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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5일 목요일

[사설] 가혹한 복지급여 환수로 겨울을 더 춥게 해서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04일자 사설 '[사설] 가혹한 복지급여 환수로 겨울을 더 춥게 해서야'를 퍼왔습니다.
저소득 빈곤층이 정부에서 받는 복지급여가 깎이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복지급여 서비스 확인조사를 토대로 부정수급자를 적발한 뒤, 올해 지급하는 복지급여에서 부당 급여분을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날아든 정부의 통지문에 서민들의 겨울은 한층 춥고 서러울 수밖에 없다.
급여가 깎인 수급자들의 사연은 안타깝고 안쓰럽다.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남성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짬짬이 날품팔이를 해 한해 동안 번 40만원이 문제가 됐고, 20대의 장애인 대학생은 휴학 기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번 돈 때문에 몇달치 월급여가 47만원에서 17만원으로 줄어들게 생겼다고 한다. 가뜩이나 쥐꼬리만한 정부 지원금이 형체를 찾기 어려워진 셈이다. 정부가 확인조사를 벌인 복지급여는 기초생활보장비, 의료비,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보육료 등 모두 10가지라고 하니 환수 대상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서비스 확인조사의 이유로 드는 복지예산의 효율화는 필요한 일이긴 하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행정의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효율화에만 너무 치우치다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손을 정부가 매몰차게 걷어차는 꼴이 될 수 있다. 복지부는 민원이 속출하자 노인과 장애인, 학생의 일용소득에 대해 6개월 동안 공제해주는 보완책을 마련했으나,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한 듯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복지지출 규모가 너무나 작은 데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9%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인 19%와 견주면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론 사회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호하기가 애시당초 어렵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의 심화 등으로 사회복지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환수금 공제 대책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그 대상을 넓히는 등 저소득 빈곤층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주는 것이 옳다. 아울러 좀더 적극적인 복지재정 확대 방안을 마련해 후진국 수준인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MB정부, 정권 말기에 3차 F-X 사업 왜 서두르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7일자 기사 '"MB정부, 정권 말기에 3차 F-X 사업 왜 서두르나?"'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1,2차 사업 기간 평균 20개월인데 10개월만에 추진"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 3차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약 8조3000억 원을 들여 60대의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예정인 이 사업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및 보잉사의 사일런트 이글(F-15SE), 그리고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등이 경합 중이다. 그러나 공군은 스텔스 기능이 가장 우수한 F-35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건국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 3차인 F-X 사업에 대해 따져봐야 할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가 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반면 복지·교육 등 민생 부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 도입에만 8조3000억 원, 운영유지비를 포함할 경우 30~40조 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복지 증대 요구를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해왔는데, 정작 미국 등 해외 군수산업체 주머니 채워주기에는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실제로 MB 정부는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14조 원에 달하는 무기 구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권 말기에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6일자 에 따르면 MB 정부는 내년 1월 제안서를 발송해 6월에 회신을 받고 9월까지 시험평가와 업체별 협상을 벌인 뒤 기종결정평가위원회에서 심의해 10월까지는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한다. 불과 10개월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1차 F-X 사업 때의 27개월, 2차 F-X 사업 때의 13개월에 비해 너무나 촉박한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최고 대우의 국빈 방문 등 미국의 MB에게 준 선물을 무기 도입 퍼주기로 보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국 공군은 이미 군사적으로 적대 관계에 있는 북한의 공군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군비 증강은 북한에게 '핵 억제력 강화'의 빌미를 강화시켜줄 우려가 크다. 미국 정보기관들조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국에 대한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 위협을 거론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들 나라와 군비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해적인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은 국력에 비해 이들 나라보다 훨씬 많은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GDP 대비 중국보다는 2배, 일본보다는 3배나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 차세대전투기도입사업(F-X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009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전투기를 살펴보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펜타곤 보고서, 'F-35는 문제투성이'

유력한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F-35가 과연 가격 대비 성능이 입증된 기종인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의 작전 실험 평가국(Director of Operational Test andEvaluation)의 2010년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국방전문잡지인 가 올해 1월 18일 인용보도한 것에 따르면, F-35 전투기는 "조종기기, 항공전자기기,제트 엔진 재연소 장치, 헬멧장착영상표시기(HMD)에서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트 엔진 재연소 장치에서 발생하는 굉음이 기체의 흔들림 현상을 유발해 엔진이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데 장애를 조성한다고 전했다. 또한 HMD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F-35는 조종석 디스플레이에 의존해온 이전 전투기들과는 달리 헬멧 가리개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핵심 정보를 조종사에게 전달한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문제점을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실험평가시 보완되어야 할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중간 수준의 받음각(전투기의 익현(翼弦)과 기류의 방향으로 생기는 각도) 실험에서 예상보다 옆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이 크게 발생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는 "여러 구성요소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펜타곤의 F-35 사업 책임자인 데이비드 벤렛 해군 중장의 지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미 항공잡지인 <aol>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여 동안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분석한 결과, 변경과 비용의 수준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 문제를 종합해보면 생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aol>

실제로 2002년 약 7000만 달러로 추정됐던 F-35 1기당 가격은 현재에는 1억5000만 러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3차 F-X 사업으로 이 기종을 선택할 경우 60기 도입 가격만도 10조 원을 넘어서게 되고, 사업 예산인 8조3000억에 맞추려고 할 경우에는 도입 대수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펜타곤의 '무리수'가 겨냥한 곳은?

이처럼 F-35에 여러 가지 결함이 드러나고 개발ㆍ생산 비용이 폭등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의 6일 보도에 따르면, 펜타곤은 12월 5일 F-35 개발을 위한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존 매케인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이 대규모의 군비 삭감 시대에 돌입했는데, 역사상 가장 비싼 무기를, 그것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F-35 계약을 맺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펜타곤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인 견해로는 해외 무기 시장을 겨냥한 로비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현재 F-35 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라들은 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인도, 일본, 캐나다 등이다. 그런데 F-35 개발 비용이 폭등하고 성능상의 결함이 드러나고 있으며 예정보다 생산 시기가 늦춰질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이중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해외 판매가 부진해질 경우 F-35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록히드마틴사의 경제적 손실이 막대해진다. 또한 생산 규모가 줄어들어 생산 단가는 높아질 것이고, 이는 펜타곤의 구매 계획에도 큰 차질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펜타곤이 나서 록히드마틴사와 가계약을 체결하면, 이를 근거로 록히드마틴사와 펜타곤은 해외 구매자들을 설득·압박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공산이 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F-35를 비롯한 대형 무기 도입 사업들이 안고 있는 막대한 재정상의 부담과 비용 대비 효과, 그리고 한반도와 동북아 군비경쟁 격화 우려 등은 면밀히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다. 그런데 임기 말에 접어든 MB 정부는 서두르고 있다. 더구나 사업이 본격화될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이들 사업을 면밀히 검증해야 할 국회와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전기료 왜곡, 전력대란 또 부를 수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 2011-11-01일자 기사를 퍼왔습니다.
[국내 이슈]9·15 정전 사태 뒤 전력상황 분석

류이근  경제부 기자

단전 가구 1415만 호, 미사일 기지와 최전방 GOP(일반 전초) 등 군부대 124곳 정전, 중소기업체 5775곳 단전 피해, 승강기 정지 및 긴급구조 1902건, 개인 병원 7곳 수술 중 정전 발생 피해, 축사 및 양식장 피해 10건, 신호등 정지로 인한 교통혼잡 2877건, 현금자동인출기 정지 및 은행의 업무 마감 지연 417건….
지난 9월15일 초유의 정전 사태로 발생한 피해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지난 9월 말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 수요 예측 및 공급 능력 판단의 실패와 전력 당국의 부실한 대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식경제부 공무원을 비롯해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의 임직원 등 17명을 문책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스스로 청와대에 사표를 냈다.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한편으로 수요 예측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재정비하면 충분한 걸까? 이와 관련해 전력산업연구회는 지난 10월14일 ‘9·15 정전사태와 전력산업 구조개선 방향’이란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다. 흥미로운 건 이 자리에 참석한 전기 및 경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정전 사태가 일시적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고, 그 구조적 문제엔 ‘잘못된 가격신호’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 사실이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전기요금의 인상 수준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훨씬 밑돈 반면, 고유가로 석유·석탄·가스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른 에너지에서 전력으로 수요 전환이 물밀듯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9·15 정전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와 다른 토론자들의 얘기를 요약하면 이번 사태는 ‘낮은 전기요금→전력 수요 증가→전력 공급 기반 약화→순환 정전’이란 도미노의 결과물이다.
이번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전기요금을 둘러싼 4가지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자.


지난 9월15일 일어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상당수의 가구가 정전된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정치적 결정에 따라 왜곡된 전기료 체계
전기는 필수 재화다. 따라서 그 가격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공공요금이니만큼 가격 결정권은 정부의 손에 달렸다. 정부는 국민의 물가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 아래 물가가 들썩일 때마다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러왔다. 이런 현상은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과연 고맙기만 한 일일까?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40%에 이른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18.5% 상승했다. 지난 19년 동안 물건과 서비스의 가격이 1천원에서 3400원으로 올랐는데도, 전기요금만은 1천원에서 1185원 인상에 그친 셈이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은 이 기간에 65.1% 하락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률은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버스와 지하철 요금의 경우 비슷한 기간(1984~2010년)에 각각 750%, 450% 인상됐다. 손 교수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정치적으로 결정해 전력시장에 정확한 가격 시그널(신호)을 주지 못해 공기업 적자를 확대시키고 전력의 공급 기반을 약화시킨 점은 큰 정책적 실패”라고 주장했다. 전력 및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전력 요금을 계속 동결하거나 찔끔찔끔 인상해오면서 가격체계가 크게 왜곡됐다고 말한다.
정치에 희생된 전기요금은 경제 상식마저 깬다. 전력을 팔면 팔수록 손해인 전력산업의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전기의 원가보상률은 2006년 이후 계속 100%를 밑돌고 있다. 2008년엔 77.7%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천원을 받아야 밑지지 않는데 777원을 받고 전기를 팔았다는 말이다.

싼 전기료 덕에 초과 이윤 누리는 대기업
공급자인 한전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면, 수요자가 이득을 보기 마련이다. 그만큼 싼값에 전기를 사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혜택을 수요자가 모두 똑같이 누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바로 전기요금 체계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심야전력을 뺄 경우 산업용, 주택용, 농사용, 교육용, 가로등, 일반용(5가지 종별 외 사용자) 등 6종의 요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들 종별 원가와 판매가가 다 다른데, 지난해 기준으로 산업용의 원가보상률은 89.4%에 불과했다. 즉, 산업용 전력을 쓰는 약 35만 개 업체들은 원가 1천원짜리 전력을 평균 894원에 쓰는 것이다. 심야를 뺀 주택용 원가보상률 94.2%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인 셈이다.
실제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지난해 전체 사용량의 절반이 넘는 53.6%에 이르지만, 판매 수익은 전체 37조3900억원의 47.7%(17조8306억원)로 나타났다. 수요자들이 전체적으로 싼값에 전기를 쓰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일반 국민이 더 비싼 값에 전기를 사서 쓰면서 산업계를 지원해주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이라고 할 때 일본은 26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184나 된다.
혜택은 산업계 안에서도 특히 대기업에 집중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산업용 전력의 총괄원가 미달에 따른 기업별 수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력 사용이 많은 대기업 200곳이 전체 산업용 전력의 무려 42.3%를 썼다. 이들에게 돌아간 수혜 금액은 산업계 전체인 2조1157억원의 46%가 넘는 9832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력 사용량 상위 5개 업체인 삼성전자(1위), 현대제철(2위), 포스코(3위), LG디스플레이(4위), 하이닉스(5위)의 수혜 금액만 3265억원에 이른다.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과거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의 산물이다. 기업 처지에서는 비용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을 낮추면 수출할 때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이런 산업정책 아래 수출 대기업들은 원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전기를 쓰면서 초과 이윤을 누려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과거에 비해 가격경쟁력보다 품질 경쟁이 중요해지고 있어 전력요금 인상이 산업체의 국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며 “또한 낮은 전기요금은 기업체들의 에너지 절감 노력을 반감시켜왔다”고 지적했다. 

싼 전기료는 결국 국민의 희생 요구
우리나라의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급자인 한전은 해마다 큰 손실을 보고 있다. 한전은 2008년 사상 첫 3조원(당기순이익 기준)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도 약 2조원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한전의 차입금은 2008~2010년 17조3천억원이 늘었고,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87.3%에서 140.1%로 급증했다.
한전의 손실이 한전 주주에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소비자인 국민에게 ‘희생의 대가’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2008년 추경예산에서 8350원을 떼서 한전의 손실을 일부 보전해줬다. 국민이 낸 세금을 한전에 곧바로 투입한 것이다. 한전은 상장회사이긴 하지만 정부가 최대주주로 지분 51%를 지녔다. 따라서 손실이 나면 우선 자체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 안 되면, 결국 정부에서 수혈을 받아야 한다. 
전력산업의 적자가 지속되면 최소한의 투자 재원 조달마저 어렵게 된다. 이로 인해 낙후된 전력산업은 모두에게 다양한 형태의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지금 우리가 전기를 싼값에 쓰는 대가를 5~10년 뒤 후대 사용자들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데도 에너지 소비만큼은 산유국 부럽지 않게 펑펑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은 OECD 평균의 1.7배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은 1인당 실질 GDP가 1% 증가하면, 1인당 에너지 소비 또한 거의 1% 증가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인당 전력소비량은 우리 국민소득의 거의 2배인 일본을 추월했다. 또 지난해 전력사용량은 무려 10.1% 늘었다. 지난 10년 평균 증가율은 5.5%에 이른다.

에너지 다소비 경제 부추기는 전기료 체계
정한경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이 기름값보다 비정상적으로 싸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2차 에너지인 전기가 1차 에너지인 기름과 가스보다 되레 저렴하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에너지원별 가격을 비교해보면, 소비자가격과 발열량, 열효율 등을 고려한 난방용 등유와 경유의 가격이 전기요금보다 각각 25%, 63%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전기요금이 기름값보다 50% 정도 비싼 편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싸다 보니 1차 연료에 대한 대체 소비가 전기로 몰렸다. 이 때문에 전체 전력 수요의 24%에 이르는 전기난방 수요가 2004년보다 곱절 가까이 늘어났다.
기름과 석탄, 가스 등을 때어 전기로 전환할 때 투입 에너지의 약 60%가 손실된다. 따라서 우리의 전력산업 구조는 비싼 1차 에너지를 사다 애써 전기로 만들어 싼값에 공급하는 기형적인 모양새다. 싼값 때문에 전력 소비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에서 매년 더 많은 석유와 석탄, 가스 등 1차 에너지원을 비싼 값에 수입해온다. 그만큼 전체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2008년의 경우 에너지 수입액이 무려 140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나라의 선박·자동차·반도체·철강 부문 수출액을 모두 합한 금액에 버금간다.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