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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0일 월요일

'이상한 나라'의 고속철도, 그 운명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0일자 기사 ''이상한 나라'의 고속철도, 그 운명은…'을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KTX 민영화, 퇴임 후 측근 재취업 비책?

가상의 섬 '소도어 섬'을 달리는 은 영국의 동화작가가 쓴 그림 동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는 와 마찬가지로 어린이들 사이에선 매우 인기가 많다. 이 애니메이션엔 '사장님'이 등장한다.(원작에는 역장(fat controller)으로 나온다) 토마스와 그의 친구들은 이 '사장님' 마음에 들지 못할까봐 늘 전전긍긍한다. 맡은 일을 잘한 꼬마기관차는 '사장님'께 칭찬을 받고, 일을 제대로 못한 꼬마기관차는 꾸중을 듣는다. '사장님'이란 용어로 번역된 것은 지극히 한국적 정서가 반영된 결과이겠지만, 공교롭게도 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영국은 철도의 종주국이면서 철도 민영화의 나쁜 선례를 보여주는 나라다. 미국이 의료 민영화의 나쁜 선례를 보여주는 나라이듯 말이다.

영국의 철도 민영화 그 결과는…

영국의 철도 민영화 사례는 최근 이명박 정부가 KTX 부분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1995년부터 2년에 걸쳐 철도산업을 100여 개로 쪼개 분할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했다. 1979년 대처가 집권한 이래로 '과격한 민영화'를 추구해온 영국도 철도를 민영화 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논란이 많았다. 영국 정부가 내세운 민영화 논리는 현재 이명박 정부가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적자(정부 지원금)를 최소화"하고 "요금을 인하하고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약속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도 KTX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철도공사의 적자를 줄이고 해당 노선의 요금을 15-20%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잘 알려지다시피 영국 정부의 주장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요금은 철도 민영화 2년 만에 14%나 올랐다. 2000년 들어선 요금이 평균 2배가 올랐다. 서비스의 질도 결코 좋아지지 않았다. 열차 연착률은 1996년 8.9%에서 2004년 19.4%로 두 배나 늘었다. 정부 보조금은? 공사 시절보다 3배 늘어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형사고'였다. 민영화가 완료된 첫해인 97년 열차 충돌 사고로 7명이 목숨을 잃었고, 2년 뒤 또다시 31명이 사망했다. 2000년 10월 햇필드에서 대형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명이 사망했고, 철로 시스템 자체가 마비돼 6개월간 사실상 열차 운행이 멈추는 '철도대란'이 일어났다. 2년 뒤인 2002년에도 탈선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사고가 발생한 이유는 민영화된 시설공단인 레일트랙(Railtrack)이 비용을 아끼느라 선로유지보수 업무를 2,3차 하청화 시키고, 선로 틈이 발견돼도 방치했기 때문이다. '레일트랙'이 비용을 아끼느라 대형 사고가 이어져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동안 민영화된 회사의 주주들은 대박이 났다. 영국 정부가 민영화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레일트랙의 주식은 저가로 상장됐고, 철도산업의 특성상 사실상 독점산업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담보할 수 있었다.

민영화의 결과가 철도 사고로 이어지고,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영국 정부는 2002년 시설 부문인 레일트랙을 재국유화했다. 정부 스스로가 민영화 실패를 인정한 결과다. (영국 철도 민영화 부분은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이 2009년에 쓴 '영국 철도 민영화 10년'을 참조했다.)



ⓒ뉴시스

'수상한' MB정부의 '괴상한' KTX 민영화 이유

민영화의 본질은 공공이 운영하기 때문에 경영 효율성이 떨어져 적자가 나는 부분을 민간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KTX 부분 민영화는 좀 이상하다.

정부는 2015년에서 2018년에 걸쳐 서울 수서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가는 노선과 수서에서 출발해 전남 목포까지 가는 노선을 만들어 이를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만 해도 KTX는 연간 3000억 원 가량의 운영 이익금을 내고 있다. 수서에서 출발하는 노선이 만들어지면 이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연간 2000억 원에 달하는 철도공사의 적자는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철도에서 나는 적자 때문이다. KTX의 수익으로 그나마 적자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익이 나는 KTX 노선을 민간에 주겠다는 것은 민간기업엔 특혜를 주고 철도공사의 적자는 국민의 혈세로 메우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특히 말만 '경쟁체제 도입'이다. 민영화하겠다는 KTX 노선은 기존 노선과 80%가량 중복된다. 기존 경부선과 호남선에서 출발역만 더 목이 좋은 수서역으로 바뀌는 것 외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철로를 따라 달리는 철도의 특수성 때문에 이 경우 경쟁은 불가능하다. 그저 겹치지 않게 시간을 나눠 차량을 운행하는 수밖에 없다. 철도가 민영화된 일본에서도 지리적 분할로 경쟁체제가 유지될 뿐, 간선노선이나 동일노선에서 경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철도 길이가 3000여 km에 불과하다. 운영권을 나누기엔 너무 짧다. 시장 자체가 협소해 나눠 먹을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또 정해진 궤도를 달리는 철도의 특수성 때문에 철도산업 자체가 독점화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민영화 도입이 적절치 않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것도 '빛의 속도'로. 정부는 지난해 연말 대통령 업무보고로 시작된 KTX 민영화를 6개월 내에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이 최근 단독 입수해 보도한 대우건설의 사업제안서 2건을 겹쳐보면 현 정부가 KTX 민영화를 급작스럽게 밀어붙이는 이유에 더욱 의구심이 생긴다. 대우건설은 동부그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민영화하려는 KTX 운영권을 따내려고 했다. 정부의 KTX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기 두달 전 작성된 대우건설의 사업제안서를 보면 마치 '예언서'를 읽는 것 같다. 정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정부가 대우건설의 제안을 대폭 수용했다고 하지 않으면 설명되기 힘들만큼 대우건설 제안과 정부 계획은 비슷하다. 그래서 현재 정부가 엄청난 속도로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게 사실상 사업자를 선정해 놓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특히 KTX 민영화를 추진하는 핵심인사들 중 다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다. 소위 '고대 라인'이다. 대우건설에는 TK-고려대 인맥인 서종욱 씨가 사장으로 있다. 또 대우건설의 모기업으로 금융지원 허가를 할 수 있는 산업은행장은 MB 최측근인 강만수 행장이다. 일각에선 현 정부가 KTX 민영화를 고집하는 게 측근 챙기기 등 다른 의도 때문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영국의 레일트랙처럼 민영화된 KTX 노선을 운영하기 위한 회사가 생기면 여기에 측근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영국의 사례에서 봤던 것처럼 이 회사는 사실상 '독점기업'으로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음모론을 더 확장시켜 보자면 비난 여론 때문에 포기했지만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부지로 매입한 곳도 내곡동이었다. 이 인근에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득 의원도 적잖은 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수서에 KTX역이 생기면 이 인근은 역세권으로 엄청난 개발 이익이 예상된다. 이는 건설자본이 KTX 운영권에 눈독 들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의 보도로 정부와 담합설 등 의혹이 증폭되자 대우건설은 19일 KTX 민영화입찰을 포기하겠다고 급작스럽게 밝혔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서종욱 사장은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동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KTX 운영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었다. 정부가 무리하게 국가기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의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업 주체로 이 대통령 측근들이 포진한 회사를 둘러싼 정황이 나오고, 이 회사가 비난 여론에 떠밀려 사업 포기를 선언하는 과정은 현 정부가 정권 초부터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논란과 똑같다. 수익률과 서비스, 경영 면에서 모두 세계 수위를 차지하는 인천공항을 뜬금없이 민영화하겠다는 정부 계획 뒤에는 이상득 의원의 아들이 근무했던 맥쿼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논란이 일자 맥쿼리는 인천공항 민영화 사업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이 사업 참여 포기 의사를 밝히고, 정부도 사업자 선정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겠다고 하면서 KTX 민영화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무리한 시간표로 졸속 추진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민영화 계획 자체를 포기한다면 다행이다. 다만 한가지 떨쳐버릴 수 없는 의문은 왜 유독 이명박 정부에서 민영화를 둘러싼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는가다. 참고로 외환위기의 여파로 김대중 정부에서포항제철 등 일부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완료된 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단 한건의 공기업 민영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 혈세로 유지되던 국가의 자산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의미인 민영화는 사회적 합의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홍기혜 편집부국장 

2012년 2월 4일 토요일

"탐욕의 재벌,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3일자 기사 '"탐욕의 재벌,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홍종학 교수 "재벌세 원조는 강만수"

2012년은 '재벌개혁'의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야권이 총·대선 공약으로 '재벌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고,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9일 "재벌개혁과 보편적 복지,부자증세를 4.11 총선의 3대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재벌의 지나친 계열사 확장을 막기 위해 세금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재벌세'를 전면에 내세웠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이 재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민주당이 제시한 '재벌세'가 "삼성 등 4대 재벌에게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일 통합진보당은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을 발표, 이를 민주통합당에 야권연대 핵심의제로 제안했다.

사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적용된 결과다. 이 실시한 2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재벌세'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70.3%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지난달 31일 유선전화(RDD)를 통한 면접방식으로 진행,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5%p다.)

은 '재벌세'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민주통합당 헌법제119조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홍종학 경원대 교수를 만났다. 진행은 임경구 편집국장이 했다.



▲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 특위 홍종학 교수 ⓒ프레시안(김윤나영)

'재벌세', 재벌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세

프레시안 : 부당 내부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재벌세의 핵심인데.

홍종학 : 재벌이라고 하는 것이 경제 구조를 굉장히 왜곡시킨다. 지금 재벌들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고, 골목 상권까지 진출하다 보니 지식인들이 저 상태로 내버려뒀다가는 큰일 난다고 생각했다. 온 국민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그게 핵심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라고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모든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계열사 간 봐주기, 일감 몰아주기, 이런 우대를 하는 방식이 가장 문제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재벌 2,3세들이 소유한 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보면 재벌 총수 일가, 일반 소액 주주들, 소비자들, 골목 상권이나 중소기업들 의 이해상충이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이해상충은 시장에서 풀어줘야 하는데 지금 재벌은 그걸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핵심이 그거다.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재벌은 복잡한 소유지배구조로 아주 작은 지분을 가지고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해 가는 게 핵심이다. 보통 이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규제인데, '규제'라고 하는 것이 효과를 내기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표적으로 참여정부 때 문제가 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보면, 이를 복원시키고 나면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복원하려고 하면, 또 이것저것 정치적 압력이 있어서 다시 예외조항을 만들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다. 재벌개혁을 피부로 느껴서 '이제 재벌개혁 해야 하는 구나'라는 공감대가 있는데, 실제로 수단은 마땅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에 대해서 우리가 막고자 하는 행위, 거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굉장히 유효한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재벌개혁을 하는 역사적 선례에서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재벌세' 논의가 나왔다는 것이 학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재벌세', 말만 놓고 보면 징벌적 뉘앙스가 강하다. 특정집단에 대한 표적화 된 개념 아닌가.

홍종학 : 이것은 잘못된 행위를 교정하기 위한 세금이다. 예를 들어, 선거를 할 때 부당하게 돈이나 음식을 받으면 50배의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면, 공무원에게 선물을 주는데 3만 원 이하는 처벌 안 한다. 접대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3만 원이상이면 문제 삼는다.

그래서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 거래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 대해서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기준을 정해서 그 이상에 대해서는 이런 행위를, 특히 이런 기업들이 경제력을 이용해, 즉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까 '재벌세'는 그것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래서 이것이 특정 집단에 대한 징벌적 행위라기보다는 '특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행위'로 봐야 한다.

거대 기업집단이라고 할지라도 부당내부거래가 없는 미국 기업이라고 한다면 재벌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아무런 해당이 안 된다. 소유지배구조의 문제가 없는 기업은 여기에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00% 자회사가 배당을 한다고 규제를 하지 않는다. 재벌세는 특정 집단이 아니라, 특정 행위를 교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본다.

'법인세 18조 3항'에 근거한 '재벌세', 이중과세 하자는 것

프레시안 : 요새 일감몰아주기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홍종학 : 가장 중요한 게 재벌들이 자기네 계열사와만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재벌의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우월하게 된다. '삼성 동물원', 'LG동물원' 얘기가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 재벌의 계열사에 들어가 있지 않은 다른 기업들은 어떤산업에서든 재벌 계열사하고 경쟁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지금 우리 국가 경제 전체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중소기업이 중견 기업으로 크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크는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들이 나온 지 불과 20, 30년밖에 안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기업들이 안 나온다.

프레시안 : 창발적인 아이디어나 이런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구조가 재벌 때문에 가로막혀 있다?

홍종학 : 그렇다. '애플' 같은 경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니까 쓰러져 가던 회사가 갑자기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이 설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미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재벌이 안 받아준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것이 도를 넘어서서 골목의 빵집이라던가, 피자집, 치킨집이렇게까지 들어오니까. 이 상황에서는 일반 서민들이 버티기가 굉장히 어렵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프레시안 :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는 건가. 법인세를 좀 더 강화한다든지 하는 방식?

홍종학 : '재벌세'가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텐데, 그런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 현재 이미 발표된 것은 '법인세법 18조 3항'에 해당되는 것이다. 계열사의 배당에 대한 수입금을 '익금불산입조항'이라고 하는데,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계열사 배당금을 수익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벌에게는 이 혜택을 제외하자는 것이다. 재벌 계열사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의 다른 기업에게 배당을 주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는 일부러 이중과세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이중과세를 한다고 반대를 하는데, '재벌세'는 바로 이중과세를 하자는 것이다.

그게 싫으면 두 개의 회사를 합치던지, 아니면 지분 구조를 명확하게 하던지 그렇게 하면 된다. 이중과세라는 것을 명확히 짚고 들어가기 때문에 '이중과세다'라고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법인세법 18조 3항'은 새로 신설된 조항이 아니라, 1997년 이전에는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당시에는 재벌들이 거의 배당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때 당시에 재벌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 간 채무보증'이었다. 그래서 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채무보증을 해주고, 채무보증을 이용해서 부실한 계열사들이 은행에서 차입을 하고, 그것으로 재벌이 커가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조항이 있었어도 거의 의미가 없었는데, 외환위기가 벌어지고 나서 해외자본이 들어왔다. 그러면서 해외자본들이 배당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배당을 하게 되니까 재벌들은 이중과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재벌들은 '왜 우리만 피해를 보느냐'라고 해서 사실상 점차 완화했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던 시기에, 재벌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완화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출자총액제한제도' 그때 무력화시켰고. 나중에 '출자총액제한제'를 다시 복원했지만, 거의 효력이 없는 상태가 됐다. 지금 이 조항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실제로는 해외자본이 요구한 배당금에 대해서는 입금에서 제외하게 했기 때문에 이중과세를 하지 못하게 해 버린 것이다.

'기차재벌' 말하던 강만수, 왜 침묵하나


▲ 강만수 전 장관의 책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삼성경제연구소
그런데 이 '법인세 18조 3항'이 재벌개혁에 있어서 핵심 조항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MB정부의 핵심 측근이라고 하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업은행장)이 주장한 것이다. 강 전 장관이 '기차재벌'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기차재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바로 계열사 배당에 대해서 과세를 세게 하면 된다고 했다. '계열사 배당에 대한 과세',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재벌세다. 강 전 장관의 2005년도 책 을 보면 재벌세가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주장한 것인데, 지금 대통령 측근으로 실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거의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따라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재벌세'라는 것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전에 있던 것을 다시 복원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고, 이것이 중요한 것은 규제를 통한 재벌개혁이라는 점이다. 재벌개혁이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원래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이 기업집단을 해체할 때 백악관에서 컨퍼런스를 했다. 학자들에게 '기업집단을 해체할 수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그때 많은 개혁 입법들을 하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 게 바로 이 '재벌세'다.

세금을 단계별로 계속 부과하는 방식인데, 아주 적은 세율을 부과하지만 층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누적되기 때문에 층을 많이 만든 기업집단일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미국의 기업집단들이 층이 자꾸 줄어들게 되어 있고, 그래서 지금은 미국의 기업집단들은 지주회사들이 자회사나 손자회사 정도까지만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주회사법'에도 손자 회사까지만 허용하게 해 놨다. 흥미로운 것은 전 세계에 이 제도가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뿐이다.

이런 이유로 재벌세를 얘기할 때 계속 반론이 나오는데, 하나는 유럽은 기업집단을 해소하는 방식이 미국과 달랐다. 유럽은 기업집단 해소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꿨다. 소유구조는 기업이 그대로 갖고 있지만,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를 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를 탄압한다든가, 재벌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월권을 한다든가 하는 일들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유럽에서는 세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재벌 총수가 이익을 많이 얻는다고 하더라도 세금으로 다 뺏긴다. 무리수를 둬서 사회적 지탄과 처벌을 받으면서까지 이익을 남겨봐야 인센티브가 없는 셈이다. 이것이 유럽식 재벌개혁이다. 그리고 재벌세는 미국식 재벌개혁 형태다.

재벌개혁이나 재벌세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첫 번째, 그렇다면 골목 상권이나 중소기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둘째, 커지는 경제적 집중에 대해서 어떻게 제어할 것이냐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지금 효과가 밝혀진 것은 재벌세나 노동자의 경영참여 방식이다.

미국 '사외이사제도'가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사실상 지금 한국의 '사외이사제도'는 집중투표제가 안 돼 절름발이 장치가 되어 버렸다. 한편으로는 '사외이사제도'를 강화해서 집중투표제를 실속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빠른 '재벌세' 방식을 취한 것이다.

'재벌'을 지주회사 형태로 바꾸면 더 투명하다. 그렇지만 여러 층의 지주회사를 만들면 역시 소유지배구조의 괴리가 생긴다. 지주회사를 만들어 놓고 재벌 2세들이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투자하도록 허용하면 역시 문제가 발생한다. 지주회사 제도를 좀 더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벌 중에서도 지배구조와 소유구조를 명확하게 하는 기업은 재벌세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우리나라는 '기차재벌' 보다 복잡한 '거미줄재벌'이다. 이게 문제다. 현재 거론되는 '재벌세'는 '기차재벌'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거미줄재벌'에는 효과적이지못하다.

층으로 보면 두세 단계밖에 안 되는데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거미줄재벌'에 대해 더욱 강력한 재벌세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논의가 안 되고 있다. 추가로 국민들이 재벌의 폐해에 대해서 좀 더 인식하게 되면, 앞으로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거론되는 '재벌세'는 대단히 소극적인 정책으로 봐야 한다.

박재완이 말하는 '글로벌스탠다드'

프레시안 : 재벌세에 대해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 ⓒ연합
홍종학 : 최소한 기재부 장관이라면 재벌의 이야기를 그렇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 안 된다.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재벌'이라고 하는 형태가 과연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가. 지금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재벌세' 얘기를 하는 것이다.

마피아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마피아가 있는 나라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도 글로벌스텐다드에 안 맞는다. 그런 법이 별로 없으니까. 암적인 존재들이 있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는 않지 않나.

프레시안 : 한시적인 것인가?

홍종학 : 재벌의 행태가 바뀌면 법은 있어봐야 아무 효과가 없다. 미국의 대기업 집단들은 여기에 해당 안 된다. 그런데도 '재벌세'는 있다.

프레시안 : '재벌세'가 있음에도 유명무실해진 거고.

홍종학 : 그렇다. 재벌세 때문에 다 바뀐 것이다. 법은 있지만 적용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 된 거다. 그래서 재벌세가 중요한 것이다.

2004년에 미국 부시 대통령이 이와 관련된 법(세입법, Revenue Act)을 없애려고 했다. 그러자 한 경제학자가 나서 '이 법은 단순한 이중과세가 아니다. 소유지배구조의 문제가 있는 기업집단을 해소하기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진 맞춤형 제도다. 1930년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인, 역사성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부시는 이 법을 못 없앴다.

그 경제학자의 논문에 보면, 이 법을 안 없앴기 때문에 미국에는 한국과 같은 기업집단이 없고, 한국과 같은 재벌이 안 만들어졌고, 소유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캐나다는 이 법이 없어서(캐나다와 미국은 거의 모든 법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는 지금 한국재벌과 같은 재벌의 형태가 보인다.

프레시안 : 법 하나 때문에 재벌이 있고, 없고가 달라진 경우군요.

홍종학 : 그렇다. 이 법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부시 덕분에 논문이 나왔고, 논문 때문에 한국에도 알려졌다. 그래서 논문을 보고 나서 '아, 이런 게 있구나' 했는데 이미 국내에도 알려져서 강만수 전 장관이 얘기하고 우리 법에는 이미 들어와 있었다.

IMF 이후 하나씩 완화된 재벌개혁 관련법들...

프레시안 : 그런데 1990년대 후반에 왜 없어지게 됐나?

홍종학 : IMF 사태가 나면서 제도개혁을 막 바꿀 때 재벌들의 요구에 재벌개혁 관련법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이 중요성을 모른 채 수정됐다. 당시 관련법의 중요성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냥 계속 완화가 됐다.

재벌은 1년에 하나씩 완화 시켰다. 처음에는 30대 기업집단을 안 넣었다. 30대 기업 집단이 이 법에 해당된 것은 1999년과 2000년대 와서다. 처음 1998년에는 지배구조와 소유구조가 굉장히 좋은 지주회사만 포함했다. 1998년도와 99년도에 오면, 일반 기업에도 그것을 적용하는데, 30대 기업집단은 제외시켰다. 그리고 이제 아무도 신경을 한 쓰는 것은 보고 30대 기업집단도 포함시켰다.

여기에서 느끼는 것은 재벌의 지배체제가 굉장히 강고하구나. 내용을 잘 아는 감시견이 없다면, 재벌이 원하는 대로 법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가 된 것이다. 정관경언 유착이란 말이 있듯, 언론에서도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고, 정치인들도 다 통과시켜줬고, 관료들도 앞장서서 해줬고. 그리고 시민사회에서는 실력이 부족해서 관련법의 중요성을 몰랐던 상황이다. 그게 지금까지 왔다.

조금 다른 시각에서는 이런 측면도 있다.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에 빠져 규제완화를 한 것은 아니다. 당시 상황이 급박했다. 삼성조차 흔들거렸다. 지금은 100만 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이 안되던 시기에, 해외자본에게 넘어갈까 봐 불안했다. 삼성이 그 정도니 나머지 재벌은 더 살아남기 힘들었다. 당시 IMF도 재벌개혁을 강력히 요구했다. 당시 재벌들이 사정사정해서 김대중 정부가 살려준 것이다. 재벌들이 외국자본에 대해 경영권을 방어하라고 순환출자를 통한 가공 자본의 형성까지 허용했다. '재벌세'가 없으니 비용이 들지 않았다. 국민들이 살려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재벌들이 저렇게 탐욕스럽게 나오니 분통이 터지지 않겠나.

'재벌세'에 비판적인 이정희, 오판?

프레시안 :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재벌세가 사실 상위 4개 기업에 대해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비판적이다.

홍종학 : 이정희 대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확인 해 보시는 게 좋을 텐데. '법인세법18조'를 갖고 얘기하는 것인데, 이정희 대표는 아마 핵심 주력 사업 외에 거기에 투자한 것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것으로 생각을 잘못한 것 아닌가 싶다.

법인세법 27조와 28조를 거론하던데 다른 것이다. 그래서 삼성, 현대에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 그렇게 복잡한 다층구조를 갖고 있는 곳에서는 어디나 해당이 되는 것이다. 효과가 없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통합당에서 언급한 '재벌세'는 '사업연관성 없는 계열사 출자금 과세'와 비슷한 형식과 내용을 담아 재벌순위 제5위 롯데그룹, 제8위 한진그룹, 제9위 한화그룹의 과도한 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실제 적용해보면 재벌들의 최대 효과가 각각 다르다"며 "'재벌세'는 삼성그룹 등 4대 재벌 기업집단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주)

재벌세는 행동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설사 지금 실효성이 없고 세금을 거의 걷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난다. 이 법이 없으면 앞으로 미래에도 그런 일이 또 반복되는 것이고, 이 법이 있게 되면 기업들이 알아서 빠져나간다. 그런 식으로 안 간다는 것이다. 다층적 지배구조를 안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잘못 아신 것 같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출자총액제한제'는 사실상 지금 새롭게 다시 복원을 한다고 할지라도 효력을 발휘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일단 지난 4년간 '출총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기업들이 엄청나게 출자를 늘려 놨다.

그럼 이 법을 다시 복원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냐. 이것은 굉장히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강제적으로 재벌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도의 압력이 가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문제는 독재 권력이 있을 때는 재벌을 통제할 수가 있었다. 민주화 이후 정부가 재벌을 강력하게 통제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래서 '계열분리명령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를 도입한다고 해도 요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출총제'나 '계열분리명령제도' 같은 것들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재벌들이 지금 코웃음을 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다시 복원해봐야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한 3, 4년 걸리고, 그러면 또 다음 정권이 들어오고, 그 사이에 경제사정이 안좋아지거나 하면 분위기도 바뀔 것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많은 재벌개혁 관련이 사실 재벌들에게는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 거의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MB정부가 한 것처럼 재벌들에게 다 퍼주고도 사정해야 하는 상황이 또 벌어지는데,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재벌세다. 통합진보당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4대 기업에 해당이 없다고 하는 것은 조금 오해를 하신 것 같다.

재벌개혁 간단, '법인세법 18조 3항'만 고치면 돼

프레시안 :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나왔나?

홍종학 : 자동적으로 되게 되어 있다. 세율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익금불산입이 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그 기업에 법인세를 그대로 부과하게 되어 있다.

프레시안 : 법인세법이 개정 요건이 되는 것인가?

홍종학 : '법인세법의 18조 3항'만 고치면 된다. 굉장히 간단한 것이다.

프레시안 : 재벌개혁이나 경제 민주화가 사회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고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면?

홍종학 : 한나라당이 시장경제를 자유방임으로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만든 것이다. 기본적인 철학이 다르다. 보수주의 철학하고 일종의 진보주의 철학하고 시장을 바라보는 게 다르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러이러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들은 적자생존 논리다. '줄푸세'를 얘기하면서 지금 상황을 만들어 왔는데,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반성 없이 이쪽에서 얘기하는 경제민주화를 쫓아오는 것은 일단 진정성 면에서 납득하기 좀 어렵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도 마찬가지 아니었느냐. 그때 당시 뜻은 있었는데 수단이 없었다.

"삼성전자를 왜 건드리나. 그 좋은 기업을"

프레시안 : 수단이라고 하면?

홍종학 : '출총제'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효성이 없었다. 사실 이런 연구를 한 게 최근 5년 정도다. 참여정부에서 왜 그게 안 됐느냐 반성하고 이런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알게 된 것이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가 주장하는 '기업집단법'이라던가 하는 것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기업이 시장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지금처럼 경제력을 남용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개혁이 국민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고 시장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쪽으로 정부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 알고 있었지만, 적절한 수단을 찾지 못했다.

프레시안 : 당시 상황도 이런 것들을 도입하기에는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었고.

홍종학 : 일단 분위기도 그랬던 데다가 학자들도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 '재벌세'에 대해 얘기했지만 '법인세 18조 3항'에 대해서 몰랐다. 알게 된 게 2004년 논문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있더라. 그러고 나서 뒤집어 보니 우리는 이미 98년과 99년도에 재벌이 마음대로 이 법을 요리해 먹었더라.

사실은 이런 얘기들이 지난 10년간 진보진영의 학자들이 갈고 닦은 정책들이다. 재벌개혁이 총선 이슈니까 그냥 섣부르게 뛰쳐나온 게 아니라, 10년 간의 연구 결과가 집대성 된 것이다.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재벌개혁의 수단들이 무엇이냐' 이런 것에 공감대가 좀 형성됐다. 국민들의 성원이 있고 정치적인 결단이 있다면, 이제는 한번 해볼 만하다.

삼성전자 안 건드린다. 삼성전자를 왜 건드리나. 그 좋은 기업을. 삼성전자가 이익을 해외자본에 유리하게 빼돌리거나 총수 일가에게 빼돌리거나 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저희가 하라는 대로 재벌개혁이 되면 아마 삼성전자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다. 이제 떼어 먹는 게 없으니까. 삼성이고 LG고 아무 문제 없다. 안 건드리는데, 아무 문제 없다. 밖에서 얘기하는 대로 '재벌세'를 얘기하게 되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안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이런 터무니 없는 얘기를 기재부 장관이 반복한다는 것이 더 어처구니없다.

'자기네 가족 잘 살기'만 고집하는 재벌


ⓒ프레시안(김윤나영)
프레시안 : 재벌세 자체는 좀 약하다고 했는데, 보다 강한 내용의 재벌개혁 수단은?

홍종학 : 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다.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우리 기업들이 인식 못하고 있는데, 글로벌스탠다드에서 벗어나 있어서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자본주의는 어떤 것이냐'를 찾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계속적으로 '자기네 가족 잘 살기 운동'만 하고 앉아 있다. 재벌이 그렇게 끝끝내 '자기네 가족 잘 살기'만 고집을 한다면, 그러면 이제 더 이상 재벌이 국민기업은 아니지 않느냐.

이제 재벌에 대한 특혜는 없어져야 한다. 그것을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특혜, 재벌의 경제적 집중에 대한 남용, 이런 것들에 대해서 특혜는 줄이고 남용은 강력하게 규제하고.

그리고 이제는 재벌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그동안은 사실 재벌의 이념에 우리가 포위됐다고 할까, 그냥 넘어갔다고 할까. 재벌이 투자를 많이 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1970년대는 그랬다.

세상을 바뀌었는데도 계속 재벌을 지원해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게 '투자세액공제'다. 아직도 매년 2~3조 원씩 퍼주고 있다.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지금의 운영방식은 재벌에게 퍼줄 것을 다 퍼주고, 그다음에 고용해달라고 사정하는 방식이다. 퍼줄 것은 다 퍼주고 나서, '제발 동네 제과점에서는 좀 나와 달라' 이런 방식이다. 재벌에게 사회적 책임 의식이 있고, 재벌이 서민과 중소기업의 눈물과 고통을 이해했다면 알아서 해결했을 수도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나서서 했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이제 온 국민이 재벌의 탐욕스러움을 알게 된 것 아닌가. 저들의 윤리의식에만 맡길 수 없음을 알게 된 것 아닌가.

그러니 '니네가 혜택을 받으려면 고용을 늘려라. 니네가 고용을 받으려면 동네 골목 상권에서 빠져 나와라. 니네가 혜택을 받으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착취행위 그만둬라. 니네가 혜택을 받으려면 노동고용법 위반 그만둬라.' 이것이다. 이것은 그동안의 패러다임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웃기는 시장경제"의 정상화를 위해 '재벌세' 필요

프레시안 : 시장경제론의 입장에선 정부 간섭이 상당히 많아지는 것이라 반발이 심할텐데.

홍종학 : 아니다, 여태까지는 웃기는 시장경제였다. 시장경제라고 하면, 재벌에게 특혜를 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강만수 전 장관은 재벌을 위해서 저금리, 고환율 정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시장경제냐. 이것은 소비자를 착취해서 재벌에게 준다는 것인데, 국가가 엄청난 간섭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원 배분에 있어서 국가가 자원배분을 왜곡시킨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는 재벌이 국민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우리는 그 반대를 목격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한국의 시장경제는 왜곡된 시장경제다. 보통 이것을 한국에서는 '시장'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재벌 편향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시장경제 측면에서 봐도 정상화되는 것이다?

홍종학 : 시장에서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재벌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 이것이 김상조 교수가 말하는, 우리나라에 독특한 "신자유주의 과잉과 자유주의의 결핍" 현상이다. 1930년대 미국에서 달성된 재벌개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2000년대의 신자유주의만을 받아들여 미국보다 더 나빠진 상황이다. 미국도 경제위기가 왔으니 한국도 걱정이다.

미국에서 왜곡된 경제력에 의한 경제력 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가 1930년대 만들어졌고, 지금 우리 재벌과 같은 기업집단이 당시 해체 됐다. 이것이 중요하다. 우리 재벌들이 거짓말을 한 게, 미국은 저절로 해소 됐다는 것인데 과거 이런 자유주의적 개혁에 의해서 경제력 균형과 시장에서의 균형이 맞춰진 것이다. 그리고 난 다음, 미국의 황금시대가 온 것이다.

따라서 '재벌세'는 시장의 복원이다. 시장의 합리적 복원, 거기에 정부가 공공성을 담보해 주는 것이다.

축구 경기가 심판이 공정하게 심판을 보면서 하는 것이라면, 여태까지는 대학생들과 초등학생들과 경기를 시켜놓고 그걸 공정하다고 한 것이다. 초등학생 중에서도 뛰어난 축구 천재가 있는데, 시작부터 축구 천재가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갖춰진 분위기, 문제는 정치권의 의지

프레시안 : 결국은 도입이 실제로 될 것이냐, 도입 의지를 민주통합당이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일 것 같다. 18대는 어렵지 않겠는가. 19대 국회가 만들어진 다음, 추진을 하고 연내에 도입을 하거나, 이런 정도의 그림을 가지고 있나.

홍종학 : 정치권에서 논의가 됐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절실하게 요구해야 한다.

프레시안 : 분위기는 충분하지 않을까.

홍종학 : 재벌들에게 가서 사정할 것이 아니라 주인이 당신들이니 당당하게 요구하라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재벌세' 도입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 공정한 경쟁을 가져왔다. 노동계라면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요구해라. 결국은 그렇게 해야 해결이 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가 저러고 싶어서 저렇게 된 게 아니다(세계 최대 통신업체 '에릭슨'을 소유하고 있는 발렌베리 그룹은 스웨덴에서 5대째 존경받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소련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나니까 뺏기는 것 보다는 오히려 자기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그런 대타협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시 국민기업, 쉽게 얘기하면 재벌의 이해관계와 국민경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 것이다. 이런 것들(국민기업으로의 명성)이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

국민들도 인식을 해야 한다. 재벌의 행태는 글로벌스탠다드가 아니다. 이런 재벌의 형태가 유지돼서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들어갈 수 없다. 대표적인 나라가 지금 이탈리아다. 서구 유럽 대개의 경우, 거대 기업집단들이 소유지배구조가 좋아지면서 개선됐는데 유일하게 안 된 나라가 이탈리아다. 개혁이 안 되니까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것이다. 이상한 사람이 수상이 되고, 수상이 자꾸 이상한 일을 하고.

ⓒ프레시안(김윤나영)

"10년 내 한국 재벌들 다 무너질 수도"

프레시안 : 재벌세라는 명명 자체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재벌에 대한 이중적 인식이 아닐까 싶다. 하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업이 하는 꼴은 정말 보기 싫지만,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게 저들 아닌가, 한국 경제는 저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두 가지 인식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재벌세가 논란이 되는게 아닐까 싶다.

홍종학 : 맞다. 여태까지 그렇게 우리는 교육 받아 왔고, 다들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경쟁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경쟁할 수 없다. 이것을 너무나 간과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10년 내 한국 재벌들이 다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중국이 지금 싼 노동력으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고 있는데, 과학기술 능력 역시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지금 조선(造船)은 거의 쫓아왔다고 보이고, 반도체도 그렇다. 지금 '애플'도 다 중국에서 만들고 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첨단 기기를 만드는 데 오래 걸리겠나. 거의 다 쫓아왔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재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모한 투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합리적으로 출자를 할 때 우리는 그냥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굉장히 위험한 투자를 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성공하면 기업이 가져가고 실패하면 국가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유지돼 왔다. 그런데 중국은 시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무모한 투자를 앞으로 더 할 것이다. 그런 방식의 성장, 현재의 재벌 시스템에 의한 성장은 오래 전부터 한계에 도달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애플', '페이스북'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이다. 미국이 이것을 하기 위해 30, 40년 간 굉장히 노력을 해왔다. 사람들에게 창의력을 요구하고,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주고, 그들을 우대하고, 뻗어나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냥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 우리도 지금 바로 그것을 해야 할 때다.

서울대 안철수 교수가 얘기하듯 이제 '삼성 동물원'과 'LG 동물원'의 울타리를 뜯어낼 때다. 뜯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절박하다. 경제라고 하는 것이 문제가 있어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가다가 위기도 맞는다. 일본이 지금 그렇다. 일본이 전형적으로 한국과 같이 하다가 지금과 같이 됐다. 굉장히 튼튼한 중소기업을 갖고 있었는데도 저렇게 됐다. 우리는 훨씬 더 취약하다.

일부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불안하다고 해서 이 상태로 있으면 미래가 없다.



/이명선 기자(정리) 

2012년 1월 21일 토요일

이명박 라인, 최대 최후의 특혜?


이글은 레디앙 2012-01-20일자 기사 '이명박 라인, 최대 최후의 특혜?'를 퍼왔습니다.
KTX 민영화, 재벌에 5조원 안겨줘…1%를 위한 정책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KTX 민영화가 급제동이 걸렸다. 시민들의 적극적 반대 여론과 제1야당의 '민영화 저지 기획단' 발족을 비롯한 통합진보당과 자유선진당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전체 야권의 반발에 이어 급기야는 여당인 한나라당 비대위에서도 KTX 민영화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대 라인과 KTX 민영화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차라리 민영화가 나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던 국민들과 일부 시민사회단체까지 한 목소리로 KTX 사기업화(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1%를 위한 사회, 격차사회, 절망의 사회라고 불리는 오늘 날의 현실에 대한 반발이다.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그 충격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반면 재벌들은 사상 최고의 성과를 자축하는 이율배반을 목격해온 시민들이 깨어난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KTX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철도산업의 발전 전망이나 미래 기획은 보이지 않는다. 국토부는 왜 이렇게 무엇에 쫓기듯 KTX의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정권 출범 때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며 재벌 위주의 정책을 공공연히 밝혀왔던 MB 정권이 임기 말 마지막 대형선물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이번 KTX 민영화 추진 사업에 참여를 밝히고 있는 ‘동부-대우' 모두 MB 고려대 라인이라는 사실이다. 
대우건설은 TK-고려대 인맥인 서장욱씨가 사장으로 있다. 또한 대우건설의 모기업으로 금융지원 허가를 할 수 있는 산업은행장은 MB 정부 실세로 소문난 강만수씨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여권 내부에서도 임기말 대형 커넥션의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박근혜 비대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도 최초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차별화를 선언했다.
국토부 설명의 허구
국토부는 민영화 추진의 명분을 얻기 위해 한국철도를 비효율과 부실덩어리로 포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제 얼굴에 침 뱉기에 불과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IMF 부총재를 지낸 스티글리츠 박사는 “만일 어떤 정부가 공기업이 부실하다며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그 공기업을 부실로 이르게 만든 주범은 민형화를 추진하는 부패한 정부다.” 라고 일침을 가했다.
고속철도 20% 할인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덥썩 물 정도로 시민의식은 죽지 않았다. 그러나 전 사회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포퓰리즘 운운하며 “올바른 일은 직을 걸고 수행하라”고 다그쳤고 국토부도 "정책 변경은 없다"며 국민과의 대결을 선언했다.
토건족의 요구에 맞춰 불량예측을 반복해온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를 금과옥조로 들고 나온 국토부의 관료들과 이를 뒤에서 조정하는 MB 정권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들은 정말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헌신하는 것일까? 그 실체를 벗겨보자.
지난 2004년 철도 구조개혁이란 이름 아래 철도의 시설과 운영이 분리됐다. 기반 시설을 책임지는 철도시설공단과 열차를 운영하는 철도공사로 나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철도공사는 고속철도건설 관련 운영부채 5조2천억원을 떠안았다.
그러나 새로 추진되는 민영 KTX는 이런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수조 원이 예상되는 차량정비기지와 차량 구입비도 리스 방식을 도입해 신규 사업 진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1편성(객차 10량) 당 330억원에 이르는 고속열차를 사실상 렌트카로 쓰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비나 유지보수 비용도 들지 않는다.
특혜 종합선물
필수 인력 외에는 모두 연봉 2000만원의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로 채우겠다는 계획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은 공항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연말 해고 문자 통보처럼 언제든지 새로운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근속 년수가 쌓일수록 보수를 올려줘야 하는 만큼 효율적 인력 운영이라는 원칙을 세운 민영KTX는 용역업체에서 인력을 공급받을 것이다.
또한 20% 할인을 주장하는 교통연구원의 KTX 민영화를 촉구하는 보고서는 "기존의 요금 정책과는 다른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다시말해 운임정책의 자율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 요금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정부로부터 통제받는 공공요금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철도산업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 2010)"라고 밝혔다.
이는 민간 사업자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정부의 요금 통제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초기 자기자본 비율은 20%만 채우도록 함으로써 결국 80%의 비용은 금융기관의 빚으로 메워 민영 KTX 진출 자본은 사실상 특혜의 종합선물 상자를 받게 될 것이다.
계산이 나온다. 과거 철도공사가 떠안았던 고속철도건설 관련 운영부채 같은 부담을 지지 않는다. 이후 운송사업을 통해 선로 사용료로 갚아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철도공사에 비해 최소 1조원 이상의 부담을 덜게 된다.
56편성 도입 계획으로 있는 KTX차량 구입 비용 1조8480억을 리스로 대체하고, 2조원 이상 드는 차량정비창 및 영업체계 구축 비용을 저가로 임대할 경우 어림잡아 4조원 가까운 특혜가 주어진다. 또한 리스로 인한 차량 유지보수 비용과 시설 유지보수 위탁에 따른 비용 절감 특혜가 연간 1500억원 이상이다.
역무시설의 임대로 생기는 절감비용에 세후 11.7%를 보장한다는 KTX 운송 수익을 더하면 당장 5조원에 이르는 선물을 재벌에게 헌납하는 셈이다. 여기에 신규 진입자의 원활한 사업 정착을 위해 선로 사용료 감면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재벌들에게 정권 말 이보다 더 좋은 선물세트는 없을 것이다. 1%에 속한 재벌에게는 천국의 열매가 주어지는 것이다.

2012년 01월 20일 (금) 03:58:45 박흥수 /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철도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