들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1년간 1미리시버트가 가장 적절한 기준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연간 1미리시버트는 원자로 규제법 그리고 방사선 장해 방지법 등에서 일반 사람들의 연간 한계치로 설정된 수치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맞고 있는 자연 방사선은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년간 1미리시버트 정도다. 따라서 우리가 얼마나 참을지를 생각하는 출발점으로서 1미리시버트의 수치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방사능에 안전한 역치는 없으며 위험은 방사능 노출과 비례 관계를 가진다'는 주장은 국제적으로는 공인된 이론이라고 하나 한국에서는 일부 의학자들을 제외하고는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어떤지?

이마나카 데츠지 :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저선량 피폭은 건강에 위험이 없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늘어나서 놀랐다. 너무 신기하다. 그러나 암이나 급성 백혈병 등이나 역학 데이터 등을 생각했을 때 이러한 선형 모델이 가장 합리적이고 반박의 여지 없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자연 방사선에 의해서도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사실상 대책이 없기 때문에 포기하더라도, 방사능의 건강 영향을 생각할 대는 피폭선량을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이미 도쿄도 오염 지역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도쿄 지역의 오염은 어느정도인가?

이마나카 데츠지 : 일단 3월 15일에 도쿄에서도 높은 방사능 수치가 관측 됐는데 그때도 정부는 '마스크를 착용하라', '외출을 삼가하라'는 대책은 전혀 취하지 않았던 것은 지적해야 한다고 본다. 이후 3월 20일과 22일 내린 비로 오염 먼지가 떨어져서 땅이 오염됐다. 이렇게 도쿄에도 오염이 있지만 피난 가야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구석구석에 '핫스팟'이 있기 때문에 시청등이 나서서 오염제거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가령 도쿄와 같은 도시에는 비가 내리면 아스팔트의 물이 배수구로 쓸려가면서 배수구에서 오염이 집중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오염이 심한 지역이 국소적으로 생기게 되는 셈이다. 도쿄 주민들로서는 오염이 심할지도 모르는 곳에서 사는 것이 불안할 텐데, 그래서 집 주변의 어디가 오염이 됐는지를 제대로 측정, 조사하는게 중요하다고 권하고 있다. 도쿄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어른이라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프레시안 : 도쿄전력이 원전 내의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후 바다로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혀서, 어민단체나 한국이나 중국 등 인접 국가에서 우려하고 있다. 추가 오염의 우려는 없을까?

이마나카 데츠지 : 결국 방사능 농도가 문제일텐데 상당부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염 이후의 방사능 농도를 알 수 없으니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제염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 뿐 농도를 낮춘 물을 방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법에서 정해진 배출 기준치 이하라면 내보낼 수 있다. 기준치 이하로 낮춘다면 3월에 방출된 오염수의 방사능 양에 비해서는 100만분의 1이라든가 1000만분의 1수준이 될 것이다. 다만 사회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촌(村)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핵 옵션'"

프레시안 : 이마나카 데츠지 씨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한국의 경우 원자력을 전공한 학자 중에서는 원자력에 비판적인 분들이 하나도 없다. 원자력 학회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일본의 경우는 어떤지?

이마나카 데츠지 : 일본도 마찬가지다. 나도 원자력학회의 한 멤버지만 이상한 사람일 뿐이다. 나는 20년 동안 학회 모임에 참석을 안했다. 원자력학회는 원래 원자력을 추진하는 학회로, 그런 의미에서 과학을 목적으로 한 학회가 아니다. 원자력 추진은 기술개발에만 치중된다. 요즘 들어 잘 알려진 대로 원자력학회도 원자력촌(村), 원자력 마피아의 일각이다. 원자력 학회가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신화를 만들어낸 주범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어떻게 원자력에 비판적인 원자력 전문가가 되셨는가.

이마나카 데츠지 :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원자력은 원자력학회에서 말하는 것처럼 꿈의 미래에너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학원을 다닐 즈음에 각지에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자 반대 운동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주민들의 이야기는 이랬다. '전력회사는 원전이 들어오면 절대 사고도 안 나고, 일자리도 생기고 돈이 들어오는 등 지역에 좋은 일만 생긴다고 하는데, 이건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좋은 곳을 왜 시골에 짓는가.' 그래서 알아보니 사고가 났을 경우 엄청난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됐다. 30년 전에 정부와 전력회사가 돈과 권력의 힘으로 억지로 시골에 떠맡기려 한다는 것을 간파했고 나는 '만약 사고가 일어나면 어떤 피해가 나는가'를 제대로 연구해보기로 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한국이나 일본에서나 원자력 추진파는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원인이 뭘까?

이마나카 데츠지 : 애초에 일본의 원자력 개발은 '핵의 평화 이용'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됐다. 이 논리에는 '원자력은 좋은 것이다'라는 선전이 포함되어 있는데. 나는 '상업 이용'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원자력 개발 과정에서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그 이권과 연결된 정치인, 예산을 쥐고 있는 관리, 연구 예산이 필요한 학자, 지원금을 끌어오려는 지자체장, 광고비를 원하는 언론 등이 얽히고 설킨 일종의 공동체, 원자력촌(村)이 형성됐다. 만약 관료든, 교수든, 언론이든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면 왕따당하거나 조직에서 쫓겨나거나 광고비를 받지 못한다.

이렇게 자기들끼로 돌고도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만약의 경우 일본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핵 옵션'이다. 1968년 당시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일본은 핵무기를 가지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3원칙을 발표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실제 결정은 '지금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지만, 만약의 경우 언제든 가질 수 있도록 기술을 보유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일본이 추진하는 고속증식로, 재처리, 농축우라늄 제조 등 이 세가지 기술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언제든 가능하도록 기술을 갖고 있는다'는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원자력촌을 유지하는 하나의 큰 이유다.

프레시안 : 페쇄적인 원자력 학계에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마나카 데츠지 :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만약 내가 도쿄대학에 있으면서 그런 연구를 했으면 왕따를 당하거나 쫓겨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토대학은 칭찬해주지도 않았지만. 야단 맞을 일도 없었다. '그 문제는 그것대로 중요하니까 해보라'는 식이었다. 직장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함께 연구한 동료들이 여섯 명이 있었다. (이들을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소가 있는 쿠마토리(熊取)의 지명을 따 '쿠마토리 6인'이라고 부른다.)


ⓒ프레시안(최형락)
그간 우리는 '원전은 위험하다'는 경종을 울려왔지만, 실제로 이런 엄청난 사고가 일어날 줄은 생각 못했다. 머리로는 '반드시 사고가 일어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래도 몰랐다. 그래서 사고 후 몇달 간은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이제는 좀 정신을 차렸지만. 2,3개월 동안 영화속에서 사는 느낌이었다. 나는 일반 시민들에게 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 전혀 다르다. 체르노빌도 사고 이전과 이후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는데 일본 사람들도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이후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전을 짓고 추진해 온 그 빚을 갚게 된 것 아닌가요"

프레시안 : '다른 시대를 살고있다'고 하셨지만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위기는 기회다'라며 원자력 발전을 오히려 확대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마나카 데츠지 : 내가 한국에 대해 뭐라 운운할 입장은 아니지만, 일본도 역시 원자력을 수출하려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너무나 흉하다. 우리는 일본 원전의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원전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검토는 전혀 없이 당장 경제만 생각해서 '원전 수출'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위험을 진다는 것이고, 그런 위험성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한 다음에 시민들이 추진할지 말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 아직 어느나라도 폐기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폐기물도 처리하지 못하는 에너지원을 쓰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일본은 4개의 원자로가 파괴도어 앞으로 40~50년 간은 폐기물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현재 일본은 54기의 원자로 가운데 40여 개가 원전이 정지된 상태다. 우리는 이 기회에 다 정지시키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진짜 우리가 원전을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가 확실해진다. 결정단위는 물론 지역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보고 나서, 모든 시민들이 '원자력 괜찮다'고 하면 나도 반대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한국에서 원자력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제까지 원자력 사고는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순서대로 일어났다. 다음은 한국이다'라는 주장을 많이 한다. 정부나 원자력 학계는 인정하지 않지만.

이마나카 데츠지 :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지진이 일어나던 3월 11일에 나는 간사이 공항에 우크라이나에서 온 손님을 모시러 갔다. 체르노빌 25주년을 맞아 키에프의 친구를초대해서 세미나를 열려고 했다. 그 친구가 온 다음날 사고가 일어났고, 15일 히로시마로 가는 기차안에서 NHK와 그 친구가 인터뷰를 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지난 40년 간 많은 원전을 짓고 추진해 온 일본이 이제 그 빚을 갚을 때가 된 것이 아닐까요. 우리도 살아남있으니까 일본 사람들도 살아남겠지요'라고 말하더라. 눈물 나올 것 같았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독일의 사례와 같은 탈핵은 가능할까?

이마나카 데츠지 :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운동가도 정치인도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그 쪽으로 가는 흐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일본은 너무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런 에너지를 낭비하는 생활을 바꿔가는 것을 통해서,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채은하 기자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사설]사내하청 남용이 빚은 공항철도 선로 참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1일자 사설 '[사설]사내하청 남용이 빚은 공항철도 선로 참변'을 퍼왔습니다.
서울역과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코레일공항철도에서 지난 주말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숨졌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공항철도의 선로작업을 하청받은 코레일테크(주) 소속으로, 원청인 코레일공항철도(주)의 사내하청 비정규직이다. 참변의 원인은 막차 운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가 선로 보수 작업에 투입됐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안전과 직결된 선로 보수·유지 업무까지 사내하청에 떠넘긴 코레일공항철도의 안전불감증에 이번 참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코레일공항철도는 이번 참변에 대해 발빼기로 일관하고 있다. 선로작업의 모든 책임은 코레일테크에 있고, 사고 원인은 노동자들이 승인도 없이 작업을 개시한 탓이라는 것이다. 무책임하고 뻔뻔하다. 진상규명이 남아있지만 정황은 코레일공항철도의 안전불감증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선로작업 10~20년 관록의 희생자들이 지시 없이 작업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코레일테크의 안전책임자는 사고 현장에 없었고, 희생자들은 야광 반사판 같은 보조장구도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원청인 코레일공항철도가 마땅히 해야 할 하청업체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손 놓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참변은 구조적으로 예견된 사고다. 선로의 유지·보수는 철도의 핵심업무에 속한다. 하지만 코레일공항철도는 안전을 위한 핵심업무조차 사내하청으로 돌리고, 비정규직을 통한 인건비 줄이기에만 골몰해왔다. 코레일공항철도의 하청노동자 참변은 ‘사고철’의 별명을 얻은 고속철을 비롯해 안전보다 비용절감을 우선하는 코레일의 잘못된 철도경영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고밖에 할 수 없다. 사내하청을 남발한 원청이 사고 땐 오리발 내밀 궁리만 하는 한 ‘철도 안전’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선로 참변은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우선 원청인 코레일공항철도의 안전불감증을 낱낱이 밝히는 일이다. 희생자의 진혼을 위해 필수적이다. 재발 방지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다. 철길과 철마의 운행을 책임지는 노동자가 안전하지 않다면 승객의 안전은 보장할 길이 없다. 철도 노동자의 산업재해 위험을 가중시키는 사내하청의 남발을 억제하고, 안전 관리에 관한 한 원청에 직접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이는 결국 정부의 몫이다. 노동자의 생존권은 물론 철도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사내하청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정책대안이 시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