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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5일 일요일

한국이 사는 길…'원전 수출' 아닌 '폐로 사업'!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3일자 기사 '한국이 사는 길…'원전 수출' 아닌 '폐로 사업'!'을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③]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교 교수

, , 평화네트워크는 지난 6일부터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 연속 강연을 진행 중이다. 6일 김종철  발행인, 13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에 이어 20일에는 서울 중구 장충동  강의실에서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 대학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장정욱 교수는 '후쿠시마,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았을 뿐'이란 주제로 사고 1년이 지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현 상태와 그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핵 안보 정상 회의 개최로 들떠 있는 한국의 안전 불감증에 경고를 던졌다.

장정욱 교수는 일본이 언제든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무시하고 '경제적 이유'로 미국 방식을 도입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애초에 위험한 곳에 세우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과거에 도호쿠 지방에서 일어났던 지진의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거대 쓰나미로 인한 핵발전소 침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2008년에 갖고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대처는커녕 보고조차 제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쿄전력이 주장하듯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인재에 가까운 사고였다는 것이다.

장정욱 교수는 사고 1년이 지난 현재 핵발전소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로 사망한 사람은 많지 않지만, 참극은 두고두고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비단 공기 중으로, 해수 속으로 유입된 거대한 양의 방사능 물질 때문만이 아니다. 피난과 귀향의 불가능함으로 인해 수십 만 명 이상의 삶이 파괴되었고, 배상과 복구 비용 또한 막대해 전 국민이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장정욱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 넘나드는 것은 물론이요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고 위험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 안보 정상 회의'와 '핵발전소 수출'에 환호하는 한국에 대해서도 고언을 던졌다. 핵발전소 수출이 아니라 '폐로 사업'에 주력하는 것이 한국이 살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 내용.



▲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온도를 내릴 수 없었던 후쿠시마 핵발전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부터 다시 복기해 보겠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쓰나미가 왔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의 경우 두 번째 쓰나미가 문제가 되어 일어났다. 이날 15시 35분에 높이 13.1미터의 두 번째 쓰나미가 왔는데, 이 높이는 어디까지나 도쿄전력의 추정치이다. 핵발전소가 세워져 있는 지면은 해수면에서 10미터 높았고, 따라서 그것보다 파도가 더 높았기에 물이 들어왔다. 이로 인해 ①냉각용의 바닷물을 퍼 올리는 취수 펌프, ②전원을 공급할 터빈 건물 지하에 있던 비상용 디젤 발전기와 배전판 등이 바닷물에 잠겨 누전되어 작동 불능이 되었다.

자주 하는 표현이지만 핵발전소는 '바닷물을 데우는 기계'다. 핵분열로 발생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1초당 70톤의 냉각수가 필요한데, 그만큼을 데워서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뜨거운 증기를 냉각시킬 때도, 사용 후 핵연료가 담긴 수조를 냉각시키는 데도 해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해수를 뽑아내는 펌프가 침수되어 기능을 상실했던 것이다. 또 터빈 건물 지하실이 침수되었다. 이러면 물이 들어와도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는 동력 자체가 없어진다. 또 내·외부에서 들어온 전선을 배전시키는 배전판도 다 꺼졌다. 이 중 하나라도 차단되면 안 되는데 이번 사고에선 세 개가 다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원자로 6기엔 가동 중의 핵분열을 이용한 전기(교류)인 내부 전원 외에 비상시의 전원 확보를 위해 ①13대의 비상용 디젤발전기(교류), ②이동식 전원차(직류) ③용량 8시간의 배터리(직류), ④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전원을 공급받는 외부 전원(교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사고로 내부 전원을 잃었고, ④의 경우 지진의 영향으로 송전탑과 변전소가 파손되어 즉시 사용할 수 없었다.

①의 경우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던 6호기의 공냉식 비상용 디젤 발전기 한 대만이 정상으로 가동하여 5, 6호기는 간신히 전원 상실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동식 전원차(②)의 경우 사고 직후 인근의 그것들을 끌어 모았지만, 지진에 의한 도로 파손 등으로 11일 늦은 밤에야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도착했다. 최종적으로 69대가 모였지만, 전원 접속 장치의 규격이 맞지 않아 전선을 벗겨 직접 연결했음에도 전원판 침수, 전선 길이 부족 등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③)는 냉각재를 공급할 정도의 용량이 없다. 단지 냉각용 배관의 밸브 개폐와 중앙 제어실의 조명 같은 데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이로써 냉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원조차도 없어진 원자로 1~4호기는 그 연료가 융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는 바닷가에 터빈 건물을, 내륙 쪽에 원자로 건물을 배치하는 구조이다. 이는 미국에서 핵발전소를 처음 개발할 때 만들어진 미국식 구조다. 미국 핵발전소는 지진이 거의 없는 지역, 쓰나미의 침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에 입지하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는 어떠한가? 이는 도쿄전력이 초기에 핵발전소를 수입할 때, 일본 특유의 지형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 방식을 답습한 결과이다. 일본이 쓰나미를 고려했다면 핵발전소를 좀 더 내륙 쪽에 세우거나 방수성을 높였을 것이다. 게다가 당초 해면 30미터 높이의 지면을 20미터나 깎아 10미터 높이의 위치에 핵발전소를건설했다. 이유는 해수 펌프가 기능하는 거리를 짧게 하고 핵연료가 드나드는 항만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즉, 경제성을 위해서다. 한국도 마찬가지 이유로 미국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에는 지진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

사고는 인재였나


ⓒ프레시안(최형락)
도쿄전력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예상(5.7미터)보다 높은 쓰나미라는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해가 원인인 '천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판자들은 '인재'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쿄전력이 이미 몇 년 전에 높은 쓰나미가 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책 비용의 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도쿄 전력이 이미 예상 높이 5.7미터를 넘는 거대 쓰나미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역에 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계산 결과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2006년에는 5.7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이 50년 안에 약 10퍼센트이며, 노심 융용을 일으킬 수 있는 10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은 1퍼센트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원칙이 '10만 년에 1회 가능성'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엄청난 차이다.

한편, 도쿄 전력은 2008년 ①1896년에 발생한 산리쿠(三陸) 지진(M8.3 규모), ②869년 발생한 죠칸(貞觀) 지진(M8.4 규모)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쓰나미 높이를 예상하는 계산을 해 보았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①의 경우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역에 최대 15.7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올 수 있으며 ②의 경우 최대 9.2미터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도쿄전력은 이를 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보고하긴 했지만, 낮은 수치의 결과는 2009년 9월에 보고한 반면 높은 수치의 결과는 핵발전소 사고 발생 불과 4일 전인 2011년 3월 7일에 보고했다. 2008년부터 이 결과를 존중해 즉시 추가 대책이 실시되었다면 지금과 같았을까? 작년 10월에야 공개된 도쿄전력의 계산 결과 자료에는, 2012년 10월까지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을 뿐이다.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이 사고가 정말 '쓰나미' 때문이었냐는 것을 둘러싸고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격납 용기의 설계에 관여했던 다나카 마쓰히코 씨는, 가동 41년째의 노후 핵발전소 1호기의 경우 쓰나미가 오기 전에 이미 원자로계의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의 대량 상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원자로 밑 부분에 붙어 있는 50톤 무게의 재순환 배관이 지진을 만나 깨어졌으며, 그로 인해 뜨거운 증기가 대량 유출되었고 압력도 올라갔다고 말한다. 실제로 쓰나미가 오기 전에 1호기의 압력이 올라갔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도쿄전력은 아직도 이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라서 누구 말이 맞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수상이 말한 '냉온 정지 상태'는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현재 상태를 점검해 보자. 지난해 12월 16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수상은 사고 핵발전소 3기 원자로의 밑부분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내려갔고 방사성 물질 배출량이 감소되었다며 핵발전소가 "냉온 정지 상태에 도달했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원래 없는 개념으로, 정치적 판단에 의해 급조된 것이다. 원자력 전문 용어로서 "정상 상태의 핵발전소 원자로의 내부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낮아진 상태"를 이르는 '냉온 정지'란 말이 있긴 하지만, 원자로 및 격납 용기에서 냉각수가 줄줄 새고 있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중환자에 대한 수술을 하기도 전에 간단한 응급 조치로 완치되었다는 식으로, 실태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킨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발표 이후 도쿄 전력이 사고의 수습에 관한 중장기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①2013년까지 1~4호기 수조 내의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 ②핵발전소 건물 내의 제염(오염 지역의 제거) 작업을 하고 파손 부분을 수리하며 오염수를 처리하고, 격납 용기 전체를 물로 채워 냉각하는 것, ③2036년까지 격납 용기 및 원자로의 녹은 핵연료를 추출하는 것, ④2051년까지 핵발전소를 완전 해체하는 것이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아도 완전 수습까지 최소 40년 이상이 걸린다. 또한 이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으로, 수습 계획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노력 목표에 가깝다. 현재 녹은 핵연료의 무게, 형태 및 위치도 알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원자로 및 격납 용기도 크게 파손되어 있다. 일단은 약 35미터 위의 격납 용기의 윗부분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그 속에 떨어져 있는 최소 100톤 이상의 녹은 핵연료를 끄집어 낼 계획이지만, 경제적·기술적으로 이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체르노빌 핵발전소처럼 시멘트로 핵발전소 건물 전체를 덮는 석관(石棺)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피해 원자로에서는 사고 직후만큼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방사능 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물론 2012년 3월 6일 현재 방사능 물질의 시간당 대기 방출량은 1000만 베크렐로, 1년 전인 2011년 3월 15일의 약 8000만분의 1로 감소한 수치다. 1호기의 파괴된 건물 외벽을 완전히 덮는 차폐 시설을 설치했고, 2호기엔 필터가 있는 환기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현재 방사능 물질의 배출은 거의 3호기가 그 원인이다.

또한 해양으로의 오염수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도쿄 전력은 핵발전소 건물 밑에 고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하여 약 4킬로미터의 배관을 통해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고 있다. 2011년 4월의 계획으로는 그해 말까지 핵발전소 건물 밑에 있는 것을 포함한 25만 톤의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대부분을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의 콘크리트에 금이 나서 현재도 오염수가 흘러나가고 있는데, 사람 접근이 불가능하니 어디로, 어느 정도로 나가는지 알 수도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건물 지하로 매일 200~500톤의 지하수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지하수가 격납 용기로부터 새어나오는 원자로의 냉각수와 섞여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유입되는 지하수의 양만큼 처리해야 할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도 늘고 있는 셈이 된다.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수의 주입량을 늘리면 새어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증가하고, 건물 지하의 방사성 오염수를 많이 처리하면 수위 변화로 지하수의 유입이 늘어나는 진퇴양난의 상태다. 지하수를 어떻게 막겠는가. 격납 용기를 완전히 막지 않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될 거다. 이건 체르노빌하고 비교가 안 되는 사태다.

한편, 정화 과정을 거친 후에 늘어나는 저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저장 문제도 있다. 현재 고준위 오염수에서 기름과 세슘, 염분을 제거하여 저준위 오염수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원자로에 투입하고 남는 것을 탱크에 저장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저장할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3월 6일 기준으로 저장 용량의 72퍼센트에 달하는 약 12만 톤이 차 있으니 오래 못 가 가득 찰 것이고, 따라서 탱크의 증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염수를 정화할 때 쓰는 특수 약품, 필터, 폐기물은 또 어떻게 버릴 것인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타개하려면 오염수의 증가 자체를 막아야 하는데, 격납 용기의 파손 부분을 수리하여 한정된 수량에 의한 순환 냉각 시스템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오염의 완전한 제거, 불가능하다

이제 핵발전소 부지 바깥의 상황, 피해 지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말 핵발전소으로부터 반경 2~30킬로미터 내의 일부 구역(긴급시 피난 준비 구역)의 해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오는 4월에 시작될 본격적인 제염 작업을 앞두고 기준을 '피폭선량'으로 하여 오염 구역을 재편할 방침이다. 구역은 ①피난 지시 해제 준비 구역(연간 피폭선량 20밀리시버트 이하), ②거주 제한 구역(21~50밀리시버트), ③귀환 곤란 구역(50밀리시버트 이상, 최소 5년 이상)으로 나뉜다.

'귀환 곤란 지역'이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그 지역의 삶은 제대로 이어질 수 없다. 지난 1월 31일 가와우치무라(川内村)가 해제된 '긴급시 피난 준비 구역'만을 대상으로 자발적 귀촌 선언을 발표했는데, 돌아온 주민은 원래의 1할에도 못 미쳤다. 인근의 히로노쵸(広野町)는 3월 1일에 군청 사무실만 원래의 건물로 복귀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점차 귀환 선언을 하겠지만 인프라나 관공서, 병원이나 학교 등의 생활 환경이 복구되지 않는 한, 공동체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본격적인 제염 실시를 앞두고 문부과학성이 방사성 세슘(134와 137)을 조사했는데, 이에 따르면 제염 대상 지역은 1만 1600평방킬로미터로 일본 국토의 3퍼센트에 달한다. 한국 경기도와 서울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총 115개 시군읍이 제염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농업 및 관광업 등의 지역 산업에의 악영향을 회피할 목적으로 지역 지정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제염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피난 구역 내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한 제염 작업의 결과를 보면, 토양 및 낙엽 제거에서는 일정 정도 감소 효과가 나타났으나,아스팔트 도로 및 일반 주택의 지붕에서 실시한 고압수 세척의 제염 작업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피폭선량이 높은 귀환 곤란 구역에서는 제염 작업원들의 피폭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우선 50밀리시버트 이하의 두 구역을 2년간에 걸쳐 선량의 50퍼센트 정도로 감소시키는 목표를 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염 작업의 효과는 10퍼센트 정도로 나머지 40퍼센트는 자연적인 분산에 기대할 뿐이다.

또 산림 지역의 제염은 거의 불가능하며, 따라서 포기 상태다. 강이나 바다, 갯벌이나 해저도 마찬가지다. 바다의 경우 한국 쪽에도 1년 후에는 오염된 물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염된 수산물의 먹이사슬을 통한 내부 피폭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데, 해저 토양 방사능은 법적인 규제치조차 없는 상황이다. 체르노빌의 경우 먹이사슬 피폭의 피크는 사고 2년 뒤였다고 한다. 여러분도 앞으로 생선을 조심하고, 먹을 때는 꼭 뼈를 확실히 발라 먹는 게 좋겠다.

피해 배상은 가능한가?

핵발전소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 측면을 살펴보자. 도쿄 전력은 일단 지난해 4월 말에 일본 정부의 지시에 따라 반경 2~30킬로미터 내 지역 주민에 한해, 세대 당 100만 엔의 임시 배상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다. 이후 8월부터 원자력 손해 배상지원 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분쟁 심사회를 설립해 거기서 중간 지침을 만들어 본격적인 배상을 시작했다. 당사자 간에 배상 문제의 대립이 있을 경우 변호사 150여 명으로 구성된 분쟁 센터가 화해를 조정한다. 그래도 안 될 땐 소송 방법이 있다. 그러나 피난민이 총 16만 명에나 이름에도, 2012년 3월 2일 현재까지 배상 신청은 1181건뿐이며 화해가 성립된 경우는 16건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정부의 피난 지시 지역에서는 일시불·일률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임산부와 18세 이하의 어린이·청소년에 대해선 특별히 위자료를 더 지급해야 한다는 반발이 있다. 도쿄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줄어들 거라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반대로 늘어날 거라고 주장한다. 한편, 지난 12월 초 분쟁 심의회가 배상 지침을 확대하면서, 후쿠시마 현내 23 시군읍의 정부가 피난을 지시하지 않았으나 자주적으로 피난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배상을 적용함에 따라, 대상자가 종래 15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게다가 간접적인 피해가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배상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교토 지역에 해외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든지,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나라의 물건이란 이유만으로 특정 품목의 해외 수출이 금지된다든지 하는 '소문'에 의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또 앞으로 해양 오염수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제소가 생길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대체 돈이 얼마나 들까. 일단 실질 피해 주민 보상만 봤을 때 정부는 2013년 3월까지 2년간 4.5조 엔(약 60조 원)의 보상액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도쿄 전력에 지원한 금액이 약 1.6조 엔이다. 그리고 도쿄전력이 3월 19일 기준으로 실제 지불한 금액이 여기의 4분의 1인 4500억 엔 정도다.

그런데 이뿐만 아니라 제염 작업 비용과 폐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큰 문제가 제염 비용이다. 대체 어디까지 제염할 건가가 문제다. 일부 학자들은 포기할 지역을 확실히 포기해 쓸데없는 돈을 계속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농업이 중심인 지역의 경우, 2~3년만 방치해도 회복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제염 비용을 약 60조 엔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엔 산림 지역의 제염이나 처분장 건설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것까지 포함시키면 제염 작업만으로 100조 엔을 넘을 수도 있다. 이 비용은 사고 이전 일본 정부의 1년 예산에 버금간다. 그러나 배상 책임자인 도쿄전력은, 사고 수습비와 핵발전소 가동 중지에 따른 연료비 조달만으로 실질적 파산 상태다.

배상의 어려움은 이 엄청난 금액 규모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건강의 변화,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어렵다. 보통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직접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그리 많지 않아서 그 부분은 괜찮다는 식으로 얘기된다. 실제로 사망한 사람은 쓰나미가 오기 전, 점검 차 지하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핵발전소 종업원 2명과 사고 후 수습 작업 중 과로사로 인정받은 종업원 1명 등 3명이 전부다.

그러나 사고 당시 피난 과정에서 중환자 14명이 사망했고, 유기농 농민과 무덤으로 피난 간다며 자살한 93세의 노인 등 4명이 자살했다. 또한 핵발전소 30킬로미터 내 13개소의 양로 시설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사망자는 2009년 89명, 2010년 107명에서 2011년엔 206명으로, 2배나 크게 늘었다. 사망 원인이 뭔가. 환경이 바뀐 데 대한 정신적 쇼크와 스트레스다. 사고 이후 이 환경 변화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후쿠시마에서 621명이다. 이는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 현의 환경 변화로 인한 사망자 554명보다 많은 숫자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후쿠시마 사고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으로 4~5년 후부터 어린이의 갑상선암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일본 핵발전소, 이제 어디로 가나

사고 이후 일본 핵발전소는 어떻게 되었나. 일본 전체 핵발전소 54기 가운데 현재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핵발전소 6호기, 홋카이도 전력의 도마루 3호기 등 2기만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6일 간 나오토 당시 수상은 핵발전소 재가동의 전제 조건으로 모든 핵발전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핵발전소가 지진, 쓰나미, 홍수 등과 같은 재해, 그리고 테러 및 항공기의 충돌 등의 사고에 직면했을 때,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할 때까지 핵발전소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안전 여유도 검사다. 3월 초 현재 이 테스트에서 일단 1차만 통과한 것이 후쿠이 현의 오오이 핵발전소 3, 4호기와 시코쿠의 이카타 핵발전소 3호기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여름의 전력 부족을 들먹이면서 오오이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워낙 반대하고 있어 불투명하다.

또 일본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별도의 청, '원자력규제청'으로 독립시켰다. 다만 일본의 야당, 주로 자민당은 이를 행정부에서 완전 독립된 제3자 위원회로 구성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신뢰를 잃은 규제 기관의 재편을 통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려는 정치적인 판단의 결과이지만,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력규제청에 필요한 500여 명의 직원이 대부분 원자력안전·보안원에서 그대로 평행 이동할 것이며, 일부의 간부 이외는 여전히 경제산업성 및 문부과학성과의 인사 교류가 허용될 방침이다. 형식적인 조직 개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핵발전소 사고에 대비해 주민들이 행정 기관과 함께 일종의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방재 구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행의 원자력 방재 구역은 핵발전소 반경 8~10킬로미터의 지역인데, 이것을 개정하여 약 3배인 30킬로미터로 확대한다. 30킬로미터는 IAEA에서 정한 긴급 방호조치 구역의 기준으로서, 이제야 국제 표준에 따르게 된 것이다. 개정 방재 지침은 또한 특정 사태 발생 시 즉시 피난하는 5킬로미터 내의 예방 방지 조치 구역도 도입한다. 그리고 50킬로미터 이내의 구역까지 요오드제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국제 표준을 좋아하는 한국은, 이 방재 구역만은 IAEA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여전히 8~10킬로미터에 머무르고 있다. 방재 구역의 개정엔 엄청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돈 쓰기 싫다는 거다.

또 핵발전소의 수명을 법적으로 정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정책 변화다. 아직 법 통과는 안 되었지만, 수명 40년을 원칙으로 하면서 매우 예외적으로 최장 20년의 연장을 1회만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에 40년을 넘긴 핵발전소는 3기가 있고, 37년 이상 된 게 4기가 있다. 다만 연장에 대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기준은 없다. 한국의 경우 핵발전소의 수명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고리 핵발전소처럼 1970년대에 만들어진 핵발전소는 금속 재질도 안 좋아서 30년 이상 쓰면 안 된다. 일본 정부는 또 백 피트(back-fit)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노후 핵발전소라도 최신의 안전 기준을 반영하도록 지시하고, 반영하지 않은 핵발전소의 경우에는 가동 정지를 명령하는 제도다. 이 제도들은 한국 정부도 시급히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핵연료 주기 정책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사용 후 핵연료를 100퍼센트 재처리하여 고속증식로의 핵연료로서 플루토늄을 증식시켜 왔는데, 이 노선을 수정하여 직접 처분과 혼합 산화물 연료를 이용하는 플루서멀(Plu-thermal)을 실용적인 노선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 내용은 오는 여름 제출을 목표로 작성 중인 '에너지 기본 계획 및 원자력 정책 대강'이라는 중장기 계획에서 드러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무모하다고 비판 받아 온 고속증식로 '몬쥬'는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또 현재 3기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인데, 이 3기 이상으로 또 새로 짓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다 위에서 언급했듯 핵발전소 수명을 40년으로 못 박아 놨기 때문에, 일본은 장기적으로 핵발전소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MB가 꾸는 '핵의 꿈'을 묻다

3월 26·27일에 서울에서 핵 안보 정상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논의될 여러 국가 공동의 핵 안보 가운데 테러 방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핵발전소 안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내부의 사정과 정보는 점점 더 바깥으로 공표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안전 시설의 강화는 곧 정보 미공개의 강화라는 얘기다. 한편 IAEA, 즉 핵 확산의 감시의 강화가 핵발전소 안전의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주목하자. 결국 조약이 만들어져도 국가가 거기에 따르는가 아닌가의 문제인데, 중국 등 신흥 발전국들의 경우 안전 대책이 강화되면 크게 반발한다. 또한 핵 사찰의 강화는 기존의 핵 처리 기술 보유국 간의 연계 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연료 산업계의 득세와 이에 따른 미국의 세계 전략이란 측면이다. 우리가 핵발전소 수출한다고 하면 두산중공업이 돈을 많이 벌겠구나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기계만 만들어 파는 거다. 새로 핵발전소 지을 때 딱 한 번 거래하는 거다. 그런데 핵연료는, 핵발전소 한 번 지어놓으면 40년 동안 팔 수 있다. 핵연료 산업도 석유처럼 메이저가 있는데, 바로 미국이다. 가령 일본은 1970년대까지 핵연료 가운데 3할 이상을 미국에서 사야 하는 규정을 지켰다. 미국의 핵연료 농축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핵발전소는 확산되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의 세계 전략이다.

한편, 핵연료 공급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공동 추진 역시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맨 처음엔 오스트레일리아에 처분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무산되었고, 지난해엔 몽고에서 또 무산되었다. 핵발전소를 돌리는 한 계속 발생하는 폐기물의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큰 이슈가 될 텐데, 제발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한국방송(KBS)에서 핵 안보 정상 회의와 관련해 이란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송했는데 그걸 보고 화가 많이 났다. 핵연료를 사용 후 재처리 하면 96퍼센트까지 재활용 할 수 있다고 프랑스의 아레바(AREVA)의 입을 빌려 보도한 것이다. 완전히 거짓말이다. 내가 보기에 재활용 할 수 있는 비율은 간단히 계산하면 1퍼센트, 정확히 계산하면 0.1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국내 신문사들은 이 과학적 이야기를 제대로 써 주지 않는다. 뒤에 대체 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완전히 호도하는 짓이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핵발전소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시장은 터키,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인데, 터키나 베트남은 조건이 너무나 좋지 않다. 우리가 건설을 위한 자금을 전부 조달하고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면 수주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도 한국 정부가 수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나라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타이도 연기했고, 필리핀은 화산 때문에 IAEA에서도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나라다.

핵발전소 수출 시장에 중국도 더 깊이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시장은 줄어들고 있는 한편 중국은 한국보다 돈도 자원도 많고, 파는 가격도 싸다. 땅 넓은 중국엔 사용 후 핵연료 보관 장소도 있다. 그것까지 받아주는 조건으로 했을 때 한국이 경쟁할 수 있을까? 승패가 빤히 보인다. 이건 결국 우리가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핵발전소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핵발전소의 폐로 사업에 집중하면 어떨까. 앞으로 문 닫는 핵발전소가 늘어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살 길이다.



/안은별 기자(정리)

2012년 3월 11일 일요일

후쿠시마에서 열린 지옥문, 밀양에서 닫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9일자 기사 '후쿠시마에서 열린 지옥문, 밀양에서 닫자!'를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그리고 1년] 충격은 있어도 변화는 없었다

L 선생님께

이제 모레 3월 11일이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딱 1년이 됩니다. 선생님께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핵발전소의 위험을 알리고자 1인 시위를 비롯한 온갖 퍼포먼스를 한 지도 1년이 됩니다. 저번에 잠시 만났을 때, 얼굴이 까칠해서 마음이 아팠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 회견을 했던 지난 2월 22일, 선생님은 짧은 편지로 울분을 표시하였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노무현 정부 총리 때 했던 말("원자력 5대 강국으로 진입하자!")을 언급하면서, 핵 발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강 기자, 요즘도 나는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가 올라오던 그 뉴스를 꿈에서 보곤 합니다. 그 후쿠시마의 비극이 부산에서, 울산에서, 영광에서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저 무심한 반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대통령의 그런 얘기에 분노하지 않는 시민들은 또 어떻고요? 이런 상황이 절망스럽습니다."

선생님의 절망이 배어 있는 편지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를 보고 나서도 사람들은 왜 변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저 역시 지난 1년간 계속해서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충격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요?


ⓒ프레시안

후쿠시마, '무지'와 '무심' 사이에서

1년 전 한국 언론은 난리법석이었습니다. 방송, 신문 할 것 없이 일본 현지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면서 연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뉴스를 도배했습니다. 몇몇 언론은 취재 준비도 제대로 못한 기자를 후쿠시마 현지로 급하게 보냈다가 새로운 뉴스메이커가 되기도 했고요. 현장에 파견된 기자들이 방사성 물질에 피폭되었으니까요.

L 선생님께서도 언급하셨던,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원자로를 담아 두던 격납고가 폭발하던 모습은 특히 큰 충격이었습니다. 절대로 핵발전소가 핵폭탄처럼 '펑' 하고 터질 리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저조차도 그 뉴스를 보고서는 영문을 모른 채 불안에 떨었으니까요. (핵연료 안에는 방사성 우라늄이 아주 적은 농도만 포함돼 있어서 폭탄과는 다릅니다.)

물론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었던 한국 언론 중에서 지속적으로 후쿠시마 사고를 보도한 곳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뿐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사람들이 핵 발전의 위험에 무지한 이유 중 하나를 언론의 소극적인 보도 태도 탓이라고 질타했습니다. 한국 언론의 한심한 행태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만, 저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국 언론이 후쿠시마 사고를 지속적으로 보도하지는 않았으나, 초기의 보도만 놓고 보면 그 양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대다수 국민은 그 보도만으로도 핵발전소가 사고가 났을 때 얼마나 위험한 괴물로 변할 수 있는지 생생히 체험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 충격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어디서부터 문제였던 것일까요?

최근에 닐 포스트먼이 1985년에 펴낸 (홍윤선 옮김, 굿인포메이션 펴냄)를 정독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포스트먼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전 세계 곳곳의 온갖 전쟁, 범죄, 사고, 홍수와 같은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된 현실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도처에 흘러넘치는 정보는 이를 접하는 사람과는 거의 또는 전혀 관련이 없다. 즉,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된 사회적, 지적 상황과는 무관한 정보라는 뜻이다. (…) 아침에 TV 뉴스나 라디오 또는 신문을 통해 접한 정보로 하루의 계획을 바꾸거나, 아니면 하지 않았을 일을 저질렀다거나, 무엇인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얻은 적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

(…) 일상적인 뉴스는 대부분 그저 이야깃거리에 불과한 쓸모없는 정보의 집합체일 뿐 의미 있는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 삶과 무관한 정보가 도처에 흘러 넘쳐 '정보 대비 행동 비율'이 극적으로 낮아져버렸다. (…) 온 세계가 뉴스를 위한 배경으로 전락하자 사람들은 일말의 통제 감각마저 상실해 버렸다. (, 114, 117쪽)

포스트먼의 이런 지적은 지금 인터넷, TV 등을 통해서 뉴스가 유통되는 방식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충격적인 사실(fact)이 24시간 동안 인터넷, TV 등을 통해서 전달이 되더라도 대다수 사람에게 그런 정보는 자신의 삶과 무관한 것일 뿐입니다. 보통의 생활인에게는 후쿠시마 사고보다는 일기예보가 좀 더 삶에 밀착된 뉴스일 테니까요.

더구나 그렇게 인터넷, TV 등을 통해서 제공되는 뉴스는 대개는 파편적인 정보입니다. 기사가 조금만 길어도 "길어서 못 읽겠다!" "처럼 한마디로 정리해!" 등의 댓글이 붙는 요즘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더 심화되었고요. 그러니 독자가 뉴스를 통합하고 해석하려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뉴스는 30초짜리 광고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1년 내내 전달한다고 한들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너무 적은 보도는 대중의 무지함을 낳는다면, 이런 식의 너무 많은 보도는 대중의 무심함을 낳습니다. 무지와 무심, 둘 중에 뭐가 더 무서운가요? 무지한 사람은 가르칠 수라도 있지만, 무심한 사람은 도리가 없습니다.

'위험'과 '안전'의 악순환

L 선생님,

지금부터 불편한 얘기를 털어놓겠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한국의 환경 단체를 비롯한 반핵 세력은 핵발전소의 '위험'을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지겹도록 핵발전소의 위험을 강조해도 꿈쩍도 안 하는 정부, 여론이 야속한 나머지 사석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사고가 한 번 나야해!"

반핵 세력이 위험을 강조하니, 찬핵 세력도 도리가 없습니다. 지난 1년간 찬핵 세력은 '안전'을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지진 심지어 미사일 공격에도 안전한 한국 핵발전소의 신화가 대중에게 유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핵발전소가 위험해서 걱정이지? 더 안전한 핵발전소를 만들면 되잖아!"

무슨 얘기냐고요? 핵발전소를 둘러싼 논의가 '위험하다-안전하다' 이런 이항 대립 구도에 머물러 있는 한,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전혀 엉뚱한 곳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논리대로라면, 반핵 세력이 핵발전소의 위험을 강조하는 한 대중의 각성과 변화를 이끌어낼 가장 큰 기회는 더 큰 사고입니다. 안타까운 상황입니다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보가 무너지는 것이고,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문제를 확인하려면 심각한 기후 재앙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찬핵 세력의 상황은 더 아이러니합니다. 반핵 세력이 위험을 강조할수록 이들은 더 안전한 핵발전소 개발과 건설을 향해서 일로매진합니다. 안전한 원자로를 개발하고자 더 많은 연구 자금과 연구 인력이 필요합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핵발전소 안전장치의 성능이 향상된 것도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핵에너지 의존을 탈피하는 에너지 전환을 바라는 L 선생님과 같은 분에게는 이중의 악재입니다. (저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만) 정말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로 무장한 위험성이 대폭 감소된 핵발전소가 등장한다면,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핵발전소의 위험을 강조해온 처지라면,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환경 운동가 일부가 핵발전소에 대한 태도를 바꾼 데도 이런 사정이 작용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평소 핵발전소의 위험을 강조해온 그들은 지구 온난화라는 더 큰 위험이 나타나자, 상대적으로 안전해진 핵발전소의 위험에는 눈을 감아 버린 것입니다. '위험하다-안전하다' 이항 대립 구도가 낳은 또 다른 부작용입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핵발전소를 용인할 리 없습니다. 반핵 세력은 좀 더 안전해진 핵발전소의 또 다른 위험, 시스템의 불확실성 등과 같은 것을 강조할 테지요. 그렇다면 찬핵 세력은 어떻게 나올까요? 당연히 그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연구 자금과 연구 인력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핵 발전은 계속됩니다. 우라늄이 고갈될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는 또 핵폐기물을 재처리해서 활용하자고 하겠군요.

'안전'에서 '윤리'로!


▲ <원자력의 거짓말>(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프레시안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었던 일본의 지식인 고이데 히로아키는 (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김원식·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에서 '안전' 아닌 '윤리'를 강조합니다.

고이데는 도호쿠 대학 원자력공학과 재학 시절에 센다이 근처에서 벌어진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어떤 주민 집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일생을 반핵 운동에 바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반핵 운동을 결심하면서도 전공을 바꾸지 않은 것은 반핵 운동의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서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후 고이데는 연구자로서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일생 동안 외로운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런데 특기할 것은 고이데의 반핵 메시지 중에 들어있는 독특하게 윤리적인 시각이다. 그는 자신이 반핵 운동을 계속해온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핵의 안전 문제가 아니라 핵을 둘러싼 차별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13~14쪽)

마침 김종철 발행인도 고이데의 책에서 "윤리적인 시각"을 포착해 강조하고 있어서 소개합니다. 고이데의 책에 묶인 글들에 녹아 있는 윤리적인 시각은 김종철 발행인의 말대로 "핵을 둘러싼 차별 구조"입니다. 도대체 핵을 둘러싼 무슨 차별 구조가 있다는 것일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핵발전소 노동자.

최근에 가톨릭대학교 이영희 교수를 통해서 흥미로운 책 한 권을 소개받았습니다. 일본의 도모히코 스즈키가 쓴 . 이 책은 이번에 후쿠시마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을 비롯한 일본의 핵발전소와 범죄 조직 야쿠자 간의 연계를 주장해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선생님, 야쿠자와 핵발전소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이 책에 따르면, 일본의 핵발전소는 1990년대부터 야쿠자 조직원을 고용해 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항상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일본의 핵발전소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최악의 직장이기 때문입니다. 야쿠자는 바로 이런 핵발전소에 노동자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지요.

도모히코는 그 자신이 2011년 여름 수개월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위장 취업을 한 경험을 털어놓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사고를 수습하던 노동자는 제대로 맞지 않는 방사성 물질 필터가 부착된 마스크를 쓰고, 작업장에서 쫓겨나 삯을 제대로 못 받을 게 두려워 개인별 방사능 측정 배지를 양말 안에 넣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정규직 노동자보다 못한 보호 장구를 지급 받으며 험한 일을 하는 이들은 대개가 노숙인, 실업자, 야쿠자에게 빚 독촉을 받는 사람 등이었습니다. 최근에 일본의 미야베 미유키가 쓴 소설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펴냄)가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지요?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며 만신창이가 된 여주인공의 안타까운 사연이 바로 지금 후쿠시마를 비롯한 핵발전소에서 진행 중인 거예요.

일본의 원자력자료정보실 통계를 보면, 피폭 노동자의 수는 지난 30년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대부분은 도쿄전력과 같은 전력회사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을 통해서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이들의 희생을 통해서 핵발전소가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아쉽게도, 핵발전소 노동자의 피폭 방사선량이 다른 산업에 비해서 많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한국 역시 지금 이 순간에도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심지어 안전하다고 확신하면서) 수만 명이 핵발전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발전소는 그들의 희생 없이는 한 순간도 가동할 수 없습니다.

둘째, 지역 주민.


▲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김원식·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 ⓒ녹색평론사
가끔 핵 발전을 놓고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합니다.

"이번에 지진이 난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는 전력 회사 '도호쿠전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은 '도쿄전력'이잖아요. 혹시 이상하다 생각해 본적은 없으세요?"

이런 질문을 받고서야 사람들은 '아!' 하고 탄식을 하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후쿠시마를 비롯한 도호쿠 지방이 아니라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로 공급이 됩니다. 그러니 후쿠시마 핵발전소도 도호쿠전력이 아닌 도쿄전력이 관리하는 것이지요.

후쿠시마 핵발전소 단지가 만들어지던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도호쿠 지방은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습니다. 당시 도호쿠 지방이 얼마나 차별을 받는 낙후된 곳이었는지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펴냄)을 보면 생생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강원도 삼척, 경상북도 울진, 영덕을 새로운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했습니다. 삼척, 울진, 영덕이 어떤 곳인가요? 변변찮은 공장 하나 없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낙후된 그곳 주민에게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질 전기가 필요할 리 없습니다. 지금 삼척, 울진, 영덕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를 위해서 또 한 차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치우 어르신은 어떻고요? 고압 송전탑 탓에 평생 농사를 짓던 땅을 빼앗긴 70대 노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 외에는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하소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고압 송전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바로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서울, 대전, 대구 등으로 옮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서울 한강에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선언을 하지 않는 한, 이런 식의 희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지역의 희생을 전제한 핵발전소를 유지하는 게 과연 윤리적인가요? 서울에 사는 이들은 일본에서 날아온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비를 걱정하기 전에, 자신의 안락한 일상생활이 누구의 희생 덕분인지부터 깨달아야 합니다.

셋째, 미래 세대.

흥미로운 일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의 위험에 대해서 대다수 시민이 여전히 무지하다는 사실입니다. 적지 않은 언론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은 수만 년, 수십만 년 이상 자연과 격리가 필요한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렸는데도 대다수 시민은 금방 망각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는 익숙한 용어가 되었습니다. 이 반감기는 방사성 물질의 방사능이 원래 값의 절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확률적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3·11 사고 이후에 아이 분유를 비롯한 각종 먹을거리에서 발견되는 방사성 물질 '세슘 137'의 반감기는 약 30년입니다.

'반감기 30년'은 30년이 지나야 방사성 세슘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30년이 지나도 세슘은 안전하지 않아요. 나머지 절반의 세슘은 여전히 방사선을 내뿜을 테니까요. 보통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를 서른 번 정도 지나야 완전히 방사능을 잃습니다. 그러니 세슘이 안전해지려면 900년(30년×30)이나 걸리는 셈입니다.

(다행히 사람은 몸속의 위험한 물질을 끊임없이 밖으로 배출하려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몸속으로 들어온 방사성 세슘은 원래의 반감기와는 상관없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보통 세슘의 절반 정도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10일 정도입니다. 물론 그 동안 세슘의 방사선은 알게 모르게 몸속 곳곳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런데 핵폐기물 안에 들어 있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 '플루토늄 239'는 반감기가 2만4000년입니다. 반감기가 2만4000년이니, 플루토늄이 방사능을 잃는데 걸리는 시간은 실제로는 수십 만 년(!)이 걸릴 것입니다. 실제로 핀란드는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보관할 수 있는 처리장을 짓는 '온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0만 년이라니요! 지구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게 바로 약 13만 년 전이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수천 년, 수만 년 후의 미래 세대에게 핵폐기물의 위험을 어떻게 경고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선사 시대 동굴에 쓰인 기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나요? 국어 시간에 200년 전에 한글로 쓰인 소설도 선생님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해독할 수 없었잖아요.

그래서 유일한 해결책은 말 그대로 '원자력 족(族)'을 만드는 방법뿐이라는 암울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핵폐기물 처리장을 지키는 종교 조직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들이 '금기'를 이어가게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특정한 장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기' 말입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클로드 카리에르와의 대담을 실은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에서 핵폐기물을 둘러싼 이런 사정을 언급하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냥 나 혼자만 해본 생각입니다. 핵폐기물을 묻되, 매우 희석된 상태, 즉 방사능이 아주 약한 상태의 폐기물을 맨 위층에 두고, 점차로 방사능이 강한 층들을 깔아 나가는 겁니다. 만일 외계인(혹은 미래 세대-인용자)의 실수로 그 폐기물이 손이나 혹은 손처럼 사용하는 다른 기관이 닿는다 하더라도, 그는 단지 손가락 한 마디를 잃게 될 뿐입니다.

만일 더 해본다면 손가락 하나를 잃게 되겠죠. 하지만 그가 더 이상 파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일은 없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 198~199쪽)

핵 발전을 시작한 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세계 어느 나라도 만들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불가능성 때문입니다. 핵발전소는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방사성 물질뿐만 아니라 에코와 같은 걱정을 해야 할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쓰레기의 처리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깁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요?

'후쿠시마 국민' 아닌 '밀양 국민'!

L 선생님,


▲ <녹색당 선언>(녹색당 기획, 이매진 펴냄). ⓒ이매진
앞에서 우리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후쿠시마 1년, 왜 대다수 사람은 변하지 않을까?' 이제 질문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후쿠시마 1년, 왜 어떤 사람은 변했을까?'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사람들이 보입니다. 한국에서 녹색당을 준비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은 (녹색당 기획, 이매진 펴냄)을 보면, 영덕의 박혜령 씨가 등장합니다. '돈의 노예'로 살았던 도시 생활에 지쳐 9년 전 영덕 시골 마을로 들어갔던 박 씨는 핵발전소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섰다가 총선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밀양의 이치우 어르신은 어떻습니까? 핵발전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송전탑이 앗아간 그의 넋을 위로하고자 17일 밀양으로 가는 '탈핵 희망 버스'가 기획되고 있습니다. 다수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그의 죽음의 의미가 제대로 조명될 때, 정의롭지 못한 에너지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는 전국 곳곳의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핵발전소에서 피폭을 당하며 노동에 종사하는 이름 없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떻습니까?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우리가 시급히 했어야 할 일이 바로 핵발전소의 고용 관행, 작업 실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아니었을까요?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는지 알려야 합니다.

이런 '작은 것들의 정치'가 모여서 거대한 대항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한국에서도 핵 발전이 아닌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장 먼저 '탈핵'을 선언한 독일의 힘도 수십 년간 축적해온 이런 대항 네트워크(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의 노동자, 녹색당 정치인 등)가 뿌리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일본인이 마땅히 3·11을 앞두고 자신을 '후쿠시마 국민'이라고 규정해야 하듯이, 지금 우리는 자신을 '밀양 국민', '영덕 국민', '삼척 국민'이라고 선언해야 합니다. 그 때 비로소 3·11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의 '삶과 무관한' 재난 영화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삶에 뿌리내린 문명사적 전환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L 선생님의 건투를 빕니다.

2011년 3월 9일

강양구 드림.

2012년 3월 9일 금요일

후쿠시마,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았을 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9일자 기사 '후쿠시마,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았을 뿐'을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이후,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① ] 폐로는 가능한가

Ⅰ. 지난 연말 일본정부의 사고 수습 선언은 시기상조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벌써 1년을 맞는다. 지구 대부분을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킨 이 사고는 아직 수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는 육지뿐만 아니라 해양의 광범위한 방사능오염 실태까지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특히 아직도 15만 여명의 피해지역 주민들이 일본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원전 난민'의 피난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어린 자녀의 피난문제로 인한 의견대립으로 이혼으로 발전하는 사례, 심리적으로 불안증세를 보이는 청소년의 증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자포자기한 주민들이 도박 및 음주에 빠지는 등 원전사고에 따른 사회적 문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작년 12월 16일 노다 수상은 원전사고가 수습됐다는 선언을 국내외적으로 발표하였다. 즉, 사고 원전 3기 원자로의 밑부분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내려갔고, 방사성물질 배출량이 감소했다는 2가지 사항을 판단근거로 하여 사고 원전이 '냉온정지'상태'에 도달하였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수습선언은, 수상이 2011년 9월 유엔본부 회의에서 2011년말까지의 냉온정지를 국제적으로 표명하였던 만큼, 외교상의 입장 및 방사능오염에 따른 수출과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국내적으로는 2012년 1월부터 시작되는 오염지역의 제거(이하 제염)작업과 함께, 피난주민들에게 귀향에 대한 가능성 및 안심(安心)감을 전하려는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습선언은, 마치 중환자에 대한 수술을 하기도 전에 간단한 응급처치로 완치되었다는 식으로, 사고 원전의 실태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킨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로부터 '졸속한 판단'이라는 비판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 특히 후쿠시마현 주민들의 정부 사고대책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키는 등,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 왔다. 심지어, 후쿠시마현의 도지사가 수상에게 수습선언의 취소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사태로도 발전하여, 수상이 '원전부지 내의 수습작업이 안정되었다'는 의미였다고 구차한 변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수습 선언 1주일 후 도쿄전력이 발표한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수습에 관한 중장기대책에 따르면,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완전수습(폐로)까지는 최소 4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있다.

게다가, 중장기대책의 내용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으로, 수습계획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노력목표에 가까운 것이다. 또, 이 수습기간 동안의 피해주민에 대한 배상 및 제염작업, 녹은(melt down) 핵연료의 추출과 원자로의 폐로 등에 백조엔(약 1500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제염작업의 경우, 후쿠시마현 면적의 약 7할을 차지하는 산림지역의 제염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로, 산림지역의 낙엽이나 풀더미 등에 쌓여 있는 방사성물질은 비바람과 함께 주민의 생활환경으로 유입되면서, 또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성장 및 생명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다.

현재 일본에 있는 상업용 원전 54기 중 52기가 가동 정지된 상태이며, 나머지 2기도 각각 3월 26일과 4월말(늦어도 5월초)에 정지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추진파들은 마치 원전사고가 없었던 것처럼, 올 여름의 전력부족이 기업의 해외이전을 촉진시켜 실업률의 증가 및 경기후퇴를 가져 온다고 위협(?)하면서, 그 해결책으로서 원전의 조속한 재가동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일본 국내의 매스컴들도 원전사고의 실태보다는, 도쿄전력의 경영권을 둘러싼 문제 즉 국유화논쟁에 보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매스컴의 보도자세가, 도쿄전력 및 일본정부의 의도적인 정보의 은폐 및 왜소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1년을 돌아보면서 사고 원전의 주요한 변화 및 피해의 현황을 살펴본 후, 금후 예상되는 일본의 원자력정책을 전망해 본다.

Ⅱ. 사고 수습과 방사성오염수의 증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직접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그리 많지 않다. 쓰나미가 오기 전, 점검 차 지하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원전 종업원 2명과 사고 후 수습작업 중 과로사로 인정받은 종업원 1명 등 3명이 전부이다. 이밖에 사고 당시 피난 과정에서 중환자 14명이 사망했고, 유기농 농민과 (무덤으로 피난 간다며 자살한 93세의) 노인 등 4명이 자살했다.

그러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후쿠시마 사고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으로 4,5년 후부터 어린이의 갑상선암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주민 15만명이 아직까지도 난민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제인 것은 거대한 방사능 오염원으로 변해버린 사고 원자로를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6기의 원자로가 있는데 이 가운데 정기 검사 중이었던 5,6호기 제외한 1,2,3,4호기가 피해를 입었다. 4호기의 경우 정기점검 중의 노심 수리로 가동이 정지된 상태였고 1,2,3호기가 사고 당시 가동 중이었다. 1,2,3호기의 경우 수소 폭발, 멜트다운(노심 용융)을 거쳐 멜트스루(melt-through: 용융된, 즉 녹은 핵연료가 원자로 강철용기를 뚫고 나와 격납용기에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도쿄전력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1호기는 핵연료 90% 이상이 멜트스루이고, 2,3호기는 40-56%정도라고 한다. 물론 정확한 상태를 알려면 내시카메라로 원자로 내부를 들여다보아야 하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며 앞으로 수 년이 지나야 한다.

이들 피해 원자로에서는 사고 직후만큼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방사능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사고 수습을 위해서는 사고 원자로를 냉각수로 냉각시켜 상황을 안정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사고 원자로 내의 사용중 핵연료 및 사용후 핵연료를 끄집어내 안전하게 처리하고 사고 원자로를(1,2,3,4호기) 봉인, 폐로해야 한다. 도쿄원전 측의 자체 계획에 따르면 이 모든 조치를 마치는 시기는 앞으로 40년 후인 2051년 쯤에나 가능하다. 이와 함께 사고 당시 뿜어져 나온 방사능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된 후쿠시마 주변지역에 대한 오염제거 작업도 진행돼야 한다.

1.최악의 사태를 겨우 막았을 뿐

현 시점에서 후쿠시마 사고원전들의 수습작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로에 대한 냉각수의 안정된 주입과,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안전한 처리・처분이다. 작년 10월 이후, 새로운 오염수 정화장치의 도입으로 원자로에의 냉각수 주입은 비교적 안정되어, 현재 원자로 밑부분의 온도는 섭씨100도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원자로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의 배출량도 가장 많았던 작년 3월 15일에 비해 8000만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든 상태이다. 방사성물질의 배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파괴된 건물외벽을 완전히 덮는 차폐시설을 설치한 것과 2호기의 필터가 있는 환기장치의 설치가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원전의 현황을 간단히 개괄하면, 핵분열이 다시 발생하는 재임계(再臨界) 및 붕괴열의 급상승 등의 리스크는 현저하게 줄어 들었으나, 수소폭발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불안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작년 3월 22일에 일본정부가 원자력위원회에 작성시킨 '최악의 사고 시나리오' 에 따르면, 원전1호기의 폭파로 작업원이 철수한 상태에서 4호기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의 파괴가 발생하고, 이후 주위의 다른 원전들도 연속적으로 폭발하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예상되어 있다. 이 경우, 강제피난지역이 원전으로부터 반경 170km, 그리고 자주피난지역도 250km까지로 확대되어,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 인구 약 3,000만명이 피난하는 사태까지 고려해야 하는 사태가 된다.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는, 1호기의 수조보다 3.78배나 많은 핵연료가 저장되어 있었고, 특히 정기검사기간을 이용하여 원자로의 노심(爐心)을 수리하기 위해, 사용중이던 원자로내의 핵연료도 함께 보관되어 있어 원전수조 중에서 발열량도 가장 높았다.

(사고 원자로 1호기에는 사용중 핵연료가 400개, 2호기와 3호기에는 각 548개가 있다. 또 1호기 수조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392개, 2호기 615개, 3호기 566개가 있다. 사고 당시 수리 중이던 4호기에는 수조에 사용중 핵연료 987개와 사용중 핵연료 548개 등 1535개가 보관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핵연료는 핵연료봉 수십개를 한 다발로 묶은 집합체로 핵연료 1개의 무게는 172 Kg에 이른다. 사용중 핵연료는 물론이고 사용후 핵연료도 핵분열 및 핵붕괴에 의해 방사능 물질을 발생시키므로 모두 안전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정상가동의 경우, 4호기의 핵연료는 강철판(두께 20cm)으로 된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을 하며, 원자로의 바깥에도 강철판(두께 3cm)과 철근콘크리트(두께 2m)로 된 격납용기도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4호기의 사용중 핵연료는, 수조 속에서 원자로와 격납용기라는방호벽도 없이, 핵분열(임계)을 하여 대기중으로 방사성물질 방출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당시, 4호기의 수조는 수소폭발의 영향으로 외벽이 파괴되고, 기둥 및 밑부분의 바닥 등도 강도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 만약 재폭발로 수조의 핵연료 1,535개(우라늄 약 265톤)가 임계상태 또는 파손되어 핵분열생성물 (죽음의 재)가 대량으로 나왔다면,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은 것이, 지난 1년간의 사고수습작업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3월초 현재, 원전부지내의 지상에 흩어져 있었던 폭발잔해물은 대부분 정리된 상태이다. 단, 사고 직후 사용할 소방차・주수(注水)차 및 중장비의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방사능에 오염된 폭발잔해물을 불도저로 지하에 꽤 묻어 놓았는데, 언젠가 다시 안전화를 위한 처분작업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4호기의 파괴된 수조시설의 부분적인 보강을 마쳤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수조 내의 핵연료의 이송을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중이다. 현재, 수조 속의 핵연료를 끄집어 낼 크레인을 설치하기 위해, 4호기 건물 위의 폭발잔해물를 철거하고 있는 중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원전의 공동수조에서 보관중인 사용후 핵연료 6,375개를 먼저 옮긴 후, 이 곳에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를 옮길 계획이다. 습식방법의 공동수조에서 꺼낸 사용후 핵연료는 특수용기에 넣어 당분간 원전부지 내에 건식방법(공기냉각)으로 보관할 계획이다.

사고 직후 약 5개월동안 일본정부・도쿄전력의 사고종합대책본부의 자문역할을 했던 한 원자력 전문가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최악의 사태를 회피할 수 있었던 데는 '행운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사고 직후에 발생한 몇 차례의 지진이 수습작업에 큰 지장을 줄 정도의 규모가 아니었고, 또 쓰나미 및 추가적인 수소폭발도 없어 최악의 사태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행운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었다면, 일본 국토의 약 3할의 포기 및 일본 국민의 4분의 1이 피난을 하는 사태가 되었을 것이다. 약 3할이라 하지만, 사실상은 일본을 둘로 양단하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면적은 한국보다 약 3.8배 정도 되는데, 만약 최악의 시나리오가 한국 국내에서 일어났다면, 과연 국민들이 안전하게 피난할 장소를 발견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2. 핵연료의 추출 및 폐로작업은 미지의 영역이다

도쿄전력의 사고 수습의 중장기대책에 따르면, 1) 2013년까지 1~4원전의 수조 내의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2) 로보트 및 기기개발을 통해 원전건물 내의 제염작업 및 파손부분의 수리, 오염수의 처리, 그리고 격납용기 전체를 물로 채워 냉각한다. 이후 3) 녹은 핵연료의 추출작업에 착수하여, 2036년 후까지 완수한다. 마지막으로, 4) 2051년까지 원전을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핵연료의 추출방법과 관련기기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당분간 최소 3~4년은 냉각수의 안정적인 공급에 전념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묘책이 없는 실정이다. 용암같이 녹은 핵연료의 표면은 물로 냉각이 되고 있겠지만, 내부는 여전히 섭씨 약1000~2000도의 높은 붕괴열을 내고 있을 것이므로 계속적인 냉각수의 공급이 불가결하다. 핵연료의 붕괴열은 3~4년후에는 공기의 방(放)열로 냉각이 가능할 정도로 낮아지겠지만, 그 이후에도 방사선 차폐와 녹은 핵연료의 추출를 위해서는 물을 채워 두어야 한다.

작년 11월말에 도쿄전력이 발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원전1, 2, 3호기의 녹은 핵연료의 대부분은 원자로의 강철판(두께, 16~20cm)을 뚫고, 약 12m 아래의 격납용기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있다. 심지어, 1호기의 경우는 핵연료의 약 90%가 제어봉의 삽입구 등을 통해 낙하하여, 격납용기 밑부분의 콘크리트(두께, 2.6m)를 녹인 상태로, 가장 심한 곳은 격납용기밑의 철판까지의 콘크리트가 약 37cm 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결과였다. 1호기의 경우, 무게 69톤에 달하는 핵연료가 녹을 때, 높은 열로 주위의 제어봉 및 구조재, 콘크리이트 등도 함께 녹여, 현재는 무게가 약 2배 이상으로 늘어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핵연료 덩어리의 무게당 발열량도 상대적으로 낮아진 만큼, 핵연료 덩어리가 격납용기를 뚫고 나가는 '차이나 신드롬'은 발생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핵연료 덩어리가 격납용기의 강철판(두께 3cm)을 뚫고 나가, 그 밑의 콘크리트(두께 7.6m)의 어딘가 멈춰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지난 1월 20일, 도쿄전력은 핵연료의 위치 및 냉각수의 높이를 확인하기 위해, 작업원들이 주위의 높은 방사능을 휴대한 납판으로 막으면서 2호기의 격납용기 속에 공업용 내시(內視) 카메라를 넣어 보았으나, 강한 방사선과 수증기에 의한 시야불량으로 약 70분간의 확인작업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미국의 스리마일스섬(TMI) 원전사고는, 핵연료의 45% 정도가 녹았으나 원자로 속에 머물고 있는 상태였고, 또 원자로 벽면에 금이 간 것 이외에는 순환냉각시스템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능이 낮아지는 것을 기다려, 원자로의 두껑을 여는 데 6년, 연료추출에 5년 등 합계 11년이 걸렸다. 또, 5년간에 걸쳐 TMI 2호기의 정화작업을 실시하였으나, 지금도 원자로는 감시상태이며, 폐로작업은 2034년 무렵 TMI 1호기의 운전종료 후에 함께 시작될 예정이다.

도쿄전력은 본격적인 내부조사의 개시시기로서 격납용기는 2017년, 원자로는 2019년 무렵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원전의 경우는 녹은 핵연료의 무게, 형태 및 위치도 알 수 없는 상태이며, 게다가 원자로 및 격납용기도 크게 파손되어 있다. 수소폭발로 인해 연료추출용의 크레인같은 시설들도 파괴된 만큼, 건물의 보강을 통해 이런 부대시설의 설치도 불가결하다. 그리고, 로보트 및 기기 등을 개발하여 원전건물 내의 제염작업과 격납용기의 파손부분의 보수가 어느 정도 끝나면, 작년 6월에 시도하다 실패한 수관(水棺)방식 즉 격납용기 전체에 물을 채워 핵연료를 냉각시킬 계획이다.

약 35m 위의 격납용기의 윗부분에서 크레인으로, 원자로를 통해 격납용기 속에 떨어져 있는 최소 100톤 이상의 녹은 핵연료를 끄집어 낼 계획이다. 그러나, 중장기대책의 실행 중에 대형 재해가 발생한다든가, 또는 경제적 및 기술적으로 추출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체르노빌원전처럼 시멘트로 원전건물 전체를 덮는 석관(石棺)방식의 등장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높은 방사능 때문에 격납용기의 부소작업에도 적잖은 곤란이 예상되는데, 여러가지의 물질 심지어 바닷물의 염분까지 섞인 핵연료의 추출작업은 여태껏 어느 나라도 경험한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그 성공여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참고로 덧붙이면, 수관방식으로 격납용기에 물이 차 있을 경우, 지진의 진동과 물의 공명(空鳴)작용이 발생하여 파괴되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원자로의 기반이 약화되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을 수도 있다.

3. 지하수의 유입과 방사성오염수의 지속적인 증가

앞으로 수년에 걸쳐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처리일 것이다. 현재, 도쿄전력은 원전건물 하에 고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오염수를 정화하여 약 4km의 배관을 통해서, 원자로에의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오염수의 정화장치는 작년 6월말부터 도입되었는데, 특수약품과 필터 등을 이용하여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기름(油), 방사성 세슘(Cs), 염분을 차례로 제거・처리하여, 정화과정이 끝난 저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일부분을 원자로의 냉각수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별도의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발표한 작년 4월의 계획으로는, 작년말까지 원전건물 하에 있는 것을 포함한 약 25만톤의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대부분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낙관적인 계획과는 달리, 고준위 방사능오염수가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으로, 중장기대책에서는 처리종결의 시기를 2020년으로 변경하였다. 올 3월 6일까지 처리한 오염수의 양은 약 20만톤이나, 여전히 원전 건물 지하의 약 8만톤을 포함하여 여전히 약 20만톤이 남아 있다.

오염수의 증가는 원전건물로 스며드는 비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건물지하로 매일 200~400톤 정도 유입되고 있는 지하수 때문이다. 지하수는, 격납용기로부터 새나오는 원자로의 냉각수와 섞여 고준위 방사성오염수로 바뀌고 있어, 유입되는 지하수량만큼 처리해야 할 고준위 방사능오염수도 늘고 있는 셈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증가를 막기 위해 냉각수의 주입량을 최소로 하고 있으며, 또 지하수의 유입을 줄이기 위해 건물지하의 방사성오염수 수위와 지하수 수위와의 미묘한 균형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원자로의 온도를 충분히 낮추기 위해 주입 냉각수를 늘리면 새나오는 고준위 방사성오염수가 증대하고, 또 건물지하의 방사성오염수를 많이 처리하면 수위변화로 지하수의 유입이 늘어나는 진퇴양난의 상태이다.

한편, 정화 과정을 거친 후에 늘어나는 저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저장문제도 있다. 작년 12월 도쿄전력은 이 물을 올 3월경에 바다로 배출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의 정화장치로 제거하지 못했던 스토론튬(Sr)까지 처리한 후에 배출할 계획이었지만, 주변지역 어업조합들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도쿄전력은 원전부지 내의 숲을 벌채한 곳과 바닷가에 약 16.5만톤의 저장탱크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6일 현재 저장용량의 72%에 달하는 약 12만톤이 차 있으며 원전 건물 지하의 오염수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저장탱크의 계속적인 증설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준위 방사성오염수를 대량 보관할 방법으로, 대형유조선의 이용도 고려할 수 있지만 비용문제와 현행법(원자로 등 규제법)때문에 실시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원전부지내에 저장탱크의 증설부지가 한계에 달할 경우, 이 물은 바다로 배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행법에서는 규제치 이하의 방사능오염수는, 전력회사가 임의로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왼쪽)과 <요미우리신문>이 찍은 부지 내의 저장 탱크. 2월25일부터 원전의 공중 접근 금지구역이 20km에서 3km로 완화되었다.

게다가, 오염수의 정화장치에 사용된 특수약품, 필터, 폐기물 등과 2차 폐기물의 보관장소도 계속 확보해야만 한다. 미세한 구멍이 많은 광석인 제오라이트(Zeolite)를 이용한 필터 및 슬러지 등은 핵분열생성물이 농축된 상태로 방사능이 매우 높고, 잦은 교환으로 그 폐기물 양도 많다. 또한 염분에 의한 저장탱크의 부식문제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격납용기의 파손부분을 수리하여 한정된 수량에 의한 순환냉각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한, 방사성 오염수의 증가를 근본적으로 타개할 방법은 없다. 그리고, 현재 원전부지내의 정화장치들도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으로, 잦은 고장에 의한 가동 정지, 배관 및 비닐호스의 파손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시설은 지진 및 쓰나미가 덮칠 경우에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도 아니며, 시설에서 새나온 방사성 오염수가 바닷로 유출된 적도 있다.

결국, 작년에 발표된 일본 수상의 냉온정지[상태]의 선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불편한 진실'을 감추는 한편, 자의(恣意)적이며 근거없는 낙관적 해석에만 근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원자력 전문용어로서 '냉온정지'가 있으나, 이는 정상상태의 원전, 즉 장치의 파손이 전혀 없는 정상상태에서 원자로의 내부온도가 섭씨100도 이하로 낮아 진 상태를 가리킨다. 전력회사는 섭씨 60도 정도 이하으로 낮아지면, 사용후 핵연료의 교환 또는 원자로 점검 등을 한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원자로 및 격납용기에서 냉각수가 줄줄 새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냉온정지[상태]라는 낱말을 억지로 지어낸 꼴이다. 한편, 도쿄전력은, 고준위 방사성오염수가 지하수맥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차수(遮水)벽의 건설에 착수하였는데, 작년 10월말부터 약 2년 계획으로 원전부지에서 바다쪽 4m 지점에 길이 약 800 m에 약 30m의 강판 700여개를 박고 있다. 완성 후, 육지와 차수벽사이를 매립할 계획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