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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6일 금요일

[사설] 후쿠시마 비극 보고도 원전사고 숨길 생각 하다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15일자 사설 '[사설] 후쿠시마 비극 보고도 원전사고 숨길 생각 하다니'를 퍼왔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의 참상을 보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인가? 부산광역시 기장면 고리 원전 1호기가 지난달 한때 12분간 전원이 끊기고 비상발전기마저 가동하지 않아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그러나 이 사고보다 더 놀라운 일은 현장 소장 등 관계자들이 사고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감독 당국도 한달 넘게 몰랐다는 점이다. 음식점에서 사고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 부산시의회 의원이 확인에 나서면서 비로소 진상이 알려지게 됐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시의원이 듣지 못했더라면 사고는 영원히 묻힐 수도 있었다.
원전의 전원 중단은 중대 사고로서 안전조처를 하고 곧바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은 사고 한달이 넘은 지난 11일 새로 부임한 발전소장에게서 처음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한수원은 사고 당시의 발전소장이 원전 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사고가 지난달 9일 밤에 일어났는데, 그날 마침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이 원전에 절대 사고가 있어서는 안 되며 문제가 발생하면 작업자는 물론 책임자까지 엄벌하겠다는 안전대책을 발표한 까닭이라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1주년을 맞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데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무턱대고 ‘고장 제로’를 만들라고 몰아붙인 무리수가 당일 현장에서 사고를 지켜본 직원이 수십명 됐지만 한달 넘게 비밀에 부쳐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낳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본부장과 소장이 정기인사라고는 하지만 우연찮게도 동시에 바뀌었다. 관련자 모두가 한통속이 돼 사고를 은폐·축소하는 일에 가담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사고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끝끝내 원전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강변했다. 바로 이런 태도 때문에 국민들이 원전 안전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규정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관리 책임이 있는 한수원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원전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든 감독당국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원전 확대와 원전 수출 등 이른바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에 원전 사고 발생은 큰 걸림돌이다. 그러므로 사고가 발생해도 쉬쉬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며 만든 원자력안전위원회마저 친원전 인사에게 위원장을 맡기지 않았던가. 따라서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를 파헤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묻지마 정책목표, 그리고 특정 세력의 이해와 비밀주의의 고리를 끊어야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자명해졌다.
특히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이 2007년에 끝나고 2017년까지 재가동에 들어간 노후 원전이다. 부산권 주민 수백만명의 안전을 위해서도 원전 재가동은 안 된다.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사설] 이러고도 원전 안전 보장할 수 있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5일자 사설 '[사설] 이러고도 원전 안전 보장할 수 있나'를 퍼와씁니다.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전 직원과 납품업체가 짜고 중고품을 새 제품인 것처럼 납품했다고 한다. 원자로에서 만든 증기를 조절해 터빈으로 보내는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 두 종류다. 만전을 기해도 100% 확신할 수 없는 게 원전의 안전인데, 납품 비리까지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원전 산업계의 폐쇄성을 생각할 때 비슷한 유형의 비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해당 기기가 원자로와 떨어져 있어 안전에 이상이 없고 개인 비리라고 해명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은폐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한 한수원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만 더해준다. 이 기회에 납품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원전 안전에 대한 정부와 한수원의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얼마 전에도 있었다. 지난 9~10월 울진원전 4호기에 대한 예방정비 과정에서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 1만6000여개 가운데 약 25%가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에선 설계상 계획수명이 30년인 증기발생기에서 12년여 만에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전열관의 재질이나 설계상 결함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러나 한수원은 손상된 전열관의 일부를 막아버리고 나머지만 관 내부를 보강한 뒤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대형사고의 위험을 자초하는 전형적인 땜질처방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리원전은 수명을 연장한 노후원전으로 고장이 잦아 불안감을 줘왔다. 올해에만 1호기가 차단기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지 두달여 만에 2호기가 송전선로 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한수원 쪽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원전의 안전이 국민들의 우려와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직원 비리로 빈말이 돼버렸다.
원전은 인공위성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도 많아 어느 한 군데라도 오차가 생기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만약 다음에 원전 사고가 난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면서도 안전과 관련해서는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것이다. 한수원은 안전성과 관련한 평가보고서 공개 요구에 기밀이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때도 비밀주의가 화를 더 키웠다. 국민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