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6일 수요일

[사설] 잘못된 정치는 선거 참여로 바로잡아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5일자 사설 '잘못된 정치는 선거 참여로 바로잡아야'를 퍼왔습니다.
서울시장과 전국 11곳의 기초단체장 등을 뽑는 재보궐선거가 오늘 치러진다. 정치와 선거에 냉소적인 태도를 갖기는 쉽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하는 데서 시민들이 더욱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오늘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빠짐없이 주권자의 도리를 다해야 하는 날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쉬웠던 대목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의미가 충분히 토론되지 않은 점이 그것이다. 서울시장 보선은 오세훈 전임 시장이 시의회와 무상급식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거듭 무리수를 둔 결과 초래됐다. 시민과 시의회 그리고 관련 법 절차를 무시한 것이고, 이명박 정부가 수시로 저질러온 ‘민주주의 후퇴’의 잘못을 서울시정에서 되풀이한 것이다. 시민들이 수고스럽게 투표장에 다시 나가야 하고 예산과 행정력을 허비하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전임 시장과 한나라당에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를 공식적으로 반성하지 않았다. 선거전이 후보 검증 공방으로 흐르면서 이러한 본질적 쟁점이 묻힌 느낌이 적지 않다. 시민들이 지금이라도 그 의미를 분명하게 새길 필요가 있다.
후보들의 정책 차이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가령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는 초·중학교에 보편적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소득 구분 없는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소신에 변함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시끌벅적하게 논란이 벌어졌지만 결국 가장 굵직한 정책에서는 오세훈 전임 시장과 야권의 논쟁 구도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태다.
주거, 복지, 교육, 환경, 일자리 등 생활정치의 공약은 중요하다. 아울러 선거는 국정 담당 세력에 대한 평가의 기회임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가령 반이명박, 반오세훈을 외치는 후보가 잘못된 후보인 것처럼 몰아가는 일부 후보의 논리는 옳지 않다. 그릇된 국정수행에 대해선 당연하고도 당당하게 궤도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야권 단일후보나 야권연대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판단을 내리면 된다.
시민들이 투표소에 들어서기에 앞서 정치와 선거의 본질적 쟁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주기 바란다. 주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임을 명심하자.

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아이들 굶기고 '화장발'만...분통 터집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10-25일자 기사 '아이들 굶기고 '화장발'만...분통 터집니다'를 퍼왔습니다.
[오마이뉴스-세금혁명당 공동기획③]차기 서울시장이 반드시 해야할 10가지

오는 26일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공방이 뜨겁습니다. 후보 간 신상과 재산 형성 등에 대한 검증이 대부분입니다. 는 풀뿌리 시민운동단체인 과 함께, 서울시 재정과 복지 등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검증을 진행합니다. 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차기 서울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26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10.26 서울시장 보선은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데 쓰는 700억 원을 두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 떠들었던 전임 시장 때문에 치르는 선거다. 2011년 서울시 예산의 0.35%에 불과한 의무급식 예산 700억 원이 그토록 아깝다면 오세훈 전 시장은 자신의 임기 5년 동안 예산을 제대로 썼을까? 알다시피 오 전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각종 '화장발 포퓰리즘' 사업에는 수천억씩 아낌없이 퍼부었다.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이다. 이 사업은 디자인 관련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목표도 있지만, 눈에 띄는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오 전 시장의 야심에서 시작됐다. 이 건물의 설계자로는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자하 하디드라는 저명한 설계가가 선정됐다.

[과제⑥] '
전시성 화장발' 사업 중단해야 

당초 책정된 설계비는 79억 원. 오 전 시장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이 사업의 설계가 지연되자 그는 애가 탔다. 관련 공무원에게 설계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자 그는 불호령을 내렸다. 이어 그는 그의 보좌관 한 명과 관련 공무원들을 현지로 보내 자하 하디드에게 설계작업을 서두르도록 재촉했다.

당시 추세로 가다가는 재선 시점인 2010년 6월 이전에 건물을 완공해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던 것. 이런 상황에서 자하 하디드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설계비 인상을 요구했다. 다급했던 서울시 측은 설계비를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설계비는 당초 두 배 가량인 155억 원을 넘겼다.

또 자하 하디드는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설계를 하기로 유명한 인사. 이 사업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공기술로 구현하기 어려운 디자인들이 속출하다 보니 공사비는 계속 치솟았다. 이렇게 해서 당초 2274억 원으로 잡혔던 사업비는 4228억 원까지 갑절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사업은 결국 재선 시점에 맞춰 완료되지 못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완공 전에라도 이 사업을 널리 홍보하려 했다. 그래서 이 건물 홍보관을 짓는 데만 30억 원을 썼다.

이렇게 많은 돈을 쓴 결과 이 사업의 당초 목표였던 패션 등 디자인 산업 진흥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일까. 아직 건물이 완공돼 운영되지 않은 탓에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는 정작 디자인 인력과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 쥐꼬리만해 디자인 인력들은 일거리를 찾기 어렵고 인근 동대문 의류상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시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4228억 원을 동대문 의류시장에 모여 있는 창의적인 디자인 인력들을 키우고 이들이 개발한 디자인 상품의 마케팅과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데 썼다면 일자리도 많아지고 부가가치도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 2010년 2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최오균

깊이 따질 필요도 없이 상식을 가진 평범한 시민이라면 침체해 가는 동대문 시장은 내버려둔 채 수천 억 짜리 건물을 짓는데 예산을 흥청망청 썼을까? 의무급식 예산 편성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던 오 전 시장이 그보다 여섯 배나 큰 자신의 '화장발 포퓰리즘' 사업에는 씀씀이가 헤프기 이를 데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도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들 한 해 밥 먹일 돈으로 랜드마크 세우는 게 낫다"는 발언을 한 적 있다. 그의 셈법을 알 만 하다.

세빛둥둥섬 등 한강르네상스 사업 대부분도 경제성은 따지지도 않은 채 자신의 판타지를 구현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오세훈 판타지'가 현실에서는 황당한 세금 낭비라는 '공포 호러물'로 귀결된 사례가 한강 수상콜택시 사업이다.

서울시는 관광객 유치와 출퇴근 대체교통 수단 제공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2007년 10월부터 한강 수상콜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630억 원을 들여 선착장 등을 만들었다. 이 사업으로 관광 및 출퇴근 이용자가 하루 1만 9500명은 될 거라고 서울시는 당초 전망했다.

하지만 하루 이용자는 115명(2008), 135명(2009), 83명(2010년)에 불과했다. 당초 예상치의 200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세금 낭비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처럼 이용객 저조로 2007년 10월부터 올해 8월말까지 모두 15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고 국회 국토해양위 김성순 민주당 의원이 밝힌 바 있다. 시민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이런 식으로 오 전 시장은 '디자인서울' 사업에 1163억 원을 쓰는 등 서울의 외관을 바꾸는데 치중했다. 그는 또 자신의 치적사업을 알리는 홍보에도 필사적이어서 2010년 홍보 예산은 500억 원에 육박했다. 시장 임기 첫 해인 2007년 해당 예산이 94억원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다.

이처럼 눈에 띄는 전시성 사업은 서울시를 비롯한 대다수 지자체에서 예산을 낭비하는 주범이다. 따라서 신임 서울시장은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전시성 사업들은 전면 재검토해 중단하거나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 스스로도 그 같은 과시욕에 기반한 사업들에 혈세를 탕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과제⑦] 관경유착 아웃, 시민참여 확대!

'관경유착'도 세금낭비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구조다. 또한 시민들이 정책 결정과 예산 배분에서 멀어지게 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의사보다는 이해관계를 가진 '업자'들이 시정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업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서울시 등 지자체 관료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시의 특성상 각종 도시계획과 관련한 사업들이 많다. 필자가 서울시 재직 당시 살펴보니 서울시 관료들은 각종 도시계획상의 세부 개발계획을 짜거나 세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가진 업체들에게 용역을 주거나 아예 실시방안까지 짜오도록 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을 뒀던 디자인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남산르네상스' 사업의 경우도 특정 건축사무소가 마련한 마스터플랜을 기본 컨셉으로 해서 추진했다.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여론이나 각계 전문가 의견을 심층적으로 반영하는데 소홀했다. 설사 공청회 등을 연다고 해도 이미 마련한 정책안을 추진하기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서울시 관료들 역시 지자체장 못지않게 실적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설물 건립사업을 선호한다. 이를 잘 아는 '업자'들은 그럴듯한 사업안들을 들고 들어가 관료들을 유혹(?)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온갖 첨단사업 명칭을 내건 전시성 사업이나 각종 스포츠대회 및 경주대회를 개최한다면서 대형 운동장이나 컨벤션센터 건립이 추진된다.

이번 기획의 1편에서 소개한 바 있듯이 '턴키사업'이 남발되는 것도 업자들과의 유착 때문이기도 하다. 재벌 건설업체들은 가격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할 수 있으므로 턴키입찰이 늘어나도록 강력히 로비한다. 심지어는 입찰방식을 결정하는 서울시 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위원들이 모두 건설업계나 설계업계 종사자들인 경우도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었다.

이 때문에 2008년 기준 50억 원 이상 서울시 건설사업 8조 6818억 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턴키 발주 공사였다. 물론 이런 관경유착은 뇌물 수수 등 부정비리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계천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차기 서울시장은 이런 관경유착을 근절하고 정책 및 예산 배분 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우선, 올해부터 시행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질화하고 시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각종 행정정보공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업자'들을 끼고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보다 폭넓게 시민들의 여론과 사심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과제⑧] 탈토건 친생활(교육·문화·복지)로 구조 개혁하라

오세훈 전 시장은 의무급식에 대해 "부자 아이에게까지 공짜 밥을 먹일 필요가 있느냐"며 이른바 선별적 복지, 맞춤형 복지를 강조했다. 그러면 오 전 시장은 선별적 복지라도 제대로 한 것일까.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예산 가운데에 원지동 추모공원(335억 원)사업이 포함돼 있고 환경보전예산 가운데는 동네뒷산 공원화 사업(576억 원)과 강북지역 생태문화공원조성(137억 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 원) 사업 등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포함돼 있다. 또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한강예술섬 조성(243억 원) 사업과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 원) 예산 등이, 산업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 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 원) 등 하드웨어형 시설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일반회계 뿐만 아니라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시의 경우 특별회계는 도시철도, 교통사업, 광역교통시설, 주택사업, 도시개발, 재정비촉진, 하수도사업, 한강수질개선사업 등 모두 12가지로 2010년 기준으로 5조8353억 원 규모다. 이렇게 보면 2010년 기준 서울시 예산 약 21조 원 가운데 9조 원 정도는 하드웨어형 예산, 자치구 및 교육청 전출금과 일반행정 및 예비비 등 모두 6조 원 가량을 제외하면 서울시 예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형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은 대략 6조 원 정도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시민들을 만나 득표활동을 벌이고 있다. (왼쪽)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배식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가 점심식사를 겸해 대학생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식판을 들고 연세대 학생식당 세미나실로 들어오고 있다. 2011.10.13 오마이뉴스 유성호/남소연

소프트웨어형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복지 예산 4조834여억 원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의료급여지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분담금, 기초노령연금 지급, 보육료 지원 등 대부분이 의무적인 법정지원 예산이 대부분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늘린다든지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문화 및 교육 투자 등을 통해 사회자본 및 인적자본을 구축하는 데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게 사회복지 예산이다.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여억 원 줄어들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년 22만330명에서 2010년 22만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여억 원에서 6085억 원으로 354여억 원 줄어들었다.

또 2009년 414여억 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1076여억 원에서 264억 원으로 813억 원 가량 줄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여억 원 등이 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이다. 오 전 시장이 선별적 복지조차 제대로 추진했던 증거는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의 교육지원 사업 예산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교육청 전출금을 제외한 2011년 서울시의 교육지원 예산은 1445억 원. 서울시 전체 예산의 0.7% 정도에 불과하다. 이 나마도 2010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서울시의 빈약한 교육, 복지 재정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그에 대한 대응으로 '3무학교' 사업 등을 내놓으며 관련 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게 이 정도다. 비슷한 사정은 서울시가 도서관 78곳과 문고 620곳에 지원하는 2011년 운영 지원비가 82억 원에 불과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차기 서울시장은 '탈토건 친생활(복지·교육·문화)' 방향으로 재정 사용을 크게 늘려야 한다. 특히 비중이 매우 작은 교육·문화 예산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 예산액의 일정 비율을 교육이나 문화 지원에 쓰도록 조례를 개정할 필요도 있다. 특히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현재보다 크게 낮춰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해 사립대 중심의 등록금 장사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연간 200억 원 정도면 등록금을 반값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데, 이 정도는 토건사업의 감축과 입찰제도 개혁 등을 통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 6월 27일 오전 장마와 태풍으로 한강물이 불어난 가운데 서울 반포대교 부근 세빛둥둥섬 입구에 '대단히 위험합니다. 접근하지 마십시요!" "위험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 권우성

[과제⑨] '진짜 반값아파트'로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하라

이명박 정부의 억지 부동산 부양책에 따른 시장 교란으로 전세난이 심해지는 가운데 급속한 고령화로 저소득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확충은 매우 절실한 과제다. 이는 집값 거품이 가장 극심한 서울시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서울시에 집 지을 땅이 많지 않기도 하고, 현재의 고비용 구조를 감안할 때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만만찮은 과제다. 현재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을 각각 5만호와 8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 목표는 다르지만 두 후보 모두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의지는 충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적 측면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어떻게 공급하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전시성 토건사업을 대폭 줄이고 입찰제도개혁과 가격 담합 등을 근절해 공공임대주택 건설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건설 원가를 크게 낮춰야 한다.

SH공사 등이 조성하는 공공택지 등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하면 이론적으로는 반값 이하 아파트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임대료로 환원할 경우에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월 20만 원 수준에서도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CM(Construction Management) 사업자들이 사업을 맡아 공기를 단축하고 분양원가를 대폭 축소할 수 있도록 해 방만한 SH공사와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 하다. 특히 건설기술연구원 등에서는 아파트 시공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공법 등이 개발돼 있으므로 이런 기술들을 적극 활용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진짜 반값아파트'인 셈이다.

이와 더불어 독일과 핀란드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에 널리 퍼져 있는 사회형 주택조합 건설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친서민주택'이라는 포장을 둘렀지만, 공급물량의 3분의2 가량을 분양용 주택으로 짓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적어도 서울시가 짓는 보금자리 주택은 가급적 전량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을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유도한다는 전제 아래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주택바우처 제도를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과제⑩] 위기 관리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투자 늘려야

오세훈 전 시장은 각종 전시성 화장발 사업에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도시의 보이지 않는 위험관리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 다른 대부분 예산들이 크게 늘어난데 반해 도로시설물 유지관리 예산이 2002년 3096억원에서 2010년에는 2691억 원으로 쪼그라든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억지 변명을 하지만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5년 만에 10분의1 수준으로 격감했다. 또한 올해 소방공무원 개인보호장비 보강 및 유지관리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났다.


▲ 지난 7월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남부순환도로에서 현장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들이 토사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올해 여름 물난리를 겪고 나자 하수관거 등을 건설하는 등 모두 5조 원을 들여 토건사업 방식으로 홍수를 막겠다고 밝혔다. '디자인거리'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시내 곳곳의 불투수층이 늘어난 탓이 큰데 토건사업으로 홍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이런 사업방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투입대는 예산에 비해 그 효과가 매우 의문스럽다. 하수관거를 통한 중앙집중식 물 관리 방식 대신 시내 곳곳의 학교나 관공서, 공동주택 등에 빗물 저류 시설을 갖추는 분산형 물관리 시스템을 쓰면 빗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해 환경을 보호하고 예산도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식수 수질을 높이겠다며 고도정수시설을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수천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서울 주민들의 수돗물 이용률이 낮은 것은 정수 수질이 낮아서라기보다는 노후 수도관을 타고 오는 과정에서 수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노후 수도관 교체 예산을 늘리는 한편 상수도관 중간중간에 염소 투입 지점을 늘리면 얼마든지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올바른 정책 접근을 통해 세금낭비를 줄일 여지는 매우 많다. 차기 서울시장은 이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시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에는 충분한 투자를 하되, 기존의 사업 관성 속에서 막대하게 새고 있는 세금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사설] 대형교회의 정치선동, 시민의 손으로 끝내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4일자 사설 '대형교회의 정치선동, 시민의 손으로 끝내자'를 퍼왔습니다.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가 지난 일요일 예배시간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낙선을 호소했다고 한다. ‘사탄·마귀에 속한 사람’이니 그런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얼빠진 선동에 넘어갈 리 없다. 문제는 상습적으로 되풀이되는 김 목사와 같은 대형교회 목사들의 정치선동이 사회분열과 종교갈등을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의 종교평화와 사회통합을 위해 시민들이 이런 행태를 단호하게 거부할 때가 됐다.
김 목사는 2007년 대선 때 “장로님(이명박 후보)이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최근 서울시 주민투표 땐 “무상급식, 무상의료 때문에 우리 경제가 몰락할 위기에 빠졌다”고 습관적으로 선동했다. 그의 이런 행태들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다른 대형교회 목사들을 정치·선거에 경쟁적으로 개입시키는 신호탄 구실을 했다. 지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대형교회들은 주보나 광고를 통해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일부는 ‘투표하지 않으면 학교에 동성애가 급증한다’ 따위의 거짓말을 퍼뜨리기도 했다.
선거 품앗이로 정치적 영향력과 교세 확장을 꾀하는 목사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을 애써 선거판으로 끌어들이려는 보수 정치인들이 더 문제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이미 한기총을 방문해 협력을 요청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뻔질난 구애 끝에 주민발의에서부터 투표에 이르기까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전 과정을 대형교회의 지원 속에 치렀다. 나 후보도 지금 대형교회의 노골적인 지원 속에 선거를 치르고 있다.
교회가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하고 정치는 교회와 권력을 공유하는 것만큼 심각한 ‘악마의 거래’는 없다. 영혼을 팔아버린 교회로서는 하늘의 평화와 정의를 실천할 수 없다. 대신 힘에 의한 질서를 추구함으로써 사회분열과 종교분쟁을 부추긴다. 현대사회에서 정교분리 원칙이 특히 강조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대형교회의 우상인 미국에서도, 교회가 직접 정치에 개입하면 각종 면세 혜택을 박탈한다.
선관위가 감시한다고 하지만 미덥지 않다. 열쇠는 시민에게 있다. 시민의 선택에 사회통합과 종교평화가 좌우되는 까닭이다. 무엇이 과연 사회를 위협하는 악마인지 이번 선거에서 분명히 드러나길 기대한다.

[사설] 안철수 교수 재등장, 한나라당이 자초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4일자 사설 '안철수 교수 재등장, 한나라당이 자초했다'를 퍼왔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 선거대책본부를 찾아 박 후보 지지 뜻을 다시 확인하고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안 교수의 이런 행보는 박빙의 판세를 보이는 서울시장 선거뿐 아니라 내년 대선 판도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관측과 분석, 격렬한 찬반논쟁을 낳고 있다.
안 교수가 막판 서울시장 선거전에 등장한 것은 고도의 정치행위임이 분명하다. 대선 과정에 한발 더 깊숙이 발을 담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정치행보를 예단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어제의 메시지도 주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두었다.
한나라당은 안 교수에 대해 “정치를 하려면 교수직을 버리고 정치판에 들어오라” “철없는 철수씨의 정치도박” 등 거친 표현을 총동원해 공격했다. 선거전의 성격상 이런 공세를 굳이 탓할 일은 아니다.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응은 그만큼 안 교수의 파괴력을 두려워한다는 징표로도 읽힌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비판 논리 자체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안 교수는 애초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한 사람이다. 따라서 박 후보가 승리하도록 힘을 보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안 교수는 또한 “현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도 반대한다”는 등의 말로 반한나라당 노선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안 교수가 마냥 침묵으로 사태를 수수방관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게다가 안 교수의 박 후보 지원은 한나라당이 자초한 측면이 짙다. 한나라당은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런 전략은 효력을 발휘했다. 물론 박 후보로서는 안 교수의 지원 없이 선거전을 치를 수 있었다면 더욱 떳떳하고 모양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나라당의 무차별적 네거티브 공세가 없었다면 안 교수가 선거전에 등장하는 일도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안 교수를 비판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까마득히 잊은 채 오만함과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한 것이 안 교수를 다시 불러들인 근본 원인임을 깨닫기 바란다.

[사설]‘안철수 지원’ 비판만 말고 성찰의 계기 삼아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4일자 사설 '‘안철수 지원’ 비판만 말고 성찰의 계기 삼아야'를 퍼왔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해 응원 편지를 전달하고, 선전을 당부했다. 전날 예고한 대로 박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야권은 반색했고, 여권은 반발하고 있다. 막판까지 ‘안철수 논란’이라니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안철수’에서 시작해 ‘안철수’로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든, 야든 정당들이 이토록 왜소해진 선거판이 있었을까 싶다.

사실 안 원장의 지원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지난 9월 초 안 원장이 시장 출마를 검토할 당시 내놓은 변이 현 집권세력, 즉 한나라당의 확장성 반대였다. 이번 보궐선거가 바로 한나라당 때문에 다시 치러지게 된 것으로 그 과오를 응징해야 역사가 발전한다는 논리였다. 이 같은 전후맥락상 박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안 원장이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박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을 존중해 조건없이 출마를 양보한 처지이고 보면 박 후보를 돕는 것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논리적 귀결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말라’는 둥 안 원장을 맹폭하고 있으나 그 같은 공세는 안 원장의 존재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방증일 뿐 그 어떤 논리적 근거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안 원장을 선거판에 다시 불러들인 것은 한나라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철수 바람’을 타고 부상한 박 후보는 여당의 저급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에 말려 고전했다. 초반에 포지티브전을 구사하던 박 후보 측도 결국 네거티브전으로 돌아섰다. 두 사람이 비공개 회동에서 “이번 흑색선전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고 공감했을 정도다. 안 원장은 이번 선거가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 대 강북,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니고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이 전면에 나선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선거 승리는 정당에 지상명령과도 같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도외시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내놓고 말은 못해도 ‘안철수 현상’의 실체는 여당도 인정하는 바다. 그럼에도 여당은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정치혐오를 부추겨 안철수·박원순 단일화의 지지층 이탈을 노리는 네거티브 전략에 몰두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 안 원장의 지원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는 게 옳다. 시민사회가 변화하고 있는데 정작 한나라당만은 이를 외면한 채 과거에 안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11년 10월 24일 월요일

기자가 걸어본 이자르강, 4대강 사업 모델이라고?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블로그 2011-10-23일자 기사 '기자가 걸어본 이자르강, 4대강 사업 모델이라고?'를 퍼왔습니다.
보 쌓고 강 정비하자 '물의 아우토반' 생겨 홍수 피해 커졌다
걷는 발바닥 아플 만큼 인공 최소화, '한강'은 없었다

 

얼마 전 독일 뮌헨에 갔다 왔다. 뮌헨은 다름 아닌 이자르 강이 흐르는 도시다. 시사 마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강이다.

나일강, 템즈강, 라인강 등 귀에 익은 강을 빼곤 이자르 강은 한국에서 최근 들어 가장 유명해진 강이 아닐까 한다.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이자르 강은 2000년부터 강 복원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나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학계 모두 근거로 드는 '저명한 강'이다.

원래 환경단체가 이자르 강 복원 사례를 들며 대규모 보를 건설하는 식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했는데, 언젠가부턴 정부도 4대강 사업이 이자르 강 복원 사업과 비슷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이자르 강 하중도 서쪽 지류에서 동쪽 지류로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보. 사진에서 보이는 위쪽의 지류는 수위가 높고 바로 아래 쪽은 낮다. 두 지류의 경관도 인공하천과 자연하천으로 판이하다.

뮌헨 중앙역에서 칼스 광장, 마리엔 광장 등 관광객이 붐비는 중심가를 지나면 이자르 강이 나온다. 첫 인상은 한강이나 낙동강에 비해 규모가 작다. 우리나라의 지방하천 정도의 규모다. 강 너비도 100m 안쪽이고 둔치도 그리 광활하지 않다.

이자르 강은 상류에서 뮌헨 시내로 들어와 흐르다가 독일 박물관이 있는 하중도에서 두 물길로 갈라진다. 그런데 재밌는 게 한쪽은 수위가 높고 다른 한쪽은 수위가 낮다. 깊은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하중도 서쪽의 강에 보를 세웠기 때문이다.

보를 세운 것은 10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시내에 가까운 서쪽 강으로 물자를 수송하는 배가 드나들게 하기 위해서 보를 세웠다고 한다. 강에 배가 다니는 것은 유럽에선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이자르 강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강은 이렇게 19세기부터 운하로 이용됐다. 유럽의 강 거의 대부분은 배가 드나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 때문에 하중도를 중심으로 서쪽 강은 인공 하천의 면모를, 동쪽 강은 자연하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보에 막힌 물길 때문에 서쪽의 강은 느리고 연못 같았고 물은 탁했다. 반면 동쪽의 강은 물살이 급했고 여기저기 여울과 자갈밭을 품고 있었다.

이자르 강 복원 사업은 뮌헨시 상류에서 이곳 도심까지 모두 8㎞ 구간에서 진행됐다. 원래 이 강은 오스트리아의 티롤 알프스에서 발원해 독일 도나우 강까지 흐르는 295㎞의 강이다.

하지만 알프스에서 내려운 강물은 계절에 따라 수량 차이가 크고 홍수도 잦자 1888년부터 강둑 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1920년대부터는 콘크리트 보를 세우고 준설 작업을 벌여 강을 직선화된 수로로 만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단기적으로는 높인 강둑이 홍수를 막아준 것 같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홍수는 사라지지 않았다. 콘크리트 보와 직선화된 물길은 홍수가 되면 ‘물의 아우토반’으로 변했다.

인공수로를 통해 빠르게 흐르는 물은 한번 넘치면 피해가 커지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뮌헨 당국은 2000년부터 직선화된 강을 다시 구부리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이자르 강 복원 사업이다.

강을 따라 걷다
  
독일박물관 주변에서 보를 구경하고 상류 쪽으로 이자르 강을 따라 걸었다. 복원된 이자르 강의 특징은 ‘인공 둔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절대 서울 한강 구간을 상상해선 안 된다. 둔치에는 넓은 잔디광장도, 자전거도로도, 체육공원도, 오토캠핑장도 없었다. 분수대도 없고, 편의점도 없고, 카페도 없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생태공원’이라는 이름 아래 설치되는 흔한 나무데크나 산책로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둔치를 따라가는 산책로는 그냥 사람들이 걸었기 때문에 길이 되었다. 그나마 있는 자전거도로 등 인공시설물들은 둔치에서 상당히 떨어진 주로 둔치 밖이나 숲에 설치돼 있었다. 독일박물관 하중도 옆의 석재로 만들어 놓은 물맞이 시설(4대강 남한강 이포보 옆의 문화광장을 연상시켰다)이 둔치 시설물 가운데 그나마 가장 인공적이었다.


▲뮌헨 중심가의 산책 시간 동안 그나마 가장 인공적이었던 물맞이 시설.

주말이어선지 이자르 강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아이들은 강가에서 돌수제비를 뜨고, 젊은이들은 강변 풀밭(잔디광장이 아니다)에서 라디오를 켜고 춤을 췄다. 마침 나는 구두를 신었기 때문에 약 3~4㎞ 산책에도 발바닥이 아팠다.

이자르 강의 산책로는 정비된 산책로가 아닌지라 여기저기 돌들이 튀어 나와 있었다. 잘 포장된 한강이나 4대강 산책로라면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이자르 강에서 산책로는 그냥 사람들이 많이 걸어서 생긴 길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자연적인 강변 풀밭을 걷는 것은 인공공원이 된 강변을 걷는 것보다 훨씬 상쾌했다.

이자르 강이 4대강 사업의 모범?
  
정부는 이자르 강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임혜지 박사 등을 통해 독일의 하천 복원 사업이 언론에 4대강 사업과 비교돼 자주 소개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4대강본부 간부들은 뮌헨에 들러 교민들을 불러 ‘4대강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한강이나 이자르 강이나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친환경적 하천정비”(이성해 4대강본부 총괄팀장, 10월11일)라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지만, ‘친환경적 하천정비’라면 기존에 없던 보를 특정 구간에 연속적으로, 그것도 16개씩이나 단 2년 만에 세우진 않는다.

이자르 강은 환경단체의 반대를 설득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00년부터 올해 여름까지 11년 동안 단 8㎞를 정비했다. 반면 4대강은 반대여론이 찬성여론보다 많은 상황에서 단 2년 만에 691.5㎞를 정비했다.

뮌헨시는 보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두루 감안하면서 철거하는 데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 반면 4대강은 일부 학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2년 만에 16개 보를 뚝딱 지었다.


▲둔치에 인공시설물을 극히 자제한 것이 눈에 띈다.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선 각종 안내판과 시정홍보물의 시각 공해 없이, 편의점과 체육시설 없이, 천연의 시골의 강변을 걷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일각에서는 뮌헨 도심에 있는 보를 들면서, ‘이자르 강에도 보가 있다, 보라, 4대강과 비슷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이자르 강의 보는 복원 사업을 통해 생긴 결과물이 아니다. 이 보는 100년도 훨씬 전에 생긴 일종의 문화 유적이다. 다른 유럽 하천의 보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자르 강 복원 사업을 통해 복원 구간의 모든 보가 철거되진 않았다. 여전히 보나 하상유지공 등 인공시설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시설물들은 지난 8월 한국을 다녀간 독일의 저명한 하천수리학자 헬무트 베른하르트 칼스루에 대학 교수가 얘기했듯이 “지난 세기의 하천 구조물”이다. 유럽에서 보는 근대적 하천학의 반성과 성찰의 대상이지, 21세기 생태도시의 신 문물이 아니다.

과연 이자르 강 복원과 관련해 제 논에 물대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정부일까, 환경단체일까. 이자르 강의 역사와 복원 사업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보라. 이자르 강을 따라 걸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의 말이 옳은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4대강 사업의 사진을 보자. 위 사진은 2009년 4대강 사업 전 경기 여주 남한강대교에서 내려다 본 바위늪구비 일대의 사진(녹색연합 제공)이고, 아래 사진은 지난 6월 조경공사 마무리 작업을 한창 하고 있는 바위늪구비 생태공원의 사진이다. 똑같은 장소다. 4대강 사업은 이자르 강 복원사업과 비슷한가? 4대강 사업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선거때면 십자가 대신 총대를 메는 목사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현기자의블로그 2011-10-24익 글 '선거때면 십자가 대신 총대를 메는 목사들'을 퍼왔습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사진 <한겨레> 자료

3일 주일 예배에서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라며 사상 논증을 제기한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개신교 내에서도 대표적인 우파 목사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도 예배에서 “장로님(이명박 후보)이 꼭 대통령 되게 기도해 다라”고 설교해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재향군인회 등이 함께 개최한  ‘왕재산 간첩단 사건 철저조사 촉구를 위한 반공·애국 국민총궐기대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며 종복좌파 척결을 외치는 등 우파단체들과 행동을 함께 해왔다.
김 목사를 비롯한 보수교회 목사들의 색깔 공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이 색깔론의 본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보수교회들의 반북 정서는 뿌리가 깊다. 해방 전 평안도를 비롯한 북에서 공산당으로부터 재산을 빼앗기고 남하해 ‘원조 장로 대통령’인 이승만 정권과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보수교회들은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과 공생하며 최고의 성장기를 누렸다. 
 대형교회는 우파 정권의 울타리가 되었고, 선거 때가 되면 우파 정권의 승리를 위해 앞장서왔다. 지난 8월 24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도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를 비롯한 9개 교회가 서울시선관위로부터 단속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왕성교회와 소망교회 등은 주보와 광고를 통해 주민투표를 독려하는가 하면, 온누리교회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예배 수업을 못하게 된다’거나 ‘학교에 동성애자가 급증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나경원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가 지난 12일 참석해 “애국자”라고 추켜세운 복지포퓰리즘추방본부의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이광선·엄신형·길자연 목사는 모두 한기총 전현 대표회장들이다. 나 후보는 이에 앞서 한기총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한기총 간부들은 ‘건축물을 지을 때 주변 땅으로부터 3미터 안으로 들여서 짓도록 한 규정’을 들어 “교회를 짓기말라는 법”이라며 미리 민원성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은 “대형교회들이 과거 독재 정권들과 공생에 의해 발전한 반면, 그 이후 성장세가 꺾이자 위기감의 책임을 밖으로 돌리면서 회개와 성찰을 하기보다는 우파와 권력관계를 통해 무언가를 모색하려한다”고 말했다.
또 손봉호 서울대명예교수는 이날 김홍도 목사 발언과 관련해  “상대가 설사 아무리 못된 짓을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탄이라고 규정지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면서 “기독교인의 소양의 문제여서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