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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8일 수요일

[사설] 용산참사 구속자 사면, 더는 외면 말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07일자 사설 '[사설] 용산참사 구속자 사면, 더는 외면 말라'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한 것은 모두 세 차례다. 2010년 8·15 광복절과 올해 1월 설맞이 특별사면을 했고, 2009년 12월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만을 위한 ‘1인 특별사면’을 하는 보기 드문 기록도 세웠다. 특별사면·감형·복권 등의 혜택을 본 사람이 3449명에 이르며, 비리 혐의에 연루된 정치인, 경제인, 전직 고위관리 등도 빠짐없이 ‘사면의 은총’을 입었다.
그러나 용산참사 철거민들만은 예외였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그토록 간절하게 이들의 석방을 호소했으나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내세운 ‘대립과 갈등 해소’니 ‘소통과 화합의 계기 마련’이니 하는 특별사면의 명분도 용산 철거민들은 비켜갔다. 이들을 사면하면 용산참사에 대한 정부의 잘못을 시인이나 하는 것처럼 비칠까 질겁했다. 불길이 치솟는 지옥 같은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철거민 8명은 이 때문에 꼬박 3년째 차가운 감방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용산참사 구속자 8명 전원에 대한 사면 요청 건의서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며칠 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면을 요청했다. 이 정부의 양식과 이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용산참사의 본질은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철거민들의 항의시위에 경찰이 사전 대비도 제대로 안 하고 무모하게 진압작전을 펼치다 빚은 참사다. 그들은 “범법자이기 전에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생계 터전을 잃고 겨울철 강제철거의 폭력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절망했던 사회적 약자”(박원순 시장)이며, “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자승 스님)는 지적은 백번 지당하다. 설사 백보를 양보해 법원의 판결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들을 계속 감옥에 가둬놓는 것은 우리 사회의 수치다.
용산참사는 이명박 정권의 씻을 수 없는 원죄요 업보다. 정권이 지금처럼 처참하게 몰락하게 된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용산참사와 맞닥뜨린다. 이런 처참한 비극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정권이 잘되기를 바란 것부터 뻔뻔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이른 시일 안에 용산참사 구속자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 책무를 외면해선 안 된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바로 이런 곳에 쓰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2011년 12월 31일 토요일

당신께 안내하고 싶은 곳들


이글은 레디앙 2011-12-30일자 기사 '당신께 안내하고 싶은 곳들'을 퍼왔습니다.
[청년이 청년에게] 31세 김영경, 26세 이준석에 말을 건 까닭

안녕하세요. 저는 청년유니온이라는 청년세대들의 노동조합 위원장을 하고 있는 서른 한 살 김영경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레 편지를 띄우게 되어 조금 민망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당신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스물여섯, 내게 있었던 것들
처음 과학고에 하버드 출신이라는 이력을 언론과 호사가들이 강조할 때 저는 당신이 교육봉사를 해왔다는 것을 더 먼저 보았습니다. 저 역시 가난한 동네에서 파트타임 학원강사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갈 때 이 사회의 교육불평등에 의해 아이들의 미래가 어두워 보일 때마다 깊은 절망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스펙보다 교육봉사를 해왔던 당신의 진정성을 더 믿고 싶었습니다. 스물여섯이라는 젊음이 동세대 청년들의 아픔과 고통을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스펙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만 어제오늘 준석님이 철거민들의 투쟁을 두고 상처가 될 만한 이야기를 퍼부었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신께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물 여섯이라는 아름다운 나이에 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힘들었던 기억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새벽녘 언젠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팔고 있었거나, 욕을 해대는 아저씨들에게 먹먹한 가슴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부끄러운 마음에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역 출구에서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스물 여섯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에서 82% 청년들이 가지고 있다는 빛바랜 대학 졸업장과 학자금 대출 빚 1천만원 뿐이었습니다.
그 1천만원 빚은 어린이날 놀이동산에서 곰돌이 인형을 쓰고, 빛도 들지 않는 지하 대형마트에서 보안요원을 하며 갚았습니다. 스물 여섯의 특목고 출신, 하버드 수학, 청년 벤쳐 CEO, 교육 자선을 하면서 거대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으로 들어간 이준석씨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인가요?
철거민들의 외침 이해해야
당신을 비판하려고 쓰는 편지가 아닙니다. 고소득층만 들어간다는 특목고를 나온 것도, 최저임금 4,320원으로 5,000시간(하루 10시간씩 500일) 이상을 일해야 일년 등록금을 낼 수 있다는 하버드에서 공부를 한 것도 당신의 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거대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이라면, 그리고 청년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려 한다면 당신이 비난했던 그 철거민들의 날카로운 외침이 곧 동세대 청년들이 이 사회가 가하는 고통 속에 내뱉는 아픔의 신음소리와 다르지 않은 것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2011년 우리 또래 청년들 대부분은 그 철거민들과 같습니다. 취직하지 못하는 청년이 1/4입니다. 취업하는 대부분의 청년들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인턴입니다. 몸을 버려가며 밤새 위험한 일을 해도 가까스로 백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을 뿐입니다.
서울의 원룸 월세는 50만원이 넘습니다. 학자금 대출상환은 매달 30만원씩 나갑니다.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신이 나이만 젊은 청년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청년을 대변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신이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고, 청년임대주택을 이야기하고, 돈이 없어서 수입산 찐 쌀로 만든 1,500원짜리 김밥을 먹는 청년들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청년 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바꿀 마음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름다운 스물여섯을 살아가고 있는 당신께 30분 배달제가 폐지된 피자집과, 알바생에게 주휴수당을 챙겨주는 커피전문점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배달원과 그 알바생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추신 : 아름다운 한 분이 또 소천 하셨습니다. 그 분이 오랜 고통을 이겨가며 대변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날선 외침과 신음을 내뱉고 있는 약자들을 위한 민주주의였음을 준석씨와 제가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2011년 12월 30일 (금) 14:16:14 김영경 / 청년유니온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