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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8일 목요일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8일자 기사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를 퍼왔습니다.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공포와 체념, 원전 주민들의 삶을 지배하는 모순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전 세계에 원자력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사는 인구가 9000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원전 반경 30㎞는 사고시 부근 주민을 대피시켜야 하는 필수 범위다. 후쿠시마 사태 때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내 거주주민을 전부 대피시켰다. 


한국에서는 571만 명이 이 통계에 포함된다. 이 중 가장 많은 341만 명이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산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을 비롯해 해운대구, 금정구 등 상당수 부산지역과 울주군을 비롯한 울산광역시 대부분 지역, 양산시 등이 범위다. 지난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고리원전 1호기는 이미 지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끝났으나 10년의 수명을 더 연장했다. 인근 주민들은 10년 더, 원자로 부근에서의 삶을 이어가게 됐다.

후쿠시마 사태 1년을 맞은 지금, 은 원전 인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듣기 위해 고리원전이 위치한 부산광역시 기장군을 찾았다. 공포만 있는 것도, 찬양만 있는 것도 아니다. 불만과 슬픔, 시샘과 절망으로 크게 나뉠 온갖 번민이 주민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는, 전력생산을 고민하지 않고 소비에만 몰두하는 서울시 주민으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였다(서울은 소비전력의 3%만 자체생산한다. 나머지는 전부 다른 지역에서 끌어온다). 더군다나, 이곳은 바로 원전 부근 아닌가.

-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체르노빌·후쿠시마, 그리고 MB의 '악연'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원자력발전소는 대개 해수면에 맞닿은 곳에 설치된다. ⓒ프레시안(이대희)

"이래 다 말하몬 우리한테 좋은 기가? 저 발전소 열불나는 거야 말할 것도 없는데, 기사가 나가몬 우리한테 좋아야 되지, 잘모해가 동네 망하몬 우짜노? 그라이까 동네 이름은 쓰몬 안 된데이."

지난 6일 찾은 고리원전 부근 지역의 주민들은 한사코 '동네 이름이 나가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터뷰에는 협조적으로 응했지만, 결단코 자신의 이름이나 지명이 보도되선 안 된다고 했다. 이장도, 택시기사도, 슈퍼마켓 주인도, 남편을 잃은 과부도 마찬가지였다.

원자력발전소가 두려워서는 아니다. 이들은 고리가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부지로 확정된 지난 1969년 이후 40여년 간 국가를 상대로 싸웠다. 이제 와서 발전소를 두려워할 이유도, 발전소를 갑자기 찬양하게 될 이유도 없다.

발전소가 바꾼 것

이들은 현실이 가져오는 생존의 위기를 두려워했다.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은 그간 자신들만 안고 살아왔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태 이후로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온 국민이 국내에도 원자력에 의한 '위험'이 있다는 걸 갑자기 자각하게 됐다. 원전 부근 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될까. 원전 부근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다. 원전 부근에는 해수욕장이 있고, 당연히 관광객에 의존하는 횟집과 민박집이 늘어서 있다. 산지 생산물을 거부하게 될 것이다. 이곳은 반농반어촌이다. 버섯을 재배하고, 미역을 걷고, 생선을 잡는다. 싼 집을 찾아오는 세입자 수요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이는 집값하락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은 이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부근 마을의 김춘호(52, 가명) 이장은 말했다.

"여가 원전 부근이라고 방세가 쌉니더. 바로 옆에 마을이나 우리 마을이나 원전 부근이긴 마찬가진데, 거기 방세가 25만 원이면 우리 동네는 15만 원이라. 그래가 돈 없는 일용직노동자, 백수 이런 아들이 여기 들어온다고. 그나마 그런 돈이라도 있으니 먹고 살지, 아이몬 우리가 머해 먹고 삽니까? 무신 국가시설이라고 물고기도 못 잡게 해, 산에도 못 오르게 해, 땅은 저거들이 다 사놔. 그런데 동네 이름 (기사에) 나가봐라. 큰일 난다."

원자력발전소는 대개 바닷가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대도시에선 떨어져 있다. '못 사는 게 당연하지'란 생각은 잘못됐다. 원자력발전소는 국가 기반시설이다. 제조업 생산에 기반이 되는 전력을 생산하는,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젖줄이다. 포항이 포스코로 인해 부를 얻고, 울산이 수출산업으로 인해 노동자를 고용하고 지역경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더 마땅하다. 원전을 통해 지역주민의 소득이 그에 합당하게 오르는 건, 국가를 위해 삶의 터전까지 빼앗긴 이들이 어쩌면 마땅히 누려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전'이라서 그게 안 된다. 원자력발전소는 일반 제조업체에 비해 고용효과가 크지 않다. 상대적으로 고급인력 의존도가 높다. 지역 내 고용이 원활히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위험시설이기도 하다. 법적으로 원자력발전소 반경 700미터(m)이내에는 거주가 금지돼 있다. 관련 산업이 발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원자력발전소 반경 5㎞를 발전소 주변지역으로 설정, 이곳 주민들에게 일부를 지원금으로 나눠준다. 이 지원금은 지역주민 소득증대사업, 공공시설사업, 교육사업, 각종 복지사업 등에 쓰인다. 시민들이 납부하는 전기세에서 나가는 전력기반부담금으로 이 자금을 충원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실제 한 마을 회관이 원전지원금으로 지어졌다. 당연히 지자체 일반회계에서 충당해야 할 시설자금을 엉뚱하게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원전지원금으로 부담한 셈이다. 지자체로서는 할 일을 방기한 셈. 지원금을 지자체가 관리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지역주민들은 주장했다. 마을주민 박중호(49, 가명) 씨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은 곳에 발전소가 들어온 것도 모자라, 발전소는 주민 땅을 수용해서 삶의 터전을 뺏고 있다. 그런데 지역주민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원전지원금이 제대로 주민 삶에 기여한 게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장군의 한 마을회관. 원전지원금으로 회관을 지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원금이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바람에 실제 주민들의 이익에 어떻게 직결되는지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이대희)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자력발전소로 인해 지역은 생산기반을 통째로 잃게 됐다. 대체부지 수용 규모가 커지면서 그만큼 주민들이 농사지을 땅은 사라졌다. 접근금지구역에는 어획구역도 포함됐다. 실제 바다에는 부표로 접근 금지 구역이 표시돼 있다. 그곳은 인근 바다에서도 양질의 해삼과 멍게 등이 가장 많이 채취되던 곳이라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지역 내 취업은 어렵다. 외부에서 들어와 직원용 사택에 지내는 원전 직원을 제외하면, 극히 소수의 원주민이 일용직노동자로 원전에 취직한다. 삶의 터전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원전 인근 주민들은 지원금 외에도 전기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고리원자력발전소에 따르면, 발전소는 원전 주변지역 5㎞ 이내 지역 주민들의 전기세를 적게는 50%, 많게는 전액 지원한다.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박영호(39, 가명) 씨는 "감면혜택이 있으니 여름에 에어컨 마음껏 쓴다. 나쁠 것 없다"며 원전이 지역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 위험이 걱정되진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뭐, 복불복이지"하며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눙쳤다.

투쟁해도 소용없다

고리원전 주민 대부분은 원전이 들어올 당시부터 강하게 반대했다. 김 이장은 "당시 마을 어르신들이 이만저만 반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시대가 시대다 보니, 죄다 두들겨 맞고 끌려가서 '빨간 줄'만 그였다. 그 뒤로 마을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김 이장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군부는 원자력발전소 개발을 통해 지역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이 배출하는 뜨거운 물을 따라 고래 떼, 상어 떼가 몰려든다고 담당 공무원이 마을 어르신들께 홍보했었다고 그는 말했다. 원전 건설이 확정되면서, 대상 부지 마을 사람들은 죄다 다른 마을로 강제 이주됐다. 이주민들은 다른 마을에서 타지인이라는 설움을 겪었다. 지금도 한 이주민 마을은 동네 제사(동제)를 지낼 때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마을에서 먹고 살 길이 없어지면서 젊은이들이 모두 다른 도시로 뿔뿔이 흩어진 것도 원전이 남긴 상처다.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졌다는 것도 마을 주민들이 원전을 혐오한 이유다. 국가기반시설지역인 까닭에 인근지역은 지난 2001년 말까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설정돼 있었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재산권 행사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지역에 들어선 고층 다세대주택은 모두 임대수익을 노린 외지인 소유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지인과 극명히 차이가 나는 부의 크기는, 원전의 위험 여부를 떠나 주민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고리원전부근 마을 전경. 최근 인근 지역에 다세대주택 신축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 가옥은 외지인 소유가 대부분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프레시안(이대희)
이 때문에 지난 40여년 가까이 주민들은 꾸준히 원전 반대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들이 최근 들어 반핵시위와 관련 환경단체에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서토덕 부산환경연합 부설 환경과 자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리원전 인근주민은 워낙 오랜 시간 투쟁하고도 아무런 성과를 못 얻어, 이제는 지친 상태"라며 "어찌됐든 원전지원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생겨나고, 관련 일자리를 얻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들은 더 이상 목소리를 낼 힘을 잃었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간이 지나면서 원전 이해관계자들은 지역 내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와 연제구, 북구의회는 고리1호기 폐쇄와 핵단지화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나, 정작 원전을 끼고 있는 기장군의회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건설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커져가는 '막을 수 없다'는 체념 논리는 신고리 원전을 자발적으로 유치한 울산시 울주군의 상황을 낳기도 했다. 서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기장군의 반대운동을 겪으면서 원전을 자발적으로 유치하는 지역에는 인센티브 300억 원을 추가로 내놓겠다는 미끼를 던졌다"며 "울주군은 '어차피 못 막는 것, 돈이나 더 받자'는 분위기가 컸다. 이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원전을 혐오함에도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체념의 정서가, 지역민들의 민심 밑바닥에 깔린 셈이다. 모순적이지만, 현실이다.

그래도 커져가는 불안함

그러나 모두가 체념으로 가득 차, 우리나라 모든 혐오시설을 '밀어붙이기'로 건설하는 정부의 정책에 따르는 건 아니다. 특히 지난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에 대한 지역의 불안함이 커졌다.

서 책임연구원은 "최근 지역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고리원전 부근 지역의 원전 반대여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과거 원전지역민과 환경단체 만의 의제였던 원전의 위험성을 후쿠시마 사태 이후 국민들이 '내 문제'로 체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5월 환경과 자치연구소가 부산시 16개 구·군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8.6%가 원전의 위험성을 우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9.5%는 "원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답했고, 고리원전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3.7%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울산시민의 불안함은 더 크다. 울산광역시는 고리, 신고리원전과 월성원전에 둘러싸인 '원자력 도시'다. 지난해 4월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 울산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가 도시를 둘러싼 원전에 대해 불안함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는 후쿠시마 사태 1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6일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후쿠시마 사태 1주기를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5%가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데 대해 반대의견을 보였다. 또 절반이 넘는 53.5%는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고리원전 부근 주민들은 건강에 대한 공포를 내면화한 듯 보였다. 김 이장을 비롯한 부근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마을 주민 사망원인의 80~90%는 암"이라고 강조했다. 15년 전 남편을 간암으로 잃은 박길자(72, 가명) 씨는 "남편이 발전소에서 막노동을 수년 했는데, 그거 때문에 죽지 않았을까 생각은 한다"며 "아들도 발전소에 근무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남편이 위암으로 사망한 김인애(70, 가명) 씨도 같은 두려움을 안고 있다. 어부였던 그의 남편은 어획을 위해 원전 반경 700m 이내에 진입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남편이 한 끼라도 생선, 해삼을 안 먹는 날이 없을 정도로 해물을 좋아했는데, 그 때문에 죽은 것 아닌가 싶다"며 "남편이 사망한 뒤로 생선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핵 방사능 공포는, 원전 부근 주민들에겐 일상이다. ⓒ프레시안(이대희)
김 이장은 "지역 중학교와 일본의 중학교가 자매결연을 맺어, 일본인 학부모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가 있는데, 부근에 원전이 있다고 하니 생선회에는 손도 안 대더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꼬리가 뒤틀린 생선이 나와도 '원전과 관계가 없다'고 하니 우리로선 더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다. 아직 공식적으로 원전의 방사능위험이 인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기록은 없고, 실제 이 지역 주민들의 사망과 원전에 대한 상관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난해 후쿠시마 사태 직후 실시한 원자력 관계자들의 좌담회에서 이명철 한국동위원소협회 회장은 "국내 방사능 수치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논할 가치도 없다"며 국내의 방사능 공포가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국내 다수 방사능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런 식이다.

주민들이 이처럼 공포에 떠는 진정한 원인은 그러나, 바로 불신이다. 초기부터 주민들을 속이며 진행된 원전개발, 그 후 지속된 피해와 투쟁의 실패, 타지역민들의 무관심으로 그들은 정부와 원전, 언론 등의 기관을 믿지 못했다.

김 이장은 "정부는 우리 속이기만 했고, 기자도 와서 취재하고는 막상 발전소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며 "국민의료공단에서 우리 주민을 정기검진한다고 해도 받으러 가는 주민이 없다. '가 봤자 뻔하다'는 반응들이다. 아무도 정부 말은 안 믿는다"고 말했다.

불신과 불안함, 고통과 체념, 갖가지 번뇌가 발전소를 태우고 있었다. 이런 갈등이 '전력생산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원전부근 각지에서 조명 받지 못하고 태워 없어진다.



/이대희 기자(=부산)

2012년 3월 6일 화요일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6일자 기사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을 퍼왔습니다.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시민들, 방사능의 위험을 깨닫다

오는 11일이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난 지 1주년이 된다. 이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건물만이 아니라 원자력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에너지라는 신화를 붕괴시켰다. 일본의 이웃나라인 한국에서 그 영향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원자력 확대' 발언과 신규 원전 부지 지정, 핵안보정상회의 유치에서 보이듯 흔들리는 원전의 지위를 사수하기 위한 이른바 '원전 마피아'의 방어가 강해졌고, 반대로 시민사회에서는 기존의 원자력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환경단체 외에도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원자력과 방사능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친환경적인 대안을 탐색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미 탈핵을 선언한 독일 등 몇몇 나라에서처럼 전면적인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원자력 신화에 도취되어 있던 한국에서 이러한 균열은 중요한 변화다. 3.11 후쿠시마 사고가 지난 1년 간 한국에 남긴 것을 더듬어본다.
-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에서는 전에 없던 '히트 상품'이 생겼다. 방사능 측정기다. 쇼핑몰에는 적게는 30만 원부터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까지 다양한 방사능 측정기가 등장했고 몇몇 카페에는 "이 제품은 알파, 베타, 감마선 모두 측정 가능하나 공간 선량 측정에 오류가 있다", "이 제품은 감마선에 20가지 핵종 분석이 가능하다"는 등의 전문가 수준의 제품 분석기가 올라온다. 네티즌 중에는 1000만 원이 넘는 핵종분석기를 사서 분석 결과를 올리는 이들도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유형의 뉴스도 생겨났다. 시민들이 먼저 방사능 유출을 알고 공론화하는 것이다. 고농도의 방사능이 검출된 노원구 월계동 아스팔트도 먹거리의 방사능 오염 문제를 걱정하는 엄마들의 모임인 '차일드 세이브' 회원이 방사능 계측기를 들고 지나다 알게됐다. 또 올해 1월에는 한 대형마트에서 파는 식기 건조대에서 방사능 물질이 발견된 것도 방사능 계측기를 가진 고객의 제보에서 시작됐고 '음이온 벽지'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도 시민들이었다.

"국내에 유능한 연구기관 많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시민들의 활발한 활동은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식품 조사가 가능한 방사능 정밀측정기기를 구입했다. 이 제품은 25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인데, 큰 홍보 없이도 모금을 통해 이 금액을 넘는 돈이 모였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을 맡고 있는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모금액이 2500만 원을 넘어 기기 값 뿐 아니라 식품 조사에 드는 추가 비용을 댈 수 있을만큼이 됐다"며 "홍보라고 해봐야 페이스북에 포스팅 몇 번 한것에 불과한데 이렇게 모금이 된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은 이것보다 좋은 기기를 가진 대학과 연구소가 국내에 엄청나게 많은데, 아무도 검사를 하지 않고, 또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니 이렇게 지원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차일드세이브 카페 역시 모금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의 연구소에 배추, 쌀, 흙 등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 카페의 운영자 전선경 씨는 "우리는 비전문가이고, 정부나 어디서도 우리의 환경이 어떠한지를 정확히 밝혀주지 않으니 모금을 통해서 방사능 오염 여부를 밝혀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치 이하면 '적합'? 방사능 물질 수치는 왜 안 밝히나"

이렇게 모금이나 자체 조사를 위해 시민들이 쓰고 있는 돈은, 사실 만약 정부가 수입 금지 조치 등으로 식품 안전에 충분한 신뢰감을 주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상세한 정보를 공개한다면 지출하지 않아도 좋을 비용이다.

지난해 3월 정부는 "방사능 오염 위험이 큰 일본 지역의 식품은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히긴 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이미 일본 내에서 출하 금지가 된 지역이라 정부의 발표는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빈축을 샀다. 환경운동연합의 김혜정 원전비대위원장은 "일본 내에서 출하 금지가 된 걸 어떻게 수입하느냐"며 "이를 '수입 금지'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말장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식품 수입 금지 조치를 가장 적게한 나라에 속한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에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는 29개국에 달한다. UAE 등 중동지역 국가들은 일본산 식품 수입을 전면 제한했고 중국은 후쿠시마를 포함한 10개 현에서 들어오는 식품 수입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6개 현의 식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특히 수산물과 수산가공품 수입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농수산식품부는 '농축수산물 방사능 검사 현황'을 매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능 기준치(요오드 300베크렐/kg, 세슘 370베크렐/kg)를 높게 설정해둔 상태에서 방사능 검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적합/부적합' 여부만 밝히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신뢰도가 낮다.



▲ ⓒ환경운동연합

가령 김익중 교수의 식품 검사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산 일본산 생태에서 세슘134와 세슘137이 검출됐다. 김 교수는 "반감기를 감안할 때 세슘134가 검출된 것은 최근에 노출됐다는 것, 다시말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오염됐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후쿠시마 사고로 오염된 생태가 국내에 수입되어 유통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수입된 냉장 대구와 냉동 방어에서 세슘이, 활백합에서는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된 사실이 환경운동연합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통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검사한 생태에서 나온 세슘 역시 9베크렐 가량으로 정부 기준치 미만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정부가 내세우는 '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특히 내부 피폭은 방사능 물질과 세포와의 거리가 극히 가깝기 때문에 방사능 에너지 양을 더 많이 받으며, 사실상 기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체내 피폭의 위험은 잘 알려져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고 '체내 피폭'이 되면 염색체에 영향을 주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게 되며, 그 영향은 수십년간 지속되게 된다. 특히 장기적으로 노출량이 클 수록 암 발생률도 높아지고, 세포 분열이 활발한 태아와 아이는 방사능에 더욱 취약하다.

전선경 씨는 "우리나라의 방사능 기준에서는 세슘이 299베크렐/kg이면 적합 판정이 나온다. 정부가 '적합'이라고 발표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라며 "몇 억의 예산을 사용하며 나오는 결과를 방사능물질 수치까지 상세하게 공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산 수입 식품 전량 수입 금지가 어렵다면 적어도 검역 기준치를 강화하는 정도의 방안은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구태여 '저선량 피폭은 안전하다'는 억지논리를 펴면서 현 기준치를 고수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검사 자체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김혜정 위원장은 "현재 검역당국은 수입량에 관계 없이 수입 품목 당 1kg의 시료만 분석한다"면서 "검사 항목도 세슘과 요오드만 포함될 뿐 스트론튬과 플로토늄에 대해서는 기준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수산물 먹이기 불안해"

이 때문에 시민들의 행동은 '제보'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차일드세이브 카페는 '학교급식 개정 제안서'를 만들어 교과부와 학교장, 어린이집 원장 등에게 보냈다. 전선경 씨는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동태국이나 어묵 등 수산물이 빈번하게 올라가는데, 정부에서는 기준치 이하라고 안전하다고 수입을 허가하는 현실이라 엄마 입장에서 걱정이 많았다"며 이 제안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제안서는 △일본산 식재료는 쓰지 않도록 하고 △해조류와 생선, 건어물 등은 명확한국내산 제품을 사용하고 △어묵, 게맛살 등 수산물가공식품 등은 가급적 사용을 제한하며 △우유, 유제품 등도 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것 등을 권하는 내용이다.

전선경 씨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나를 비롯해 많은 엄마들이 학교 급식이 불안해 도시락을 싸고 있다"면서 "정부가 엄마들이 수산물 먹이기를 꺼려하고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방사능 오염 식품 문제에 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은하 기자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사설] 이러고도 원전 안전 보장할 수 있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5일자 사설 '[사설] 이러고도 원전 안전 보장할 수 있나'를 퍼와씁니다.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전 직원과 납품업체가 짜고 중고품을 새 제품인 것처럼 납품했다고 한다. 원자로에서 만든 증기를 조절해 터빈으로 보내는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 두 종류다. 만전을 기해도 100% 확신할 수 없는 게 원전의 안전인데, 납품 비리까지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원전 산업계의 폐쇄성을 생각할 때 비슷한 유형의 비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해당 기기가 원자로와 떨어져 있어 안전에 이상이 없고 개인 비리라고 해명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은폐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한 한수원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만 더해준다. 이 기회에 납품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원전 안전에 대한 정부와 한수원의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얼마 전에도 있었다. 지난 9~10월 울진원전 4호기에 대한 예방정비 과정에서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 1만6000여개 가운데 약 25%가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에선 설계상 계획수명이 30년인 증기발생기에서 12년여 만에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전열관의 재질이나 설계상 결함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러나 한수원은 손상된 전열관의 일부를 막아버리고 나머지만 관 내부를 보강한 뒤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대형사고의 위험을 자초하는 전형적인 땜질처방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리원전은 수명을 연장한 노후원전으로 고장이 잦아 불안감을 줘왔다. 올해에만 1호기가 차단기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지 두달여 만에 2호기가 송전선로 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한수원 쪽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원전의 안전이 국민들의 우려와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직원 비리로 빈말이 돼버렸다.
원전은 인공위성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도 많아 어느 한 군데라도 오차가 생기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만약 다음에 원전 사고가 난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면서도 안전과 관련해서는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것이다. 한수원은 안전성과 관련한 평가보고서 공개 요구에 기밀이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때도 비밀주의가 화를 더 키웠다. 국민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