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0일 월요일

[사설] 또 불거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09일자 사설 '또 불거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퍼왔습니다.
8월 말~9월 초에 일어난 광주 조선대 해킹사건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소속 간부들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엊그제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1990년 국군보안사령부 윤석양 이병의 폭로가 있은 뒤 기관 이름까지 바꾸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민간인 불법사찰이 지금도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킹이 8월29일, 9월1일, 9월2일 3차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9월2일 해킹에 대해서는 정확한 물증을 잡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해킹 피해자인 조선대 ㄱ 교수의 신고로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로부터 지난달 중순 용의자의 신원 등을 넘겨받아 조사를 벌여왔다. 용의자들은 9월2일 광주의 한 피시방에서 ㄱ 교수의 논문 파일을 빼갔고, 앞서 두 번의 해킹 때는 서울 송파에서 그의 인명정보 파일을 해킹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그동안 “용의자들이 아이디를 도용당했다고 얘기한다”고 말해왔고, 당사자들이 혐의사실을 시인한 뒤에는 “지역 기무부대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발뺌했다.
그러나 2명 이상의 군 간부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특정 교수의 파일을 노리고 해킹을 계속 시도한 것을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보아 넘길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 사찰 활동의 냄새가 짙게 풍겨난다. 해킹당한 교수가 북한·러시아 전문가인데다 당시 임박한 이 대학 총장선거 후보의 핵심 참모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국방부는 지난달 중순까지의 경찰 수사만으로도 기무사 해킹 범죄의 전모를 충분히 밝힐 수 있는데도 사건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의도적인 사건 은폐나 고의적 수사 지연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년 전과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기무사, 이런 기무사의 일탈행위를 묵인방조하는 국방부의 모습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사설] 편법과 꼼수로 얼룩진 ‘내곡동 사저’ 신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09일자 사설 '편법과 꼼수로 얼룩진 ‘내곡동 사저’ 신축'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사저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아들 이시형씨의 이름으로 새로 짓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어제 오후 부랴부랴 해명을 하고 나섰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안은 청와대의 일처리 방식이 얼마나 편의주의와 꼼수로 점철돼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논현동 사저’ 부근의 땅값 등이 비싸 경호시설을 짓기 어려워 내곡동에 새 집과 경호시설을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행위는 엄밀히 말해 ‘예산 전용’에 해당된다. 애초 경호시설 신축 예산 40억원을 배정받으면서 “현직 대통령이 소유한 사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예산 집행의 변경 사유가 생겼다면 마땅히 이를 밝히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
사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보안·경호안전의 문제를 고려해 아들 시형씨의 이름으로 땅을 구입했다는 설명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 중에도 사저를 새로 지은 경우가 있었지만 떳떳이 자신의 이름으로 지었지 이런 편법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대통령 사저와 대규모 경호시설을 짓는 일은 곧바로 일반에 알려지게 돼 있다. 그런데도 굳이 아들 시형씨의 이름으로 몰래건물을 지은 뒤 이 대통령이 다시 구입한다는 식의 기묘한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자금의 복잡한 흐름도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형씨는 서울 논현동 자택의 김윤옥씨 소유분을 담보로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6억원을 대출받고, 5억2000만원은 친척들로부터 빌려서 충당했다고 한다. 11억원이 넘는 빚의 이자를 어떻게 물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편법 증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로 사저 건축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댈 것인지도 의문이다. 시형씨는 지난 2007년 전 재산을 3650여만원으로 신고했으니 자신의 힘으로는 건축 비용은 고사하고 이자를 물기도 어려운 형편으로 보인다. 집이 지어진 뒤 이 대통령 앞으로 명의 이전을 할 때 아들에게 어떤 경제적 반대급부를 줄 것인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땅의 예상되는 개발 이익도 음미해볼 대목이다. 시형씨가 사들인 땅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 그린벨트에서 해제돼 현재는 지구단위 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앞으로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면 값이 급등할 것이 분명하니 참으로 절묘한 위치 선정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상식과 동떨어진 편법과 꼼수를 이쯤에서 멈추고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이 대통령이 불법 ‘명의신탁’으로 사저를 짓고 있노라고 말하는 편이국민들의 이해를 돕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원자력을 '아버지'로 모시는 한국, '탈핵'은 언제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0-09일자 기사 '"원자력을 '아버지'로 모시는 한국, '탈핵'은 언제쯤?"'을 퍼왔습니다.
[토론회] 포스트 후쿠시마 탈핵·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의 모색

"일각에서는 지금 시기에 '탈핵 시나리오'를 이야기 하는 것이 시기상조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한가한 일만은 아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탈핵'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지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탈핵'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면서 시민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탈핵'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창립 2주년을 맞아 '포스트 후쿠시마와 탈핵·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의 모색' 심포지엄을 열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원자력 확대' 기조를 걷고 있는 한국에서는 어떻게 핵발전에서 벗어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다.

"핵 발전소 수명 끝나는 2028년 '탈핵'의 중요한 해"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2030년께를 한국의 탈핵 시점으로 상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탈핵, 에너지전환 기술 경제 시나리오의 모색'을 발표한 유정민 환경정의연구소 운영위원은 2030년을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멈추는 시기로 제시했다.

유정민 위원은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 정책은 필연적으로 전력 사용을 증대시키고 에너지 낭비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접근법에 있어서 '현재의 에너지 소비 경향을 토대로 에너지 수요를 정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정부의 예측(forecasting) 모델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목표를 설정한 후 문제 해결 방식을 제안하는 '후방예측(backcasting)' 방식을 도입해 바람직한 미래를 탐색해야 한다"고 소개하면서 "에너지 이행 시점이 너무 가까우면 이행할 수단이 없고 너무 멀면 그 시스템 안에 갇힐 수 있다는 점에서 2030년 정도가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가능한 시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년배 세종대 교수는 "현 시점을 감안해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까지 사용하고 수명 연장하지 않고 신규 건설 하지 않는 식으로 탈핵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2030년을 목표로 설정하더라도 가정, 산업 별로 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언제까지 얼마나 줄인다는 식의 단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2028년이 중요하다. 이 해는 한국이 상업적으로 핵발전을 한 지 딱 50년이 되고 동시에 1980년대에 지언 핵발전소 9기의 수명이 끝나는 해"라며 "2023년부터 2028년 이 5년이 탈핵으로 가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고, 그 기간 동안 핵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준비를 강조했다.


▲ ⓒ프레시안(채은하)
"'탈핵'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의 대안 제시가 중요"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치사회 시나리오'를 발표한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국가들은 대개 핵 발전 시스템이 고착화되기 전에 핵발전에서 벗어난 국가들(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필리핀)이나 스웨덴. 벨기에. 독일 등은 고착화 수준이 높음에도 에너지 전환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들 나라의 경우 대체적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이 함께 시행되고 있어 국민투표나 법안 통과 등의 정책적 결정이 쉽게 일어났고 석유 파동이나 핵발전소 사고 등의 전환의 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대안을 마련하는 시민사회 운동과 '탈핵'을 추진하는 정치조직의 존재 등이 전환의 요인에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독일의 경우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핵의 고착화가 이뤄졌으나 1983년 그간 핵발전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이들이 주축이 된 녹색당이 창립되면서 탈핵이 의제화됐다.

박 교수는 "큰 흐름에서 시민운동이 큰 역할을 하고 정당에서 이를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더해 재생에너지 이해관계자 집단 자체가 엄청나게 성장해 탈핵으로 이행을 가능하게 했다"며 "시민운동 쪽에서 보면 환경의식이 고조되면서 독일사회 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전력수요가 계속 감소해온 것도 탈핵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핵발전 확대 정책을 더욱 공고화하고 유엔총회에 가서도 핵발전을 확대하겠다는 공식적 선언까지 한 상태"라며 "얼마전에 한수원이 2020년까지 10년 간 원자력발전에 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난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원전 기술 개발에 투자된 게 2조 였으니 엄청난 수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는 탈핵 에너지를 지향하는 시민사회나 정치 세력이 없었다"며 "독일 등의 사례를 보면 다른 가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의 등장이 필요하며 핵발전 체제가 갖는 숨은 비용을 드러내고 핵발전을 대체할 대안 에너지의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왜 핵발전을 '신봉'하는가?"

이날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조홍섭 기자는 "경로를 전환한 나라를 분석대상으로 했는데 더 필요한 것은 한국, 일본, 프랑스 등의 나라가 왜 아직도 핵에 깊숙히 고착화되어 있는가다"라며 "내가 보기에는 우리나라만큼 원자력에 끈질기게 호의적인 나라가 세계적으로 없는듯하다"고 말했다.

조 기자는 "일반인들은 원자력을 단순한 경제성이나 안전성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을 근대화의 상징이나 강대국 속에서 우리를 지킬 무기, 아버지 같은 든든함으로마음 깊이 지지하고 있다"며 "일반 시민 뿐 아니라 진보 진영 안에서도 원자력을 보는 눈은 제각기 다른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탈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에너지 소비 경향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정민 위원은 △가정 부문은 12%, 상업 부문은 9% 이상 에너지 절감 잠재량이 있다는 미국 에너지부의 연구 △2024년까지 조명, 인버터, 전동기 교체 등을 통해 핵발전소 발전량 대비 26%까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한국전기연구원의 연구 등을 소개했다.

이헌석 대표는 "탈핵 시나리오로 가기 위해서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가정 분야의 전력 사용량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산업도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보통 선진국에서 전력 사용량은 연간 1~2% 증가하는데 한국은 작년 한해 10%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한국이 어떤 산업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같이 나오지 않는다면 탈핵 시나리오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전기 수요만 줄이는 것 만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요금 책정을 제대로 했다면 전기 사용량이 이렇게 폭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탈핵, 에너지 전환 문제도 결국 국민들이 어떻게코스트를 지불할 것이냐에 중요한 열쇠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손문상)

"종편 출범, 지역 방송사들 초토화시킬 것 "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0-09일자 기사 '"종편 출범, 지역 방송사들 초토화시킬 것 "'을 퍼왔습니다.
[바심마당]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신문사들이 설립해 올해 말 출범을 앞두고 있는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지원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KBS) 본부는 노보를 통해 KBS가 스튜디오를 종편에 임대하는 방안과 뉴스영상자료를 종편에 제공하는 협정체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공영방송인 KBS가 자사의 실질적인 경쟁상대인 종편에 편의를 제공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자해행위며 배임행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미디어랩 법안을 처리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미디어랩 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새롭게 출범하는 종편이 기존의 공중파 방송사들이 받고 있는 각종방송광고 규제를 받지 않고, 케이블 TV 방송사들처럼 다양한 광고 포맷을 이용한 광고와 개별적인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즉, 종편에 대해 미디어랩을 적용하지 않고 광고영업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조중동 방송에 특혜를 주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특혜로 미디어랩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종편은 케이블 채널로 분류되어 중간광고,간접광고, 24시간 광고 등 지상파가 할 수 없는 다양한 광고 포맷을 사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광고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6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종편의 안착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시켜준바 있다. 또한, 케이블 채널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편은 모든 지역 케이블 방송사가 의무적으로 전송을 해야 하는의무재전송 채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 방송국의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종편이 출범 초기 기존의 지상파 방송국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제작자금을 투입해 지상파 방송사들과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을 제작,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송 광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과 유사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럴 경우, 제작비와 전문인력 등 제작 환경이 새로운 종편 채널에 비해 열악한 지역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이는 결국 지역 방송국의 광고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종편이라는 새로운 방송매체의 등장은 가뜩이나 광고 매출이 줄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 특히, 그 중에서도 취약매체에 속하는 지역방
송사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종편 채널의 등장으로 광고주들은 한정된 광고비용을 새로 등장하는 종편채널에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방송과 같은 취약매체에 광고비중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방송의 경우, 본사에서 배분하는 전파료 수입의 하락과 함께 자체 광고수입도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방송국은 지역문화 발전과 지역사회의 여론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나아가,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도 지역방송국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처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역방송국이 미디어 빅뱅 시대를 맞아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역 방송국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역문화 발전과 지방자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방송국에 대한 범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역방송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견제와 지역여론 형성의 창구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방송광고비의 일정 부분을 할당하여 취약매체인 지역방송국을 지원하는 발전기금을 조성하거나, 일정액의 광고비를 지역방송에 할당하여 판매하도록 하는 공영 미디어랩을 통한 지원, 그리고 지역방송국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국내외 방송 시장에 유통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전문기관을 만들어 지역언론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방송은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형성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광고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도가 높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매체이다. 이처럼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방송이 종편의 탄생으로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지역방송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론스타 한 푼도 안 주고 내쫓을 방법 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0-09일자 기사 ' "론스타 한 푼도 안 주고 내쫓을 방법 있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김준환 유한대 교수, “강제매각은 론스타 먹튀 돕는 꼴… 원인무효+강제몰수가 해법”

법원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펀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사건에 최종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론스타의 퇴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하고 형이 확정돼 대주주 자격이 상실되면 보유 지분 51.02% 가운데 10%를 초과하는 41.02%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우리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라 이번 판결이 오히려 바라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언론사들이 론스타의 ‘먹튀’를 우려하면서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2조1549억원에 사들여 지금까지 일부 지분 매각과 배당 등으로 2조2천억원을 챙긴 바 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그룹과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당초계획대로 주당 1만3390원에 매각될 경우 4조4천억원을 추가로 챙기게 된다.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이 징벌적 강제매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론스타는 지분 전체를 하나금융에 넘기는 조건으로 시장가격의 두 배에 이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계획인데 징벌적 강제매각이란 지분을 시장가격에 내놓도록 강제하는 걸 말한다. 이 경우 거래물량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론스타의 매각차익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김준환 유한대 교수는 “강제매각이 아니라 강제몰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3년 9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 자체가 불법이고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은 범죄의 장물”이기 때문에 “시장가격에 팔고 떠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론스타는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인수를 금지하고 있는 우리 은행법 규정에 따라 애초에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 이제 와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나.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긴 명분이 뭐였나. 은행법에서는 금융기관이나 금융지주회사가 아닐 경우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시행령 예외 규정에 있는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우겨서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겨줬다. 그런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이미 산업자본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런데 금융감독위원회 등은 애초에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 사실이 논란이 되자 금융위원회는 판단을 미루고 있다. 만약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이 없는데도 대주주 행사를 해왔던 셈이다. 외환은행 지분 10% 이상의 인수가 무효인 것은 물론이고 4% 이상의 의결권 행사도 무효가 된다. 대주주로 행사했던 주식 분할 매각이나 배당 등도 모두 원인 무효처리할 수 있다.”

-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고 지금도 산업자본이라는 근거는 확실한가. 
“론스타가 일본에서 130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산규모는 2600억엔, 우리 돈으로 3조7천억원에 이른다. 비금융 자회사의 자본 총액이 25%가 넘거나 비금융자산이 2조원이 넘으면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데 론스타는 4년 이상 이 기준을 넘어섰다. 금융위는 반기마다 한번씩 실시하도록 돼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를 미루다가 지난 3월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발표했는데 그 근거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석동 위원장 등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던 원죄가 있기 때문에 진실을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국감에서도 김 위원장은 아무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이 같은 사실이 왜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건가. 
“2003년 9월 기준으로 론스타의 자회사는 49개였는데 23개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에 따르면 론스타가 자회사 보유 현황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정황이 있다. 일본 골프장도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다. 론스타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비금융 자회사의 자본 총액 합계액이 전체의 25%가 훌쩍 넘는다. 문제는 당시 금감위 등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김석동 위원장과 김황식 국무총리(전 감사원장), 김용환 수출입 은행장 등 11명이 검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

- 최근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건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강제매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주가조작 사건도 심각한 범죄지만 애초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0%라고 하더라도 론스타는 절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고 돼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다. 언론에서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대주주 자격이 상실됐다고 말하는데 본질과 다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너 대주주 자격 상실됐으니 팔고 나가라, 그러면 오히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된다. 강제매각이 아니라 강제몰수가 돼야 한다. 원금에 이자만 주고, 론스타가 그동안 챙겨간 배당은 모두 환수조치해야 한다.”

- 지금 와서 원천무효가 가능하다고 보나.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허가도 안 받고 토지매매 계약을 하면 어떻게 되나. 나중에라도 허가가 안 나면 계약이 무효가 된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비금융주력자 심사를 받지 않았다. 늦게라도 비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애초에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는 유동적 무효에서 확정적 무효가 된다. 잘못된 역사를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와 국민들을 속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이 본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 강제몰수가 가능할까.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을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인식을 줄 텐데. 
“소송을 할 명분이 없고 해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본다. 우리 정부의 잘못도 있지만 애초에 론스타가 자회사 현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론스타의 책임도 크다. 분명한 건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이 범죄행위의 장물이라는 사실이다. 장물을 팔고 먹튀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원칙을 바로 세우는 건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이다. 그리고 론스타 같은 투기자본이라면 우리나라에 안 들어오는 게 더 좋다.”

- 론스타 이후 외환은행은 향후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보나. 
“외환은행은 정부가 4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정부 소유의 은행이었다. 지금도 정부 지분이 13% 정도 된다. 국민들의 은행이라는 이야기다. 론스타를 내보내고 독자생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금융 민영화 때 생각해 봐라. 직원들 중심으로 7조원 이상 거금을 모은 적이 있다. 외환은행도 직원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3일이면 끝난다. 첫쨋날,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딜을 파기하면 된다. 둘쨋날, 론스타에 투자 원금을 돌려주면 된다. 외환은행 우리사주조합을 동원하고 필요하다면 국민주 공모도 하면 된다. 셋쨋날, 론스타를 내보내면 끝이다. 외환은행이 다시 국민들의 은행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1년 10월 9일 일요일

외래종 ‘괴물 메기’의 예상 못한 위협, 배설물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물바람숲블로그 2011-10-07일자 기사 '외래종 ‘괴물 메기’의 예상 못한 위협, 배설물'을 퍼왔습니다.
프랑스 론강, 사람 크기 거대 메기 수십 마리가 강물 속에 모여 빙빙 돌아
배설물 속 다량의 질소와 인 부영양화 등 생태계 예기치 않은 영향 우려


▲카자흐스탄에서 잡힌 길이 124cm의 웰스 메기. 사진=시르 다리야, 위키미디아 커먼스


유럽의 큰 강에는 오래 전부터 ‘식인 물고기’ 괴담이 있다. 헤엄을 치던 아이가 거대한 메기가 잡아먹혔다는 이야기다. 그 주인공은 동유럽이 원산인 웰스 메기이다.
세계 담수어 가운데 3번째로 크고 유럽 최대의 민물고기인 웰스 메기는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른 몸집 비슷한 크기로 자라기 때문에 강과 호수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특히, 이 물고기가 이식된 서유럽에선 대형 외래종으로 토종 담수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촬영된 웰스 메기.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최근 프랑스 과학자들은 외래어종인 웰스 메기의 악명 높은 큰 입에 더해 한 가지 위험을 추가했다. 바로 다량의 배설물이다.

스테파니 불레트로 프랑스 툴루즈 대학 생태학 연구소 연구원 등 연구진은 프랑스 남부 론강에서 웰스 메기의 생태를 2009~2011년 동안 17차례에 걸쳐 잠수를 통해 관찰했다. 그 결과 이제까지 이들에게서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행동이 드러났다.
수심 5m에 바닥에 자갈이 깔린 비교적 잔잔한 강물 속에서 웰스 메기는 따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군데 몰려있었다. 매번 조사는 이른 오후 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볼 때마다 한 장소에 메기가 모여 있었다.

▲프랑스 론강에서 웰스 메기가 무리를 짓는 모습과 연구진의 관찰 장면. 사진=<플로스 원>


동물들은 종종 무리를 이룬다. 물고기는 물론이고 곤충, 포유류, 새들도 종종 큰 무리를 이룬다. 이들은 대개 포식자들로부터의 방어나 번식 또 먹이를 찾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

그러나 웰스 메기의 무리는 달랐다. 다른 물고기들처럼 한 방향을 향하는 게 아니라 소용돌이치듯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게다가 개체마다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아니라 서로 몸을 비비면서 움직였다.

웰스 메기의 집단행동이 주목되는 것은 그 크기 때문이다. 관찰된 메기의 몸길이는 120㎝에서 210㎝에 이르렀으며 무게는 12~65㎏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평균 25마리가 한 무리를 이뤘는데, 최고 44마리가 모이기도 했다.  연구진이 계산한 한 무리의 평균 무게는 651㎏에 이르렀고 최대는 1132㎏이었다. 
메기가 이처럼 큰 무리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분명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1년 내내 비슷한 행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아 번식행동은 아니고, 웰스 메기가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포식자로부터 방어를 위한 것도 아니다. 또 함께 먹이를 먹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 8월 스페인 에브로 강에서 잡힌 웰스 메기. 사진=조 펠, 위키미디아 커먼스


문제는 웰스 메기가 강의 다른 곳에 흩어져 먹이를 사냥한 뒤 한 곳에 모여 휴식을 취하면서 벌어진다. 다량의 배설물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들 메기 무리가 한 시간 동안 1㎡의 강 바닥에 배설하는 인의 양이 70㎎, 질소가 400㎎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이는 이제까지 담수 생태계에서 식물플랑크톤이 흡수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양의 영양물질을 배설하는 최고 기록보다 인은 최고 286배, 질소는 56배 많은 양이다. 질소와 인은 물을 부영양화시키는 핵심 영양물질로 이들이 많으면 식물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해 녹조현상 등을 일으킨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외래종이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5일치 온라인 국제학술지 에 실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홍도평 터줏대감 재두루미, 흰목이네 부부의 힘겨운 겨울나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2011-10-07 기사 물바람숲블로그의 글 '홍도평 터줏대감 재두루미, 흰목이네 부부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퍼왔습니다.
새끼를 데리고 오지 못한 올해, 하지만 흰목이네는 19년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들을 외면한 것은 우리, 무분별한 농경지 매립 등으로 생명의 희망을 내찰 것인가

겨울을 알리는 진객 재두루미가 김포 홍도평야에 찾아왔다. 한강 하구 주변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의 너른 농경지는 재두루미의 주요한 도래지이지만 최근 농경지 매립 등 급격한 환경변화로 언제 마지막 월동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이들의 방문이 더욱 반갑다.


▲무르익은 황금빛 벼와 조화를 이루는 재두루미 부부

지난해보다 13일 정도 이른 10월6일 재두루미가 처음 도착했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인 재두루미는 러시아 아무르 강 유역에서 번식을 하며 해마다 2천㎞의 긴 여행을 한 뒤  한강 하구 김포평야와 강원도 철원에서 겨울을 난다.

▲경기도 김포시 홍도평야

1980년대 후반 자취를 감추었던 재두루미는 1992년 12월 홍도평에서 7마리가 월동하는 것이 관찰되면서 19년 동안 보호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그 숫자가 최대 120마리로 늘어났지만 무분별한 농지매립으로 이제는 20여 마리가 홍도평에서 월동을 한다.

▲수컷이 허기를 채우려고 먹이를 먹는데 정신이 없는 동안 암컷이 경계를 서 준다.

지난해 보다 큰기러기는 20여일 일찍 도착했고 재두루미는13일 이르게 도착 한 것을 보면, 올 겨울은 몹시 추울 것 같고 재두루미의 겨울 나기도 힘겨울 것 같다.

▲아파트를 울타리 삼아 나는 큰기러기.

생존을 위해 철새들은 쉼 없이 날아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너 우리 곁으로 온다. 그들에게 비행은 자연과의 투쟁이며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본능이다.

▲매립차량
▲농경지 매립

재두루미들이 우리나라를 잊지 않고 찾아 올 수 있는 것은, 부모로부터 이어온 학습 때문이다. 이 땅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재두루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올해 이곳을 찾아온 재두루미들은 내년에도,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  잊지 않고 찾아 올 것이다.

▲농지매립 후 원래 용도인 농업용 창고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 물류 창고로 변해 버린 모습.

한반도가 생명이 넘치는 희망의 땅이 될지는 온전히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재두루미와 큰기러기는우리나라를 찾아왔다. 새들이 외면하지 않는 땅, 아직까지 한반도엔 작지만 큰 생명의 희망이 남아 있다.

▲흰목이네 부부

홍도평야를 19년째  찾아오는 흰목이네 부부는 올해 새끼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 번식지 여건이 좋지 않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이곳 홍도평을 새끼와 함께 찾아 올 것이다.

이 재두루미 가족을 '흰목이네'라 부르는 것은 수컷의 목 색깔이 유난히 희고 옆 목을 타고 귀 근처까지 올라가는 회색 선이 없기 때문이다. 홍도평에 터줏대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부부이다.

▲흰목이네 수컷
▲흰목이네 암컷

흰목이네는 홍도평을 버리지 않았다. 이곳을 찾아온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있다. 2000km 머나먼 길을 날아와 얼굴에 힘든 모습이 역력하고 털도 거칠어 보인다. 해마다 변해가는 터전에서 이리저리 쫓기는 이들의 모습이 가련하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