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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9일 금요일

위기의 '건강보험', 통합재정 위헌 결정나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9일자 기사 '위기의 '건강보험', 통합재정 위헌 결정나면…'를 퍼왔습니다.
헌법소원 최종 변론…"보장성 하향되고 보험료 올라갈 것"

'통합 국민건강보험' 체제의 존폐를 가를 수도 있는 위헌 심판의 마지막 변론이 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졌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7인은 지난 2009년 6월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해서 직장 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됐다"며헌법소원을 청구했었다.

공단 "건강보험 쪼개면 사회연대 실현 불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헌법소원을 두고 "전형적인 건강보험 쪼개기 시도"라고 반발해왔다. 건강보험 재정 통합이 위헌이라고 결정될 경우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재정이 쪼개진다. 그런데 지역가입자들 중에는 소득이 없는 노인이나 영세민이 많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되면 사회보험의 핵심가치인 '사회연대성의 원리'가 깨진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해관계인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국민의 생애주기를 살펴보면 대개 젊었을 때 직장가입자였다가, 나이가 들면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로 옮겨간다"며 "젊고 건강할 때 보험료를 많이 내서 늙고 병들었을 때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인 측은 "청구인들의 요구는 가난한 집단에 대한 재분배 기능을 재고해달라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면 사회연대 원리에 의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박탈되고, 전 국민 건강보험이 붕괴될 것"이라며 "가입자 개인으로 봐도 고소득자는 보험료 부담이 낮아지고, 저소득층은 보험료 부담이 높아져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8일 오후 2시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47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건강보험 지키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경만호 의협 회장 "건강보험 부과 기준 불평등해" 

반면에 청구인인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측은 "직장가입자가 월급에 근거해 건강보험료를 투명하게 내야하는 것과는 달리, 지역가입자의 소득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며 "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함께 사용하면서, 보험료 부과 기준을 달리해 부담 불평등이 일어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기준인 '보험료부과점수'는 실제소득이 아니라 추정소득"이라며 "현행 보험료부과점수 산정기준은 자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득이 파악되는 직장가입자가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어 직장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일부에서는 이 사건 헌법소원이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분리하고, 건보공단을 해체하고, 종전의 제도인 지역조합주의로 회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보험료 부담의 형평이 실현되지 않음을 문제 삼을 뿐"이라고 밝혔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건강보험 체계를 분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통합된 건강보험 재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통합 전, 부자 조합 따로 가난한 조합 따로"

위헌 결정이 나면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 어떤 변화가 일까. 이날 오후 2시에는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47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건강보험 지키기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된 후의 상황은 건강보험이 통합되기 전의 상황을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2000년 건강보험이 통합되기 전에는삼성과 중소기업이, 강남구와 구로구의 의료보험조합이 쪼개져있었다"며 "가난한 의료보험조합은 재정 적자에 허덕였고, 부자 조합은 (가입자들이) 건강해서 오히려 흑자이면서도 보험료도 적게 냈다"고 지적했다.

의료보험조합마다 보장성도 달랐다. 가입자가 어느 조합에 가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혜택이 다르다는 장벽이 있었다. 조 공동대표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건강보험 통합 덕분에 보장성을 전 국민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며 "위헌 결정이 나면 과거 수백 개의 의료보험조합 시절로 돌아가는 후퇴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하향 평준화될 것"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내다보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우선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돼 취약해진 만큼 건강보험 보장성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지역가입자 중에 50대 이상은 59%, 미취업자가 40%, 취업자 중 비정규직이 67%로 지역가입자는 대부분 가난하고 고령인 분들"이라며 "재정을 분리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지역가입자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거나 지역 보험료가 대폭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큰 우려는 건강보험을 민영화할 단초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 실장은 "직장보험의 일부를 떼어 민영화하거나, 지역보험이 재정난을 줄이려고 민간업체에 위탁운영을 시범 실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 보면 의사협회가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이 경쟁하는 다보험체제'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사협회 부설 정책연구소가 지난 4월에 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효율적 관리운영체계 개발'이라는 보고서는 "다보험자 체계의 구축은 규제된 경쟁적 보험체계를 만들기 위한 가장 필수적이고 선행적인 요소 중 하나"라며 그 방안으로 "현행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본부와 지사를 활용하거나, 대체형 민간보험자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관련 기사 : "밖으론 FTA, 안으론 '건보 쪼개기'…MB식 의료민영화 꼼수")

우 실장은 "의사가 국민 건강을 지키려고 해야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추고 건강보험을 쪼개겠다고 헌법소원을 내야하느냐"라면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지금 자기가 지역에 가난한 사람보다 보험료를 더 낸다고 위헌 소송을 걸었다. 의사협회가 이러면 안 된다. 같은 의사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 8일 오후 3시30분 대한의사협회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 취지의 왜곡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가운데).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헌법소원은 의료민영화와 상관 없다"

이에 대해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3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간 나를 포함한 청구인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의 취지를 왜곡해왔고, 오늘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외압은 있을 수 없다. 이는 헌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경 회장은 또한 "국민건강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의료민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국민건강보험을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 재정 통합 자체가 독자적인 위헌은 아니다? 

"이럴 거면 헌법 소원을 왜 걸었지? 시행령만 바꾸면 될 걸…"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 사건'을 상대로 한 최종 변론이 끝난 이날 오후 7시. 헌법재판소에 남아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청구인 측이 '건강보험 재정 통합이 직접적인 위헌 요인은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의 뉘앙스를 바꾸면서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대상은 "공단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해 운영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33조 2항,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기준을 다르게 산정한 국민건강보험법 62조 4,5항, 63조 1항, 64조1항, 65조 3항이다.

재판부가 "청구인이 건강보험 재정 분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청구인 측은 "보험료 부과에서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재정 통합 (관련 조항)도 논리적으로 위헌이 된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건강보험 재정 통합 자체가 독자적인 위헌이 아니라면, 헌재가 왜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33조 2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아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청구인 측은 "현재 직장가입자는 실소득을 근거로, 지역가입자는 추정소득을 근거로 이원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며 "지역가입자도 추정소득이 아니라 실소득을 파악한 후 보험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가입자가 실소득을 신고하고, 건보공단은 실사를 통해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파악해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며 "지역가입자가 신고하는 소득에 대해서 국가기관에서 실사 기법만 제대로 개발한다면, 그들도 소득에 따른 보험료가 나오기 때문에 불평등 문제가 안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공단이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부실하게 파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현행 건강보험법 때문인지, 법의 취지에 맞게 (공단이) 집행을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를 물은 뒤, "보험료율을 (불평등하게) 산정하는 요인이 시행령 때문이라면 청구인은 왜 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느냐"고 추궁했다.

재판부는 "자영업자는 소득이 명백하게 잡히지 않는다. 국세청도 소득을 제대로 파악 못해서 특별 세무조사 등 비상적인 수법을 통해서 소득을 찾아내는 판국"이라며 "징세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기관도 못하는 업무에 대해서 공단이 지역가입자들의 (신고만으로) 소득 재산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윤나영 기자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의사가 바라본 FTA…"전국에 부자 병원 생길 것"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8일자 기사 '의사가 바라본 FTA…"전국에 부자 병원 생길 것"'을 퍼왔습니다.
[기고] "한미 FTA와 영리병원의 관계? 경제자유구역을 보라"

괴담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 이런 얘기가 있었다. 밤만 되면 이순신 동상이랑 유관순 동상이 돌아다닌다는 둥 하는 얘기 말이다. 나중에 커서 알게 된 일이지만 대부분의 학교에 이와 비슷한 얘기가 있었다. 이런 걸 '괴담'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들 알듯이 이런 괴담은 수많은 사람을 속일 수도, 오랫동안 속일 수도 없다. 괴담은 내버려두면 잊혀진다. 괴담을 없애겠다고 유포자를 추적하고 응징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이 6년 동안 한미 FTA 괴담을 믿어왔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그 괴담이 더 커지기 전에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날치기를 했다. 결국 우리가 믿던 얘기는 괴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날치기가 이를 증명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경제자유구역과 한미 FTA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장밋빛 미래를 펼쳐 보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실상을 보면 날치기 통과된 한미 FTA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지금 경제자유구역에는 썰렁한 찬바람만 분다. 처음보다 규제를 더 완화하고 특혜를 주겠다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8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06∼2010년에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이 직접 투자한 비율은 전체의 4.15퍼센트에 불과하다.


▲ ⓒ보건의료단체연합

처음 영리병원을 도입하기로 했을 때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올 외국인 전용 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전용 병원이 절대 한국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몇 년 뒤 경제자유구역법이 개정됐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외국인이 들어오지 않자, 외국인 병원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제주도發 '영리병원 블랙홀', 동네병원 '줄초상' 난다")

그래도 투자자가 나서지 않자 이번에는 외국인 병원 설립에 국내 자본 투자를 허용했다.인천 송도 영리병원에는 삼성과 KTG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래도 잘 안되니까 의료인력도 내국인이(외국 면허만 가지면) 할 수 있도록 고치려고 했다. 결국 내국인을 내국인이 진료하는 영리병원을 국내 기업이 만들도록 허용한 것이다.

한미 FTA는 전국적으로 이런 효과를 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만 빼면 영리병원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추진할 때 제주도를 포함해 4개였던 경제자유구역이 지금은 7개다. 2011년 현재 경기, 강원, 충북, 전남에서 경제자유구역 신규지정 신청을 한 상태다. 경제자유구역당 병원 한 개만 허용하는 것도 아니다.

한미 FTA에는 '내국인 대우' 조항이 있다. 외국 투자자들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인데 거꾸로도 가능하다. 국내 투자자들이 왜 역차별하냐고 한국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영리 병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소수 부자들에게 비싼 의료비를 받고 화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품' 병원이 생기면 그 다음에는 명품 민영보험이 생길 것이다. 당연히 이런 명품이 늘어나면 의료비를 인상시킬 것이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박탈감을 안겨 줄 것이다. 나중에는 국민건강보험을 없애자는 얘기도 나올 것이다. 때마침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 제도를 뿌리부터 뒤흔들겠다는 김종대 씨를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관련 기사 : '건보 해체' 김종대 논란 확산…MB정부 의료민영화까지?)

환자와 의사, 불신

환자들을 볼 때 가장 불편한 일은 내 앞에 앉아 진료를 받는 환자의 눈에, 의사인 나에 대한 불신이 가득 담겨 있는 경우다. 무척 조심스럽지만 확실히 불신이 느껴지는 눈빛이다.

이런 환자들이 나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만 아주 객관적인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의사들이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돈을 번다는 사실 말이다. MRI 같은 값비싼 진단장비를 많이 이용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얘기도 적잖이 들었을 것이다. 그건 고스란히 환자들 부담이 된다. 환자들에게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의사들에 대한 불신은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자신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렇듯 나도 이런 환자들 앞에서 좀더 조심스러워진다. 한편에서는 무척 짜증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의사들이 자기 수입을 생각하며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 자체가 달라진다면 훨씬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기 전까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불신'을 버리지는 말라고 얘기한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운동 진영 내에는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나는 이 불신도 거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의사들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만큼이나 민주당에 대한 불신도 우리 운동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평범한 노동자들에게서 표를 얻지만 선거자금과 당 운영비는 기업주·부자들에게서 얻는다. 한미 FTA를 통과시키면 표를 잃을 것이 명백하지만 선거자금이 없으면 출마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의사들의 진료가 그들의 수입이 된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인 것처럼, 민주당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지키고자 하는 바로 그 1퍼센트 집단에 의지하는 정당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몇 달 동안 동요하던 민주당은 한미 FTA 날치기 앞에서 무기력했다. 본회의 소집이 알려지고 비준안이 통과되기까지 1시간 반이 지나도록 민주당 의원은 절반도 나타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벌어준 소중한 시간에도 의장석을 향해 몸을 던지거나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이라도 벌이는 민주당 의원은 없었다. 언론사 카메라를 내보낸 것이 민주당 의원들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따라서 이들이 언제든 우리 뒤통수를 치고 배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들이 주도권을 쥐게 내버려 뒀다가는 나중에 엄청난 액수의 부당 청구서를 받게 되는 수가 있다.

솔직히 지금 이미 중간정산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민주노동당이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민주당에 좀더 경계심을 갖고 있었더라면 이토록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다.

날치기 후폭풍 속에서도 민주당은 끊임없이 동요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 대비하려면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미 FTA도 "재협상" 하겠다고 한다. 여전히 원래 한미 FTA는 좋은 것이었다고 우기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의원직을 버리고 거리로 나오게 해야 한다. 그들이 국회에 머무르는 한, 다시 말해 그들이 상황을 주도하려 하는 한 한미 FTA 폐기는 불가능하다. 거리의 힘을 키워 밀실 협상 따위가 운동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 26일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 ⓒ프레시안(최형락)

저항의 세계화

이집트 민중이 혁명을 밀어붙이고 있다. 독재자 무바라크를 쫓아낸 데 이어 이제는 군부 독재를 몰아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형제 자매들의 희생을 딛고 일어선 그들의 투쟁이 승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재정 위기로 엄청난 수준의 내핍을 강요받고 있는 유럽 노동자들도 싸우고 있다. 이들의저항 때문에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르게 하려던 유럽의 부패한 정부 관료와 자본가들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저항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미국의 중심지 뉴욕 월가에서 젊은 청년들이 '점거' 운동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이에 화답했고 오클랜드 등지에서는 항만 봉쇄 파업까지 벌어졌다.

이 모든 투쟁은 서로 연결돼 있다. 1퍼센트를 위해 99퍼센트를 희생시키려는 정부에 맞선 투쟁이다. 이 투쟁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서로를 고무하고 있다.

한미 FTA를 폐기하는 운동도 이런 전 세계적 투쟁의 일부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투쟁에서 배우고 우리의 경험을 전 세계에 전해야 한다. 이 투쟁의 승리야말로 우리가 전 세계 노동자 민중에게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한미 FTA를 완전히 폐기시키자.



/장호종 의사·의료민영화저지 운동본부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