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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2일 목요일

KBS 새노조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십건 더 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22일자 기사'KBS 새노조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십건 더 있다”'를 퍼왔습니다.

국무총리실이 김종익씨 외에도 다수의 민간인을 불법사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Reset KBS 뉴스9’에서 국무총리실이 김종익씨를 비롯해 최소한 수십명을 대상으로 불법사찰이 진행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새노조는 “청와대의 지시로 총리실이 광범위하게 사찰하면서 작성한 이른바 ‘하명사건처리부’를 단독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2010년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할 당시 작성한 이른바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다. 새 노조는 “청와대가 지시한 사찰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리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 문건에는 김종익씨를 포함해 25건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씨와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사찰을 비롯해 인터넷에서 대통령을 비방한 한 누리꾼의 글을 사찰한 정황도 있다. 문서 한 귀퉁이에 ‘B.H 하명’이라는 글이 써있어 청와대(B.H, Blue House)가 불법사찰의 지시한 몸통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를 퍼왔습니다.

이 3건 외에 나머지 22건은 가려져 있어 구체적인 사찰 내역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새노조는 이들 22건의 인사에 대해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정관계 인사나 정부 정책을 비판한 민간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또 김종익씨의 말을 인용해 “검사로부터 얼핏 들은 것은 국무총리실에서 사찰한 사람들이 여러명 정도가 아니고 몇십 명 단위”라고 밝혔다.

새노조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작성한 컴퓨터 파일 목록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이 목록에는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의 비리 보고 파일과 파업 중이던 쌍용자동차 노조에 대한 작전 보고 파일이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을 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지송년 밤’ 파일, 서울에서 활동하는 동지상고 출신 인사 목록을 정리한 파일 등이 존재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 퇴직 경찰관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에 대한 관리 방안이 문서로 보관돼 있었으며 KBS에 대해서는 세 차례에 걸쳐 동향을 추적한 파일이 발견됐다.

새노조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증거 인멸로 사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파일의 제목이 남아 있는 목록은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관련 증거가 남아있는 컴퓨터가 한대 존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민간인 불밥사찰의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나흘 전 관련 파일을 삭제했으나 당시 삭제 대상이던 컴퓨터 한대가 이미 사라져 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2012년 3월 4일 일요일

안개 속 겨울도시의 풍경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2-03-02일자 기사 '안개 속 겨울도시의 풍경'을 퍼왔습니다.

서울 석관동에 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연출전공 3학년. 트위터 @mkmodus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닿는 거리에 있는 어느 도시에 들린 적 있었다. 두꺼운 잠바에 귀마개, 내복바지까지 단단히 무장했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날카로운 추위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다. 여느 지방도시에서나 그렇듯 늦저녁 역전 한복판은 바삐 걸어가는 퇴근길의 노동자들로 복작거렸고 광장에는 술 취한 노숙인이 쭈그려 앉아 있었다. 나는 가까스로 현금인출기를 찾아 몇 장의 지폐를 뽑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 도시와 내가 대체 무슨 인연이기에 이리도 자주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맨 처음 이곳에 왔던 6년 전보다 이곳은 더 화려해졌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 빨라져있었다.
버스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더 낯설게 느껴졌다. 몇 번이고 갔던 길이지만 항상 처음 같았다. 생경한 풍경에 눌려 자꾸만 내가 작아지는 것만 같았고, 무기력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나는 어떤 이유에서건 그곳에 가야했고 그곳에 간다면 아직은 내가 세상에 ‘냉소’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강박증적인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버스가 한창 안개 속을 누비며 달리고 있을 때 갑자기 30대 중반 가량의 한 남자가 운전수에게 욕지거리를 쏟아냈다. 자신이 내릴 곳이 어디냐고 몇 번이고 물었는데 대체 왜 대답하지 않느냐는 게 그의 폭발적 분노의 원인이었다. 좋은 말로 그를 말리고 싶었지만 뚜껑 열고 역정을 내는 그 우락부락한 사람을 저지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며 통탄했던 김수영의 시구가 귓가에 어른거렸다. 친구와 싸우다가 칼로 찔러 죽였다는 저 흔한 사건사고 레퍼토리도 떠올랐다. 그날만 해도 벌써 서너번 그런 광경을 본 것 같았다.
목적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기 무섭게 나는 형언키 어려운 감정에 휩싸였다. 마치 예술영화전용관의 스크린 속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그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희망’을 말했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를 말했고, 두려움 없이 행동을 도모해 “이 썩어빠진 세상을 바꾸자”고 소리쳤다.
그곳은 다름 아닌 쌍용자동차 공장 앞이다. 이 ‘반전’의 도시는, 평택이다. 나는 마치 뿌옇고 차가운 겨울안개 같은 세계에서 하나의 따뜻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그곳에 서서 사람들과 함께 소리치고 또 춤을 추었다. 그곳에 모인 수천명의 사람들은 분노마저 조각조각 파편화시키는 세상에 대해 저마다의 목소리를 냈다. 정리해고 박살내자, 비정규직 철폐하라, 무원칙한 야권연대 기만이다, 신자유주의 끝장내자!
많은 죽음들이 있었다. 대추리의 “가을바람 머물다간 들판”과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놀”을 노래한 고즈넉한 풍경은 이제 동요로만 남았다. 2006년 당시 한명숙 총리의 행정대집행에 의해 이곳에서 평생 농사짓던 주민들의 절규와 함께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또 우리는 2009년 여름 언론과 대중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정권이 자행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짓밟힌 쌍용차 노동자들의 77일간의 항쟁을 알고 있다. 그 공장에서 난 2012년 신차는 “스타일은 젊어지고 디테일은 깊어졌다”지만, 지난 2월 15일부로 해고 1000일을 맞은 노동자들의 삶은 보다 더 끔찍한 안개 속에 파묻혀왔다. 그러나 들판의 노을을 뭉갠 장본인이나 “해고는 살인이다” 절규한 노동자들을 밀어낸 장본인이나 누구도 그 죽음들에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모두가 ‘복지’를 운운하고 정의를 모사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폭거는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이다.
복작거리던 공장 앞에서의 밤이 끝나고 다시 사람들이 썰물처럼 사라지면 어디선가 다시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다. 세 번째 희망텐트촌의 밤이 지나고 이틀 후, 스물한번째 죽음의 소식이 들렸다. 이제는 말문이 턱 막혀 어떤 말도 내뱉기 힘들다. 어떻게든 이 죽음의 행렬을 끝장내야 한다는 생각이 온종일 맴돌 뿐이다. 더 많은 이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 안에 내면화된 공포의 안개를 뚫고 나아가야 할 때다.
http://alllookzine.net/index.php/archives/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